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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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정형외과 임상교수인 저자의 뼈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책이다. 우리 몸의 숨겨진 뼈와 드러나 뼈를 중심으로 뼈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우리 몸에는 206개의 뼈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었다. 이 또한 정확한 숫자가 아니며 최선의 답은 아무도 정답을 모른다는 말에 이 책에 점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뼈에 대한 기본적인 과학 지식에서 시작하여 의학적, 특히 정형외과적 혁신까지 소개한다. 이 밖에도 뼈에 담긴 역사적, 종교적, 관용적 의의를 제시하며 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동시에 만족시켜준다. 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나이에 제대로 된 책을 만났다. 


해골이라고 하면 기괴하고 무섭다고 여겼지만 뼈에 얽힌 이야기들은 무척이나 재미있다. 우리 몸을 지탱하고 칼슘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인간의 삶에 필요한 도구와 장신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뼈를 지칭하는 용어가 부위별로 다르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함께 실린 그림을 참고하면 책의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15장이었다. 어떻게 뼈가 아름답고 즐거울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은 바로 풀렸다. 과거에는 상아에 그림을 그리거나 염소와 양의 족지골을 게임용으로 사용했다. 작은 뼈 조각들로 공기놀이를 하거나 고래 뼈를 깎아 체스 말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뼈를 이용하여 연주를 하고 기호품의 액세서리로 가공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뼈를 이용해 유흥을 즐기는 인간들의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존경스럽다.


"척추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추천사처럼 과학에 대한 입문서로서 만족스러운 책이다. 내 몸을 지탱하기에 당연하다 여겼던 뼈에 대해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인류의 문화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읽어보기를 권한다.

p. 360
뼈의 아름다움과 효율성과 무한함은 아무리 해를 거듭해도 퇴색하지 않을 것이며 많은 면에서 경외와 찬탄의 대상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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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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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건축물을 보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춘다. 네모 반듯한 건물 속에서 살아와서인지 작은 변화조차 새롭게 다가온다.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유현준 건축가는 영감을 얻었거나 감명받은 30개의 건축물을 이 책에 담았다.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 만들어진 건축물을 소개하고 배경과 특징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가 소개한 건축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세계여행을 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건축물 중 "국회의원은 국민보다 아랫사람"이라 여기는 생각이 반영된 독일의 국회의사당, 기울어진 땅과 방향성의 조화를 살펴볼 수 있는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 예배당의 본질을 가장 잘 반영한 브루더 클라우스 필드 채플, 형태와 기능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 낙수장 등이 인상에 남는다. 이 건축물들을 보며 저자가 느꼈을 즐거움과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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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9
여기서 소개하는 건축 작품들은 하나같이 생각의 대전환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이전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사람들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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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공간 구축 방식'을 떠올리며 소개된 건축물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건축물에 담긴 인간을 향한 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당시의 시대상과 기술 수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회 경제와 생존 등 수없이 많은 고민의 결정체가 바로 건축물이다. 


건축물은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의 장으로 활성화되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건축물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더불어 건축가에 대한 흥미도 생겨났다. 특히 이 책에 여러 번 소개된 '르 코르뷔지에'의 삶이 궁금해졌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공간을 구축한 여러 건축가들의 결과물을 마주하며 현실에서 겪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은 어떤 형태가 적절한지 상상해 본다. 비록 건축가는 아니지만 내가 존재하는 공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 세상을 능동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충동, 내가 거주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할 수 있도록 커다란 전환점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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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44
나는 개인적으로 ‘시티그룹 센터’가 가장 훌륭한 오피스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건물 하나의 디자인에 사회적 이해, 경제적 혜안, 타협과 중재 능력, 창의적 생각, 구조 기술력, 법규의 기발한 활용, 친환경 사고 등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장점들이 종합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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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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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실인증으로 아내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애덤은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각색하는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판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그의 아내 어밀리아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두 사람은 소원해진 부부 사이를 되돌리기 위해 외딴곳에 있는 예배당으로 주말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이야기는 각자의 시선과 애덤의 부인이 쓴 편지를 교차로 보여주며 서서히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같은 사건이지만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라 펼쳐진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야기의 진실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다소 히스테릭하게 느껴진 어밀리아.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소름이 끼쳤다. 작가는 "당신의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서늘한 질문을 던지며 평온한 부부의 일상으로 끌어당긴다. 하지만 평온함 뒤에는 일그러진 욕망과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애덤은 매일 밤 악몽을 꾸고 애덤의 아내는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부치지 않는 편지를 쓴다. 서로 다른 화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할수록 개인의 이기적인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각자가 보려고 하는 것만 보고 듣고 믿으려는 모습에서 이 부부의 신뢰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만 했다.

부부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불안감은 증폭된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어 단숨에 읽었다. 두 사람이 머물고 있는 예배당에 '로빈'이라는 낯선 인물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은 점점 커져갔고 마침내 작가의 트릭을 마주했을 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작가를 왜 '트위스트의 여왕'이라고 하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나는 누군가를 100% 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기발한 반전이 매력적인 트위스트 스릴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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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김한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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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김한수 종교 전문 기자와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스님의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종교를 떠나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성파 스님이 걸어온 길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공부란 무엇이며 왜 공부하고 일해야 하는지, 궁극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은 성파 스님이 출가 전 사연부터 시작하여 통도사 종손으로서의 삶과 출출가, 즉,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출가 인생을 그리며 평생을 일하고 공부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기나긴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갈수록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수행자의 삶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궁금증이 커져갔다. 스님은 말한다. 출가 이후로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말하는 스님의 삶이 부러웠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은 어떤가. 돌이켜 보면 밥벌이를 한다는 핑계로 마지못해 일하고 억지로 공부하며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지난 시간이 떠오르며 부끄러워졌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진정한 배움과 행복은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새로 만나는 것은 다 배움이라 생각한다는 스님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스님의 모든 배움이 인상 깊지만 그중에서도 전통문화를 향한 그의 배움과 노력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스님은 한지에 쪽물을 들인 감지라는 사라진 기술을 복원했다. 활자로 접한 그 과정은 전통문화를 되살리려는 스님의 열정을 보여준다. 감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지에 쪽물을 들이는 염색 과정을 알아야 하고 염색을 위해서는 전통 한지를 만들어야 한다. 쪽을 수소문하여 키워내고 쪽물 염색을 업으로 하는 염색장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쪽물을 만들고 난 후에는 옛날 장지를 뜰 줄 아는 사람을 찾아다니고 3년 만에 성공한다. 그리고 스님은 이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밖에 우리의 전통 장을 되살리고, 산수화와 옻칠을 배우고 시조를 육성하려 시조 상을 만들고 버려지는 종이책을 정해진 목표치 없이 계속 모으고 있다. 한 사람이 하나도 이루기 힘든 어려운 일들을 홀로 개척해가며 완성해 나간다. 이 모든 일에 대해 스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자체가 소유라 말하며 전통문화를 되살리려는 욕심을 드러낸다. 나는 스님만큼 노력해 본 적이 있던가. 자만심에 콧대만 세웠던 삶을 깊이 반성해 본다. 진정한 배움과 일은 어떤 형태일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커다란 자극이 된 책이다.

이 공부에는 불교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어요. 진리는 불교나 기독교라는 구분이 없는 거리. 남의 것이 좋다 나쁘다 할 것 없이 자기 것을 하면 되는 겁니다.

p.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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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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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필수 노동 가운데는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고 여겨져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 노동이 있다. 나는 이를 '더티 워크'라고 부른다.


p. 22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직업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나가고 있다. 모두가 꺼리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 이를 더티 워크라 부른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그러한 노동의 일면의 보여준다.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어떤 종류의 더티 워크가 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하고 있는지. 나의 평온한 삶은 모두가 꺼리는 노동을 기꺼이 맡아서 하는 이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저자는 더티 워크의 현장을 보여준다. 정신 병동의 교도관, 암살 드론 조종사, 도축 일을 하는 미등록 이민자까지 그가 만난 사람들은 정신적 트라우마 속에서 취약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더럽다고 외면하는 사회적 차별 속에서 직접 마주한 그들의 삶은 처참하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참혹한 현장이다. 생계를 위해 불결한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의 현실이 충격적이다.

저자는 동료 시민으로서 책임과 연대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사회적 희생양이 된 사람들의 현실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낙인찍기, 가난과 빈곤, 착취와 은폐 등 외면하고 싶은 노동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구성요소로서 맡은 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차별은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나쁜 노동자를 만드는 사회구조는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약자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의 일상 속 수많은 더티 워커들에게 부당한 책임을 강요하지 않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해결책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

더티 워크는 사회의 많은 구성원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는 노동, 그러므로 사회의 '필수' 노동이다.


p.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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