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십시오, 카레리나에.”

람베르트 씨는 문을 통과하는 것과 동시에 나를 향해 그렇게 말해주었다.

밖에서 볼 때도 생각했지만, 카레리나는 꽤 커다란 도시였다.

람베르트 씨에게 물어보니,

레온하르트 왕국에서도 다섯 번째로 커다란 도시라고 자랑하듯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람베르트 씨네 집안은 카레리나에서 대대로 장사를 하고 있는 모양으로,

람베르트 씨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한 만큼 카레리나를 정말 좋아한다고 역설했다.

도시에 들어오기까지 두 시간 가까이 줄을 서 있어야 했지만,

막상 문을 통과할 때는 비교적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카레리나에서 오랫동안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람베르트 씨 덕분일 것이다.

페르에 관한 것도 문지기 병사에게 잘 이야기해주었다.

그럼 기사단 초소로 갈까요?”

도적들을 기사단에 넘길 때, 습격받았던 람베르트 씨와 피닉스 멤버들의 증언도

필요할 수 있으므로 우선은 함께 기사단 초소로 향하기로 했다.

기사단 초소는 문 바로 근처에 있었고,

도적을 넘긴 후 람베르트 씨와 피닉스 멤버와 나는 한 시간 정도 사정 청취를 받았다.

각각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제는 없는 것 같군.

도적은 요즘 들어 문제가 되고 있던 흑견(블랙 독)’이라는 도적단이었다.

죽은 흑견의 두목, 자하르란 남자는 도적이 되기 전부터 꽤 나쁜 짓을 하고 다녔는지

현상금이 금화 30닢이나 붙어 있더군. 그걸 포함해서 토벌 보수는, 금화 45닢이다.”

기사단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40대 초반의 갈색 머리 아저씨가 그리 말하며 금화가 담긴 자루를 건네주었다.

도적이라고는 해도 사람의 목숨이 돈으로 바뀌는 세계로구나.

도적으로 전락한 자신들의 자업자득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 후에 람베르트 씨는 가게로 돌아가기로 했고,

피닉스의 멤버들은 모험가 길드에 의뢰 보고를 하러 간다고 하기에 그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고기 조달을 위해서도 우선은 모험가 길드에 가야 했으니까.

그럼, 람베르트 씨. 나중에 가게 쪽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람베르트 씨의 가게는 가방, 지갑, 벨트, 나이프의 칼집 같은 가죽 제품을 팔고 있다고 하여

흥미를 느낀 나는 나중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스이의 정위치인 가방이 심하게 지저분해진 데다 꽤 너덜너덜해졌기 때문이다.

, 공짜로 받은 거니까 말이지. 애초에 중고품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서 이번 기회에 튼튼한 가죽 가방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물건을 본 다음에 정하겠지만. 그리고 스이도 마음에 들어 할 경우에 말이지.

 

◇ ◇ ◇ ◇ ◇

 

피닉스 멤버와 함께 카레리나의 모험가 길드에 왔다.

무척 어두워진 시간대인지라 창구도 그다지 붐비지는 않았다.

나는 피닉스 멤버가 줄을 선 창구 옆에 섰다.

내 쪽의 줄이 조금 더 빨리 줄어들어서 먼저 창구에 도착했다.

실례합니다. 매입을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그렇게 말하고 모험가 길드의 길드 카드를 내밀었다.

, 매입 말씀이군요.”

접수 담당 직원이 그리 말하며 내가 내민 길드 카드를 받아 들었다.

손에 들고 무언가를 확인하던 담당 직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거, 등록이 말소되었네요. 무코다 씨는 G랭크인데,

1개월 이내에 의뢰를 받지 않으셨던 건가요?”

…………, 일정 기간 내에 의뢰를 받지 않으면 모험가 길드에서 등록을 말소한다고 했었지.

아니 그게, 여러 가지 일이 있다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어.

실은,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그만…….”

“G랭크는 기간이 제일 짧아서 종종 그런 분들이 계시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G랭크는 아무튼 의뢰를 닥치는 대로 수행해서 서둘러

F랭크로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기간도 3개월로 늘어나고,

F랭크에서는 그럭저럭 수입이 되는 의뢰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엑, 그런 거야? 나는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아니, 기간을 잊었던 내가 제일 잘못하긴 했지만.

등록비를 다시 지불하면 문제는 없는 겁니까?”

마물 해체도 해야 하니까, 모험가 길드에 등록해두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 등록비 은화 다섯 닢을 지불해주시면 문제없습니다.

무코다 님은 현재 최저 랭크인 G랭크이니, 길드 카드도 그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 전에 등록해두었던 사역마도 문제없는 겁니까?”

뒤에 있는 페르를 돌아보면서 접수창구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페르를 보고 창구 직원이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문제없습니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구나, 그럼 은화 다섯 닢 지불할게요.

나는 은화 다섯 닢을 지불하고 재등록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역마가 있는데, 그 등록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새로운 사역마인가요?”

, 이 녀석입니다.”

나는 가방에서 꺼낸 스이를 안아 들어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 슬라임인가요?”

곤혹스런 표정을 짓는 접수창구의 아가씨.

스이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고. 다른 슬라임과는 다르게 우리 스이는 엄청나게 강하니까 말이지.

특수 개체죠. 엄청 강합니다.”

자랑하듯이, 아니, 대놓고 자랑했지만 창구 직원은 믿지 않는지

네에하고 마음 없는 대답을 할 뿐이었다. 크으으으. 스이의 강함을 한번 봐야 하는 건데.

스이의 사역마 등록을 하고, 매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매입에 관한 건, 오크와 기타 마물을 몇 마리 정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옆의 매매 창구 쪽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역시 커다란 마물은 전용 창구가 따로 있는 건가.

무코다 씨, 용건은 다 끝난 건가?”

말을 걸어온 것은 피닉스의 리더인 라슈 씨였다.

. 의뢰 기간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재등록을 해야 했습니다.”

그거 큰일이었군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모험가 일이 메인이 아니다 보니 그다지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았거든요.”

그런가?”

. 아시는 대로 저희 사역마들은 대식가라서요.

일단 페르가 마물을 사냥해 오니까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그 사냥해 온 마물 해체가…….”

그렇군. 해체를 부탁하기엔 모험가 길드가 제일이지.

, 무허가 해체업자나 정육점에 부탁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그놈들은 그다지 신용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무허가 해체업자는 바가지를 씌울 가능성도 있고, 일을 대강 하는 놈도 많거든.

정육점은 고기는 잘 다루지만 그 외에 가죽 같은 소재 취급이 엉성해.

우리로서는 고기보다 다른 소재 쪽이 비싼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점들을 생각하면, 경험이 풍부하고 프로 의식도 높은 모험가 길드에

해체해달라고 하는 게 제일이지.”

호오, 그런 건가. 무허가 해체업자나 정육점이라는 수단도 있었던 거구나.

그런 내용의 이야기를 들은 이상 그쪽에는 절대 부탁하지 않겠지만.

등록이라든가 번거롭기는 해도 모험가 길드에 부탁하는 게 역시 정답이었던 거로군.

그래서, 무코다 씨는 마물 매매를 하려는 건가?”

. 이제 고기가 없어서요.”

, 우리가 먹어버려서인가?”

뭐 그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아뇨 아뇨. 거의 다 떨어져가던 참이었습니다.”

사냥해 온 거지? 어떤 마물인지 궁금하니 봐도 괜찮을까?”

라슈 씨가 페르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피닉스 멤버라면 그다지 상관없으려나.

괜찮습니다.”

우리는 옆 매매 창구로 이동했다.

 

◇ ◇ ◇ ◇ ◇

 

매입 부탁드립니다.”

여어, 어디 보여주게.”

여기도 파리엘의 모험가 길드와 마찬가지로,

매매 담당자는 모험가 출신인 것 같은 우락부락한 대머리 아저씨였다.

, 라슈 일행과 아는 사이인가?”

라슈 씨 일행과 대머리 아저씨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대머리 아저씨는 라슈 씨 일행, 피닉스 멤버와 잘 아는 사이인가 보다.

저기, 잔뜩 있는데요…….”

그렇게 말하자 창고로 안내해주었다.

여기라면 문제없겠지. 꺼내보게.”

그 말을 듣고 제일 먼저 꺼낸 것은 오크 제너럴×5였다.

, 이건 오크 제너럴이 아닌가……? 그것도 다섯 마리나…….”

오크 킹도 이번에 처분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놀라는 걸 보면 그만두는 편이 좋겠다.

오크 킹은 한동안 봉인이다.

그리고, 이것도 부탁드립니다.”

꺼낸 것은 록 버드×3이다.

토종닭처럼 맛있는 록 버드 고기는 반드시 확보해두고 싶기 때문이다.

, 록 버드도 있는 건가…….”

대머리 아저씨도 피닉스 멤버들도 엄청나게 놀라고 있다.

놀라고 있는 중에 미안하지만, 아직 더 있거든요. 이것만으로는 고기가 아직 부족하다.

페르와 스이라는 대식가가 있으니 말이지.

다음은, 자이언트 도도랑 자이언트 디어.”

어라? 다들 아연실색하고 있는데? 하지만 아직 더 있다고.

그리고 머더 그리즐리랑 블랙 서펜트와 레드 서펜트. 이걸로 끝입니다.”

오거는 못 먹는다고 했으니까 딱히 지금 꺼내지 않아도 괜찮을 테지.

그리고 메탈 리저드도 이름과 그 외양을 생각하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 외에 키마이라와 오르트로스는 꺼내놓으면 큰일이 날 것 같으니 영구 봉인이다.

………………, 레드 서펜트라고?”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잃었던 대머리 아저씨가 제일 먼저 부활하더니,

레드 서펜트를 확인하며 그렇게 말했다. ? 꺼내면 안 되는 거였나?

어디서 이런 걸 잡아 온 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묻는 아저씨의 모습에 살짝 기가 죽었다.

저기, 제가 사냥한 게 아니라서…….”

내 뒤에 엎드려서 하품을 하는 페르를 바라보며 그렇게 답했다.

, 그런가. 펜리르라면 가능한가…….”

이 아저씨도 페르가 펜리르라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그렇죠. 펜리르라면 레드 서펜트 정도는 별거 아닐 테죠.

더 높은 랭크의 마물도 문제없을 겁니다.”

라슈 씨의 말에 움찔했다. 죄송합니다. 키마이라랑 오르트로스도 있습니다.

분명 라슈 말대로군. 이 정도로 놀라선 안 되겠지.”

정말, 죄송합니다. 키마이라와 오르트로스는 영구 봉인해두고 꺼내지 않을 테니 좀 봐주십시오.

이 정도의 마물을 한 번에 보는 건 처음이야. 보통은…….”

, 레드 서펜트 같은 거 처음 봤어.”

그런 얘기를 하자면, 나는 블랙 서펜트도 처음 봤다고.”

진짜, 대단하다. 게다가 무코다 씨가 이 정도의 양을 넣을 수 있는 아이템 박스를

갖고 있다는 것도 놀랍네.”

라슈 씨 이외의 피닉스 멤버들이 부활해 그렇게 입을 모아 말했다.

확실히, 이렇게나 넣을 수 있다니 대단하다.”

응응. 이 정도 양이 들어가는 아이템 박스를 가진 사람은 그다지 없을걸.”

좋겠다, 대용량 아이템 박스라니.”

무코다 씨, 우리 파티에 들어오지 않을래?”

아이템 박스에 관한 화제가 나오자 피닉스 멤버들이 그런 말을 꺼냈다.

, , 큰일 났다……. 고기를 우선시해서 정신없이 꺼낸 게 잘못이었나.

크르르르르르.

라슈 씨 이외의 피닉스 멤버들을 향해 페르가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위협했다.

위협을 당한 피닉스의 멤버들은 움찔하며 굳어졌다.

어이, 너희들 입 다물어!”

라슈 씨가 안색을 바꾸며 다른 멤버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무코다 씨, 미안하네. 용서해주게. 위협하는 걸 멈춰주지 않겠나?”

……. 페르, 괜찮으니까 그만해.”

그렇게 말하자 페르가 위협을 멈추었다.

너희들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알겠나?”

“““.”””

라슈 씨 이외의 피닉스 멤버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인형처럼 딱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미안해. 하지만 아이템 박스에 관한 건 언급하지 말아줘.

아이템 박스에 관한 부분은 페르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리라.

피닉스 멤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잘했어, 페르.

어이, 미안하지만 이쪽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나?

이 정도나 되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어.

그러니까, 내일 하루 시간을 주고 모레면 괜찮겠는데.”

아저씨가 쓴웃음을 지으며 예정을 알려주었다.

모레라……. 으음, 고기가 이제 없는데. 한 마리 분량이라도 고기가 필요하다.

오늘 저녁에 쓸 것과 내일 하루 쓸 고기는 어떻게든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다.

저기, 한 마리만이라도 먼저 해체해주실 수 없을까요?”

, 한 마리?”

,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꺼낸 마물들도 고기는 전부 제가 받아 갈 겁니다.

그 이외의 소재는 팔아도 괜찮지만, 고기는 꼭 필요해서요…….”

힐끗 페르를 본다.

, 그렇군. 알겠네. 바로 한 마리 해체해주지. 어떤 게 좋겠나?”

다행이다. 그럼 뭐가 좋으려나? 으음, 그러니까…… , 저녁은 그걸로 할까? 그렇다면.

록 버드로 부탁드립니다.”

알았네.”

아저씨가 시원스런 손놀림으로 록 버드를 해체해간다.

역시 내장은 폐기 처분인 모양이다.

조금 아까운 기분이 들어 내장은 먹지 않는지 물어보았더니 이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여기에는 내장을 먹는 문화는 없는 모양이로군. 아쉽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지.

, 레드 서펜트도 먹을 수 있는 겁니까?”

레드 서펜트는 처음 가져온 마물이니 일단은 물어봐야지.

블랙 서펜트를 먹는 걸 보면, 괜찮으리라 생각하지만 말이야.

그럼, 먹을 수 있지. 아주 고급 식재료라네. 우리 같은 서민들은 평생 먹어보지 못할 정도로.”

? , 그렇게나?

어떤 맛인 걸까. 블랙 서펜트도 맛있었으니까, 이거 엄청 기대되네.

무코다 씨. 쭉 신경이 쓰였는데, 우리한테 먹게 해줬던 고기는 무슨 고기였던 건가?”

라슈 씨가 난처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러니까, 블랙 서펜트랑 코카트리스랑 록 버드,

그리고 자이언트 디어랑 머더 그리즐리였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라슈 씨를 포함한 피닉스 멤버 전원이 입을 떡 벌렸다.

고기가 꼭 필요하다고 하기에 설마 하기는 했지만…… 미안하네!”

““““죄송합니다!””””

라슈 씨와 피닉스의 멤버가 고개를 푹 숙였다.

? , 잠깐, 고개 드세요. , 왜 그러세요?”

그런 고급 식재료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우리가 잔뜩 먹어버려서…….”

라슈 씨의 말에 피닉스 멤버들이 응응 하고 동의했다.

평생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고급 음식들을 먹었던 거구나, 우리…….”

그러니 맛있을 수밖에.”

그래, 전부 맛있었지.”

…………(맛을 떠올리고 있는지 아무 말 없이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감동하고 있는 중에 미안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페르가 사냥해 온 거라 솔직히 공짜인 셈이거든.

고급 식재료라고 해도, 우리는 평범하게 늘 먹는 것들이니까

그렇게까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지도 않고. 게다가 내가 산 건 조미료뿐이라,

내 주머니에도 거의 피해가 없으니까 말이지.

정말 미안하네, 무코다 씨. 필요한 일이 있다면 개의치 말고 이야기해주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할 테니.”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도적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 걸 도와주셨으니까…….”

아니 아니, 그런 고급 요리를 먹여줬으니 말이지.”

아닙니다. 아니에요. 도적을 여기까지 끌고 와주셨잖아요.”

어이, 그쯤 해둬. 해체 끝났다고.”

아저씨, 나이스 타이밍. 록 버드 고기를 건네받았다.

그럼, 내일모레 다시 오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나와 피닉스 멤버들은 함께 모험가 길드를 뒤로했다.

여기 모험가 길드는 좋네요.

페르와 함께 들어가면 보통은 웅성거리거나 빤히 바라보거나 하는데, 그런 게 없더군요.”

화제를 바꾸기 위해 걸으면서 그런 말을 하자 리더가 있었으니까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리더는 이 도시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모험가거든. 그 일행에게 시비를 걸 멍청이는 없다고.”

호오, 그렇구나. 아는 사이가 되어 다행일지도.

이 녀석 말대로 나도 이곳에서는 아주 조금 이름이 알려져 있지.

너무 여러 번 말하는 것 같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뭐든 이야기해주게.”

고맙습니다. 라슈 씨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든든하네요.”

다만 내일부터는 또 옆 마을까지 호위 임무를 가야 해서 2주 동안은 이곳에 없겠지만…….”

, 그렇구나. 하지만 그렇게 금방 곤란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 거라고 보니까.

이 녀석이 고집을 부려서 말이지.”

맞아 맞아.”

샌드라~.”

시끄러.”

, 길드 직원인 샌드라 씨를 만나러 가는 거구나……. 리얼충 폭발해버려.

“2주 동안은 없겠지만, 그 후에는 여기 있을 거야.

그러니 모험가 길드에 전언을 남겨두면 달려가겠네. 무슨 일 있으면 꼭 말해줘.”

그렇게까지 이야기해주다니, 고맙다. 라슈 씨도 의리가 있는 사람이구나.

……, 중요한 일을 잊고 있었다.

바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사역마와 함께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있으면 가르쳐주시겠습니까?”

그거라면, 이 길을 쭉 가면 그리폰 둥지라는 여관이 있다네. 거기를 추천하지.”

, 그럼 거기로 가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우리는 피닉스 멤버들과 헤어져 그리폰 둥지로 향했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구나.

 

 

 

 

2장 모험가로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개받은 그리폰 둥지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그리폰의 영역 한가운데를 지나온 나로서는 좀 복잡한 기분이지만,

뭐 그저 이름일 뿐이니까. 여기는 사역마 동반으로 1박에 은화 여덟 닢이다.

전에 묵었던 숙소와 마찬가지로 건물 뒤편에 축사가 있는 모양이라,

페르는 그곳으로 이동하게 했다.

그럼 나는 일단 내가 묵을 방으로 가서 식사 준비를 해야겠다.

생각한 메뉴의 재료를 인터넷 슈퍼에서 사야지.

메인 요리는 원래대로라면 한 시간 정도 고기를 재워두어야 하지만,

록 버드 고기에 양념이 배기 쉽게 해두었으니 재워두는 시간이 조금 짧아도 괜찮을 터다.

그 사이에 숙소의 침대 위에 내 이불을 깔아둘까.

슬슬 페르한테 가지 않으면 이 방에 억지로 밀고 들어오겠지.

나는 가방에 들어간 후로 쭉 자고 있는 스이를 데리고 페르한테로 갔다.

페르, 기다렸지?”

너무 오래 기다렸다. 배가 고파서 견딜 수가 없다.

, 미안.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뭐라?!

당장에라도 크앙하고 울 것처럼 비장감 넘치는 얼굴 하지 말라고.

조금 안되어 보였으므로, 인터넷 슈퍼에서 민치가스를 열 개 정도 사서 주었다.

?

, 스이도 일어난 건가. 스이한테도 민치가스를 다섯 개 주었다.

둘 다 일단은 이거 먹으면서 기다려.”

자 그럼, 우선은 함께 곁들일 브로콜리부터. 브로콜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물에 헹구고,

소금을 조금 넣은 뜨거운 물로 데친다. 데치자마자 물기를 제거하고 식힌다.

 물에 담가 식힐 경우 수분기가 많아지므로, 물에 담가 식히지 건 좋지 않다.

어째서 브로콜리인가 하면, 물론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브로콜리에 마요네즈를 뿌려 먹으면 맛있다.

나는 지금부터 만들 메인 요리에는 늘 이걸 함께 곁들여 먹는다.

그럼, 그 메인 요리는 무엇인가. 탄두리 치킨을 만들까 한다.

준비해둔 비닐봉지를 연다. 이건 방에 있을 때 미리 준비해둔 것이다.

비닐봉지에 플레인 요구르트, 간 마늘, 간 생강(둘 다 튜브에 담긴 것),

소금, 후추, 그리고 카레 가루를 넣어서 뒤적뒤적.

거기에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포크로 쿡쿡 찔러 구멍을 내둔

록 버드 고기를 투입하여 주물럭거린다. 그리고 잠시 방치해두었던 것이 바로 이거다.

재워두었던 록 버드 고기를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올려 껍질 쪽부터 굽는다.

양쪽 모두 알맞게 구워지면 완성이다.

접시에 탄두리 치킨을 담고, 옆에 브로콜리를 올린 다음 마요네즈를 듬뿍 뿌리면 끝.

다 됐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페르와 스이가 달려들어 먹기 시작했다.

이건 신기한 맛이 나지만 맛있구나.

. 스이도 좋아, 이거.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카레는 이 세계에서는 미지의 맛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맛있을 거야.

나도 탄두리 치킨을 덥석 베어 물었다.

, 맛나다. 이걸 먹다 보니 어쩐지 카레가 먹고 싶어지네.

카레는 가끔 이유 없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니까.

그것도 공을 들여 만든 카레가 아니라 집에서 만든 카레가 먹고 싶어진다고.

내 경우에는 두 종류의 카레 루를 쓰는 것이 비법이다. 하나는 늘 쓰는 루를 절반,

나머지 절반은 새로 나온 루를 쓴다.

그러면 어쩐지 맛이 더 풍성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니까. 별거 아닌 비법이지만.

카레에 관한 생각을 했더니 점점 더 먹고 싶어졌다.

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고 카레를 만들어볼까?

페르도 스이도 대체로 뭐든 먹으니까 괜찮겠지.

불만이 나오면 따로 스테이크라도 구워주면 될 테고.

주인 더 줘.

이 몸도.

예이예이. 탄두리 치킨을 추가로 더 구웠다.

 둘의 몫을 만들어가며 나도 오랜만에 맛보는 카레 맛을 만끽했다.

물론 데친 브로콜리에 마요네즈를 뿌린 것도 맛있었다.

다음엔 꼭 카레라이스를 만들어야지.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jiyu25 2017-12-1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물게 주인공은 요리를할뿐! 먼치킨은 주위 친구들이 맡아해준다는 부분이 신선하네요

송민석 2017-12-1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세계요리물 재밌다고!!!!

ㄹㅍㄹㅌㅋ 2017-12-1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이는 슬라임, 페르는 펜릴.. 그럼 표지에 용은 누구? 1권안보고 급하게 이벤트 참여하게되서 아쉽지만.. 잠깐 읽어보니 술술 읽히는게 좋네요 ㅋ 책은 이맛이즤~ 1권 주문갑니다!
 

안녕하세요 소미미디어입니다.

다들 '터무니 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밥 1'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12월 20일 출간예정인 '터무니 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밥 2' 출간전 연재를 시작합니다!!

-----------------------------------------------------------------------

 

1장 카레리나 도착

 

람베르트 씨의 상단과 함께 카레리나까지 가게 된 우리들.

람베르트 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카레리나 마을까지는 앞으로 이틀 정도 남았다고 한다.

참고로, 오랏줄에 묶인 도적들은 카레리나의 기사단에 넘기기로 했다.

도적 두목은 죽어버렸지만, 응전인 경우에는 도적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 데다,

기사단에 보고하여 그 사실을 인정받으면 토벌 보수가 나온다고 한다.

살아남은 도적들도 기사단에 넘기면 현상금이 나온다는 모양이다.

이 도적들은 페르와 스이가 쓰러뜨렸으니 내가 그 돈을 받아야 한다고들 했다.

람베르트 씨는 도움을 받은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한 일이니 부디 그렇게 해달라고 했고,

피닉스의 멤버들은 호위 임무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니

현상금은 우리가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돈이 들어오는 건 고마운 일이니 감사히 받기로 했다.

도적을 줄줄이 끌고 가야 한다는 건 큰일이지만.

그러던 중에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모험가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참고로 피닉스의 멤버는 모두 남자이며, 라슈 씨 정도로 덩치가 좋았다.

그래서인지 본인들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할 셈이라고 해도, 전혀 작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대화가 전부 다 들리고 있거든요.

저기, 리더가 저건 펜리르라고 하던데, 진짜일까? 소문으로는 그레이트 울프라고 들었는데.”

나도 잘 모른다고. 리더는 펜리르라고 하지만…….”

전설의 마수가 사역마 같은 게 될까?”

솔직히 말하면 나, 샌드라한테는 그레이트 울프라고 들었는데 말이지.”

샌드라라고 하면, 너랑 사이가 좋은 길드 직원인 그 샌드라 말이야?”

그래. 그 왜, 모험가 길드 간에 전이 마법 도구로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건 유명하잖아?

 펜리르니, 그레이트 울프니 하고 연락이 오갔나 보더라고.

샌드라네 길드에서는 설마하니 펜리르일 리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

그레이트 울프일 거라고 의견이 모아졌다는 모양이야.”

그런가, 보통은 그렇겠지.”

하지만 말이야, 우리 리더가 펜리르라고 단언했다고.

게다가 죽고 싶지 않으면 절대로 거스르지 말라는 말까지 했고…….”

뭐 어느 쪽이든 우리로서는 상대가 안 될 거야. 그레이트 울프라고 해도 A랭크 마물이니까.”

그야 그렇지. 다행히 사역마라는 건 틀림없는지 얌전하니까,

괜히 건드리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자고.”

그러게.”

…………상황이 그렇게 된 거였구나.

전화도 없는 이 세계에서 페르의 소문이 어떻게 이토록 빠르게 퍼질 수 있는 건가

의아하게 여겼었거든. 전이 마법 도구라. 그런 게 있었구나. 모험가 길드 무서워.

그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페르 소문을 퍼뜨린 건 모험가 길드 직원이란 거잖아?

,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조직의 구성원 중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는 법이니까 할 수 없지.

그나저나 라슈 씨는 페르가 펜리르라고 확신하는 것 같았는데,

다른 멤버들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역시 어느 정도의 힘이나

경험이 보는 눈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페르가 펜리르라고 단번에 간파한 아이언 윌의 베르너 씨 일행은 C랭크의 모험가였고,

모험가 길드의 아저씨도 그럭저럭 랭크가 된다고 스스로 말했으니 CB 정도는 되었으리라.

라슈 씨도 C랭크라고 했고.

피닉스의 다른 멤버는 아직 2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기도 했고, 랭크도 DE라고 했었지.

그런 점을 생각하면, 펜리르라고 간파할 수 있는 건 C랭크 정도부터인가…….

일단은 그레이트 울프인 것으로 하고, 펜리르라고 간파한 사람에게는 애매하게

반응해둘 수밖에 없으려나. 간파한 사람은 그 나름대로 역량이 있을 테고,

펜리르가 어떠한 마수인지 아는 만큼 함부로 손을 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라슈 씨도 다른 멤버들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절대로 거스르지 마라라는 말을 해둔 모양이고 말이지.

제일 큰 문제는 귀족 무리와 국가일까?

차별이 없고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라고 해서 일부러 이 나라에 온 것이니,

이곳에서는 이상한 간섭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 ◇ ◇ ◇ ◇

 

해가 지고 마차가 멈추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람베르트 씨가 그렇게 말하자 야영 준비가 시작되었다.

어이, 낮에 한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 무슨 약속을 했었지?

도와주면 저녁밥을 진수성찬으로 차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 그랬지.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페르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구나.

알았어, 알았어. 그럼, 뭐가 먹고 싶어?”

스이, 튀김 먹고 싶어.

, 지난번에 자네가 만들었던 그건가.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이 몸도 튀김이 먹고 싶다.

페르도 스이와 같은 것으로 정한 모양이다.

나도 그때는 조금밖에 못 먹었으니까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

그럼, 튀김을 만들어볼까요.

이번에는 진수성찬이라고 약속했으니까,

평소의 간장 베이스 맛과 소금 베이스 맛 두 종류를 전부 만들기로 했다.

고기도 블랙 서펜트와 코카트리스와 록 버드의 남은 고기를 전부 써주겠어.

간장과 소금으로 맛을 낸 튀김을 계속해서 튀긴다.

주인, 먹어도 돼?

잠깐 기다려.”

튀김을 접시에 담아서 페르와 스이에게 주었다.

, 지난번이랑은 다른 맛이 있어. 이것도 맛있다.

, 스이는 눈치챈 건가. 좋아해주니 다행이다.

페르는 아무 말도 없이 우걱우걱 먹고 있다.

저렇게나 허겁지겁 먹는다는 건 맛있다는 뜻이겠지?

그럼 계속해서 튀겨볼까…… ? 아니, 어쩐지 람베르트 씨와 람베르트 씨에게

고용된 상단의 소년과 청년들, 피닉스의 멤버들이 우리 주변에 모여들어 있는데?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데다, 몇 명은 침을 흘리고 있잖아. 뭔가 무언의 압박이…….

아아, 예이예이, 알겠습니다.

저기, 괜찮으면 드셔보세요.”

튀김을 담은 접시를 내밀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이거 참, 죄송합니다.”

그러게, 조른 것 같아서 미안하네.”

맛나다.”

맛있습니다, 맛있어요.”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봐.”

역시 튀김은 인기가 좋구나.

그 이후로는 튀김을 끝없이 계속 튀겨야 했다.

페르와 스이 몫만으로도 큰일인데, 사람이 늘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말이야, 슬프게도 이번에는 튀김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이 몰래 인터넷 슈퍼에서 과자빵을 사 먹었다고. 젠장.

그 대신에 나는 불침번을 면제받았다.

페르가 결계를 쳐주는 덕분에 지금껏 망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보통은 반드시 해야겠지.

도와준 데다 맛있는 음식까지 먹게 해준 답례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편하게 자라고.”

피닉스의 멤버들이 그렇게 말해주었으니, 감사히 여기며 푹 자기로 했다.

네놈들에겐 이거다. 더럽게 맛없는 휴대식량이지만, 먹을 게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그리고 혹시라도 도망치려고 하면 바로 베어버린다.”

첫 번째 불침번 담당인 라슈 씨는 우리가 잠자리에 들 무렵에야 겨우 도적들에게 먹을 것을 조금씩 나눠주며 위협을 해두었다. 역시 모험가, 가차 없구나. 하지만 자업자득이지.

낮의 참극 이후로 시간이 흐른 탓인지 조금 반항적인 태도인 놈들도 나오기 시작했기에

나도 위협에 힘을 살짝 보태기로 했다.

우리는 잠을 자겠지만, 귀가 밝습니다.”

페르 쪽을 보며 그렇게 말한다.

잠이 들었어도 벌떡 일어나죠. 라슈 씨가 손을 댈 필요도 없이,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은 갈기갈기 찢길 겁니다.”

그 말을 마치자 도적들이 겁에 질린 듯 몸을 떨었다.

그것도 그렇군. 너희 두목처럼 죽고 싶지 않다면 얌전히 있으라고.”

위협이 먹힌 모양이니 괜찮을 것 같다.

이불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인지라, 오랜만에 망토를 두르고 자기로 했다.

이불을 좋아하는 스이가 조금 투정을 부렸지만 말이지.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만 참으라고 말하자 기특하게도 스이, 참을게라고 대답해주었다.

, 스이는 귀엽기도 하지.

내일도 스이가 먹고 싶어 하는 걸 만들어주리라 나는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댓글(36)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필리아 2017-12-12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무니 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밥 2권에서도 스이의 귀여운 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방랑하며 만들 요리는 무엇일지 기다려지네요.

jiyu25 2017-12-12 15: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요리에 달려드는 스이와 다른 캐릭터들의 모습이 엄청 귀엽네요! 아기자기함과 식욕을 돋구는 미식의 향기가 이 책의 묘미같아요. 기대되는바입니다.

네코 2017-12-1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요리에 향한 모험과 다른캐릭터들의 일상. 이책을 읽게된다면.. 식욕과 미식의 향기가 돋을것 같습니다. 1권에 이어 2권에선 어떠한 내용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집니다.

비로그인 2017-12-1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이ㅜㅜㅜㅜㅜㅜ우리 귀여운 스이와 요리가 합쳐진 이 작품이야말로 말로 표현할수없을만큼.. 기대됩니다ㅜ 정말 재밌게 읽었던터라 2권두 기대됩니다!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렘S2 2017-12-1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에 1권 나왔을때 재미로 샀었는데 완전 잼있어서 2권 나오자 마자 바로 구매했습니다!! 이번에는 무슨 먹방을 할지 궁금하네요!!

이상민 2017-12-12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무니없는 스킬 개인적으로 1권 볼때부터 재밌었는데 2권이 나온다해서 엄청 기대되네요 예약구매대기중~

박준호 2017-12-1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방에서 1권을 접했는데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2권하고 1권도 같이 구매할 생각입니다..! 물론 1권은 초판이 아니지만요...

허재우/좋은 결과가 나오길 2017-12-12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에서 책을 읽으면서 배고파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이번 2권은 얼마나 군침을 흘리게 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이상준 2017-12-12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미에 이런 이벤트는 참 좋은거 같네요 이렇게 선연재로 짤막하게 보여줘서 다음권을 기대할수도 있고 보지않았던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할수있는거 같아거 매우좋습니다 그리고 이번2권과 스이!!!를 기다리며 마지막으로 2권에서는 무슨요리가 나올지 궁금하면서 기대되네요

거스름돈 2017-12-12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랑밥 1권 재미있었습니다. 내용자체가 쉽게 쉽게 읽히면서 이후의 내용이 궁금했었는데... 2권 내용이 기대되네요.

링크의전설 2017-12-12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랑밥 1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보통 자기 능력만 믿고 활동하는 이세계물과는 다른 흐름으로 진행되는 거 같아서 마음에 들었는데 2권이 나온다 그래서 정말 기대중입니다! 빨리 2권을 읽고 스이의 귀여움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Gonaing 2017-12-12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랑밥 먼저 사야할거 사고 나중에 사야지 하고 생각하던중에 벌써 2권이 나와버렸네요....출간전 연재를 읽다보니 점점 더 사고싶어졌습니다

이승규 2017-12-1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재밌게 읽었는데 벌써 2권이 나오네요 2권도 재밌게 읽겠습니다~

이종진 2017-12-13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랑밥 2권 너무 기대됩니다!! 1권도 재밌게읽었고 스이의 귀여움에 중독중인데 2권도 기대감에 예약중이네요~빨리 읽고싶습니다~

바보냥 2017-12-13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랑밥은 스이. 귀여운 것들 찾아가면서 읽는 재미가 있어서 좋습니다.읽다보면 단조로운 문장이 이어져서 가끔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때도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출간전연재를 보는것도 좋지만, 역시 책이 더 기다려집니다.

박동현 2017-12-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에서는 흔한 이세계물인줄 알았는데 그걸 반전시켜주는 내용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전개가 계속되고 2권에서는 여신이 히로인으로 등장해도 좋을것 같습니다~ㅎㅎㅎ

목짧린기린 2017-12-13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식으로 내용 짧게 보여주니 고민하지 않고 정할 수 있어서 좋네요^^귀여운 스이가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이종태 2017-12-1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요리에 대한 열정적인 모험과 다른캐릭터들과의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속에서 꽁냥거리는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 식욕의 마신이 깨어날 것 같아요~! 1권의 미식의 일상 스토리에 이은 2권에서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지네요 (/^○^)/

승목 2017-12-13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에 관한 책을 굉장히 흥미로워 하는데 새로운 요리에 대한 모험 캐릭터들의 개성이 눈에 띄어 기대됩니다 이런 내용을 미리 볼수있어 구매욕이 생기네요

upper 2017-12-1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흥미로워서 1권을 구매했었는데 벌써 2권이 나오네요 이번에도 구매해야겠군요

전자책상가 2017-12-1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던전밥을 발견해서 사서 봤는데, 햐..여행하면서 요리를 해먹는 소재가 이렇게 재미있는 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소재를 활용한 소설이 있다는 걸 이번 이벤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2권이긴하지만, 던전밥과는 또 다른, 라노벨스러운 맛이 있는 책이란 걸 알겠더군요. 정말 기대가 됩니다!!

테러리즘 2017-12-1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샀을때 이게 뭔내용일까 했는데 요리같은거 나오는 것도 좋고 다른 이세계물이랑은 다른점이 많아서 흥미롭게 본거같아요 ㅎㅅㅎ 이번 2권도 기대해봅니당

jiyu25 2017-12-14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화도 잘 읽었습니다!

polpollife 2017-12-14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을 읽으면서 그저 이세계물인줄 알았지만 그런게 아니더군요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2권도 기대해봅니다

송민석 2017-12-1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끼야양야ㅑ야ㅑㅇ야야ㅑ 재밌어 기대돼!!!!!!!!!!!

홍삼캔디 2017-12-16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이의 매력에 빠져들고 갑니다. 2권 정발 기대합니다.

비로그인 2017-12-16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는 판타지가 가미 된 치유물이 왜 이렇게나 끌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장 한장을 몰입해서 읽는다는 느낌보단 여유롭게 페이지를 넘기는 게 점점 눈에 익어가네요.
캐릭터들이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읽다보면 같이 마음이 놓이는 게 치유물의 매력일까요//
방랑밥 1권에 이은 2권도 기대합니다.

제현 2017-12-17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작품이고
맛보기로 읽었을 뿐인데 구매하고 싶은 욕구들이 마구 상승하네요 얼른 구매하러가야겠습니다

오메가 2017-12-1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무니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밥 2권이 나온다니 감탄을 금치 못하겠군요! 터무니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밥 1권을 서점에서 봤을 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말이죠. 아직 1권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는 걸까요? 하하하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밥과의 첫 만남은 꾀 강열했습니다. 그 달의 신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어김없이 서점으로 향했고 거기에서 터무니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밥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우선은 표지의 일러스트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는데요. 너무나도 아름답고 예쁜 그림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늑대가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국어로 정확하게 적혀있는 단팥빵이었습니다. 그것은 목격한 저는 신선하기 그지없었고 엄청난 흥미에 끌려 결국 그 책을 사고야 말았습니다. 그 책을 너무나도 읽고 싶은 나머지 한걸음에 집으로 뛰어 왔고 도착함과 동시에 포장을 뜯고 바로 그 자리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웬만해서는 책을 여러번 끊어서 읽는 편인데 터무니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밥은 어찌나 재미있던지 정신 못 차리고 읽다가 어느 샌가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있는 저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느낀 점 이라고 하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선하고 신선하며 신선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트 노벨과 판타지 소설을 적절히 조합해서 그렇게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누구나 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는 소설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의 장점은 많고 많지만 이 책만의 장점이라고 하면 역시 주인공의 개인 특성인 인터넷 마켓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제껏 많은 책들을 읽어 봤지만 이세계에서 인터넷 쇼핑을 한다는 신선한 설정을 처음 보고 이렇게 까지 그 점을 잘 살린 것이 이 소설의 키포인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그렇다고 그 능력으로 마왕과 싸우는냐 그것도 아니고 그 물건들을 다시 이세계 팔아서 부자가 되느냐 그것도 아니고 그 저 평범하게 여행 하면서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마다 그것을 사용하는게 다이긴 하지만 그 또한 이소설의 크나큰 재미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인터넷 마켓에서 구입한 물건은 대부분 요리에 쓰이는 양념이나 요리 그 자체인데 평소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생기는 궁금증중 하나인“ 조미료가 귀한 저 시대에서 먹는 요리는 과연 맛있을까?” 라는 궁금증을 깔끔하게 해결해 주곤 했습니다. 이세계의 식재료와 우리가 평범하게 알고 있는 소스로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면 저도 어느덧 군침을 흘리고 있더군요. 다소 평범한 주인공이 하는 평범한 이세계의 여행 속에서 인터넷 쇼핑하나가 추가 되었다고 이렇게 까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자가의 제치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책을 써 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며 한글화에 힘써 주신 많은 편집부 직원님들에게도 정말로 감사 드립니다. 2권이 발매가 되면 꼭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혁수 2017-12-18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터무니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 밥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고 2권이 나온다고 하여 이렇게 글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너무 나도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이세계물의 고정관념을 깨부셨기 때문입니다.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이세계 물은 소환 혹은 환생 기타 여러 이유로 이세계로 불려가지만 실수 용사소환의 휘말렸다는 다소 웃기고 어이없는 이유로 이세계에 오는점 하며 이 세계로부터 온 용사가 평화를 위해서 마왕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는 옆 동내 이야기 마냥 제쳐두고서 주인공은 무코다는 자신의 고유 스킬인 인터넷 마켓으로 이세계를 여행하겠다는 명분하에 진행되는 스토리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독특하고 신선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주인공부터 설명하자면 주인공인 무코다는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현실 세계의 일상은 물론이요 이세계까지와서 평범하게 여행을 하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특출 나게 있다고 하면 역시 인터넷 마켓으로 산 여러 것들과 이세계의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로(저도 주인공이 요리를 하고 있는 장면이나 밥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 군침이 흐르곤 합니다.) 이세계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는 것입니다. 그 것도 어쩔 수 없는게 MSG는 물론이고 조미료도 잘 사용하지 않는 이세계에서 양념에 맛을 맛보고서 넘어오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요. 그것을 입증하듯 그의 요리를 맛본 전설의 마수인 페르는 그의 사역마가 되고 그의 옆에서 언제나 밥을 얻어먹는 신세가 됩니다. 설정에 따르면 나라하나를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음식 앞에서는 무용지물 그저 순한 동물이 되어 버리니 이 또한 신선한 재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주인공의 요리가 아닌 상냥함에 빠진 자기 있었으니 그것을 바로 슬라임인 스이라고 주인공의 두 번째 동료입니다. 이렇게 보다시피 큰 사건 사고 없이 은은하게 흘러가는 것이 이 소설의 특유의 분위기를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2권이 너무나도 기대가 되고 설령 막을 내린다고 해도 그들의 이야기는 제 마음 속에서 계속 이어 나갈 것이며 영원토록 잊지 않을 것 입니다. 이미 제 삶에 일부가 되어버린 터무니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 밥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호 2017-12-1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과 만나는 몬스터들, 어떤 밥을 만들하는 기대감 과연 2권은 어떤 내용일지 생각하게 되고 제목부터 흥미가가는 작품입니다 기대합니다!

이명준 2017-12-1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세계 요리에 관한 책은 처음이라 걱정을 했습니다만 걱정이 무색하게 정말 재밌었던것같습니다. 무코타와 스이 페르 그리고 닌릴까지 가지각색 캐릭터들과 함께하는 이세계 방랑밥 여행 정말 재밌고 기대됩니다. 1권도 나오자마자 구매 했는데 2권도 구매확정이군요!!

1 2017-12-18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의 초판특전인 ‘100페이지 부록‘에서 신들에 대한 주인공의 영향을 살짝 맛볼 수 있었는데요. 능력을 어떻게 활용해서 그렇게 됐는지 2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졌으면 좋겠네요. 신들이 귀엽습니다!

김도형 2017-12-1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합니다.

이강석 2017-12-1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최근에 읽었는데 빨랑2권 나온다니 기대되네요 나오면 바로구매하겠습니다

이호범 2017-12-19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가 되자에서 번역기 돌려서 보던걸 전문 번역가가 번역해서 국내 출간해서 읽으니 더욱더 재밌고 뒸내용이 궁금해집니다 어딘가 나사빠진 여신님들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1202011

 

구도 겐은 흰 바둑돌을 잡아 지정된 장소에 놓았다.

돌이 목판을 쳐서 메마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둑돌을 잡기 시작한 지 3.

기사처럼 멋지게 두지는 못하지만 옛날처럼 돌을 놓을 뿐인 손놀림보다는 상당히 나아졌다.

, 89.”

낭독하는 여성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긴장이 풀려 있었다.

이미 승패가 움직일 일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단순히 무료해서인 듯했다.

시작하기 전부터 결과를 아는 승패를 더듬어가는 것은 무료한 일이다.

바둑판 건너편에는 젊은 친구가 앉아 있었다. 기타카타 마모루.

작년에 막 프로 기사가 된 친구였다. 구도는 조금 전부터 이 소년에게 낙담하고 있었다.

자신이 패배하는 상황인데도 분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아직 고등학생일 터였다.

서른다섯이 된 자신과는 달리 콧대가 높아도 좋을 나이였다.

그럼에도 이미 패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30.”

낭독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타카타는 다른 수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지만,

필사적인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지도 바둑을 두고 있는 것처럼 담담했다.

기타카타, 부끄럽지 않은가.

마음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구도는 옆의 컴퓨터에 시선을 옮겼다.

화면상에는 바둑 소프트웨어인 슈퍼 판다가 가동되고 있었고 기판의 상황이 재현되고 있었다. 형세를 측정한 포인트는 만회 불가능할 만큼 벌어져 있었다.

졌습니다.”

기타카타가 말했다. 돌을 던졌다.

하지만 패배를 인정하는 그 말은 마치 퀴즈의 정답을 답하듯이 시원스레 울려 퍼졌다.

 

대국 후의 기자 회견장에는 기자가 어느 정도 와 있었다.

구도 일행이 실내에 들어서자 플래시가 팡팡 터졌다.

설치된 단상에 기타카타와 나란히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일본 기원의 시라이시 이사장이 앉아 있었다.

3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3년 전 슈퍼 판다가 인간을 쓰러뜨렸을 때 벌어진 소란은 이렇지 않았다.

플래시 세례는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고,

패배한 기사는 영혼을 빼앗긴 듯 맥이 빠져 있었다.

구도 겐은 기사가 아니었다. 그는 인공지능 연구자였다.

기타카타와의 대전은 금성전이라고 불리는 컴퓨터와 인간과의 혼합 토너먼트전이었다.

2016.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라는 소프트웨어가 당시 세계 최강의 기사 중 한 명이던

이세돌 9단을 쓰러뜨림으로써 순식간에 바둑 인공지능 붐이 일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도 프로와 소프트웨어의 대결 기운이 높아졌고,

일본 기원을 끌어들여 시작된 것이 금성전이었다. 8

인제의 토너먼트로 인간 네 명에 인공지능 네 종류가 나와서 승부를 겨뤘다.

알파고를 개발한 곳은 세계에서도 굴지의 기술력을 가진 구글이었다.

대국에서 사용된 컴퓨터도 1,000대 이상의 계산 장치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에 반해 금성전의 규정은 일반적인 스펙을 가진 컴퓨터 한 대였다.

개발자도 민간인이나 대학 연구실 정도라 구글의 개발력과는 비교되지도 않았다.

사전 예상으로 형세는 비등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열린 2017년 첫 대회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1회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전원 쓰러뜨리고 만 것이다.

그때의 기자 회견 분위기를 구도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잔혹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모두가 괴로워하고 있었고,

단상에 앉은 구도는 무언가 죄를 규탄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로부터 3. 스폰서 관계로 금성전은 이어지고 있었지만,

프로 기사들의 태도는 크게 변화했다. 인공지능에는 이길 수 없다. 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 태도로 담담하게 이벤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기원 측에서도 금성전에 주력하려는 마음이 사라졌는지

2회 대회 이후에는 갓 프로가 된 젊은 친구들을 내보내게 되었다.

이번에는 인간이 두 사람 인공지능이 둘인 4인 토너먼트로 축소되었고 게다가 최종회가 되었다.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시라이시 이사장님부터 총평해주십시오.”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시라이시 이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구도는 회견장의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다음에 구도는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일이 길어지면 못 갈지도 몰라라고는 말했지만 불계승을 거둠으로써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손을 든 다음, 한두 질문 정도만 간략하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느새 이사장의 총평은 끝나 있었다.

기자 집단이 손을 번쩍번쩍 들었다. 지명된 사람은 젊은 여성 기자였다.

구도 선생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이란 호칭은 안 붙여도 됩니다. 아무것도 가르친 게 없으니까요.”

구도는 마이크를 잡고 농담처럼 말했다.

신참 기자인지 긴장하고 있었다. 구도의 농담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초반에 승리를 거두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솔직한 소감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 우선은 대전에 응해주신 기타카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유망한 젊은 기사님과 대결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사람과의 싸움은 소프트웨어 기사 간의 대결과 달리 독특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올해도 그 느낌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은 결승전이네요. 결승을 향한 포부를 들려주십시오.”

포부라고 해도 싸우는 건 제가 아니니까요.

슈퍼 판다가 알차게 싸울 수 있도록 보조자로서 만전의 준비를 다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건강한 생활과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거겠죠.”

 

구도는 그리 말하고 미소 지었다. 여성 기자도 덩달아 웃음을 흘렸다.

슈퍼 판다는 구도가 개발한 바둑 소프트웨어였다.

알파고가 인류를 쓰러뜨린 2016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7년과 2018년 금성전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흑과 백에서 착안한 무난한 이름이었지만 무난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바둑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심심풀이였다. 심심풀이에는 심심풀이 정도의 이름이 딱 적당했다.

 

전 회에서 슈퍼 판다가 결승전에서 스토머크 파이브에 패배했습니다.

 이번에 복수심에 불타올라 있지 않습니까?”

 

먼젓번 대회에서 슈퍼 판다는 처음으로 패배했다.

와세다 대학 정보공학계열 연구실이 개발한 스토머크 파이브라는 소프트웨어와의 대전에서였다. 바둑을 비틀어서 표현한 () · ()에서

가져온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본업을 하는 한편 개발했다고 한다.

글쎄요…….”

바둑은 심심풀이였다. 이기든 지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만 그걸 그대로 말할 순 없었다.

구도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1년간 복수를 목표로 삼아 정진해왔으니까요.

결승전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때까지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도의 부드러운 대답에 여성 기자는 안심하는 얼굴을 했다.

기타카타 선생님.”

다른 남성 기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쪽은 본 적 있는 사람이었다.

대형 신문사 문화부 소속으로 바둑 관전기를 자주 쓰고 있는 기자였다.

오늘의 패인을 여쭙고 싶은데 기타카타 선생님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선생님이란 호칭은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기타카타 선생님. 답해주십시오.”

압박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기타카타의 표정이 조금 흐려지는 것이 보였다.

……. 초반부터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수가 많아서 난감했습니다.

16수 걸침에서 이어지는 흐름 등 그다지 본 적 없는 수도 있었고……. 58수 이후의 4선을 관통하는 중반의 전개도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이번 슈퍼 판다의 초반은 2년 전 무라이 선생님 전의 기보와 흡사한 것 같습니다. 그때 무라이 선생님은 좀 더 참고 견뎌냈지요.”

흐음. 그랬습니까?”

슈퍼 판다가 초반에 놀랄 만한 수를 많이 낸다는 건 유명합니다. 의도를 읽을 수 없는 수가 중반 이후에 이어져가는 것도 인공지능의 독특한 기풍입니다. 제 눈에는 기타카타 선생님이 슈퍼 판다의 기본적인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종 휘둘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솔직히 연구 부족 아닌가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저도 나름대로 연구하긴 했습니다만.”

구도 씨께 질문 드립니다.”

구도에게는 선생님을 붙이지 않았다. 남자는 도전적인 눈매를 하고 있었다.

이번 금성전에는 베테랑 메구로 8단이 인간 측 대표로 출전합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라니 무슨 말이죠?”

조금 전에 구도 씨는 결승에서 스토머크 파이브와 붙는 것을 전제로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스토머크 파이브와 메구로 8단의 대국은 다음 달입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는 메구로 선생님이 결승 상대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올라오면 위협이 될 거라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구도는 마음 표면에서 명멸하는 그 말을 무시했다.

메구로 다카노리.

7대 타이틀 중 혼인보(本因坊)와 고세이(碁聖)라는 두 개의 타이틀을 거머쥔 톱 프로였다.

올해 금성전에는 인간 측 대표로 그가 출전했다.

구도는 남성 기자를 쳐다보았다. 바둑을 사랑하고 있을 테다.

3년 전 제1회 금성전에서 인류가 참패를 기록했을 때 패배한 기사 누구보다도 쇼크를 받았다.

메구로 선생님은…….”

이 남자의 세계를 더 부숴볼까.

그런 심술궂은 마음이 뇌리를 스쳤다. 구도는 다시 웃음을 지었다.

훌륭한 기사입니다. 최신 인공지능이라고 하지만 방심할 수 없습니다.

조금 전에 했던 실례되는 말은 철회하겠습니다.

대전이 정해지면 온힘을 다해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그렇습니까. 답변 감사합니다.”

남자는 조금 납득한 모습으로 앉았다. 보이지 않나 보다. 구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인간은 더 이상 인공지능에 이길 수 없어. 영원히.

다른 기자가 손을 들었다. 회견은 이어지고 있었다.

 

2

 

자신과 같은 인간은 없다. 자신은 타인과는 다르다.

구도가 그 사실을 인식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에 읽던 도라에몽만화에서 진구와 친구들이 시험 점수에 일희일비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째서 저렇게 간단한 시험에서 100점을 못 받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자 매번 무난하게 100점을 받는 것은 소수파로,

그 외 대부분은 시험 점수를 올리는 데 온갖 고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초에 구도는 학교 수업을 듣지 않았다.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교과서는 2시간이면 읽을 수 있었다.

그걸 조금씩 조금씩 1년이나 걸쳐서 다 읽는 행동은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구도는 그로부터 한동안 숨을 참고 주위를 관찰했다.

보통의 초등학교 2학년은 확률이나 소수라는 개념을 이해 못했다.

보통의 초등학교 2학년은 나쓰메 소세키를 읽을 수 없었다.

보통의 초등학교 2학년은 50미터 달리기를 9초대 전반으로 달릴 수 없었다.

자신은 그 모든 것이 가능했다. 딱히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숨을 쉬는 것만으로.

구도에게 있어서 다행이었던 점은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이 자의식을 모두 드러내면 분명 박해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감추고 주위 인간들을 뒤에서 계속 조종하는 편이 현명하다.

구도는 가면을 쓰기로 했다. 겸손으로 무장하고 늘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자기표현은 그다지 하지 않고 여차할 때는 믿음직스럽게 행동했다.

애교와 유머와 배려, 그 균형을 적당하게 잡아 질투도 반감도 사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절했다.

구도는 그런 포지션에 자신을 두도록 늘 유의하며 초등학교 6년을 보냈다.

그 생활은 쾌적했다. 하지만 무료했다.

 

여자 친구가 처음 생긴 것은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 무렵이었다.

구도는 테니스부에 들어갔다. 상대는 한 살 위 선배로 고백은 상대에게 받았다.

구도는 사귀기로 했다. 딱히 좋아하는 상대는 아니었지만 싫어할 정도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섹스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 경험은 부모님이 집을 비운 여자 친구네에서 마쳤다.

처음 들어가는 여자 방. 그녀의 미묘하게 둥그스름한 신체와 적당하게 탄 건강한 살결.

알몸으로 서로 마주한 순간, 그때의 폭발하는 듯한 기대감을 구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자 대수롭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녀는 중학생치고는 섹스가 능숙한 편이었지만

구도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는 아니었다.

여체의 감촉에 바로 질려버렸고 침대 위에서 배려를 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다들 이런 데 빠져 있는 건가. 구도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구도에게 있어서는 그 실망조차 예상 범위 내였다.

섹스는 딱히 그렇게 기분 좋지 않아.’

오히려 자위하는 편이 나아.’

그런 의견이 있다는 사실을 정보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따분한 일이 늘었다. 그뿐이었다.

예상. 구도를 괴롭힌 것은 바로 이 예상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 테니스도 그랬다.

이대로 연습을 쌓아나가면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연습 강도를 높이면 어느 정도 상위권에는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톱은 될 수 없다.

자신의 잠재 능력을 예상하는 일과 얼마나 노력하면 보상이 얼마나 돌아오는지

알아보는 비용 대비 효과.

구도는 그 계산을 높은 정밀도로 실행할 수 있었다.

스포츠에서뿐만이 아니었다. 공부도 놀이도 인간관계도.

연애도 그랬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여성이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지.

계획대로 움직이면 구도는 대부분의 여자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를 알 수 있는 연애만큼 시시한 것도 없었다.

여자를 닥치는 대로 따먹을까.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구도는 자중했다.

그러면 박해를 받을 뿐이다. 어차피 섹스는 시시하고 여자와 나누는 대화도 시시하다.

진지해질 일도 아니었다.

연애는 영양제와 같았다.

구도는 어느 시기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페닐에틸아민.

연애 호르몬으로 속칭되는 그것들이 뇌 안에서 활발해지는 상태,

그것이 사랑하는상태다. 연애란 뇌내 물질의 분비에 지나지 않는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섭취하면 된다.

중학교, 고등학교.

구도는 오로지 인간관계를 조절했고 때로 영양제를 섭취하면서 보냈다.

 

눈을 뜨자 구도는 택시 뒷좌석에 있었다.

택시에 탄 것까지는 기억했지만 어느새 잠이 든 모양이었다.

심심풀이였지만 기타카타와의 대국은 나름대로 심신에 부담을 준 모양이었다.

스마트폰을 보았다. 약속 장소까지 앞으로 10분 정도 걸릴 것 같았다.

구도는 노트북을 꺼내 프리쿠토를 켰다.

윈도우가 떴고 10명의 여성 이름이 나타났다.

구도는 그중에서 사쿠라 고토리를 선택했다.

조금 전에 금성전이 끝났어. 식은 죽 먹기였지만 꽤 피곤하네. 지금부터 술자리야.”

채팅 화면을 향해 글을 쳤다.

순식간에 답장이 왔다. 고토리는 글 쓰는 데 부지런한 편이었다.

수고했어. 잘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술자리라면 뒤풀이?”

아니, 대학 동기랑 오랜만에 마시는 거야. 사카키바라 미도리라고 소개했었나?”

아니, 들은 적 없어.”

그렇구나. 다음번에 알려줄게. 역시 긴장했는지 몸이 무겁군. 피곤한 것 같아.”

바쁘더라도 영양분은 섭취해. 지금 계절이라면 사과를 먹는 게 좋아.

하루에 사과 하나면 평생 의사가 필요 없다고도 하니까.”

고토리는 여전히 박식하구나.”

잠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안 돼. 술은 적당히 마셔.”

고마워. 밤에 다시 연락할게.”

구도는 그렇게 치고 송신을 눌렀다. 엄지를 세운 이모티콘이 답장으로 왔다.

손님?”

어느새 택시는 멈춰 있었다.

실례했습니다.”

구도는 노트북을 덮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애니는재미있어 2017-11-2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화는 조금 어두운것 같네요. 다음 화 기대하고 있을게요.

김신형 2017-11-2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의 요소들이 잔뜩 들어 있어서 소설이 아니라 수필 같은 느낌도 드네요. 이세돌 9단...
 

 

‘Bonus Stage.’

 

갑자기 준야의 컴퓨터 모니터에 그 글자가 떠올랐다.

좀비를 한창 섬멸하던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게임은 중단되었고 글자만이 깜박이고 있었다.

뭐지? 보너스 스테이지? 이 게임에 이런 모드가 있었던가?

준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면이 바뀌고 ‘Please Wait’라는 글자가 깜박이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화면이었다. 서버 장애일까? 아니 장애라면 보너스 스테이지라는 표시는 이상하다.

준야는 그대로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다음 전개는 전혀 시작되지 않았다.

착착 진행되는 점이 자랑인 이 게임으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간격이었다.

리셋하는 편이 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바로 다음 스테이지를 플레이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트러블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준야는 기분을 전환하고 책장에서 만화를 빼냈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때로 게임 화면을 쳐다봤다.

‘Please Wait.’ 화면 안에서 누군가가 속삭이듯이 글자는 계속 깜박이고 있었다.

 

*

 

하루는 옥상에 나와 있었다.

지면에는 드론 네 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특별 주문한 컴퓨터는 방에 두고 왔다.

옥상에는 콘센트가 없어서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았다.

대신 하루의 주변에 있던 것은 소형 맥북이었다.

하루는 맥북을 펼쳐서 클라우드에 다시 접속했다. 조금 서둘러서 행동했다.

조금 전에 하루가 선택한 플레이어의 화면에는 ‘Please Wait’ 경고가 떠 있을 테지만,

플레이어는 성미가 급하다.

아직 1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로그아웃한 플레이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루는 체크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시켰다.

플레이어 두 사람이 이미 퇴장했지만 다행히 다섯은 남아 있었다.

그중에는 ‘JUNYA’의 이름도 있었다.

마침내 찾아왔다. 하루는 마지막 명령어를 타이핑했다.

 

*

 

갑자기 화면이 바뀌고 게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준야는 읽고 있던 만화를 내던지고 컨트롤러를 잡았다.

보너스 스테이지였지만 게임 화면은 여느 때와 같았다.

게임 개시를 알리는 음악이 흘렀고 좀비에게 점거당한 시부야의 공중이 비춰졌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편성이 이상했다.

드론이 네 사람?”

무심코 말했다. 드론은 단순하고 동작도 간략해서 그다지 인기가 없는 보직이었다.

선택지가 스무 가지 정도나 되는 <리빙데드 · 시부야>에서

한 스테이지에 이만큼이나 되는 드론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또 만났네.”

조금 전에 준야에게 말을 건 플레이어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준야는 수고라는 답변만 쳤다. 플레이 중에는 플레이 쪽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게임 스타트.

게임 개시 지점은 스크램블 교차로 근처에 있는 빌딩 옥상이었다.

준야는 드론을 하강시켜 교차로로 향했다.

교차로에는 좀비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모습이 달랐다.

드론을 보면 맹렬히 달려드는 좀비들이 이쪽을 올려다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좀비들의 움직임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것들이 평소와 달랐다.

드론의 움직임이 여느 때보다 훨씬 느렸다.

배경 배치도 달랐다.

배치가 다르다기보다 그림이 엉성하다고 할까

여느 때의 화면보다 상당히 조잡한 인상을 받았다.

베타 테스튼가?”

준야는 중얼거렸다.

보너스 스테이지라는 이름을 빌려서 개발자 측이 테스트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보통 그쪽 작업은 디버거를 고용해서 실행할 텐데 돈이 없는 걸까.

그런 데 맞춰주는 건 짜증났지만,

새로운 버전을 한시라도 빨리 플레이할 수 있다면

개발자의 생각에 동조하는 것도 괜찮을지 몰랐다.

준야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준야는 버튼을 누르고 좀비 무리에게 발포하기 시작했다.

 

*

 

하루의 시선 아래.

스크램블 교차로에서는 대혼란이 일어나 있었다.

상공에서 발포를 반복하는 드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하루는 그 광경을 단지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부적인 것은 보려고 하지 않았다.

전체를 내려다보며 그 광경을 뇌에 계속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기적이다.

하루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외의 감정은 없었다.

단지 이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하루는 흥얼거렸다. 헨리 맨시니의 <문 리버>였다.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

 

게임은 명백하게 이상했다.

덮치고 또 덮쳐도 좀비가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총탄은 발사되는 듯했지만, 화면 속의 좀비에게 닿지 않고 통과하는 것 같았다.

이거, 뭐 좀 이상하지?”

플레이어가 채팅으로 말을 걸어왔다.

준야는 컨트롤러를 조작하면서 한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게임 플레이는 반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우리 베타판 디버거인 거 아냐?”

아아, 그럴지도. 이거 이상해.”

버그투성이야. 좀비도 안 죽고 말이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준야는 게임을 종료시킬까 싶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화면상에 화살표가 깜박이기 시작했다. 이런 것도 본 적이 없었다.

압박하듯이 화살표는 계속해서 깜박였다. 위로 가라는 걸까.

준야는 조금 망설이다가 드론을 상승시키기 시작했다.

오른쪽 아래 지도에서 빨간 점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준야는 그 의도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빨간 점이 있는 장소로 준야를 유도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이 스테이지가 시작된 빌딩 옥상이었다.

다들 화살표 나오고 있어?”

준야는 채팅창에 말을 걸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도를 보니 다른 플레이어는 스크램블 교차로 부근에서 좀비를 계속 쏘고 있는 듯했다.

뭐지? 의문을 품으면서 준야는 계속해서 상승했다.

 

*

 

드론 한 대가 하루의 시야에 떠올랐다.

빌딩 옥상. 드론은 선물을 옮겨다주듯이 천천히 하루에게 다가왔다.

눈을 감았다. 하루는 양손을 펼쳤다.

게임오버다. 이제 곧 세상이 끝난다. 하루의 마음은 흐트러져 있지 않았다.

옮겨다준 죽음을 살그머니 받아들이듯이 하루는 그때를 기다렸다.

아메.”

말이었다.

말이 북받쳐 올랐다. 그 사실에 하루는 놀랐다. 강한 자극에 마음이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말해야 한다. 게임오버. 이 경치가 닫힌다. 그 전에.

하루는 그 말을 했다.

 

총성이 울렸다. 하루는 뒤로 튕겨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김신형 2017-11-2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야가 게임인줄만 알았던 스테이지가 사실은 현실이었단 사실에 놀랐습니다. 하루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까지 희생시키면서까지 남에게 죽고 싶었던 걸까요.. 다음 화가 빨리 보고 싶습니다.

애니는재미있어 2017-11-22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아메‘와 이 글이 전하고 싶은것이 뭐일지 궁금하네요.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프롤로그 201412

 

미즈시나 하루는 양팔을 펼쳤다.

그건 십자가 같기도 했고 하늘을 날아오르려 하는 새 같기도 했다.

공중에 정지해 있던 드론이 다가왔다.

그 배에는 카메라와 베레타 M92가 실려 있었다.

이탈리아식 자동 권총.

되도록 정밀도가 높은 게 좋아.”

하루의 요청에 따라 구리타 요시토가 준비한 물건이었다.

두렵지는 않았다. 들뜨지도 않았다. 공허에 사로잡히지도 않았다.

하루는 평소와 같았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도 하루의 마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

 

두 시간 전.

시부야의 하늘은 화창하게 개어 있었다.

도호쿠 지방 쪽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고 했다.

간토 지방까지 비가 내렸더라면 계획을 연기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건 기우로 끝날 듯했다.

하루 앞에는 드론 네 대가 놓여 있었다.

열 가지쯤 되는 샘플을 시험해본 끝에 도달한 대만제 쿼드콥터였다.

선정한 조건은 두 가지. 카메라와 총,

중량이 나가는 물건을 양쪽에 싣고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을 것.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가 제공될 것이었다.

전자는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인 것은 후자였다.

드론은 통상적으로 부속 컨트롤러나 스마트폰 앱 등의 전용 소프트웨어로 조종된다.

하지만 하루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드론을 조종하는 독자적인 앱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하루가 선정한 드론에는 고기능 개발 키트가 딸려 있었다.

어플리케이션 개발도 반년 전에 끝났다. 이미 시험 비행도 세 번이나 마친 상태였다.

하루는 일어났다.

이날을 위해서 빌린 상가빌딩의 한 공간.

창밖 시선 아래에는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가 펼쳐져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의 혼잡한 흐름을 바라보면서도 하루의 마음은 차분했다.

 

*

 

다지마 준야는 마우스를 움직이다 아이콘을 더블클릭했다.

윈도우창이 뜨고 검은 배경에 ‘A GAME’이라는 글자가 떴다.

백 번 이상은 본 오프닝이었다.

페트병에서 콜라를 들이부었다.

심한 충치를 앓는 어금니로 당분이 힘차게 흘러들었다. 찌르는 듯한 격통. 준야는 혀를 찼다.

준야는 열네 살이지만 요 1년간 학교에 가지 않았다.

집에 선생님이 찾아오는 낌새는 있었지만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그가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처음에는 이름에서부터 시작됐다.

돼지마.’

그것이 그에게 붙은 별명이었다.

부르는 쪽도 처음에는 장난이었을 테다.

하지만 농담이 과열되어 바로 조롱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무시당했다. 그의 물건이 버려졌다. 불려 나가서 얻어맞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준야의 주위에는 적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해줬으면 좋겠다.

준야는 주범 세 명과 공범 여덟 명의 실명을 써서 담임에게 가져갔다.

정년에 접어든 나이든 선생님은 준야의 말을 진지한 표정으로 들어주었다.

다지마, 용케도 용기를 내줬구나.”

나한테 맡겨주렴.”

반드시 어떻게든 해줄게.”

선생님의 말에 진심이 어려 있다고 느꼈다.

이걸로 상황은 개선되겠지.

준야의 그런 기대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괴롭힘은 이어졌다.

견디기 힘들어진 준야는 다시 선생님을 찾아갔지만,

이런 건 신중하게 다뤄야 한단다

미안하구나. 좀 더 기다려주렴하는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준야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복도를 걷고 있는 데 느닷없이 등을 걷어차였다.

 쓰러진 얼굴 위를 무언가가 철퍼덕 덮쳤다.

 코에 진흙과 같은 것이 닿았고 가슴이 불탈 만큼 썩은 내가 났다.

돼지마! 똥 닦은 걸레지롱!”

주범 중 한 명의 목소리와 주변 사람들의 원숭이 같은 환호성이 떨어졌다.

대변 냄새와 걸레의 습한 기운.

그때 준야는 보았다.

복도 건너편. 담임선생님이 이쪽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무 것도 못 본 양 뒷걸음질 쳐서 사라져가는 그 등을.

준야는 그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 장소에 자신의 아군은 없다.

학교라는 세계 안에서 자신은 혼자다.

그러고 나서 준야의 행동은 빨랐다.

학교에 가면 괴롭힘을 당하니 이젠 안 가겠다.”

부모님에게 그렇게 선언하고 등교를 거부하고서는 방에 틀어박히게 되었다.

준야에게 있어서 운이 좋았던 게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지식이었다. 왕따 가해자 집단과 싸워봤자 승산은 없다. 얼른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인터넷에서 상식이 된 그런 지혜에 준야는 어릴 적부터 접근하고 있었다.

그래서 삽시간에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 등교를 거부할 수 있었다.

다른 한 가지는 부모님이었다.

준야의 아버지는 작은 마케팅 회사를 세운 경영자로 소년기의 인간관계 같은 것은

사회에 나오고 나서는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는 역시 염려는 했지만, 준야의 결단을 긍정하는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준야의 머리가 똑똑했던 것도 운이 좋았다.

중학교에서 배우는 학습 과정을 준야는 독학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

준야가 동급생들을 바보라고 무시했던 것은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리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방에 틀어박혀서 때론 공부를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과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는 데 사용했다.

장래는 불안하지만 이 생활은 이 생활 나름대로 즐거웠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비슷한 처지인 사람이 여럿 있었다.

학교에서 거만하게 구는 바보들과 어울릴 필요가 없었다.

대학교 졸업장 정도는 필요하니까 조만간 검정고시라도 치자.

좁고 어두운 방에서 준야는 장래 계획을 짜고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에 오프닝 타이틀이 떴다.

<리빙데드 · 시부야>.

3개월 정도 준야가 빠져서 하고 있는 무료 인터넷 게임이었다.

컨트롤러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게임이 바로 시작됐다.

<리빙데드 · 시부야>3D 액션 게임이었다. 무대는 좀비 집단에 점거당한 시부야.

거리를 가득 메운 좀비를 쓰러뜨리고 시부야 거리를 탈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보직 선택 화면이 떴다. 준야는 보병을 선택했다.

이 게임의 묘미는 플레이어가 다채로운 역할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보병이 되어 좀비 무리를 공격해도 되고 저격수가 되어 멀리서 저격해도 된다.

장군을 선택하면 여러 명의 병사를 조종해서 적과 싸울 수 있다.

게임을 클리어해나가면 경험치가 쌓여서 새로운 역할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며,

보다 강력한 무기를 지닐 수 있게 된다.

플레이어는 네 사람. 온라인에 모인 플레이어가 협력해서 좀비 퇴치를 목표로 삼는다.

<리빙데드 · 시부야>는 일본어판밖에 제공되지 않지만 전 세계에 팬이 있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었다.

조작이 매끄러웠고 좀비를 쓰러뜨려나가는 상쾌함도

강력한 사운드도 기분 좋게 연출되어 있었다.

한 판이 5분 만에 끝나는 짧은 게임 시간도 한몫했다.

게임이 시작된다. 3D로 재현된 시부야 거리가 화면 가득히 펼쳐지고

좀비가 어슬렁어슬렁 무리지어 나온다.

준야는 컨트롤러를 조작하면서 덮쳐오는 좀비를 차례대로 쓰러뜨린다.

재즈 피아니스트의 즉흥 연주처럼 그 움직임은 유려하고 불필요한 구석이 없었다.

가득 몰려든 좀비의 파도를 밀어젖히면서 준야는 우측 아래의 지도를 살펴봤다.

그곳에는 필드 전체 지도가 표시되어 있었고 아군 플레이어의 위치가 깜박이고 있었다.

보병 두 사람, 저격수 한 사람, 드론 한 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준야 근처에 있던 좀비가 느닷없이 뛰쳐나왔다. 저격수의 공격이 명중한 것 같았다.

이번 파티는 꽤 강력한 녀석들인 것 같았다.

<리빙데드 · 시부야>에서는 짜여진 파티 레벨에 따라 좀비가 출연하는 양과

강도가 자동 조절된다.

몰려드는 좀비는 수가 많은 데다 강했다. 하지만 좀비를 계속해서 압도해나갔다.

그리고 5분 후. 좀비 집단은 괴멸하고 게임 클리어를 알리는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아군은 전원 생존하고 있는 듯했다. 좋은 팀이다. 준야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GJ, ALL."

굿 잡(Good Job)을 의미하는 줄임말이었다.

<리빙데드 · 시부야>에서는 파티와 채팅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글을 써도 답이 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실제로 플레이어 한 사람은 퇴장한 상태였다.

“np.”

노 프라블럼(No problem).

플레이어 한 사람에게서 답이 왔다. 드론을 조종하는 플레이어인 것 같았다.

저기, 말이 나온 김에 질문해도 될까?”

플레이어가 질문해왔다. 준야는 ‘OK’라고 답했다.

“JUNYA라면 그 JUNYA?”

아무래도 자신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스코어 랭킹 상위권에 늘 있고 플레이 녹화를

동영상 사이트에 투고하는 ‘JUNYA’는 게임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존재였다.

, 아마도.” 준야는 답했다.

그랬구나. JUNYA가 올린 동영상 자주 보고 있어. 참고하고 있거든.”

땡스.”

지금은 보병으로 역할 체인지한 거네.”

아니, 최근에 빠져 있을 뿐이야.”

“JUNYA라고 하면 드론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런 눈으로 보고 있는 건가.

<리빙데드 · 시부야>의 커뮤니티에 있어서 ‘JUNYA’라고 하면 드론이었다.

준야가 연구해서 투고한 드론 비행 영상은 접속자 수도 많아서

드론을 사용한다면 이것을 보라고까지 하는 평가를 얻고 있었다.

JUNYA 팬이니까 괜찮다면 또 같이 싸우자.”

“OK.”

이번에는 드론으로 말이지.”

그 말을 남기고 플레이어는 채팅창에서 로그아웃했다. 준야는 기뻤다.

유명인이라고는 하나 이렇게 직접 칭찬받는 일은 거의 드물었다.

학교에서 만나는 바보들과의 관계에서는 얻을 수 없는 기쁨이었다.

오랜만에 올릴까.

게임 플레이를 동영상 사이트에서 생중계한다.

동영상 사이트에 만든 ‘JUNYA’ 채널에는 팔로워가 30명 정도 있었다.

생중계로는 아무도 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그리고 편집해서 다시 투고하면 모두가 봐줄 것이다.

준야는 브라우저를 켜서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보직 선택 화면, 준야는 드론을 선택했다.

 

*

 

하루는 컴퓨터를 켰다.

이날을 위해 준비한 특별 주문 컴퓨터로 CPU도 메모리도 최대한 좋은 걸로 설치했다.

 솔직히 이런 스펙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컴퓨터 성능 때문에 실패하는 건 피하고 싶었다.

클라우드에 접속해서 체크용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현재 누가 <리빙데드 · 시부야>를 플레이하고 있는지 그중에 원하는 레벨의 사람이 있는지,

그것을 추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은 해당하는 플레이어 두 사람을 찾아내주었다. 두 사람. 이걸론 부족했다.

미즈시나 하루는 <리빙데드 · 시부야>의 개발자였다.

하루는 아버지의 얼굴을 몰랐다.

철이 들기 전에 부모님은 이혼했고 엄마와 둘이서 쭉 살아왔다.

엄마는 하루에게 관심을 쏟지 않았다. 그보다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을 하는지 남자와 시간을 보내는지 이 집 말고도 주거지가 있는지,

그런 것조차 하루는 알지 못했다.

건실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식사나 청소 같은 집안일 정도는 해주었지만,

만족스런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었다.

네가 태어난 탓에 나는 고생하고 있다.”

그런 매도조차 엄마의 입으로 듣지 못했다.

철이 들 무렵 하루에게 있어서 엄마는 집에서 가끔 보는,

면식 있는 사람 정도의 존재였다.

자신은 어째서 태어난 걸까. 부모님은 어떤 경위로 결혼한 걸까. 하루는 아무것도 몰랐다.

아마도 엄마에게 있어서 출산은 배설과 같았을지도 모른다.

배설물에 관심이 없듯이 피와 살을 나눠가진 순간부터 엄마는 딸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하루는 그것을 서운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엄마와 함께 채워야 하는 시간, 그 공동(空洞)을 하루는 게임을 하면서 보냈다.

소설, 영화, 만화, 인터넷. 그것들도 즐거웠지만 뭐니 뭐니 해도 게임이 최고였다.

게임은 하나의 세계이다.

현실 세계가 허무하다면 다른 세계에서 지내면 된다.

고양이가 좁은 장소를 좋아하듯이 하루는 작은 세계의 주민이 되는 것을 선호했다.

이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하루가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

<리빙데드 · 시부야>는 하루의 혼이 담긴 작품이었다.

메인 프로그램은 하루가 혼자서 만들었고

CG나 음악과 같은 표피 부분은 아웃소싱 사이트를 통해

인도나 한국의 크리에이터에게 외주했다.

모인 조각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마침내 형태가 완성된 것은 2년 전 가을이었다.

하루는 이 게임이 인기를 모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루는 개발자인 동시에 게이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리빙데드 · 시부야>는 공개 직후부터 대형 뉴스 사이트에서 다루어졌고

한때는 서버 처리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만큼 접속자가 몰렸다.

현재는 기초 공사 정비도 끝나서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하루의 게임에 광고를 넣고 싶다는 이야기가 들어왔어.

아메의 말을 떠올렸다. <리빙데드 · 시부야>에 실린 광고는 하루의 자금원이었다.

아메는 생활력이 있었다. 게임을 만들어서 생활한다.

그런 건 아메한테 들을 때까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끝이다. 오늘로 모든 것이.

하루는 다시 체크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조건에 일치하는 플레이어의 데이터가 화면상에 나란히 떠올랐다. 하루는 시선을 멈추었다.

‘JUNYA’. ‘JUNYA'가 지금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드론의 명수로 팬사이트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하루도 그의 플레이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능숙했다.

움직임이 더딘 드론을 사용하면서도 정확한 공격력으로 좀비를 계속해서 사살해나갔다.

높은 집중력, 탁월한 기량.

진짜 전쟁터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전사로서의 능력이 플레이어에게서 엿보였다.

조금 전과는 달리 화면상에는 일곱 명의 플레이어가 선출되어 있었다.

‘JUNYA’라는 자석에 이끌린 듯이 우수한 플레이어가 일제히 접속해 있었다.

결행이다.

하루의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이건 흥분일까 뭘까. 하루는 마음속을 점검하고 조금 안심했다.

 적어도 공포로 인한 것은 아닌 듯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jiyu25 2017-11-20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Cngsora 2017-11-2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미 쪽에서 새로운 책이 나온다길래 와봤는데 관심가지게하는 책이 또 나온것 같군요.

kingcjfn 2017-11-20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책들 너무 좋아합니다
제목에서 신비함이 느껴지는 책
빨리 출간되서 보고싶네요

김도형 2017-11-20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어떤 작품을 가지고온건지... .. 매우궁금합니다

애니는재미있어 2017-11-20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보이네요.

김신형 2017-11-20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화만 보면 제목과는 거리감이 있는데 내일 또 어떤 내용을 읽을 수 있을지 기대합니다. 전체 내용이 아직은 유추가 안되네요.

Simon 2017-11-20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에도 상당히 기대되는 작품이네요. 과연 준야와 하루는 어떤 관계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