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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숨은아이 > 둘이 함께 하고 싶습니다_박치기!





우연찮게 만난 재일 한국인 여성 사학자께서 보라고 추천한 영화입니다.
때는 1968년. 바로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서, 좀 감상적인 시선도 용납되는 듯합니다.
살짝 신파거든요.
영화 속에 표현된 재일 한국인(혹은 조선인) 고등학생들은 어둡지 않습니다.
역사의 흐름에 수동적인 피해자(희생자)만도 아닌,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낸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나 영화 [GO]에서도 그랬지만,
폭력은 ‘한국(조선) 남자’라는 정체성의 일부인 듯합니다.
[박치기]에서 보면, 말썽은 항상 일본인 남성 쪽이 먼저 일으킵니다.
그럼 조선인 남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박살을 내버립니다.



그래서인지 여주인공이랄 수 있는 경자(조선인 여학생),
누구보다 씩씩한 강자(동생들을 돌보고자 조기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한다),
홀로 경자와 안성 남매를 키우는 어머니가 있음에도,
이들 조선인 사회는 매우 남성적으로 느껴집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영화 [GO](소설은 아직 못 읽었기 땜시)의 주인공 같은
정체성의 혼란은 덜합니다. 이들은 일본과 부딪혀서 살아남아야 할 조선인이라는 의식이
강합니다. 경자는 코우스케에게 “나랑 사귀면 조선인이 될 수 있어?” 하고 묻습니다.
아직 북송선이 오가고, 차별은 좀더 심했던 때였기 때문이겠지요.

조선고등학교 남학생들과 히가시고 남학생들은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서로 을러대지만(싸움은 무승부),
일본인인 모모코는 안성(경자의 오빠)의 아이를 낳고
안성은 모모코와 자기 아들을 위해 자신의 계획(북조선에 가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을 포기합니다.
(이때는 1968년. 그리고 1966년에 북조선이 월드컵 8강에 들어 파란을 일으켰죠.)
그리고 이 영화의 남주인공인 일본인 남학생 코우스케는
자신의 이름이 ‘강개’라는 조선식 발음으로 불리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경자의 짝이 되기를 소망하지요.



어디든지 배타적인 사회에서는 이주민 혹은 이주민의 혈통을 이은 사람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곤 하지요.
한국에서도 혼혈인에게 “미국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일본에서도 재일 조선인(한국인)들에게 “조선으로 돌아가!”라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을, 일본을 이미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에게
마치 있어선 안 될 곳에 있는 듯이 등을 떠밉니다.
이 영화는, 등을 떠미는 손을 잡으며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 터뜨리는 청춘 영화답게 꽃미녀 꽃미남이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코우스케가 서투른 한국어 발음으로 [임진강]을 부르는 모습은
이쁘기 그지없습니다.



간절히 소통을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코우스케가 조선말로 열심히 "둘이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듯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산에서 밀항한 것으로 나오는 남한 청년의 한국어 발음이
재일 한국인 수준으로 서툴렀다는 것. ^^


제목 :  박치기! (パッチギ!: We Shall Overcome Someday, 2004)
원안 : 마츠야마 타케시「소년M의 임진강」  
감독 :  이즈츠 카즈유키
출연 :  시오야 슌, 타카오카 소우스케, 사와지리 에리카  
기타 :  2006-02-14 개봉 / 118분 / 드라마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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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07-0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 안 계셔서, 서운해서 퍼왔어요. 흑흑.

가랑비 2006-07-05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나침반님, 드뎌 댓글을 달아주셨군요. 반가워요. 덥석. ㅠㅂㅠ (기쁨의 눈물)
둘이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치만 FTA하고는 함께 하고 싶지 않아요. ㅎㅎ

가랑비 2006-07-0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미있죠, "다양성"과 "자치"를 향한 외침이 민족주의와 겹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

그로밋 2006-07-07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엄청 기대하고 봤는데, 아기 달래느라 중간중간 끊었더니 감흥이 영~~~ -_-;;; 글구는 영화보다 소설이 더 재밌더라구요. 곱씹어보는 재미때문에 그런가봐요. 참, 님. 잘 지내고 계시죠?????

가랑비 2006-07-07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로밋님,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와락.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전 7권)를 4년 전에 처음 읽었을 때는,
나우시카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이 참 힘들었습니다.
나우시카와 사람들 하나하나의 감정에 그대로 들어가려고 했기 때문일까요.
(그때 쓴 독후감은 http://www.aladin.co.kr/blog/mypaper/450091)

이번엔 두 번째로 읽어서인지 아니면 나이 든 탓인지(몇 년 전부터
눈물은 헤퍼졌는데 감정이입은 도리어 잘 안 된다는... -.-)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전에는 힘겹기만 하던 여정을 재미를 느껴 가며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읽은 내용을 다 잊은 건지 아니면 처음에 헛읽었던 건지 몰라도,
아, 나우시카가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고 비로소 알게 된 기분이 듭니다.
만화책 [나우시카]가 영화 [나우시카]보다 더 깊고 넓다는 건 알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나우시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본격적인 시작이고
[모노노케 히메]는 그의 완성’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나우시카]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거예요.

인간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을 보다 보면,
인간은 그 존재 자체가 오염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 생각에서 허무가 시작됩니다.
허무는 포기로 이어지든가 열정으로 이어지든가 합니다.
인간이 그대로 사라지도록 내버려둬,
아니면
인간을 통째로 바꿔버리자!

열정은 모든 것을 일관된 한 가지 계획에 다 담으려는 욕심을 낳고,
똑똑한 소수 인간이 전체 역사를 완벽하게 계획대로 바꿀 수 있으리라는
오만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계획대로 착착 움직이기엔 너무 많고 다양하며 또 어리석고 개성 넘치는
인간의 역사는 늘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지요.

그러면 포기해야 할까. 그러나 내 존재에 대한 자긍심을 포기하면
모든 생명을 아끼고 두려워하는 자세까지 같이 버려지는 게 아닐까.

나우시카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습니다.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는 삶이란,
꼭 인간의 역사와 문명을 통째로 부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적어도 인간이 처음 문명과 역사를 만들어낼 때에는,
그 역시 자연에 대한 반응이었을 것입니다.
자연이 내놓은 과제에 대한 대답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나우시카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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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6-28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나우시카를 읽었을때 받았던 감동을 생각나게 하는 글이군요..^^
리뷰로 올리시지 그러셨어요..

가랑비 2006-06-28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리뷰로 한 번 올려서요. ^^ 공감해주셔서 고마워용.

로드무비 2006-06-2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두 번 읽고 리뷰를 올리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가랑비 2006-06-2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생각이랑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거요. ^^

반딧불,, 2006-07-1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도 아직도 참 그림들이 무서워요.
차라리 영화는 덜...;;

가랑비 2006-07-18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그렇지요, 영화는 참 예쁜데, 만화책은 좀 힘들어요. ^^
 

  발레소녀 카트린 | 원제 Catherine Certitud(1988) 
파트릭 모디아노 Patrick Modiano (지은이), 장 자끄 상뻬 (그림), 이세욱 (옮긴이) | 열린책들

1996년 8월 16일 초판 2쇄를 찍은, [까트린 이야기]라는 책을 산 것은 그해 9월 2일이다. 그 뒤 난 이 책을 조카에게 선물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2005년 2월 18일에 [발레소녀 카트린]이란 제목으로 나온 신판을 또 샀다. 판권에 2003년 3월 20일에 찍었다고 되어 있는 신판 2쇄를. 그런데 작년에 이사한 후 책을 정리하면서 [까트린 이야기]를 내가 여전히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 쿵...

규율을 강조하는 답답한 어른에게, 때로 꽤나 당돌하게 대하는 어린아이, 그리고 그 어린아이를 이해해주는 어른. 성장소설에 거의 항상 나오는 구도인 듯하다. 그래서 성장소설을 읽으면, 얌전하지만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어른인 내가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문득 ‘엄마’나 ‘숙모’, ‘선생’의 처지에서 보면 군밤이라도 먹여주고 싶을 만큼 주인공인 아이가 얄밉기도 하다. 그렇다면 성장소설의 미덕은 어른인 나와 어린 시절의 나를 자꾸 대화하게 만드는 것이겠구나.

[까트린 이야기]에서 좋았던 것은, 안경을 벗고 세상을 보면 “세상은 더 이상 꺼슬꺼슬하지 않”고, “뺨을 대면 스르르 잠을 불러 오던 커다란 새털 베개만큼이나 포근포근하고 보들보들”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점이다. 나는 눈이 지독하게 나빠서, 안경을 벗으면 30센티미터 앞에 있는 것도 흐릿하게 보이는데, 늘 그것이 답답했다. 세상을 맑고 또렷하게 보지 못하는 게 억울했다. 하지만 안경을 벗고 보는 흐릿한 세상은, 분명 까칠하지 않고 보얗다. 세상의 딱딱한 모서리가 눈을 아프게 할 때면 잠시 안경을 벗고 보얗게 봐줘야지.

 

왼쪽에 있는 것이 초판, 오른쪽에 있는 것이 가로 너비를 1.5센티쯤 늘린 신판이다.



뒤표지. 역시 왼쪽 것이 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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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05-3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깜한 데서 벌레먹은 복숭아 먹는 것처럼. ^^ 하지만 안 보이는 게 아니라, 흐릿하게 보이는 건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이야기겠죠. 요즘 "경계인"이라는 말에 매력을 느끼고 있슴다. 호호.

반딧불,, 2006-05-3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릿한 세상은 제가 보는 세상.
(안경은 늘상 잊어버리는 인간 올림)

가랑비 2006-05-3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는 안경을 잘 깨먹는데! ^^;

가랑비 2006-05-3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요, 지구가 저를 너무 사랑하나 봐요. 어찌나 세게 끌어당기던지. :p
 

  반혼사(返魂師, 전 7권)
김태연 (지은이) | 서울문화사(만화) | ISBN : 895324160X | 188*128mm(B6)

1권 2003. 6. 1. 출간/값 3,500원
2권 2003. 10. 10. 출간/값 3,500원
3권 2004. 1. 15. 출간/값 3,800원
4권 2004. 4. 28. 출간/값 3,800원
5권 2004. 8. 31. 출간/값 3,800원
6권 2005. 3. 10. 출간/값 3,800원
7권 2005. 6. 30. 출간/값 3,800원
 
처음 읽었을 때는 인물 그림이 뭔가 덜 완성된 느낌이었다. 입체감과 깊이가 없다고 할까.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보다는... 그래, 좀 낫다. -.-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림이 나아졌다.

그러나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평이해진 느낌이다. 그 동안 이어진 이야기들은 선한 마음의 작고 절묘한 선택이 빚어낸 아름다운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결말에 큰 음모가 드러나고 해소되는 과정은, 글쎄... 블록버스터를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천하무적 화륜강은 썩 마음에 드는 주인공은 아니었다. 앉아서 천 리를 보고, 저승과 이승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도대체 화륜강의 손에 걸리면 안 되는 일이 없다. 도움이 필요한 이를 무심하게 돕는 것은 멋있지만.

2004년 8월 31일 발행된 5권 뒷부분의 광고 면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궁] 6권 광고인데, 맨 위 왼쪽에 “궁의 드라마화!! 드디어 실현!! 2005년 KBS 드라마 방영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하하, 그런데 어찌해서 2006년 MBC에서 방영하게 되었을까.

작년에 날개님 댁에서 판다님 댁을 경유해 한 박스 날아왔던 만화들 중 마지막으로 읽은 것. 날개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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