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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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달달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 다음 책이 얼릉 나오기를...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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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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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피플만큼은 아니지만 좋다. 잔잔하고 소소하고 사름을 몽글몽글 웃게 만든다. 담에도 또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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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인생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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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작보다는 덜 좋지만, 그래도 그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책에선 두 편의 단편이 기억에 남는다. 가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과 겹쳐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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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7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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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 인연이란 도대체 어떻게 맺어지는 것인지, 어떤 책에 손을 뻗치게 되는 순간은 참으로 순간적이고 오묘한 것이, 한 사람을 만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과장하자면 사랑에 빠져버리는 순간과도 다르지 않다. 언제 사 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책 <나무 위의 남작>.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단어로든 문장으로든 적어두곤 하는데 오늘은 우연히 2014년도에 적어 두었던 수첩을 뒤적이다 '정혜윤'의 <여행, 혹은 여행처럼>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여기저기에서 베껴 둔 글들을 읽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문장과 그에 대한 나의 단상들의 나열. 삶을 보는 방식에 대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에 대한 그녀의 글에 대한 나의 생각 가운데

 

p149 <나무 위의 남작> 칼비노

 

라고 적어 둔 부분이 눈에 꽂혔다. 도대체 왜 내용도 없이 이렇게만 적어놨을까. 분명 2014년 그녀의 책을 통해 이 책을 소개받았고 당장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제목만 떡 하니 적어뒀으리라. 그리고 당장 읽겠지 생각했겠지. 늘 그렇듯이.(이렇게 써 둔 책 제목만 몇 개고, 그래서 장바구니에 담아 둔 책만 또 얼마던가...) 그런데 책을 산 기억만 선연하고 읽은 기억이 없더라는. 그래서 어젯밤 책꽂이를 뒤지다 이 책을 발견했다. 새 책임에도 불구하고 새 책다운 면모가 서서히 사라지려고 하는 이 책을. 하얗던 종이의 테두리부터 누르스름하게 변해가는 중이었다. 그래서 손에 들고 있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내려놓고 나도 모르게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고, 하루 온종일 이 책에 매달려 있게 된 것이다. 좀처럼 컴퓨터 자판에 앉아 서평이란 걸 쓰지 않던 요즘에 이렇게 나를 주절거리게 만든 책이니 더 말할 것이 무엇이랴. 분명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도 무지 매력적이었는데도 다른 책으로 손을 뻗었다는 사실은 나의 책에 대한 바람기를 다분히 설명하는 것이려나? 아니다. 분명 지금이 이 책을 만날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왠지 조강지처를 버리고 바람을 피운 사람이 뭔가 자신의 행동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음을 변명하기 위해 하는 말과 비슷하게 여겨지는 것은 왜일까?)

 

<우주만화>를 통해 그의 필력을 익히 알고 있긴 했지만, 이번 책을 접하면서 또 한 번 그의 매력에 홈빡 빠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이 책이 <우리의 선조들>이라는 3부작 중 2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부와 3부와는 언제 또 사랑에 빠지게 될른지...

 

여튼 아버지와의 불화를 빌미로 나무 위에 올라가서 평생 땅으로 내려 오지 않았으며 하늘로 사라진 주인공 '코지모'는 기인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사랑스러운 철학자이자 치열한 혁명가이며 모든 땅 위의 존재를 사랑한 지식인이자 한 여자를 열렬히 사랑한 사랑꾼으로의 면모를 모두 보여준다.

 

처음 나무 위로 올라간 '코지모'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p105 "여행을 하다 보면 얼마 가지 않은 것 같은데 되돌아 올 수 없는 경우가 있지."

관성의 법칙처럼 무슨 일이든 하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는 순간이 있음을 우리 모두 경험했기에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하는 이 조언을 들으면서 나는 주인공이 나무 위로 도피한 것이 세상에서 도망치기 위한 것인 줄 착각했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세상을 등진 것은 오히려 아버지이고, 세상을 온몸으로 사랑하며 세상에 부딪치기로 결심한 것은 '코지모'였음을 알게 되었다. 표피적으로 드러난 말로만 알 수 없는 우리의 세상처럼 말이다. 

 

땅 위에서 다른 곳으로 여행조차 하지 않았던 아버지와 달리 '코지모'는 나무 위로만 다니면서도 아버지보다 더 먼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자신처럼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도 만나고 그들에게 자신이 익힌 기술을 전수해 주기도 하면서 그는 세상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물론 그들은 세상에서 추방되어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지만 나무 위에서 살아간다는 한 가지 공통점만으로 '코지모'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공통점을 발견한 사람들의 무방비한 호감이라니...

 

그리고 어릴 적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 순간도 잊은 적 없는 '비올라'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p225 사랑의 미덕 중 가장 새로운 것은 아주 단순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형은 그때 자신이 평생 그렇게 단순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p273 그들은 서로를 알게 되었다. 그는 그녀를 알게 되었고 사실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와, 언제나 잘 알고 있기는 했지만 어떻게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자기 자신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사람을 복잡하게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랑이 사람을 아주 단순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랑이란 결국 상대를 알고 싶어 시작했다가 자신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외에도 무수한 문장에서 이탈로 칼비노는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나에게 툭툭 던지곤 했는데 그 때문에 나는 아직도 머리가 복잡하다. 그가 던진 질문과 대답만으로도 한 동안 심심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너무 감동스러운 글이라 아주 정성들여 서평을 쓰고 싶었는데 머리가, 시간이 따라주질 않는다. 다음에 보완하고 오늘은 이만 요기까지의 감동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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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조경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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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다닐 때 조경란<식빵 굽는 시간>을 읽고 마음에 들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김영하<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책도 좋아했었는데... 20대에는 왠지 염세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하기 마련인 걸까. 20대 대 내가 느낀 그 느낌이 어땠나 싶은 생각에 홀연 그 순간이 그리워져 일전에 작은 판본으로 다른 책에 끼여서 배송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다시 읽어 봤더니 20대 때 홀딱 반했던 그 느낌은 아니었다. 이 배신감은 누굴 대상으로 느껴야 하는 것인지. 그때 내가 읽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다른 느낌이 들었다. 책은 같은 책인데 결국 내가 변한 것일 테지. <식빵 굽는 시간>도 식빵 속에 수면제를 가득 넣고 자살을 기도하던 책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조차 안 나는데 식빵 속에 수면제를 넣던 장면만 어른어른 거린다. 다시 읽어 보면 그것도 아닐 테지만. 예전 집에서 찾아온 짐 중에 이 책이 있긴 했는데 어디선가 책벌레가 스믈스믈 기어나올 듯 낡고 냄새나 보여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여튼 작가도 늙었고 이제 나도 늙어버렸으니 말이다.

나는 여전히 장편이 좋은데 작가들은 자꾸 단편을 낸다. 그래도 책을 읽어 온 세월이 얼만데, 작가가 아무리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을 때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갈수록, 여전히,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그래서 예전엔 그냥 넘겨버리고 말았던 평론가의 해설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옳다구나 싶을 때가 있는가 하면 평론가의 말이 나를 더욱 미로 속으로 몰아넣는 경우도 허다하여 근 20년 동안 내가 무엇을 하며 지냈던가 나의 독서능력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문제집의 정답지를 들춰 보는 마음으로, 내가 읽어낸 내용이 맞는지, 전혀 엉뚱한 해석을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한 마음에 요즘 들어 평론가의 글을 열심히,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제대로 읽었다면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엉뚱하게 읽었으면 다시 한 번 작가의 의도를 찾고 싶은 마음에 말이다.-하긴 어떤 작가는 오독이 가장 심오한 독서법이라 하긴 했다. 하나의 글이 각자의 독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가는 것. 결국 한 편으로 수십, 수백, 수천 편의 글을 쓴 느낌일 테지.- 그런데 간혹 평론가의 해석이 나를 더 혼란에 빠뜨리곤 하더란 말이다. 최근에 읽은 최정화<모든 것을 제자리에>란 단편이 그러하였고, 그 소설의 평론가의 해설이 그러하였다. 작가들은 갈수록 심오해지고 나는 갈수록 단순해지는 탓일 테지. 그런 반면 이번 조경란 책의 평론가가 한 말은 나름 책을 이해하기 쉽게 해 주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읽으면서 봉천동에 가로수길을 본 딴 봉로수길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대전에도 봉로수길이 있다는 것, 요즘 가로수를 본 딴 많은 작고 예쁜 상점들이 들어서게 되었다는 사실마저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

여튼 이 책에서는 특별하게 마음에 새기고픈 문장에 포스트잇을 붙인 적은 거의 없는데 평론가의 글을 읽으며 다시 되새겨지는 장면은 간간이 있었다.(이 책 154쪽에 나는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처음 쓴다. 사람은 타인의 삶을 빌려서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는 걸까?라는 부분이 그나마 소설에서 내가 멈추었던 부분이었다. 나 역시 무엇인가를 쓰고 싶은데 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하던 차에 발견한 부분이어서 그럴지도.) 그리고 소설 중간 중간에 의미 없이 진하게 표시된 글자가 있었는데 평론가 덕분에 그것이 소설 말미에 하나의 시로 완성되었음도 알게 되었다. 작가가 숨겨놓은 보물들을 평론가가 찾아주지 않았다면 난 의미도 모른 채 외면하고 말았을 거라 생각하면 아찔하고, 무수한 책 속에 감추어진 보물을 내가 얼마나 많이 놓쳤을까 싶으니 속상하기 그지없기도 하다. 일단 알게 된 것은 알게 되어 다행이고, 모르고 넘어간 것은 또 모르고 넘어갔으니 그걸로 그만이어야 할 듯하다. 이러한 것을 보자면 자신의 말을 온전히, 아니 200% 이해하는 평론가의 이해력이 작가는 얼마나 고마울까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든다.

268쪽에서 평론가가 이야기한다. 떠난 적 없지만 돌아올 수 있고 기억에 없지만 잊고 싶지 않다는 말.” 이 문장을 읽고 있자니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다 저러한 듯 느껴졌다. 떠난 적 없으면서 떠날 것을 걱정하고, 다가오지 않은 일을 다가올까 걱정하고, 기억에 없는데 기억하는 듯 괴로워 했던 나날들. 결국 난 모든 걱정을 상상에 기반을 두었구나란 깨달음. 상상 속에서 힘들고 기쁘고 행복하고 괴로워 했구나란 생각들까지.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라는 단편 소설 속 주인공은 베이비 박스를 바라보며 양부에게 길러진 자신의 삶을 떠올린다. 그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며 버려짐으로 자기를 규정했는데, 물에 잠긴 집의 지붕 위에서 헬기에 구조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을 버려짐이 아닌 양부에게 구해짐으로 규정짓게 된다. 찰나의 순간. 너무나 상식적인 일들. 버려짐과 구해짐이 한 순간에 일어난 일임에도 우리는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선택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한 순간에 내 머리를 강타했다. 20년의 시간 동안 작가도 나이들고 나 역시 나이들어 만나는 이 기분이란.

<괜찮아지는 중입니다>라는 책에서 작가는 행복은 이제 시작이야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행복은 이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순간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삶은 순간순간이 만들어지는 연속체이지 결코 이어짐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며 버려짐과 구해짐이 있다면 이왕이면 난 구해짐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그리고 조경란 책의 제목이 원래의 기획대로 모르는 사람들끼리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하나마나한 생각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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