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없는 검사의 분투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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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지검의 엘리트 후와 검사와 사무관 미하루의 활약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검찰 미스터리 2탄이다. 

오사카지검의 특수부는 국유지 매입과 관련한 증거 조작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뇌물 수수 의혹이라 여겼던 사건은 문서 조작 사건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후와 검사가 수사팀에 배정되고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을 보여준다.

​단순히 공무원과 검찰의 조작이라 여겼지만 후와 검사의 날카로운 추리는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와 함께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드러낸다. 

솔직히 소설의 중반까지 읽으면서 후와의 활약은 언제쯤 나오게 될지 궁금했다. 검찰 내사는 크게 흥미로운 사건도 아니었기에 이 소설이 어떻게 진행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후와 검사가 사무과 미하루와 현장 조사를 나가게 되자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생각지 못한 과거 사건과 그에 따른 반전까지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였다. 또한 표정 없는 얼굴의 건조한 검사와 표정이 너무 드러나는 사무관 미하루가 퐁당퐁당 주고받는 모습이 다시 한번 시선을 잡아끈다. 

​특별히 이번 소설에서는 나카야마 시치리가 쓴 다른 시리즈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미사키 검사와 후와 검사의 관계, 그리고 사건 해결에서 맡은 역할까지 결말을 향해 갈수록 소설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윗선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캐릭터는 판타지일 수 있다. 사실 검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현실에서 후와의 활약은 답답한 사법 현실에 막힌 속을 뻥 뚫어준다. 현실에 단 한 명이라도 후와 검사와 같은 캐릭터가 존재하기를 바라면서 후와 검사와 미하루 사무관 콤비의 활약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p. 373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고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킨 일에는 탄복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 신분으로 공무를 저버렸으니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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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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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이주란 작가의 소설은 마치 누군가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듯하다. 평범한 삶을 꿈꾸는 상처 받은 영혼들이 일상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가의 소설을 읽고 나니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졌다. 

소설 속에서 보이는 아픔과 고통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때문인지 귀갓길에 별일은 없는지 물어오는 재섭 씨의 안부 문자가 고마웠다. 마치 내게 오늘은 어땠는지 물어보는 것처럼 무심한 듯 다정한 한 마디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만든다.  

작가는 그동안 고생했으니 당분간은 쉬라는 엄마의 한 마디, 제대로 보답받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인생을 긍정해 준 아줌마의 위로, 엄마의 죽음, 친구의 죽음이라는 상실의 아픔을 경험한 이들이 함께 나누는 시간 등을 보여주며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상처와 저마다의 위로를 그려낸다.

흥미진진한 반전도 크나큰 사건도 없지만 책에서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무자비한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어서일까. 소설이 주는 따뜻함을 오래도록 만끽하고 싶었다.

세상은 왜 선량한 사람들에게 유독 냉정할까. 그저 평범한 오늘을 살아내고 싶었을 뿐인데.. 세상은 참 야속하고 모질다. 그럼에도 이들은 내일은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안고 다시 일어선다. 천천히 일상을 보내며 각자의 상처를 회복해간다. 그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p. 13-14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당분간은 좀 쉬어.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런 말도 해주었다. 엄마의 말에 나는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 너무 쉽게 부서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p. 80
나는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중에는 그날의 기억으로 살거나 그날의 마음으로 사는 거라고.
.
p. 225

어떤 말과 마음들은 그때가 아니며 영원히 할 수 없게 되곤 하니까.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을...... 정말 해야 하는 순간에 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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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없이 비올라 샘터어린이문고 72
허혜란 지음, 명랑 그림 / 샘터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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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를 좋아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좀처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욱이는

방학을 맞아 찾은 할머니 집에서 자신만의 소리와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책은 자신의 틀을 깨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음악 여정을 보여준다.

책에는 2 가지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데, 하나는 선욱이가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또 다른 하나는 선욱이가 연주하는 음악 소리를 통해 의식을 회복하는 새별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이어지면서 자유와 행복을 향한 어린 친구들의 모습을 흥겹게 보여준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음악의 즐거움을 점차 잃어가는 어린 소년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 작은 아이는 음악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점차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소년의 마음을 열어준 건 듣도 보도 못한 할머니들의 막음악이었다.

그저 자신만의 흥대로,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노래하고 연주하는 자유로움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음악적 충격을 계기로 조금씩 해방되는 선욱이의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빗방울 속에서 비올라로 생일 노래를 연주하며 서서히 해방되는 모습이 뭉클하게 만든다.

각자의 아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선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 기대가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소리를 내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음악으로 '놀게' 한다. 그것은 누구에게 배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 필사적으로 연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쌓여야만 되는 것도 아니다.

p.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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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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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다리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다. 


도쿄의 외진 골목에 미스터리한 바 '트랩 핸드'가 있다. 평범한 바텐더처럼 보이는 마스터는 고민 있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저마다의 비밀을 간직한 손님들은 술 한 잔에 마음속 이야기를 하게 되고 과거 유명한 마술사였던 블랙 쇼맨인 마스터는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p. 50
"가즈미는 열세 살, 중학교 일 학년 때 죽었어. 네 살 많은 오빠에게 살해당했지. 그 후로 살아가는 사람은 가짜 가즈미야. 당신 말이 맞아. 여기 있는 난 가짜야."
.
p. 148
"손님도 다 드시면 그만 가보십시오. 도쿄도에서 영업시간 단축 요청이 내려왔습니다. 오늘 밤은 여기서 마감해야겠군요. 계산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일행분께 받을 테니까요. 그럼 편안한 밤을. 다음에는 멋진 남성과 함께 찾아주시기를 빌겠습니다."
.
p. 190
"한 마디로 마스터의 사람 보는 눈이 확실하다는 거네요."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저 거짓말을 꿰뚫어 보는 능력엔 다소 자신이 있습니다. 마술사란 사람을 속이는 데는 전문가니까요."

전 세계 최초로 한국 팬들만을 위한 특별한 이야기를 보여준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보인 새로운 히어로는 전직 마술사이자 현직 바텐더인 가미오 다케시다. 캐릭터 설정부터 기대감은 한층 높여준다. 블랙 쇼맨은 과거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이들의 의뢰를 접수한다. 결혼 상대를 찾아주는 일부터 신기술 등장까지 절묘한 트릭이 유쾌하게 드러난다. 


세 편의 단편을 통해 블랙 쇼맨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었다. 시대를 반영한 배경부터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예상을 벗어난 미스터리까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일상의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친숙한 소재를 작가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롭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역시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타인의 사정에 무심한 듯 도움을 주는 마스터 캐릭터에 자꾸만 눈길이 쏠린다. 작가 본인도 현재 


'블랙쇼맨'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앞으로 이 시리즈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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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시스템 - 물·전기·인터넷, 우리가 사는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관한 기발한 이야기
댄 놋 지음, 오현주 옮김, 이기진 감수 / 더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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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물·전기·인터넷 등 익숙해져서 당연시 여기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그래픽으로 담고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물은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모두가 쓰고도 충분한 물은 어디서 오는지, 인터넷이란 실제로 무엇인지, 전기가 세계를 움직이는 원리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가장 특색적인 부분은 그래픽 논픽션이라는 사실이다. 책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시스템이라는 주제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생한 그림과 함께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글자로만 설명되어 있는 것보다 그림을 통해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물·전기·인터넷 등에 대해 의문점을 갖지 않았다. 어릴 땐 간혹 정전이라도 나면 그 순간 전기의 필요성과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지만 전기가 다시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사용하기 바빴다. 무언가 하나라도 완전히 멈춰버리기 전까지는 시스템의 존재 자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삶에 스며든 시스템은 무엇이며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있는지 등을 풍부한 설명과 함께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시스템이 우리가 하려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생활은 한층 더 편해졌지만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환경 오염과 같은 문제가 생겨났다. 따라서 시스템을 이해하는 동시에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지구 순환 시스템을 역사적 과학적 환경적 관점에서 폭넓게 이해하려는 개인의 노력에서 시작하여 발달과 보존 사이의 균형을 찾으며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사회적 국가적 노력이 더해진다면 지속가능한 발전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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