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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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작법이라기보단, 김연수가 사는 법이랄까. 그래서 곁에 두고 오래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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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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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정희진|교양인|2014) 단상

1. 여성학자로서의 정희진은 물론, ‘을’이라는 현실의 비참함을 살아가는, 그러나 노동자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는 정희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유독 반갑다. 
2. 로버트 서먼은 평화를 여성의 본성이라고 말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란 전쟁이 억제된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인 정의의 결과라고 말했다. 정희진의 책 읽기에서 일관되게 강조되는 평화의 관점은 이 두 가지를 정확히 충족시킨다. 
3. 정희진은 망명자이거나 디아스포라적 존재로서 투쟁한다.  
4. 그는 어쩌면 지독한 낭만주의자이기도 하겠다.
5. 컨텍스트를 위해 텍스트를 소비하는 어떤 운동가들과는 달리, 정희진은 텍스트, 그 자체를 향한 성실한 연구자다.
6. “본질적인 나는 없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나다”라는 선언과 독서를 "생각하는 노동"이자 '온몸으로 수행하는 수련'으로 정의하는 것을 고려할 때, 정희진의 책과 독서를 기록한 이 책은 '정희진을 읽는 가장 유효한 독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희진처럼 읽기>라는 제목을 "정희진 읽기"로 살짝 변주해도 되겠다.  
7. 이 책이 이렇게 반응이 좋은 것에 놀랐다(부럽다).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 알았다면 출판사는 책의 외모에 좀 더 신경을 썼을 것이다(아쉽다). 더 놀라운 것은 교양인에서 출간될 정희진의 근간들이다(무려 일곱 권. 무지 부럽다). 


다음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밑줄 그은 문장들.


즐거움(樂)에 풀잎을 얹으면, 약(藥)이 된다. 책은 즐거움이자 풀잎이자 약물이다. 나의 일상은 외롭고 지루한 노동의 연속이다. 자극이라고 해봤자, 우리 사회 대부분의 서민들처럼 분노와 스트레스가 고작이다. 내가 옴짝달싹 못하고 ‘을’이라는 현실에서 비참함을 느낄 때, 푸코를 읽으면 상대화된다. 미련으로 괴로울 때는 <그 남자에게 전화하지 마라> 같은 책도 도움이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후 몇 년간 상실감에 빠져 종일 누워 지낼 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사랑을 위해 사랑할 권리를 내려놓으라”라는 말은 나를 욕창 직전에서 구해주었다.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과 대화하다가 계급 문제를 생각할 때 주디스 버틀러는 명확한 논리를 선사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생각할 때 고바야시 히데오가 한 말, “어머니에게 역사적 사실이란 아이의 죽음이 아니라, 죽은 아이다”를 되새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타자란 없다”라고 했던 마르크스를 읽을 때 그의 깊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 글이 어렵다는 불평과 비판 세례를 받을 때, “쉬운 글은 익숙한 글일 뿐”이라는 스피박의 통찰은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우리가 비판받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역사를 채우겠는가”라고 한 나혜석은, 나를 나대로 살게 하는 용기를 준다.(12-13쪽)


나에게 책 읽기는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 상처, 고통을 해석할 힘을 주는, 말하기 치료와 비슷한 ‘읽기 치료’다. 간혹 내 글이 어둡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읽는 책은 상처에만 관여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삶에서 기쁨이나 행복은 없냐고 묻는다. 왜 없겠는가. 문제는 무엇이 행복이냐는 것이겠지. 행과 불행은 사실이라기보다 자기 해석에 좌우된다. 그리고 독서는 이 해석에 결정적으로 관여한다.(15쪽)

독서는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몸이 슬픔에 ‘잠긴다’, 기쁨에 ‘넘친다’, 감동에 넋을 ‘잃는다’. …… 텍스트 이전의 내가 있고, 이후의 내가 있다. 그래서 간단히 말해 독후의 감(感)이다. 통과 전후 몸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고, 다치고 아프고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 내게 가장 어려운 책은 나의 경험과 겹치면서 오래도록 쓰라린 책이다.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이다. 그리고 그것이 ‘고전’이다.(19쪽)


“정희진이 습득한 책 읽기 습관”(24쪽)
1. 눈을 감아야 보인다(in/sight).
2. 새로운 것을 얻으려면 기존의 인식을 잠시 유보하라(판단 정지, epoche). 
3. 한계와 관점은 언어와 사유의 본질적인 속성이지, 결함이 아니다. 
4. 인식이란 결국 자기 눈을 통해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체는 나의 시각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5. 본질적인 나는 없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나다. 
6. 선택 밖에서 선택하라. 
7. 궤도 밖에서 사유해야 궤도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8. 대중적인 책은 나를 소외시킨다. 
9. 독서는 읽기라기보다 생각하는 노동이다.

내가 생각하는 독후감의 의미는 단어 그 자체에 있다. 독후감(讀後感). 말 그대로 읽은 후의 느낌과 생각과 감상(感想)이다 책을 읽기 전후 변화한 나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없다면 독후감도 없다.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305쪽)

책이 되지 못한 책들의 피해, 비평이 되지 않는 비평의 폐혜는, 수많은 책을 읽는 ‘나’들에 의해 청산될 수 있다. 어느 출판사의 사훈은 책 때문에 망가지는 나무가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독자는 지구를 구한다.(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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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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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2014년 가을호가 계간지로서는 드물게 초판 매진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민규, 황정은, 진은영 작가 등이 참여한 세월호 특집 때문이기도 할 테고, 이를 고르고 편집했을, 그리고 팟케스트로 소개한 신형철의 힘 때문이기도 하겠다(그의 팟케스트는 아직 듣지 못했다). 선연한 슬픔을 밀도 높은 문장으로 기록한 글들이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문학동네>에 실렸던 글들은 물론 김연수, 김애란, 김행숙 작가 등의 글이 더해졌다. 


엮은이는 신형철이다. 최근 신형철의 신간도 출간되었는데, 제목이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다. "부정확한 사랑의 폐허"에서 "정확한 사랑에의 결행"을 시도하는 텍스트다. 세월호도 그렇다. 침몰하는 이 나라, 폐허의 땅에서, 그는 "정확한 사랑"을 도모하는 것이다.


 오래도록 간직할 슬픔이고 분노이기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 책이 참으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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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예언자, 헨리 나우웬
마이클 앤드류 포드 지음, 김명희 옮김 / 포이에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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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헨리 나우웬은 21세기를 목전에 둔 시점에 개신교 독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물론 그의 책은 저작권과 상관없이 가톨릭 출판사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출간되었지만). 두란노를 시작으로, IVP와 좋은씨앗 등이 그의 책을 '남김 없이' 출간했다. 가톨릭 사제의 책이 보수적인 개신교 독자들에게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지는 출판사들도 놀랐을 것이다. 그의 책 판매량이 정점에 달했을 때, 두란노는 <영혼의 양식>을 출간하며 "헨리 나우웬은 보물입니다"라는 카피를 썼다. 그리고 그즈음 마이클 포드가 쓴 전기 <헨리 나우웬>(2003)이 두란노에서 출간되었다. 

이 전기는 헨리 나우웬에 대한 가장 좋은 전기로 꼽힌다. 그러나 이 전기는 동시에, 나우웬에 대한 가장 좋지 못한 전기로 국내에 출간되었다. 왜냐면, 그가 평생 아파했던 동성애적 기질과 우울증 증세를 다루는 상당 대목을 임의로 삭제하고 편집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보수적인 개신교 독자들을 고려한 것일 게다. 나는, 이 '사건'에서 나우웬 영성을 왜곡되게 소비하는 개신교의 상업적 욕망을 본다. 나우웬을 '보물'로 소개하였지만, 그의 영성이 왜 보물인지 그 맥락은 간과했다. 수년 뒤, 근본주의 진영에선 나우웬의 동성애적 성향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두란노는 그의 저작들을 판권 유효기간이 끝나자 포기하기 시작했다. 아마 예전만큼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나우웬을 제대로 독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르쉬에서 썼던 그의 후기작들을 충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가 예일과 하버드 등에서 교수로 활동하던 시기에도, 끊임없이 빈민과 민중을 향한 애끓는 시선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나우웬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구티에레쯔를 만난 이후 사회정치적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얼마 후 하버드를 사임하고 장 바니에의 초청을 받아 라르쉬로 떠난다). 무엇보다 그는 사제로서 동성애적 성향, 고립과 고독감 등에서 비롯된 우울증과 평생 싸웠다. '상처 입은 치유자' 나우웬을 이해하기 위해, 우린 그 고통을 읽어야 한다. 

나우웬에 대한 가장 좋은 전기가 포이에마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원래의 텍스트를 복원했단다. 나우웬을 제대로 독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상업적 욕망이 아닌, 그의 영성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이 땅에 '나우웬의 계절'이 오길 바란다. 정말이지 "나우웬은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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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밥을 나누는 약자들의 생존술에서 배우다
우치다 타츠루 & 오카다 도시오 지음, 김경원 옮김 / 메멘토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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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파머는 몰락하는 사회에서 가장 먼저 죽는 이들은 약자들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몰락의 전조다. 그는 대안으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치다 타츠루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공존의 병법을 알게 된다. 이른바 `증여경제론`이다. ˝세대간의 고립과 단절, 사회 안전망의 붕괴는,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먹여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주고, 잘 곳 없는 사람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약자들의 상호부조 네트워크로 극복하고 복구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의 운명- 랑시에르의 미학 강의
자크 랑시에르 지음, 김상운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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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시에르의 미학 강의 모음집. 그의 미학은 정치적 저항의 모티프가 된다. 나는 종종 그것을 예술적 비약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번엔 랑시에르에게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지젝의 추천 덕분이다. ˝랑시에르의 글쓰기는 어떻게 저항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적 해석을 제공한다.˝
블루게이트- 불법 사찰 증거인멸에 휘말린 장진수의 최후 고백
장진수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4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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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범죄의 현장에서, 우리는 무기력한 침묵을 선택하며 서슴지 않고 공범이 된다.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오염되고 변절된다. 그런 까닭에, `장진수`라는 이름은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최후 고백`이라는 부제가 슬프고 비장하다. 부디, 이번엔 이 책으로 망각과 침묵의 카르텔에 맞섰으면 한다. 더 늦기 전에.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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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관(世界觀)이 아니고 세계감(世界感)이다. 세계와 나를 온전하게 느끼는 감성의 회복이 긴급한 과제다.˝ 시인의 말, 깊이 공감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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