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박현욱 (지은이) | 문이당
정   가 : 9,800원
출간일 : 2006-03-15 | ISBN(13) : 9788974563301
반양장본| 357쪽| 223*152mm (A5신)

작년 겨울, 남편이 동료에게 빌려다 읽으라고 가져다주기에
“왜? 나 결혼시켜 주려고?” 했더니 쪽 흘겨본다.
일부일처제란 인간의 자유로운 감정 모색을 억압하는 제도이고,
가부장적 일부일처제(하긴 인간의 일부일처제라는 게 원래
가부장제 사회에만 있다)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 일부일처제 가족 간에 형성되는 유대감은 논외로 치고
(사실 어떤 형태의 가족이더라도 그 안에는 유대감이 생기게 마련일 테니
‘부부 간,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이 일부일처제 가족만의 장점이랄 수도 없겠다),
일단 이 사회에서 결혼의 규칙을 잘 지키자면
인간관계가 엄청 제한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구도, 곧 ‘한 여자와 두 남편’이란
그다지 혁명적인 대안 같진 않다.
흔히 볼 수 있는 양다리, ‘한 남자와 두 애인’을 성별만 바꿔놓은 게 아닌가.
그리고 이 여자와 연애하고 결혼하고, 
여자가 다른 남자와 다시 결혼하면서
두 결혼을 모두 유지할 것을 고집하는 전 과정에 걸쳐,
이 소설의 화자인 남자(첫 번째 남편)가 겪는 감정의 변화는
생생하고 잘 이해되는데,
일부일처제의 모순을 논박하며 일처이부제라는 새로운 결혼 형태를 주장하는
여자와 그 두 번째 남편의 말은 그저 책에 나온 논리를 줄줄 외는 것 같고
도무지 살아 있는 인간의 능동적인 이야기 같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
(그리고 솔직히... 남편이 둘씩이나 있으면 아주 피곤할 것 같은데...-.-
시댁도 둘이 되고...)
나에게 해방감을 안겨주려면, 뭔가 다른 꿈이 필요하다.
그게 뭔진 아직 모르겠지만.
소설 중간중간 끼어드는 축구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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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3-1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제목으로 인해 흥미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남자주인공을 통해 반전을 기대하며 끝까지 읽었지만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흐리멍텅하게 맺음된 것이 못내 아쉬웠던 책입니다.
남자입장에서 열 받게 하는 현상도 있었고, 사랑은 분명한 간섭이 필요한 데 간섭하지 말자는 논리로 사랑을 이어가자는 것은 논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자위주의 지나친 에고이즘이라고나 할까...., 오히려 개인주의 였다면 이해가 더 쉬웠을 텐데......

조선인 2008-03-11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쪽 흘겨본다는 표현에 감탄 한 번 하고,
시댁도 둘이 되고 라는 명언에 웃고 갑니다.
잘 지내시죠?

가랑비 2008-03-1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오랜만이어요. ^^ 저는 작년부터 애착과 집착의 차이는 무엇인지, 애정 어린 간섭과 자기결정권 침해는 어디서 갈라지는지 헤매고 있답니다...
조선인님, 그럭저럭 잘 지내요. 아, 조선인님도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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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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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8-01-15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내일 택배로 부칠게요~

2008-01-16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랑비 2008-01-1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기다릴게요~ ^^

가랑비 2008-01-3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아유아유, 고맙기만 한걸요. 작은*에게 본의 아니게 스트레스를 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 봉투에 있는 회사 주소로 보내주시면 돼요. 기다릴게요. 고맙습니다~!
 

허삼관 매혈기 | 원제 許三觀賣血記 (1995) 
위화 余華 yú huá (지은이), 최용만 (옮긴이) | 푸른숲
출간일 : 2007-06-28 | ISBN(13) : 9788971847244  
반양장본 | 350쪽 | 211*141mm | 정가 : 10,000원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헌책방에서 동료에게 선물받았다. 348쪽짜리, 1999년 2월 3일 첫판 1쇄, 2002년 3월 15일 2판 9쇄를 펴냈다고 나와 있다. 이때는 책값이 8000원이었다. 2007년 마지막으로, 12월 30일부터 31일에 걸쳐 읽은 책이다.

가장 좋았던 건, 허삼관이 일락이가 입원한 상해의 병원을 가려고 피를 팔아 가며 여행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 임포 사람들은 그가 한겨울에 찬 강물을 떠먹자 그를 염려하며 그가 청한 대로 소금을 주고, 그가 청하지 않았는데도 따뜻한 차를 세 주전자나 가져다주었다. 백리의 여관에서 만난 노인은 한기에 덜덜 떠는 허삼관의 이불에 조심스레 돼지를 넣어 온기를 보태 주었다. 송림에서 허삼관을 배에 태워 준 래희 래순 형제는 허삼관에게 피를 주면서 “아저씨한테 팔 건데(병원에서 피를 뽑아 허삼관이 수혈하도록 할 건데) 어떻게 물을 마셔(서 피를 묽게 해)요?”라고 말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건, 허삼관이 일락이를 업고 국수를 사 주러 가는 장면. 감동스럽다. 하지만 허삼관이 그 전에 했던 심한 말들이 이 한 가지 행동으로 덮여 버린다. 물론 이 소설은 ‘허삼관 매혈기’인 만큼, 허삼관이라는 사내의 인생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이 사내의 모순, 이기심과 온정, 양심과 의지가 참으로 뜨끈하게, 사람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게, 간결하고도 재미있게 펼쳐진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고통은? 특히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의 감정과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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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4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년 5월 31일 헌책방 ‘숨어 있는 책’에서 [우묵배미의 사랑]을 발견하고, 샀답니다.
지난 10월 말 늦게 떠나는 휴갓길에 읽으려고 챙기면서 생각해 보니, 이 책은 왕룽일가 연작 2권이잖아요. 그래서 1권인 [왕룽일가]를 사려고 눈에 띄는 서점마다 들어가 보았는데, 오래된 책이라 찾기 어렵겠다 싶긴 했지만, 정말 한 군데도 없더군요. 결국 휴가에서 돌아와 도서관에서 빌려 있던 중에 인터넷으로 고래서점이란 헌책방에서 [왕룽일가]를 살 수 있었어요.

[왕룽일가]에는 <왕룽一家> <오란의 딸> <지옥에서 보낸 한철>로 이루어진 왕룽일가 연작과 <지상의 방 한 칸>이란 중편이 실려 있습니다.

[우묵배미의 사랑]에는 <우묵배미의 사랑> <후투티 목장의 여름> <은실네 바람났네>가 실렸고, 끝에 “2부를 끝내면서”란 제목으로  왕룽일가-우묵배미 연작을 마무리하는 작가의 글이 달렸어요.

사람이 사람과 보대끼고 복닥거리며 사는 이야기... 매일매일의 삶이 구불거리는 가락에 장단 맞추다가 때로는 피식 웃기도 하고 박장대소하기도 하고 눈시울이 시큰해지기도 하고 짠한 마음에 주먹을 꼭 쥐어 보게도 되는... 그런 것이 ‘이야기’를 읽는 맛이겠지요. 하지만 역시 ‘남자’의 이야기에는 벽이 느껴져요.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 듣다 보면 안 불쌍한 인간이 없잖아요? 남자들의 푸념은 자, 이 나쁜 놈도 가련한 인간이야, 하며 면죄부를 청하려는 것 같아요. 아, 나쁜 년 이야기도 마찬가지인가?

하지만 필용 씨(왕룽)의 아내, 그리고 왕룽의 며느리인 불광동 새댁, 오란의 딸 미애, 주막집 은실네, 그리고 <우묵배미의 사랑>에 나오는 공례의 꿈은, 사랑은, 욕망은, 작가인 ‘나’나 배일도의 눈과 귀를 거쳐 투영되거나, 남자들이 찧어 대는 입방아를 통해 암시되지요. 아무리 발랄하고 거침없는 미애라도, 자기 입으로 자기 존재를 주장하지 못해요. <우묵배미의 사랑>에선 '나'와 남주인공인 배일도, 그의 처도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하지만, 공례는 배일도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일 뿐이에요. 아마 그런 것은 작가의 깜냥 밖에 있을 테고, 그래서 어쩔 수 없다 여기면서도 이 재미있는 소설을 기꺼이 온전히 좋아하지는 못하네요.

<우묵배미의 사랑>은 2년 전쯤의 나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거예요. 바람둥이 유부남과 순진한 유부녀의 사랑 이야기에 코웃음을 치며, 공례를 어리석다 여기고 안타까워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다 생각되고, “아무 소용 없어요. 마음이란...... 식으면 그뿐이데요?”라는 말에 담긴 애증과 원망에 가슴 저릿합니다. 누군가의 사랑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된다면,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누군가를 지키는 일이 다른 사람을 버리는 일이라면, 어찌해야 할까요.



[왕룽일가] 뒤표지의 작가 박영한 사진. 멋있어요. ^^
[우묵배미의 사랑] 뒤표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왕룽일가]  본문 맨 뒤편의 판권 면. 인지 붙어 있었을 자리가 찢겨져 나갔네요. [우묵배미의 사랑]에는 인지가 제대로 붙어 있습니다. 요즘 책에는 인지를 보기 어렵지요.



왕룽一家 | 박영한 지음 | 1988년 2월 15일 초판 인쇄, 1988년 9월 15일 중판 발행 | 민음사 | 3500원

우묵배미의 사랑-왕룽一家 2 | 박영한 지음 | 1989년 7월 10일 초판 펴냄, 1989년 7월 20일 3쇄 펴냄 | 민음사 |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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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1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구 끝의 사람들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절판


그에게 국적을 따지는 것은 비글 해협 연안의 픽튼 섬, 레녹스 섬, 누에바 섬에 서식하는 물개나 기러기나 펭귄에게 아르헨티나 출신인지 칠레 출신인지를 묻는 거나 다름없는 어리석고 부질없는 짓이었다.-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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