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그린 사람 - 세상에 지지 않고 크게 살아가는 18인의 이야기
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잊고 있던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세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18명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어떤 이의 이야기는 웃으며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고

또 다른 이의 이야기는 몇 번이나 눈물을 닦으며 읽어야만 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점차 흐려지던 시기였기에 그 울림은 더 커다랗게 느껴졌다.

온통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하여 타인을 배척하고 증오와 혐오가 난무하는 세상이지만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고 사는 일 자체로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그들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의 신념과 그에 따른 삶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내 모습을 투영해 본다. 나라면... 나는 할 수 있을까...

생각의 꼬리가 이어질수록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물음도 답도 주어지지 않고 사라지는 삶의 순간들, 그 순간들을 부여잡고 질문해 보고 답해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진실에 대한 욕구. 그 진실을 캐내고 발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한 거 같아요.

p. 38 청년 예술가 조기현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사정을 안고 있다. 그냥 사는 사람은 없다.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수도 있고 숨쉬기조차 힘겨운 위기와 고통의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 인간다움의 가치를 고민하고 세상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잊히는 삶의 순간들에 대한 질문은 이 책을 읽는 내 삶에 대해서도 수많은 답을 떠올리게 한다.

가끔씩 삶의 끈을 놓고 싶을 때 어깨의 짐을 모두 던져버리고 싶을 때

존재의 힘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지나친 책임감, 상실감은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어요. 저는 지나치게 성실하지 마라, 자기 본위적으로 살라고 말해요. 못될 만치 자기만 생각해라. 개인과 조직의 갈등이 있다면 개인의 욕망을 따라가라, 너 없이도 조직은 굴러간다. 네가 마음대로 해도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그건 너의 걱정일 뿐이다.

p. 148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이영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초 인류 - 산만함의 시대, 우리의 뇌가 8초밖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
리사 이오띠 지음, 이소영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활은 편해지고 있지만 주의력과 집중력은 점점 쇠퇴한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단순히 나이 탓으로 돌리기엔 그 과정이 너무나도 빠르게 진행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유독 개인적인 문제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감탄사가 터졌다. "이럴 수가!".. 이건 내 이야기였다.

저자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보다 스마트폰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면서

스마트폰이 야기한 연결 중독과 연결 강박이라는 낯선 증상과 해결책에 대해 설명한다.

메시지나 이메일에 언제나 곧바로 응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답장은 나중에도 쓸 수 있어요. 대부분의 경우, 당장 답을 해야 할 정도로 급한 메시지는 없습니다. 그리고 매번 뭔가가 기억나지 않을 때마다 즉시 구글에서 정보를 확인할 필요도 없습니다. 불확실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p. 269-270

인터넷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인류는 하이퍼커넥션 시대를 사고 있다.

하나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서

우리는 알고리즘에 갇혀 점차 기억을 잃어가고 디지털 중독에 빠지게 된다.

또한 끊임없이 숫자에 둘러싸여 있으며 메시지와 알림으로 주의력은 점차 산만해지고

궁금한 것은 바로바로 찾아보며 뇌가 생각할 시간을 점차 빼앗고 있다.

가끔은 손에 스마트폰이 없을 때 불안해하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손바닥 크기의 기계가 삶을 편하게 할수록 뇌는 점차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은 단지 8초이며

이 짧은 시간만으로는 상대에 집중하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읽지 못했다.

읽는 중간중간 아이폰을 쳐다보고 인스타그램 알림을 확인했다.

내가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고

이 책을 읽는 중에 비로소 내 행동을 알 수 있었다.

유독 무언가를 진득하게 하는 행위에 약점을 보였지만 이토록 산만할 줄은 몰랐다.

여러 번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바로 종이책을 읽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실험적 증거는 <6장 독서의 죽음>에서 설명하고 있다.

온라인 페이지를 스크롤링 방식으로 읽을 때와 종이책을 읽을 때 시선이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하는 실험을 통해 집중력과 이해력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저자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하이퍼커넥션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적어도 금붕어보다는 기억력이 좋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디지털 혁명의 폐해를 파악하고 쇠퇴하는 뇌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배우며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더 정확히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한 그 무엇도 하지 않는 것이다. 생각을 내려놓는 것, 머리를 비우는 것, 딱히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뇌의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나는 게으를 수 있는 권한을 얻은 것처럼 느껴졌다.

p. 237-2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A 살인사건
이누즈카 리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화인지 소설인지 구분하기조차 모호하고 촉법소년, 스너프 필름, 과도한 신상 털기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또한 예상치 못한 등장인물이 더해져 오랜만에 실감 나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에 푹 빠졌다.

이야기는 20년 전 어린 소녀가 살해당하는 스너프 필름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시작된다. 당시 범인은 중학생이었기에 소년법에 따라 '소년A'로만 보도되고

처벌 없이 의료 소년원에서 보호조치 되었다.

이 영상이 다크 웹에 등장하면서 경시청 감찰계장 시라이시는

영상의 출처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한편 인터넷 사이트 '자경단'에서는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는 이유로

소년A의 신상을 털게 된다.

  • 과연 누가 이 영상을 세상에 내보였을까.

  • 20년 전 범인은 성인이 된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억울한 피해자는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

  • 원죄를 처벌하겠다는 이유로 법의 범위를 벗어난 제3차의 개입은 과연 정당한가.

  • 범죄자의 인권은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다양한 생각거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점으로 그동안 생각했던 정의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진다.

범죄는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지만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개인의 도덕적 양심과 피해자의 원통함과 복수심 사이에서 어느 쪽 편도 들기 어렵다.

단순히 환경을 핑계로 가해자의 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면

억울한 피해자의 상처는 누가 어떻게 보상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십 건씩 벌어지는 범죄가 모조리 사라진다면 이러한 고민에서 자유로워질까.

정답을 내리기 힘든 질문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치밀한 묘사와 현장감 때문에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 큰 이야기 속에 격리돼 있던 작은 마음들에 관한 이야기
도하타 가이토 지음, 윤지나 옮김 / 니들북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대한 위기 속에 잊혀지고 있던 개인의 삶에 대한 혼돈의 일 년을 담아낸 책이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의 계절 동안

코로나에 잊혀지고 있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써 내려갔다.

팬데믹으로 인해 상대를 경계하고 불신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사라지고 있는 마음을 꺼내들었다.

저자는 마음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외로움을 꼽았다.

타의든 자의든 격리 생활이 필수가 되고 길어지면서

내 마음을 털어놓거나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팬데믹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점차 개인화되는 사회로 인해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도 여유도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언제부턴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솔직히 보여주고

외로움에서 벗어나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는 일이 어려워졌다.

온전한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 오히려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는 건 아닌지,

하찮은 일처럼 보이는 건 아닌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문제는 아닌지,

끊임없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다닌다.

그러다 보니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말을 하게 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상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내키는 어느 계절을 펼쳐도 좋다.

작은 마음들, 작은 이야기들은 우리가 언제든 겪게 되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니깐.

저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 중에서도 첫 번째 봄의 어느 이야기에서 한참을 멈춰있었다.

책 속에 짧게 소개되었지만 인생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열정과 희망으로 부풀었던 젊은 시절의

추억이 초라하게 찌그러진 것만 같았던 그날의 참담한 기분이 다시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을 외면하고만 싶었고

그로 인해 세상은 뾰족하게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그러한 시간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던 건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이들 때문이었다.

마음을 알아주고 들어주는 행동 덕분에 동질감을 느끼고 조금씩 치유받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물리적 거리감을 더 멀어졌지만

심리적 거리감만큼은 점점 좁혀나가고 싶은 이들에게 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마음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숨어있을 뿐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 ‘나만의 온탕’ 같은 안락한 소도시를 선택한 새내기 지방러 14명의 조언
김미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험난한 서울살이에 지쳐 탈출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태어난 날을 제외하고는 줄곧 서울에서 자란 나도 탈서울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하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건 도시의 인프라를 비롯한 여러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탈서울과 탈도시는 엄연히 다르다고.

그 말에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각기 다른 사정으로 탈서울을 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어떻게 자신이 살아가 도시를 찾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탈서울 살이에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실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소개한다.

서울을 벗어난다면 삶의 공간이 조금 더 넓어지는 건 사실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공기 좋고 햇볕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서울을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따져보면 서울 안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수십 가지나 된다.

이러한 이유를 모두 버리고 서울을 떠날 용기가 아직은 나지 않는다.

대신 탈서울을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말하는 실질적인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도시에서 살면서 만들어간 기반을 버리고 낯선 지역에서 다시 새로운 기반을 만드는

용기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머릿속으로나마 탈서울살이를 상상해 본다.

하루빨리 서울의 미친 집값이 안정화되고 지역에도 다양한 인프라가 생겨나서

모두가 쾌적한 삶을 살기를 희망해 본다.

복잡하지만 편리한 삶, 묵묵히 숨통을 열어주지만 조금 불편한 삶 사이에서 여러 생각과 감정이 오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서울에 가도 또다시 내려오고 싶을 테지만, 대도심에서 버티는 삶이 오래가진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분명하게 들었다.

p. 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