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진 수다 한 판.
술술 잘 읽히지만 아프리카의 ‘현재’를 알지 못하는 탓인지,
‘아, 참 좋다’ ‘진짜 재미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앞부분은 좋았다.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가 생겼을 때
교회와 보수적인 족속이 들고일어난 이야기,
그 일에 반응한 농업 상업 중소기업부 장관 루키아의 연설과
이를 질투한 대통령 겸 군대 총사령관의 연설 대필자들 이야기는
신명 나는 놀이판의 광대가 들려주는 풍자 겸 객소리 같다.

그러나 중반 이후 소설 속 화자는 예순이 넘도록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듯,
자기 인생과 문학과 세상과 어머니 이야기를 쏟아내는데,
아,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지.
자기는 추운 나라에서 겨울을 맞은, 가엾은 오리 꼴이라는 말인지.

술집이 배경인데 읽으면서 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다니,
나는 이 소설에 공감하지 못한 것이다.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Verre Cassé, 2005)
알랭 마방쿠(Alain Mabanckou) 지음 | 이세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년 04월 02일 | 247쪽 | A5 | 정가 : 9,000원
ISBN 9788925507552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8-06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랑비 2007-08-06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래도 혹시 궁금하시면 빌려드릴게요. ^^ 내가 공감을 못 했을 뿐, 모르잖아요.

2007-08-07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랑비 2007-08-0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ㅎㅎㅎ
 

지난  25일 서울서부지법은 이랜드리테일(대표자 오상흔)이 낸 가처분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하였다. 보통의 가처분 결정과는 달리, 가처분 결정문이 무려 30장에 이른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지금까지 이랜드와 노동조합 사이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적은 것이다.

이 결정문에 따르면(1. 소명사실 부분),  

- 이랜드는, 까르프와 까르푸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에 따르면, 18개월 이상인 노동자를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음을 알고, 까르푸를 인수하였다.

- 이랜드노조가 이랜드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는데, 이랜드는 개별교섭방식만을 고집하며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노조가 통일교섭방식에서 잠정적으로 개별교섭방식을 제안하기도 하였으나, 이랜드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랜드는, 이랜드노조에 공문을 보내면서, 까르푸노조를 수신인으로 하였다. 이에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은 이낸드노조로 명칭을 사용할 것을 이랜드에 통보하였다.

- 이랜드는, 노동조합 활동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실질적인 교섭의사가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였다.

- 이랜드는, 단체교섭에 대표이사가 불참하고 교섭대표자가 위임장을 제출하지 못했으며, 위 조합원 1명에 대해 자격 다툼을 하였고, 임금에 관한 노조의 논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 이랜드는, 위 조합원 1명 때문에 임금인상요구안 제출안 수령을 거절하였다.

- 이랜드는, 이랜드노조 조합원 중 1명의 교섭위원 자격을 시비걸며 교섭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그와 같은 행위는, 노동조합의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불법행위(부당노동행위)이므로 그런 행위를 중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 이랜드노조는, 실질적인 교섭을 위해 위 조합원 1명을 교섭위원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하였다.

- 그럼에도, 이랜드는 단체교섭에서 손익계산서 1쪽만을 제출하는 등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노동조합이 요구한 감사보고서, 급여테이블 등은 제공하지 ?았다.

- 이랜드는, 노조의 요구에 검토내용만을 제시하고 이랜드의 임금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 이랜드는, 비정규직 3000명 중 521명을 직무급제, 즉 기존 정규직과 상여금 및 임금체계를 달리하는, 그러나 기존 비정규직이 하는 업무를 그대로 하는, 그런 직무로 신규채용하였다. 그러나, 위 단체협약에 반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였다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라는 판정과 원직복직 명령을 받았고,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기 전인 4월부터 6월까지 18개월 이상된 계약직 15명을 해고하였고, 1월부터 5월까지 350명을 계약해지하였다.

- 이랜드노조는 위 직무급제는 비정규직법의 취지에 벗어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사태에 대해 임금협상과 함께 단체교섭을 하자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랜드는, 그 표섭을 거부하였다. 통일교섭에서 개별교섭으로 노조가 태도를 바꾸었으나, 이랜드는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 위와 같이 단체교섭이 진행되다가 노동조합이 파업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랜드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는 등 법에 정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

 

긴 결정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은데(주문 및 판단 부분),

 

이랜드노조의 파업은, 그 주체, 목적, 시기, 절차의 측면에서 정당하다. 다만, 그 방법은 정당성을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파업은, 사업장 시설의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대형할인매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영업매장 등에 대해서는 점거를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 외 시설에 대해서 일정한 제한을 하기로 하되, 다음과 같이 결정하기로 한다.

1. 영업매장, 영업관리사무실, 삼품검품장 등의 점거

2. 실내 및 실외 고객주차장, 영업부대시설 등에서의, 폭력이나 파괴형태의 시위나 농성

3. 평화적 설득, 구두와 문서에 의한 언어적 설득 방법 이외의 방법에 의한 피켓팅 행위 

4. 모든 장소에서의 폭력이나 파괴행위. 끝.

 
그런데, 내가 이 결정문을 모두 읽으면서, 이랜드가 서울지방청 서부지청, 중앙노동위원회의 권위 있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랜드노조를 까르푸노조라고 칭하고, 과장급 직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등 단체교섭을 성실히 응하지 않은 점, 이에 반해 노조는 다툼이 있는 직원을 교섭에서 배제하고 교섭 방식을 변경하는 등 성실히 교섭에 응하고 있는 점(다만, 노조의 태도도 전혀 잘못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는데, 법원의 이런 지적은 이랜드노조도 보다 적극적인 교섭으로 해결책 찾기에 나서라는 촉구성 지적으로 느껴진다), 이랜드와 이랜드노조에 소송비용을 1/2씩 부담하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법원으로서는 위와 같은 특별할 것도 없는, 즉 법전에나 담겨 있는 가처분 결정을 하였고(그런데, 위와 같은 결론은, 노동현장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결정문으로 취급할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흔히 누구나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송비용을 똑같이 분담하도록 하였고, 아주 길게 사실관계를 언급하면서 이랜드의 교섭 태도를 적절히 지적한 점에 비추어, 사실상 이랜드노조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평가해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법원이 사실상 이랜드노조의 파업을 금지시킨 것과 같다는 결론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랜드노조는, 일상적인 조합활동은 물론, 주체, 절차, 목적, 시기 등에서 정당한 파업을 계속하면 되는 것이고, 위와 같은 결론에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직장점거가 위법하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직장의 물적 시설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그 결론을 찾자면, 난 그렇다)

출처 : http://blog.daum.net/cyseok71/107654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홈에버, 뉴코아, 아울렛 등 이랜드그룹 계열사들]

홈에버 외에도 이랜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데가 많다....나도 몇개 브랜드는 산 적이 있다....

이랜드가 과거에 그리고 과거 까르푸의 현재인 홈에버 등이 하는 말과 행동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혹시나 이랜드가 속한 다른 데에도 가지 마세요.....

[과거 까르푸에 대해서는 나도 조금 알고 있고, 실제 내가 직접 경험(법적 쟁송)한 것도(물론 그 경험에는 다른 것들에 대한 간접 경험도 있다) 있는데, 까르푸는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정말 프랑스에서 한국에서와 같은 짓이 벌어지고 있다면, 아마 문닫을 것이라는 말을 되뇌일 정도였다. 법원 같은 데서 불법행위(근로기준법 위반이나 노동조합 활동 방해 등)로 인정한 것도 3-4년 전에도 상당수 있었다. 아마도 홈에버로 넘어오면서 그런 일에 가담했던 자들도 그대로 고용승계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그럴 때는 포괄승계가 원칙이니까). 어쩌면 그래서 그 버릇이 이런 짓을 벌이게 된 것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경험은 아주 생생하다....정말 뭣같은 경험이었다]

출처 : http://blog.daum.net/cyseok71/10727221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주미힌 2007-08-0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에 환장한 기업에 최고의 철퇴군요.

가랑비 2007-08-0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정말 반가워요. 너무 오랜만이죠? ^^

chika 2007-08-0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훨씬 더 많군요.

그나저나... 워찌 지낸다요? 더운데.... ;;;;

마늘빵 2007-08-0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라이... 요새 화나는 일이 왜 이렇게 많은건지.

가랑비 2007-08-0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많은데 사실 아는 건 별로 없네요. ^^ 더운데 근근히 버티고 있어요. 여러모로 생활이 복잡합니다요;;; 치카님은 어찌 지내시오?
아프락사스님/그래도 오랜만에 제 흔적 보는 건 좋으시죠? ㅎㅎㅎ
 
파타고니아 특급 열차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이제 보니 루이스 세풀베다는 남자이고, 먹물이었다.
당연한 일인데, 그걸 여태 깨닫지 못했다.
남성성이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 교육받고 살다 보니,
예민하게 굴지 않으면 ‘당연한 일’로 취급되는 일 중에서
그건 당연한 게 아니라 남성적인 생각과 판단에 따른 일일 뿐이란 걸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뭐, 봐줄 만하다. 나에게 파타고니아를 보여주었으니까.
파타고니아를 그리워하게 해주었으니까.
[세상 끝으로의 항해](열린책들에서 [지구 끝의 사람들]로 다시 나온)를 읽었을 때부터
파타고니아는 내게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리운 곳’이 되었다.

작가가 칠레를 떠나게 된 이야기, 떠나서 남미를 떠돈 이야기,
유럽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파타고니아로 온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할아버지의 고향인 스페인 마르토스를 찾아간 이야기...
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사람들 이야기다. 작가가 만나고,
바로 이 작가를 만든 사람들.
저항, 자유와 자신감, 그리고 자연 앞에서 삼가는 태도가
마치 핏속에 흐르는 유전자와 같은 사람들.
팔라시오스 기장, 그는 어디로 갔을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인 [연애소설 읽는 노인]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그는.
"파타고니아 특급열차"는 이제 없어졌다고 한다.
아, 예전에 수원과 인천을 다니던, 수인선 같았을 것 같은 그 열차는
이제 수인선처럼 영영 탈 수 없겠지.

사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내 이따위 생각은 환상일 뿐일지 모르지만,
내게도 꿈꾸는 건 허락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 책은 꿈을 좇아 힘들게 몸을 놀린 기록이니까.

공화파, 혹은 사회주의자, 혹은 아나키스트인 할아버지는
스페인 파시스트 정부를 피해 남미의 칠레로 도망쳤고,
손자는 반대로 칠레의 독재 정부를 피해 남미를 떠돌다 스페인으로 간다.
그러나 손자에게 고향은 칠레임이 틀림없다.
그가 할아버지의 고향인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마르토스에서 자신의 ‘뿌리’를 만났다 해도.
그랬으니까 [귀향]이란 소설을 썼을 것이다.
마르토스는 할아버지의 꿈이 시작된 곳이니까, 그곳은 ‘꿈’의 상징이니까.

이 책에서 알게 된 새로운 작가, 브루스 채트윈.
그가 쓴 [파타고니아], 찜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평화만들기 - 젊은 만화작가 14인의 유쾌한 상상
강도영, 강성수, 고경일, 김미영, 박순구, 변병준, 신명환, 심차섭, 윤태호, 이우일, 장미영(도대체), 정은향, 홍승우, 홍윤표 (지은이) | 바다출판사



정   가 : 8,500원
출간일 : 2003-07-21 | ISBN(13) : 9788955611946  
반양장본 | 160쪽 | 217*170mm


평화 = 반전, 일까?
전쟁이 없으면 평화로운 걸까?
평화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을 발전시켜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젊은 만화작가 14인의 유쾌한 상상’이란 부제를 달았지만,
유쾌할 수 없는 작품이 더 많았다.
지구 곳곳의 아픈 현실을 처절히 보여주는 데 유쾌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아픔 그대로, 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통쾌한 역전이나 자유로운 꿈을 펼쳐주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김미영의 <반전>, 홍승우의 <우정의 나무>, 도대체의 <전쟁은 없다>는 좋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7-16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