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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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다락방 님의 리뷰를 보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다. 에세이, 그것도 과학 에세이라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락방 님의 리뷰가 무척 매혹적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극찬도 이어져서 궁금해졌다, 흠, 그래 어디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초반에는 저자 룰루 밀러가 글쓰기 대상으로 삼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남자에게 흥미가 일었다. 어릴 때부터 이토록 소소한 자연에 관심을 두고 그 자연에서 흥미를 느끼는 대상을 수집하고, 제 나름대로 분류하는 일에 푹 빠진 소년이라니, 주변에서 자기를 어떻게 보든 아랑곳하지 않고 외골수처럼 제 갈 길 가는 소년의 이야기라니, 누군가가 몰입해서 그의 생애를 들여다보기에 적합한 인물이구나 하며 책장을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어나갈수록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급기야 이 책은 3가지 지점에서 내게 혼돈과 카오스를 안겨주게 된다. 그 지점마다 나는 고민했다. 음? 이 책을 계속 읽을까 말까....

책을 읽을수록 조던이라는 이 남자에게 쎄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고비였다. 이 남자의 이야기를 계속 듣느니, 차라리 저자 룰루 밀러의 사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데이비드 조던은 됐으니, 이 비호감 남자 이야기는 그만! 당신 이야기를 해봐요,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저자는 자기 가족과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는데, 그 이야기에서도 나는 또 고비를 만났다. 허, 저자도 딱히 호감은 아니네, 저자가 관심을 가진 대상도, 저자도 딱히 호감 가지 않는 인물들이라면 이걸 어떡하지? 읽어도 기분이 좋지 않은 책을 왜 굳이 읽고 있는 걸까? 고민이 깊어간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그가 좀 이상하다 싶었던 첫 번째 부분은 아내를 잃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 결혼했다는 지점이었다. 2년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물론 누군가와 헤어지거나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고 나서 곧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결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2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결혼까지 한다는 건 글쎄... 내 기준으로는 너무 빠른 것이다. 그런 데다가 그 새로운 젊은 아내와 그는 전처 소생의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넣고는 분류학 연구를 위해 곳곳을 돌아다닌다. 자기 삶의 전반부를 이루었던 사람들(전처와 그 자식들)을 너무 쉽게 지워버린 느낌이다. 게다가 그가 새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지나치게 편애하는 것도 눈에 거슬렸다. 그가 그 자식을 예뻐한 기준도 약간 마음에 걸렸다. 조던은 다른 자식들에 비해 똑똑하고 뛰어나다는 점에서 그 아이를 더 예뻐한다.

무엇보다 이 싫은 남자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 사건이 있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스탠퍼드대학 초대 총장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주변을 자기 사람으로 채운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치자. 그런데 그 사람들 중 그의 오랜 벗 ‘찰리 길버트’- 그의 제자에서 출장 동료가 되었다가 다시 스탠퍼드대학 동물학과의 학과장이 된 찰리. 이 찰리에게는 사생활에 문제가 있었다. 스탠퍼드의 한 젊은 여성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어느 날 찰리와 그 여성은 한 사서에게 발각되고, 이 사서는 데이비드를 찾아가 부적절한 짓을 한 찰리를 해고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자신의 무리에서 찰리를-그 총명한 분류학적 정신의 소유자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데이비드는 그 자리에서 ‘기지를 발휘’한다. 이 책에서는 ‘기지를 발휘’했다고 표현했는데 나는 이 남자의 수법에 치가 떨렸고, 이 지점에서 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책을 일단은 덮었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의 방법은 너무나 비열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이렇게 말한다. 이 사실을 만약 누구에게라도 발설하면 “성도착(동성애를 나타내는 암호로 자주 사용되던 말이다)을 이유로 정신병원에 감금”하겠다며 사서를 협박한 것이다. 그 협박으로 사서의 입을 막는 데 성공한다. 다른 것도 아닌 사서의 성적 취향을 빌미 삼아 비열하게 협박한 것이다. 그것도 자기 무리, 자기의 견고한 성(城)을 지키기 위해- 아무리 업적이 뛰어나다 해도 이런 비열한 사람을 옹호하고, 그런 사람이 자기의 명성과 업적을 쌓아가는 일을 나열한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까 현타가 오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고비는 저자의 외도와 관련된 지점이었다. 룰루 밀러는 이 책에서 내내 갈색 곱슬머리 남자를 향한 애정과 그리움을 절절하게 호소한다. 툭하면 갈색 곱슬머리 남자를 잃고 난 자신의 아픔을 자기 연민 어린 시선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갈색 곱슬머리 남자가 뭘 잘못했는가? 두 사람의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 것은 룰루 밀러 그 자신이다. 그녀는 그토록 사랑한다는 갈색 곱슬머리 남자를 두고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그 묘사 방식이 눈에 거슬린다. 어떤 소녀를 만나 잠깐 한눈을 판 것처럼 쓴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성별을 몰랐기 때문에 갈색 곱슬머리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부분에 이어 한 소녀와 또 사랑에 빠지는 부분에서 연달아 혼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런데 룰루 밀러 자신은 곱슬머리 남자와 먼저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자신을 이성애자로 ‘범주화’하고 있어서 그런지 동성과 사랑에 빠진,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뉘앙스로 글을 쓴다. 어, 그건 잠깐 내가 실수한 거야, 난 이성애자라고, 동성과 사랑에 빠지는 건 그러니까 그건 외도라고 볼 수 없어, 그건 뭐랄까 잠깐 바람이 스쳐 지나간 거야 뭐 그런 태도랄까? 그래서 나는 저자에 대해서도 좀 싫은 생각이 들었다. 동성과 외도하면 그건 외도가 아닌가? 그건 사랑이 아닌가? 그건 가벼운 건가? 자기변명, 자기 합리화 쩐다.... 싶었다.

세 번째 고비는 저자 룰루 밀러 아버지의 말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 그러니까 룰루 밀러에게, 그 어린 나이의 딸에게 무려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말을 시니컬하게 내뱉는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54쪽)- 부모가 어린아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상상이 가는가? 안 그래도 살기 빡빡한 세상, 사실 세상은 의미가 없어, 너도 아무 의미가 없어! 그냥 그건 다 살기 어려우니까 사람들이 스스로 달래려고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일 뿐이야! 내 부모가 나 어릴 때 이렇게 말했다면 난 정말 충격받았을 것 같다. 룰루 밀러도 그랬던 것 같고, 그의 언니도 이런 집안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지 심리적 내상은 더 커 보인다. 그런데 아버지는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57쪽). 너도 중요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다고, 그러나 ‘중요한 것처럼’ 행동은 하면서 살아가라는 말....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책의 중간, 그러니까 7장에서 8장 정도를 지나면, 내가 느낀 이 세 개의 고비들, 세 개의 쎄한 느낌들이 합쳐져서 절묘한 이야기를 빚어낸다. 저자가 의도하고 초반에 이런 배치를 했다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세 가지 쎄함이 만나서 이런 시너지를 내는구나, 마치 식스센스나 유주얼서스펙트급 반전을 만난 것 같다. 물론 그 반전을 통해서 저자가 하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굉장히 평범하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 이 우주에서 작은 티끌 같은 존재인 우리는 어쩌면 정말로 아무 의미 없는 존재들일 것이다. 이 진실을 무시한다면 룰루 밀러가 지적했듯이 자기 자신이 너무나 우월하여, 자신은 늘 선(善)이라고 믿는 행동으로 악(惡)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명민하고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호흡, 모든 걸음마다 우리의 사소함을 인정해야’(222쪽)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민들레는 자신이 대단한 존재가 아님을 안다. 그렇기에 그렇게 바람에도 가볍게 흔들리고 여기저기 가벼이 날아가 흩어진다. 그러나 민들레가 아닌 존재, 자기 자신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처럼 남들보다 뛰어나고, 사다리의 맨 위에 있어 그에 마땅한 능력을 지녔으며, 그렇기에 모든 것을, 모든 혼돈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긍정적 자기기만의 착각’에 빠져 사는 존재들, 민들레의 다양성을 무시하거나 민들레는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말에 과연 귀를 기울일까. 그들은 여전히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낙천성의 방패’에 휩싸여 ‘어떤 거부나 모욕이나 실패도’ ‘칭찬의 꽃다발로 바꿔’놓고, 자신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정보는 교묘하게 편집하거나 삭제하는 재주를 키워 여전히 사다리 꼭대기에 위치하면서 사다리 아래 세상을 배열하고 범주화하고 차별하며 혐오하는 일에 앞장서지 않을까? 희의적인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내가 요즘 정말 싫어하는 한국 정치인이 있다. 젊지도 않은 인간을 젊은이라고 계속 치켜세워주면서 부패 언론은 날마다 그의 혐오와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대서특필해준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보면서 그가 떠올랐다. 그 인간도 ‘긍정적 착각 지수’가 굉장히 높은 사람일 거 같은데, 그가 연일 쏟아내는 혐오의 발언을 보면 이 책의 다음 구절이 더 와닿는다. “공격적인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 이들이며, 이에 대한 증거는 민족주의적 제국주의, ‘지배자 민족’ 이데올로기, 귀족들의 결투, 학교에서 약자를 괴롭히는 아이들, 길거리 깡패들의 언어 구사 등에서 볼 수 있다.”(150쪽)- 이런 인간들에게 민들레의 중요성을 말한다 한들 씨알이라도 먹힐까.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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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4-05 15: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읽으셨군요!
참 절묘한 책입니다.
저자가 기자출신이라 그런지 글에 힘이 있고 무엇보다 구성이 넘 훌륭한거같아요. 스포일러 될까바 댓글도 자제하게 됩니다. 이런 말들도 다 스포일이에요 ㅋㅋㅋㅋㅋ 이 책은 그냥 무지의 상태에서 읽는게 최고라는 생각! 😆

잠자냥 2022-04-05 16:19   좋아요 4 | URL
네~ 이 책 읽으실 분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읽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ㅎㅎㅎ 반전 있다 이거 자체도 스포일러 ㅎㅎㅎㅎ

다락방 2022-04-05 17:0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이 싫다고 적어두신 부분들 다 제가 넘나 싫어했던 부분입니다. 저 역시 아 뭐야, 이러면서 덮어? 했던 고비들을 만났던 지점이에요. 크-

아 근데 잠자냥 님이 마지막에 싫다고 한 정치인이 저도 너무 싫어서 진짜 미치겠어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싫어요. ㅠㅠ 그리고, 맞아요. 그에 대해서라면 저 역시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잠자냥 2022-04-05 18:17   좋아요 6 | URL
휴 증말 건국 이래 가장 해로운 정치인 아닌가 싶어요. 그런 괴물도 저기 바다 건너 대학 나온 엘리트라고……. 휴

테레사 2022-04-05 17: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 백배 공감 ㅜㅜㅜㅜ 어찌 같은 하늘 아래 살아야 할지...ㅜㅜ

잠자냥 2022-04-05 18:18   좋아요 2 | URL
앞으로 몇십 년을 더 봐야한단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아아아———

책읽는나무 2022-04-05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읽고 싶은데 아직 책 초반부분만 읽고 있는터라...스포 때문에 읽질 못하겠군요ㅜㅜ
거의 대부분의 리뷰어들의 리뷰는 읽지 않았어요.
이 책은 특히 다들 절대 내용을 미리 읽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던 책이라서, 지금 엄청 기대 하면서 읽을 준비중입니다.
근데 며칠 전 초반 좀 읽다가 응??🤔🤔
중입니다. 기대한 것과 좀 다른???
그래도 다락방님이 꼭 끝까지 읽어 보라고 하시니....^^
잠냥님 리뷰는 아직 읽진 않았어도 별 다섯이 왠지 믿음 가네요.
일단 좋아요 먼저 누르고 책 다 읽음 그때 리뷰 읽어 보겠습니다^^

잠자냥 2022-04-05 18:19   좋아요 3 | URL
ㅎㅎㅎ 네 저도 다락방 님 리뷰 초반까지만 보고 책 다 읽고 속시원히 읽었어요. 이 책은 책을 다 읽고 다른 분들 리뷰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ㅎㅎㅎ

건수하 2022-04-05 18: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 될까봐 말하지 못했는데 잠자냥님 리뷰 읽으니 속이 시원하네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엮어서 하고싶은 이야기 하는 것 좋은데 조던 얘기가 그렇게 자세하게 나오고 힘들게 돌아가야 할 길이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리고 저는 본인 문제의 해결책을 다른 사람의 글에서 (내용은 별로 관계없는) 찾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전혀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 한국 정치인은 말이죠 정말.. 처음부터도 비호감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모르는 사람이 비호감일 수가 있나.. 어디까지 심해질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잠자냥 2022-04-05 18:25   좋아요 4 | URL
저도 이 책 스포 발설 안 하고 리뷰 써볼까 했는데 저런 의아한 기분을 표현하지 않고는 쓸 수가 없더라고요. 속시원히 쓰니 좀 시원하네요. 요르다니 그 인간 넘 싫고 한국의 요르다니 닮은 그 정치인 진짜…. ㅠㅠ 으으…. ㅠㅠ 암담합니다.

독서괭 2022-04-05 18: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마이갓.. 초반 조금 읽고 후루룩 내린 다음
자냥오별 접수! 나머지는 책 읽게 되면 그 후에 읽을 거예요! 라고 댓글 달려고 했는데 댓글에도 스포가!! 얼른 넘겼지만 조금 읽고 말았다.. 내 나쁜 기억력을 믿어보자. 잊어라 뇌야, 레드썬!!🤪

잠자냥 2022-04-05 18:26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 잊어라 잊어라! 뿅!!

건수하 2022-04-05 18:47   좋아요 5 | URL
아아 제 댓글이 스포일러가 된듯 ㅠㅠ 죄송해요 독서괭님. 혹시 다시 보실까 싶어 수정했어요. 레드썬~~

다락방 2022-04-05 21:33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다 읽고 운다에 한 표!!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4-05 23:21   좋아요 2 | URL
오, 괭님 울지 안 울지 궁금하네요…; 전 그럼 안 운다에 한 표.

독서괭 2022-04-06 03:37   좋아요 2 | URL
수하님/ 괜찮습니다. 전 벌써 잊었어요! ㅋㅋㅋ 읽은 분들끼리 시원하게 이야기 나누셔야죠~^^
오잉 이 책 슬퍼요?? 운다고요?? 저 잘 안 우는데요. 전 안 우는 거에 한표.. ㅋㅋ

다락방 2022-04-06 05:41   좋아요 1 | URL
앗 독서괭 님 잘 안울어요? 저는 독서괭님 저랑 비슷한줄 알았는데 .
저 슬퍼서 운 게 아니라 아름다워서 울었어요. 인간이 아름다워서요.

독서괭 2022-04-06 07:38   좋아요 2 | URL
감정이입을 잘하긴 하는데.. 다락방님만큼 잘 울진 않는 듯요 ㅎㅎㅎ 눈물샘 자극 포인트가 있는데.. 이 책 주문했으니 읽고 알려드릴게요 ㅋㅋ 아 원래 이거 주문하려던 거 아닌데 두분께 넘어갔다.. ㅠ 땡투도 두분께~😘

독서괭 2022-04-18 18:15   좋아요 2 | URL
저 어젯밤 피곤한데 이 책 펴들었다가 자기 싫었잖아요(그래도 덮고 잤지만) 절반 정도 읽었는데 전 전반부도 재밌던데 후반부는 얼마나 재밌다는 거예요? 아 궁금하닷!

mini74 2022-04-05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끝부분만 봤습니다 ㅋㅋ 그 정치인 누군지 알 거 같은 ㅎㅎㅎ 온 맘으로 좀 안 보고 살길 바랍니다. 저자의 아버지로 인해 겪눈 딸들의 혼란, 조던 뭔가 쎄하다 생각하며 읽고 있습니다 ~

잠자냥 2022-04-05 19:41   좋아요 1 | URL
ㅎㅎㅎ 미니 님의 리뷰도 궁금합니다~~

다락방 2022-04-05 21:33   좋아요 1 | URL
오 미니님 리뷰 기다릴게요~

햇살과함께 2022-04-05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리뷰와 댓글들은 꾹 참고~ 책 읽고 보겠습니다 아 궁금하네요!

잠자냥 2022-04-05 23:15   좋아요 0 | URL
네~ 잘 참으셨어요! ㅎㅎㅎ 책 읽고 보세요~

포스트잇 2022-04-05 2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 흥미로운 책이죠. 이 책이 얼마나 잘 썼는지는 브리지트 밴캐민의 ˝에르메스 수첩의 비밀˝을 읽으면서 더 느끼게 됐습니다. 어쩔수 없이 비교되더라구요. 피카소의 뮤즈였다는(뮤즈가 얼마나 문제적 개념인지 요즘은 다들 아시겠지만) 도라 마르의 삶을 추적해가는 일종의 전기인데 연이어서 읽게 된탓에 어쩔수 없이 비교하게 되더라구요.

잠자냥 2022-04-05 23:16   좋아요 0 | URL
오, 안그래도 <에르메스 수첩의 비밀> 좀 궁금했는데 비교되는군요?! 읽을까 말까 망설여집니다. ㅎㅎㅎ 흠~

꼬마요정 2022-04-05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댓글 보니 모두가 아는 정치인이네요. 특정한 것 같지 않은데 완전 특정됩니다. 저도 싫어요!!

저도 이 책 다락방님 때문에 사서 읽을 예정입니다. 난관들 다 넘어 볼게요. 뿌수고 싶지만 우아하게 넘을게요.^^

잠자냥 2022-04-05 23:19   좋아요 1 | URL
그 정치인 좋아하는(?) 분들은 일부 남성들 밖에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단 한 번도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적도 없는 주제에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원…;;

아무튼 이 책 꼭 읽어보세요~~ ㅎㅎ

2022-04-07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07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2-04-23 11: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드디어 시원하게 이 리뷰를 읽었다..!!!

잠자냥 2022-04-23 11:48   좋아요 2 | URL
괭님 리뷰도 기대할게요~~

- 2022-07-04 09:50   좋아요 0 | URL
나도.,..,. 아 시원해.... 한여름에 맛보는 시원함 ㅋㅋㅋ

2022-04-29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9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2-04-29 12:44   좋아요 1 | URL
그쵸 영어에서 girl이면 꼭 미성년은 아니니…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만일~ 을 생각하니 없던 정도 떨어지려.. 더 생각하면 뭐하겠습니까마는…

잠자냥 2022-04-29 12:43   좋아요 1 | URL
네, 그 만일은 생각하지 말자고요...ㅠㅠ 읽은 시간이 아까워지니까;;; ㅠㅠ

건수하 2022-04-29 12:46   좋아요 0 | URL
네.. 사실 앞에 지식 부분이나 괜찮은 이야기도 많았는데, 뒷부분의 인상이 너무 큰 거 같아요. 잠자냥님 괜히 불편하게 했나 하는 생각이 ㅠㅠ 댓글 감사해요.

잠자냥 2022-04-29 12:59   좋아요 1 | URL
네, 아닙니다. 불편하기는요. ㅎㅎㅎ

- 2022-07-04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이었더라고요? 전 이게 반전..... 헤헤.... 이 책은 다른 의미에서 끝까지 읽어봐야하는 책인 거 같네요.ㅋㅋㅋ 사람말을 왜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것 처럼 책을 왜 끝까지 읽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ㅋㅋㅋㅋㅋ
미국 사람들에게는 좀 읽혀야 할 책인 것 같은 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읽고 있네요? ㅎㅎㅎㅎ 근데 룰루 밀러 잘쓰긴 했네요. 왜 전교1등이라고 하는지 이해 너무 갈 것 같아요. 남들 리뷰 읽으면서... 응? 이게 의도한 거였구나... 이러면서 ㅋㅋㅋ 오.... ㅋㅋㅋ 이렇게 다시 봐지는 지점 ㅋㅋ

잠자냥 2022-07-04 12:05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은 자고로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내 생각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준 책... ㅎㅎ
룰루 밀러 잘 쓰긴 했어요. 허나 나는 역시 마음으로 좋아지지는 않는데, 아마도 어떤 지점에서 작가의 비겁한 면(외도에 관한 변명, 특히 그 상대가 여성이기 때문에 가볍게 취급한 부분)을 보아버렸기 때문에 그 찝찝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 2022-07-04 19:56   좋아요 1 | URL
잠자냥 가만보면 생칸트 다락방보다훨씬 도덕주의자라니깐 ㅋㅋㅋㅋ

잠자냥 2022-07-04 22:04   좋아요 0 | URL
아니 난 그냥 편애주의자 ㅋㅋㅋ

- 2022-07-04 22:07   좋아요 0 | URL
후후 제가 한 건 햇군요 🤭 편애주의자!!
 

그렇다. 나는 두 줄이 나오고 말았다. 무엇이 두 줄이냐? 자가진단 키트요, 신속항원검사 키트에서 두 줄 말이다.... 지난 금요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다. 오늘은 그나마 조금 나아져서 집에서 일 좀 해보려고 노트북을 켰더니 냥, 이 녀석들이 노트북 점령에 이어 무릎에 올라와서는 앉아달라고 하도 보채서 끌어안고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기도 했다. 야, 좀 저리가.... 


나는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나만큼은 걸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만큼 조심하고 다녔다. 2차 백신에 이어 부스터샷까지 맞았고, 지난 2월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피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를!!! 4월 1일 만우절날 거짓말처럼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아차, 싶은 순간이 있기는 했다. 지난 일요일 엄마 생일이라 가족들이 다 같이 외식을 했는데, 그날 좀 불안했다. 그냥 집에서 먹지, 하는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가족들이 밀어붙이는 바람에 속으로만 투덜대고 따라갔다. 코로나 이후 처음 가 본 패밀리 레스토랑에 그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아무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불안은 현실이 되어 나는 이렇게 자가격리 신세가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날 외식한 가족들 중 나만 코로나에 걸렸다.... 같은 환경에 있었어도 수술 후 몸이 덜 회복된 탓인지 나만 코로나에 감염된 게 아닐까 싶다.


감기 비슷하다고 소문이 났지만 직접 겪어보니 감기보다는 아프고 증상도 좀 오래 가는 것 같다. 오미크론은 인후통이 심하다는데, 나는 두통과 근육통이 좀 심한 편이다. 이제 좀 나아졌지만, 부스터샷까지 맞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떤 지경일지 좀 무섭기도 하다. 아무튼 양성 판정 받고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을 때는 좀 우울했다. 지난 2월 내내 수술 때문에 회사를 빠졌던 터라 또 일주일 못 나간다고 생각하니 면목이 없었다. 평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혼자 놀기의 달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제로 격리당하는 기분도 그다지 좋지는 않더라. 그래서 그 우울함을 덜고자 책을 질렀다.....응?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것이라고 다부장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그러나 여러분 아무리 예측불허 미래라 할지라도 코로나는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하십시오!



집에 쌓인 책을 읽으려고 조금만 지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나보코프 단편전집>

나보코프 단편전집이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두툼한 종합선물세트로 나올 줄이야! 무려 1264쪽이다. 두께 좀 보소. 장편도 장편이지만 뛰어난 단편 작가로 알려지기도 한 나보코프- 그의 망명 초기부터 작가로 세계에 이름을 떨치게 된 시기까지 몇십 년 동안 꾸준히 써 온 단편들이 실렸다. 나보코프 본인과 그의 아내 베라, 아들 드미트리가 공식적으로 정리한 ‘완전판 단편전집’으로, 모두 6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하루에 1편씩 읽어도 두 달 넘게 걸리네?! 




이렌 네미롭스키, <무도회>  

최근 출간된 문학 책 중 가장 눈길이 간 책. 우크라이나 출신 프랑스어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의 첫 번째 권으로 프랑스 중고등학교 필독서라는 <무도회>를 국내 최초로 소개하고 있다. 서른아홉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작가가 남긴 수십여 편의 단편 중 엄선한 네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은 모두 6권까지 출간될 예정인 것 같은데..... 한 권으로 묶어서 내주지.... -_-;;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 <봄의 제전 -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

격리 중 놀면(?) 뭐해?! 집에서 리뷰대회 준비나 하자! <봄의 제전>은 리뷰대회 있어서 구매. 책 자체도 흥미로울 것 같다. 전쟁을 미학이라는 관점으로 들여다보다니 색다르지 아니한가. 근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인가 책에 집중이 안 된다. 큰일 났다! 




폴 오스터,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폴 오스터의 산문집이 나왔다. 옮긴이가 여럿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제까지 열린책들에서 나왔던 폴 오스터 산문집을 여러 개 모아 엮은 것 같아서 처음에는 살까 말까 고민했다. 그래도 폴 오스터 산문을 읽은 지 오래이기도 하고(기억 희미), 폴 오스터가 또 산문은 잘 쓰지~ 하는 생각에 한 권으로 묶어두고 읽어도 좋을 것 같아 구매. 제목만 봐도 흥미로울 것 같은 글들이 여럿 보인다.





양경인, <선창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이번에 산 책 중 가장 궁금하다. 제일 먼저 읽을 것 같은 느낌. 제주4·3평화문학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저자는 제주4·3 사건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였던 1987년부터 5년 동안 끈질긴 채록과 집요한 취재를 거쳐 제주 여성운동가 김진언의 삶을 복원했다. 열세 살에 물질을 시작, 해녀의 권리를 위해 싸우던 김진언 할머니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꾸며 ‘여자평등권’과 차별 없는 무계급사회라는 말에 이끌려 남조선노동당(남로당) 민주여성동맹(여맹) 활동에 뛰어드는데..... 이 책은 “내가 죽으면 발표하라”는 김진언 할머니의 뜻에 따라 20여 년 만에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한겨레21 제1405호, 제1406호>

글쓰기랑 관련된 이들의 글이 여럿 묶여 있어서 흥미로워 보여 구매. 블랑카 님 리뷰 보고 사게 되었는데, 아무리 땡투를 드리려고 해도 잡지는 땡투가 안 되네요! 비록 40원 땡투였겠지만 꼭 땡투 드리고 싶었습니다......



평소 책 지름에 비하면 소소하죠? 그렇지만 책 가격으로만 따지면 절대 소소하지 않다능...

나보코프 단편집랑 <봄의 제전> 두 권만으로도 7만 원 훌쩍 넘.........;




와.... <나보코프 단편전집> 두께 좀 보소....... 




컴퓨터에 난입하신 분........



집사야, 뭐하냥. 안아줘요, 안아줘~~



안아 달라고 아우성..............



결국 무릎에 안기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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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04 16: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볍게 지나가시길 바래요

잠자냥 2022-04-04 17:48   좋아요 2 | URL
네~ 감사합니다~

북깨비 2022-04-04 16: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른 회복되시길 바래요.

잠자냥 2022-04-04 17:49   좋아요 2 | URL
환절기니 건강 더 유의하세요!

책읽는나무 2022-04-04 17: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둘째 얼마나 쓰다듬었음 털이 참빗으로 빗은 마냥 털이 절로 스트레이트가 되었네요ㅋㅋㅋ
후유증 없이 깨끗하게 나으시길요^^

나보코프 단편전집의 벽돌 책의 위용!!
폴 오스터 책도 오랜만에 보고 가네요.
봄의 제전은 올 해, 신춘문예 준비하듯 리뷰 대회 준비작업 들어가시는군요?ㅋㅋㅋ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잠자냥 2022-04-04 17:48   좋아요 4 | URL
ㅋㅋㅋ 사진 찍고 보니 정말 무슨 참기름 발라서 빗으로 빗겨놓은 것 같네요. ㅋㅋㅋㅋㅋ

<봄의 제전>! 책은 두껍고, 날짜는 얼마 안 남았네요! ㅎㅎㅎ

mini74 2022-04-04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아프지 말고 사알짝 스치듯 헤어지시길 ㅎㅎ 책보다 고양이에 더 눈길이 갑니다. 예쁜이들 집사닙 힘나게 꾹꾹이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잠자냥 2022-04-04 17:50   좋아요 3 | URL
ㅋㅋㅋ 책이랑 냥이들 사진 같이 올리면 대개 더 인기 있는 쪽은 우리 못난이들 같더군요. ㅎㅎ 네~ 이제 가장 아픈 시기는 지나간 것 같습니다~

건수하 2022-04-04 17: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많이 안 아프시고 곧 회복하시길..
그리고 그 동안에 책도 좀 읽으실 수 있기를 ^^

잠자냥 2022-04-04 18:31   좋아요 3 | URL
네~ 많이 좋아졌어요~ 책 읽어야 하는데 게임만 하네요…;; ㅋㅋ

coolcat329 2022-04-04 18: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놀라셨겠어요.ㅠㅠ
얼른 나으시길요...
나보코프 단편집보고 잠자냥님 사실거같았는데 제 촉이 정확했습니다 ㅋ
나보코프도 올해는 꼭 한 권 읽기로 했는데 참 손이 안가네요.
봄의 제전은 저도 사려고 담아둔 책인데 역시 사셨군요.
1등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잠자냥 2022-04-04 18:33   좋아요 4 | URL
두 줄 뜨던 순간 저의 놀라움이란…! 악몽인 줄 알았다니까요! 주변에 저 때문에 감염되는 사람 있을까봐 너무 스트레스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없는 것 같아요. 휴~ 올해 나보코프 꼭 한 권 읽기 성공하시길 바랄게요!

- 2022-04-04 18: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런데 안안아주고 배겨? 아이고 귀여워랑 ㅋㅋㅋ ㅡ
코로나 면역력 문제인거 같인 해요.. 저희 엄마도 확진됐는 데, 같이지내는 아빠도 멀쩡 저도 멀쩡! 했거든요. 우얬든 격리 잘 하시고 역병의 시대를 거짓말처럼 극복하십시다! 자냥자냥!

잠자냥 2022-04-04 18:36   좋아요 5 | URL
아우 진짜 안아주면 또 내려달래요. ㅋㅋㅋㅋㅋ 이것들이 ㅋㅋㅋㅋ 코로나는 정말 면역이 중요한 거 같아요. 똑같이 3차 맞고 똑같은 공간에서 식사했는데도 저만 콕! 걸린 것은 아무래도 재 몸이 평소 같지 않았던 거겠죠. 암튼 아직 코로나 안 걸린 사람들은 모두 이대로 코로나가 풍토병으로 자리잡아 격리 없는 감기처럼 될 때까지 잘들 피해다니세요!

청아 2022-04-04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웅 잠자냥님 큰 고비는 넘기신것 같아 다행입니다. 저도 부스터까지 맞았는데 잘했네요. 오늘 뉴스에서 XE라는 변이가 영국등에서 나왔다고해서 마음이 복잡합니다. 대체 언제 이 전세계적 악몽이 끝날런지...그 와중에 냥이들 옆모습,뒷모습까지 심쿵하고 저 녹아버리네요.ㅋㅋㅋㅋ 잠자냥님에게 귀염둥이들이 은근 진통제 역할을 해 주었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잠자냥 2022-04-04 18:38   좋아요 3 | URL
네, 부스터샷 맞은 사람은 감염되도 바이러스 발산 양도 적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다행입니다. ㅎㅎ 우리 고양이들이 저에게 진통을 주는 진통제인지, 저의 진통을 없애는 진통제일지 그것은…..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4-04 1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휴 몸조리 잘하세요 잠자냥 님. 속히 회복하셔서 컨디션 되찾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나보코프.. 엄청나네요?
봄의제전 리뷰 1등 아이패드 주네요? 저 아이패드 필요한데, 그런데 저 책은 두껍고 심지어 비소설 이네요? 껄껄. 패쓰… 🥺

- 2022-04-04 18:56   좋아요 2 | URL
아이패드….

잠자냥 2022-04-04 19:1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저도 그놈의 아이패드 탐나서 도전하는데…. 혹시 글항아리 책 잔뜩 받으면 어떡하죠? 둘 데도 없는데 ㅋㅋㅋㅋ(아 뭐야 또 김칫국 한사발 ㅋㅋㅋㅋ)

다락방 2022-04-05 07:44   좋아요 4 | URL
아 넘나 웃겨 ㅋㅋㅋ 잠자냥 님하고 저 보면 다른 상품에는 딱히 흥미 없고 적립금이나 문화상품권만 노리는것 같아요. 책은 안줘도 돼, 우리가 원하는 걸로 살테니까 책 주지말고 상품권 줘…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4-05 12: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니깐요, 전 책은 필요없으니까 돈 아니면 상품권 달라!!! ㅋㅋㅋㅋ 아, 이거 책 받으면 큰일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stella.K 2022-04-04 19: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금만 질렀다더니...ㅋㅋㅋ
우울할 땐 책지름만한 게 없죠.
어여 쾌차하시길!^^

잠자냥 2022-04-04 19: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조금만 질렀어요. 근데 책값은 만만치 않네요?! ㅋㅋㅋ 스텔라 님도 건강 유의하시고요~!

페넬로페 2022-04-04 21: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니까요~~
2년동안 잘 견뎌왔는데 막판에 빨간줄 두개가 ㅠㅠ
비타민 챙겨 드시고 잘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냥이들 반가워요^^

잠자냥 2022-04-04 22:40   좋아요 3 | URL
막판에 그러니까 뭔가 더 억울하기도 하고 그렇기도 하고, 막판이니까 요 정도로 앓고 지나간다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2-04-04 2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두줄 기념 책탑도 10권씩 두줄로 쌓아주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ㅎㅎ 요새는 코로나좀 걸려줘야 인간관계 문제 없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ㅋ 그래도 심하게 안아프셔서 다행입니다~!!

- 2022-04-05 00:18   좋아요 3 | URL
하아… 내 청정한 인간관계…

잠자냥 2022-04-05 08:06   좋아요 2 | URL
아니, 이런!! 책탑도 두 줄씩! ㅋㅋ 그렇게 기발한 방법이?! ㅋㅋㅋㅋ 역시 인긴관계 좁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ㅋㅋ 가족들과 외식 나간 자리에서 그만…! ㅎㅎㅎ

새파랑 2022-04-05 11:50   좋아요 2 | URL
공쟝쟝님은 셀럽이시니 맘만 먹으시면 바로 청정한 인간관계가 끝날거 같아요 ㅋ 코로나 네번도 걸리실수도 있을듯 ^^

- 2022-04-05 11:53   좋아요 2 | URL
샐럽되기전에 막나가는 페미라고 욕먹고 있는거 안보여요? ㅋㅋㅋ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4-05 12:13   좋아요 1 | URL
쟝쟝/ 그게 이미 셀럽의 증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4-05 12:58   좋아요 1 | URL
욕먹기 시렁.. 셀럽안할래…

잠자냥 2022-04-05 13:16   좋아요 1 | URL
원래 셀럽은 욕도 먹고 그러는 거여~~

라파엘 2022-04-05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술에 이어서 코로나까지, 정말 고생이시네요 ㅜㅜ 후유증 없이 쾌유를 빕니다 🙏

잠자냥 2022-04-05 08:06   좋아요 2 | URL
ㅎㅎ 그러게요, 올해 봄으로 고생 끝이면 좋겠습니다!

구단씨 2022-04-05 09: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4월 1일 코로나 확진 동지, 잠자냥님.
저도 그랬어요. 3차 접종까지 했고 이렇게나 조심하는데, 나만은 안 걸리겠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말입니다...
얼른 쾌차하세요.
목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네요.

잠자냥 2022-04-05 12:15   좋아요 1 | URL
아이코 이런, 구단씨 님도 그날 확진이! ㅎㅎㅎ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데 확진된 것도 어처구니 없어요. ㅎㅎ 감소세로 접어든 게 사람들이 이젠 그냥 검사 안 하고 돌아다니는 거라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하긴 제가 병원에 신속항원검사 받으러 갔을 때 사람이 너무 없어서 의아하긴 했어요. ㅎㅎㅎ
그나마 위안은 3차까지 맞아서 이 정도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구단씨 님도 얼른 쾌차하세요~ 후유증도 없이 지나가길 바라겠습니다!

포스트잇 2022-04-05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나보코프 단편전집은 애써 피해왔는데, 여기서 떡 보니, 안사고 배길 수가 없네요. ㅠ
거기다 ‘봄의 제전‘까지 소개받았으니, 뭐 어쩌겠어요. 두줄 동지, 서로 위안하면서. 땡스투~
저는 3주 지났는데 일시 나갔던 후각이 거의 되돌아온 듯하네요.

잠자냥 2022-04-05 12:19   좋아요 2 | URL
알라딘에도 두 줄 동지가 속속 확인되고 있군요. ㅎㅎ 하긴 요즘 국민 4명 중 1명 감염 추세라고 하니, 책 좋아해서 덜 돌아다니는 알라딘 이웃 분들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속 노출되는 것 같아요.
3주만에 후각이 돌아오셨다니 고생하셨습니다~ 전 다행히, 오늘은 커피 맛이 좀 더 잘 느껴지네요.
<나보코프 단편전집>하고 <봄의 제전> 받아보시면 뿌듯할 거예요. ㅎㅎㅎㅎ

psyche 2022-04-05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지 않고 가볍게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잠자냥 2022-04-05 13:16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Kletos 2022-04-05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들 고생이시네요 ㅠㅠ 빠른 회복을 빕니다🙏🙏

잠자냥 2022-04-05 19:43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자목련 2022-04-06 1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쯤은 많이 좋아지셨을까요. 증상이 다 다르고 차이도 많다고 하던데요.
격리 끝나고도 잘 드셔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냥이들만 신났을 것 같기도 하고요.

잠자냥 2022-04-06 11:55   좋아요 1 | URL
네~ 이제 정말 감기 끝물 같습니다. 자가격리도 내일 24시면 해제라, 금요일부터는 바깥 출입도 가능하고요~
그래도 한동안은 바이러스 나올지 모른다니; 조심해서 다녀야죠...;
고양이들이 좋아하긴 하는 것 같습니다. 좀전에도 잔소리 잔뜩하고 주무시러 가셨어요. ㅋㅋㅋㅋ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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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하는 일이 늘 선이라고 믿는 착각의 위험을 ‘세상에서 가장 쓰디쓴 것’으로 일깨워준다. 그런데 세상의 수많은 요르다니들은 그 교훈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콧방귀만 뀔 거 같아 답답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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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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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 염세적이다. 인간관계도 좁고 사람에 대한 희망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사회에 대한 희망도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세상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들이 참 대단해 보일 때가 있다. 이런 나를 알기에 언젠가 엄마는 진지하게 내게 편지를 써서, 이 세상에 그래도 무언가 하나쯤은 남겨두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무언가’란 바로 아이였다.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그로써 자기의 핏줄, 자기의 대를 잇는다. 나는 이 세상에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고 그것이 나를 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케르테스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를 읽는 내내 인간이 자기의 핏줄을, 자신의 유전자를 이 세상에 남기고 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별다른 큰일을 겪어보지 않은, 그저 다만 염세적인 사람도 이 험난한 세상에 아이를 태어나게 하고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 조금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하물며 케르테스야 어땠을까 싶어진다. 그는 잘 알려졌다시피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작가이다.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 삶이 과연 제대로 살아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 그중에서도 가장 참혹하다는 유대인 ‘절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케르테스는 그 참혹한 기억들을 고스란히 글로 남겼다. 이른바 ‘운명 4부작’ 시리즈를 통해 살아남았으나, 여전히 살아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삶을 고발한다. <운명>에서 나치의 절멸 수용소에서 겪은 끔찍한 기억들로 고통받는, 그리하여 예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십대 소년은 어느덧 노년이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글을 쓰고 번역을 하면서 작가로서 명성도 얻는 등, 사회적으로는 그럭저럭 한 사람 몫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얼핏 보면 이제 고통은, 참혹한 기억은 그의 삶에서 사라진 듯하다.

그러나 어느 날, 한 늙은 철학자의 질문, 정말 무심하게 던진 질문이 그의 삶을 뒤흔든다. 철학자는 그저 그에게 아이가 있는지 무심코 질문을 던진 게 전부이다. 어떤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줄 전혀 모르는 채 사적인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사람들처럼, 그 철학자 또한 아이가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그런 질문도 어찌 보면 무례한데, 거기에 그는 또 덧붙인다.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일종의 의무태만 행위’(18쪽)이라는 생각이 든다거나, ‘이 땅에서 개인적으로 또 초인적인 일을 제대로 해냈든지 아니 오히려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하다면 대를 잇는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19쪽)라거나 ‘삶에 반해서 매우 현실적인 인간의 의무라는 것은, 스스로를 불구이자 쓸모없는 존재로 궁극적으로는 생식 불능의 인간으로 여기지 않게 하는 것’(19쪽)일 거라는 말들….

철학자의 이런 말에 그는 생각해 본다. 자신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떠올려본다. ‘혹시 네가 검은 눈동자를 가진 딸아이로 태어나지는 않을까? 너의 작은 코 주위에는 주근깨가 엷게 흩어져 있지는 않을까? 아니면 네가 고집 센 아들인 것일까? 너의 눈은 회청색 조약돌처럼 근사하고 힘찰까?-물론 나의 삶을 너의 존재의 가능성으로 생각할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겠지만 말이다.’(25~26쪽) 그날, 그는 밤이 새도록 오로지 이 생각에 골몰한다.

왜 그는 아이가 없을까? 그가 홀로코스트 생존자라는 사실만으로도 대부분의 독자는 그 까닭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토록 지옥 같은 현실을 겪고 살아남았는데, 그런 세상에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하는 생각. 한편으로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으니 아이를 낳아 그 예쁜 웃음을 보며 이 세상 시름을 잊는 것은, 그러니까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안 돼!”를 말한다. “인간의 가장 큰 범죄는 태어난 것”(133쪽)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아내에게.

그와 아내는 열정적으로 사랑한 사이였다. 그럼에도 그 두 사람의 결혼은 실패로 돌아가 둘은 이혼한 사이이다. 어쩌면 모든 것이 아이, 아니 아이로 치환할 수 있는 그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이다. 아내는 그에게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는 단호히 “안 돼!”라고 말한다. 심지어 태어나는 것이 가장 큰 인간의 범죄라니….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 이런 말은 독약과도 같을 것이다. 화목했던 관계에 금이 가지 않을 수 있을까? 집을 사거나 가구를 사거나 등등 어떤 소유물에 관한 취향 때문에 다툼이 생긴 것이 아니다. 이것은 가치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이다. 아주 큰 차이. 아내 입장에서는 아이를 갖는 것이 삶에 대한 본능의 발현인데, 그는 그것이 곧 범죄라고 하지 않는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싶은데 그의 처지에서 보자면 꼭 그렇지도 않다. 그는 유대인 절멸 수용소에서 살아남기 이전부터, 세상이 한 어린아이에게 얼마나 추악한 곳인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의 부모도 그가 어릴 때 이혼했으며, 왜 이혼하느냐는 아이의 질문에 부모 누구도 납득할 만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 기숙학교에서도, 그 이후의 아우슈비츠에서도 사람들은 누구하나 믿을 수 없었고 혐오스럽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살아가는 동안 내내 ‘학살자들, 삶을 훼손한 자들이 큰 소리로 스스로를 생명의 길로 선언하는 것을 질리도록’(127쪽) 목격한다. 그런 일들은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어 그 안에서 반항심을 다시 불러일으키지도 못할 지경이다. 끔찍한 일이지만 그는 “삶을 훼손하는 자들 때문에 삶을 혐오”하게 돼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인간, 자연 그리고 그 자신과도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기울이지 않게 된다. 변변한 주거지를 마련하는 일에도 관심이 없다. ‘소유물, 모두를 살게 하고 모두를 움직이며 모두를 미치게 만들기도 하는 소유물’(85쪽)은 사실상 실재하지 않으며 실재한다 해도 오로지 부정적인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수용소 생활에서 셋방살이로 생활이 연장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영원히 치욕을 직면한 채 살아야 하는 것일까?’(135쪽)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삶 속에서 그는 오로지 글을 쓰며 살아갈 뿐인데, 거기에서는 하나의 실낱같은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것은 오래전 수용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려움에 떨며 구덩이를, 무덤을 파고자 삽질을 하던 것과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구름 속에, 바람 속에, 허공에 파기 시작했던 저 무덤을 계속 파는 일, 끝까지 파야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것’(170쪽)을 깨닫는다. 때문에 그것은 그에게 은밀한 발버둥이자 은밀한 희망이다.

그러나 아내는 다르다. 아내는 아우슈비츠 이후에 태어났다. 그런데도 그녀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는 아우슈비츠라는 표상 안에 있다. 그녀의 부모님도, 고모와 같은 친척들도 아우슈비츠를 거친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성장하는 내내 유대인의 감정들과 유대인의 생각들로 들어찬 또 다른 ‘게토’ 아닌 게토에서 살아간다. 이 또한 힘겨운 일이 아닐까. 아내는 유대인 문제가 화제에 오르면 그곳에서 잠시 자리를 뜨곤 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런데 또 이렇게 만난 사람이 여전히 아우슈비츠에서의 기억 때문에 고통받는 유대인이라니, 그녀의 인생도 어찌 보면 가련하다. 게다가 아이를 낳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안 돼!”라고 단호히 말하는 남편이라니…. 그의 고통도 그녀의 고통도 모두 이해되기에 이 부부의 헤어짐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헤어진 뒤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그녀가 현재의 남편은 “유대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부분은 이 부부의 그간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와 마음이 아파온다.

‘절대로 나는 다른 한 인간의 아버지, 운명, 신이 될 수는 없’다고, ‘어린 시절 내가 겪었던 일을 또 다른 한 아이가 겪게 해서는 안 된’다고 끝끝내 울부짖는 그. 그는 정말 철학자의 말처럼 아이를 낳지 않음으로써 ‘의무태만 행위’를 저지른 것일까? 철학자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에게 아우슈비츠는 어떤 말로도 설명될 수 없다. 그에게 아우슈비츠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는 일평생을 ‘독일인들은 언제고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이런 형별과도 같은 삶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할까.  그의 절절한 외침, 고통스러운 절규가 머릿속에 오래도록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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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3-31 10: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것도 과거를 잊지 않으려는 작가의 뜻이 아닌가 싶어요.
아우슈비츠 뿐만아니라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도 한 몫했군요.
케르테스 책은 표지들이 다 이런 분위기에요. 읽기 전부터 숙연해지는...

잠자냥 2022-03-31 13:24   좋아요 5 | URL
네 기숙학교에서의 경험도 그렇고 이 작가는 인간에 대해 좋은 기억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ㅠㅠ

새파랑 2022-03-31 11: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요 책도<케르테스>의 자전적 이야기 같군요~ 저런 비극을 경험하면 세상에 대한 믿음이 절대 안생기겠죠 😅 이 책도 상당히 괴롭게 느껴질거 같아요~

잠자냥 2022-03-31 13:24   좋아요 6 | URL
네, 이 책도 완전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읽기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 문장 자체가 의식의 흐름…..

2022-03-31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31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2-04-01 1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진짜 범죄 같은데… 가끔 금쪽같은 내새끼 보면 생각 없이 번식하는 어른인간들 다 절멸시켜버라고 싶어요… 는 다행이도 이시대에 태어나 그걸 보고 있는 나니까 그런거고…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숭고해지려고 하는 모습도 대단한데.. 꼭 인간이 숭고해져야하는가… 암튼 저는 뭘 남길 생각은 거의 없고 쓰레기나 좀 덜남기고 가야할텐데…. (염세주의자2)

잠자냥 2022-04-01 14:37   좋아요 3 | URL
엄훠, 내가 쓴 댓글인 줄 ㅋㅋㅋㅋㅋㅋ

- 2022-04-01 20:2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속닥속닥) 우린 어쩔수 없나바..

독서괭 2022-04-01 13: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제목이 그런 의미였군요.. 마음 아픕니다 ㅜㅜ 저는 어릴 때부터 결혼해서 애 둘 낳고 살기를 꿈꾸던 사람인데도 이번 코로나 겪으면서, 이걸 미리 알았다면 애를 안 낳았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물며 아우슈비츠를 겪은 사람이라면..
잠자냥님은 남기고 가셔야 할 거 하나 있습니다. 책이요, 책.

잠자냥 2022-04-01 14:40   좋아요 3 | URL
ㅎㅎㅎ 그래도 또 이렇게 힘든 세상에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낳고 돌본다는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들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전 도무지 그럴 자신이…. 제 괭이들 돌보는 것도 때론 엄청 지치는데 말입니다. ㅎㅎㅎ 책! ㅎㅎㅎ 남길 만한 책을 남겨보도록 애써보겠습니다~

mini74 2022-04-01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가 여러 이유로 딩크인데 그 어머님이 똑같은 말씀을 하셨대요. 그래서 친구가 난 사리를 남길태니 엄마는 탑을 하나 쌓아줘 ㅠㅠ 했다가 머리 밀릴뻔 했지요 ㅠㅠ 전 지금 운명 읽고 있는데 이 편도 읽고 싶네요 ~

잠자냥 2022-04-01 16:5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진심 크게 웃었습니다. 친구분이 정말 명언을 남기셨네요! ㅋㅋㅋ <운명> 읽고 이 책 읽으면 더 잘 이해되실 것 같아요!
 

하루키의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를 읽고 싶어진 것은 순전히 동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때문이다. 궁금했던 작품인데 이제야 만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는 관심 없던 원작이 무척 궁금해질 정도로 훌륭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두 남녀의 정사 장면을 보여준다(그래서 훌륭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들의 정사가 조금 남다르다면, 섹스를 마친 후 여자는 자신이 쓰고 있는 드라마 이야기를 남자에게 들려주는데, 완성작은 아닌지 남자도 여자의 이야기에 자신의 상상을 덧붙인다. 인생의 주름이 희미하게 자리잡은 얼굴, 중년에 접어든 남자와 여자는 누가 봐도 부러울 만큼 다정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것 같다. 드라마 작가인 여자와 유명한 연극 연출가인 남자, 그리고 그들이 함께 지내는 집의 크기나 구조 등을 보건대, 그들은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그러니까 어느 모로 보나 주위의 부러움을 살만한 커플이다.

 

남자의 이름은 가후쿠, 여자의 이름은 오토- 이 남부러울 것 없는 커플을 지켜보노라니 함께 지낸 세월에 비해 너무 다정해서 두 사람은 결코 부부가 아니라, 아마도 나이 들어 만난 연인인가 싶은데.... 놀랍게도 그들은 부부가 아닌가. 이런 설정에 문득, 영화가(또는 하루키의 원작이) 너무 비현실적인 거 아닌가 싶어진다. 그러나 결국 영화는 현실을 보여준다. 어느 날, 가후쿠는 국제 연극제에 참여하기 위해 러시아로 출장을 떠나게 된다. 그날 아침 완전 다정하게 아내와 작별인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신나게, ‘마이 카를 타고 도착하니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한다. 러시아에 눈이 심하게 내려 연극제 일정이 미뤄졌으니 공항 근처 숙소에서 머물거나 하는 등 출발을 미루라는 문자이다. 그러나 가후쿠는 조금 전 헤어진 아내가 보고 싶은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빨간색 앙증맞은 마이카에 올라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순간 내 심장은 두근두근. 왠지 그가 집으로 돌아가면 안 될 것 같다. 집에 가면 왠지 에, 그러니까 아내가 다른 남자랑 신나게 한판 놀고 있을 것만 같다..... 드디어 도착한 집, 가후쿠는 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가 현관문을 연다. 들려오는 음악소리.... 그리고 그 음악소리에 뒤섞여 들려오는 또 다른 소리. 그렇다 그것은 아내의 신음소리이다. , 그러니까 집으로 오지 말고 공항 근처 숙소에서 머물라니까!! 아내와 웬 남자가 가후쿠가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한참 정사에 몰입해 있는 게 아닌가. 가후쿠는 잠시 얼어붙지만 조용히 문을 닫고 집을 나온다. 그러고는 마이 카를 타고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아내나 남편 또는 연인의 불륜(그것도 정사)을 바로 눈앞에서 본다면 대부분 어떻게 행동할까? 심한 충격을 받을 것이고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머리끄덩이를 붙잡거나 물건을 던져버리거나 등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테고, 가후쿠처럼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라면 아마도 일단 그 자리를 떠날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그 후 상대에게 모든 걸 봤노라 따지고 묻고 헤어질 것이다. 그러나 가후쿠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 길로 공항 근처에 호텔을 잡고 하룻밤을 보내고, 그 늦은 밤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를 영상 통화로 받을 때도 일본이 아니라, 러시아에 무사히 도착한 척 연기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러시아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는 다정히 아내를 끌어안고, 떠나기 전과 마찬가지로 아내와 정사를 벌인다. 아내는 아내대로 정사를 마치고 나서는 늘 그렇듯이 이야기 타래를 풀어놓는다. 이 부부는 계속 이렇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저런 관계가 정말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즈음, 뜻밖에도 아내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고 가후쿠는 홀로 남는다. 하루키 원작인 <드라이브 마이 카>여자 없는 남자들에 실려 있는데, 가후쿠 역시 여자 없는 남자가 되고만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2년의 세월이 흐르고, 아내 없이 덤덤히 살아가던 그는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받아 작품 연출을 하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나고 무언가 말 못할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한 미사키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면서 그녀와 가까워진다.


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 (<드라이브 마이 카>, 여자 없는 남자들, 37)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속속들이 안다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닐까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예요. 상대가 어떤 여자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가후쿠 씨만의 고유한 맹점이 아닐 거예요. 만일 그게 맹점이라면 우리는 모두 비슷한 맹점을 안고서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 (<드라이브 마이 카>, 여자 없는 남자들, 50)





그토록 아끼는 '마이 카'를 과연 미사키에게 맡길 수 있을까?!



이 영화는 하루키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어느 정도 하루키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전반부가 그러한데, 영화 중후반부를 지날 때쯤에는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다시 읽고 싶어지는 생각이 들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가후쿠는 연극 연출가로서 직접 연기도 한다. 그는 아내가 죽고 난 뒤 <바냐 아저씨>바냐역을 맡아 무대에 서는데 그의 대사(즉 체호프의 대사)에 지나치게 몰입해 바냐 역할을 할 때면 심적으로 몹시 힘겨워한다. 종종 바냐역을 맡았던 그는 아내가 바냐의 대사 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등장인물의 대사를 녹음한 테이프를 차 안에서 들으며 연기 연습을 하기에 이 바냐 아저씨와 체호프의 대사는 그에게 더욱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히로시마 연극제에서 그가 연출을 맡아 무대 위에 올리게 되는 작품도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이다. 이 연극은 좀 특별한데, 아시아 각국의 배우를 초청해 대사를 그 역할을 맡은 배우의 모국어로 연기한다는 점에 있다. 옐레나 역을 맡은 대만 출신 배우는 옐레나의 대사를 중국어(만다린어), 바냐 역할을 맡은 일본 출신 배우는 일본어로, 아스트로프 역할을 맡은 한국 출신 배우는 한국어로, 심지어 소냐는 한국어 수어로 대사를 한다. 이게 가능한가 싶은데 놀랍게도 가능하다. 세상살이에 지친 바냐가 절망에 빠져 비탄에 잠겨 있을 때 그런 바냐에게 그래도 살아야한다고 용기를 주는, 소냐의 대사는 수어로 구현됐을 때 더 뭉클한 감동을 준다. 그건 아마도 소냐(이자 극중 이유나’) 역을 맡은 한국 배우 박유림의 연기도 크게 한몫한 것 같다.

 

'바냐 아저씨'를 저마다의 언어로 연습하는 배우들



한국 수어로 소냐의 대사를 전달하는 박유림 배우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공교롭게도 <바냐 아저씨>를 다시 읽었던 터라, 영화 속에서 전해지는 체호프의 대사가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바냐 아저씨>바냐는 죽은 누이의 남편인 세레브랴코프를 위해 그의 영지를 관리하며 반평생 헌신한다. 이제 교수직을 은퇴하고 돌아온 세레브랴코프와 그의 젊고 아름다운 부인 옐레나와 함께 생활하게 되는 바냐의 가족들- 바냐는 자기도 모르게 매부의 새 아내에게 반하고 그 옆에서 매부의 허울뿐인 실체를 보며 자신이 살아온 세월에 깊이 회의감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매부가 죽은 누이의 소유였고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시골 영지를 팔아 별장을 사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고, 이 제안에 자신의 젊은 시절을 송두리째 부정당한 느낌이 든 바냐는 분노에 미쳐 급기야 세레브랴코프에게 총을 겨누게 된다.

 

바냐는 그런 자신의 거짓과도 같은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면서 이렇게 읊조린다. “과거는 하찮은 일에 바보같이 닳아 버렸다. 현재도 무섭도록 허망하다. 바로 이게 나의 삶이고 나의 사랑입니다. 그걸 어디로 치우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내 감정은 구멍으로 기어든, 햇빛처럼 헛되이 사라집니다. 나 자신도 사라집니다.” (<바냐 아저씨>, 171, <벚꽃동산>) 영화 속 연극에서 바냐 역할을 맡게 되는 가후쿠도 줄곧 바냐의 대사를 읊조리곤 한다. 그 대사들은 가후쿠의 거짓된 삶, 상처와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런 바냐에게 소냐는 이렇게 말한다. “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든 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하도록 해요.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얘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겠지요. 그리고 아저씨와 나는 밝고 훌륭하고 꿈과 같은 삶을 보게 되겠지요. 그러면 우린 기쁨에 넘쳐서 미소를 지으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드디어 우린 편히 쉴 수 있을 거예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인, <바냐 아저씨> 연극 장면



영화에서 소냐는 이 대사를 수어로 말한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바냐 아저씨>의 힘인지, 체호프의 힘인지, 수어로 이 모든 감정을 절절히 전달한 연기자 박유나의 힘인지, 이 영화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힘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빚어낸 힘인지 알 수 없지만 좋은 문학과 영화가 빚어낸 이토록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을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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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3-29 15: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제가 쓰지 못하고 넘어가 마음에 늘 걸려있던 페이퍼를 보니 넘 반가워요. 이 영화 저는 작년말에 보았어요. 하루키의 책은 몇 년전에 읽었고 체호프 희곡선집 시공사 것으로 바냐아저씨 읽었고. 연극도 오 년 전인가 혜화동 체호프 전용관에서 보았거든요. 뭔가 여러가지로 합체되는 좋은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막 그려졌어요. 누구나 다하지 못하고 삼켜둔 말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하루키 원작소설보다는 영화가 훨씬 풍부하게 잘 살려낸 케이스랄까. 아무튼 영화 좋았어요. 제대로 화를 냈어야 했었다고 주인공이 눈물 흘릴 때 어느새 저도 눈물을 흘리고 있더군요. 원래는 노란 차인데 영화에서 붉은색으로 나와 강렬한 인상을 준 것도 나쁘지 않았고 다국어 연극 참 인상적이었어요. 말씀대로 특히 수어를 하는 박유림 배우 좋았습니다. 그 남편 역의 배우도요. 이 페이퍼 좋아요 열 번 누르고 싶네요.

잠자냥 2022-03-29 15:05   좋아요 5 | URL
아니, 왜 안 쓰고 지나가셨어요! 영화 깊이 읽으시는 프레이야 님의 페이퍼였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냈을 텐데요! 아쉽습니다. ㅎㅎㅎ 전 코로나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봤는데 극장 가서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하루키의 단편보다 더 많은 것을 담아냈다는 말씀 정말 깊이 공감합니다. 물론 하루키의 원작도 큰 역할을 했겠지만, 이 작품은 원작에 체호프에 영화가 빚어낸 앙상블이 정말 최고입니다!

새파랑 2022-03-29 15: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드라이브 마이 카> 좋았는데 영화가 나왔군요 ㅋ 제가 상상한 남주 보다는 좀 많이 젊어 보이네요 ㅋ 영화가 아주 좋았나 봅니다~! <여자 없는 남자들> 책도 좋고 <벚꽃동산>도 아주 좋았어요 ^^

잠자냥 2022-03-29 17:01   좋아요 3 | URL
네, 좋은 작품들이 만나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유부만두 2022-03-29 17: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를 보다 말았어요. 한국 출신의 남자 배우/연출가? 의 집에서 저녁 식사 장면까지 봤는데 영 따라가기 힘들더라고요. 책도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도 안나고요. 잠자냥 님 페이퍼를 읽었으니 다시 도전해 볼까요?

잠자냥 2022-03-29 20:16   좋아요 1 | URL
거기까지 보셨으면 많이 보셨는데요?! 영화는 한번 끝을 보시죠~ ㅎㅎ

햇살과함께 2022-03-29 1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오늘 체호프 단편선 꺼내다가 몇년 전에 벚꽃동산이랑 갈매기 연극 봤던 생각나서,, 갑자기 연극이 너무 보고 싶었는데, 바냐 아저씨도 찾아봐야겠어요!

잠자냥 2022-03-29 20:17   좋아요 1 | URL
바냐 아저씨도 연극으로 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mini74 2022-03-29 17: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소설만 읽었어요. 일본에선 이 영화 성공이 좋으면서도 하루키 원작이라 우익들이 대놓고 자랑질도 못하는 묘한 상황이란 기사 봤어요 ㅎㅎ 체호프 읽고 영화를 봐야겠어요. 자냥님. 그래서 훌륭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는 쓰지 마시지 그러셨어요 ㅎㅎㅎ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

잠자냥 2022-03-29 20:18   좋아요 2 | URL
ㅋㅋㅋ 하루키 단편 여러 개를 좀 참고한 거 같더라고요. 영화는 정말 그래서 훌륭한 건 아닙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