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 오늘의 행복을 찾아 도시에서 시골로 ‘나’ 옮겨심기
리틀타네 (신가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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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중반이 지나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외갓집 근처로 이사 가리라고 다짐했던 적이 있었다. 복잡한 서울의 삶에 지치기도 했고 어디든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다면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대책 없이 생각한 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외삼촌들은 언제든 내려오라고 환영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젊은 나이에 귀촌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에는 늘 관심이 쏠리게 된다.


​이 책은 30대에 취업, 연애, 결혼을 모두 포기하고 귀촌을 단행한 유투버이자 프리랜서인 리틀타네의 공감 에세이다. 작가의 배경만으로도 뭔가 깊은 공감대가 형성될 것만 같아 보인다. 책 표지만 봐도 그동안 모았던 돈을 모두 쏟아부은 작가의 귀촌 이야기가 기대된다. 


세상의 잔소리 대신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행복을 찾아 떠난 작가의 삶은 좌충우돌 우당탕탕 실수와 배움이 반복되는 유쾌한 삶이었다. 그녀의 파란만장한 시골 생활을 함께 읽으면서 나 역시 기분이 한결 유쾌해졌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까지 잠시 나만의 타임아웃을 갖게다는 그녀의 삶의 모토가 예사롭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필요한 만큼 쓰면서 자신의 선택을 믿고 소신 있게 살아가는 그녀의 당당함이 참 좋았다. 물론 매일이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답을 풀어나갔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과정이란 걸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찾아냈다. 


​시골에서의 삶은 도시에서의 삶보다 조금은 불편하다. 또한 끊임없이 자신을 움직여야만 한다. 그래도 작가는 버티는 삶이 아니라 멈추는 삶을 선택함으로써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간다. 작가의 호미질 라이프는 내게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나의 30대는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40대가 된 지금 내 삶은 제자리다. 지금의 평화를 깨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도전조차 망설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고 싶어졌다. 

p. 245-246
‘만약에’라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나는 그것을 끝내 붙잡았던 것 같다. 결과는 나조차 알 수 없지만, 괜찮다. 용기를 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용기의 기록이 쌓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깊어진다. 인생을 겁내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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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 오늘의 행복을 찾아 도시에서 시골로 ‘나’ 옮겨심기
리틀타네 (신가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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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호미질 라이프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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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 수목한계선과 지구 생명의 미래
벤 롤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엘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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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집 근처 둘레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자연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적이 있었다. 한 시간가량 흙길을 따라 걷고 나무 그늘에 잠시 쉬기를 반복하던 시간이 참 좋았다. 그 후로도 시간이 날 때면 둘레길로 산책을 나갔고 장마철인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 도심에서 살면서 제대로 나무를 인식한 적이 있었던가. 기후 위기가 화두로 떠오른 순간에도 나무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조차 갖지 않았었다. 그 때문인지 <수목한계선과 지구 생명의 미래>라는 이 책의 부재가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현상의 변화와 결과를 기록하고, 이에 대응하려 사슴을 죽이고 나무를 베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을 이야기한다. 4년여에 걸쳐 여섯 국가의 숲을 방문하고 지구 최북단 숲 북부한대수림에서 수목한계선과 기후변화를 연구한 과학자들을 만나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심도 있는 주제를 던진다.


​저자는 드넓은 자연림을 탐험하며 "숲은 움직이는 공동체"라고 말한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북극이 초록으로 변하고 있는 현실을 경고하며 수목한계선이 해마다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즉,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면서 빙하가 녹고 나무가 뿌리내릴 땅이 늘어나고 영구동토대가 녹으면서 오랜 시간 저장되어 있던 메탄가스가 방출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위로를 건네던 나무가 이제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주장이 무섭게 느껴졌다.


​또한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어렵고 복잡한 선택지를 논하는 데, 스코틀랜드 소나무 숲의 번성을 위해 사슴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나, 노르웨이 생태계 복원을 위해 순록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하는 현실을 설명한다. 한쪽을 살리기 위해 다른 한쪽을 무조건 희생시켜야 한다는 생각지 못했던 문제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인간이 자연에 의존하고 다른 생명체와 공생했다는 현실에 기반하여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처럼 생태계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기후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숲 여정 기록을 따라가며 숲과 지구 생명의 유기적인 관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지구 생태계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기후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개인의 입장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던 나무들이 보내는 경고를 이제라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P. 14 
인류가 대양, 숲, 바람, 해류의 지구적 체계를 들쑤셔 애초에 우리를 탄생시킨 물과 공기의 기체 균형을 깨뜨린 지금은 주목이 선사하는 위로에 의구심이 든다. 나무가 건네는 것은 이제 위로가 아니라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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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45
생태계와 서식지를 정의한다는 측면에서 수목한계선은 인간 존재의 가능성을 빚었으며 더 나아가 인류 문화의 조건을 규정했다. 우리의 장소는 늘 숲 가장자리에 있었으며 숲과 관계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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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01-402
우리가 숲과 공진화한 오랜 역사 속에서 바라본다면 인류가 자연과 결별한 것은 눈 깜박할 순간의 일이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아온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역사보다 길고 넓으며,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아직 결말이 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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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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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날, 어느 가족의 반짝이는 나날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호타카의 작은 여관에서 태어난 소년 류세이는 먼 친척인 소녀 릴리를 사랑한다. 해마다 여름 방학이면 도쿄에서 릴리가 오기 때문에 류세이는 언제나 여름만 기다리며 지내고 소년과 소녀는 그렇게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다. 그러던 중 류세이는 강아지 바다를 만나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배운다. 모든 순간이 기쁨의 연속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바다를 떠나보내고 소년은 좌절과 절망 속에서 어른이 되어 간다.


시골집의 풍경이 저절로 그려지는 소설이다. 소년과 소녀의 사랑, 강아지와의 진한 우정, 기쿠 할머니의 따뜻한 온정, 대자연의 생명력 등 세상에 대한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두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순간이 좋았다. 자라는 아이들과 지켜보는 어른들의 모습을 본 게 언제였던가. 한 가족의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 사랑과 이별의 과정들이 여름날의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생명이 연결되는 경이로운 반짝임을 그려내면서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기쿠 할머니를 중심으로 그려진 가계도는 여러 갈래로 갈라져 우리가 겪는 다양한 인생의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여관을 운영하는 스바루 아저씨나 여관에 세를 든 류세이 가족, 아내가 둘인 릴리네 가족처럼 저마다의 형태로 또 다른 인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이제는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미우나 고우나 결국 내가 마지막까지 마음껏 기댈 수 있는 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옆에 있거나, 잠시 떨어져 있거나, 새로운 가정을 꾸린 가족에게 애틋한 안부를 묻고 싶어졌다.  

P. 15 
릴리와 보내는 여름은 매 순간이 반짝임의 연속이고, 하루하루가 모험이었다.

P. 35 
당시 여름만이 내게 살아갈 힘을 주었다. 가을도, 겨울도, 봄도 아무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그저 여름의 기억만이 태양처럼 환하고 선명하게 빛났다.

P. 330 
우리 주위에는 밀월의 끝이라고도 할 수 있을 나른한 공기만 고요히 흘렀다. 큰 의미에서는 여름의 끝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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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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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장마철이 두렵다. 올해도 변덕스러운 장맛비 때문에 피해가 있다는 뉴스를 보게 됐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반도의 날씨가 언제부턴가 까탈스러운 변덕을 부린다. 일상에서 절대 떼어낼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날씨를 클래식 음악에 빗대어 소개한 책이 있어 관심이 갔다.

p. 133
장맛비는 대양의 수증기가 계절풍을 타고 아시아 대륙의 열기를 찾아가는 대규모 지구촌 행사다. 여름이 되면 태양의 남중고도가 높아지고 열의 적도는 북반구로 옮겨온다. 육지가 많이 몰려 있는 북반구는 바다가 많은 남반구보다 빠르게 달아오른다. 특히 아시아 대륙은 광활한 만큼 다른 지역보다 더욱 빠르게 달아오른다. 더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주변에서 바람이 모여든다.


기상학자이자 차세대 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한반도의 사계절을 4악장의 협주곡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저기압과 고기압, 먼지 없는 세상, 폭풍 교향곡, 단풍잎 화음, 시베리아 선율 등 변화무쌍한 날씨의 과학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날씨에 대한 우아한 설명은 기상 현상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클래식 음악의 악장으로 이해하면 이러한 현상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저자의 전문적인 설명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음악의 리듬에 대입하고 저기압과 고기압이 만드는 변주를 따라가다 보면 사계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렵게 여겼던 기상 정보를 훨씬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태양의 동선에 따른 낮과 밤, 지구온난화로 가속화된 기후 변화, 긴박한 기상 변화에 따른 기상 전문가의 고뇌, 여전히 우리의 삶에 중요한 기준점이 되고 있는 절기 등 그동안 몰랐던 날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고온다습한 계절이 지나면 내가 좋아하는 가을과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책을 읽고 나니 쾌적하면서도 무난한 가을의 날씨가 더욱 그립다. 

p. 27
계절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면 지구 곳곳에서 돌림노래가 들려온다. 북반구와 남반구가 마주 보고 서로 다른 성부를 번갈아 맡아 합창한다. 북반구가 봄을 노래하면, 반년의 박자를 쉬고 나서 남반구에서 다시 봄이 시작된다. 북반구가 여름으로 가는 동안 남반구는 겨울을 부르며 화음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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