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체 밸런스 리셋 - 하버드 의대가 밝혀낸 젊은 몸으로 오래 사는 법
네고로 히데유키 지음, 이지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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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대부분을 책상 앞에 앉아서 보낸다. 그 때문에 늘 허리와 어깨, 목까지 간헐적인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직업병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도 통증이 심해지면 재활의학과나 한의원으로 달려간다. 그렇기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찾아보고 직접 해 보기도 하지만 그때뿐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 이건 딱 나를 위한 책이라 생각했다. 늘 피곤하고 찌뿌둥하며 몸을 회복시켜 주고 뻣뻣한 어깨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조건 따라 하리라 마음먹었다.


하버드대학 수명연장 프로젝트 팀의 권위자이자 의학박사인 저자는 우리 몸에서 심장 다음으로 어깨뼈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어깨뼈를 의식하거나 중요성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등의 양옆에 날개처럼 달린 큰 뼈를 굳지 않고 부드럽게 움직여야만 평생 병이나 약 없이 살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이를 부드럽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 3분이면 충분하다. 어깨뼈를 부드럽게 만드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호흡법이면 신체 밸런스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책에는 각 동작에 대한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실려있다. 이를 따라 하기 앞서 먼저 내 몸의 상태, 즉 어깨뼈와 호흡량을 책에 실린 대로 체크해 보았다. 그 결과 예상대로 어깨뼈는 꽤 굳어 있었고 호흡량 역시 부족했다. 


​이제 어깨뼈를 풀어주는 6가지 동작을 하나씩 해 보았다. 사진이 실려 있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간단한 동작만이 도로 평생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니 하루 3분은 기꺼이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호흡법의 경우 처음에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일주일 정도 생각날 때마다 어깨뼈 스트레칭과 4.4.8. 호흡법을 하고 나니 목과 어깨 근육이 조금 편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어깨뼈는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깨뼈가 무너지면 뇌도 위험해지고 어깨가 굳으면 당뇨병의 가능성도 높아지며 호흡도 얕아진다. 따라서 이제라도 바른 어깨와 호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스트레칭과 호흡법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운동이나 건강 관리를 소홀히 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하루 중 언제라도 내 몸을 위한 단 3분의 시간을 내기로 다짐해 본다.

p. 34
​어깨뼈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이유는 어깨뼈 자체가 경직된 것이 아니라, 어깨뼈를 움직이는 근육이 약해지면서 어깨뼈와 근육을 잇는 힘줄 그리고 어깨뼈와 쇄골을 잇는 인대가 뻣뻣해졌기 때문입니다.

p. 53
혈압 및 혈당치 상승, 목과 어깨 결림, 내장 지방 증가, 수면 장애 등 몸에 나타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뻣뻣하게 굳은 어깨뼈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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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 소설, 잇다 3
이선희.천희란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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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또 함께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시리즈로 그 세 번째 책은 이선희와 천희란의 소설을 함께 보여준다. 식민지 시대라는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읽게 된 이선희의 소설은 파격적이었다. 세련되고 도시적이며 예상을 벗어난 이야기 전개에 근대 문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게 되었다. 


이 책에는 이선희의 두 편의 장단편이 실려있는데 모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단편 <계산서>에서 아내는 사고로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 후 집을 떠났다. 사고로 인해 결혼 생활이 망가지고 늦은 시간 남편이 새 넥타이를 매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애정이 전과 같지 않다는 걸 직감하게 된다. 분명 두 다리가 멀쩡한 다른 '계집'을 만나러 갔을 거라는 생각에 아내는 남편과 동등해지기 위해서 그에게 얻어야 하거나 그에게서 빼앗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러고는 남편이 죽어야 수지 타산이 맞을 거라는 계산서를 들이민다.


​장편 <여인 명령>은 한 여성의 지위 변화와 몰락을 통해 당시 결혼제도의 불합리와 자유연애의 허상을 보여준다. 여자전문학교 학생인 주인공인 '남숙채'는 '유원'과 연인 사이였지만 숙채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유원의 검거로 헤어지게 된다. 이후 숙채는 대학생, 백화점 점원, 술집 여급 등의 변화를 겪고 김 의사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는다. 하지만 그는 어릴 적 혼인한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고 뒤늦게 알게 된 숙채는 불안정하고 고된 삶을 이어나간다. 김 의사는 전처와의 이혼을 진행하던 중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이에 숙채는 유원을 찾아가 자신의 아들을 입적할 것을 명령한다.


이선희 소설 속 여성들은 고통과 비애로 인해 파멸의 길로 들어선다. 식민지 조선이라는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서 남성에 대한 피해 의식과 보상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지만 그녀들은 능동적으로 자신의 불행에서 탈피하려 한다. 남편의 목숨을 원하거나 자신의 아들을 입적하라는 명령함으로써 가부장제를 비판하고 자아를 확립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도적 사회적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의 모습이 인상 깊게 남는다.


​이선희의 소설은 현대에 읽어도 단연코 파격적이다. 그 때문인지 천희란의 소설 <백룸>이 다룬 레즈비언, 커밍아웃 등의 소재가 오히려 평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과거와 현재의 소설은 시대를 달리하고 있지만 탈출불가능한 미궁에서 자아를 찾아 출구를 향해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지금의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바로 한계를 벗어나려는 용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나는 내 남편이 자동차에 치이거나 혹여 뜀박질하는 말발굽에 채여서라도 다리 하나가 없어지기를 바랐다.
p. 20 <계산서>


나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요구받고 있다는 심리적 부담의 정체를 캐물었다. 그러나 그녀가 실제로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바로 그 사실이 부당하다고 느꼈다.
p. 426 <백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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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 현암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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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일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나 자기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며 살아간다. 나는 운이 좋게도 좋아하는 일을 생계 수단으로 삼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일이 많거나 지치고 힘들어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더 지치고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서는 사랑하는 이를 위한 돌봄 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명감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일을 하며 희생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보여준다. 작가는 가사 노동자, 교사, 판매직, 예술가, 인턴, 운동선수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왜 이런 잔인한 불평등에 도달하게 되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해야 할 행동들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사랑해서 하는 일이라는 '사랑의 노동'이 사기라고 단언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일은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말로 포장하여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착취의 단편을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는 사명감을 무기로 이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 없이 노동을 강요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를 잘 보여주는 건 가정 내 여성들의 무급 노동과 '인턴'이라는 희망 노동이다.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존중받고 이해받기를 바란다. 나 역시 내가 하는 일이 존중받고 내가 한 노동에 대해 정당한 평가와 대가를 받길 희망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는 명분 아래 착취의 구실이 되고 향후 채용 기회를 주겠다는 미끼를 던진다. 일을 사랑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일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일이라는 마법을 어떻게 깰 수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일은 사랑을 줄 수 없지만 사람이라면 사랑을 줄 수 있다고. 그러니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간에 연대감을 형성하여 사랑의 노동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p. 126
공교육이 도입된 이래로 교사들은 이를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수업 외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이 모두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감은 교사의 능력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보상해야 할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은 사랑에 뿌리를 둔, 아이들을 돌보는 '타고난' 성향에 불과하다는 생각과 충돌해왔다. 가사 노동처럼 교사들의 일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노동과는 다르다고들 생각한다.


p. 452
우리는 일에서 사랑을 돌려받지 못한다. 일에서 즐거움을 얻는 운 좋은 소수의 사람이 있더라고,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일해야 하는 사회에서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 실비아 페데리치가 썼듯 "일터에 우리의 욕구를 채워주는 활동들과 관계들을 심어놓았고, 그것이 우리 삶을 목 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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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 20세기 가장 혁명적인 인간, 그리고 그가 만든 21세기
아난요 바타차리야 지음, 박병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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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하면서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고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취하면서 수학자 존 폰 노이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수학자라고 하면 어려운 공식을 풀어내고 만드는 사람이라 여겼지만 폰 노이만은 오늘날 거의 모든 컴퓨터 설계의 기본이 되는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를 만들었다. 수학자와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지 못한 조합은 폰 노이만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21세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과학자 폰 존 노이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덜 알려진 존 폰 노이만의 탄생부터 그가 이룬 학문적 성과와 인류에 이바지한 업적을 설명하면서 20세기 과학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책 초반의 양자역학 이야기에 잠시 어질한 기분을 느꼈지만 역시나 내가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4장 맨해튼 프로젝트와 핵 전쟁에 관한 부분이었다. 폰 노이만의 이론적 연구가 실제 폭파 실험에 적용되고 세계 최초의 핵무기 발파 계획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순간을 조금 더 뚜렷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천재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들어있는 걸까. 양자역학, 컴퓨터, 게임이론 등 폰 노이만의 관심사는 단백질 구조를 밝히는 생물학까지 확장된다. 그는 더 나아가 두뇌와 컴퓨터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DNA 구조가 밝혀지기 전에 이미 분자생물학의 이론적 기초를 제시하였다. 폰 노이만에 대해 알아갈수록 과연 그에게도 한계란 게 있을지 궁금해졌다. 왜 21세기 과학사의 굵직한 아이디어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는지 그 말의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비범한 과학자의 삶을 통해 20세기 과학사의 생생한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천재의 머릿속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본 것 같아 자극을 받기도 했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노이만이 설계한 미래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추천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P. 299 
노이만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막연한 욕망과 편애적 성향에 숫자를 할당하는 엄밀한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P. 466 
노이만의 세포 오토마타는 이 분야에 등장한 모든 이론의 씨앗이 되었으며, 생명을 창조하겠다고 나선 용감한 개척자들에게 번뜩이는 영감을 불어넣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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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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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육아'라는 말을 들으면 두려움과 당혹스러운 감정이 먼저 든다. 그래서 내가 조카와 단 둘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0분이다. 그 이상은 서로에게 고통만 안길 뿐이다. 이경 작가는 이 예측할 수 없는 작은 생명체를 키우는 육아라는 과정을 소재로 유쾌하면서도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제목부터 독특한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육아에 지친 부부가 인공지능 젖병소독기 홀로그램을 만나며 겪는 해프닝을 보여준다. 나와는 거리가 먼 소재라 생각했기에 심드렁하게 책자를 펼쳐들었지만, 미주가 한밤중 거실에 갑자기 나타난 스웨덴 배우 얼굴의 AI 육아 도우미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내뱉은 한마디에 작가의 글에 빠져들었다. 머릿속에서 자꾸만 울리는 그 한마디에 이끌려 낯선 AI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게 됐다. 비록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입으로만 육아를 돕고 있지만 이 AI는 젊은 육아에 지친 젊은 부부에게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지는 단편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도 어린이집 휴원으로 인해 아기랑 둘이 친정으로 가야 하는 직장맘의 고단함을 달래줄 AI 돌보미가 등장한다. '나'는 혼자 아이와 기차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자 '황새영아송영' 앱을 열었다. 비록 KTX 편도 여행 비용의 여섯 배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나'는 AI 돌보미 덕분에 깊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고달픈 육아와 직장맘의 애환이 짠하게 느껴지던 이야기는 AI 직원이 앞치마 주머니에서 꺼낸 브로슈어 한 장으로 코믹한 장르로 탈바꿈한다. 인공지능과 돌봄 노동이라는 주제를 이토록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작가의 세계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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