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쯤 된 것 같아요. 다른 생각을 도무지 할 수 없었던 시간이.
이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기분...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사실은 아직 그 거울이 투명하게 보이지도 않아요.
뭔가를 얻고, 또 뭔가를 잃고...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도 아직 모르는...
그런 상태입니다.

아, 회사는 잘 다니고 있고요. 가정도 그럭저럭 무탈합니다. ^^
그러나 내 안에,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났어요.
지금 거울에 비치는 내가 굉장히 낯설고, 조금... 쓸쓸합니다.

아, 이럴 때 만날 술친구도 만들어놓지 못했구나, 하는
허전한 기분.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다시 제자리 찾아갈 거예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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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0-1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오셨는데 그간 뭔가 일들이 많으셨던듯...
뭐라 말씀드리기는 힘드네요. 그냥 힘내세요.

2008-10-15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8-10-15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이네요 :-)

2008-10-15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8-10-1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가랑비 2008-10-15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고맙습니다. 저는 제가 보낸 시간에 자꾸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부질없는 습관이 있어서요. 그냥 놓아버릴 줄을 모르나 봐요. 흘려보낼 줄을 모르나 봐요.
10-15 00:04 속닥님, 앗, 제가 1년 반 전에도 이랬나요? 이런... 보고 싶어요.
라주미힌님도 보고 싶어요. 정말루.
10-15 09:23 속닥님, 하핫, 부지런해져야겠네요. 고맙습니다. 하, 하지만 자기 전에 30분 빠르게 걷기라니... 으윽.

가랑비 2008-10-15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 언니, 고마워요. ㅠ.ㅠ

울보 2008-10-15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뵈어요,
벼리꼬리님,,
잘 지내셨군요
저도 요즘 많이 힘든시기를 보냇는데 만나서 술마실 친구가 없네요,,제가 술을 못해서 ㅎㅎ

가랑비 2008-10-15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오랜만이에요. 다정하고 맘 약한 우리 울보님은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티실까...

가랑비 2008-11-03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나침반님, 고마워요. 이제는 덧입고 더 커진 모습보다는 버리고 더 가벼운 모습이 되고 싶어요.

새벽별 2008-11-05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제야 뒤늦은 댓글 보탭니다. 힘내셔요. 사는 게 다 그런 것 같습니다...

가랑비 2008-11-05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고마워요. 아, 사는 게 다 그런가요? 어쩌지...
 



카트린 M의 성생활 | 원제 La Vie Sexuelle de Catherine M. 

카트린 밀레 Catherine Millet, 2001 (지은이), 이세욱 (옮긴이) | 열린책들
출간일 : 2001-12-20(초판 1쇄), 2003-2-20(초판 5쇄)
ISBN(13) : 9788932904634
양장본| 334쪽| 196*126mm

전에 마냐님이 방출한, 아마 2003년에 아담한 양장본(이른바 열린책들 판형)으로
재출간된 책을 받아 가지고 있었는데, 작년 4월에 헌책방 온고당에서
양장본 아닌 초판본(신국판)을 동료에게서 선물받았다.
동료 왈, 이 책을 읽고 성해방을 이루라고. -.-
그래서 같은 책을 두 권 가지게 된 셈인데,
지난해 말, 올 초에 걸쳐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아버지(남자) 이야기를 읽고 났더니
여자 이야기가 읽고 싶어서 펴 들었다.

20대까지 성관계를 매우 두려워했고, 마흔이 다 되도록
성을 툭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워하던 나에게
꽤 필요한 책이었다. 인간행동의 하나로, 거리를 두고
담담히 볼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자유의사로, 서로 배려하면서 하는 일이라면,
그게 항문섹스든 그룹섹스든 스와핑이든 각자의 취향일 뿐이다.
금기는 무지의 소산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게 실제로 무엇인지도 모르고, 모르기에 두려워 피하는.
성관계의 자세나 방법을 상상할 때 매우 흥미롭기도 했지만
줄창 섹스 이야기만 나와서, 나중에는 좀 지겨워지기도 했다.^^

어쨌거나 나는 불특정 다수와 맺는 ‘자유분방한 관계’보다는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좀더 ‘충실한 관계’가 더 좋다.

카트린 M과 나의 공통점을 두 가지 발견했는데, 하나는 공간에 대한 집착이다.
카트린과 애인 자크(나중에 남편이 된다)는 사랑하여 함께 살게 된 뒤에도
서로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겼지만,
“우리의 추억이 서린 친근한 풍경 속에”(109쪽)
다른 여자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느끼면 격심한 고통을 느낀다.
“우리의 살이 닿은 물건이나 우리가 내밀한 목적으로 사용했던 물건은 어느 것이나 확장된 우리 몸의 일부이며 감각 능력이 있는 보철 기구 같은 것이다. 어떤 사람이 없을 때에 그의 살이 닿은 물건을 만지는 것은 간접적으로 그 사람을 침해하는 것이다.”(232-233쪽)

그리고 편집자로서 취하는 자세도 비슷한 것 같다.
“나에게는 도달해야 할 목표가 없다. 있다면 남들이 나에게 부여한 목표들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단 목표가 주어지면, 나는 대단히 성실하고 끈기 있게 그것을 추구한다. ......
나는 편집부에서 내가 하는 역할을 항구가 어디 있는지 아는 안내자로 생각하기보다는 레일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기관사와 같다고 느낀다. 나는 섹스도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했다. 나는 어떤 고정관념에 매여 있지 않았고,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도달해야 할 이상을 설정하지 않았다.”(41쪽)

하지만 나는, 사랑에서는 어떤 ‘이상’을 설정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그리고 가끔 부당한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점도 비슷하다.
“부당함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 부당함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부당성에 대한 몰이해라고 정의한 그런 상태에 빠지게 되면,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부당하다는 느낌조차 갖지 못한다.”(106쪽)

여기 적은 쪽수는 모두 양장본의 것이다. 양장본 표지의 M자를 보면,
사람이 손바닥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자세가 연상된다.
카트린 M이 섹스할 때 즐겨 취하는 자세다. ^^

아무튼 마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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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박현욱 (지은이) | 문이당
정   가 : 9,800원
출간일 : 2006-03-15 | ISBN(13) : 9788974563301
반양장본| 357쪽| 223*152mm (A5신)

작년 겨울, 남편이 동료에게 빌려다 읽으라고 가져다주기에
“왜? 나 결혼시켜 주려고?” 했더니 쪽 흘겨본다.
일부일처제란 인간의 자유로운 감정 모색을 억압하는 제도이고,
가부장적 일부일처제(하긴 인간의 일부일처제라는 게 원래
가부장제 사회에만 있다)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 일부일처제 가족 간에 형성되는 유대감은 논외로 치고
(사실 어떤 형태의 가족이더라도 그 안에는 유대감이 생기게 마련일 테니
‘부부 간,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이 일부일처제 가족만의 장점이랄 수도 없겠다),
일단 이 사회에서 결혼의 규칙을 잘 지키자면
인간관계가 엄청 제한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구도, 곧 ‘한 여자와 두 남편’이란
그다지 혁명적인 대안 같진 않다.
흔히 볼 수 있는 양다리, ‘한 남자와 두 애인’을 성별만 바꿔놓은 게 아닌가.
그리고 이 여자와 연애하고 결혼하고, 
여자가 다른 남자와 다시 결혼하면서
두 결혼을 모두 유지할 것을 고집하는 전 과정에 걸쳐,
이 소설의 화자인 남자(첫 번째 남편)가 겪는 감정의 변화는
생생하고 잘 이해되는데,
일부일처제의 모순을 논박하며 일처이부제라는 새로운 결혼 형태를 주장하는
여자와 그 두 번째 남편의 말은 그저 책에 나온 논리를 줄줄 외는 것 같고
도무지 살아 있는 인간의 능동적인 이야기 같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
(그리고 솔직히... 남편이 둘씩이나 있으면 아주 피곤할 것 같은데...-.-
시댁도 둘이 되고...)
나에게 해방감을 안겨주려면, 뭔가 다른 꿈이 필요하다.
그게 뭔진 아직 모르겠지만.
소설 중간중간 끼어드는 축구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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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3-1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제목으로 인해 흥미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남자주인공을 통해 반전을 기대하며 끝까지 읽었지만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흐리멍텅하게 맺음된 것이 못내 아쉬웠던 책입니다.
남자입장에서 열 받게 하는 현상도 있었고, 사랑은 분명한 간섭이 필요한 데 간섭하지 말자는 논리로 사랑을 이어가자는 것은 논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자위주의 지나친 에고이즘이라고나 할까...., 오히려 개인주의 였다면 이해가 더 쉬웠을 텐데......

조선인 2008-03-11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쪽 흘겨본다는 표현에 감탄 한 번 하고,
시댁도 둘이 되고 라는 명언에 웃고 갑니다.
잘 지내시죠?

가랑비 2008-03-1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오랜만이어요. ^^ 저는 작년부터 애착과 집착의 차이는 무엇인지, 애정 어린 간섭과 자기결정권 침해는 어디서 갈라지는지 헤매고 있답니다...
조선인님, 그럭저럭 잘 지내요. 아, 조선인님도 보고 싶은데...
 

가장 최근 페이퍼 비밀댓글 좀 봐주시어요.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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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8-01-15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내일 택배로 부칠게요~

2008-01-16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랑비 2008-01-1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기다릴게요~ ^^

가랑비 2008-01-3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아유아유, 고맙기만 한걸요. 작은*에게 본의 아니게 스트레스를 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 봉투에 있는 회사 주소로 보내주시면 돼요. 기다릴게요. 고맙습니다~!
 

허삼관 매혈기 | 원제 許三觀賣血記 (1995) 
위화 余華 yú huá (지은이), 최용만 (옮긴이) | 푸른숲
출간일 : 2007-06-28 | ISBN(13) : 9788971847244  
반양장본 | 350쪽 | 211*141mm | 정가 : 10,000원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헌책방에서 동료에게 선물받았다. 348쪽짜리, 1999년 2월 3일 첫판 1쇄, 2002년 3월 15일 2판 9쇄를 펴냈다고 나와 있다. 이때는 책값이 8000원이었다. 2007년 마지막으로, 12월 30일부터 31일에 걸쳐 읽은 책이다.

가장 좋았던 건, 허삼관이 일락이가 입원한 상해의 병원을 가려고 피를 팔아 가며 여행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 임포 사람들은 그가 한겨울에 찬 강물을 떠먹자 그를 염려하며 그가 청한 대로 소금을 주고, 그가 청하지 않았는데도 따뜻한 차를 세 주전자나 가져다주었다. 백리의 여관에서 만난 노인은 한기에 덜덜 떠는 허삼관의 이불에 조심스레 돼지를 넣어 온기를 보태 주었다. 송림에서 허삼관을 배에 태워 준 래희 래순 형제는 허삼관에게 피를 주면서 “아저씨한테 팔 건데(병원에서 피를 뽑아 허삼관이 수혈하도록 할 건데) 어떻게 물을 마셔(서 피를 묽게 해)요?”라고 말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건, 허삼관이 일락이를 업고 국수를 사 주러 가는 장면. 감동스럽다. 하지만 허삼관이 그 전에 했던 심한 말들이 이 한 가지 행동으로 덮여 버린다. 물론 이 소설은 ‘허삼관 매혈기’인 만큼, 허삼관이라는 사내의 인생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이 사내의 모순, 이기심과 온정, 양심과 의지가 참으로 뜨끈하게, 사람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게, 간결하고도 재미있게 펼쳐진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고통은? 특히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의 감정과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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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4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