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의 힘 - 세상을 다르게 감지하는 특별한 재능
젠 그랜만.안드레 솔로 지음, 고영훈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민하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별거 아닌 일에 날카롭게 반응하고 극도의 감정 기복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 상황 핑계를 대며 예민함을 다스리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이 책은 이러한 예민함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예민함을 장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알려주는 책이다.


​예민함을 약점으로 보지 않고 재능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독특하다. 두 저자는 민감한 감성으로 세상을 독특하게 바라보며 이러한 성질을 창조 능력의 원천이라고 이야기한다. 예민함을 모난 성격으로 치부하고 유별나다는 소리를 들으며 이제 나이에 맞게 둥글게 사는게 좋지 않겠냐는 충고만 듣어왔던 터라 예민한 기질에 숨겨진 무한한 잠재력이 궁금해졌다. 


​저자들은 지나치게 시끄럽고 복잡하고 빠른 세상에서 예민함을 받아들이려는 사회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우리가 맺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갈등을 예방하고 공감 능력을 키우는 장을 마련해 줄 수 있다. 


특히 예민한 아이를 키우고 돌보고 있다면 7장을 유심히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아이가 가진 예민함의 일반적인 특징과 잘못된 오해를 알려주고 부드럽게 훈육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자녀와 부모가 감정을 다스리고 잠재력을 발휘하여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는 모두 예민함을 포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각자의 예민함을 파악할 수 있는 체크리스크를 함께 실어 내재된 예민함을 이해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다양한 사례를 읽으며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예민한 상황을 이해하고 체크리스트를 통해 확인한 자신의 성격적 특성과 비교해 보면서 예민함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예민함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동안의 사회적 시각 때문에 숨기려고만 했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P. 294-295 
시끄럽고, 빠르며 지나치게 과도한 세상에서 우리는 예민한 사람들에게 주목하고 기대를 걸어야 한다. 우리에게 배워야 할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속도를 늦추는 것의 가치를 보여준다. 그들은 깊이 교감하고, 우리의 평범한 삶에서 의미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예민한 사람들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연민의 마음을 가진 리더들이다. 그들은 사회의 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 중심의 작은 나무, 그 나무가 뿜어낸 깊은 감정, 나무를 호위하는 숲, 숲을 움켜쥐고 있는 거대한 뿌리를 직감했다. 마치 자신이 그 뿌리에 사로잡힌 숲 자체인 것처럼.

p. 95

나무와 인간 사이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수명 중개인. 소설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열여섯 살 목화는 현실처럼 생생한 꿈속에서 무작위한 죽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나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네가 구하면 살아.' 다만 수많은 죽음 중에서 목화가 구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의 목숨이다. 외할머니에서 어머니, 그리고 목화로 이어진 과업은 수천 년의 시간을 살아온 나무의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 할머니는 이를 기적이라 말하지만 엄마는 악마라 칭한다. 다소 낯선 세계관에 잠시 당황했지만 어느새 살리는 자의 숙명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목화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고 목표를 세운다. 알아내는 것, 통과하는 것, 그리고 증명하는 것. 목화는 중개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의 의미를 찾아간다. 삶과 죽음의 의미와 나와 가까운 이들, 그리고 나의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목화는 사라진 금화를 찾게 될까. 왜 목화에게 숙명이 이어진 걸까. 구하지 못한 죽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남아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성 맛집 산책 -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히 TV에서 한국 근대사의 문학가에 대한 방송을 보게 되었다. 천재 시인 이상이 문을 연 다방 제비에 대한 소개와 구인회의 문인들이 즐겨 찾았던 '낙랑 파라'를 알게 되었다. 지금의 다방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와 의미를 지닌 이곳의 분위기가 궁금했다. 고달픈 예술가들의 소일터였던 경성 시대 핫플레이스. 드디어 그곳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경성 맛집 산책>은 식민지 시대 외식 풍경을 담아낸 책이다.  암울한 시대에도 화려했던 역사 속 맛집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한국 근현대 소설에 등장한 음식점을 소개한다. 최초의 서양요리점인 청목당을 시작으로 과일 디저트 카페부터 지금도 정상 영업 중인 김두한의 단골 설렁탕집, 최초로 정통 프렌치 코스 요리를 선보인 조선호텔 식당, 경성 천재들의 단골 카페인 낙랑파라, 조선인이 경영한 최초의 백화점인 화신백화점 식당까지 근대사의 외식 문화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서양의 신문물과 우리 고유의 문화가 충돌했던 시기인 만큼 슬픈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지만 지금 표현으로 '힙'한 외식 풍경이 흥미로웠다. 당시 사진과 기사 등 객관적인 자료가 첨부되어 있는 경성의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특히 소설 속에 그려진 맛집들은 낯선 음식을 처음 맛본 사람들의 반응과 메뉴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현재와 닮은 듯 다른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온다. 


​이 책을 통해 만난 경성은 생각보다 신식이었고 화려했으며 신기했다. 하지만 이를 경험할 수 있는 조선인의 수는 극히 드물었다. 암울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조선인들에게는 굶주림이 일상이었고 값싼 임금만을 받으며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었다. 그런 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은 설렁탕이나 냉면과 같이 저렴한 가격의 음식이었다. 평범한 서민들이 단골이었던 '이문식당'이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책에 소개된 맛집은 '이문식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종로와 명동 일대를 지나다 보면 세련된 맛집과 모던보이와 모던걸들의 화려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질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악한 존재로 태어나는가, 악한 존재로 길러지는가.


​19-20세기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유전학과 우생학이라는 과학 지식이 어우러져 완벽한 인간을 만들려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은 도망자 신세인 아들 카토가 그의 어머니 케케와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듣게 된 이야기로 전개된다.


몰락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리센코 후작은 인간을 개조하여 강한 민족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황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수백 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한다. 이 아이들은 20년간 끔찍한 추위에 강한 유전자를 만들기 위한 숙주로 길러진다. 


남자아이 집단과 여자아이 집단으로 나누어 극한의 추위에 살아남은 아이들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통해 우성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을 생산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이 끔찍한 실험이 진행될수록 끌려온 대부분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게 되고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되며 그곳을 탈출해서 살아남은 단 한 명의 실험체 케케는 그의 아들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소설을 다 읽고 에필로그를 읽는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여러 실존 인물들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팩트와 픽션의 경계에서 방황하게 된다. 작가는 과학적 사유와 역사적 사실이 빚어낸 SF 소설이라 말하지만 잔혹한 실험의 사실 여부가 실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또한 떠나는 아들을 바라보는 케케의 시선에서 끝까지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악함의 본질이 유전이냐 아니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된다. 과연 실험은 실패한 것일까. 카토의 이후 삶을 보면 실험은 완벽하게 성공한 것일지도 모른다. 


​리센코가 매료된 '획득 형질의 유전', 즉, 환경의 영향을 받아 체득한 특징이 후천적으로 유전된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인류는 어떤 특징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까. 또한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돌연변이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체득한 특징이 유전되지 않는다면 존재하는 인간을 폐기해야 하는 걸까. 환경에 따른 필요 부분의 가치는 누가 결정하는 걸까. 소설을 읽고 나니 많은 의문이 생겨난다. '악은 유전되는가'라는 주제를 빼어난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낸 흥미로운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케팅을 바꾸는 데이터의 힘 - 숫자를 넘어 고객의 마음을 읽는 데이터 마케팅의 모든 것
백승록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분야에서든 데이터는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데이터 홍수 속에서 소비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적인 데이터를 찾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마케터의 데이터 활용 능력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저자는 마케팅에서 정량적 측정이 중요한 이유를 시작으로 빅테이터 대홍수에서 마케터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과 데이터를 측정하고 체계화하는 법은 물론 이러한 자료를 실제 마케팅에 적용하는 팁까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데이터는 이제 기업의 전략 무기가 되어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든다.


데이터 마케팅이라는 말이 낯설긴 하지만 마케팅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시대가 변하면서 마케팅을 수행하는 환경이 달라지고 오랜 시간 축적된 마케팅 경험이 이제 데이터를 근거로 이루어지게 된 것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에 따라 마케팅이 활용될 시장 또한 범위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가 정답은 아니다. 저자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마케터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 획득을 목표로 할 때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게 되면서 마케팅 활용 역시 달라지게 되는데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를 보며 마케터가 느끼는 부담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방문자 수와 매출 증가율이 비례하지 않은 경우, 고객 이탈률이 높은 경우,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줄 소셜 미디어의 활용 등 다양한 예시를 통해 데이터 마케팅의 전략이 어떤 것이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알게 된 마케팅 시작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분야다. 이 책을 읽으며 내 관심을 끌어당기는 퍼포먼스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데이터 마케팅이 어떤 식으로 내 지갑을 열게 할지 기대가 된다.

p. 227
고객경험의 모든 과정이 데이터 중심으로 연결되어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이 시너지를 이끌어낼 때 브랜드는 강화되고, 고객경험은 최적화되며 비즈니스도 성장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