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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평점 :
독특한 건축물을 보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춘다. 네모 반듯한 건물 속에서 살아와서인지 작은 변화조차 새롭게 다가온다.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유현준 건축가는 영감을 얻었거나 감명받은 30개의 건축물을 이 책에 담았다.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 만들어진 건축물을 소개하고 배경과 특징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가 소개한 건축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세계여행을 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건축물 중 "국회의원은 국민보다 아랫사람"이라 여기는 생각이 반영된 독일의 국회의사당, 기울어진 땅과 방향성의 조화를 살펴볼 수 있는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 예배당의 본질을 가장 잘 반영한 브루더 클라우스 필드 채플, 형태와 기능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 낙수장 등이 인상에 남는다. 이 건축물들을 보며 저자가 느꼈을 즐거움과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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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9
여기서 소개하는 건축 작품들은 하나같이 생각의 대전환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이전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사람들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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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공간 구축 방식'을 떠올리며 소개된 건축물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건축물에 담긴 인간을 향한 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당시의 시대상과 기술 수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사회 경제와 생존 등 수없이 많은 고민의 결정체가 바로 건축물이다.
건축물은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의 장으로 활성화되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건축물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더불어 건축가에 대한 흥미도 생겨났다. 특히 이 책에 여러 번 소개된 '르 코르뷔지에'의 삶이 궁금해졌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공간을 구축한 여러 건축가들의 결과물을 마주하며 현실에서 겪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은 어떤 형태가 적절한지 상상해 본다. 비록 건축가는 아니지만 내가 존재하는 공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 세상을 능동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충동, 내가 거주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할 수 있도록 커다란 전환점이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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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44
나는 개인적으로 ‘시티그룹 센터’가 가장 훌륭한 오피스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건물 하나의 디자인에 사회적 이해, 경제적 혜안, 타협과 중재 능력, 창의적 생각, 구조 기술력, 법규의 기발한 활용, 친환경 사고 등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장점들이 종합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