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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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재회란, 죽어서 이곳 작별의 건너편을 찾아온 사람에게 현세에 있는 사람과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입니다. 허락된 시간은 24시간. 그러니깐 꼬박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p. 17

사방이 유백색인 이 공간에는 달달한 커피를 음미하며 마시는 수상한 안내인이 있다. 이 공간에 들어온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다. 안내인은 이들에게 현세에 있는 존재와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당신이라면 누굴 만나겠는가?


소설을 읽기 전에 일단 죽음과 소중한 사람이라는 소재부터 눈물 버튼을 누르고 시작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작별의 건너편에서 저마다의 소중한 사람을 떠올린다. 가족, 은사님, 첫사랑 등...나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가족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규칙 상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존재'만 만날 수 있으니 가족은 패스다. 그렇다면 누구를 만나야 할까. 친구들도 사실을 알 테니 패스고 첫사랑 또한 잘 살고 있을 테니 패스다. 소설을 읽고 난 후에도 누구를 만나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소설에는 각각의 사연 외에도 수상한 등장인물이 있다. 천연덕스럽게 사람들을 마지막 만남으로 안내하는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달달한 커피만을 느긋하게 마시는 그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안내인이 현세에서 보낸 마지막 순간에 손에 들고 있었던 게 소중한 이가 준 캔 커피가 아니었을지 상상해 본다.


나름 열심히 인생을 살아왔다 자신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지만 아주 가끔은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순간들이 생각났다. 이제라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하자라는 다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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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심리학자, 메타버스를 생각하다 - 사람이 모이는 가상공간은 무엇이 다른가
김지헌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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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잘 만들기만 해서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꾸만 몰리는 가상공간을 이해하고 메타버스에서 통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이 책은 기술 중심의 프레임에서 벗어 심리학 관점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상공간 전략을 소개한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가상현실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투자하고 있는 현실에서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저자는 소비자가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가상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며 기술보다 사람을 생각하는 디자인 전략을 보여준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내가 가상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은 매우 짧다. 익숙하지 않은 플랫폼에 대한 두려움과 실제 눈으로 보고 만져봐야 믿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가상세계의 자극 역시 낯설다. 그 때문인지 간혹 북토크와 같이 가상공간에서 진행되는 모임에서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가상공간에서의 익명성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존재감을 지우려는 노력만 더해갔다. 이에 대해 저자는 가상공간에서도 현실세계와 같은 심리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분석하며 경험이 주는 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 말한다. 

​또한 가상공간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접촉과 상호작용 등을 통해 사람을 모으는 메타버스를 만드는 해법을 제시한다. 즉, 소비자와 직접 마주하지 않는 상황에서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고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제품 진열 방식을 보여주며 구매로 이끄는 전략을 이야기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가상 스토어를 구성하는 전략이었다. 양극단을 피하고 중간을 선택하려는 인간 성향을 반영한 배치부터 시선에 따라 소비자가 제품 가격을 인식하는 경향까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마케팅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현실세계를 넘어 가상세계에서 통하는 마케팅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소비자의 무의식까지 움직이는 심리학적 접근이 신기하면서도 재밌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상공간의 심리학을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배우며 사람의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비법을 찾아낼 수 있는 책이다.

p. 243 

메타버스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두 가지 기준은 첫째, 현재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가? 둘째, 우리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추가 가치를 제공하는가?이다. 두 조건이 충족된다면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려워도, 메타버스 투자는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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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후드 - 세상 모든 날것들의 성장기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캐스린 바워스 지음, 김은지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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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한줄평>

진화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세상 모든 질풍노도의 시기를 이해하고 

함께 모험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 모든 동물은 새끼에서 성체가 되는 과정을 겪는다. 보통 그 시기의 대상을 청소년이라 지칭하며 이 책에서는 안전, 지위, 성, 자립이라는 4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야생동물을 이야기한다. 책의 제목인 <와일드 후드>란 종(種)에 관계없이 청소년기에 공통으로 겪는 경험을 가리키며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 사춘기 때 시작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4가지 기술을 익히면 끝난다. 다양한 생물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어른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의 삶과 야생동물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그냥 무던하게 지나온 것 같다. 이 시기는 누구나 겪는 시기이지만 성장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특히 중요하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도기인 만큼 그 시기에 보인 아이들의 모습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특히 야생동물의 와일드후드를 통해 인간과의 공통점을 찾는 일은 꽤 흥미로웠다.

이 책에는 포식자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스스로를 지키며 독립하려는 사우스조지아섬의 킹펭귄 우르슬라, 가장 낮은 서열에서 불리한 조건을 이겨내고 지위를 획득한 수컷 하이에나 슈링크, 노래를 통해 동의와 거절을 배우는 혹등고래 솔트, 그리고 둥지를 떠나 어른의 삶의 시작하는 늑대 슬라브츠가 등장한다. 이들은 부모의 품을 떠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모험을 시작한다. 비정한 야생동물이 세계는 인간 청소년이 세계와 무척이나 닮았다. 저자는 야생동물이 성체가 되고 아이가 어른이 되는 파란만장한 시기를 면밀히 살피고 배우며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현실에서는 알 수 없었던 뿌듯함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와일드후드란 모든 동물의 생존 본능이라 말한다. 누구나 그 시간을 거쳐야만 어른이 되기에 무시할 수도 방관할 수도 없다. 와일드후드는 분명 모두가 겪는 일이다. 아이와의 대화에서 벽을 느끼거나 통제할 수 없는 태도에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진화생물학자의 관점에서 날 것 그대로의 본능을 이해하고 제대로 인정한다면 앞으로 마주할 청소년들을 더욱 다정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있는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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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 세상을 바꾸는 잠재된 힘
버네사 본스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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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존재 자체로 이미 영향력을 행사한다.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대부분 유명한 사람들이 연상된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스스로가 느끼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영향력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여러 과학적 실험과 전문가의 관점에서 우리 삶에서 영향력이 미치는 이점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작가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잊고 있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할 때였다. 퇴근길에 함께 한 동료가 나에게는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이냐 물었더니 하고자 하는 일은 반드시 하는 것 같다며 그런 내 모습이 본인에게도 자극이 된다는 말을 했었다.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깨가 무거워졌다.  지극히 평범하다 여겼던 나의 태도가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책임감이 더해졌다. 그 이후로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영향력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인간 안에 내재된 심리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동시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발견하고 이를 선하게 활용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과소평가하거나, 거절에 대한 두려움과 창피함이라는 감정 등으로 인해 타인의 영향력에 휘둘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영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강력한 설득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평소 사소하다 여겼던 작은 행동과 말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서로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며 삶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영향력.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각자의 삶은 조금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

이 책의 목표는 이미 가지고 있지만 알아채지 못하는 영향력을 깨닫게 하는 데 있다. 우리가 이미 가진 영향력을 알아채면 우리는 스스로의 영향력을 과감히 활용하면서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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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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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명의 인물. 그들 중 단 한 사람을 빼고 나에게는 낯선 사람이다. 제목처럼 온통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충격적이고 매혹적인 인물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타고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논쟁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들을 소개한다. 국적과 성별, 연령 상관없이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데, 책에 소개된 한국 사람조차 내게는 무척이나 낯선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가 부른 노래는 가끔 흥얼거릴 정도로 친숙하다.

낯설지만 비범한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며 그들의 삶과 매력을 찾는 시간이 꽤 재미있다. 어쩌면 지금부터는 낯선 사람들이 먼저 생각날 수도 있겠다. 고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제인 구달 대신 다소 과격한 다이앤 포시가, 샤넬 향수라고 하면 No.5를 창조한 에르네스트 보가 생각날지도 모른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전혀 생각지 못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를 발명한 에드워드 로, 런웨이를 바꾼 90년대 패션의 아이콘인 모델 스텔라 테넌트, 애플 디자인에 영감을 준 디터 람스까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처음 듣는 이름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삶을 살펴보는 과정이 재미있다. 

이 낯선 사람들 중 유일하게 아는 사람은 일본 가수 곤도 마사히코다. 오래전부터 SMAP의 팬이었고 당시 일본 문화에 관심 있었기에 이름과 노래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아는 이름이 나오니 꽤 반가웠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드물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란 힘들다. 작가는 심각한 결점이 있는 존재에 끌렸다 말하며 낯선 이들을 세상에 드러내 보였다. 이들은 세상과 타협하는 쉬운 길보다는 논쟁의 한가운데서도 자신만의 신념으로 독보적인 업적을 이뤘다. 그들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무모함과 대담함이 때로는 새로운 해법일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기발한 사람들의 빛나는 순간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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