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의 한계 논쟁
마사 너스봄 외 지음, 오인영 옮김 / 삼인 / 2003년 6월
품절


교육적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가 세계 시민이라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세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배우는 것이다. 또 공평무사하고 세계적으로 되는 것과 자신의 협소한 이익을 옹호하는 것은 서로 대립되는 태도가 아니라 복잡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는 태도임을 배우는 것이다.―임마누엘 월러스타인, "애국주의도 아니고 세계시민주의도 아니다"
-173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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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 애국주의와 세계시민주의의 한계 논쟁
마사 너스봄 외 지음, 오인영 옮김 / 삼인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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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두 가지 삶(La Double Vie De Veronique, 1991)]이란 영화가 있다(한국 개봉 제목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베로니카라는 여자가 폴란드와 프랑스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두 여자는 서로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난, 완전한 남남이다. 외모도 같고 감성도 같은 두 여자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지만, 어딘가 두 사람을 연결하는 끈이 있는 듯 폴란드의 베로니카가 갑자기 죽을 때 프랑스의 베로니카도 왠지 모를 아픔을 느끼며, 두 베로니카가 끌리는 대상도 서로 비슷하다.(이 영화 원제를 확인하려고 네이버에서 검색했더니 성인 인증 화면이 뜨더라. 참나, 이 영화가 왜 성인 인증 대상이지?! ‘이중생활’이란 묘한 단어 때문이겠지? -.-)

나는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에서 “우리가 태어난 장소라는 우연은 바로 우연, 그것도 하나의 우연일 뿐이다. 우리는 어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아 이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일본이나, 베트남이나, 쿠르드족의 아이로 태어날 수도 있었다. (물론 소나 말로 태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여기선 일단 ‘인간’으로 한정하자.) 그렇다면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아닌 남은,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난 ‘나’다. 내가 칼에 찔리면 아프고 자칫하면 죽듯이,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난 다른 ‘나’들도 칼에 찔리면 아프고 자칫하면 죽는다. 다른 나라 군대가 나와 내 가족, 친지들을 괴롭히면 분노가 일듯이 그들도,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나’들도 내 나라 군대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분노한다. 그런데 나는,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 사실을 자주 잊는다.

마사 너스봄은 바로 이런 전제에 따라, ‘나’는 근본적으로 어느 나라 국민이기 전에 세계의 한 시민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학교에서는 애국자를 길러내려 하지 말고 ‘세계시민주의 교육’을 실시하자고 한다. 이 책은 마사 너스봄의 이러한 제안(1부)과, 이 제안에 반응한 열여섯 명의 반론이나 보론(2부), 그리고 다시 그 반론이나 보론에 대해 마사 너스봄이 응답한 글(3부), 이렇게 열여섯 편을 한데 묶은 것이다. 마사 너스봄의 애초 제안은 다소 추상적이고 그래서 좀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열여섯 명의 반론이나 보론을 읽으며 되새기다 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이 발전하게 된다. 응당 구별해야 할 세계시민주의와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의 경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다만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글쓴이가 이야기하는 방식이 본래 그런지 특히 2부의 글 첫 세 편을 읽는 데는 아주 애먹었다. 콰미 앤서니 애피아의 글은 처음엔 잘 읽히다가, 중간 무렵부터 그 문단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한눈에 이해되지 않았다. 각각 철학이나 정치학, 문학 교수인 글쓴이들의 지적 배경을 모르는 탓일 수도 있겠지만, 워낙 영문이란 대명사 it 하나를 어떻게 옮기느냐에 따라 문장이 확 달라지는 법, 번역이 매우 친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1부와 3부는 읽기 쉬운 편이다.

딱딱한 문장을 오래 읽기 싫은 사람에게는 다 읽을 필요 없이 1부, 2부 중 세 편 곧 콰미 앤서니 애피아의 “세계시민주의적인 애국자”와 일레인 스케리의 “타자 상상하기의 어려움”, 임마누엘 월러스타인의 “애국주의도 아니고 세계시민주의도 아니다”, 그리고 3부, 이렇게 다섯 편만 읽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 밖의 글에서도 물론 나름대로 생각의 씨앗을 건질 수 있다. 하지만 세계시민주의를 논박하는 글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미국’이란 나라가 어찌나 세계시민적인 도덕과 가치를 바탕으로 해서 세워졌으며 그 헌법이 얼마나 도덕적인지, 슬쩍 비위가 틀리면서 그러면 오늘날 미국이 세계에 하는 짓이 왜 그 모양이냐고 묻고 싶어진다.
 
마사 너스봄이 근본적으로 충성해야 할 대상은 ‘인류’라며 하도 ‘인류애’와 ‘도덕’을 강조하기에 너무 인간중심적인 생각 아닌가 했는데, 마사 너스봄도 3부에서 “비판자들 중 어느 누구도 내가 인간의 도덕적 요구에 초점을 맞춘 이유를 묻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도 놀랐다”고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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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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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도시(City of Glass)’ ‘유령들(Ghosts)’ ‘잠겨 있는 방(The Locked Room)’이란 세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유리의 도시’를 읽으며 ‘유리’라는 것이 유리(琉璃)일까 유리(遊離)일까 궁금해져서 아마존에 가 확인해보니 Glass, 곧 유리(琉璃)가 맞았다. 유리(遊離)였다면 더 이해하기 쉬울 뻔했는데.

‘유리의 도시’에는 ‘작가’로 지목되는 사람이 네 명 나온다. 퀸, 폴 오스터, 나, 그리고 실제 인물인 폴 오스터. 작중에 폴 오스터가 한 말에 따르면 [돈키호테]의 작가도 세르반테스 → 시드 아메테 베넨겔리 → 산초(와 그를 도운 이들), 돈키호테 그 자신으로 짐작된다. 돈키호테가 왜 이런 복잡한 경로를 거쳐 소설을 발표했을까? 결국은 ‘재미’ 때문이라는 게 작중 폴 오스터의 말이다. 그렇다면 뉴욕 3부작의 돈키호테는 퀸, 산초 판사는 (작중) 폴 오스터, 시드 아메테 베넨겔리는 나, 세르반테스는 실제 인물인 폴 오스터가 되나?

‘잠겨 있는 방’의 팬쇼는 여러모로 퀸과 중첩된다. 퀸은 자기 이름으로 꽤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지만, 아내와 아이가 죽은 뒤로는 정체를 숨기고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발표하며 살아간다. 팬쇼는 친구인 ‘나’에게 자기 아내와 아이, 자신이 그동안 써온 작품들을 ‘맡기고’ 사라진다. 퀸은 빨간 공책을 남긴 채 사라지고, 팬쇼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넘긴 것도 빨간 공책이다.

‘유리의 도시’의 주인공 퀸과 ‘유령들’의 주인공 블루는 어쩌다 사건에 휘말려 스스로 사라지기를 택하게 된다. 그런데 사라지는 곳이란 게 그냥 도시의 부랑자가 되는 것, 평범하고 아늑한 방을 계속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그저 생활 터전을 옮겼을 뿐인데, 그것이 그들을 아는 사람에게는 ‘사라짐’이 된다. ‘잠겨 있는 방’은 거꾸로 사라져버린 팬쇼를 ‘나’가 추적하는 이야기다.

‘유령들’과 ‘잠겨 있는 방’에 공통되는 장면, 사라진 당사자, 곧 블루, 팬쇼는 길거리를 당당히 활보하고, 활보하다가 잘 아는 사람(약혼녀, 팬쇼를 추적하는 ‘나’)과 마주치는데, 약혼녀와 ‘나’는 그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리의 도시’에서도 퀸은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길거리에 은신했는데,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라진 사람은 어디 먼 섬나라나 오지가 아니라 도시 속에 있었다.

폴 오스터라는 사람을 찾는 전화가 집에 자꾸 걸려 오는 바람에, 퀸이 어쩌다가 폴 오스터라는 ‘탐정’ 행세를 하게 되었다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이야기 속으로 사라진 작가(그런데 퀸은 추적자인가 도망자인가?), 작가의 조종과 감시를 거부하는 주인공(그런데 과연 ‘유령들’의 작가는 블루인가 블랙인가?)을 거쳐, 실제 폴 오스터의 젊은 날 행적([빵굽는 타자기]와 [고독의 발명]에 나오는)을 연상케 하는 팬쇼의 삶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팬쇼가 문을 잠그고 세상을 피해 들어가 있었던 방은, ‘나’의 머릿속이라지 않는가? ‘나’는 팬쇼를 가두어버리고, 이제 벗어나고 싶었나 보다.

그리하여 마지막에 남은 것도 정체성의 문제. 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사람이 아닌 것.

이 책을 샀을 때(2003년 9월 5일 알라딘에서 택배로 받았다)는 정가가 9500원이었는데 그동안 300원 올랐군. 저작권 표시를 보니 원작은 1985, 1986년에 씌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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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1-0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리로 읽었다가 머리를 쥐어뜯었는데 다시 만화까지 봤다는...

가랑비 2006-11-0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만화도 있는 줄 몰랐네요. 건 그렇고, 춤추는 만두 이름표 구여워요. ^^
 
너도 하늘말나리야 - 성인용 푸른도서관 5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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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이야기로구나.
한 번에 읽어치우기 아까울 만큼.
출퇴근길에 야금야금 읽으면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다 읽어가는 게 아까웠다.

자기를 힘들게 한 엄마(엄마 때문에 힘들게 되었다고 생각했으므로)를
힘들게 하고 싶었던 미르,
자기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미르가
반 아이들의 미움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소희,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던 엄마의 사랑을 잃고는
이해받지 못할 바에야 말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해버린 바우.

이들 세 아이가 투명하게 서로의 마음을 만날 수 있었던 건,
그래, 늘 곁에 있으면서 한 번씩 돌아보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사랑은 노력이니까.

미르는 엄마하고만 같이 살고, 소희는 할머니하고만, 바우는 아빠하고만 같이 살지만,
그것을 ‘고립’이나 ‘결손’이 아니라,
도리어 한구석이 열려 있는 가족으로 그려냈기에
이 이야기가 더욱 예쁘다.

중간에 인용된 동시 세 편 - "제비꽃", "엉겅퀴꽃", "개망초꽃" - 은
마치 동화의 가지에 피어난 꽃과 같다.
신형건 동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서 인용했다고 한다.

초판 날짜는 1999년 5월 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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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11-05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추석 때 광주 신세계의 영풍문고에서 이 책을 샀을 때는 6500원이었다.
 
LOOK! - 가까이 들여다본 그림 속 그림 이야기 15
길리언 울프 지음, 김혜숙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기대했지만, 뭐 이 정도도 괜찮다.
그림 밖 화가의 눈이 어디 있는지,
그림을 멀리 보거나 가까이 보고, 재빨리 보거나 뚫어져라 들여다볼 때
무엇이 더 보이는지 체험하게 해주니까.
본문 중 "양계장" 그림과 "그릇 닦는 하녀" 그림에서,
중앙에 있는 소녀와 하녀는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고 있다.
아마 자신을 그리는 화가를 쳐다보았나 보다.
덕분에 그림을 보는 나도 이 소녀, 하녀와 눈이 마주친다.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화가의 애정인가 보다.

그냥 그림을 보고 설명을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스케치북을 옆에 끼고서 장마다 작가가 지시하는 대로 그려본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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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1-0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아이들에게는 요정도가 딱 좋아요.
어른의 시점에서가 아닌 아이의 시점인 것이 마음에 들어요.

가랑비 2006-11-0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반딧불님. 아이들은 특히 "줄에 묶인 개의 역동감"을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데, 맞나요? ^o^

반딧불,, 2006-11-0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아십니다^^

조선인 2006-11-03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또 당했당. ㅠ.ㅠ

가랑비 2006-11-0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만화 같잖아요, 그림이. ^^
새벽별님, 아하하, 꼬옥~!
조선인님, ㅎㅎㅎ 혹시 제목에 속았다는 이야기여요?

조선인 2006-11-03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보관함이 터지려고 해서요. ㅜ.ㅜ

가랑비 2006-11-04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하루 이틀 일도 아님시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