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야라 AA TOP #5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엇! 초콜릿맛 그러다가 이것은 오렌지향인가 싶었는데 무화과의 산미구나. 진하고 달달 고소 마지막 산미까지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원두가 나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2023-03-11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맛잘알 향잘알 ㅋㅋㅋ 나는 냇플릭스 본자냥!

coolcat329 2023-03-11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ㅋㅋ 안 살 수가 없네요😅

책먼지 2023-03-12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다하다 이제 커피까지 파십니까!!! (네 샀습니다ㅠㅠ)

잠자냥 2023-03-12 21:49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종종 팔았는데 새로운 커피가 오랜만에 나와서…. ㅎㅎ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네 살이었다. 내가 처음 전철을 혼자 탄 그때는.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였다.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놀다가 문득, “너 나 잡는 척 해봐”하고는 학교 정문 쪽으로 냅다 달렸다. 내가 그대로 정문을 나가버리자 뒤쫓던 친구는 놀라 당황해서 소리쳤다. “야, 너 선생님한테 혼나!”-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길로 지하철역으로 가 전철에 몸을 실었다.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세 정거장… 도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갈수록 내 심장도 더 빠르게 뛰었다. 내 생애 최초의 탈선이자 비행은 그렇게 서울의 도심으로 향하는 전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뉴욕의 비비언 고닉도 열네 살에 처음 지하철을 탔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쭉 이 도시에 살고 있는 나처럼 그녀 또한 늘 뉴욕에서 살았으면서도 마치 큰 도시에 가보는 게 소원인 소도시의 주민처럼 꽤 긴 시간 동안 뉴욕을 그리워한다. 고닉에게 그녀가 자란 브롱크스는 시골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살던 그 동네도 그랬다. 사춘기에 접어든 고닉이 그 무렵부터 세상엔 중심이라는 것이 있고, 자신은 그로부터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걸 깨달았듯이, 그 중심지는 지하철 한 번 타면 갈 수 있는 맨해튼 시내라는 것도 알았듯이 나도 그즈음에 그랬던 것 같다.

고닉은 열네 살 그때 단 한 번의 출발로 맨해튼에 도착했을까? 나는 그렇지는 못했다. 어느 순간 덜컥 겁이 났고 학교가 끝나기 전에는 가방을 챙기러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전철이 시내 중심지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되돌아왔다. 서울의 행정구역상 중심이라면 중구 또는 종로라고 해야 할까? 그곳에 마침내 나 홀로 또는 친구와 함께 발을 디딘 것은 열여섯, 열일곱 그 무렵이다. 호암아트홀에서 보던 전시를 비롯해 그 중심지에 가면 엄청나게 많은 서점과 책이 있었고 수많은 영화관과 동네에선 보기 어려운 다양한 영화가 있었다. “나는 그 도시를 수시로 드나들면서도 늘 안락함과 안도감, 단조로움과 게으름을 맛볼 수 있는 집에 수시로 들락거리며 언젠가 만날 절호의 기회를 호시탐탐”(15쪽) 노렸다. 고닉과 나는 뉴욕과 서울,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무척이나 다른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또 흡사한 그 대도시에서 그렇게 자란다. <짝 없는 여자와 도시>는 이렇게 여기 너머 어딘가에 더 중심이라고 부르는 곳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호기심을 싹 틔웠던 열네 살의 추억을 일깨운다.

서울, 이 도시는 나의 이력이다. 태어난 곳, 학교와 직장을 따라 옮겨 다니고 집을 여기저기로 이사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또 누군가와 함께 있었느냐에 따라 이 도시의 기억도, 동네, 동네에 얽힌 기억도 달라진다. 그러나 서울은 늘 나와 함께였다. 이 빌딩숲, 이 많은 인파, 이 혼잡함과 화려함이, 소란스러움이 문득문득 피곤해 잠시 떠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지만 산이나 바다, 강, 호수, 자연이 우거진 곳에 가서도 나는 어느 순간 도시의 편안함을 찾는다. 낯선 나라에 가서도 이 도시에서 익숙해진 장소들- 예컨대 스타벅스 같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균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에 이르러야 비로소 안도감을 느낀다. 고닉이 한때 연애했던 극작가, 알코올의존증 전력이 있고, 도시를 떠나는 데 공포증이 있었다는 그 남자처럼 나 또한 도시를 떠나는 것에 일종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와의 연애사를 언급한 고닉 또한 그의 도시를 향한 집착을 누구보다 이해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 도시에는 우정이 있다. 고닉의 레너드처럼 나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든  영원히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느끼는’(8쪽) 염세를 주고받으며 자주 만나기보다는 가끔 만나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다 헤어지고 그 대화의 내용도 대부분은 ‘상실, 실패, 패배를 그가 드러내든 내가 드러내든 꼭 한 명은 그러고’(8쪽) 있는 그런 몇몇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나의 우정은 고닉과 레너드의 그것처럼 서로에게 활기를 불어넣기보다는 다른 하나가 활기가 있어야만 같이 있을 수 있는 관계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개 ‘함께할 자리를 미리 마련’해 두기보다는 ‘일정 중에 빈자릴 찾는다’(43쪽). 이런 느슨한 관계가 문제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고 고닉은 말한다. 그것은 모두 기질 문제라고. 그리고 이 기질적으로 맞는 우리, 나와 내 친구들은 이 도시에서 느슨한 우정으로 얽혀서 저마다의 시간을, 하루를 보낸다.

이 우정은 서울, 이 도시에서 시작되었다. 나처럼 애초부터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도 있지만 서울이 아닌 곳에서 태어나 성인이 되어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그러다 보니 우정을 나누게 된 친구도 있다. 그리하여 이 도시는 또 다른 우정의 가능성도 늘 열어둔다.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그 우정, 그 느슨한 관계들 속에서는 벌써 몇 번쯤인가는 서로 같은 장소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같은 강연을 들으면서 스치듯 지나쳤을 인연도 있으리라. 때로는 도시가 주는 익명의 안온함 속에 숨어서 오늘은 그저 수줍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지만 언제나 다른 날에는 문득 그 앞에 서서 “안녕!”하며 알은체를 하게 될 수도 있으리라. ‘각자의 인생이라는 영토를 힘겹게 횡단하다 국경이 맞닿는 곳에서 이따금 만나 서로에게 정찰기록을 건네는 고독한 두 여행자’(59쪽)들처럼 말이다. 뉴욕이든 서울이든 도시는 그런 느슨하고 유연한 관계를 가능케 한다.

물론 사랑도 있다. 우연히 만난 사이와 헐겁지만 다정한 우정을 나눌 수도 있고, 또 우연히 만난 누군가와 그 무엇에 비할 바 없는 뜨거운 애정을 나눌 수도 있는 곳, 도시. 걷는다, 본다, 느낀다, 생각한다, 쓴다, 만난다, 이야기한다. 웃는다, 사랑한다. 헤어진다, 걷는다. 산다…. 도시에는 비록 외로울지언정 자유가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자유, 혼자 거리를 거닐 수 있는 자유, 그러다가 문득 우연히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자유. 곁에 누군가가 없어도, 그러니까 짝이 없는 여자가 혼자 이 거리 저 거리 거닐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곳은 이런 대도시뿐이 아닐까. 그리고 그 고독과 자유에서는 시선이 탄생한다. 고닉은 바로 그 지점에서 뉴욕 곳곳을 발견하고 그 도시와 사랑에 빠진다.

번잡한 도시는 인간관계에 단절을 불러일으킨다고, 그래서 현대인은 고독하고 외롭다고 말하지만 바로 그 외로움과 고독 속에 엄청난 자유가 있음을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가 안다. 때문에 비록 ‘외로움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만 불가해하게도 우리는 그 외로움을 포기하길 망설인다.’(105쪽) 기꺼이…. 고닉의 친구 레너드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외로움을 쓸모 있는 고독으로 바꿔내지 않는 이상  그녀는 영영 엄마의 딸일 거라고-레너드의 이 말에는 무심한 척하면서도 친구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담겨 있다. 엄마를 향한 ‘사나운 애착’의 시기를 지나  뉴욕 거리 곳곳을 거닐고 거기에서 만난 다양한 이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고 그 안에서 느슨하게 거리를 두고 혼자 있는 법, 외로움 속에 자기 존재를 발견한 비비언 고닉, 자신과의 대화를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던 그녀는 결국 이런 빛나는 글들로 전 세계의 독자를 만나고 있는 게 아닐까. 누구나 말을 건넬 수 있지만 또 누구나 금방 무심히 돌아설 수 있는 도시. 느슨한 관계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자유라는 기질을 갖춘 도시- 전 세계의 도시들은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 빚어낸 무수히 많은 목소리가 층층이 쌓아 깃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풍성한 에너지가 오늘을 살아가게 한다. 나도 그리고 또 도시의 삶을 사랑하는 당신도. 


댓글(29)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03-09 16: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읽는데 리뷰 분위기가 너무 좋네요. 마지막 단락에서는 영화처럼 눈 앞에 군중속에서 고독함을 느끼는 누군가가 보이는 것도 같아요. 수많은 사람들속에서 고독한 한 사람, 그러나 그게 싫지 않은... 그건 접니다..

잠자냥 2023-03-09 16:32   좋아요 1 | URL
저기 사실 다부장님 이야기도 있어요. 눈치챘는가? ㅋㅋㅋㅋ 근데 글에 다부장, 다락방 언급하니까 갑자기 코미디가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09 16:38   좋아요 3 | URL
‘우연히 만난 누군가와 그 무엇에 비할 바 없는 뜨거운 애정을 나눌 수도 있는 ‘

여기 제얘기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3-09 16:39   좋아요 4 | URL
아니 너 은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09 16:4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이름만 언급해도 코미디가 되는건 큰일이네요. 원래대로 지적이고 냉철한 카리스마 다락방으로 돌아와야겠어요. 말리지마세요. 흥!!

거리의화가 2023-03-09 16: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금보다 나이가 들고 이제 더는 이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시골 내려가는 건 어때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저는 단호하게 ˝NO˝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도시 속의 개인은 지극히 외로운 존재이지만 그럼으로서 자유롭기도 하단 이야기에서 공감이 가네요~^^

잠자냥 2023-03-09 16:48   좋아요 3 | URL
네 저도 지치고 스트레스 극강으로 받았을 땐 애인하고 저어기 다른 지역 가서 사는 건 어떨가 생각해보는데요, 예를 들면 제주도 같은......... 근데 결국 아아, 우린 안 될 거 같다로 결론내립니다.ㅎㅎㅎ 그러기엔 도시를 너무 사랑함;;

책먼지 2023-03-09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닉 에세이 세 권 중에 이번 책이 가장 잘 안 읽히는데.. 고닉 읽어주는 자냥님 글은 너무 잘 읽히네요!! 대도시만의 그 역학 때문에 굳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을 때도 여기를 못 떠나는 것 같아요ㅠㅠ

잠자냥 2023-03-09 16:59   좋아요 4 | URL
이번 에세이가 흐름없이 뚝뚝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왔다 갔다 해서 그런 거 같아요!
고닉 읽어주는 자냥 올림. 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3-09 17:1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조만간 다락방님 댁에도 고급스런 별칭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이대론 안 된다!!!

잠자냥 2023-03-09 17:20   좋아요 3 | URL
그건 무리다…..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09 1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오늘 받았는데 이미 읽은 듯한 이 느낌…

저는 제 얘기는 별로 안 쓰고 싶은데 그러면서 이 책들 리뷰를 쓰긴 어렵겠어요
(슬슬 포기하는 마음)

잠자냥 2023-03-09 23:06   좋아요 2 | URL
그래서 책 다 읽기 전에는 리뷰 읽기 금지!

단발머리 2023-03-09 18: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의 번잡함과 자유로움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 글을 좋아합니다^^

건수하 2023-03-09 22:06   좋아요 1 | URL
저도 찌찌뽕!

잠자냥 2023-03-09 23:07   좋아요 1 | URL
네, 그런 사람은 이 책 좋아할 거예요.

책읽는나무 2023-03-09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차도녀들이 공감할만한 리뷰네요ㅋㅋㅋ
시골에서 나고 자란 책나무는 대도시도, 시골도 어디든 다 외로운 곳이란 생각이 들어 어디서 살래? 물어본다면 실로 난감합니다.
저는 그저 조용한 곳에서 잠 자고, 멍 때리다가, 가끔 심심하면 도시에 가서 먹고, 보고, 놀고만 오고 싶은 놀도녀(놀기만 하는 도시 여자!)가 되고 싶네요.
근데도 자냥님 리뷰를 읽으면 왠지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은 맘이 들기도 합니다.
짝이 없는 여자가 혼자 거니는 건 아무래도 도시에서만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시골에서 혼자 걸으면 동네 사람들 다 쳐다보면서 저 처자 왜 자꾸 돌아다닌대? 할테니까요ㅋㅋㅋ
시골엔 익명이 없어요ㅜㅜ
그리고 대도시엔 똠양꿍이 있으니까~^^

잠자냥 2023-03-09 23:08   좋아요 2 | URL
ㅎㅎ 네 말씀하신 것처럼 시골(?) 같은 데서는 아마 여자 혼자 있으면 온갖 관심과 구설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ㅎㅎㅎㅎㅎ 혼자 있어도 괜찮은 도시, 라는 건 참 편리하다 싶어요.

자목련 2023-03-10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나운 애착 끝내고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우선은 좋아요!!!

잠자냥 2023-03-10 09:39   좋아요 0 | URL
사나운 애착에서의 어머니 여기서도 등장하십니다. ㅎㅎ 재미나게 읽으세요.

독서괭 2023-03-10 09: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쉽게 만남을 허락치 않는 차갑고 고독한 도시여자!! 하지만 집에는 고양이 6마리로 고독과 자유를 느낄 새가 없는데… ㅋㅋㅋ
도시에서 느끼는 자유 공감합니다. 아예 시골은 안 될 것 같고 저는 중소도시 정도는 좋더라구요.

잠자냥 2023-03-10 09:4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 집에서는 고독할 틈이 없기는 해요. 오늘 아침도 문 열고 나가니 6호가 그릉그릉 ㅋㅋㅋ

그레이스 2023-03-10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쓰기 전이라 그냥 잠자냥님 쓰셨구나 하고 지나갑니다.
좋아요만!

잠자냥 2023-03-10 10:18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제가 리뷰 쓰려는 책의 다른 분 리뷰는 글을 다 쓰기 전에는 읽지 않습니다. 현명하신 판단!

- 2023-03-10 16: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앙콤한 프랑스고양이!!! 뉴요커인척 하지만 빠리지앵인거 나 다알아요~~~
내가 이런다고 이 책을 살 것 같으냐!!!!!!!!!!!!!!!!!!!!!!!!!!!!!!!!!!!!!!!!!!!!!!!!!!!!!!!!!!!!!!!!!!!!!!!!!!!!!!!!!!!!!!!!!!!!!!!!!!!!!!!!!
!!!!!!!!!!!!!!!!!!!!!!!!!!!!!!!!!!!!!!!!!!!!!!!!!!!!!!!!!!!!!!!!!!!!!!!!!!!!!!!!!!!!!!!!!!!!!!!!!!!!!!!!!!!!!!!!!!!!!!!!!!!!!!!!!!!!!!!!!!!!!!!!!!!!!!!!!!!!!!!!!!!!!
외로움. 고독. 걷기. 짝 없음. 여자. 이거 다 내 이야기라서~~~ 비비언 고닉 읽으면 동일시 너무 심해버려서~~~~
당분간은 안삽니다 안사요 흥흥흥흥흥

근데 이 문장 너무 좋아요.
때문에 비록 ‘외로움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만 불가해하게도 우리는 그 외로움을 포기하길 망설인다.’(105쪽) 기꺼이….
내가 비비언 고닉 변태인거 알아봤는 데, 이 문장에서 변태 공명함. ㅋㅋㅋㅋ 외로움을 포기할 수 없음. 고통스러운뎈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3-10 19:47   좋아요 1 | URL
나 파리지앵은커녕 ㅋㅋㅋㅋㅋㅋ ㅇㅇ지앵(울 동네이름) ㅋㅋㅋㅋㅋㅋ 고닉쟝아 사서 봐봐 ㅋㅋㅋㅋ

- 2023-03-11 10:36   좋아요 0 | URL
하아 앙대…. 어제 위기였음 …

자목련 2023-03-14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결같이 좋은 리뷰!!
열네 살의 탈선, 열 여섯, 일곱에 호암아트홀이라니요. 저는 감히 상상도 못한 일상입니다.
자냥 님의 서울과 고닉의 뉴욕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자쟝 님 곁에 집사 2 님이 계신 건 빼고요.
서울에서 사는 분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잠자냥 2023-03-14 10:35   좋아요 0 | URL
전철이라는 교통수단이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제 10대인 제 조카들도 그래서 그렇게 잘 돌아다니는 거 같고... ㅎㅎ
그나저나! 정말 자목련 님 말씀처럼 집사2만 없었으면 ㅋㅋㅋㅋㅋㅋㅋ 고닉의 저 에세이에 더 빙의했을 텐데 조금 아쉽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부하는 일 - 인문잡지 한편이 만난 저자와 편집자 6인이 연구하고 글 쓰는 방법
김선기 외 지음 / 민음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량은 얇지만 공부란 무엇인가 곰곰 생각해보게 되는 책. ‘공부란 나의 질문을 해명하기 위한 것’, ‘창작과 연구는 자기 안에 주제를 갖고 있어야 계속 할 수 있다’는 남수빈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읽고 쓰고 공부하는 삶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동기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될 듯.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오 2023-03-08 1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부하기 싫어요.........................ㅠㅠ

잠자냥 2023-03-08 11:20   좋아요 2 | URL
그러면서 계속 공부하는 곳으로만 찾아들어가는 그대는 마조히스트.

은오 2023-03-08 13:49   좋아요 2 | URL
외면하는 잠자냥님 계속 좋아하는것도 내가 마조라서....

잠자냥 2023-03-08 14:10   좋아요 2 | URL
앗, 정말이네!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4-11 10:57   좋아요 2 | URL
헐 1년째 마조로 사는 중
 
마거릿 생어의 여성과 새로운 인류 - 피임할 권리와 여성 해방의 시작 (1920년 초판 완역본)
마거릿 생어 지음, 김용준 옮김 / 동아시아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유로운 인류는 노예나 다름없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날 수 없다.“(124p). 단순한 인큐베이터가 아닌 진정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여성에게 자유와 해방이 먼저 갖춰져야 함을 역설하고 또 역설한다. 영민하고 뜨겁고 빼어난 통찰로 빛나는 책.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3-01 1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자냥오별😺⭐️

잠자냥 2023-03-01 22:56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시원시원하게 자기 주장 펼쳐서 더 좋았습니다.

다락방 2023-03-02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 읽은 책 [여성, 인종, 계급] 에 마거릿 생어가 언급되거든요. 피임할 권리를 주장한 건 의미있지만 그러나 우생학을 따랐다고.. (잠자냥 님도 여기에 대해 링크 올리신 적이 있죠)그래서 앤절라 데이비스가 비판하더라고요. 읽으신 이 책은 저도 가지고 있는 바,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3-03-02 09:23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도 (특히 앞부분에서 산아제한을 해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할 때) 우생학적 관점이 엿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만 초점을 맞춰서 비난하면 생어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 큰 그림을 볼 수 없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르헤리치의 말>을 읽고 연달아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읽었다. 늦은 밤에 몇 쪽 남은 것을 다 읽은 후 스마트폰을 열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의 한 남성 피아니스트의 사생활에 관한 좋지 않은 기사를 읽게 되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쇼팽 콩쿠르, 쇼팽의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피아니스트이다. 그러다 보니 올리비에 벨라미의 평전 <마르타 아르헤리치>에도 쇼팽 콩쿠르와 관련한 일화들이 소개된다. 이 쇼팽 콩쿠르는 몇몇 한국 피아니스트와도 인연이 깊다. 앞서 언급한 문제의 그 피아니스트 이름을 이 책에서(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3등상을 수상한 그는 심사결과에 불복해서 상금도 수상도 거부했다. 딱히 좋은 인상이 들 만한 일화는 아니어서 성깔이 좀 그렇네....하고 넘겼는데) 본 후, 책을 덮자마자 또 그 피아니스트의 이름과 그와 관련한 좋지 않은 기사들을 읽으니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나는 그 피아니스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당시 3등상을 받은 후 국내에서 치켜세우기 바빴을 때도 글쎄 그닥..... 지금까지도 그다지 내겐 인상 깊은 피아니스트는 아니었는데, 사생활과 얽힌 이런 나쁜 이야기들을 읽으니, 역시 영혼이 썩어서 연주가 그랬던 거라는 생각과 함께 전에도 잘 듣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그의 연주를 들을 일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헤리치의 말>과 그녀의 전기를 읽고 나서 하필이면 왜 저 쓰레기 같은 한국 남성 피아니스트 이야기를 구구절절하고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책 영화 음악 등을 좋아하고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먹고살고 먹고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을 이런 것들을 소비하면서 지낸다. 이 덧없고 지루하고 흥미 없는 세상에서, 오직 그것들만이 유용하고 큰 즐거움과 의미를 준다. 그러나 인간은 어떠한가? 그런 문학, 사상, 사고, 음악, 영화, 미술 등 그러한 온갖 예술을 창작하고 또 구현하고 있는 인간이란 존재는 어떠한가? 인간에게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인간은 그들이 빚어낸 예술 작품처럼 완벽하지 않고 여기저기 결점투성이에 대개 가까이 알면 알수록 실망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그것을 만들고 예술로 구현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 않다. 알고 나면 좋아하는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감동 면에서 마이너스면 마이너스의 영향을 끼치지 플러스가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예술가의 사생활에는 관심이 없고 차라리 모르기를 바란다. 이런 까닭으로 한국의 문화보다 저 먼나라의 문학이나 음악, 영화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멀리 있기에 더 쉽게 눈감고 모른 체할 수 있는 그들의 사생활이랄까...

마르타 아르헤리치- 수식어가 필요 없는 이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그녀도 내겐 그런 존재였다. 그의 에너지 넘치고 강건하면서도 때로는 이 세상의 모든 규칙이나 관습을 깨버리는 듯한 자유분방한 연주를 들으며 전신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그녀의 사생활에는 관심이 없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 자유로운 그녀의 성격을 칭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했던 연주를 취소하고 무대에 올라서는 것을 기피한다고, 그런 태도를 비난하는 평가도 분명 존재했다. 천재이지만 길들여지지 않는, 길들일 수 없는 너무나 자유로운 영혼- 그런 점 때문에 팬도 많지만 또 그래서 비난도 받는 피아니스트. 


그런데 나는 이 두 권의 책, <아르헤리치의 말>과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읽고 나서 음악가, 연주자, 예술인으로서의 아르헤리치 그 이상으로 인간 아르헤리치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가 이런 성정의 사람이었기에 이런 놀라운 연주를 할 수 있었구나 이해하게 되었다. 1941년 생으로 이제 여든이 넘은 이 고령의 연주자가 얼마나 더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앞에 두고 관객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녀가 세상을 떠난다면 어쩐지 무언가 한 세기가 끝난 것 같은 섭섭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 두 권의 책은 피아니스트 아르헤리치, 인간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사랑하게 만든다.

유일하게 아르헤리치의 평전을 썼고 2004~2019년 사이 네 번의 인터뷰를 진행해 이 책 <아르헤리치의 말>이 세상에 선보일 수 있도록 한 올리비에 벨라미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실제 이름은 ‘마리아 마르타’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루가의 복음서」에서 상냥한 마리아는 그리스도의말씀을 귀 기울여 듣지만 언니 마르타는 그리스도를 대접하느라 분주하다. 마리아는 어떤 재능, 신이 주신 사명에 인도받은 자다. 마르타는 인간적이다. 많은 일로 정신이 산란하고, 삶을 희구하는 자다.’(<마르타 아르헤리치>, 13쪽)

아르헤리치에 관한 이 두 권의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줄기는 피아니스트로서의 마르타와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마르타 두 개의 삶, 그 극명히 다른 두 개의 삶 속에서 갈등하고 방황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고뇌랄까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기술과 재능으로 어릴 때부터 돋보였고, 웬만한 콩쿠르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던 그녀- 그런데 그녀가 피아노 치기를 끔찍이 싫어할 때도 있었고 무대공포증 때문에 스스로 제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 책들을 읽다 보면 아르헤리치만큼이나 강인했던 그녀의 어머니가 오늘날의 아르헤리치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어머니와의 갈등도 사뭇 이해가 된다. 너무나 사랑하지만 딸이 강압적이리만치 피아노 앞에 앉아있기를 원했던 아르헤리치의 어머니. 그 어머니가 없었다면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아르헤리치는 1986년 아르헨티나 신문 《라 나시온 La Nació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피아노를 치는 기계가 되고 싶지 않아요. 독주자는 홀로 살아가고, 홀로 연주하고, 홀로 잠들지요. 나한테는 정말 맞지 않는 일이에요.”(<마르타 아르헤리치>, 227쪽) 피아노를 좋아했고, 누구보다 잘 쳤으며 음악을 사랑했지만 피아니스트로서만 살아가는 일에는 때때로 반감을 느꼈던 아르헤리치. 그의 이런 마음은 <아르헤리치의 말>에서도 종종 드러난다.



남들은 영화도 보러 가고 좋아 보인다.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사람들은 우리가 무대에서 행복하다고, 그 순간을 기다린다고, 착착 준비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지 않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하고 싶지도 않다. (<아르헤리치의 말>, 252쪽)

나는 재즈, 플라멩코 같은 음악 장르에도 열려 있다. 라디오를 자주 듣는다. 그냥 틀어놓고 음악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듣는다. 피아노를 치는 건 아주 좋아하지만 피아니스트로 사는 건 별로다. 이 직업에는 진짜 음악과는 상관도 없는 것들이 꽤 많다. 나는 좀 재미있지만 너무 우스꽝스럽지는 않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아르헤리치의 말>, 257쪽)


이런 이야기만 소개하면 아르헤리치가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에 불만만 가득했던 것은 아닌가 하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그럴 리가. 피아노를 못 칠 거라 도발했던 어린이집 남자아이 때문에 피아노를 치게 된 그 순간부터 그녀는 음악을 사랑했고 피아노를 즐겼으며 누구보다 거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리고 그녀 자신이 말했듯이 “할 수 있는 이상으로 잘하고”(<아르헤리치의 말>,165쪽)싶어 했다. 도리어 자신의 분야에서 완벽하고 싶었기 때문에 가끔은 스스로 슬럼프에 빠졌던 게 아닐까. 그녀 자신도 그 점을 인정한다는 듯이 “완벽에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과 해내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공존”한다고 고백한다. 그런 자기에게는 “까다로운 면도 있으며”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의 힘을 믿”는다고, “노력은 재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생각은 그 반대”라고(<아르헤리치의 말>, 138쪽) 그녀는 말한다. 이런 말들을 지켜보노라면 그녀가 타고난 재능만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누구보다 노력했고, “혁명을 좋아하지 않고 진화를 선호”하기에 “기존의 것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도모”(같은 책, 121쪽)한 결과, 그 엄정함 속에서 청중을 휘어잡는 자유분방한 빛나는 연주가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한편 이 두 권의 책은 꼭 아르헤리치이 팬이 아니더라도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흥미롭게 읽을 만한 이야기들이 풍요롭게 담겨 있다. “쇼팽이 에로틱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난 쇼팽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거든요. 독살당한 꽃 같아요.”(<아르헤리치의 말>, 74쪽)라는 그녀의 말에는 정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슈만은 상상력으로 여러 지평을 열어요. 그에게는 자기만의 언어, 결코 다른 사람과 헷갈릴 리 없는 그만의 고유한 언어가 있어요. 영혼의 친구, 그래요, 그 수준에서의 친구라면 동의해요.”(같은 책, 61쪽) 라며 슈만을 향한 애정을 서슴없이 고백하는 그녀. 그에 비해 브람스는 별로이며(아르헤리치의 절친인 넬손 프레이레는 브람스를 아주 사랑했으니 그 점도 참 재미나다), 엄정함 속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한 연주자들, 예컨대 프리드리히 굴다, 호로비츠 같은 피아니스트를 특히 사랑했다는 것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사실 나는 그녀가 그토록 흠모한 이 피아니스트들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좀 다른 마음으로 들어볼까 싶어지기도 한다. 넬손 프레이레의 연주도 내겐 좀 밋밋하게 들렸었는데, 마르타가 그토록 칭찬한 그의 연주도 더 귀를 열고 들어봐야겠다.

올리비에 벨라미는 예술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마르타에게 질문한다. 거기에 마르타는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 시대정신을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 자기 시대를 좀 앞서가는 사람, 예술적 수단으로써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같은 책, 90쪽)이라고 말한다. 또 그녀는 “대중이 추앙하는 예술가와 대중이 가깝게 느끼는 예술가”가 있다면서 “전자는 불타는 얼음장 같고, 후자는 따뜻한 물을 받아놓은 욕조 같다. 나는 그 둘의 중간이었으면 좋겠다.”(같은 책, 173쪽) 말하는데, 그녀가 말한 예술가이자, 그녀가 소망했던 예술가의 모습이 바로 지금 마르타 아르헤리치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다가오는 3월 알라딘 수입음반 할인전에서는 그녀의 앨범 몇 장을 더 살 것 같다...(응?!)




이 앨범은 이미 갖고 있는 것인데 아르헤리치, 아바도 두 사람의 리즈 시절을 담은 앨범 재킷이 넘나 아름다워서 올려본다.....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YDADDY 2023-02-27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천하신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2000년에 발매된 바흐 앨범을 들었습니다. 굴드는 ‘나는 너무 즐거워~ 너도 즐겁지?‘지만 아르헤리치는 ‘이거 너무 예쁘지 않아? 같이 볼래?‘라는 느낌이었어요. 불타는 얼음장과 따뜻한 욕조 그 중간이라는 글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아르헤이치의 말‘도 어서 읽어야 하는데 ‘웃는 남자‘가 끝나지 않네요. ^^;;;
인간론에 대해 쓰신 것은 흡사 ‘나는 잠자냥이로소이다‘ 같아 웃으며 읽었습니다. ㅎㅎㅎㅎ

잠자냥 2023-02-27 17:27   좋아요 2 | URL
굴드와 아르헤리치는 또 다른 의미에서 완벽주의자들 같아요. 굴드는 같은 곡 무한 반복! 거기서 가장 완벽한 걸 골랐다면 아르헤리치는 반복을 굉장히 싫어했죠. ㅎㅎㅎ
<웃는 남자>가 좀 길죠?! 완독 건투를 빕니다!

DYDADDY 2023-02-27 19:55   좋아요 0 | URL
굴드는 연주 녹음을 하면서도 계속 흥얼거려서 방독면을 씌우고 녹음했다는 일화도 있어요. ㅋㅋㅋㅋ
<웃는 남자>의 분량도 분량이지만 소설은 읽다보면 감정선을 따라가기 힘들 때가 있어서 오래 읽기 힘들어요. 차라리 낸시 프레이저의 책이 이해도 잘 되고 논리적으로 수긍되는 점이 많아 오히려 편해요.
그런 점에서 잠자냥님이나 다른 분들이 소설에 동화되지 않고 한걸음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ㅎㅎㅎ

은오 2023-02-27 1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님 사람 진짜 별로 안좋아하는구낰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2-27 18:09   좋아요 2 | URL

잠자냥 2023-02-27 18:10   좋아요 3 | URL
제 사랑을 받고 싶으면 고양이로 태어나십시오.

청아 2023-02-27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피아니스트가 누군가 찾아봤습니다. 안그래도 오늘 우디 앨런이 입양한 딸에 대해
알게되어 이런저런 생각을 했거든요.
저도 사생활은 알고싶지 않은데 이 아르헤리치는 궁금하네요.
‘독살 당한 꽃‘이란 말을 보니 문학적 표현력도 뛰어났던 것 같아요! ^^

잠자냥 2023-02-27 18:13   좋아요 2 | URL
몇 년 전에 이혼하면서도 말이 많았던 거 같은데 이번에 전 아내가 결국 못 참고 터뜨렸는가 봐요. 암튼 참….

독살당한 꽃이라는 표현이 앞으로 쇼팽 들을 때면 계속 생각날 거 같습니다. ㅎㅎ

건수하 2023-02-27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 때 쇼팽을 많이 좋아했는데
아르헤리치도 빠르고 힘이 넘쳐서 좋았지만.. ‘그 피아니스트’의 협주곡 2번도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사실 쇼팽 콩쿨에서 거의 1번을 많이 치는데 제가 2번을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긴 했지만;

저도 오늘 아침 그 기사 보고… 기분이 좀 그렇더라는.

잠자냥 2023-02-27 18:14   좋아요 2 | URL
저는 지금도 쇼팽 좋아해서 여러 연주자들 곡을 찾아들어요. 그 피아니스트도 아무래도 콩쿠르에서 수상한 전력도 있으니 귀 기울여 들어보기도 했고요. 그 피아니스트 인스타에 아르헤리치하고 같이 찍은 사진이 있어서 더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망고 2023-02-27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르헤리치 쇼팽을 너무나 열정적으로 빠르게빠르게 치는거 듣고 그 기교에 넘나 놀라서 한동안 중독된듯 계속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독살당한 꽃! 표현이 딱이네요 🥀

잠자냥 2023-02-27 22:17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열정적이고 기교가 대단하지요. 음악가에 관한 표현도 아주 적절하게 이해하기 쉽게 쏙쏙 잘 말하더라고요.

우끼 2023-02-27 1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고 아르헤리치 음악이 듣고 싶어져서 들으러 갔어요 ㅜㅜ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술가에 대한 표현도 멋지네요. 그가 바라던 모습이 그 자신의 모습이라 평해주신 게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잠자냥 2023-02-27 22:18   좋아요 1 | URL
ㅎ 이 책들 읽으면 정말 한밤에도 책에서 언급한 모든 연주들을 찾아 읽고 싶어집니다. 그게 쪼 이 책의 매력 아닌가 싶어요.

책읽는나무 2023-02-27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살당한 꽃!
강렬하네요.
쇼팽은 독살당한 꽃.
슈만은 영혼의 친구.

잠자냥 2023-02-28 08:44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는 댓글시인.

난티나무 2023-02-28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피아니스트 찾아봤어요.^^;;;

잠자냥 2023-02-28 08:45   좋아요 0 | URL
대부분은 궁금할 내용. ㅋㅋㅋㅋ

책먼지 2023-02-2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르헤리치 연주 보면서 이 사람은 진짜 호쾌하고 강인할 것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손가락에 상처 입힐 정도로 무대공포증이 심할 줄은 진짜 상상도 못했어요ㅠㅠ 개인적으로는 아르헤리치 사자머리시절(?)이 좋은데 첨부해주신 앨범 재킷의 리즈 시절도 아름답군요!!

저는 문제의 그 피아니스트 공연도 다니고 앨범도 사고 했던지라 더 치가 떨리네요.. 하아..

잠자냥 2023-02-28 10:32   좋아요 1 | URL
아르헤리치의 무대공포증에 관해선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압박감이 굉장히 심하더라고요. 엄마가 협박하고 ㅋㅋㅋㅋ 지휘자였던 세번째 남편이 어르고 달래고 해서 올려보내고 이런 경우도 많았고... 한번은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 공연을 공연 전에 펑크내서 ㅋㅋㅋ 번스타인이 결국 그 공연은 본인이 연주하고 지휘하면서 마쳤더라고요. 근데 이 공연이 의외로 호평을 받아서 번스타인이 흡족해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넘어갔더라고요.

저도 아르헤리치 사자머리시절 좋아하는데, 저 아바도하고의 리즈 시절 사진들은 뭐랄까 모든 인간의 리즈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스탤지어가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그 피아니스트는 국내 팬이 많으니까 그걸 믿고 더 그런 만행을 부린 것 같기도 해요.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고 마침내 진실이 밝혀진 것처럼 ˝이런 음악을 구사하는 사람이 절대 성범죄자일 리가 없다고 호소했던 것˝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실소가.......

책먼지 2023-02-28 11:49   좋아요 2 | URL
“이런 음악 어쩌구” 읽자마자 저 육성으로 욕나왔음요.. 인간이 싫어지네요. 그런 인간이 그런 실력을 가진 게 짜증나고.. 에휴… 이제 안 들으면 그만!!

아르헤리치와 번스타인 일화는.. 이 희대의 사기꾼들아!!! 클라스가 다르니 사고가 나도 환상으로 수습하는군요ㅋㅋㅋ

말씀하신 노스탤지어를 저는 어디서 느끼는지 곰곰 생각해보았는데 누군가의 졸업사진을 볼 때 수치스러우면서 간질간질하면서 못내 사랑스러운 느낌이 그나마 가장 근접할 것 같아요!! 아르헤리치가 곱슬머리 치렁하게 늘어뜨리고 머리카락 흩날리면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장면들 진짜 환상이죠ㅠㅠ

잠자냥 2023-02-28 11:55   좋아요 2 | URL
번스타인이 흡족하게 ㅋㅋㅋㅋㅋ 웃는 모습이 자연스레 생각나서 넘 웃긴 일화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