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대여 페이백] 은랑전
켄 리우 / 황금가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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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다

행성의 기나긴 역사에서 가장 최근 단계에 등장한 하나의 종이 그 별의 자원을 독차지하는 건 옳지 않아요.

수많은 행성의 주민들이 갈수록 심오해지는 가상현실의 수학적 세계를 영원히 탐구하는 것, 다시 말해 조그마한 공간 속에 숨겨진 우주에서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소비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 더없이 만족스럽다고 이미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사진과 전자 메시지, 녹음, 동영상 같은 것들은 사라진 과거의 유물이었고, 이를 만든 두 사람은 미래의 관객 따위는 염두에 없이 그저 자신들을 위해 카메라를 보며 신나게 웃었다. 그럼에도, 어째선지 매기는 그 두 사람이 상정한 관객이 있고 그 관객이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는 그저 분자들이 이미 존재하는 성질의 정보를 토대로 스스로를 분류하게끔 했을 뿐이지만, 그 분리 과정에서 정보를 에너지로 변환함으로써 열역학 제2법칙을 우회했어.

전생에 집착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다. 이미 죽은 사람의 삶이니까.

그들의 뇌는 상어 이빨과 마찬가지로 멈추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 새로운 뇌 조직이 뇌의 중심부에서 계속 만들어지는 사이에 바깥쪽 부분은 뱀허물처럼 정기적으로 층층이 벗겨진다.
모든 의도와 목적이 영원히 지속되는 삶을 살다 보면,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기억에 압도당할 만도 하다. 토닌인들이 망각의 달인이 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간직하고 싶은 기억이 있으면 그들은 새로운 뇌 조직에 그 기억을 복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항복하자마자 토닌인들은 자기네 의식에서 공격성의 영역을 제거하고 이를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처벌로 삼았고,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온건한 지배자가 됐다.

토닌인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예전과 다른 존재야. 카이는 생각으로 내게 그렇게 전했다.

이미 죽은 과거의 우리가 지은 죄를 지금의 우리에게 끝끝내 물으려고 해. 그건 아버지가 지은 죄의 책임을 아들에게 묻는 것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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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상의 이견 중에는 타협할 수 없는 것도 있다.
한편으로는 모두가 아이를 더 갖는 것, 이로써 다른 진영을 득표수로 압도하는 것이야말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를 갖겠다는 신청서를 까다롭게 심사하는 절차가 생겨났다. 귀중한 연산 자원을 여러 경쟁 진영이 제각각 나눠 갖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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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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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거기에 쓰이는 언어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평소에 쓰이지 않는 말이나 동료들끼리만 통하는 표현은 배가 암초를 피하는 것처럼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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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열린책들 창립 30주년 기념 대표 작가 12인 세트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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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 세 개를 모아놓은 중단편선. <유리의 도시>와 <유령들>은 각각 ”진정한 언어“, ”진정한 자신“을 찾는 탐구처럼 보인다. 골방에서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는 걸 보면 폴 오스터는 고독한 생활을 오래한 것일까? 난해하다.

마지막 작품인 <잠겨 있는 방>은 작가 특유의 흡인력이 돋보이는 중편이었다. 아주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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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을유세계문학전집 10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진인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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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행복한 시대가 있을 수 없는 두 가지 이유를 말한다.
1. 사람들이 그것을 단순히 원하기만 할 뿐, 가지려고 하지는 않기 때문.
2. 평화로운 날이 오면 오히려 불안과 비참함을 바라기 때문.

행복이란 권태의 다른 이름이며, 권태롭기보다는 차라리 비참해지기를 원한다는 면에서 에마 보바리는 곧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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