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번인.생
조대연 지음, 소복이 그림 / 녹색문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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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내 인생은 딱 한번 뿐 아닌가.




나, 부모님을 통해서 세상에 나왔다. 호기심 많던 아이는 곧 스스로 경험을 통해서 넘어지고 깨지면서 터득하는 지식이 ‘진짜‘라는 것을 깨닫는다. 부모가 아니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 걷기위해서 수백 번은 넘어져야 하며 넘어지는 좌절을 경험하지 못하면 제대로 걷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밥 먹는 것도 용변을 보는 것도 돌봐주는 이가 없으면 하지 못하다가 겨우 똥오줌을 가리게 되었을 즈음이 되면 사람끼리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인 말을 배워야 한다. 어눌하고 어색한 발음을 통해서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는 수많은 울분을 삭혀야 하고 답답해하는 나보다 더 답답한 표정의 상대를 보면서 좌절을 경험한다.

내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정도의 말 실력을 갖출 무렵이 되면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세상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을 들어서 기억하는 것 보다 그림과 그것에 붙은 글자를 읽어서 아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깨닫는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고통은 시작된다. 경쟁. 아귀다툼.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 등수로 매겨지는 인생의 등급, 곧 먼 미래 성인이 되었을 때 계급으로 굳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어른들은 끊임없이 공부를 강요한다. 험난한 기간. 이것을 배우고 저것을 배우고 이것을 외우고 저것을 외우고 책에 손때가 가득할 무렵엔 새 책을 만나게 되고 나라의 수많은 아이들과 같은 책을 통해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방법은 수준이 다른 암기력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틈도 없다.

목표하던 대학에 갔다. 나의 인생이 꽃을 찾은 나비처럼 행복하거나 취할 만큼 달콤해지지 않는다. 취업이라는 험한 문을 통과해야 한다. 취업을 위해서 스펙을 쌓고 고생을 통해 획득한 자격을 위해 마지막 보루인 대학시절의 즐거움을 한쪽에 묻게 되는 순간, 나는 이미 세상이 요구하는 어른이 된 것이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또 다른 시작이다. 아이를 위한 투자를 위한 희생. 무섭게 성장해가는 경쟁 시스템 속에 자라게 된 아이를 위해 비용을 들여야 하고 아이가 자라서 결혼할 즈음엔 결혼자금을 마련해주고 노후를 편히 보낼 자금도 한쪽에 챙겨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을 묶여서 끌려 다닌 내 삶을 보상해줄 그 무엇도 나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난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 어떻게 살아야 하지.




책은 대한민국 최근 통계자료를 통해 탄생시킨 ‘평범씨’의 인생을 통해서 사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지, 과연 행복을 좆는 우리는 그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이 사회가 요구하는 삶의 속성을 명료하게 표현함으로서 일상에 묻혀서 돌아보지 못했던 삶의 의미와 세상의 가치에 대한 되새김을 돕는다.




딱 한번인 생(生),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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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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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유통기한 6개월’은 광고 카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수치를 사랑하는 이들을 상대로 분석해서 내 놓은 통계자료이기도 하다. 사랑해서 결국 결혼에 이르는 이들에게 이런 냉랭한 메시지는 의미가 있는 것일까.

뜨겁게 사랑하고 헤어져라. 사랑을 단정하는 수많은 말과 격언·경구가 있지만 인간사이의 신경에 의한 또는 신체적 접촉에 의해 일어나는 ‘화학작용‘과 이를 매개로 작용 반작용하는 현상을 분석하는 일이란 불가능할는지도 모른다.

우연히 만나는 사람과 중매(또는 소개팅)로 만나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 확률, 혹은 지속될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변수 투성이인 게임의 시작에 대한 확률을 구하는 것 보다 사랑하다 헤어진 연인의 결말이나 그 과정을 들여다보고 서로가 행복할 수 있는 관계 구조를 연구하는 것이 훨씬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남자는 초콜릿이다>는 남성위주의 연애기술에 반해 여성을 축으로 놓고 그중에서도 30대 비혼(미혼이 아니다)의 연애담을 풀어 사회, 정치성을 가미한 분석을 곁들이는 책이다.

사랑을 통과해 결국 헤어짐의 이야기는 얼핏 <사랑과 전쟁>을 떠올려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각 상황의 열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들이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혹 마초적 남성이라면 책읽기를 권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여성시각에서 그것 ‘페미니즘’의 해석들이 사례를 건조하게 파헤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들과 평범하지 않은 여성들의 사례는 자칫 두드러기나 구토를 유발할지도 모르겠다.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세태의 흐름에 뒤쳐저 영영 손가락질 받으며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쁜 남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여자도 있을 수 있고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된장녀는 아닌 것이며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다고 해서 출산률 지상주의에 반역이 아닌, 사회적 인식의 틀을 지향하는 저자는 밥 먹듯이 연애하면서 밥 먹듯이 헤어지는 자신의 일상과 이를 투영한 이야기를 통해서 이 땅의 여성들이 좀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몸을 바로 세우고 연애할 것을 역설한다.


   
  ‘관계의 정의’는 여성들이 연애로 접어들 대 중요한 과정이다. 감정을 어느 선으로 유지할 것인지, 공을 더 들일 것인지, 언제쯤 섹스를 할 것인지가 모두 이와 관련되어 있다. 이는 여성들이 안전한 섹스만을 원한다거나 감정적으로 손해 볼 짓은 안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름 지을 수 없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고,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이는 자신이 직접 관계를 판단하고 정의하고, 조절하고 싶어하는 당연한 욕구다.- 본문 중

 
   




연애는 인간이 맺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의 하나다. 이성간 싹트는 감정 또한 ‘연습’을 통해 절제와 조절이 가능해진다. 이때 줄다리기는 남자와 여자 할 것 없이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 선택일 뿐이다.



   
  그녀는 관계를 ‘연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할 때 예외 없이 어떤 각본이 작동되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각본에는 자기 같은 ‘자유분방한 여자’ 길들이기도 포함되어 있다. 남자들이 ‘자기 여자’에게 기대하는 것이란, 자기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자유분방해야 한다는 것, 자기가 꺽을 수 있을 만큼만 고집스러워야 한다는 것,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가 지배하는 영역을 로 기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본문 중  
   

 




현대사회에서 연애는 아직은 약자에 속하는 여성과 지나친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윗세대의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고스란히 물려받게 되는 남성간의 갈등이다. 이때 남성의 일방적인 굴종의 강요는 관계의 파기를 불러오는 주술과 같다.










   
  여성 1인 가구가 늘어가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빈곤층들이다. 남자 가장의 연봉을 받으며 소비와 여가를 누리면서 연하의 남자들을 후리는 골드미스란, 명백한 사기다. 그것은 0.001%도 안 되는 잘나가는 여자들의 경제력을 부풀려 지갑을 열게 하려는 상술이고, 남편과 아이들이 아닌 자신만을 위해 돈을 써대는 여자들의 소비 행태를 용납 못하는 사회가 붙인 똥값의 금딱지다.-본문 중  
   

 




우리가 아는 ‘골드미스’는 상위 0.001%에 속한 모델들이다. 그들 또한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수 없으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굳건한 믿음도 부족한 현실인 것이다. 빈곤한 여성이 행하는 B급연애를 탈출하기 위한 계명은 다음과 같다.



   
 


1.연애는 훈련임을 명심하라

2.현실을 벗어난 판타지는 과감하게 버려라

3.나만의 연애각본을 써라

4.내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 알아내라

5.나의 행복을 우선시하라

6.자기 욕망에 최선을 다하라

7.‘사랑으로 하나 된다’는 거짓말에 속지마라

8.나이 듦의 방어막을 만들어라

9.남자의 자원을 이용하도 그에 속하지는 마라

 
   






방황, 고통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며 이를 피할 수는 없다. 우물쭈물 하다가 상대방한테 상처받고 자신이 받은 만큼 상대는 괴롭지 않은 현실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나와 내 자신에 대해 자존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을 과감하게 깨고 나를 세우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좀 더 밝고 명랑한 40을 맞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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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용산 평화 발자국 2
김성희 외 지음 / 보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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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은 간단하게 설명이 된다. 오늘, 지상최대의 가치인 개발과 성장을 위해 희생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희생은 고귀한 것이니 스스로 받아 들여야 한다. 억울하면 돈을 벌던가 힘을 키우던가 하면 되는 것이 지금 시대 이 땅위를 잘(?) 살아가는 방법이다.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멀리, 더 크게‘를 슬로건으로 내건 오늘, 욕심은 상처를 남긴다. 어느 때인들 안 그랬겠는가. 오늘날 최고의 관광 상품이 된 과거 역사적 건축·토목물들은 당대의 엄청난 피와 땀을 희생시켜 이루어낸 것이다. 과거에서 전혀 나아진 것이 없이 오늘날에도 사회적 약자들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경부고속도로가 놓이고, 63빌딩이 올라가고, 수많은 아파트들과 신도시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시류의 흐름과 자본주의의 성격을 꿰뚫고 있는 이들은 큰 돈을 벌고 이들 밑에서 일하는 이들은 다소 돈을 벌고 그들의 부하들은 먹고 살만큼은 되고 그렇지 못한 그 지역의 주민들은 손해를 보거나 막심한 손해를 보거나, 집을 잃거나, 직장을 잃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의 남일당 건물, 집을 잃거나 일터를 잃거나 잃어본 경험이 있거나 잃을 위기에 닥친 이들이 모여서 건물을 지키고자 했다. 그들은 그렇게 앉아있다가 경찰들이 진압을 시도하자 맞서 싸우다가 불이 붙어 건물이 몽땅 타버리면서 죽고 말았다. 그들은 가족의 아버지이거나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이거나 손주들을 예뻐하는 할아버지이거나 자식을 기르고 부모를 공양하는 평범한 가장이거나 그의 동생, 또는 형이었다. 다섯. 그리고 하나.




지키고자 했던 이들 중 5명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파괴하고자 진압하고자 했던 (사실은 자신의 의도라기보다는 명령에 충실할 뿐이었던) 경찰특공대의 1명이 죽었다.




죽음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지지 않았다. 1명을 죽여도 평생을 감옥에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6이나 죽었는데 책임을 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것도 삶을 위해서 자리를 지키다가 불에 타죽거나 떨어져서 다치거나 한 이들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보상을 하고 장례를 치렀다.




그 합의는 이사회가 앞으로 요만큼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그 합의로 인해 더 억울하고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분통해할 사람들만 가득 낳았다. 우리는 그날 어떤 일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입을 막거나 조사자료 3000페이지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국민을 법으로 지켜준다는 검찰의 행위이다.




윤용헌, 한대성, 양회성, 이상림, 이성수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경찰특공대 1명 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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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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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말하다 


최고가 된 것은 운과 실력이었다. 폭풍우의 큰 파도를 타는 돛단배처럼 유연하게 침몰을 피하자 오히려 난파된 경쟁자들에 비해 가장 크게 성공한 것이다. A 기업은 빈약한 산업구조와 외환보유관리에 허술했던 모국 D의 국가부도사태에 재빠르게 대처했다. 자신보다 크게 위치했던 기업들이 버티다 발가벗을 때 가볍게 코트를 벗는 정도의 수고로 견디어 냈다.  

 

코트는 자신이 커온 세월의 피와 땀이 담긴 것이었으나 개의치 안았다. 그런 과감함이 A를 키운 원동력이었다. 곧 재계순위 1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들이 시류에 맞게 구조조정을 잘 한 탓도 있고, 다른 기업들이 민감하지 못했고 대처가 느렸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밀어붙인 정부의 규제완화와 재벌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A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특별히 자랑거리가 없는 D국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정받는 유일한 A 의 핸드폰이 등장한 이후 경제위기마다 등장하여 국민들을 ‘오염’시키는 모토가 되었다. 1등 기업은 2위를 한참 따돌린 채 독주할 수 있었다.

공정한 게임에서 우승이라면 세상 모두가 축하해야 할 일이다. 이미 고도성장으로 빈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단숨에 뛰어오른 D국의 상황은 그러지 못했다. 과거 식민지를 겪고 나서 제 힘으로 독립하지 못했던(대부분의 식민국가와 마찬가지로) 탓도 있겠지만 역시 기회주의자들의 민첩함, 영민함이 세계를 통치하는 대국(大國)입장에서는 손잡기 쉽고 지시한대로 잘 따르는 맛이 있어서 좋았다. 이런 역사 속에서 우직함·정의 따위는 길가의 개밥으로나 던져주기 딱 좋았다.

A 기업의 성장 이면에는 오물로 범벅이었다. 기업 내부도 시칠리아의 마피아와 다름없는 구조였다. 창조성과 효율성을 모토로 하는 세계적 기업다운 면모는 가면이었다. 가면 뒤에 숨은 얼굴은 그 기업의 가장 정점에 있는 ‘미스터 빅(이하 빅)’이었다. 빅이 원래 미스터 빅인 것은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가 독재정권과 손잡고 일으킨 기업을 형제들을 물리치고 물려받게 된 결과 얻게 된 이름이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정치계와 손잡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정치인들에게는 돈으로, 언론과 경제계 거물들과는 혼약(婚約)으로 끈을 단단히 이어갔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와는 달랐다. 아버지가 정치권력에게 손을 비벼서 기업을 이끌었던 것에서 이제 자신이 당당히 나라를 움직이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었다. 경제 정책의 대부분은 기업 산하 경제연구소에서 제시한 것들이었다. 모두 변함없는 ‘원칙’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었다. 국가 원수가 될 이들을 선거전에 자료수집하고 가장 될 확률이 높은 이에게 ‘투자’하는 것이었다. 투자의 원칙은 간단했다.  

 

“돈을 들이면 더 큰 이익이 온다.”라는 간단한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선거자금이 필요한 정치인은 그렇게 A의 올가미에 들게 된다. 모든 투자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한번은 투자를 잘못하여 생각지도 않았던 이가 대통령이 된 적이 있었다. 정적의 대선자금 조사는 기업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물론, 보험은 들어 놓는다. 만약을 위해서 2위, 3위 대선후보에게도 ‘돈’을 들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제일 적게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정권의 수장이 기분 나쁜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여하튼 검찰의 조사를 통해서 기업이 받게 될 상처를 줄이는 방법 역시 간단했다. 검찰의 사건담당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다. 사건의 중요도에 따라 금액도 틀려지지만 사과박스가 되기도 하고 여행용가방이 되기도 한다. 방문해서 직접 전달하는 것이다. 안면이 있는 기업의 임원을 이용하고 때로는 모임이후 차 트렁크에 선물처럼 싣는다. 대부분 돈, 현찰이다.

정·경·학 각계의 권력에게 돈을 주기위해서라도 항시 필요한 것은 현금이었다. 순간에 수천만 원, 억대의 돈이 반출되는 곳은 A기업의 28층 끝에 위치한 비밀금고다. 벽과 바닥은 3중으로 되어 있고 2면은 건물 외벽으로 되어 있었다. 내부에서 벽처럼 위장되어 있는 문을 통해서 들어간다. 들어가면 철창으로 2중 보안이 되어 있고 그 안에는 현금, 상품권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 금고의 입구는 비자금 총책인 K사장의 집무실이다. 복도에는 보안이 철저하며 출입도 소수의 기업핵심인물과 직원만이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서 A기업에 입사하게 된 ‘꿈나무’는 앞날에 대한 기대가 컸다. OJT를 거쳐 재무팀에 발령을 받고 3개월 만에 사장실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었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지방에 있는 관계사 J모직 경리과에서 가방을 가져다가 사장실의 금고에 넣는 것이었다. 업무가 많을 때에는 본사 지하주차장에서 인계받은 가방들을 카트에 얹어서 전용엘리베이터를 통해 금고로 나르는 일만으로도 벅찼다. 이런 일을 몇 년 하고 나서는 곧 임원급으로 승진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가방 나르는 일에 대한 중요성과 ‘빅’님의 돈을 만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라를 주무를 정도의 위치에 서면 특권의식이 생기게 마련이다. 수십만 명의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바람이 있는 지에는 별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런 일들은 ‘실’에서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빅’은 출근하지 않는다. 집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소화한다. 관계사(흔히 우리는 계열사라고 말한다)들의 사장들은 회의가 있는 날이면 회장 집에 딸린 별채에서 회의를 갖는다. 특이한 것은 한나절을 회의를 해도 화장실에 가지 않는 회장덕택에 임원들은 아침부터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다.

‘실’(기업의 ‘구조본’)은 기업권력의 핵심이었다. 실이 지시한 사항들이 기업을 움직였고 가장 중요한 ‘비자금’을 축적하는 것이 일이었다. 기업 내 주요한 인사는 거의 관여한다고 봐야했다. 관계사 사장들도 항명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모가지도 ‘실’에서 떼었다 붙였다 하니 그런 것이다. 돈줄과 목줄의 쥐고 있는 실에게 관계사 사장들도 꼼짝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권력이 세력을 유지하기위해서는 정보가 중요했다. 정보를 얻기 위한 전산팀, 통신팀은 국가의 비밀첩보기관인 ‘국정원’의 시스템에 버금갔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훨씬 더 나았다. ‘미스터 빅’의 사택 지하에 하나, 본관에 하나, 그리고 그가 이동하는 장소에 따라다녔다. 언제 누구와라도 연결이 가능했다. 임원들은 핸드폰을 꺼뜨리지 못했다. 혹시 연결이 되지 않을때 ‘호출’ 받을까 두려워서 배터리도 여분을 가지고 다녔다.

재산축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곧 상장하는 계열사의 주식 지분으로 ‘빅’의 자산은 껑충 오르게 생겼다. 검사들과 판사들에게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탓에 시민단체나 학계가 낸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었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자금’을 사유재산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집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그들만의 세계에 산다.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왜 나쁜지, 서민들의 삶은 어떠한지, 직원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다. 귀족, 아니 왕족의 삶을 이어온 것이다. 옛날 프랑스 혁명당시에 어느 왕녀가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될 일이지”라는 어처구니없는 세상물정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보여주었다면 빅의 둘째따님은 “백만 원짜리 옷을 누가 입겠어?”라고 말해 왕족의 수준을 모르는 일반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비싸서 못 입는게 아니라 너무 싸구려라 아무도 입지 않을 것이라는 황당한 말이었다. 만원·이만 원짜리 입는 천 만이 치를 떨만한 이야기였다.

그들만의 세상은 현실세계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도에서 한 구역 넓게 차지하고 있는 회장집, 아들집, 딸집이 한동네에 모여 살다 보니 일반인들과 격을 두고 싶어졌다. 그래서 낸 묘수가 미술관을 짓는 것이었다. 고가의 미술품들을 전시해 놓고 경비를 강화하여 자신의 주거지를 보호했다. 그 아래 치과병원을 지어놓고 간판과 수납창구를 없앴다. 일반인들의 진료는 이루어지지 않는 병원이었다. 가족들만을 위한 전용 치과병원인 것이었다.

황제의 생일잔치엔 특급 아나운서의 사회와 최고의 연주자들, 가수들이 초청되었다. 그들이 두 세곡 부르고 2~3000만원씩 챙긴다고 했다. 그렇게 주는데 안 오는 이도 있다고 했다. 그 가수는 “듣고 싶으면 표를 사서 들어라”라고 당당히 말했다고 한다. 대중을 위한 가수지 귀족을 위한 광대가 아니라는 자존심 이었다. 잔칫상엔 전용기로 공수된 생 푸아그라가 놓였다. 손님들의 상에는 냉동 푸아그라였다. 그 차이는 생삼겹과 냉동삼겹의 가격과 맛차이보다 훨씬 컸다. 술도 마찬가지다. 가격으로 따지면 수십 배 차이가 나는 술이 가족상과 손님상들의 계급을 가르고 있었다. 손님을 천대하는 계급의식 때문이다. 자기 동네에서는 끗발 좀 날리는 손님들도 그 자리에선 하인처럼 굴었다.

당연히 전용 비행기도 있었다. 전용기는 럭셔리 했다. 침대, 바, 휴게실 등의 공간으로 구분이 되어 있고 중간급의 항공기를 리모델링 한 것이라 했다. 좌석수를 현저히 줄이니 공간이 넓게 남았다. 서빙하는 아가씨들은 전문모델 뺨치는 외모에다가 무릎을 땅에 붙이고 기듯이 걸어 다니며 접객했다. 누구나 누리고 싶어 했을 그 비행기는 ‘빅’이 쓰지 않을 때는 계열사 사장도 쓸 수 있었다. 감히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혹시 자기가 이용할 때 ‘빅’이 찾을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신처럼 행세하고 이를 받치는 가신들. 수십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는 회사의 최고 경영자 1인 체제. 그것도 평생을 바뀌지 않는 독재체제. 말이 곧 법이고 진리가 되어버리는 곳에서 정세의 흐름이나 시류에 대한 유동성이나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소프트웨어로 승부하는 흐름에 하드웨어 사양만을 강조하다 아차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휘슬 블로어

느와르 필름을 보는 듯한 ‘A 기업의 뒷면‘은 법률팀에 있다가 ‘실’에 몸담았던 Y변호사가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D국의 검사로 전직대통령의 비자금 수사 경력을 자랑하며 잘나가던 이가 부장검사 발령 자리를 마다하고 입사한곳이 A기업이었다. 윗선의 명령에 따르고 아래 명령을 강요하는 ‘부장검사’자리가 싫어서 나온 것이었다. 변호사는 더 싫었다. 검사와 짜고 범죄를 만들어서 서민의 등을 치는 직업이라 여겼다.

기업의 구조본부에서는 인사부서에 근무시킨다는 약속을 어기고 법무팀으로 발령 냈다. ‘변호사는 싫다고’라고 항변해도 소용없었다. 그곳과의 인맥을 이용하려고 채용했던 회사는 그에게 좋은 대우를 해 주었다. 기업 오른팔의 눈에 들어 핵심인 재무팀에 몸을 담게 되었다. 매주 정재계인사들과 골프로 주말에는 쉴 시간조차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혐오하는 것들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퇴사를 결심했다. 권력의 핵에 있다가 회사를 나오게 되자 정신이 들었다. 아니, 회사가 정신을 차리게 해 주었다. 회사의 뒤통수를 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모든 조처들이 다가왔다. 도청, 미행은 기본이었다. 공공연하게 접근해서 협박을 일삼았다. Y는 힘을 키우기 위해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고 비교적 진보적 성향의 신문사에 채용이 되었다. 이후에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협박’대신 ‘협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넘지 않아 사단이 났다.  

 

회사는 언론을 통해서 드러난 관계사의 비리에 관한 내용에 Y가 뒤에 있음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끝났다. 몸담고 있던 법무법인에서 해고 통지가 왔다. 순식간에 길거리에 나앉게 된 그는 갈등과 번민을 거듭하다 결심했고 자신이 몸담았고 비리에 동참했던 회사에 대한 자료를 정리했다. 워터게이트 이상 가는 ‘대박’이었으나 훗일을 두려워하는 언론사들은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찾아간 곳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이라는 길고 복잡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종교단체였다.

이년여의 싸움. 그리고 소설 같은 책이 나왔다. 출판사의 광고는 어디에도 실리지 못했다. A 의 힘이었다. 수백만 원씩 쓰다가 지금 천 원짜리를 세고 있는 그는 그래도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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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어디서나 스파게티를 접할 수 있고 아이들이 외식메뉴의 하나로 당당히 피자, 돈가스, 햄버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스파게티가 대중화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일부에게 기호음식이긴 했지만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대중음식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중국집 정도나 흔하지는 않고 배달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자장면보다 높이 쳐주지 않나. 이탈리아 스타일의 소스국수를 일컽는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한 종류이다. 네발짐승 아래 개, 사자, 고양이가 분류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스타 밑에 스파게티, 라쟈냐 등이 위치한다는 것이다. 파스타(이탈리아어: Pasta)는 밀가루 반죽과 물 을 이용해서 만드는 이탈리아 의 국수 요리 로, 피자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요리이면서 이탈리아인들의 주식이다.




요즘 드라마 <파스타>를 즐겨보고 있다. 요리사의 꿈을 위해 억센 남자들이 득시글한 주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억척여성 서유경(공효진역)과 요리사와의 사랑에 실패하고 주방여성(?)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마초 셰프 최현욱(이선균역)의 러브라인이 흥미로운 드라마다. 여기에 물론 사장 김산(알렉스역)과 오세영 셰프(이하늬)의 사랑과 욕망이 얽혀서 갈등을 조장한다. 드라마는 ‘맛’으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매회 등장하는 파스타의 먹음직스러운 모습, 요리사로서의 자아성취를 위한 노력, 사랑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인간, 돈과 명예를 위한 부정행위 등의 조화. 삶의 ‘맛’이다. 주방에서는 요리도 만들어지고 사랑도 만들어진다.






파스타의 종류가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파스타는 큰 요리의 명칭이며 하위분류로 들어가는 것이 ‘스파게티’라는 사실을 알고 살짝 부끄러워졌다. 나는 스파게티와 파스타로 면요리를 분류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파스타가 피자와 함께 이탈리아 요리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라 한다. 하긴, 먹어 봤어야 알지. 기껏 나는 ‘스파게티’라는 단어가 포함된 간판을 가지고 있는 가게만 다녀봤지 ‘파스타’가 전면에 내세워진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구경을 해보지 못했단 말이다.(시골 살이 6년째다)

기껏 신문 잡지에서 나오는 요리코너에 관심을 가지고 혹시 촌스러움을 티내지 않기 위해 와인의 구분법을 입으로 중얼거리거나 새롭게 부상하는 일본라멘과 동남 아시아계 요리들의 발음도 안 되는 요리들의 명칭을 머리에서 열심히 굴리기도 했었다.




<보통날의 파스타>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배워온 박찬일 셰프가 쓴 글과 레시피가 들어있는 파스타에 관한 에세이다. 글은 맛은 보지 못했지만 정평이 나있는 그의 파스타솜씨만큼이나 ‘맛’이 있다. 벌써 와인, 이탈리아 요리수업에 관한 내용에 이어 3권 째 책을 내는 글쟁이다.




피클은 없는 이탈리안 파스타, 봉골레 스파게티에 쓰이는 바지락과 모시조개, 마늘과 면만 가지고 만드는 알리오 올리오 이야기는 드라마 <파스타>에서 직접 인용되어 드라마 소재로 쓰였다. ‘알리오 올리오’에 관한 한편, ‘봉골레’에 관한 한편, 이런 식이다. 이탈리아 유학파와 국내파로 양분된 주방의 전쟁터같은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데에 책의 저자가 자문역할을 했다고 한다.




   
  봉골레 스파게티는 스파게티 삶는 물에 넣는 소금과 조개 고유의 소금이 만나 절정의 맛을 낸다. 당신이 최고의 봉골레 스파게티를 만들려면, 좋은 조개를 사고 그 다음으로는 좋은 소금을 구해야 한다. 시칠리아의 천일염도 좋고,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게랑드 소금도 좋다. 그렇지만 한국의 서해안, 세계 슬로시티로 지정된 증도의 토판염을 써도 좋다.
 
   

 




요리사는 장인(匠人)이 되어야 한다. 재료를 고르는 데에 재료를 다듬는 데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마지막으로 접시에 올리고 나가는 순간까지 매만지기에 정성을 다한다. 소금 하나도 허투루 쓸 수 없는 것이 맛을 중요시 하는 프로 요리사의 사명이다. ‘절정의 맛’은 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요리의 재료가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요리행위에 관한 철학도 중요하다. 레시피를 고집하는 사람과 손님의 기호에 맞추어 음식을 내는 이중 누가 더 좋은 요리사인가.




   
  뜨거운 프라이팬에 신선한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 한 쪽을 으깨 넣는다. 그리고 마늘이 잘 구워지도록 기다린다. 마늘이 맛있게 구워지면 모든 해물을 넣고 재빨리 볶는다. 수분이 마르기 전에 화이트와인을 붓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 들어간다. 일인분이라면 반 컵의 와인이 필요하다. 이때 어떤 와인을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해물 향을 확 살려주고 바다 한가운데로 먹는 사람을 이끌어가려면 이탈리아의 화이트와인을 넣어야 한다. 품종이나 지역은 상관없다. 이탈리아산만 지키면 된다. 당신이라면,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일본 된장을 넣겠는가.
 
   

 




‘정통’을 강조하는 요리계에서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위해서 재료를 이탈리아에서 공수하는 일은 신선도와 가격문제가 걸린다. 물론 박찬일 요리사는 우리 시장에서 고른 재료로 요리하는 것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탈리아 스승에게 배운 철학이라나. 물론 예외는 있는 모양이다. 이탈리아 와인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사실 그림만 보면 별것도 아닌 ‘알리오 올리오‘. 이 메뉴는 요즘 드라마 덕택에 엄청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처음 접하는 이들이 오히려 토마토, 크림소스가 가득 담겨서 풍부함을 뽐내는 스파게티가 우리에겐 익숙하다. 무색의 매끈한 면만을 자랑하는 파스타는 호기심을 자아낸다. 게다가 마늘은 우리가 잘 먹고 좋아하는 양념중 하나 아니던가. 적은 재료로 훌륭한 맛을 내는 파스타.




   
  수산시장에서 고등어를 사는 건 때로는 약간의 흥분이 동반된다. 푸른 등줄기와 미끈한 몸통, 새침한 입 꼬리의 그 생선은 싱싱하면 침을 꼴깍 삼킬 만큼 멋지지만, 종종 빠른 부패 때문에 나 같은 얼치기 요리사의 뒤통수를 친다. 늦잠을 자다 늦어서 새벽이 아닌 아침에 들르면 등판의 선명한 물결무늬가 활력을 잃은, 막 부패를 시작한 녀석들이 내 몫이 되고 마는 것이다. 아니, 생선은 잡혀서 죽는 순간부터 부패한다. 그 부패를 늦추기 위해 인간은 얼음과 냉장고를 이용한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도 시간은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좋은 식당의 요리사나 구매 담당자는 새벽잠이 없어야 한다.
 
   

 




고등어. 고등어 파스타라고? 고등어 김치찌개면 몰라도 고등어로 파스타를 요리하다니 고등어의 비릿한 바다 향과 파스타의 둥근 면발이 조화될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몇 만 가지의 종류를 가진 파스타는 그야말로 상상하는 데로 만들어진다. 어떤 소스와 어떤 부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파스타가 될 수 있음을 상상한다.




   
  자 파스타의 기본적인 종류를 알아보자. 스파게티, 스파게티니, 카펠리니, 페투치네, 탈리아텔레, 라지아니테, 라자니에, 파파르델레, 루오테, 콘길리에, 타야린, 라비올리, 토르텔리니.......끝도 없다. 대충 세어 봐도 2백종은 넘는 것 같다. 이게 전부냐? 그렇지 않다. 조리법과 소스에 따라 각 파스타가 분화하기 때문이다. 스파게티만 봐도 소스의 종류에 따라 2,3백 종은 되는 것 같다.
 
   

 




아, 머리아프다. 그렇게 많은 종류를 다 외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맛있는 파스타 몇가지만 외워서 머릿속에 넣고 다니면 되겠지. 오늘, 저녁은 스파게티면을 삶아다가 마늘,고추와 볶아서 '알리오 올리오'를 시도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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