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 파이널 에디션 - 복잡한 세상에서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이경식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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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볼 때(특히 비문학), 그 책이 어떠한 통찰을 담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특별한 용어를 쓰진 않지만 다양한 통찰로 꽉 차 있다. ˝이득보다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마음 때문에 익절은 빠르게 하고, 손절은 길게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이론인 ˝전망이론˝의 요약이다.

어떤 개념을 용어(말)와 실재로 구분해 보자. ˝넛지˝라는 용어는 새로우나, 실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즉 ˝암시˝다. 뭔가에 대한 언질을 주거나, 하기 쉽게 만들면 실제로도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뭔가를 팔아먹으려면 새로운 걸로 위장해야 하는 법 아니던가? 그렇기에 그들은 암시를 ˝넛지˝라고 부르면서 셀프 칭찬을 하기 시작한다. 이 개정판은 초판 출간 이후 10년간 ˝넛지가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가˝에 대한 자화자찬의 모음집이다.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닌 것에 대해서 자화자찬을 한다니 이상하지만, 이 책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을 짧게 요약해 보자.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는 걸 하고 싶어 하고, 하기 쉬운 걸 하고 싶어 하고, 원래 하던 걸 계속하고 싶어한다. ->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들은 ˝자유주의적 간섭주의˝의 논지에서, 사람들을 ‘암시(넛지)‘로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게 끝이다. 전체 책의 10% 정도만 쓸만한 내용이고, 나머지 90%는 암시 사례를 끌어다 놓은 것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쓸 게 없으니 내 생각이나 써보겠다.

˝이타적 이기주의˝라는 말이 있다. 보통 중요한 말은 마지막에 온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기주의를 완곡적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타적) 이기주의

같은 논리로 ˝자유주의적 간섭주의˝는 어떤가?
=>(자유주의적) 간섭주의
즉 간섭을 하겠다는 말을 애둘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저자들은 세상에는 자유롭게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간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되도록 덜 해로운 간섭을 설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면서, (자유주의적) 간섭주의의의 논리를 뒷받침한다.

여기서부터는 내 생각이다.
간섭을 두 가지로 나눠보자. 시장적 간섭과 정부적(비시장적) 간섭. 하나는 이득을 취하려는 간섭이고, 후자는 공익을 위한 간섭이다.

어차피 세상에는 간섭이 없을 수 없으니, 정부는 최대한 공익을 위한 간섭을 늘려야 할까?

이러한 논지를 발전시키면 필연적으로 국가 통제적인 사회로 흘러가게 된다. 우리는 바로 옆에 그런 나라가 있음을 알고 있다. 바로 중국이다.

저자들은 ˝암시(넛지)˝가 금지가 아니라 인센티브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1의 간섭을 허용한다는 것은 100의 간섭도 허용한다는 뜻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처럼, 의도가 선하다고 무조건 선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별것도 아닌 걸로 들먹거린다는 점이 아니라,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점이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자신들이 이름 붙인 것(심지어 새로운 것도 아니다)이 세상에 얼마나 쓰이는지 자랑할 시간에, 실제로 세상에서 어떤 참사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연구해 보았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다.

나는 간섭이 싫다. 당신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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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리드 책 펼침 고정 집게 -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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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허접하긴 한데 두꺼운 책도 고정 잘 되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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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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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뉴기니인 친구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원시적인 농경 사회에서 살고 있는 자신들과 다르게, 백인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화물(물건)을 뉴기니로 가져올 수 있었는가?˝ 하는 게 질문의 요점이다.

문명 간 발전 속도의 차이가 났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식량 생산(농경) -> 고밀도 = 치밀한 경쟁력

˝농경은 어느 곳이든 다 할 수 있었지 않냐?˝ 하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농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쓸만한 종˝이다. 예를 들어 소, 양, 돼지, 말 같은 대형 가축이나 밀, 쌀, 보리, 콩 같은 생산성 높은 작물들 말이다.

대륙을 크게 4개로 나눠보자 - 유라시아,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북)아메리카

이 중 쓸만한 종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였을까? 바로 유라시아다. 소, 양, 돼지, 말, 닭은 모두 유라시아에서 가축화되었다. 밀, 쌀, 보리, 콩 같은 것들도 모두 유라시아 산이다.

유라시아의 특징은 동서로 길고, 가장 큰 대륙이라는 것이다. 동서로 길기에 기후대가 다양하지 않고, 그로 인해 생태적 장벽(사막, 정글)이 적어서 작물과 가축의 전파가 용이했다.

˝동서로 긴 대륙 덕에 종의 전파가 용이하다˝는 게 얼마나 유리한 점인지 다른 대륙과 비교해 보자.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는 남북으로 긴 대륙이다. 그로 인해 각각 사막(사하라)와 정글(파나마)가 있어서 종의 전파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스트레일리아는 어떤가? 안타깝게도 오스트레일리아는 가장 작은 대륙이다. 거대한 유라시아에 비하면 그곳은 섬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종 자체가 적었을뿐더러, 약 4만 년 전 인류의 이주로 인해 대형 종 자체가 절멸해서 작은 종들만 살아남았다. 농경과 전쟁에 유리한 소나 말 같은 대형 종이 없었다는 뜻이다.

아메리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약 1.3만 년 전 인류가 넘어간 이후 대형 종들이 절멸했다. 그래서 가축화된 대형 종은 라마와 알파카가 유일하다. 토끼 크기의 설치류인 기니피그가 그들이 가진 주 단백질원이었다는 사실에 모든 것이 자명해진다.

식량 생산을 통해 인구가 늘어나자, 기술도 발전하고, 인수공통감염병들도 늘어났다. 그로 인해 고밀도의 사회는 군사적, 질병적, 기술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획득하게 되었다.

*고밀도 -> 저밀도

인간을 물질처럼 본다면, 결국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퍼져나간 것이 인류의 역사다. 밀도가 높아진 원인은 식량 생산이었다. 그리고 그 식량 생산의 성공 여부는 ˝운˝이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백인보다 뉴기인들이 아직도 원시적인 농경사회인 이유는 그들이 어리석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이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환경에 적응했을 뿐인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마치 인간을 ˝주어진 환경에 반응할 뿐인 기계˝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인간의 역사는 단순한 반응의 역사는 아니다. 사회는 제도나 문화적 토양에 따라 다르게 발전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창의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 매력적이다. 어려울 만한 주제인데도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았고, 최대한 쉽고 부드럽게 논지를 펼쳐나가는 게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수하게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참 잘 쓴 책이다.

*평점 : 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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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화성 연대기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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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얘기 없이도 최고의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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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대여 페이백] 은랑전
켄 리우 / 황금가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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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의 군주들은 이러한 삽 모양 화폐를 주조함으로써 땅을 받드는 마음을 표현했다. 땅은 생명을 지탱하는 작물이 자라는 터전인 동시에 모든 생명이 돌아갈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땅을 삽으로 일구는 행위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자, 과거에 바치는 감사였다.

모두가 그 영상을 공유한 건 그게 자기들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라고 새삼 확인시켜 주는 수단이기 때문이었어요.

언니의 영상은 짤막짤막하게 토막 나서 중간에 ‘폭로 영상’이라는 화면이 삽입된 채로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했어요. 어떤 사람들이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언니가 혐오 발언을 내뱉는 짧은 영상을 새로 만든 거예요

음모론이 딥페이크 영상 기술과 합쳐지더니 인터넷 밈으로 대체되어 연민이라는 감정을 다 헤집어 놓고는, 고통을 한낱 웃음거리로 요약해 버리더군요.
"엄마, 지옥의 해변은 엄청 따뜻해요!"

인터넷 분탕질이 정치적 동기 때문이라고 보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관점이에요. 적어도 사회 일반이 이해하는 의미의 정치는 아니거든요. 인터넷 밈이 퍼지도록 조장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 헌법 제2조’ 지상주의자들이지만, 그 밈을 처음 만드는 자들은 어떠한 정치적 대의도 신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8타쿠나 두앙두앙 같은 무법천지 사이트, 또 지난 10년간의 혐오 발언자 추방 운동 끝에 생겨난 대체 언론 사이트들이 바로 그 인터넷 똥파리들의 서식지이자, 우리 집단 인터넷 무의식의 이드가 도사린 곳이죠. 인터넷 분탕꾼들은 금기를 깨고 관습에 도전하는 데서 쾌락을 찾기 때문에,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진지한 태도를 조롱하고 남들이 지키자고 그어 놓은 선을 넘나드는 것 말고는 하나로 묶일 만한 관심사가 전혀 없어요

극악하고 추잡한 짓을 재미로 일삼으면서

헤일리의 죽음이 농담이 돼서 유행을 탄 거예요.

저는 가끔 우리가 자유라는 개념을 오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할 자유’를 무엇을 ‘피할 자유’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여기니까요. 사람들은 총을 소유할 자유를 누려야만 합니다, 그래서 유일한 해결책은 어린애들에게 사물함 속에 숨거나 방탄 책가방을 메고 다니라고 가르치는 것뿐이지요. 인터넷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적고 말을 할 자유도 반드시 누려야 하니까, 유일한 해결책은 표적이 된 사람들에게 방어형 소프트웨어인 갑옷을 입으라고 하는 것뿐이고요.

암호 화폐가 정부의 손에서 통화 공급 통제권을 빼앗으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엠퍼시움은 전문 자선 단체에게서 세계인의 연민 공급 통제권을 빼앗는 것이 목표였다.

실제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중에는 일부러 사용하기 어렵게 만든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마치 정통한 기술 노하우를 갖춰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해 두면 순한 양 떼 같은 일반 대중과 진정한 자유인을 가려낼 수 있다는 듯이.

쭉 이어지는 투표 기록에 암호화된 표를 새로 하나 더하기란 꽤 힘든 일입니다. 만약 배신을 도모하는 장군이 다른 장군들을 속이려 한다면 그 장군은 본인의 표를 위조해야 할 뿐 아니라, 계속해서 길어지는 투표 기록에서 자기 표보다 앞서 기입된 다른 모든 표의 암호화된 요약 정보를 위조해야 합니다. 투표 기록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렇게 위조하기도 점점 더 힘들어지죠

한 덩어리의 거래 기록인 ‘블록’을 연속된 기록인 ‘체인’ 속에 암호화해 추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기술

젠원은 완벽해질 가능성이 있는 결함 있는 제도를 불완전하지만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느니, 차라리 중개자 없는 혼돈을 완성시키고 싶어 한다.

그냥 잊어버릴 수는 없단 말이야. 그 사람들의 고통과 공포는…… 그 사람들은 이제 내 경험이라는 블록체인의 한 부분이라서, 지워버릴 수가 없어.

나는 소피아의 합리성이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합리화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피아는 딱 자기 나라 정부의 행위를 정당화할 만큼만 커다란 그림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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