여행의 쓸모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대의 여행은 배움의 연장이었고 30대의 여행은 애정과 열정을 무기로 떠났다. 40대가 되어서는 아직 여행다운 여행을 떠나지 못했으니 언젠가 떠날 그날에 대한 기대감만 높아지고 있다. 나에게 여행의 쓸모는 "살아갈 힘"이었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 현실의 모든 짐이 버거울 때 온전히 나를 돌아보기 위해 여행을 선택했었다.


​여행이 삶의 일부인 정여울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마음 역시 요동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팬데믹이 끝나고 다시 떠날 수 있는 시기가 왔지만 현실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당분간 내 삶에서 여행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살아야 하는 이때에 이 책은 많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특히 눈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이 함께 실려있다는 점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몇몇 장소는 따로 메모까지 해두며 잠시나마 설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가는 여행의 진정한 묘미란 여행에서 돌아와 그 여행을 되새기는 것이라 말한다. 나 역시 여행이 끝난 후 사진을 살펴보며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기에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점점 여행의 흔적이 줄어들고 있다. 익숙한 장소로 계속 떠나다 보니 짧은 시간이라도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에 두 손 가볍게 다니는 시간이 늘어났다. 익숙한 공간에서 마주한 낯섦이 주는 매력 때문에 자꾸만 여행을 떠나고 싶은가 보다.


​정여울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느리게 살기'와 각별히 사랑한 여행지 등을 함께 나누고 여행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경험이 결국은 각자의 삶을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들어 줄 거라 기대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여행에 대한 철학과 기록하는 여행자 정여울 작가의 경험이 어우러져 삶에 대한 좋은 긴장감과 설렘을 건네줄 것이다.   

p. 148

여행이 끝난 뒤에 그 여행을 추억해 보며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마음속에서 진정한 여행이 다시 시작되곤 한다. 나에게 여행이 완성되는 순간은 여행을 단지 '기억'하는 것을 넘어 그 여행에 대해 '글'을 쓰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학생 유튜버 서빈, 그의 유튜브를 편집하는 선우. 서빈이의 장점을 살린 선우의 편집으로 서빈이의 유튜브 구독자는 점점 늘어나지만 편집 전 영상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진실이 담겨 있다. 진실을 마주한 선우는 서빈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작가는 스크린 너머 잘라낸 B컷에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며 SNS 시대의 명암을 그려낸다.


​하루에도 몇 번씩 SNS를 살펴본다. 편집된 세계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한다. 나는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삶을 살고 있는데 이들은 화려한 삶을 누리고 있구나라는 마음에 편집된 세계를 부러워하고 동경한 적도 있었다. 그런 고민이 잘 드러난 소설이다. 과연 우리가 보는 A컷만이 진실일까. 선우가 편집한 영상 속에 담긴 진실처럼 때로는 숨기고 싶은 B컷이야말로 진짜 삶일 것이다. 


​선우는 유튜브를 편집하면서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SNS에서는 사이좋은 가족이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고 현실에 존재하는 친구조차 SNS에서는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함께 어울리던 정후가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자 선우는 원본을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되고 서빈이 위주로 편집된 완성본에서는 미처 보지 못한 정후를 보게 된다. 편집된 존재들로 인해 지나쳤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선우는 망설이게 된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인간적이었다. 


​불의를 마주했을 때 용기를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선우는 용기를 낸다. 그의 행동이 아픈 이에게는 위로가 되고 잘못한 이에게는 올바른 길로 가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사각의 스크린 너머에 있는 누군가에게 잘 지내고 있냐는 다정한 안부를 묻는 이야기가 참 좋았던 소설이다.


p. 144

그러다 깨달은 거야. 평생 이렇게 살다가는 후회만 남는 인생이 될 거라는걸. 후회하는 대신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기로 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금씩 분명히 행복해지는 습관 - 하버드 행복학에서 배우는 성공의 비밀 ‘스파이어’
탈 벤 샤하르 지음, 손영인 옮김 / 좋은생각 / 202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각자가 원하는 행복은 수많은 형태로 나타난다. 누군가에게는 경제적 자유가 행복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일 것이다. 특히 힘든 시기일수록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하버드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강의'로 불리는 행복 수업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마음(spiritual), 몸(physical), 배움(intellectual), 관계(relational), 그리고 감정(emotional)으로 나누어 행복해져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제시한다. 각 단어의 앞 글자를 따서 이를 스파이어(SPIRE)라 부른다. 이 다섯 가지 요소는 행복을 향해 간접적으로 이끌어주며 더 많은 행복을 얻게 하는 열쇠가 된다. 책을 읽는 동안 어제보다 더 행복한 오늘을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실제로 각자의 행복 수준을 체크할 수 있는 문항이 있다. 책에 실린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한 후 점수를 매기고 결과에 따라 자신에게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행복하다고 느꼈던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무난했던 학창 시절, 파란만장한 첫 사회생활,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는 현재까지 내 삶에서 행복하다는 말을 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저 무탈하게 오늘을 지내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 행복이라는 감정은 당시의 나에게 사치스러운 감정이었다. 그런 시기를 지나고 지금의 나를 보면 어쩌면 이게 행복한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해야 하고 살펴봐야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경제적으로 불편하지 않은 지금의 상태야말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 더 행복해지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지금의 행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행복해지는 습관을 실천해 보려 한다. 

p. 270

좋은 일에 감사하면 좋은 일이 늘어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뼈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정형외과 임상교수인 저자의 뼈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책이다. 우리 몸의 숨겨진 뼈와 드러나 뼈를 중심으로 뼈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우리 몸에는 206개의 뼈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었다. 이 또한 정확한 숫자가 아니며 최선의 답은 아무도 정답을 모른다는 말에 이 책에 점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뼈에 대한 기본적인 과학 지식에서 시작하여 의학적, 특히 정형외과적 혁신까지 소개한다. 이 밖에도 뼈에 담긴 역사적, 종교적, 관용적 의의를 제시하며 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동시에 만족시켜준다. 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나이에 제대로 된 책을 만났다. 


해골이라고 하면 기괴하고 무섭다고 여겼지만 뼈에 얽힌 이야기들은 무척이나 재미있다. 우리 몸을 지탱하고 칼슘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인간의 삶에 필요한 도구와 장신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뼈를 지칭하는 용어가 부위별로 다르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함께 실린 그림을 참고하면 책의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15장이었다. 어떻게 뼈가 아름답고 즐거울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은 바로 풀렸다. 과거에는 상아에 그림을 그리거나 염소와 양의 족지골을 게임용으로 사용했다. 작은 뼈 조각들로 공기놀이를 하거나 고래 뼈를 깎아 체스 말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뼈를 이용하여 연주를 하고 기호품의 액세서리로 가공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뼈를 이용해 유흥을 즐기는 인간들의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존경스럽다.


"척추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추천사처럼 과학에 대한 입문서로서 만족스러운 책이다. 내 몸을 지탱하기에 당연하다 여겼던 뼈에 대해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인류의 문화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읽어보기를 권한다.

p. 360
뼈의 아름다움과 효율성과 무한함은 아무리 해를 거듭해도 퇴색하지 않을 것이며 많은 면에서 경외와 찬탄의 대상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특한 건축물을 보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춘다. 네모 반듯한 건물 속에서 살아와서인지 작은 변화조차 새롭게 다가온다.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유현준 건축가는 영감을 얻었거나 감명받은 30개의 건축물을 이 책에 담았다.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 만들어진 건축물을 소개하고 배경과 특징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가 소개한 건축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세계여행을 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건축물 중 "국회의원은 국민보다 아랫사람"이라 여기는 생각이 반영된 독일의 국회의사당, 기울어진 땅과 방향성의 조화를 살펴볼 수 있는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 예배당의 본질을 가장 잘 반영한 브루더 클라우스 필드 채플, 형태와 기능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 낙수장 등이 인상에 남는다. 이 건축물들을 보며 저자가 느꼈을 즐거움과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
p. 9
여기서 소개하는 건축 작품들은 하나같이 생각의 대전환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이전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사람들의 흔적이다.

.
저자가 말하는 '공간 구축 방식'을 떠올리며 소개된 건축물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건축물에 담긴 인간을 향한 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당시의 시대상과 기술 수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회 경제와 생존 등 수없이 많은 고민의 결정체가 바로 건축물이다. 


건축물은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의 장으로 활성화되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건축물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더불어 건축가에 대한 흥미도 생겨났다. 특히 이 책에 여러 번 소개된 '르 코르뷔지에'의 삶이 궁금해졌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공간을 구축한 여러 건축가들의 결과물을 마주하며 현실에서 겪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은 어떤 형태가 적절한지 상상해 본다. 비록 건축가는 아니지만 내가 존재하는 공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 세상을 능동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충동, 내가 거주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할 수 있도록 커다란 전환점이 된 책이다.
.
p. 244
나는 개인적으로 ‘시티그룹 센터’가 가장 훌륭한 오피스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건물 하나의 디자인에 사회적 이해, 경제적 혜안, 타협과 중재 능력, 창의적 생각, 구조 기술력, 법규의 기발한 활용, 친환경 사고 등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장점들이 종합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