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쓰다가 - 기후환경 기자의 기쁨과 슬픔
최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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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렇기에 기후환경, 기후 위기 등의 주제가 나오면 괜스레 한 번 더 관심을 갖게 된다. 환경 전문 기자가 쓴 이 책은 환경과 관련한 여러 사건들의 실제 취재기와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에 대한 여러 사례를 정리해서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면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은 크지만 그에 비해 실천력은 한참 부족하다. 환경을 위한다는 핑계로 텀블러와 다회용 컵을 이용하지만 플라스틱 빨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려 시도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로 배달 음식에 익숙해지면서 플라스틱 용기는 점점 더 늘고만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의 안녕을 걱정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깨워준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환경 덕후로 살아남기 위한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적절한 팁을 건넨다. 일과 일상에서 환경에 대한 균형을 잡는 것부터 사회 곳곳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또한 경제와 환경을 둘러싼 딜레마를 제시하며 에코라이프의 여러 해프닝을 보여준다.


책 속에서 보인 저자의 자기모순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은 저자의 에코라이프가 정겹게 느껴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사실 환경 문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는 현실에서 환경친화적 삶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개인이 노력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만 비닐로 겹겹이 포장된 채소나 종이 상자와 비닐로 이중 포장된 번들 상품에 익숙해져 있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저자는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시민의 기본 교양이며 깊게 사고하는 힘을 길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 기대감이 우리 사회의 여러 환경 갈등을 풀어내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환경을 말하려면 뜨거운 마음을 조금 더 차갑게 식혀야 하는 시대이다. 당위성만 내세우기보다 현실적인 대안과 지치지 않고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

p. 91


환경 교육이란 결국 나와 내 주변 환경에 대해 고민하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나아가 주변 생명과 환경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p.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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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류이치 사카모토 (Ryuichi Sakamoto) 지음, 양윤옥 옮김 / 청미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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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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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 개미지옥
모치즈키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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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매매를 생업으로 어린 자녀를 둔 미혼모가 연이어 살해당하고 한 식품회사 공장에 세 번째 살인을 암시하는 협박문이 도착한다. 사건은 성매매 여성 연쇄살인사건으로 확대되지만 TV 방송국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피해자들의 배경을 교모하게 숨긴다.


그러던 중 방송국으로 범인이라 주장하는 이의 전화가 걸려오고 죽은 여자들이 성매매를 업으로 하며 어린 자녀를 학대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라고 지시한다. 사건을 취재하던 프리랜서 기자 '기베 미치코'는 피해자 주변을 탐문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처음 느낀 감정은 슬픔이었다. 그리고 씁쓸함과 사회에 대한 분노가 이어졌다. 작가는 장르 특성상 현실의 어두운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여성의 성 노동 착취와 복지의 사각지대, 이로 인한 아동 방임과 점점 더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까지 비극적인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설의 연쇄 사건의 범인으로 세 사람이 검거된다. 작가는 빈민가 출신으로 범죄를 저지르며 자라온 스에오와 의사 집안의 명문대 출신 엘리트 청년 쓰바사를 대립시킨다. 극명한 성장 배경의 차이에 따라 사건의 범인은 스에오여야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주변인들의 증언이 이어질수록 범인이라는 확신이 사라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의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함정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 개미지옥이 바로 태어난 그곳이다. 태어나 자란 환경이 비극의 시작이라면 이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개인의 힘으로 벗어날 수 없는 빈곤과 폭력의 구조적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이 소설에 기막힌 반전이나 충격적인 결말은 없다. 대신 작가는 사건보다 사람이 가진 사연에 집중하게 만들어 '도덕과 정의, 약자에 대한 연민이 인간을 구제할 수 있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범죄 자체로는 분명 죄를 물어야 한다. 누구도 타인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켜켜이 쌓아 올린 인물들의 가슴 아픈 서사는 그들의 행위를 마냥 비난할 수 없게 만든다. 그렇기에 모든 진실을 알고 난 후 미치코의 선택에 안도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p. 93
가난과 빈곤은 다르다. 가난은 돈이 없는 것뿐이다. 하지만 빈곤이란 인프라가 없는 땅과 같다.


※ 모모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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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가 왔습니다
조피 크라머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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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배신으로 사랑을 믿지 않는 경제 전문 기자 스벤의 핸드폰에 우연히 문자 하나가 전송된다. '샤샤'라는 발신인이 보낸 이상한 문자는 그의 삶을 바꿔 놓게 된다.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의 죽음으로 사랑을 잃어버린 여자 화가 클라라는 다시 살아가기 위해 죽은 연인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가 보낸 문자는 전혀 다른 사람에게 도착하게 된다. 메시지를 처음 받았을 땐 무시했지만 계속해서 애정과 그리움이 담긴 문자를 받게 되자 매일 기다리게 된다. 과연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할 수 있을까.


짧은 문자 메시지를 계기로 여자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고 남자는 미지의 발신자를 찾아 나서게 된다. 이 문자 한 통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누군가의 정지된 삶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작가는 로맨스라는 장르를 통해 연인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그려낸다. 살면서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이별의 순간을 견디는 과정을 보여주고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따스한 격려와 용기를 전해준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아주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기대감이 자꾸만 생겨났다. 어쩌다 잘못 걸린 전화나 잘못 보낸 문자 메시지를 받기도 하니 내게도 이런 우연 같은 만남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 본다. 소설 속 메시지처럼 우연이 계속되면 운명이 아닐까. 스벤과 클라라는 언젠가 다시 만날 운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할리우드와 독일이 선택한 최고의 로맨스 소설이라는 문구처럼 마음 한편이 간질거리는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소재로 이토록 기분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봄날에 읽기 좋은 말랑말랑한 로맨스 소설이다.


※ 흐름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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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 차 - 작심삼일 다이어터에서 중년의 핵주먹으로!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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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나이에 태권도를 시작한 임상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를 유쾌하게 만날 수 있다.

표지의 그림부터가 시선을 잡아끄는 이 책은 '그저 뚱뚱한 동네 아줌마'가 아니라

'중년의 핵주먹'으로 변신한 파란만장한 변화를 담고 있다.

내 기억에 있는 태권도는 아주 어린 시절 남동생이 입고 다녔던 도복이다. 

남자아이는 당연히 태권도라는 인식 때문에 동생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도 꽤 오랫동안 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어른이 되어서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태권도라는 단어조차 떠올린 적이 없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라 여겼기에 저자의 태권도 수련기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남겨진 사람들을 오래도록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태권도를 시작했다'라는 저자는 

신나게 땀을 흘리며 만끽하는 무도의 즐거움을 알려준다.

발차기와 격파로 삶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며

누구나 언제든지 태권도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건네준다.

몸으로 먼저 맞이하는 늙음에 잠깐 슬퍼하지만 시원한 기합소리와 새하얀 도복은 

삶에 활력을 넣어준다. 친구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시작하게 된 태권도.

이 충동적인 결정은 모든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다른 중년의 수련생들 이야기까지 보여주며 태권도의 매력을 

알려준다. 그 매력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긴 하지만 아직은 도장을 찾아가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새로운 움직임을 향한 열망이 생겨났다.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인생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태권도 수련을 처음 시작할 때 대단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 나이에 좀처럼 시작하지 않는 운동에 도전한다는 독특함, 그것을 즐기고 싶었다. 즐기다 보니 깨달았다. 나는 참 기운이 좋다는 것. 그리고 그 기운이 격투기와 잘 맞는다는 것을.

p. 101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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