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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용사 소환에 휩쓸렸지만 수상쩍어 도망 나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중세 유럽 같은 검과 마법의 판타지 세계였다.

내 이름은 무코다 츠요시.

27세, 독신, 일본의 지방 도시에 사는 별 볼 일 없는 샐러리맨이었다.

그런 내가 어째서 이런 세계에 있는가 하면, ‘용사 소환’ 의식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심심풀이 삼아 인터넷 소설을 자주 읽은 터라 이런 이야기는 질릴 정도로 익숙하지만,

설마하니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그것도 용사가 아니라, 단순히 휩쓸렸을 뿐이라니…… 농담이 아니라고.

그 농담도 안 되는 ‘용사 소환’ 의식을 집행한 것은 레이세헬 왕국이라는 나라였다.

세 명의 용사를 소환했는데 네 명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 자리에 있던 높으신 분들이

모두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말이지, 제일 곤혹스러운 건 갑자기 이세계에 소환된 우리들이라고.

갑자기 ‘용사 님’이라잖아.

인터넷 소설을 자주 읽은 나는 단박에 이세계 소환이라는 걸 눈치챘지만.

용사님이라고 부르기에, 솔직히 아주 살짝 기대했었다고.

그 기대는 빗나갔다는 사실이 금세 판명되었지만…….

소환된 우리들은 곧바로 감정(鑑定)의 마도구인가 하는 걸로 스테이터스를 감정 받았다.

그 스테이터스 감정 결과, 나 이외의 사람들(모두 교복 차림이었으니 고등학생이리라)은 직업란에 ‘이세계에서 온 용사’라고 되어 있는

반면 나는 ‘휩쓸린 이세계인’이라고 되어 있었다고.

게다가 다른 세 사람은 체력이나 마력 등이 700~800 정도인 반면,

나는 전부 겨우 100 정도였다.

그 정도도 이 세계의 평균을 웃도는 것인 모양인지 그럭저럭 힘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다른 세 사람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것이 틀림없는지라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스킬 수도 나와 나머지 세 명은 전혀 달랐고 말이지.

공통 스킬인 감정과 아이템 박스 외에도 그들은 성검술이나 성창술(聖槍術)이나

(聖) 마법 같은, 그 자리에 있던 높으신 분들이 경악할 정도의 스킬을 갖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불, 물, 흙, 바람, 빛, 번개, 얼음 같은 마법 스킬도 갖추고 있었다.

바로 치트라는 것이다.

반면 내 것을 보자면, 고유 스킬이 ‘인터넷 슈퍼’였다.

아니 아니, 그게 뭐여? 라는 느낌이라고.

물론, 인터넷 슈퍼가 뭔지는 안다.

여러 가지로 신세를 지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스킬이라고, 스킬.

다른 마법적인 무언가가 있을 텐데?

이세계인들은 인터넷 슈퍼가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인 데다,

직업 용사 세 명에게는 웃음거리가 되는 등, 이 고유 스킬 덕분에

바로 쓸모없는 존재 취급을 받았다고.

그래도 ‘용사 소환’으로 이쪽 세계에 소환된 것은 틀림없으니

나도 왕을 알현하는 자리에 입회할 수 있게 되기는 했는데,

그 왕이 하는 말이 어찌나 수상쩍던지.

왕이 말하길,

마왕이 이 나라를 지배하려 꾀하였고, 이 나라를 여러 번 공격해 왔다.

지금은 어찌어찌 막아내고 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 나라의 국민은 괴로워하고 있다.

매달리는 심정으로 고대의 용사 소환 의식을 행했다.

이쪽 형편만으로 소환해놓고 제멋대로인 부탁이지만, 부디 이 나라를 구해주었으면 한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은 이 나라에 전해지지 않지만,

오랜 시간을 살아왔고 마법 실력이 뛰어난 마왕이라면 알고 있을 터다.

뭐, 이런 느낌의 내용이었다.

명백하게 수상쩍잖아. 특히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 부근이 말이야.

그리고 왕의 한 말대로라면 이 나라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건데,

이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전부 비장감이 없거든.

게다가 왕은 뚱뚱하게 살찐 아저씨에, 얼마나 돈을 들인 거냐 싶은

번쩍번쩍한 보석을 덕지덕지 단 망토를 걸치고 있잖아.

왕 옆에 앉은 왕비도, 두 사람의 옆에 있는 공주 쪽도

온갖 사치를 다 부린 듯한 화려한 드레스를 몸에 걸치고 있다고.

백성들의 괴로움에 고뇌한다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여봐란 듯이 마음껏 사치를 부릴까?

그러한 여러 가지 것들을 종합하여 판단한 결과,

이 상황은 글러먹은 타입의 이세계 소환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용사라고는 해도 결국 이 나라의 영토 확장을 위한 전쟁에 끌려 나간다든가,

아무튼 이 나라에 좋을 대로 이용될 뿐이리라.

게다가 나는 용사도 아니니 제대로 된 취급을 받지 못할 테고,

최악의 경우에는 처형될 가능성도 있다.

나는 지금 당장 성에서 나가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단 왕의 아래로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용사도 아니니, 여기 있어봐야 여러분에게 폐를 끼칠 뿐입니다.

그래서는 제 마음이 무척이나 괴로우니, 직업을 구할 때까지

두세 달 정도 생활할 수 있는 돈을 좀 주신다면

제 스스로 어떻게든 해나가 볼려고 합니다.”

그랬더니 예상대로라고 할까,

 귀찮은 존재를 쫓아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금화 스무 닢을 주고 성 밖으로 추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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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토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아아아아아아아악…… ?”

침대 위다.

걷어 찬 이불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전력질주를 한 직후처럼 호흡이 거칠어졌고,

고동이 리듬게임 EX 모드처럼 연달아 울리고 있었다.

둥글고 하얀 실링 라이트에 미세한 요철이 있는 하얀 벽지.

픽쳐 레일에 걸려 있는 변웃고태피스트리,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책장과 나뭇결무늬 바닥.

커튼 틈새로 여름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약간 낡은 대형 에어컨이 소리를 내며 차가운 바람을 내뿜고 있다.

사이드 테이블에서 스마트폰을 들었다. 시간은 918, 편집자에게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


――, 인가.

진짜로 꿈이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그것은 반년 전에 일어났던 악몽 같은 사고였다.

결국 그 때는 30분 정도 뒤에 낯선 OS로 변한 PC를 사용해 원고를 메일로 보냈고――

담당 편집자가 인쇄소에서 엎드려 사과해준 덕분에.

무사히……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 발매일에 맞춰 서점에 나가게 되었다.


아니, 여기…… 내 방……이지?”

유우토의 기억이 확실하다면 자기 방은 자료로 쓰는 책이 바닥에 가득 차 있고,

침대 머리맡과 발치까지 점령하고 있어서 겨울에 고양이가 그러는 것처럼 몸을 웅크리지 않으면 잘 수 없을 정도로 혼돈스러운 참상이었을 텐데.


자료는 책장 앞에 쌓여 있었다.

책상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었던 도시락이나 컵라면, 페트병과 영양 드링크 같은

수라장의 흔적들이 쓰레기봉투로 정리되어 있었다.

게다가 유우토는 갈아입은 기억도 없는데

이벤트 때 입었던 파카와 청바지 차림이 아니라 티셔츠와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알겠나? 왓슨 군.

명탐정처럼 물어봤자 답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유우토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미스터리의 범인, 아니, 유우토의 더러운 방을 정리해준 듯한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왔다.


문이 열렸다.

괜찮으신가요?! 엄청난 소리가…….”

흐악?!”

침실로 들어온 것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마법소녀 카니버스터에 나오는 아카기 카니야였다.


――환경오염의 원흉인 인류의 정화를 내세우는 꽃게 세계 사람들로 인해 세계는 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 때 이세계에서 전해진 마법을 통해 소녀가 카니버스터로 변신한다!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으며(여자 초등학생이 과격한 옷을 입고 활약하는) 진지한 사회파 작품이다. 아마도.


치마가 V자로 뚫려 있어서 속옷……이 아니라 마도 내장갑(마기 인아머)이 보였다. 머리에는 게의 집게발을 본딴 좌우 비대칭 리본을 묶고 있었다.

유우토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직 꿈 속이었나…… 아니, 환각인가?”

밤을 너무 샜나.

카니야가 걱정스러운 듯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저기…… 엄청 큰 목소리가 들렸는데요, 괜찮으신가요?”

환상에게까지 걱정을 끼칠 줄이야.”

정말 괜찮으신가요? 땀이 많이 나요. 뭐 필요하신 거 있나요?”

……그럼 …….”

, 선생님!”


――선생님?!

마법소녀 카니야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리가 없다. 아니, 부를 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그녀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냉정하게 생각하니 꿈속은 아닌 것 같다. 아마 환각도 아니겠지.

다시 말해 침실로 들어온 소녀는 이른바 코스어였다.

코스튬 플레이어. 이 경우에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로 분장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녀가 물을 가져다주었다.

컵을 받아들고 단숨에 마셨다.

잠에서 덜 깼던 머리가 시원해지고 나서 잘 살펴보니 아는 사람이었다.

어제 이벤트(여름 코믹)에서 판매원을 해준 소녀였다.

서클을 돕는 건 처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열심히 해줬다는 건 기억하고 있다.


저기…… 너는 분명…….”

, 노기 노노카예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러고 보니 본명은 몰랐지.”

으아…… 그랬죠! ‘노노노예요.”

, 그 이름은 들었는데.”

, CN(코스네임)이에요.”


CN이라는 것은 코스튬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PN(펜네임)이나 HN(핸들네임)인 모양이다.

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해요. 어제 제대로 자기소개를 하지 않아서…….”

아니아니…… 내가 아마 제대로 듣지 않았을 거야. 멍하니 있었으니까.”

이벤트 날은 정신이 없으니까요.”

그렇기도 한데…… 잠을 안 자서.”

일을 하셨군요.”

유우토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 일 쪽 그림은 날짜가 바뀌기 전에 보냈는데.”

잠이 안 왔나요?”

요즘 사흘 정도 철야로 일 쪽 그림을 그려서……

끝난 순간에 우오옷, 내 마음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신이 나버려서. 그럴 때가 있잖아.”


그녀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철야로 그림을 그렸는데도요?”

결국 출발할 시간까지 그림을 그렸거든. , 그러고 보니 그대로 놔뒀던가?”

침대 옆에 있는 사이드 테이블에 두었던 은색 iPad Pro를 들었다. 지문 인증을 겸하고 있는 홈 버튼을 누르자 그림을 마친 채로 두었던 어플 화면이 떴다.

카니버스터를 좀 그리고 있었어. 낙서긴 한데.”

노기가 들여다보고 소리를 질렀다.

흐아~?! 이게 낙서인가요?! 책으로는 안 내세요?!”

그야 뭐, 해상도도 낮으니까.”

저는 엄청 갖고 싶어요! 선생님이 그린 카니야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요?!”


――연하 여자애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니 쑥스럽네.

, 마음 내키면 pixiv에 올릴지도 모르는 정도야.”

꼭 올려주세요!”

이야기가 한참 엇나가 버렸다.

낙서보다는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있다.


저기…… 노기 양.”

선생님만 괜찮으시면 노노카라고 불러주세요.”

, .”

“‘노노노라고 부르셔도 되지만요!”

그거 현실생활에서는 창피해. 발음도 힘들고.

동료 일러스트레이터의 펜네임 중에도 밖에서는 소리 내어 말하기 힘들 정도로 기괴한 것이 가끔 있다. 서로 본명으로 자기소개를 하진 않는다. 술을 마시는 자리 정도면 괜찮지만 주위에 일반인이 있는 곳에서 부를 때는 은근히 곤란하다.


유우토는 자기 본명을 가타가나로 표기한 것을 펜네임으로 쓰고 있다.

그럼 노노카 양.”

왜 그러시나요, 선생님!”

내 눈에는 네가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유가 뭐야?”

하으으…….”


노노카가 얼굴을 화악 붉혔다.

얼굴을 붉히다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라

그래픽 툴의 채우기 도구로 색을 넣은 것처럼 변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귀까지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 이거 울려는 거 아닌가?

유우토는 당황했다.

, 미안해! 뭔가 이유가 있는 거지?!”

…….”

이벤트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갈아입었으니까.”

동인 이벤트 때 코스프레 차림으로 집에 가는 건 규칙 위반이다. 그녀도 다른 판매원들과 마찬가지로 옷을 갈아입었을 텐데.

생각나기 시작했다.


이벤트가 끝날 때쯤, 친구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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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1. 테이크아웃?

 

책상에 두었던 스마트폰 스피커에서 피를 토하는 듯한 편집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유우토 선생님, 아직 멀었나요?! 인쇄소 사람한테서 몇 번이나 전화가 오고 있는데요?!

, 알았어요! 이제…… 이제 금방이니까요!”

같은 대화를 2시간 정도 반복하고 있었다.


아직 새해 인사가 오고 갈 시기, 장소는 아파트의 내 방이다.

컴퓨터 책상 주위에는 빈 도시락이나 빈 영양 드링크, 벗어둔 속옷,

자료로 쓴 책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액정 태블릿에 펜을 움직였다.

화면에는 흑백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고, 그 일러스트의 명암을 조절하고 있었다.

이른바 하이라이트를 넣는 작업이고 최종적인 단계다. 완성 직전이라는 건 사실이었다.


쿄바시 유우토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라이트노벨 삽화를 맡고 있다.

처음 정했던 마감 날짜는 한 달 전에 지났고,

날짜를 3번이나 다시 정했는데도 아직 넘기지 못했다――.


담당 편집자인 나가이 케이고가 떨리는 목소리로 제시했던

최후, 최종, 절대준수

까놓고 말해 진짜 마감시간이 두 시간 전에 지난 상태였다.


컴퓨터의 시계는 10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방금 16분이 되었다.

나가이는 인쇄소에 지연된 것에 대해 여러 번 사과를 하고,

회사 내부를 돌아다니며 관계부서를 달래는 한편, 재촉하는 전화를 걸고 있었다.

완성 원고를 메일로 받는 즉시 공장으로 간다고 했다.


선생님, 한계예요! 어서 받지 않으면 큰일이 나버린다고요!

새해가 된 뒤로 며칠이나 지난 줄 아세요?!

이번 권은 연말 진행이고 애니메이션에 맞춰서 만화 동시 발매 캠페인이나 사인회도 있으니

절대로 펑크내면 안 된다고―― 진짜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요!!

알았어요! 이거! 이거! 지금 저장하면 끝…….”

그래픽 툴이 반응하지 않았다.


으에?”

유우토는 펜으로 약간 세게 액정 태블릿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다.

바로 마우스를 잡고 조작했다.

다행이다! 마우스는 움직인다.

액정 태블릿이 뻗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미 저장은 했으니 이제 파일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치명적이진 않다.

안심한 순간―― 익숙하지 않은 파란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업그레이드를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곧 멋진 OS로 바뀝니다.

 

나도 모르게 일어서서 액정 태블릿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액정 태블릿에는 아무런 잘못도 없지만 연달아 한 철야로 인해 궁지에 몰린 뇌에는

그런 판단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잠깐…… 잠깐……?! 그만…… , …….”

선생님! 사인회에서 신간 펑크났습니다라고 사람들에게 말할 셈이신가요?!

사인회가 아니라 사과회가 된다고요?!

그만…… 그만둬……?”

유우토 선생님, 듣고 계신가요?! 더 이상은 안 돼요! 적당히 좀……!!


부셔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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