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지상의 다락방 (잠자냥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문학이 우리를 구원하리라.</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ue, 04 Aug 2026 06:20:04 +0900</lastBuildDate><image><title>잠자냥</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63726145410033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socker</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잠자냥</description></image><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쓰레기가 되는 삶, 쓰레기 줍는 삷</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429912</link><pubDate>Mon, 03 Aug 2026 12: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42991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592655&TPaperId=1742991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1/91/coveroff/895559265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906166&TPaperId=1742991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178/94/coveroff/896090616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9592&TPaperId=1742991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49/23/coveroff/k622139592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

지난 금요일, 맥주를 한잔 하면서 영화를 볼 요량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뭘 볼까 요리조리 영화를 찾다가 고른 영화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lt;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 Les Glaneurs Et La Glaneuse&gt;(2000). 바르다의 영화를 좋아한다. 바르다 감독을 좋아한다. 지혜롭고 명민하며 유쾌하고 윤리적인 그의 카메라. 프랑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이라면 대부분 고다르나 트뤼포를 떠올린다. 그렇지만 여기 바르다가 있다. 누벨바그의 대모? 훗. 웃기지 마시라. 아녜스 바르다는 누벨바그의 왕이다. 여성이라 오랫동안 고다르나 트뤼포에게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을 뿐. &lt;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gt;를 보라, 그녀가 일흔이 넘은 나이에 창작한 영화이다. 그리고 나는 서울의 어느 한 구석에서 금요일 저녁 이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줄줄 흘린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울게 될 줄이야.&nbsp;<br><br><br><br>내가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이 영화가 감상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큐멘터리이므로 카메라는 매우 건조하고 담담하다. 그런데도 왜 나는 여러 차례 울컥하다 마지막에 폭풍 눈물을 흘렸을까.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본 한국 영화 &lt;사람과 고기&gt;에도 폐지 줍는 노인들이 등장한다. 그때도 나는 그들의 삶을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눈물을 흘렸다. 바르다의 &lt;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gt; 또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쓰레기 줍는 사람들을 보면서 동정이나 연민 때문에 울었느냐고? 아니다, 결코 아니다. 두 영화 모두 쓰레기 줍는 사람들에게 섣불리 동정이나 연민의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런 이유로 울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두 영화는 나를 울렸다. 물론 운 지점은 조금 달랐지만.<br><br>프랑스에도 쓰레기를 주워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많다. 어디 프랑스뿐만 그러할까 어느 영화에선가 부유하기 짝이 없다는 미국에서도 쓰레기를 주워 먹고 사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한국, 프랑스, 미국만이 아닐 것이다. 쓰레기를 줍고 사는 사람들, 버려진 음식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세계 도처에 있다. &lt;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gt;는 프랑스에서 쓰레기를 주워 먹고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제목이 참 아름답다. 밀레의 &lt;이삭 줍는 여인들 Des glaneuses&gt;이 떠오른다. 당연하다. 바르다는 밀레의 이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lt;아녜스 바르다의 말&gt;에서 바르다는 “장터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뭔가를 줍고 있던 사람들, 그들의 그 동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는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을 봤을 때, 밀레의 그림 속 몸짓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밀레가 묘사한 그 시대의 이삭줍기는 집단적인 행위였죠. 여성들은 한데 모여 일했고, 나름 즐기면서 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오늘날의 줍기는 완전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요. 남성들이 홀로 움직이고, 사회는 대량으로 음식을 생산하고, 대량으로 쓰레기를 만들어내죠.”(&lt;아녜스 바르다의 말&gt;)<br><br>바르다의 카메라는 프랑스 도시나 시골에서 생존하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다. 바르다는 몇 개월에 걸쳐 프랑스 전역을 여행하면서 현대의 이삭 줍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모습을 디지털카메라에 담는다.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수확이 끝난 시골 들판에서 곡식을 줍는 사람, 감자를 줍는 사람, 바닷가에서 굴을 줍는 사람, 버려진 가구들로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 등등 사람들이 줍는 이유와 버려진 쓰레기들의 용도는 각양각색이다.&nbsp;<br><br><br><br><br><br>그중에서도 내 눈길을 끈, 인상 깊은 두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기다란 장화를 신고 바르다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나타난다. 그는 바르다와 어느 카페에서 만나는데 에스프레소 한잔을 들이켜더니 이윽고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10년 동안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고사는 데 아무런 탈이 없다고. 자연스레 쓰레기통 뒤지는 모습도 보여준다. “직업이 있나요?” 바르다의 질문에 그는 “네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그 대답에 나는 놀란다. 그런데도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낸 것들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주워 먹는 게 아니군요?” 바르다는 묻는다. 왜일까? 그는 답한다. 이것은 “나의 윤리”라고. 쓰레기가 너무 넘쳐나고 그것들의 대부분은 멀쩡한데 사람들은 길바닥에 마구 버린다고. 낭비라고 “이렇게 가다간 에리카 기름유출 같은 재난이 닥칠 것”이라고. “이것은 나의 윤리”라고 말하는 이 남자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든다. 울컥 한 번.<br><br><br><br><br><br><br><br>이윽고 시장에서 채소 위주로 주워 먹는 남자도 등장한다. 커다란 가방을 멘 이 남자는 시장에 버려진 채소나 과일들을 씻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서 입으로 가져간다. 상태가 좋은 것들로 골라 가방에 넣기도 한다. 바르다가 그를 인터뷰한다. 그는 방금 그가 주워 먹은 파슬리에 담긴 영양소를 줄줄 말한다. 바르다가 신기한 듯 영양성분을 잘 아는군요? 물으니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거든요.”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더 충격이다. 그는 석사 학위까지 있으며 쉼터에서 말리와 세네갈 등지에서 온 이주민을 대상으로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였다. 그러나 그는 돈을 받지 않으므로 정식교사는 아닌 보조교사이다. 그를 보면서 또 한 번 울컥한다.&nbsp;<br><br>그가 프랑스어가 서툰 말리나 세네갈 이주민들에게 이런저런 단어를 가르치다가 묻는다. “성공이 뭐죠?” 학생들은 이런저런 뻔한 대답을 한다. 잘되는 거, 부자가 되는 거, 유명해지는 거 아닌가요? 그러나 이 교사는 다른 대답을 원하는 것 같다. 뭔가 좀 더 자기의 노력이.... 그렇다. 성취. 자기의 노력으로 성취하는 것. 그것을 그는 성공이라 말한다. 결국 나는 이 남자를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왜 눈물이 솟구치는지 모르겠다. 바르다는 이 남자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한다. 나에게도 그렇다. 쓰레기를 주워 먹는 이 두 남자가 세상 어떤 사람들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br>&nbsp;&nbsp;<br><br><br><br><br><br><br><br><br><br><br>영화를 본 후 &lt;아녜스 바르다의 말&gt;을 펼쳐서 &lt;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gt;와 관련된 부분들을 다시 읽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구절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10년째 쓰레기를 주워 먹고 사는 저 청년의 이름은 ‘프랑수아’이다. 이 책에 따르면 그는 쓰레기 속에서 음식을 찾아 먹을뿐만 아니라 어떤 것도 사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찾는 건 옷을 포함해서 모두 거리 위에 있다. 폐기물을 생각하면 어떤 것도 사고 싶지 않다는 그. 프랑수아는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한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에게 최고의 시기는 6월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엑상프로방스대학교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면서 냉장고에 들어 있는 것들을 전부 내다 버리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음식들이 넘쳐나요. 제 냉장고로 가져와 채우면 3개월 동안 잘 먹을 수 있죠.” 그의 표현대로 ‘성수기’이다.&nbsp;<br>이 사내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아요. 촬영을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 지을 즈음 조감독이 그에게 말했어요. “출연료를 좀 드릴까 하는데요.” 그러자 그가 대답했죠. “아뇨, 돈은 됐어요.” 그는 꽤 언짢은 듯 보였어요. 대신 책으로 받으면 좋겠다고 했죠. 그래서 정리를 마치고 같이 대형 서점으로 갔어요. 프랑수아는 화집이 있는 쪽으로 가서 책들을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가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하면서 이렇게 말했죠. “어떤 책이든 원하는 대로 골라요.” 그런데 이 친구가 어떤 책을 골랐는지 아세요? 부유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아주 고상하고 세련된 18세기 소묘화집이었어요. 그가 제게 말했죠. “저는 이 시기를 참 좋아해요.” 그래서 저는 대저택에 살면서 연회를 즐기던 부자들의 모습이 담긴 커다랗고 값비싼 책을 그에게 사줬죠. -&lt;아녜스 바르다의 말&gt;<br>&lt;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는 이렇게 쓰레기라고 버려진 것들을 주워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다양하게 그려진다. 실제로 가난해서 먹을 것이 없어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도 있고 저 두 남자들처럼 자기만의 신념이나 윤리 때문에 줍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기 때문에 줍는 사람들도 있다.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이들도 있다. 이럴 때 바르다의 카메라는 프랑스의 계급 격차를 은연 중 보여주기도 한다. 재활용 물품들을 활용해 예술 실습을 하는 어린 학생들을 촬영하며 바르다는 궁금해한다. “이 아이들 중에 과연 쓰레기 수거인과 악수를 해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바르다 또한 거리에서 버려진 의자와 바늘 없는 시계를 주워 오기도 한다. 바르다가 주워온 바늘 없는 시계는 그의 손끝에서, 집안에서,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인다. 그의 카메라를 통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또 바르다는 이 영화를 찍은 디지털카메라로 자신의 희끗한 머리칼이나 손등의 검버섯 같은 노화의 흔적을 영상에 담기도 한다. 이 영화를 만들 당시 그의 나이는 이미 일흔을 넘겼다. 그의 이 예술적 줍기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br><br>제가 비록 줍는 사람은 아니지만—가난하지도 않고, 먹을 것도 충분하지만—세상에는 또 다른 종류의 줍기가 있어요. 말하자면 예술적 줍기죠. 아이디어를 집어 올리고, 이미지를 집어 올리고, 감정들을 집어 올리죠. 그것들을 활용해 영화를 만들어요. 또한 당시 저는 일종의 삶의 전환기를 맞고 있었기 때문에. -&lt;아녜스 바르다의 말&gt;<br><br><br><br><br>최근 &lt;피날레&gt;를 읽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챕터, 한 여성씩 읽고 있다. 서문에서 바르다의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웠다.&nbsp;<br>노년까지 살아남아 창조성을 보여준 영미권 여성 문인 중 다수는 백인이며, 경제적 특권을 누린 이들이었다. (....) 어슐러 K. 르 귄, 루스 스톤, 존 디디온, 에이드리언 리치 같은 인물들이 기나긴 경력을 이어가게 해준 물질적 이점을 생각해보라. 긴 경력은 그들에게 미적 야망에 대한 수치심이나 불안감을 극복할 힘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창조적 천재의 요절이라는 신화에서 힘을 빼기도 했다. (.....) 이 작가들 모두 이 책에 포함할 만한 사람들이고, 노년에 창의성을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말년의 사명으로 삼았던 메이 사턴 역시 그렇다.&nbsp; (.....)&nbsp; 다른 예술 분야나 다른 나라로 범위를 확장하면 더 많은 이름이 떠오른다. (.....)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 (.....)&nbsp;&nbsp;(-수전 구바, &lt;피날레&gt;)<br><br>&nbsp;<br><br><br>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너무 많이 사고 먹고 마시며 낭비한다. 저 세 사람, 프랑수아, 보조교사, 그리고 바르다의 신념과 윤리 앞에 한없이 먹먹해지는 금요일 저녁이었다.<br><br>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49/23/cover150/k6221395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492341</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당신이 읽은 이 거대한 한 편의 시 - [바라모]</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393183</link><pubDate>Wed, 15 Jul 2026 15: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39318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969&TPaperId=173931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3/76/coveroff/893746496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969&TPaperId=1739318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바라모</a><br/>세사르 아이라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26년 05월<br/></td></tr></table><br/>
오늘은 월급날, 당신의 통장에는 일정한 금액의 월급이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숫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 숫자에서 또 일정한 금액들이 이런저런 곳으로 빠져나간다. 카드 값, 공과금, 보험비 등등. 몇 푼의 금액-숫자가 통장에 남을 수도 있고 다 빠져나간 채 통장은 텅장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통장에 들어왔던 것은 돈인가? 숫자인가? ATM 기기 앞에 서서 은행에서 발급받은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몇 장의 지폐를 출력해서 손에 넣어보지 않는 한, 그것은 영원히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돈-월급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것으로 또 이런저런 곳에 돈을 지불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돈은 과연 어디에서 실재했는가? 이것은 하나의 관념일 뿐이지 않은가?<br><br>&lt;바라모&gt;의 주인공 ‘바라모’ 또한 그날, 월급을 받는다. 그는 그래도 이 월급을 단지 숫자-기호로만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눈앞에 존재하는 물질로서 종잇조각으로서 월급을 받는다. 손에 넣는다. 잡는다. 만진다. 그것은 엄연히 100페소짜리 지폐 두 장, 200폐소이다. 그런데 이것은 통장에 찍히는 숫자로서 존재하는 월급보다 현실성-실재성-존재로서의 가치는 명확하지만 단지 기호로 존재하는 월급보다 사용 가치는 떨어진다. 왜일까? 그가 월급으로 받은 지폐 두 장은 위조지폐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사실을 급여를 손에 쥐는 그 순간 인식했다. 위조지폐로구나! 한데 그는 지폐를 받아든 그때, 위조지폐임을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저 받아들일 뿐.&nbsp;<br><br>왜일까? 바라모가 사는 이곳은 1923년 파나마의 한 도시 콜론. 이 도시는 관료적 사고가 팽배한 곳으로 공무원 바라모조차 바로 그 돈을 받아들이는 순간에도 관료적 사고방식에 젖어 관습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이제 이 쓸모없는 돈을, 덧없는 월급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의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그래, 아무렇지 않게 모르는 척하고 이 돈을 진짜 화폐로 바꾸는 거야! 이 생각은 자연스럽다, 그 오래전 톨스토이의 &lt;위조지폐&gt;에도 이런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자가 등장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바라모는 주춤한다. 위조지폐를 쓰는 순간 바로 감옥행이 예정되어 있는 것만 같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이곳은 다름 아닌 1923년의 파나마이기 때문이다.&nbsp;<br><br>바라모는 그때까지 파나마에서, 이 나라에서 위조지폐가 유통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자신이 이 위조지폐를 사용한다면, 바로 그 순간 새로운 범죄-이 나라, 이 도시의 첫 번째 유형의 범죄자가 될 것이며 그러므로 사법체계도 상상력을 발휘해 그에게 이때까지 한 번도 집행되지 않았던 처벌을 감행할 것이다.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면 어떡하지? 그렇기에 그는 이런 두려움, 공포 앞에서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폐-위조된 ‘가짜’ 돈을 들고 정부 청사를 나온다. 그는 생각한다. 이 불법 지폐들에 ‘암묵적인 침묵과 신중하게 처신하라는 명령이 담긴 듯’하다고.<br><br>거리, 광장에서는 국기 하강식이 치러지고 있다. 바라모는 그때 울려 퍼지는 군악대의 음악 소리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주머니 속 이 저주받은 돈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때마침 차에서 내려 한 남자가 다가온다. 운전기사이다.&nbsp; 월급이 들어오면 여기저기서 돈을 빼가듯이 그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는가 보다. 그도 생각한다. 도박빚을 받아가려는 것인가! 이런 제길 운도 지지리도 없구나.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웬 행운인가? 바라모의 어머니가 도박에서 딴 돈을 그를 통해 돌려주려는 것이다. 어머니는 사실 노련한 도박꾼이다. 바라모는 그렇게 운전기사로부터 어머니에게 전달할 돈을 받아 넣는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여전히 이 쓸모없는 지폐 두 장을 어떻게 한담? 전전긍긍이다. 이 두 장을 다른 지폐로 바꾸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지만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그저 단지 이 벌어진 상황에 당황해하고 있을 뿐이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br><br>곤혹스러움의 연속. 그는 당이라도 채우고자 광장 근처에서 젤리 파는 원주민 여자로부터 빨간 주사위 모양의 젤리를 사먹기로 한다. 어머니에게 전해야 할 돈 중 1페소를 지불하는데, 여자는 당황한다. 그 돈은 너무 커요! 거스름돈을 구하기 어려워요! 이때 갑자기 등장한 신체 불구의 한 신사가 다리를 끌고 나타나 자신이 직접 거스름돈을 구해다 주겠노라 한다. 그의 수고로움에 미안해하며 죄송스러워하는 바라모에게 신사는 말한다. “잘못은 화폐를 제대로 발행하지 않아서 액면가가 낮을수록 일반 대중에게 더욱 희귀해지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야기한 통화 당국에 있다.”<br><br>바라모는 아무에게나 자기한테 빚졌다고 우기며 돈을 뜯어내는 정신 나간 노인을 만나 돈을 뜯기기도 하고, 원주민 여자한테 산 젤리를 오른손에 들고 있어서 손을 자유롭지 사용하지 못하던 중에 문득 광장에 휴지통이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면서 “당국의 또 다른 실책 때문에 그의 호주머니는 쓸모없는 종이쪼가리들로 가득 차”게 되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깨달았을 때 우연히 키 큰 관목 옆에서 있었던 그는 그 가지 끝에 젤리를 꽂는다. 이 젤리는 형체 없이 살집이 통통한 꽃처럼 보인다.&nbsp;<br><br>집에 돌아와 침대에 뻗어버린 바라모에게 어머니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는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고 분노 중인데, 편지 내용은 “네 남편이 너를 속이고 있다.” “폭탄을 설치할 것이다.”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등등 진부한 경고 문구로 누구에게나 모두에게나 아무에게나 해당될 내용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종이쪽지의 뒷면을 살펴보니 이것은 매트리스 영수증이 아닌가! 언젠가 어머니가 매트리스를 산 후 영수증이 아닌 종이쪼가리를 매장에 가져가 실랑이를 벌이다 겨우 매트리스를 바라모와 함께 끌고 온 후 끝내 나오지 않았던 그 영수증이 이제 그렇게 섬뜩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nbsp;<br><br>한편 어머니는 정신이 오락가락한지 망상인지 자신은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데 아이-그러니까 바라모-가 있다고 말한다. 어느 날 누군가가 나타나 자기에게 이 아이-바라모를 맡겼다나. 바라모는 어머니의 친자인가 양자인가? 하긴 그녀에겐 남편이 없다. 그런데도 아이-바라모는 이렇게 존재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중국인, 바라모도 중국인, 두 사람이 친자 관계일 확률이 더 높다. 이 모든 혼돈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안식이 되는 유일한 취미인 작은 동물 박제에 몰두해보려고 한다. 오늘 그가 시도하려는 작품은 ‘피아노를 치는 물고기’. 그런데 아뿔싸. 그는 파나마에서 피아노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손이 없는 물고기가 피아노를 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 작품은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br><br>연줄로 간신히 일자리를 얻어 근근이 살아가며 어머니 집에 들어앉아 혼자 가족도 없이 살고 있는 바라모. 정부의 말단 공무원인 바라모는 이렇게 호주머니에 위조지폐라는 독을 담고서는 정부 청사-광장-집-카페 등을 전전하며 대략 열 시간에서 열 두 시간에 걸쳐 긴 시 한편을 쓴다. 그날 오후의 퇴근길에서부터 주머니 속에 차곡차곡 모아 둔 종이쪼가리들을 그대로 베껴 적은 것 뿐. 마침표도 문단 나누기도 없이 오로지 종이 쪼가리가 쌓인 순서대로 불규칙하게 널어놓았을 뿐 모든 것을 우연의 순서에 맡긴 기나긴 시를….<br><br>바로 그 결과물이 현대 라틴아메리카 시의 걸작으로 찬사 받는 &lt;아기 예수의 노래&gt;이다. 자, 이쯤에서 눈치챘는가? &lt;바라모&gt;는 ‘바라모’가 위조지폐라는 ‘구체적이고 환원 불가능한 물질성을 지닌’, ‘다른 돈으로 교환될 수 없고 관념적인 수치로 환원 되지도 않았으며 체제 속에 녹아들지도 못’하는 독과 같은 물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열두 시간 동안 쓴 기나긴 한 편의 서사시이다. 그 이름은 &lt;아기 예수의 노래&gt;라고 불리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낳은 적 없는데 바라모라는 아들과 함께 사는 바라모의 어머니가 마리아라면, 바라모가 아기 예수가 아니고 그 누구이랴! 이 순간 이 기막힌 상징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다.&nbsp;<br><br>바라모는 반세기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시를 쓴 적이 없었다. 시를 쓸 이유도 없었고 그 이후로 다시는 시를 쓰지 않았다. 그는 위조지폐라는 위험한 물질이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냥 살았다. 파나마에서 태어나 그런 사회에 젖어 한 번도 이사하지(장소를 옮기지) 않은 채 관습적으로 살아갔다. 그러나 이 피할 수 없는 골칫거리를 마주하고 나서야 그런 현실을 발판 삼아 시-문학-예술을 창조한다. 그전까지 그는 단지 살아가기만 했다. 바라모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늘 궁금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제는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위조지폐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냥 살고 있는 것이었다.”고. 그러나 그는 이 골칫덩이, 문젯거리를 마주하자마자 고민하게 되고 그 고민에서 창작의 재료를 구한 것이다. “저 멍청한 위조지폐들. 그건 아무것도 아니고 실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세상 현실에서.” 그러나 이 두 장의 위조지폐는 새로운 이질성을 부여하기 위해 바라모 앞에 도래했고 이렇게 시로, 예술로 재탄생한 것이다. 곤경, 고통에서 예술은 꽃을 피우지 않는가. 그 꽃은 검붉은 색이기도 하고, 바라모의 &lt;아기 예수의 탄생&gt; 또는 &lt;바라모&gt;처럼 아방가르드한 무채색이기도 하리라.<br><br>바라모는&nbsp;위조지폐가 주머니에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찰을 마주하고서 공포를 느끼고, 거리의 여러 사람-원주민 여자, 정신 나간 노인, 운전기사, 불구 신사, 공고라 집안 여자들, 출판업자 등등을 만나면서 파나마의 숨 막힐 듯한 현실(‘정속 경주’ ‘골프채 밀수’ 등등으로 상징되는)을 맞닥뜨리며 깨닫는다. 그날 바라모가 위조지폐 문제로 깨달았듯이, “악몽을 꾸기 위해 꼭 악몽을 꿀 필요는 없다. 단지 어떤 상황에 놓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그런 부패한 현실(파나마 콜론은 해적판 출판의 역사적 중심지라는 아이러니!)에서 &lt;아기 예수의 노래&gt; 또는 &lt;바라모&gt;라는 거대한 한 편의 서사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환상을 빚어내는 재료는 다름 아닌 사실”이다. 예술의 소재는 현실에서 구한다. 그런데 그 현실을 비틀어 어떻게 창작하는가는 오롯이 창작자의 몫이다. ‘바라모’가 바로 그것을 보여준다.우리의 월급은 통장을 스쳐지나갈 뿐이지만 바라모의 월급-심지어 위조지퍠는 이렇게 시가 되었다. 가지에 꽂힌 젤리가 꽃이 되어 새가 날아와 입에 넣었듯이 당신은 바라모의 위조지폐에서 탄생한 시를 지금 읽은 것이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3/76/cover150/893746496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237611</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7월 산책(202607)</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382069</link><pubDate>Thu, 09 Jul 2026 10: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38206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130700&TPaperId=173820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21/38/coveroff/k05213070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0494&TPaperId=173820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2/82/coveroff/k97213049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9342&TPaperId=173820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83/45/coveroff/k53213934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533X&TPaperId=173820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9/24/coveroff/893204533x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

7월 절반도 가지 않았기에 7월에 책 더 살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일단 올려보는 7월 산 책. 상반기에는 그렇게까지 흥미 돋는 책이 없어 보이더니 6월 이후로(아무래도 대부분의 출판사가 서울국제도서전 겨냥했던 거 같은 느낌) 재미 폭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7월 이달의 적립금 받으면 &lt;먼 거울&gt;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좀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 나와서 일단 &lt;먼 거울&gt;은 킵... 거울아, 먼 거울아 나중에 들여다볼게....&nbsp;<br><br><br> <br>류드밀라 울리츠카야, &lt;통역사 다니엘 슈타인&gt;<br>어머, 이건 사야 해! 심장 뛰어! ㅋㅋㅋㅋ (아니, 진심으로 그랬다니까요) 대산세계문학총서 200번의 위엄! 대산세계문학총서도 어느덧 200번째 책이 나왔다. 민음세계문학, 500번이라고 하면서 이미륵 &lt;그래도 압록강은 흐른다&gt;를 내놓았던데 승자는 대산세계문학 아닌가 싶다(엥? 웬 승자ㅋㅋㅋㅋ 내 마음속에선 아무튼 그렇습니다). 출판사마다 내놓은 세계문학 시리즈는 나름 그 출판사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대산셰계문학총서 200번, 정말 이 작품, 상징적으로 여러 의미에서 이 총서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br><br>국내에서 보기 드문 작품!! 재탕&amp;삼탕 우려먹기 아닌(민음세계문학전집은 좀 그런 느낌이다. 자사에서 단행본이나 다른 시리즈로 나왔던 책 꾸역꾸역 세계문학전집으로 엮어서 다시 펴내기 신공 발휘ㅋㅋㅋㅋ), 그러니까 ‘국내 초역, 해당 언어 직접 번역, 분량 상관없이 완역 기본 원칙’으로 발간하겠다던 이 총서의 기본 생각을 담아 200번 째는 바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lt;통역사 다니엘 슈타인&gt; 당첨!&nbsp;게다가 내용도 심오해... 보여! “유대인, 게슈타포의 통역사, 파르티잔, 가톨릭 사제. 한 인간의 궤적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만큼 극적이지만, 실존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br><br><br>이쯤에서 내 책장의 대산세계문학 현황을 살펴보자.<br><br><br><br><br>판형 바뀐 이후로는 구판하고 너무 크기 차이가 나서 이쪽으로 분배해서 배치. 최근에 사 읽은 헨리 제임스 &lt;비둘기의 날개 1,2&gt;는 읽고 바로 팔아버렸다. 미안해요, 헨리, 소장하고 싶지는 않았어.<br><br><br><br> <br>리 랑그바드, &lt;나의 통역사&gt;<br>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또 통역사야! 통역사 대잔치! ㅋㅋㅋ 이 책도 흥미로워 보여서 장바구니에 담아뒀었는데 최근에 다락방이 구매했더라? 그래서 땡투하고 샀다. 어린 시절에 덴마크로 입양된 주인공. 성인이 되어 원가족을 만나고자 한국을 찾는다. 그런데 이 여성은 한국어를 하지 못하니 자신의 통역사와 함께 모국을 찾는다. 그런데 이 통역사는 한국계 덴마크인으로 주인공의 여자친구이다. 통역사이자 애인인 그는 어디까지 주인공의 언어를 원가족에게 전달할까? 말할 수 있음과 말할 수 없음, 소통 가능한 언어와 불가능한 언어. 디아스포라와 퀴어의 정체성 이중의 고통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지 궁금&amp;기대.&nbsp;&nbsp;<br><br><br> <br>솔 벨로, &lt;솔 벨로1&gt;&nbsp;<br>어머, 이것도 사야 해! 내가 또 사랑해마지 않는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42~43은 솔 벨로 단편선이다. 솔 벨로는 국내엔 지금까지 장편 위주로 소개되었는데 중단편은 처음. 그러니까 사야지! 1, 2권 한 번에 산다고 단편집 특성상 한 번에 읽을 일 절대 없는 거 알아서 일단 1권만 구매.&nbsp;<br><br>이쯤에서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현황도 살펴보자....<br><br><br> 참, 진 리스 단편선 보니 떠오르는데, 이번에 비비언 고닉 &lt;연애시대의 종말&gt;에서 고닉이 진 리스를 일컬어 자기 이야기 대마왕에 좀 징징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는데 빵 터졌다. 정말 그렇습니다.... 꼭 편지가 아니더라도 단편들에서조차 진 리스의 자기 이야기 자기 이야기 자기 이야기 징징징징징...징징은 이 &lt;진 리스&gt; 단편선에서 진짜 징글징글하게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그래서 &lt;진 리스 단편선&gt; 아직 완독 못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nbsp;<br><br><br><br>비비언 고닉, &lt;연애시대의 종말&gt;의 한 구절<br><br><br><br>크리스토퍼 래시, &lt;나르시시즘 문화&gt;<br>간만에 필로소픽에서 궁금한 책이 나왔다. 요즘 SNS 전시문화도 그렇고 다 일종의 나르시시즘 아닌가, 이 책의 저자는 나르시시즘은 새롭게 등장한 인간 유형이 아니라, 불안정한 시대가 만들어 낸 삶의 방식이자 한 시대의 문화적 병리로 읽어 낸다고.&nbsp;<br><br>책 읽고 우는 사진을 북플에 찍어 올리지 않을 뿐이지 허구한 날 알라딘에 100자평 올리면서 책 읽은 거 전시하는 나로서도 ㅋㅋㅋㅋㅋ 이 전시, 나르시시즘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기에 이 책을 읽어보기로(근데 오늘 보니 책 표지가 너무 구려...ㅋㅋㅋㅋㅋㅋㅋㅋ).<br><br><br>아 그러고 보니 잠깐! 어제였나? 내가 쓴&nbsp; 100자평(브라이언 딜런 &lt;한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gt;)에 비밀글로 처음 보는 분이 댓글을 남겼는데... 이게 좀 묘해서 어떤 의도로 댓글을 남긴 것인지 아리송해서 답은 안 했다만... 자 봅시다.<br><br><br><br>이분의 댓글에 함축된 의미는....<br><br>1. 알라딘이 잠자냥, 니 거냐? 왜 여기저기 100자평 안 보이는 게 없냐? 독후감은 일기장에!? ㅋㅋㅋㅋ<br><br>2. 책 사려고 할 때마다 잠자냥 100자평 보이는 거 짜증난다. 독후감은 일기장에!? ㅋㅋㅋㅋ.<br><br>뭐 그런 걸까..? 죄송합니다. 저 교보하고 예스24엔 없습니다...ㅋㅋㅋㅋㅋ.&nbsp;<br><br>그리고 알라딘에서도 저를 잘 볼 수 없는 분야도 많습니다. &lt;건강/취미 공무원 수험서 수험서/자격증 외국어 요리/살림 유아 자기계발 종교/역학 좋은 부모 청소년 컴퓨터/모바일 초등참고서 중학교참고서 고등학교참고서&gt; 분야에서는 제 흔적을 보실 수 없을 것입니다!&nbsp;<br><br>너무 자주 보여서 죄송합니다.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아무튼 이렇게 책으로 자기 전시 쩌는 잠자냥이라서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nbsp; &nbsp; &nbsp;<br><br><br>알라딘 27주년 당신의 기록, 다락방이 올린 거 보고 재미나서 나도 올려본다.<br><br><br>상위 0,01%는 어떤 인간인가 했더니... 다락방 같은 인간이었다. 책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살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몇 년씩 쌓이고 보니... 이 돈을 모았다면......? 뻥 치네 안 모으잖아 그냥 읽기나 하자.<br><br>앞으로도 이렇게 사고 읽으면 5천만 원 돌파는 식은 죽 먹기... 냐? (먹지 마...ㅋㅋㅋㅋㅋㅋ)<br><br>&nbsp;<br><br><br>저의 최애 작가 1, 2위는 죽은 작가들- 더 이상 업데이트가 될 것 같지 않아서 조만간 살아 있는 작가들이 추월하겠군요. 줄리언 반스도 더는 책 안 쓴다고 했으니 그럼 이게 끝인가...?<br><br>발자크는 좋아하지 않는데, 워낙 작품을 많이 남긴 인간이라 좋아하지 않아도 이만큼이나 샀네.... 아마도 더 살 거 같은데... 발자크가 최애로 등극 하는 건 좀 싫은데. ㅋㅋㅋㅋㅋㅋㅋ<br><br>프루스트 14권이나 샀다고...? &lt;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gt;는 모두 13권이고...&nbsp; 게다가 10권은 건수하 기증인데... (증거사진 참조) 그럼 &lt;잃시찾&gt; 시리즈 빼고 나머지 두 권은 뭘 산 거야???<br><br><br>오늘 아침 꺼낸 잃.시.찾.... 10권... 이런 메모를 남기기 위해서 딱 펼쳤는데....!<br><br><br>ㅋㅋㅋㅋㅋㅋㅋ 까맣다! 그래서 저렇게 메모지에 써서 붙임......ㅋㅋㅋㅋㅋㅋㅋㅋ<br><br><br>메모 중 난입 푸코.<br><br><br>문학동네하고 민음사가 대부분 상위를 차지하지 않을까...?<br><br><br><br>잠깐만 음반을 이렇게 샀는데<br><br><br>분석을 이렇게밖에 못해?<br><br><br>(캡쳐 이미지에서는 안 나왔지만 공동 6위에 크리스티안 짐머만)<br>이 거장들 틈바구니에 끼어 들어간 콜드플레이, 영광인 줄 알아라... ㅋㅋㅋ 아니 근데 콜플 음반도 3장 달랑 산 거 아닌 거 같은데 싱글 앨범 여러 장 있는데... 알라딘 좀 분석이 허술하군요. 예스24에서 산 건가...??? 아니면 신촌 향뮤직? 홍대 앞 퍼플레코드? ㅋㅋㅋㅋㅋㅋ (추억의 향뮤직.. 퍼플레코드... ㅠㅠ)<br><br>웬일로 SO박한 책탑. ㅋㅋㅋㅋㅋㅋㅋㅋ<br>마지막으로 고냥이 샷.<br><br><br>오랜만에 우리 첫째. 아구 이쁘다~ 꽃중년...을&nbsp; 넘어서 꽃노년을 보내고 계신 우리 1호. 어제 집사2가 먼저 출근하다가 1호가 침대 밑에 들어가서 안 나온다고 걱정해서 심장 덜컹했다. 고냥이들은 아프거나 몸 안 좋으면 숨는 버릇이 있기 때문. 집사2가 걱정할까 봐 천둥치고 무서워서 그런 걸 거라고 말했는데 나도 사실 엄청 걱정....<br><br>근데 다행스럽게도 집사2 가고 나니 저렇게 나와서 아침부터 서재에서 독서 중(엥?ㅋㅋㅋㅋㅋㅋㅋ)<br><br>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둘째가 살아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힝 둘째 보고 싶다...<br><br>둘째 스티커 헬가 님에게 드립니다.....<br><br><br>그리고 푸코. 푸코 얼마 전 생일이었다! 2025년 7월 3일생! 스트릿 출신이 아니라서 태어난 날도 정확히 알 수 있는 푸코! 그리고 한나!(2025년 7월 18일생!)&nbsp;근데 그동안 스트릿 출신들에게 익숙했던 집사들이 ㅋㅋㅋㅋㅋㅋㅋ 울 풋콩이 생일 까먹고 그냥 넘어감! 끄아.......... 미안해 ㅋㅋㅋㅋㅋㅋㅋㅋ<br><br><br><br>그래서 냥무룩? 시무룩? 세상 억울한 푸코 눈 ㅋㅋㅋㅋㅋㅋ<br><br>풋콩아 울지 마! 이번 주말에 연어에 생일 초 꽂아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br><br><br><br>아무튼 책 산 거 전시로도 모자라 고양이까지 전시해서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9/24/cover150/893204533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592431</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거절의 달인이 말하는 거절의 기술(?)</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371280</link><pubDate>Fri, 03 Jul 2026 09: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37128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130175&TPaperId=1737128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40/50/coveroff/k88213017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130379&TPaperId=1737128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48/40/coveroff/k312130379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

관계가 많아지면 좋을까? 어떤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ex다락방). 그러나 어떤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기는커녕 주로 기를 빨린다고 한다(ex잠자냥. 이 인간은 주로 털동물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 최근 읽은 &lt;오늘도, 출판하는 언니들&gt; 100자평에 건수하 님이 나에게도 친한 편집자 모임 같은 게 있는지 물었는데, 그 질문을 한 당사자도 이미 예상했듯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있을 리가. 1인 출판사를 운영 중인 다섯 명의 여성들이 모여서 같이 걷고 그렇게 같이 걷다 보니 국제도서전에 같이 참여하고 같이 책을 내고 그런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흥미롭기는 하지만, 내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왜 같이 걷지?? 혼자 걷지...?“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또 든 생각. 아, 나는 이런 모임에 절대 나갈 일이 없겠구나.&nbsp;<br><br>인간관계가 많은 것도 싫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여러 사람이 같이 뭘 하는 것이다. 요즘 집사2랑 차 타고 어딜 가다가도 보면 한강이나 경복궁이나 광화문 등등 러닝크루라고 같이 떼를 지어 달리는데..... 난 또 중얼중얼. “도대체 왜 같이 달리는 거야? 좀 그냥 혼자 달려! 게다가 차도에서 왜 저래? 고라니야? 한국 사람들 진짜 이상해. 혼자서는 왜 뭘 못해? 등산도 떼 지어 가, 자전거도 떼 지어 타, 심지어 테니스조차!! 테니스는 그래 파트너가 있어야 하니까 혼자 하기 어렵다 쳐. 아니 그럼 그냥 단식을 치지 왜 다들 복식이야! 그리고 왜 다들 동호회를 드느냐고! 테니스를 치는 거냐? 테니스는 조금 치고 술 처먹고 짝짓기 하려고 다들 혈안이지 어휴,” 이러고 있으면 집사2가 말한다. “또 시작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nbsp;<br><br>나도 그렇지만 인간은 이기적인 데다가 감정을 지닌 존재라 이기심과 감정이 만나면 결국 감정적으로 꼬일 일이 많아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진다. 이거 참 피곤하지 않은가? 그러니 애초에 관계를 최소화하는 게 좋다. 관계가 많아지면 누군가의 부탁이나 그 부탁을 들어줘야 할 일도 자연 많아진다. 그런데 부탁을 거절하는 일, 대부분의 사람은 어렵고 불편하다. 그래서 마지못해 들어주고 나면 피곤해지고... 악순환이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여러 이유가 있겠고 그중 외로움이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그것보다도 언젠가는 이 모든 관계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 마음 때문에 차마 놓지 못하고 사는 게 아닐까. 그래서 거절도 잘 못하게 된다. 게다가 인간은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 타인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이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내려놓으면 편하다. 외로움이야, 인간에게 근본적인 것이고 그게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채워지는가?&nbsp;<br><br>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일화 한 가지. 지난 2~3월에 모르는 번호로 집요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애초부터 모르는 번호는 몰라서 안 받고 아는 번호는 알아서 안 받고(피곤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화를 도통 받지 않는 나. 아니 근데 문제의 그 번호로 문자에 음성사서함 메시지까지 남긴 게 아닌가! 소름. 그 무렵 엄마한테 카톡이 왔다. “너 혹시 외삼촌한테 연락 온 거 있니? 삼촌이 너 번호 좀 알려달라고 그래서 내가 알려줬는데.” “몰라. 모르는 번호가 자꾸 연락오긴 하던데...” 엄마한테 물어보니 그 번호의 주인공은 외삼촌이었다. 이 인간이 대체 왜?? 메시지를 보니 갑자기 내가 보고 싶고 뭐 그렇다는데... 대체 왜? 아니나 다를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삼촌 아들놈(나한테는 이종사촌)이 결혼한다고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싫어.&nbsp;<br><br>그래서 엄마에게 말했다. 나 전화 안 받는다? 안 받아도 되지? 그런데 그 이후로 너무나 집요한 외삼촌- 날이면 날마다 전화에 메시지에 음성사서함에(음성 메시지 끝까지 확인 안 했음;), 심지어 결혼식 당일 아침에도 전화가 왔다. 처음엔 자냥아 보고 싶다 어떻게 지내니 이러더니 내가 전화를 안 받을수록 이 녀석아 어른 전화를 안 받니 괘씸하다! 이렇게 변질 ㅋㅋㅋㅋㅋ 나는 끝까지 받지 않았다. 결혼식도 물론 가지 않았다. 울 집에서 안 간 사람 나밖에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서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집사2가 감탄했다. 너 정말 대단하다... 나도 그러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br><br>집사2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거절 못하기 달인이다. 옆에서 보는 나는 답답해 죽는다. 아니 얘는 왜 마케팅 전화 온 것조차 끊지 못하고 받아주고 있어?! 끊습니다, 하면 그만인데 왜 저걸 못하지? 싶은 것이다. 뭐 나랑 성격이 다르니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거절 못하는 성격 때문에 결국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괴로워하면 나는 주로 이렇게 말한다. 주변에서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말라고, 나는 최근 몇 년 사이 친구들도 대부분 다 정리했고(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 잘랐다...) 주변에 인간이란 집사2와 가족 정도만 남았는데 이 사람들한테도 종종 거절 펀치를 잘 날려서 차갑다는 말을 잘 듣는다.<br><br><br>얼마 전에도&nbsp;<br>집사2: 기름 넣으러 가는데 나 심심한데 같이 갈래?<br>자냥: 아니<br>집사2: 넌 참 거절 잘해.&nbsp;<br>자냥: 응 ㅋㅋㅋㅋㅋ<br><br>얼마 전에도<br>동생1: 스케쳐스 하나 신을래? 내가 생선으로 사 줄게&nbsp; ㅋㅋㅋ 나도 허리 아픈데 저거 신고 벗기 진짜 편하다??&nbsp;<br>자냥: 아니 ㅋㅋㅋ<br>자냥: 절대 안 신을 듯<br>자냥: 사지 마~<br>자냥: 나 스케쳐스 싫어해<br>자냥: 못생겼어...<br>동생1: ㅇㅇ 모양은 구려 ㅋㅋㅋㅋ<br>자냥: 응 안 신고 돈 낭비여 사지 마숑<br><br>증거1<br><br><br><br>그 얼마 전에도&nbsp;<br><br>동생1: 출근했냐 한 30분 후에 어디 있냥 토마토 주고 갈라는디<br>자냥:&nbsp; 엥? 회사지<br>동생1: 집에 갖다 놓을까? 어차피 내부 타는 듯<br>자냥:&nbsp; 너 편한대로&nbsp;<br>동생1:&nbsp; 그럼 회사에 줄게ㅋㅋ<br>자냥:&nbsp; 토마토 무거운 거 아녀?<br>동생1: 아 봉투로 하난데 한 4 5kg 되는 듯<br>자냥: 헐....<br>자냥: 야 무거 ㅋㅋㅋ<br>자냥: 주지 마 ㅋㅋ<br><br>증거2<br><br>그래서 동생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집에 놓고 갔다고 한다... 거절과 가스라이팅의 달인 잠자냥(엥?)<br><br>또 얼마 전에도&nbsp;<br><br>동생2 : 너 엄마표 콩국물&nbsp; 오이지&nbsp; 열무김치 원함??<br>&nbsp; &nbsp; &nbsp; &nbsp; 보냉백에&nbsp; 세시쯤 두면....&nbsp; 오늘 늦나&nbsp;<br>&nbsp; &nbsp; &nbsp; &nbsp; 나 지금 엄마 집인데 원하면 배달감<br>&nbsp; &nbsp; &nbsp; &nbsp; 10분 내로 대답 요망ㅋ<br>자냥: 아닝<br>자냥: 괜차나<br><br>증거3<br><br>(이때 섭섭할 사람은 엄마일 텐데 -당신이 만든 반찬 거절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필요 없어서 거절)<br><br><br>엄마하고도 보자..... (헐 엄마랑 마지막 대화 5월 8일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자냥: 엄니 어버이날 감축드립니다~<br>자냥: 어버이날 까까값 농협으로 좀 보냈슈~&nbsp;<br>&nbsp; &nbsp; &nbsp; 맛난 거 사드슈 ㅋㅋ<br>엄마:&nbsp; 오 고마워 얼굴 볼 기회는 없는겨?<br>자냥: ㅋㅋ 오늘 난 회사유<br>엄마: 응<br><br>증거4<br><br>이날 나 빼고 동생1, 2 언니 엄마 모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아 그러고 보니&nbsp;<br>회사 친구도 몇 번 점심 먹자고 한 걸 내가 계속 거절(혼자 먹는 게 좋아!)하고 산책 몇 번 같이 가자는 것도(혼자 걷는 게 좋아!) 거절했더니 이젠 말도 안 꺼낸다. 와 정말 너무 편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거절은 처음이 어렵다. 몇 번 하고 나서 저 사람은 원래 차갑다..... 고 인식되면 편하다.<br><br>그런데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울 언니가 너무 속 터졌는지, 너 사회생활은 잘 하냐? 이래서 응 나 잘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건 집사2가 인정했다. 차갑고 거절도 잘하는데 사회생활은 자기보다 더 잘한다고. 차가운데 또 잘 챙겨준다고 그래서 고양이들이 다 나만 좋아한다고 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울 집 냥이들이 집사2보다 나를 더 좋아하긴 한다. 얼마 전에 퇴근 후 씻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고양이 다섯 마리가 다 내 주위에 몰려서 그릉그릉하고 있는 거 나보다 늦게 퇴근한 집사2가 보고 빵 터지면서.... 와 부러워 애들이 왜 나한텐 안 그래?! 자냥왈 “애들이 사람을 알아보는 거지.” )<br><br>거절 잘하고 사람 잘 안 만나고 인간관계 협소해도 사회생활은 잘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최소한의 기본 예의만 지키면 된다. 그리고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감정적이든 관계로든 뭐든 엮일 일 없는) 이런 사람들한테 친절하면 된다.&nbsp;<br><br>길 가다보면 사람들이 나한테 길을 잘 묻는다. 집사2는 이것도 좀 신기해한다. 싸가지 없어 보이는데 사람들이 왜 너한테 물어보느냐고.........응 나처럼 편하게 생기면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어제도 퇴근길에 외국인이 다가오며 뭐라고 묻더라. 내가 또 이럴 땐 이어폰까지 빼고 반응해준다. 경복궁 어떻게 가느냐는 질문. 전철 타는 법을 알려주고 나서 내 길 가는데.... 잠깐, 저 사람들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걱정이 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다시 따라가서 여기서 타라고 알려주고 왔다. 그랬더니 여행객들이 땡큐~땡큐 함박웃음. 지난번에도 어떤 아주머니가 광장시장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서 요렇게 저렇게 가는데 하다가 에이 모르겠다, 거의 그 길 도입부까지 안내. 그러고 보면 난 모르는 사람들한텐 친절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 보면 이 사람들은 다시 볼 일도 없고 감정적으로 엮일 일도 없고 이해관계를 따질 일도 없으므로 편하고 그러니까 친절하게 대하면 된다. 헌데 한국인들은 인맥...(이라는 말 싫어함) 관리 때문에 인간한테 얽히고설킨 게 많아서 엮여 다니느라 피곤한 게 아닐까. 경조사도 내가 갔으니 너도 와야 하고, 이 부탁도 저 부탁도 들어줬으니 들어줘야 할 거 같고. 혼밥 하는 사람 혼자 극장 가는 사람 혼자 공연 가는 사람 외로움에 찌든 사람 쯧쯧 이렇게 볼까 봐 신경 쓰이고 무섭고 싫고. 그러니 타인이 지옥 이러고 사는 게 아닐까.<br>출판사 편집실은 시간이 매우 느리고 깊게 흐르는 느낌이었다. 달리던 기차가 갑자기 무소음 구간에 들어선 듯한 정적감, 늘어진 카세트테이프의 목소리처럼 흘러가는 오후, 그 안에서 사람들은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것 같았다. 책상 앞에서! 정말 독서실에서처럼 의자 끌리는 소리까지 엄청 크게 들렸다. 몇 주 업무를 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출판사 편집자들은 같은 공간에 앉아 있어도 대체로 각자의 일을 한다. 본인이 맡은 몇 권의 책과 씨름하듯 일을 하면서, 타인의 눈엔 평온해 보여도 거대한 소용돌이를 품은 강물 같은 시간을 저 혼자 보내고 있는 것이다, -&lt;오늘도, 출판하는 언니들&gt; 중&nbsp;<br>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저 글에서 묘사된 것처럼 인간관계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실이나 다름없는 공간에 출근해서 종일 아무 말 없이 원고만 보다가 퇴근 하는 날도 많다. 그래서 작은 소음에도 좀 예민한 편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출판사라해도 마케터라면 그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영업도 혼자 담당해야 하는 1인 출판사는 꿈도 꾸지 않는 나.... 아무튼 이렇게 나는 최소한의 관계만 맺으며, 남는 시간은 주로 책과 씨름하고 고양이들과 룰루랄라 즐겁게 지내다가 어느 날 세상과 안녕하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하다.&nbsp;<br>&nbsp;<br>찾아보니 이런 책도 나왔더라? 근데 이 책 소개 문구 중 하나..<br> <br>거절 잘 못하는 '잠자냥-99_건수하'에게 추천합니다... ㅋㅋㅋㅋ<br><br>“타인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초능력에 가깝다. 거절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도 초능력자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책을 펼쳐 읽기 바란다. 자기다운 삶을 살도록 거절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nbsp;<br><br><br>나 초능력자임. 길게 썼지만 이거다.&nbsp;<br><br>1. 사람한테 미련을 두지 않는다.<br>2.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생각하지 않는다.<br>3. 어차피 사람들은 타인한테 그렇게 큰 관심이 없기에.<br>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48/40/cover150/k31213037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484007</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2026년 상반기에 좋았던 책</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367582</link><pubDate>Wed, 01 Jul 2026 09: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36758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74509&TPaperId=173675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150/0/coveroff/896437450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40085&TPaperId=173675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964/8/coveroff/893244008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637810&TPaperId=173675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308/8/coveroff/k44263781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0097&TPaperId=173675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3/46/coveroff/k02213009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8865&TPaperId=173675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52/30/coveroff/k192138865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socker/17367582'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

왔어요, 왔어.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올까 말까 그러다 마침내 온다. 잠자냥픽 상반기에 좋았던 책&amp;하반기에 좋았던 책. 그리하여 오늘은 2026년 상반기에 좋았던 책.<br><br>폴스타프 님은 술을 줄이신 덕분에 상반기에 142권, 4만8천7백 페이지를 읽으셨다고 한다. 나는 술을 줄이지 않아서 그런지(엥?) 그것보다는 조금 적게 상반기에 123권을 읽었다(뭐야 123권이라는 숫자, 그것참 웃기네ㅋㅋ). 몇 페이지를 읽었는지는 계산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계산 싫음;;) 아무튼 그중에서 고른 2026년 상반기에 좋았던 책.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주로 신간 위주로 골랐다.<br><br><br>ㅋㅋㅋㅋ 이거 어제 전체 목록 다운로드 받아봤는데.... 너무 길어서 다 올리지는 못함.&nbsp;전체 목록 궁금하신 분은 팩스 번호 남기세요. 보내드리겠....(엥?ㅋㅋㅋㅋㅋㅋㅋ)<br><br><br>문학<br> <br>안 세르, &lt;호피무늬 모자&gt;<br>6월의 마지막 날 읽은 작품이라 강렬한가? 아직도 먹먹하다. 다 읽고 나서 옮긴이의 말 첫 부분을 읽다 그렁그렁 울컥했다. 이 작품이 쓰인 배경을 알게 되어서… 안 세르는 몇 해 전 &lt;가정교사들&gt;을 읽고 인상에 남았던 작가. 이 작품이 훨씬 좋다. 아마도, 자신의 어떤 경험을 글로 썼기 때문은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후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대상에게는 최고의 애도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처음에는 좀 집중이 어려웠는데 천천히 읽다 보면 단어와 문장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아프고 아름다운 소설이다.&nbsp;<br><br> <br>사카모토 유지, &lt;또 여기인가&gt;<br>올해 초에 읽었다. 기억이 희미할 만도 한데 먹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기어이 물감물을 먹고 마는 심정에 관해서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희곡의 장점은 내 머릿속에서 내 마음대로 무대를 세우고 인물도 내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만일 이 작품을 연극으로 봤다면 희곡만큼 좋지는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분명 일본 배우들 특유의 과장스러운 연기가 묻어나올 것 같아서) 그럼에도 이 작품은 희곡으로 읽어서 그런지 별 다섯. 이대로 조용히 파묻히긴 좀 아까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끌올...ㅋ<br><br> <br>베로니크 오발데, &lt;한낮의 불운&gt;<br>오랜만에 인상 깊게 읽은 단편집. 이 책 읽고 반해서 이 작가의 다른 책(&lt;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gt;)까지 찾아 읽어보았다. 이 책 &lt;한낮의 불운&gt;이 역시 좀 더 좋았다. 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이라 그런가? ㅋ 단편모음집이라고는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보면 다 연결되어 있다. 연작소설집에 가까운. 안타까운 이야기들에서도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br><br> <br>페드로 레메벨, &lt;두려워요, 투우사여&gt;&nbsp;<br>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은(다른 장점은 100자평, 페이퍼 등에서 썼음) 화자의 발랄한 어조에도 있다. 앞집 미친년스러운 그 수다와 발랄함. 작품의 개성을 한껏 드높인다. 근데 그 발랄한 이야기를 읽다가 보면 어느 순간, 눈물 또르륵 떨어진다는. 이 책 산 사람 빨리 읽고 리뷰 좀 남겨 봐요. 내가 어디서 울었는지 알려줄게, 그 부분에서 마찬가지로 울지 궁금하네.... 아 그리고 독재자 피노체트 부부의 괴이함을 풍자한 부분도 이 작품의 미덕 중 하나.<br><br> <br>이렌 네미롭스키, &lt;제자벨&gt;<br>글발 있는 작가임에 분명하다. 아우슈비츠로 끌려가지 않아서 오래 살았다면 어떤 작품을 더 남겼을까 궁금해진다. 나이 들고 대작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안타까운 이렌 네미롭스키- 이 작품은 초반에 정말 빨려들 듯이 읽게 된다. 그러다가 남는 질문. 여자에게 외모란 젊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시들고 나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는 그래서 여자의 젊음과 외모를 어떻게 소비(만) 하는가. 얼짱/몸짱에 미친 21세기 대한민국에선 더 읽혀야 할 책.<br>&nbsp;<br> <br>조세핀 하트, &lt;데미지&gt;<br>영화가 너무 유명해서, 영화로 왠지 원작 다 읽은 듯하고, 영화 때문에 원작도 그럴 것이다 안 읽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작품. 원작에 비하면 영화는 너무 음탕하기만 하고.....(그나마 ‘제러미 아이언스’의 분위기 때문에 덜 외설스러운 느낌이긴 하지만) 그와 그녀 두 사람의 정사에만 포커스를 맞춘 느낌. 그에 비하면 원작은 파멸로 가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사랑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그 마음조차도... “모든 것을 바꾸는 찰나의 경험, 교통사고, 열어보지 말아야 했을 편지, 가슴이나 사타구니 안의 멍울, 눈을 멀게 하는 플래시 불빛.” 이 문장은 아무리 봐도 캬....<br><br> <br>리처드 예이츠, &lt;레볼루셔너리 로드&gt;<br>리처드 예이츠, 이 작가 참 잘 쓰는구나, 감탄했던 작품. 미국 중산층(부부들)의 허위를 폭로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 옥에 티라면(작품 자체의 단점이 아니라), 역자와 편집자의 잘못이 옥에 티. 서로 동갑인 부부 사이에 남자는 반말 여자는 존칭을 넘어 극존칭까지 한다. 시대착오적인 번역에 그걸 잡아내지 못한 무성의한 편집자. 영화에서는 둘 다 서로 당신, 너 하면서 반말하는데 책에서는 여자가 계속 극존칭... 너무 거슬렸다. 민음사 편집자여 유튜브 홍보에 이제 그만 열 올리고 이런 거 좀 잡아내자.<br> <br>윌리엄 포크너, &lt;야생 종려나무&gt;<br>반했어요, 포크너. 사실 나는 내가 포크너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작품 읽고는 좋아하게 되었다. 아직 안 읽은 포크너의 작품이 많아서 행복하고 다 읽어볼 테다! 한데 아마도 그럼에도 이 작품을 포크너의 책 중에선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을 것 같고, &lt;퍼펙트 데이즈&gt;의 ‘히라야마’처럼 두고두고 여러 번 읽을 것 같다. 두 개의 이야기를 따로 따로 읽어보기도 하고 또 때로는 두 개의 이야기를 섞어가면서 읽기도 하고. 아무튼 포크너의 문장이 아름답다 느낀 것도 이 작품이 처음일세.<br><br> <br>레오나르도 샤샤, &lt;올빼미의 낮&gt;&nbsp;<br>이탈리아 정부조차 소문에 불과하다며 외면하던 마피아 문제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 하드보일드 장르소설을 읽는 듯하면서도 결국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은 범죄 일어남-범인은 누구?-범인 찾음! 이러고 끝나는 게 아니라 범인의 실체를 찾기보다(사실 이 작품에서는 마피아가 실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왜, 어째서, 그리하여 인간은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그래서 더 재미있고 인상 깊다.&nbsp;<br> <br>세사르 아이라, &lt;바라모&gt;<br>연달아 민음사 세계문학만 4권! 역시 나는 세계문학 추종자?! 알지 못하는 세계를 알게 되는 기쁨! 이 작품도 그러하다. ‘세사르 아이라의 독창적이고 기상천외한 글쓰기’라는 출판사 소개 글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전통적인 소설 형식에서 살짝 어긋나 있다. 그런데 그게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지만 그래서 취향 탈 수 있는 작품).<br><br><br>그리고 비록 구간이지만 그냥 넘기기엔 아쉽다. 꼭 읽어봐요.<br><br><br> <br>안드레이 마킨, &lt;프랑스 유언&gt;<br>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모든 조건이 담겨있다.&nbsp;<br> <br>도리스 레싱, &lt;사랑하는 습관&gt;<br>거장은 소설을 어떻게 쓰는가의 본보기. 완벽해요,도리스 레싱!<br><br><br>비문학<br> <br>조르주 디디-위베르만, &lt;흩어진 것들&gt;<br>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책. 역사는 왜 항상 승자, 거대한 자들의 기록인가? 그것은 과연 진실인가? 여기 수천 개의 흩어진 작은 목소리들이 담긴 하찮은 종이들이 있다. 이 씨앗을 수집해 게토에서 스러져간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되살린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기록을 이렇게 마주함으로써 어쩌면 더 진실에 가까운 역사에 닿아 보려 애쓰는 이들도 있다.<br><br> <br>닉 다이어-위데포드 외, &lt;비인간 권력&gt;<br>인공지능과 노동, 자본, 인간의 관계를 마르크스 사상과 관련지어 분석한다. AI와 마르크스를 연결 지어 연구했다는 점도 참신하지만 어렵지 않게 읽히는 데다가 시의적절하기까지 하다. 인공지능과 자본주의가 득세하는 이 세상에서 일개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겐 꼭 읽어봐야 할 책...(이지만 암울하니 각오하고 읽어야)&nbsp;<br> <br>롤랑 바르트, &lt;영도의 글쓰기&gt;<br>글쓰기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토록 다채롭고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다니! 그저 찬탄. 언어학자로서 기호학자로서 비평가로서 문학가로서 또 철학자이자 사상가로서의 바르트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그가 쓴 라로슈푸코와 샤토브리앙에 관한 에세이의 아름다움에 무릎을 꿇는다.....&nbsp; (전에 쓴 100자평 복붙 ㅋㅋㅋㅋ)<br><br> <br>클라우스 테벨라이트, &lt;남성판타지&gt;<br>파시즘과 남성연대는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피시즘과 남성연대는 여성, 장애인, 유색인, 소수자 등 약자를 혐오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하는지 파헤치는 수작. 심리 부분에서는 좀 자의적 해석이지 않나 싶어서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하는데 그 정도 자의성은 대부분의 책에서 다들 그러려니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 책을 다 읽는 나도 별 다섯. (엥? ㅋㅋㅋㅋㅋㅋㅋㅋ)<br><br> <br>제인 워드, &lt;이성애의 비극&gt;<br>막판에 너무 동성애 찬양 모드라서 엥(?)스럽기는 하지만(사실 나는 모든 사랑-로맨스에는 저마다 비극성/부정적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 생각하기에 막판에 실린 게이/레즈비언들의 동성애 찬양 이성애 극 폄하조롱 발언들은 웃기다가도 좀... 동성애에서도 이런 커플은 있기 마련 아닌가 싶어졌는데, 어쨌든) 초중반에는 굉장히 웃겼고 뼈 때리는 말들 천지라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나쁜 연애에 사로잡혀 있으서도 그 남자 없으면 또 연애 못할 거라, 못 살 거라, 연애하지 않으면 문제 있는 거라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나쁜 남자는 고쳐 쓰는 거 아님. 그 남자 내가 구원한다! 고친다! 망상도 좀 제발 버려... 사람은 못 고친다. 게다가 이성애 중심 로맨스 신화 그리고 거기서 탄생하는 핵가족과 재생산은 결국 이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 (&lt;이 망할 세상에서 사랑이라니!&gt;도 같은 맥락) 굳이 그 원동력이 되고 싶다면야 뭐 안 말리겠지만....<br><br><br>알았지... 한나야? 망태 오빠 사랑 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 <br>수잔 손택, &lt;영화에 관하여&gt;<br>손택의 글 모음이고 그가 쓴 영화에 관한 글이고 나는 영화도 좋아하고 손택도 좋아하고 그러니까 별 다섯.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손택은 (늘 생각하는 점이긴 하지만) 창작자이기보다는 비평가로서 더 재능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손택이 쓴 소설보다 손택이 쓴 문학 비평이 더 재미나고, 손택이 만든 영화보다 손택이 쓴 영화 비평이 더 널리 알려진 걸 보면....<br><br> <br>고쿠분 고이치로, &lt;우리는 왜 그냥 즐기지 못할까&gt;<br>뜻밖의 발견. 사랑해요 밀리의 서재! (엥?) 전에 읽은 이 저자의 책 &lt;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gt;보다 좋았다. 칸트와 아렌트의 사상과 연결 지어 설명하는데 그 덕분에 칸트와 아렌트까지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들더라. 이런 책이 정말 좋은 책 아닙니까?!<br><br> <br>크리스티앙 보뱅, 리디 다타스, &lt;세상의 빛&gt;<br>헐... 이거 정말 아름다운 문장과 생각의 향연. 굳이 손가락 아프게 힘들여 필사하고 싶다면 이런 책을 필사하세요...<br><br> <br>브라이언 딜런, &lt;한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gt;<br>&lt;에세이즘&gt;의 브라이언 딜런, 이 사람도 참 글쓰기에 재능 있는 작가 같다. 그가 25년간 그때그때 쓰던 노트 뒷부분에 필사해온 문장들 가운데 단 28개 문장만을 골라, 쉽게 설명되지 않는 그 ‘끌림’을 정확히 읽어내려 시도한 결과물을 엮은 책.&nbsp;&nbsp;<br>&nbsp; <br>에바 일루즈, &lt;감정 채굴&gt;<br>이것도 6월 끝자락에 읽어서 더 강렬한 것일지도.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체재 아래서 인간의 감정은 어떻게 착취당하고 이용당하는지 추적해 온 에바 일루즈, 이제는 기술 자본주의 아래 인간의 감정은 어떻게 스스로 즐겁게(!) 착취당하는지 해부한다. 사라 아메드, 로런 벌랜트 등 정동 이론 관련 저자들의 책과 함께 읽어보면 더 좋은. 아 그러고 보니 &lt;이성애의 비극&gt;, &lt;이 망할 세상에서 사랑이라니!&gt; 크게 보면 다 같은 맥락이다. 사랑도&nbsp; 행복도 우울도 이 망할 자본주의 세계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라고.&nbsp;<br><br><br>아무튼 상반기에는 이런 벽돌책도 읽었다!&nbsp;<br>아직 안 읽은 사람들아! 꼭 읽어봐라~<br>   <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사실 올해 독서 목표 중 하나가 이거였는데... (내 메모장에서 그대로 가져 옴)<br><br>2026년에 꼭 읽을 책<br>문학&nbsp;<br>1. 도스토옙스키, &lt;악령&gt;<br>2. 포크너, &lt;소리와 분노&gt;<br>3. 마르케스, &lt;백년의 고독&gt;<br>4. 조지 엘리엇, &lt;미들마치&gt; (잠깐 멈춤...ㅋㅋㅋ)<br><br>비문학<br>1. 시몬 드 보부아르, &lt;제2의 성&gt; (읽음!)<br>2. 샌드라 길버트, 수잔 구바. &lt;다락방의 미친 여자&gt;<br>3. 케이트 밀렛, &lt;성 정치학&gt; (읽음!)<br>4. 해러웨이, &lt;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gt;<br><br><br>&lt;미들마치&gt; 1권 중반에서 일단 멈춤. 생각보다 재미있긴 한데.....&nbsp;<br>왜 난 이 시기(빅토리아시대) 영국문학이 재미없을까...?&nbsp;<br>하반기에는 과연...? 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br>아, 그래서 상반기 원픽은... 두둥!<br> <br>야생 종려나무여, 사랑한다.<br><br><br><br><br>제 글이 좋아요? 그러면 누르고 구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ㅋㅋㅋㅋ (에바 일루즈 언니 왈, 이렇게 우리의 감정과 관계는 소셜플랫폼에서 자발적으로 착취당하며 기술 자본주의를 배부르게 하며 굴러가게 한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69/79/cover150/k43213921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697999</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백만 년 만의 서울국제도서전</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356186</link><pubDate>Fri, 26 Jun 2026 11: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35618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241752221&TPaperId=173561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73/88/coveroff/0241752221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241746752&TPaperId=173561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04/5/coveroff/0241746752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241752183&TPaperId=173561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447/49/coveroff/0241752183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241746264&TPaperId=173561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447/49/coveroff/0241746264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

6월 24일 수요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주 일요일까지인데 나는 어제, 목요일에 다녀왔다. 도서전에 순수하게 소비자 입장으로 가던 시기도 있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도서전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도서전은 물론, 서울 홍대 거리에서 가을이면 열리던 와우북페스티벌도 내가 정말 눈에 불을 켜고 가던 곳인데 이유는 단 하나! 책을 무지막지하게 싸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30~40% 할인은 기본이고 운이 좋으면 리퍼브 도서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가져올 수 있었다. 문지시인선이 천 원에 팔리곤 했던 시절... 참 좋았었지. 그러나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로는 이런 행사에서조차 책을 싸게 살 수 없으니 굳이... 사람 많은 곳에 갈 이유가 없어서 안 간 지 오래.<br><br>출판업에 종사하면서 도서전 안 가는 것도 참 신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ㅋㅋㅋㅋㅋ 사실 우리 회사는 예전엔 도서전 참여 종종 했지만 이게 딱히 이득이 없는 것이었다. 인력과 자원과 (부스 대여) 비용 대비 큰 이익을 체험하지 못해서 결국 도서전은 참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업계의 일인데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어서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다녀오곤 했었다...만 나는 너무 귀찮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 많이 몰리는 거 너무 싫어서 늘 회피했었는데.... 올해는 왠지 더는 안 가면 안 될 거 같아서 다녀오기로 결심을 했다. 정말 큰 결심이었다.&nbsp;<br><br><br><br>목요일 오전은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한국 대 남아공 축구 경기가 열려서 그랬는지, 사람이 덜(?) 붐비는 듯했다. 입장 대기 줄에서 15~20분 정도 기다리니까 들어갈 수 있었다. 원래는 다른 직원들 피해서 혼자 가는 게 목표였는데 제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표님이 같이 가자고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 둘이 가긴 너무 그렇잖아요? 그래서 제일 만만한 마케팅팀장을 꼬셔서 그렇게 셋이 같이 간 것이었다.... 직원들하고 같이 다닐 땐 책 파는 사람 입장으로 부스를 돌아다녔다. 그래서 국내 출판사 부스보다는 주빈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대만 등 주로 다른 나라 부스를 훑어보고 다녔다.<br><br>그러다가 독일 부스에서 발견한 이 책. 헐.... 우리 셋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렇게 인쇄를?! 우리도 로맨스소설에 이렇게?! 막 이런 소리를 하면서 한참을 들여다본 것이다.&nbsp;<br><br><br><br><br><br><br>그러다가 아니, 이거 좀 봐요. 이 양말 너무.... 처음에는 웃겼는데 보면 볼수록 개성 넘치고 실제로 신으면 이쁠 거 같아서 나 혼자 구경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도서전에서 양말 삼매경.... 근데 대표님도 곁에 와서 보시더니 이 양말에 반하고 만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nbsp; 게다가 이걸 판매하던 분이 몬드리안 양말을 직접 신고 계셨는데 너무 유니크하고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직접 신으면 정말 예쁘다니까요?&nbsp;<br><br><br><br><br>그래서 내가 나도 모르게 폭풍 칭찬을 했다. 와 정말 잘 어울려요. 와 정말 멋쟁이 같아요! ㅋㅋㅋㅋㅋㅋ<br><br><br>나도 하나 살까... 하다가 가격이 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이거면 내가 그냥 책을 사고 말지 싶어서 그냥 내려놓았는데. 하나 살 걸 그랬나...?<br><br>아무튼 대표님이 양말 사고 싶은 눈치라 나랑 동료는 살짝 다른 책 보는 척하면서 자리를 피해주었다. 사셨나 몰라... ㅋㅋㅋㅋㅋㅋ<br><br><br><br>주빈국인 프랑스 부스에 갔더니 저렇게 베서방이 벌써 앉아 있었다. 베서방은 이날 오후에 강연을 했는데, 그때도 사람이 미어터졌다(일요일에 사인회도 한답니다). 근데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노관심이어서 그냥 패스....<br><br>프랑스 부스에 있는 책들은 전반적으로 아름답기 짝이 없어라. 그리고 여기 앉아 있는 관계자들 주로 편집자이거나 역자이거나 작가이거나 책 만드는 사람들이겠죠? 여자든 남자든 왜케 다들 지적이고 아름답게 생겼는지 너무 눈이 즐거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정말 분위기가 너무 다 지적으로 뿜뿜...&nbsp;<br><br><br><br>그러다가 발견한 이 책! 어머 이건 사야해! 눈 돌아가서 보고 있는데.... 팝업북 비싼 건 알고 있지만 아니 이 조그만 게 25,800원인가 28,500인가 해서 살포시 내려놓았다.<br><br><br><br>이렇게 주로 다른 나라 부스를 돌아보고 나니 이미 점심때. 일단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대표와 동료는 회사로 복귀하고 나는 혼자 좀 더 돌아보겠다 하고 드디어 자! 유! 혼! 자! ㅋㅋㅋㅋㅋ 이때부터는 거의 소비자 마인드로 부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br><br>이번 도서전 특징은... 굿즈 중 티셔츠가 많다는 것. 그나저나 이걸 찍은 이유는 단 하나.....&nbsp;<br><br>ㅋㅋㅋㅋㅋㅋ 언제 이짤 쓰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문학동네, 창비, 열린책들, 민음사처럼 큰 부스는 사실 딱히 재미가 없어서 1인출판사나 독립서점, 소규모 출판사(어크로스/움직씨 등) 위주로 돌아봤는데, 움직씨는 여기 대표 두 분이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부부로 알고 있는데(그래서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도 퀴어/페미니즘 등 완전 색깔 뚜렷한 무지개색이다), 실제로 부스 가서 보니 아니 여기 직원들도 혹시 다....? 싶은 것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개성 넘치는 출판 목록 응원합니다. 게이 부부가 운영하는 출판사도 탄생하길 (응?)<br><br><br>이성애의 비극 티셔츠다! 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거 맥락 모르고 티셔츠만 보면 열라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입을 옷 같음 ㅋㅋㅋㅋ<br><br><br>글항아리 부스에서 발견한 너무나 쪼꼬만... 남성판타지 ㅋㅋㅋㅋㅋㅋㅋ<br><br>이렇게 작다면 얼마나 읽기 편하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br><br><br>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도 이렇게 전시하니 참 아름답구나.<br><br><br><br>그러다가 내가 이 샌드위치우먼을 발견한 것이다.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빵 터졌다. 입간판 보고 사진 찍었더니 이분이 짠~ 앞으로 돌아서는데 아니 이 사람은 이연실 편집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겨서&nbsp;<br><br><br>자냥: “사진 찍어도 돼요?”&nbsp;<br>연실: “아 그럼요, 사진 찍으라고 이렇게 나온걸요.”<br>자냥: “이야기장수 대표님이시죠?”<br>연실: (약간 움찔 놀라며) “네......”<br>자냥: “이야기장수에서 나오는 책 잘 보고 있습니다.”<br>연실: “감사합니다.”<br><br>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nbsp;사실 제가 이연실 편집자가 쓴 책도 읽은 사람입니다. 백발이 돼서도 교정지 든 에코백 메고 현장을 누비는 ‘현직’ 할머니 편집자이고 싶다는 당신의 꿈 응원합니다.... 저는 극 내향인 편집자로서 저 또한 할머니 될 때까지 조용히 책 만들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br><br>요즘 핫하다는 민음사 부스도 안 가볼 수는 없었는데, 헐 여기 정말 인산인해. 계산하는 줄을 정리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 아니 그런데 얘들아?! 굿즈 말고 책을 더 사야하지 않겠니?&nbsp;&nbsp;<br><br><br>그러다가 이걸 보고 충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서전에 가챠폰샵 발견! 
민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겨. 이건 또 누구 아이디어인가? 이걸 뽑겠다고 줄 선 사람들의 행렬...끝이 
보이지 않아. 나도 이거 좀 귀여운 아이템이 있었다면 줄 서서 뽑아볼까 싶었지만 사실 귀여운 게 하나도 없다.<br><br>게다가 이번에 저 노트? 캐릭터.... 너무 좀 징그럽지 않은가..? 아무튼 내 취향엔 별로....<br><br><br>아무튼 그러다가 나는 이걸 발견한 것이다. 이 아름다운 디자인은 뭐죠?... 게다가 가방을 준다고?! 어머 이건 사야 해!&nbsp;<br><br><br><br><br><br><br><br>펭귄 아카이브 컬렉션(Penguin Archive Collection)인데 이건 펭귄북스에서 창립 90주년을 기념해서 지난해(2025년) 출시한 특별 도서 시리즈로 알고 있다. 창립 이래 출판해 온 수많은 문학 작품 중에서 선별한 90권의 짧은 책들로 구성.<br><br>자, 그중에서 디자인도 특히 아름답지만, 원어로 읽어야만 하는 책 4권만 사자! 싶어서 눈에 불을 켜고 찾기 시작...(근데 안경 안 쓰고 와서 눈이 침침해. 잘 안 보여. =_=ㅋㅋㅋ)<br><br>일단 원어로 읽어야만 하는 것은 시! 그것도 영어로 쓰인 시! 아니 게다가 딜런 토머스 시집 정말 디자인 죽인다. 이건 정말 1순위. 게다가 저 딜런 토머스 에코백으로 받아야지!&nbsp;<br><br>그다음으로는 앨런 긴즈버그의 시집. 나보코프의 &lt;복수 Revenge&gt;가 있어서 저걸 살까 싶었지만, 사실 이 단편은 나보코프 초창기 단편이라 영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쓰였던 작품이다. 그래서 일단 내려놓음. 캐서린 맨스필드의 &lt;A Dill Pickle&gt;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우아 이건 정말... 애초에 영어로 쓰인 책이 아님에도 디자인이 너무 아름다워서 안 살 수가 없네요. 니체. 니체여....<br><br><br><br><br><br><br><br>그렇게 4권을 사서 계산하려고 하는데, 아니 이게 무슨 망언이십니까? 에코백 증정 행사는 다 끝났다고요? 마친....ㅋㅋㅋㅋㅋ 오늘이 둘째 날인데 벌써 행사가 끝났다고요?? 망연자실... 나는 그래서 “아, 그러면 안 살래요.” 했더니 갑자기 한 사람이 아니 챙겨드릴게요, 어디 박스를 막 뒤진다. 그래서 “딜런 토머스로 주세요!” 했더니 “하... 딜런 토머스는 정말 다 나갔는데.” 제길....... 역시 사람들도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_-<br><br>그래서 결국 나는 그나마 그중 가장 나은 거 셜리 잭슨으로 달라고 했다. 세네카, 도스토옙스키 너무 흔하고 글자체 너무 안 예쁘고 단테도 그냥저냥. 셜리 잭슨이 그나마 사람들도 잘 모르고 글자체도 예쁜 듯.&nbsp;<br><br>여름에 매면 시원해 보이고 김칫국물 튀어도 아트 같고...(응?)<br>아무튼&nbsp;여기서 책 고르다가 받은 충격 중 하나. 책 고르고 있는데 들려오는 소리.<br>여자1 : “울프..?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버지니아 울프...?”<br>여자2 : “저 사람, 책 많이 썼을걸? 뭔진 잘 모르지만. ㅋㅋㅋㅋㅋ”<br><br>헐...... 대 충격 잠자냥. 도서전에 오는, 심지어 여자들이(이대녀 추정) 버지니아 울프를 모른다고... 도서전은 왜 오는 거지? 속으로 잠깐 멍... 도서전에 정말 왜 온 걸까..? 흠...<br><br>아무튼 이렇게 산 책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br><br><br> <br>딜런 토머스의 시집 &lt;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gt;은 대충 번역하자면 순수히 저 어둠을 받아들이지 말라. 뭐 그런 의미. 딜런 토머스의 대표적인 시 중 하나. 영화 &lt;인터스텔라&gt;에 삽입되어 더 유명해진 듯. 아, 그래서 다들 가방을 가져 갔나? 제길...<br><br> <br>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엘런 긴즈버그의 시집 &lt;Sunflower Sutra&gt; ‘해바라기 수트라’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에서 오염되어 죽어버린 해바라기를 애도하면서 자본주의의 탐욕을 비판하고, 그럼에도 해바라기처럼 저항할 것을 촉구한다.&nbsp;<br> <br>캐서린 맨스필드 &lt;A Dill Pickle&gt;은 오래전 헤어진 연인들이 카페에서 우연히 재회해 나누는 이야기들을 통해, 지나간 사랑과 서로 달라진 가치관을 맨스필드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nbsp;<br> <br>니체의 &lt;Ecce Homo&gt; 그가 정신적으로 붕괴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쓰고 그의 죽음 이후 출간된 작품으로 에케 호모는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국내에는 이렇게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 목차를 보면 빵 터지는데 ‘나는 왜 이토록 현명한가’, ‘나는 왜 이토록 영리한가’, ‘나는 왜 이토록 좋은 책을 쓰는가’ 등등 자화자찬 일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 무너지기 직전에 쓴 책이라니까 이해해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br>창비부스에서는 이걸 발견하고 어머 이건 사야 해! 오직 도서전에서만 살 수 있는 책! 도서전 한정판 백석 시집! 크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br><br><br>한지 케이스, 한지 양장본, 한지 어나더커버로 특별 제작된 한정판 &lt;백석시전집&gt; 두둥!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내가 또 백석을 사랑해마지 않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라니.....<br><br><br><br>ㅋㅋㅋㅋㅋㅋ 아니 백석 책 모아서 찍는데 엉덩이 난입 푸코..ㅋㅋㅋㅋㅋㅋ 전에 사둔 &lt;백석시전집&gt;은 아침에 못 찾아서 같이 못 찍음.&nbsp;(정리의 중요성....)<br><br>아무튼 이렇게 도서전 다녀왔으니 앞으로 수년 간은 또 안 가도 될 듯. ㅋㅋㅋㅋㅋㅋ<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447/49/cover150/024174626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4474905</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대답 없는 그대여, 돌아보지도 말아다오.</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348935</link><pubDate>Mon, 22 Jun 2026 14: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34893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64477&TPaperId=173489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454/76/coveroff/893646447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378&TPaperId=173489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69/coveroff/s14293305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187&TPaperId=173489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18/44/coveroff/8932476187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

<br> 응답 없는 대상을 사랑하는 심정은 어떠할까? 섣불리 헤아리기 어렵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고통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차라리 잊기라도 하련만 눈앞에서 매일같이 마주치면서 그를 봐야만 한다면 사랑이 잦아들 리 만무하다. 게다가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있지만 그런 너는 (어쩌면) 영원히 나를 사랑할 수 없다면 그 고통의 깊이는 더욱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그런 나의 사랑에 냉소라도 하면서 욕이라도 퍼부어주면서 희망을 갖지 말라고, 싹조차 틔울 수 없게 뿌리까지 뽑아버린다면 그 사랑을 조금은 쉽게 단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야속하게도 그는 종종 돌아보며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그러니 이 사랑은, 한없이 목마르기만 한 이 사랑의 갈증은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른다. &lt;두려워요, 투우사여&gt;에는 그런 응답 없는 대상을 사랑하는 두 남자가 등장한다. ‘로카’와 ‘카를로스’가 바로 그들이다.<br><br>로카는 카를로스를 사랑한다. ‘앞집 미친년’이라 불리는 로카는 게이. 드랙퀸 게이이다. 로카의 마음을 사로잡은 카를로스는 게이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이성애자이다. 이성애자를 향한 게이의 짝사랑이라니, 얼른 꿈 깨! 마음을 접어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다. 두 사람은 한집에서 동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독재자 피노체트가 지배하는 1980년대 칠레의 산티아고. 로카는 카를로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힘들여 파트너를 찾아 헤맬 필요도 없었고, 섹스에 굶주린 적이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성생활을 누려왔다. 그 시절에도 라틴아메리카는 드랙퀸이니, 게이니 참 자유분방하구나 싶을 정도로 게이들의 난잡한 성생활이 이 작품 곳곳에서 그려진다. 제아무리 이성애 남성이라 할지라도 몸 파는 게이를 찾아 몇 푼 던져주고 호기심이나 성욕을 채우는 일도 빈번하다. 때문에 로카는 그런 방법으로 카를로스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카를로스 또한 이성애자이지만 호기심이나 성욕 때문에 자기한테 꽂힌 로카를 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br><br>로카는 진심으로 카를로스를 사랑하기에 그러고 싶지 않다. 그의 몸이 아니라....(아니, 몸도 탐이 나지만) 마음을 갖고 싶다. 마음을 얻은 후에, 사랑을 얻은 후에 그와 섹스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카를로스는 그런 식으로 호기심에, 성욕을 채우기 위해 몸을 파는 남자를 사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를로스는 그토록 눈부신 외모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사랑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 독재 치하 칠레, 그런 시기에 대학생인 그, 독재자로부터 조국의 자유를 되찾고자 지하운동을 하는 데 혈안이 된 그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그 여자 또한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그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 사랑하기를 멈춘 상태이다. 그런 그가 애달프게 사랑하는 대상은 바로 칠레, 그의 조국이다. 그러나 조국 또한 그에게 대답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유, 해방된 조국은 너무나 멀어만 보이고, 그럼에도 그의 사랑은 그칠 줄 모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뜨겁게 사랑하면, 어쩐지 자유가, 해방된 칠레가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아 그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까 로카는 카를로스를, 그 카를로스는 칠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이다. 여전히 대답 없는 그들을.<br><br>로카와 카를로스 사이에는 또 다른 벽이 있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라는 성적 기호의 차이뿐만 아니라 계급 차이도 존재한다. 로카는 남창 드랙퀸. 사회에서 가장 밑바닥 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카를로스는 대학생. 게다가 둘 사이의 나이 차이는 못해도 20년 이상은 난다. 그런데도 그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면서 웃는다. 응답하지 않는 대상을 향한 사랑에 오늘도 속이 쓰리면서도 서로 씩씩하게 자기만의 사랑을 오늘도 키워 나간다. 로카야 그렇다 치고 카를로스는 왜 로카 주변에서 얼쩡대는 것일까? 사실 로카의 집, 앞집 미친년이라는,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이 게이의 집은 카를로스와 그의 동료들-그러니까 대학생들이 모여서 지하 운동의 거점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다. 누가 저런 집에서 독재자를 무너뜨릴 운동가들이 모일 것이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드나드는 젊은 남자들을 봐도 대부분은 저 앞집 미친년의 몸을 사러 오는 사내들이려니 하리라. 그래서 카를로스는 로카의 집을 드나들면서 그녀의 자유분방함을 흡입하면서 숨통을 트이고 또 때로는 그녀의 애정을 듬뿍 받으면서 자기의 사랑을 완성하고자 오늘도 정신없다. 이 녀석은 단지 로카를 이용하기만 하는 것일까? 의심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그가 그렇게 비열한이라면 로카가 사랑에 빠졌을까?<br>&nbsp;&nbsp;<br>넌 참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너랑 있으면 행복해져. 내가 뭐, 누르면 웃음소리가 나는 인형이라도 되니? 그런 게 아니야. 너랑 있으면 낙관주의자가 돼. 그리고 또? 또 뭐가 필요해? 나를 아주 조금은 사랑해줬으면 하지. 아주 조금이라니, 그보다는 더 좋아하는 거 알잖아. 그건 다르지, 좋아한다는 말하고 사랑한다는 말은 아예 다른 세상에 존재한단 말이야. 그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p.173)<br>카를로스는 자기를 웃게 만드는 로카 앞에서 무장해제 되면서 낙관주의자가 된다. 이 힘겨운 시대에, 상황에 늘 초조해하며 긴장을 멈추지 못하는 삶에서 로카의 생각 없음-유쾌 발랄한 생활은 그에게는 숨구멍이다. 사실 카를로스가 로카에게 털어놓은 어린 시절의 그 고백을 듣노라면 카를로스 또한 로카를 사랑하기 아예 불가능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카를로스의 마음을 온통 차지한 것은 칠레라는 여인이므로 로카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로카의 마음이 온통 카를로스여서 ‘정말 오직 그 사람 때문에 요조숙녀처럼 행동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그런 그에게 카를로스가 숨기고자 하는 비밀은 중요하지 않다. ‘그 비밀을 얘기해주건 말건 별 상관이 없다.’ ‘그게 책이건 뭐건 저 망할 놈의 상자들은 그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로카 ‘그녀가 바랐던 건 단지 그를 흔들어 깨우는 것. 그의 침묵하는 사랑이 그녀를 숨 못 쉬게 만든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p.72) 그 두 사람은 저마다 그렇게 불가능한 꿈을 꾼다.&nbsp;<br><br>불가능한 꿈. 이 사랑이 슬픈 이유는 두 사람이 저마다 사랑하는 대상이 그 사랑에 응답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뿐만 아니라 혹시 응답받는다 하더라도 그 이후로도 사랑을 유지해 나가기 쉽지 않다는 것 때문이다. 카를로스를 사랑하다가도 종종 슬퍼지는 로카, 만일 그녀 앞에 카를로스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의 삶은 조금 더 행복했을까?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나날이 유쾌했을까?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위험한 운동에 발 담그지도 않고 머리에 꽃밭만 가득하게 살아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로카는 말한다. ‘다행히도 그녀의 삶엔 카를로스가 나타나 주었다. 그가 칠레 사람들이 처한 잔혹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p.152) 칠레의 잔혹한 현실에까지 눈뜬 로카의 사랑은 이제 어떻게 치달을까. &lt;두려워요, 투사여&gt;는 그 비극의 끝을 보기 위해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br><br>자연스레 떠오르는 또 다른 작품이 있다. 마누엘 푸익의 &lt;거미여인의 키스&gt;가 그러한데 두 작품 모두 라틴아메리카(각각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정치범과 평범한 시민이 우연히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저마다의 사랑에 빠지고 또 정치적으로 억압된 현실에 눈뜬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 사랑이 비극적이라는 점 또한.... 이 두 작품에서 게이인 두 사람-&lt;투우사&gt;의 로카와 &lt;거미여인&gt;의 ‘몰리나’의 역할에도 주목하게 되는데, 왜 하필 게이일까? 그 두 게이는 혁명을 꿈꾸는 두 운동가-카를로스와 ‘발렌틴’을 사랑하게 되고 그들에게 이런저런 영향을 주고 자기 자신들도 변화한다. 그런 두 사람의 성정체성이 게이라는 점이 흥미로운데, 아마도 그들이 그 세계에서 가장 천대받고 억압받는 계층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개인적 이중의 억압을 발랄함으로 날려버리는, 심각하게 만들지 않는, 그 가벼움에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독재 치하 암흑의 억압조차 가벼움으로 해방시켜버리는, 한없는 발랄함으로 날려버리는 그리하여 숨구멍을 트이게 하는 존재로서의 게이Gay,<br><br>좀 다른 결이기는 하지만 &lt;테레사와 함께 한 마지막 오후들&gt;도 생각난다. 이 작품은 라틴아메리카를 배경으로 하지는 않지만 같은 언어(스페인어)로 쓰였으며, 1950년대 중반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코 집권기의 반독재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절을 배경으로 마찬가지로 혁명을 꿈꾸는 대학생 ‘테레사’와 빈민가 출신의 좀도둑 ‘마놀로’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앞선 두 작품과 좀 다르다면 혁명을 꿈꾸는 정치범이자(대학생)이 여성이라는 점, 그리하여 두 사람의 사랑은 성정체성보다는 계급/신분 차이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랄까. 그럼에도 테레사와 마놀로는 서로 사랑에 빠지기는 한다. 비록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고 말지만..... 그래서 대답 없는 너, 카를로스, 그러나 자꾸만 돌아보며 웃음 짓는 너, 카를로스, 그를 향한 멈추지 못하는 사랑에 눈물 흘리는 앞집 미친년, 사랑에 미친년 로코의 그 사랑이 더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br>나도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 하지만 내 나이에 그렇게 도망칠 수는 없거든, 꿈을 좇아 떠나는 미친 늙은이처럼, 우리의 만남이 가능했던 건,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간신히 손만 잡고 있었기 때문이야. 여기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은 이 세상 어느 곳에 가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나는 강아지처럼 네게 사랑에 빠졌고, 너는 그냥 내가 사랑하도록 놔둔 거야. (&lt;두려워요, 투우사여&gt;, p.262)<br><br>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18/44/cover150/893247618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184447</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그 누가 단지 남의 일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337771</link><pubDate>Tue, 16 Jun 2026 11: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33777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99968&TPaperId=173377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0/21/coveroff/890129996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736775&TPaperId=173377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712/20/coveroff/k232736775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

지난 주말에 &lt;사람과 고기&gt;(2025)를 보았다. 개봉 당시에는 왠지 뻔할 거 같은 느낌적 느낌 때문에 패스했는데 극장에서 보고 온 동생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한번 보라고 권해서 일단 왓챠 보관함에 담아뒀다. 한데 이 영화는 다름 아닌 폐지 줍는 노인들에 관한 이야기라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사는 게 퍽퍽한 한국에서 그 퍽퍽한 삶의 단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폐지 줍는 노인들 이야기를 화면으로 굳이 봐야 하는가 하는 내적 갈등이 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 영화의 장점은 자막을 볼 필요가 없으므로 (집에서) 뭘 먹으면서(ex 술) 보기에 괜찮다는 것. 이런 이유로 마침내 주말에 술 마시면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보다가 너무 웃기고 슬퍼서 껄껄 웃고 꺼이꺼이 울다가 맥주를 여러 번 뿜을 뻔했다........  <br><br>&nbsp;  영화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폐지 줍는 노인 ‘형준(박근형)’은 그날도 익숙하게 폐지를 주우며 돌아다니는데, 우연히 또 다른 폐지 줍는 노인 ‘우식(장용)’을 만난다. 이 둘이 만나게 된 건 필연이랄까. 서로 같은 동네에서 폐지를 줍다 보니 동선이 비슷해서 마주치게 되었고 하필이면 버려진 박스 하나로 서로 내가 먼저 찜했다, 아니다 이건 내 것이다 옥신각신 싸움이 붙은 것이다. 급기야 서로 멱살을 잡고 드잡이를 하다가 한 사람이 넘어지는데 그 쓰러지는 장소가 하필이면 야채를 파는 여성 노인 ‘화진(예수정)’의 가판이었던 것. 세 사람은 이렇게 좋지 않은 일로 처음 서로를 알게 된다.   &nbsp;  그 후로도 폐지를 줍다가 마주친 형준과 우식은 티격태격하다가 서로 나이를 묻고 통성명을 하게 되어 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형준은 일도 힘들 텐데 우리 집에 가서 차 한 잔 하고 가라며 우식을 끌고 간다. 차는 무슨 차... 하면서도 따라나선 우식. 그런데 우식은 형준의 집 앞에서 입이 벌어진다. “진짜 여기 사는 거 맞아?” 마당까지 있는 번듯한 양옥집이니 놀라지 않을 수가. 우식은 갑자기 쪼그라들어서 형준의 집 마루에 발을 디딘다(이때 카메라는 구멍 난 우식의 양말을 보여준다). 부엌에서 노란 맥심 커피 2개를 갖고 오는 형준. 이때 형준네 거실 탁자가 눈에 들어오는데 거기에는 부탄가스버너와 낡은 주전자 한 대가 놓여 있다. 하우스푸어네 하우스푸어.... 가스도 끊긴 거 아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할 때쯤 우식도 의아한지 묻는다. “가스렌지 없어?” “있지, 있는데 혼자 살 땐 이게 더 편해.”라며 말을 대충 얼버무리는 형준. “자식 없어?? 혼자 살아? 이 큰 집에?” 이어지는 우식의 질문. 한때는 잘살던 형준, 자식 둘은 프랑스와 브라질에 유학까지 보내서 거기에서 뿌리를 내리게 한 것 같은데 와이프는 유방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단다. “자식들이 생활비 안 보내줘?” 우식은 부아가 나는지 화를 내며 묻는다. 말끝을 흐리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형준. 자식들하고 인연이 끊긴 지 십 수 년은 된 듯하다. 그러니까 아무리 큰 집에 살면 뭐하나? 젊을 땐 자식한테 올인해서 유학까지 보냈지만 이제 늙어 수입이 없는 노인은 폐지를 줍는다.   &nbsp;  노란 믹스 커피를 마시려다 말고 우식이 묻는다. “커피 말고 밥 없어?” 짠하지 않을 수가. 사실 이 장면 전후로 우식의 생활이 잠깐 화면에 등장하는데 이 노인은 폐지를 판 돈으로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려고 기웃기웃하다가 정육 코너에서 삼겹살도 들었다가 내려놓고는 서울우유 500ml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고는 그 우유를 집에서 키우는 반려묘 나비의 접시에 부어주고 남은 걸 마시면서 허기를 채우는 것이다. 그러니 이 노인이 몇 날 몇 끼를 제대로 못 먹었을지 짐작이 가능하다. 별다른 찬 없이 형준이 가져온 밥과 김치만으로도 게걸스럽게 한 끼를 해치운 우식. 갑자기 이렇게 묻는다. “우리 내일은 소고기뭇국 끓여먹을까? 고기는 내가 살게.” 아니 이 노인이, 슈퍼마켓에서 삼겹살도 내려놓더니 소고기뭇국에 들어갈 고기를 어떻게 산다는 걸까? 수입산으로 사도 폐지 판 돈에 비하면 턱없이 비쌀 텐데.....   &nbsp;  갑자기 이쯤에서 폐지를 팔아 버는 돈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nbsp;  (2015년) 현재 한국의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최저임금 시급으로 5,580원을 보장받는다. 그렇지만 몇몇 노인(老人)들은 길거리에서 폐지를 주우며 300원에서 1,000원 정도의 시급을 벌고 있다. 2012년의 10월, A(여성, 82세)는 오전 7시부터 서울의 인사동을 비롯한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며 폐지를 주웠다. 오후 4시쯤에 “카트에 폐박스와 신문지를 겹겹이 싣고” 고물상에 왔다. 계량하니 48kg의 폐지였고, 모두 고물상에 팔아 3,400원(폐지 1kg당 약 71원)을 받았다. 정확히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폐지를 주웠는지는 모르지만,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돌아다녔다고 가정하고 시급으로 환산하면 380원이 안 된다. 2014년의 12월, 수원에 사는 B(여성, 67세)는 손수레 한 대가 가득 찰 정도(약 60kg에 해당)로 폐지를 수집하는데 4,000원 정도의 돈을 번다. 2015년인 요즘도 다르지 않다. C(여성, 77세)가 고물상에 가져온 폐지와 옷가지를 계량하니 “신문이 30kg(2,400원)”, “옷이 6kg(3,000원)”, “박스 59kg(3,540원)” 정도다. 무려 95kg에 달하는 양을 수집하고 고물상으로 운반했지만 “8,940원”을 버는 정도다. C는 하루에 한 번 고물상에 오지는 못한다. B나 C는 언론에서 주목한 사례로 노동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 않는다. 무리겠지만 B나 C가 하루에 8시간 동안 노동한다고 가정하고 시급을 계산한다면, B는 500원이며 C는 1,118원이다. -소준철, &lt;가난의 문법&gt;<br>사정이 이러하니 우식이 고기는 자신이 산다는 말에 내가 다 움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튼 그리하여 이 두 노인의 소고기뭇국 끓여먹기 프로젝트 실행! 형준은 야채를 파는 화진을 찾아가 무를 사면서 소고기뭇국 끓이는 방법을 묻기 시작한다. 무도 필요하고, 파, 마늘, 조선간장.... 아 복잡하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형준은 화진에게 우리 집에 와서 소고기뭇국 좀 끓여주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아놔 이 미친 노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어디서 다른 여자한테 뭇국 타령이야. 나도 어처구니없고 화진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냉큼 썩 꺼지라고 화를 내는데... 그래도 좀 솔깃한 모양이다. 고기는 우식이 준비해온다는 소리에 “폐지 주워서 고기 살 돈이 있어?” 고기라는 말에 솔깃한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외로운 노인들이라 셋이 모여서 따뜻한 밥 한 끼 만들어먹자는 소리에 마지못해 넘어간 듯 형준의 집을 찾아온다. 그런데 화진도 형준의  집을 보고 화들짝 놀라기는 마찬가지. 아니 서울에 집이 있는데 폐지를 주워?  &nbsp;  한편 우식은 고기를 준비하려고 정육점을 찾는다. 뭇국 끓여먹기 좋은 부위로 (심지어 한우로!) 좀 달라는 우식. 아니, 이 노인 지금까지 모은 돈 뭇국에 다 쏟아부을 것인가? 옆에서 같이 보던 집사2는 설마 고깃값 대충도 모르는 거 아냐? 조마조마… 게다가 이 노인 보게, 양지를 무려 한 근이나 달란다?! 헐...... 한우 양지를 한 근이나? 정말 저 할아버지 고깃값 모르는 거 아냐? 어떡해! 싶은데 더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묻는 정육점 주인에게 한 술 더 떠서 “소꼬리 같은 건 없냐?” 되묻는다. 헐 폐지 팔아 모은 돈, 오늘 다 탕진하나요? 정육점 주인은 소꼬리요? 하면서 가게 저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이미 양지 한 덩어리를 넘겨받았던 우식은 그길로 냅다 도망치는 것이다.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사2와 함께 경악. 어떡해! 달려! 아니 그러면 안 돼! 아니 달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빨리 달리라고 소리치게 된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붙잡히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저 사람 왠지 과거에 이런저런 잡범 저지른 범죄자였을 거 같지 않니?” 이런 합리적 의심을 품게 되는 장면.  &nbsp;  형준의 집에 모인 세 사람은 그렇게 고기가 듬뿍 들어간(진짜 듬뿍 덩어리째 들어가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고기뭇국과 흰쌀밥을 마주하고 나란히 앉는데 이때의 표정들이 진짜 하... 왜케 다들 연기만랩이십니까? 소고기뭇국을 너무나 감동 어린 표정으로 먹는 장면에서 나는 또 왜 눈물이 터지는가. “너 왜 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서 보던 집사2가 당황해서 묻는다. 아니 그냥 너무.... 글썽글썽.... ㅋㅋㅋㅋㅋㅋ 저 세 노인(특히 남성 노인 둘)은 대체 언제 저런 따뜻한 밥상을 받아봤을까? 국 타령 한남 가부장 짜증나면서도(실제로 국 타령하는 장면에서 나는 욕을 욕을 했다. 아, 국 없으면 밥을 못 먹냐? 니가 끓여먹어! 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막상 그들이 따뜻하게 먹는 장면을 보니 눈물 터지는 K 감성 잠자냥.... -_-  &nbsp;  그렇게 소고기뭇국을 맛나게 싹싹 비운 그들- 그런데 우식이 흐뭇한 얼굴로 묻는다. “물에 빠진 고기는 진짜가 아니지. 구워야 진짜지. 내일 저녁에 다들 뭐하슈? 고기나 먹으러 갈까? 내가 살게.” 이 할애비 보게 숨겨둔 돈을 진짜 이제야 푸는 것인가? 싶어진다. 우식이 고기 쏜다는데 마다할 리가 있나. 소고기뭇국 밥상 앞에서 서로 조금씩 이야기를 나눈 그들은 다음 날 의기투합해서 구운 고기! 그러니까 삼겹살집으로 출동을 한다. 이 노인들이 구운 고기를 먹은 게 얼마만일까...? 가늠하기도 어려운데, 삽겹살 3인분에 소주 한 병을 셋이서 맛나게 비우고 넉넉해진 마음으로 이제 일어서려고 하는 찰나 우식이 말한다. “나 돈 없어. 내 말 잘 들어 이제부터가 중요해. 형님은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는 척하고, 여사님은 화장실 가는 척 그길로 내빼!” (휴... 다행히 화장실이 건물 밖에 있었다) 헐...........ㅋㅋㅋㅋㅋㅋ 우식은 심지어 고기 1인분을 더 주문하고 고기를 굽는 척하다가 밖에서 기다라던 형준과 함께 냅다 달리기! 헐....... 어떡해! 달려! 아니 그러면 안 돼! 아니 달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빨리 달리라고 소리치게 된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붙잡히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저 사람 잡범 맞네, 맞아....” 아까의 합리적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br> 화진과 형준은 일단 도망치기는 했지만 평생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는 이들이라 훔친 고기가 더 맛있다,&nbsp;이 도둑질 첫 경험이 당황스럽고 쓰디쓰고 양심에 찔려 입맛이 쓰다. 화진은 더욱 길길이 뛴다. 내가 이런 인간들하고 엮여서 미쳤지 미쳤어! 그래서 이들이 이 단 한 번의 훔친 고기가 더 맛있다로 그쳤다면 영화는 30분 만에 끝났을 것이다. 이 삼인조는 어쩌다 보니 고깃집 무전취식 먹튀 행위를 끊지 못하고 계속 하게 되는데…. 이들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어떡해! 달려! 아니 그러면 안 돼! 아니 더 빨리 달려요!” 외치면서 계속 보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세 노인 각자의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폐지를 줍는 삶이 되었을지 알아가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웃음 끝에 눈물 꺼이꺼이... 그러다가 서늘해진다.  &nbsp;  인간 모두가 늙어가기 때문이고 한국에서 노인이 된다는 것은 형태와 계급 차이가 조금씩 있을지는 몰라도 소수의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저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끌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화면 속 그들의 삶이 단지 먼, 남의 이야기 같지 않게 다가온다. 형준의 경우 서울에 번듯한 양옥집을 자가로 소유하고 있다. 그는 근데 왜 폐지를 줍는가? 한때 미모가 빛났으리라 추측되는 화진은 대학생인 손자(...그래서 할머니한테 돈 달라고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도 있다. 화진의 지나간 삶을 얼핏 들어보니 그 미모 때문에 한 남자로부터 사랑도 받고. 그 부유한 남자의 재산에 기대어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딸도 낳고 손주도 보고..... 그런데 그는 지금 길거리에서 가판을 펼치고 야채를 판다. 우식은 또 어떤가? 범죄를 저질렀으리라는 나의 추측과는 달리 그는.... 범죄와는 어쩌면 가장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심지어 셋 중 가장 많이 배운 식자층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는 지금 가족도 없이 길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며 폐지를 줍는다. 이들의 젊은 시절 삶을 보면 열심히 살지 않아서, 젊었을 때 펑펑 놀아서 노인이 되어 가진 거 한 푼 없이 폐지나 줍고 무전취식이나 하면서 식충이처럼 산다고 손가락질하기가 멋쩍어진다.  &nbsp;  &lt;가난의 문법&gt;에서 저자 소준철은 이렇게 말한다. “제대로 생각이 박힌 사람이라면 빈곤층의 처참한 삶을 보면서 여유로운 삶은 보장된 것이 아니고 오늘 성공했다고 내일 실패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하는 게 타당하다.”고, 그리고 폐지를 줍는 빈곤층의 삶을 단지 연민과 감동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그것은 ‘사회를 위한 사유’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그들을 향한 ‘동정과 시혜보다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nbsp;  2017년을 기준으로,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전체 인구 중 빈곤 위험에 처한 인구의 비율)은 17.4%로, 미국의 17.8% 다음으로 높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만을 살펴볼 때,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43.8%였다.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여기에 65~69세의 고용률에서 한국(45.5%)은 아이슬란드(5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고, 70~74세의 고용률은 33%로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즉 한국의 노인은 일을 많이 하는데도 빈곤하다는 뜻이며, 이는 현재 노인들 노후 생활의 경제적 기반이 없다는 뜻이다. -소준철, &lt;가난의 문법&gt;<br>한국은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소득 수준이 높은 매우 잘사는 국가이다. 그런데 왜 노인이 되면 저토록 다들 빈곤의 늪에서 허덕이게 되는 것일까? 그들이 젊었을 때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인가? 열심히 산다는 기준은 대체 뭔가? 돈을 많이 버는 것?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직업을 갖고 있어도 열심히, 성실히 사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그들 대다수가 애초부터 가진 게 없어서 갑자기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안정망 없이 휘청대다 쓰러지고 마는 것은 아닐까? 이 영화에서도 부모 잘 만나서 고깃집을 운영하면서 노인혐오 발언을 내뱉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정말 자수성가한 열심히 산 인물인가? 이 영화에 관한 평을 보면서도 좀 씁쓸했던 게 노인들의 무전취식을 낭만화했다,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헤아리지 않았다 등등 비난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 그 지적도 맞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 그게 아니지 않은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보면서 이게 옳다 그르다 공평, 정의 부르짖으면서 그런 자기 자신을 끔찍이도 자랑스러워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그들이 너무나 많구나. 그런 당신들에게도 노년은 온다.<br> 최근 읽은 &lt;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gt;에서도 사회 안전망의 부재가 악순환의 출발점이 되어 사회적 불평등은 인간에게 태어날 때부터 불안 장애등 온갖 스트레스를 유전자적으로 각인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에 태어나 살면서, 이 불안에서 이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이들이 대체 얼마나 될까?  &nbsp;  소득 불평등과 관련된 또 하나 중요한 측면은 사회적 불평등의 사다리와 관련된 사회경제적 지위의 다른 부분은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소득은 한 가족이 임금으로 벌어 오는 돈의 액수는 포착하지만, 물려받은 돈, 어려운 시기에 안전망이 되어줄 부모, 보유 부동산 같은 전체적인 부는 전혀 포착하지 못한다. 바로 이런 소득이 아닌 부의 차이가 세대 간 사회 이동성을 줄이는 큰 요인이다. 그것은 충격을 완화해줄 완충재나 안전망의 유무에 기인한다. 특정 시기에 넉넉한 급여를 받고 있어도 경제적 주변부에 더 가까운 사람과 달리 부유한 집안 사람들은 직장을 잃거나 예기치 못한 의료 비용 같은 경제적 충격이 닥쳐도 거뜬히 버틸 수 있다. 그런 안전망 없이 안 좋은 시기에 안 좋은 충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모든 게 곤두박질칠 수 있다. 높은 급여를 받던 직장을 잃으면 대출금을 갚을 수 없게 되고, 그 때문에 집을 잃거나 우울증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형편이 얼마나 어려워질지 걱정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위험한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 그런 걱정은 사회적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커진다. 여차하면 사다리의 여러 단 아래로 미끄러질 수도 있다면 추락에 대한 공포는 더 크기 때문이다. - 대니얼 키팅, &lt;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gt;&nbsp;<br>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5712/20/cover150/k23273677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7122046</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요즘 산책 아무튼 고양이</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326735</link><pubDate>Wed, 10 Jun 2026 11: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32673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139319&TPaperId=173267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70/35/coveroff/k25213931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139290&TPaperId=173267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8/16/coveroff/k49213929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12139490&TPaperId=173267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44/12/coveroff/k31213949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9295&TPaperId=173267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20/62/coveroff/k11213929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9217&TPaperId=173267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69/74/coveroff/k122139217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socker/17326735'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

최근에는 산 책 잘 올리지 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산 책 이야기.... 인데 제목 보고 눈치채신 분 있을 듯한데 사실은 울 고양이들 사진 오랜만에 올리려고 산 책을 끼워넣어 보았습니다.... (오히려 더 좋아하는 분들 많을 듯?)<br><br>그래도 어쨌든 산 책부터<br><br> <br>레오나르도 샤샤, &lt;올빼미의 낮&gt;<br>민음사가 요즘 열일하는 것 같다. 세계문학전집이 쏟아져 나온다. 아니 에르노 &lt;사건&gt;처럼 쏜살문고나 과거의 민음모던클래식 시리즈에서 가져와서 세계문학으로 펴내는 일도 종종 있지만 이 책처럼 아예 처음 펴내는 작품들도 꽤 되는 것 같다. 말씀드리는 순간 중국 작가 마이지의 &lt;암호 해독자&gt;가 세계문학499번으로 또 출간되었다는군요! 아무튼 이것도 조만간 사야겠다.... 궁금해. &gt;_&lt;<br><br><br> <br>&lt;올빼미의 낮&gt;은 20세기 이탈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레오나르도 샤샤의 대표작. 1961년 발표된 이 작품은 당시 이탈리아 정부가 그 존재조차 부정하던 마피아 문제를 처음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이라고. 마피아! 범죄소설! 탐정소설! 재미있을 거 같음.&nbsp;<br><br><br> <br>세사르 아이라, &lt;바라모&gt;<br>민음사가 사실 세계문학 열심히~ 펴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출판계 전통의 (매출) 강자는 사실 문학동네였는데 민음사가 그 자리를 꿰찼다.... 이건 좀 이례적이긴한데 노벨문학상 덕을 톡톡히 보는 국내 출판계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문학동네/창비가 당연히 매출 껑충! 뛸 줄 알았으나 뜻밖에도 민음사가 매출 1위를 차지..했는데 거기엔 이런저런 설이 있지만 내가 보기엔 민음사가 요새 유튜브로(민음TV) 홍보를 잘 하고 있는 덕이 크지 않나 싶다. 텍스트힙 외치는 MZ들한테 먹히고 있는 것 같고 몇몇 편집자(TV에도 나오신 분 있다면서요?)의 공도 큰 거 같다..(그들에게 보너스 좀 주셔야 할 거 같은데...)<br><br>이 책도 내 기억이 맞다면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특집편에서(지금까지 내가 유일하게 본 민음TV) 민음사 편집자들이 모여서 수다 떨다가 이런저런 작가들이 조만간 노벨문학상 받을 것이다라고 언급한 작가 중 한 명이다. 김민경 편집자가 이 작가를 밀었던 거 같은데....? 그때 기억해 둔 이름. 이번에 나오자마자 사서 봤다. 너무 재밌어.... 아스트랄한데 은근 내 취향이야......&nbsp;<br><br>예전에는 민음, 창비, 문학동네, 열린책들, 대산세계문학(문지), 을유 등등 세계문학전집류는 웬만하면 읽고 팔지 않았다. 전집이니까 모으려고. 근데 요즘은 이것도 현타가 와서 웬만한 책은 전집임에도 팔아버린다. 근데 이 책은 살아남았다. 책꽂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코너에 꽂아둠. 조만간 또 읽을 예정.<br><br>근데 너무 웃긴 거 하나. 얼마 전 트위터 보다가 빵 터졌는데.... 아니... 이건 어디서 익숙한... 100자평? 내가 이 “해외문학을읽어봅시다” 계정을 팔로워하고 있단 말이지 근데 이분이 내 100자평 좋아서 가져다 올리신... 저기요, 그저 제가 쓴 건데... ㅋㅋㅋㅋ 트위터에서 가끔 내가 쓴 100자평, 리뷰 가져다 올리시는 분들이 있다. 편집/수정해서 자기가 쓴 것처럼 하지만 않는다면 그냥 두는 편. 그렇다고 나라고 말하지도 않는 편....<br><br><br><br><br>아무튼 좋은 책 많이 만들고 싶으시다니, 많이 만드시고, 얼른 아이라 또 내놓으시오?!<br><br><br><br>브리기테 슈바이거, &lt;소금이 왜 바다에 있지&gt;<br>지만지에서 (내 기준) 대박 작품 나왔다. 비싸기 짝이없는 지만지 책, 전자책으로 사는 것도 아니요,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는 것도 아니라 내가 냉큼 사버리면 (내 기준) 찐이다... “출간 즉시 독일어권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독일 여성 문학의 기념비적 소설” “여주인공의 내적 독백으로 중산층 가정의 위선과 남녀 간 수직 관계를 해부” “초판 출간 당시 독일어권에서만 50만 부가 판매 이후 20개국에 번역 출간” 궁금하쥬?<br><br> <br>장 콕토, &lt;인간의 목소리&gt;<br>이것도 너무 궁금해서 사서 홀라당 읽고 100자평 남김.&nbsp; &nbsp; &nbsp;<br><br><br> <br>제인 워드, &lt;이성애의 비극&gt;<br>요즘 탈이성애/ 탈로맨스하라고 권하는(응?) 책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이 책 사실 그렇게까지 궁금하지는 않지만 또 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해서 구매.&nbsp;<br><br>아니, 요즘에 집사2가 ‘그알’이나 ‘궁금한 이야기Y’ 이런 프로그램 시청하고 있을 때 옆에서 좀 보곤 하는데.... 알고리즘 때문에 계속 그런 방송만 연달아 뜨는 것 같기도 하지만 너무 심하다 싶은 게 한국의 젊은 여성들아 요즘 한남하고 연애 어떻게 하고 있는 거니? 볼 때마다 경악한다. 교제폭력, 스토킹살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싶음.<br><br>사랑한다면서 좋아한다면서 감금해서 바리깡으로 머리 밀어버리고 때리고 여자 친구 얼굴에 오줌 싸고(새끼야 니가 소돔 120일이냐?) 개똥 먹이고.... 그러다가 결국 살해. 와................... 이런 일이 한 두 건이 아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이 가해자들 부모, 아들 부모들 하는 말. 여자애가 도발했다. 그렇게 심한 폭력도 아니다. 이지랄....... 아 또 혈압 오르네.<br><br>한남하고 연애하려면 일단.<br><br>1. 모텔/호텔/펜션 등 숙박시설 입실 시 방 안에 불법카메라 있는지 찾아봐야 함<br>&nbsp; &nbsp;(아 이건 남자친구 집에서도 마찬가지. 여자들은 웬만하면 남친을 자기 집에 데리고 오지 않는 게 좋은 듯)<br>2. 그러고도 남친이 지 폰으로 몰래 찍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해야 함<br>3. 합의하고 찍자고 해도 절대 찍으면 안 됨<br>4. 헤어질 때 안전이별 가능한 놈인지... 체크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한가...? 아이고야. 요즘엔 그래서 안전이별 책임져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단다. (조폭들이 하는 건가? ㅋㅋㅋㅋㅋ)<br><br>근데 뭐 사실 이건 꼭 이성애가 아니라 게이커플이나 레즈비언커플에서도 집착 쩔고 폭력적인 인간은 있기 마런이니까... 아무튼 이성애의 비극이 아니라 로맨스의 비극인가?<br>&nbsp;<br>그래서 결국 이런 책을 읽는 것이다.&nbsp;<br><br> <br>딘 스페이드, &lt;이 망할 세상에서 사랑이라니!&gt;<br>부제는 “연애와 사랑, 세상을 뒤엎을 혁명적 가이드”<br><br>에효.... 걍 혼자 살아.... ㅋㅋㅋㅋㅋㅋㅋㅋ<br><br><br>고닉 언니도 그래서 이런 책을 썼답디다...? 곧 나올 예정이라고. 아 이것도 사봐야겠네. 바쁘다 바빠!&nbsp;<br><br><br><br> <br>문학동네에서 &lt;낙원의 이쪽&gt; 출간된 거 보고 폴스타프 님이 “읽고싶어요”를 체크해 두셨기에...엥? 이분이 이걸 읽으셨을 텐데...? 하고 검색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ㅋㅋㅋㅋㅋ 폴스타프 님이 헛짓하시는 거 미리 막아드렸다. 사실은....... 나도 내가 예전에 펭귄판으로 읽은 거 같은데 아리까리 해서 찾아보고 알게 된 거라능.....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너도 또 사려고 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br><br><br><br><br>"인간들은 도대체... 자기가 읽은 것도 모르면서 왜 책을 읽는 것일까냐용?"&nbsp;<br>그래서 책탑<br><br>헐....이게 뭐냐??? 너무 책탑이 낮다!!!!!!!!!!!<br>그 이유는... 아직도 오는 중 ㅠㅠ 지난주에 주문했을 때 주말에 온다더니... 힝......<br><br><br><br>아쉬운 분들을 위해......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책탑 좀 볼래요?&nbsp;&nbsp;<br><br>ㅋㅋㅋㅋㅋ 읽은 책 산 책 팔 책 마구 뒤섞임... ㅋㅋㅋㅋㅋㅋㅋ여기가 이렇게 된 건.... 이사 가야 할지 몰라서 마구 쌓았다고 핑계.<br><br><br>요즘 푸코-한나. 내가 책방에 가 있으면 이렇게 따라와서 바깥 구경...<br><br>누가 지켜보는거냥?<br><br>ㅋㅋㅋㅋㅋㅋㅋ 망태횽아! 푸코-한나 싫다면서 왜 쫓아가서 보고 있는지...<br><br><br>거참... 알다가도 모를 망태오빠야......<br><br><br>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커버린 푸코<br><br>너무 커버린 푸코22222222222 (현재 태어난 지 11개월 실화냐? ㅋㅋㅋㅋㅋ)<br><br>불과 몇 개월 전과 비교해보겠습니다.....<br><br><br><br>그만 커! 이 똥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지난겨울 집주인이 집을 내놓았다고 연락을 해왔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집권하자 세금 문제 때문에 집을 팔아버릴 결심을 한 것 같았고 그래서 우린 이번 여름에 또 이사 가야 하나(저 많은 고양이들을 다 가방에 어떻게 넣느냐 고민 ㅋㅋㅋㅋ ) 피로가 확 밀려왔다. 그 후 봄까지 종종 사람들이 집을 보러 왔는데......... 아 진짜 웃겨 ㅋㅋㅋㅋㅋ 집 보러 온 사람들 반응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br><br>1. 집 자체에 관심 있는 사람들<br>반응: 잘 꾸미고 사시네요....(엥? 어디가?? 오래된 집이라 마루나 문 등 기본 나무 색이 진한 갈색이라 거기에 맞춰 초록으로 꾸몄을 뿐...) 장롱 붙박이인가요? 아일랜드식탁 여기 원래 있던 건가요? 워크스테이션 원래 있던 건가요? (이건 10대 학생을 둔 집일 때 눈 반짝 ㅋㅋㅋㅋ)&nbsp; 다 아닙니다! 다 저희 겁니다! 다 가져갈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2. 책방 보고 휘둥그레지는 사람들&nbsp;<br>반응: 책이 정말 많아요! 책이 진짜 많아요! 교수님이세요? 선생님이세요? 작가세요? (직업적 질문 쏟아짐) 와 부럽다.. 우리도 이사 가면 이렇게 꾸미자(집에 책은 있으신지...?)<br><br>책방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 반응은 매우 긍정적.... (다만 이삿짐센터에서는 매우 싫어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nbsp;<br><br>3. 고양이에 눈 돌아가는 사람들<br>반응: 아 귀여워요! 예뻐요! 몇 마리에요? (주로 여자들은 나이 불문 고양이를 보는 바로 그 순간부터 고양이에 눈 돌아가서 더는 집을 보지 않는다.....)<br><br>울집에 집 보러 온 사람들 반응은...... 대부분 2와 3. 그중에서도 3이 압도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 보느라 집을 안 봐. 그래서 집은 팔리지 않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고양이들을 내세워서 집구경을 방해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br><br>그런 중 오세후니가 서울 시장 당선이 되었다. 이놈이 선거 전에 딱 터뜨린 게 우리 동네 재개발 공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되었을까요? 선거 끝난 후.... 며칠 전 집주인이 전화했다. 집 절대 안 판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마음 놓고 편히 오래 살라고.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원히가 아니라 재개발 되는 시점까지 절대 안 팔겠죠. 그래서 한동안 이사 걱정은 사라졌다. 살다 보니 오세후니 덕을 다 보는가? 에효. 제기랄....ㅋㅋㅋㅋㅋㅋㅋㅋ<br>근데 역시 고양이에 눈 돌아가는 분들도 보는 눈은 있어서 주로 막냉이랑 한나한테 꽂히더라. ㅋㅋㅋㅋ<br><br><br>끄아..... 원조 막냉이 원조 예쁜이<br><br>새롭게 떠오른 우리집 얼짱이 ㅋㅋㅋㅋㅋㅋ<br><br>"정의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자.<br><br>정의란... 그게 뭘까요? <br><br><br>에라이 방구뽕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br><br>아무튼 그래서 이사 핑계로 산더미처럼 쌓아둔 저 책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 과연?<br><br>아 맞다! 이거! ㅋㅋㅋㅋㅋㅋㅋ집사2가 AI 이용해서 만든 건데 ㅋㅋㅋㅋ 아니 카톡으로 주고받으면 저 글씨들이 움직인다고 합디다...? 근데 저는 카톡으로 받은 게 아니라서 ㅋㅋㅋㅋㅋㅋ 이걸 어떻게 써? ㅋㅋㅋㅋㅋ<br><br><br><br><br><br><br><br><br><br><br>이렇게 하나씩 오려서 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br>헤헤.......ㅋㅋㅋㅋㅋㅋㅋㅋ]]></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5/84/cover150/893746485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958474</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사랑은 타자의 이해를 구하지 않으니. - [데미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318371</link><pubDate>Fri, 05 Jun 2026 14: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31837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139095&TPaperId=173183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0/60/coveroff/k21213909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139095&TPaperId=1731837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데미지</a><br/>조세핀 하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녹색광선 / 2026년 06월<br/></td></tr></table><br/>

사랑은 이해(理解)를 불허한다&nbsp;<br>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파동, 이런 것을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때문에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닌 타자의 이해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떻게 그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 어떻게 그런 관계에서 사랑이 싹틀 수 있어? 파국이 뻔한데 어떻게 거기서 벗어나지 못해?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이런 말들은 그래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이해할 수 없는 관계에 놓인 당사자들은 타인의 이해를 구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타자들이 이해할 수 없음, 그 금기 또는 금지나 마찬가지인 상황, 상태, 관계에서 더욱 불꽃이 타오르기 마련이다. 금기가 열정을 불러온다. &lt;데미지&gt;의 ‘나’와 ‘안나’의 관계가 바로 그 이해할 수 없음의 사랑이다. 그러나 그들은 타인들의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 따위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br><br>타자들은 왜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가? ‘나’는 모든 것을 가진 남자이다. 어느덧 쉰이라는 나이에 이른 그는 인생의 정점에 있다. 의사가 되었고, 부유한 집안의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잘생기고 똑똑한 아들, 예쁘고 똑똑한 딸은 번듯하게 성장했다, 그는 의사라는 신분, 아내 집안의 도움과 조력으로 정계에 입문, 어쩐지 욕심이 없는 듯한(정치에서 사적으로 바라는 게 없는 듯한) 무심한 태도로 사람들이 마음을 사로잡아 승승장구, 차기 영국 총리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는 그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안정적이고 안온한 날들을 보낸다. 그 여자 ‘안나 바턴’을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게 완벽했다. 아니, 실은 무언가 공허하고 때로는 헛헛하지만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최면을 걸며 살아왔다.&nbsp;<br><br>그런데 그 여자, ‘안나’가 나타난 것이다. 그냥 가벼운 바람인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하필이면 안나는 아들 ‘마틴’의 연인. 그것도 바람둥이이던 아들이 결혼을 꿈꿀 정도로 푹 빠진 연인이다. 어떻게 아들의 연인을 욕망할 수 있느냐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노라고, 그저 당신은 노망난 늙은이라고 정신 차리라고 질책하는 것은, 어떻게 그런 사랑이 가능하냐고,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단지 욕정이 아니냐고 되묻는 것은 그에게는 이미 소용없는 일이다. 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들려도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젊고 잘생긴 데다가 심지어 자신보다 8살이나 어린 남자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는 여자가 연인의 아버지로부터 욕망이 들끓는 시선을, 추파를 받는다니,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불쾌할 것이다, 오 불쌍한 안나, 가련한 안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은 사랑을, 욕망을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일면만을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br><br>사랑은 이기적이다<br>안나 또한 그에게, 그러니까 연인의 아버지인 그에게 반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 표현은 틀렸다. 그를 알아보고, 그가 자신과 동류의 인간임을 알아보고 욕망을 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나가 마틴을 사랑하지 않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안나는 마틴은 마틴 대로, 연인의 아버지인 그는 그대로 욕망한다. 아니, 이 표현도 틀렸다. 그들이 자신을 욕망하도록, 갈망하도록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도록 내버려둔다.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음으로써 부추긴다. 이 여자는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팜파탈? 단순히 팜파탈이라고 하기엔 그녀의 내면이 복잡하다. 그래서 이 관계, 삼각관계라 부르기도 애매한 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의 조합은 그렇게 유지된다. 안나와 마틴은 표면적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연인 사이로, 약혼하고 조만간 결혼할 사이로... 그리고 그 이면에서는 ‘나’와 안나가 은밀하게 내내 서로를 갈망하는 사이로. 물론 마틴은 꿈에도 알지 못한다. 아버지와 자신의 연인이 그렇게 서로의 몸을 탐하는 숨겨진 연인 사이라는 것을.<br><br>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 뻔뻔한 것들! 이기적인 것들! 마틴에게 상처 줄 것을 뻔히 알면서 예비 시아버지와 예비 며느리가 어떻게 그런 사이가 될 수 있지? 정말 이기적이다. 정말 추잡하다! 짐승만도 못한 것들! 쯧쯧! 비난과 손가락질이 난무하리라. 그러나 사랑은 이기적이다. 심지어 자신이 사랑하는 그 상대에게조차 이기적이다. 사랑은 언제나 내 욕망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너의 욕망, 너의 갈망부터 채워주고자 하는 사랑이 이 세상에 얼마나 존재할까? 과연 있기는 할까? ‘나’는 안나를 처음 보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이제껏 쌓아올린 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오직 그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안나를 찾는다. 이기적 욕망이 먼저이다. 안나는 또 어떠한가? 마틴에게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줄 것임을 알면서도 ‘나’ 그러니까 연인의 아버지를 받아들인다. 그와의 정기적인 밀회를 약속하기까지 한다. 마틴이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 것을 십분 활용한다. 안나에게는 그래서 ‘마틴’, ‘나’ 말고도 또 다른 남자들이 존재한다. 언제나 나의 욕망이 먼저이다. 사랑은 이토록 이기적이다.&nbsp;<br><br>마틴은 이 사랑의 게임에서 피해자이기만 한가? 마틴은 안나에게 섣불리 질문하지 않는다. 비밀 많은 그녀의 삶이 궁금하면서도 묻지 않는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그녀를 잃어버리고 말 것임을 알기에 침묵한다. 그토록 수많은 금발의 여자들을 만나고 버리고 만나고 버리고를 반복한 끝에 이제 이 검은 머리, 연상의 여인에게 푹 빠진 마틴은 그녀를 잃지 않으려고 묻지 않는 편을, 알면서도 눈감기를 선택한다. 이것은 과연 이타적인 행위인가? 이 또한 자신의 갈망을 채우기 위한 색다른 선택, 이기적 욕망이 아닌가? ‘나’, 안나, 마틴 이 세 사람 외에도 &lt;데미지&gt;에 등장하는 대다수 인물들은 결국 사랑 앞에서 자신이 먼저이다. 자기의 욕망이 먼저이다. 피터, 애스턴… 네가 없으면 나는 죽어, 너를 보지 못하면 나는 죽어이지, 너를 살리기 위해 내가 너를 떠나거나 너로부터 벗어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갈망이, 욕망이 아들을 파국으로, 자기를 파국으로, 가정을 파국으로 몰아갈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못한다. 왜냐하면 안나와 함께 있을 때 처음으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삶이 살아 있음을 경험하기 때문에.<br>&nbsp;<br>사랑은 상처이다&nbsp;<br>그러나 결국 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은 타자의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음에도 세상은 자신을 이해시키도록 해명을 요구한다. 설명할 수 없음, 설명이 되지 않음, 설명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음. 그런 관계는 끝내 세상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한데 왜 사랑하는 두 당사자가 아닌 세상이 그 사랑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러나 세상은 그렇다 치고 무시한다 치고. 이 두 사람과 얽힌 관계에 놓인 자들은 그 두 연인의 욕망의 파동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마틴, ‘나’의 아내 ‘잉그리드’, 딸 ‘샐리’… 그의 욕망은 그와 안나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 구성원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겨줄 것이다. 그런 ‘나’는 행복하기만 할까? 불행한 가운데서도, 불행해질 것을 알면서도 행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안나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그 행복이 피투성이 행복임을 알면서도 피범벅이 되기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안나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피 흘리면서도 생이 눈앞에서 생동하기 때문에….<br><br>그러나 안나는 그하고만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어떠한가? 안나와의 결혼 생활을 꿈꾸는 사람인가? 가능한 사람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안나는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리라. 서로 동류임을 알아본 것이리라. 그러나 이렇게 자기의 욕망에 충실한 자들은 타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타인뿐만이 아니라 피투성이 사랑에 자기를 몰고 감으로써 자기 또한 종국에는 상처받고 만다. 그래서 사랑은 상처이다. 내가 피를 흘리고 너 또한 피를 흘리게 하는…. “모든 것을 바꾸는 찰나의 경험, 교통사고, 열어보지 말아야 했을 편지, 가슴이나 사타구니 안의 멍울, 눈을 멀게 하는 플래시 불빛.”(p.46)<br><br>거기 상처받은 짐승은 고통에 부르짖으며 눈물을 흘린다. 죽음과도 같은 삶이 형벌처럼 주어진다. 아들을 잃은 눈물, 가족을 잃은 눈물, 안나를 잃은 눈물을 내내 흘리리라...... 그러나 그런 중에도 가족을, 아들을 잃은 슬픔보다 안나를 잃어버린 슬픔과 고통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더 농도 짙으리라. 멈췄어야 한다고, 다 잃기 전에 그만두었어야 한다고, 그토록 많은 걸 가진 자가, 그런 욕망에 모든 걸 걸다니 어리석다고, 이해할 수 없노라고,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당신의 삶을 통제했어야 한다고 타자들은, 세상은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른다. 그러나 통제할 수 있었다면, 떠날지 머물지 고뇌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면 그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갈망을 결코 품어본 적이 없노라 그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 &lt;데미지&gt;는 사랑의 이런 속성들을 서늘하게 보여준다.&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10/60/cover150/k21213909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106011</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인생은 안갯속 그의 문장도 안갯속</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285317</link><pubDate>Tue, 19 May 2026 10: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28531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838274&TPaperId=172853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617/85/coveroff/k89283827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5208&TPaperId=172853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4/80/coveroff/893204520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5194&TPaperId=172853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4/35/coveroff/893204519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

  <br><br><br><br><br><br><br><br><br><br><br><br><br>몇 해 전에 헨리 제임스의 &lt;비둘기의 날개&gt;(아토북, 2022)가 출간되었다. 내게 헨리 제임스는 재미없는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는 작가 그래서 결국 읽게 되는 작가 중 하나였으므로 이 책을 읽는 것은 당연했다.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었는데.....! 읽을수록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헨리 제임스의 문장은 애초부터 종속절도 많고 우회적인 수사가 많기에 원문 및 변역문장 모두 딱히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했으나, 아니었다. 책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번역 책에서 오역을 지적하거나 문장이 이렇다 저렇다 왈가왈부하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별 불만 없이 읽는 편이다. 그럼에도 아토북에서 출간한 &lt;비둘기의 날개&gt;는 한국어 문장의 주술 호응 자체가 전혀 안 되는 엉망진창 책이었다. 중간까지 꾸역꾸역 읽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포기하고 반납. 그때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100자평을 남긴 적이 있다. 그 이후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의 평점은 2점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다들 얼마나 고통스럽게 읽다가 포기했는지 100자평 자체가 너무 재밌는 게 아닌가. 궁금하신 분들은 (저 아래에서) 책 클릭. 그리고 문제의 번역 상태가 궁금하신 분들은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읽어보시라. 호기심에 구입 절대 금지!&nbsp;<br><br>아무튼 조금 지나면 다른 출판사에서 나오겠지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대산세계문학 &lt;비둘기의 날개 1, 2&gt;로 출간되었으니 “어머 이건 사야 해!” 읽기를 마친 지금, 이런 지경의 현란한 문장이니 저 출판사에서 번역가 둘이 진짜 번역을 했든 아니면 번역기를 돌렸든 말이 안 되는 한국어 문장으로 뚱땅뚱땅 책을 펴낸 것이로구나 싶었다(한데 저 번역가들은 정말 번역한 게 맞을까? 편집자는 문장 감수도 하지 않은 것일까? 여전히 의문이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lt;비둘기의 날개&gt;는 헨리 제임스의 후기 대표작 중 하나로, 헨리 제임스는 후기로 갈수록 그 꼰 문장 또 꼬기 지극히 현란하고 화려한 문장으로 독자 뇌와 눈알 후리기 신공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lt;비둘기의 날개&gt; 읽다가 그 모호한 문장들- 그러니까 이게 그건지 그게 그건지 도대체 등장인물들이 왜 말을 콕 찝어서 제대로 하지 않는지 답답함에 속이 터져서 몇 번이나 아니, 복숭아가 먹고 싶으면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직설적으로 말하라고! 복숭아가 먹고 싶은데 “여름이면 왠지 털복숭이가 떠오르고는 하지 않아요?” 이러고 있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이 몇 번이나 일어났으며, 안 그래도 좋아하지 않는 비둘기가 더 싫어지려고 했다.....&nbsp;<br><br>그럼에도 1, 2권 합해서 장장 860쪽에 이르는 이 작품을 주말 이틀 동안 다 읽어버렸다. 헨리 제임스 작품 읽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 인간이 그런 꼰 문장 또 꼬기 신공으로 펼치는 이야기들은 마치 일일드라마, 그것도 막장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많기 때문이다(그 신공을 전수받아 오늘날 화려하게 펼쳐 보이고 있는 작가가 바로 21세기 게이로맨스계의 헨리 제임스, 앨런 홀링허스트이다). &lt;비둘기의 날개&gt;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설거지하던 어무니도 고무장갑 낀 채로 물 뚝뚝 떨어뜨리며 텔레비전 앞에 서게 앉게 만드는 일일드라마, 막장 드라마처럼 흥미진진, 그러나 대사는 참........ 복숭아를 복숭아라 말하지 않고 땀방울 송송 그 여름의 털복숭이라 운운하며 흐른다.&nbsp;&nbsp;<br><br>여기 세 가지 인생이 있다.&nbsp;<br>세 사람이 있다. 막대한 재산과 그에 어울리는 기품과 미모를 지닌 여자가 있다. 나이도 젊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그녀, ‘밀리’에게 부족한 것은 삶이다. 이 젊은 나이에 불치의 병에 걸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삶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칭송할 만한, 부러워할 만한 미모를 가진 여자, ‘케이트’- 그녀를 수식하는 단어는 말 그대로 “수려하다.” 젊음도 그녀의 것이며 이토록 아름다운 외모에 건강하기까지 하다.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하겠노라 맹세하는 연인까지 있다. 그런데 신은 공평한지 케이트에게는 집안이 지옥이다. 그녀를 지지해주고 사랑해주던 엄마는 먼저 세상을 뜨고 불한당 같은 아버지와 그녀의 언니-오! 가난하고 재능도 없는 남자와 결혼해 줄줄이 아이를 낳고 구질하게 살면서 호시탐탐 동생 케이트에게 기대어 살 궁리만 하는 짐 덩어리 언니 ‘메리언’이 있다.&nbsp;<br><br>헨리 제임스는 이 불한당 아버지를 묘사할 때도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몹쓸 짓을 했는지 딱 잘라 말하지 않는다. 구구절절 그에 관해 묘사하긴 하는데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호하다. 케이트의 가족들에게 커다란 망신을 주었으며 ‘어리석고 잔인하고 사악하기까지’ 했으며 그래서 케이트의 엄마는 상처받고 버림받고 망가져 무능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이 대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는다. 케이트는 그저 자신이 열다섯 살쯤 되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져서 아버지가 전혀 가망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만 알뿐이다. 결론적으로 느끼기엔 그가 화려하게 꾸미고 다닐지언정 속은 빈 깡통 같은 인물, 먹고사는 데 열심이기보다는 번지르르 꾸미고 다니면서 일평생 한량 짓만 하는 그런 기생충 같은 인물임을 감지하게 된다.&nbsp;<br><br>하지만 신은 케이트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아서 그녀에게는 부유한 이모라는 존재를 선물한다(‘모드 이모’). 이모는 첫째 조카 ‘메리언’은 일찌감치 포기해버리고 케이트를 점찍어 물질적 후원을 해주면서 그녀를 런던의 상류층으로 이끌어주고자 마음먹는다. 케이트는 그에 어울릴 만한 미모와 재능-그러니까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수완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니 그녀가 구질구질한 집안을 벗어나 이모의 눈과 마음에 쏙 드는 생활을 해나간다면, 케이트의 삶도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드 이모는 천사인가 싶은데 딱히 그렇지는 않다. 이모 또한 케이트에게 일종의 투자를 하는 셈이다. 자신의 노년을 안락하게 보내기 위해 케이트의 가치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이다.&nbsp;<br><br>그러나 거기엔 큰 걸림돌이 하나 있다. 바로 케이트를 사랑해마지 않는 남자, ‘머튼 덴셔’가 문젯거리이다. 수려한 케이트에게 어울릴만한 매력적인 외모, 그러니까 한마디로 매우 잘생긴 외모를 지닌 이 남자, 또한 젊고 건강하며 똑똑하다는 재능까지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는 가진 게 하나도 없는 가난뱅이 신세였다. 조카를 상류층으로 이끌어주겠다는 모드 이모의 눈에 그는 거지나 다름없어 못마땅함을 떠나서 떼어내 버려야 할 암 덩어리 같은 존재이다.<br><br>당신이라면 어떤 생을 살겠는가?<br>막대한 부(富), 젊음과 미모를 가졌지만 질병으로 인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 누구나 인정하는 수려한 외모에 젊음, 건강을 가졌지만 가난한 데다 진드기 같은 가족이 들러붙어 있는, 그러나 부유한 친척이 너만큼은 도와주겠노라(단, 내 말을 듣는 조건 아래) 약속한 상태인 인생, 빼어난 외모와 똑똑함이라는 재능까지 지녔으나 가난뱅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생, 이 세 가지의 삶 중 당신이라면 어떤 생을 선택해서 살겠는가? 현대라면 케이트와 덴셔의 조건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둘 다 외모가 빼어나고 젊으니까 그 외모를 자원 삼아 부를 쌓을 수도 있고(연예인/아이돌 데뷔/부자와 결혼하기 등등), 덴셔의 경우에는 똑똑하기에 그 머리를 이용해서 차곡차곡 성장&amp;성공의 길을 걸어갈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때는 20세기 초반, 신분이나 지위, 계급 격차가 너무도 뚜렷하고 그것을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영국의 런던이다. 케이트는 아무리 수려한 외모를 지녔다할지라도 집안이 형편없기에 좋은 가문의 남자와 결혼해 신분상승을 꾀하기도 어렵고, 시대가 시대인지라 직업을 구해 먹고살기도 버겁다. 머튼 덴셔의 처지 또한 케이트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무리 젊고 잘생기면 뭐하나? 좋은 집안의 여자와 결혼하기엔 애초에 글렀다. 그의 신분이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똑똑하고 재능이 넘치면 뭐하나? 집안에서 밀어줄 수가 없어서 좋은 교육을 받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nbsp;<br><br>나라면.... 밀리의 인생, 저 막대한 부를 지닌 밀리의 인생이 차라리 괜찮지 않나 싶다. 어차피 언제고 한 번은 죽을 인생. 남보다 조금(?) 일찍 죽는다는 것뿐… 저토록 엄청난 부를 지녔으니 살아 있는 동안 실컷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남들보다 일찍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게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밀리도 여행을 떠난다. 자신이 살던 미국 뉴욕을 떠나 신대륙에서 구대륙인 유럽으로, 런던, 이탈리아로…. 그리고 그곳에서 케이트를 만난다. 밀리는 수려하고 당당한 케이트에게 한눈에 반하다시피해 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nbsp;<br>&nbsp;<br>내 애인을 빌려드립니다<br>가난뱅이 연인 케이트와 덴셔는 모드 이모의 반대로 대놓고 사랑을 속삭이지는 못한다.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수완을 갖춘 케이트는 언니처럼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자기보다 더 가난한 덴셔와 결혼하는 것은 언니와 마찬가지로 시궁창을 걷겠노라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모드 이모는 종용한다. 덴셔와 멀어져라, 내가 원하는 남자, 너에게 어울릴 만한 남자, 런던 상류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지위와 부를 가진 남자를 만나야 한다…. 케이트는 이모의 재산, 이모가 가진 부가 탐나지만 그렇다고 덴셔를 하루아침에 버릴 만큼 냉정하지도 못하다. 그러기엔 그를 너무 사랑한다. 그래서 이 수완가가 생각해내는 것이 “내 애인 빌려주기”였으니....<br><br>덴셔는 타고난 재능으로 어찌어찌 기자가 되어 미국의 한 신문사에 취업, 저널리스트로 활약하던 중 그 넓은 미국 땅에서 우연히 밀리를 알게 되고 잠시 친분을 나눈 전력이 있다. 그런데 이 잘생기고 똑똑한 남자한테 밀리가 호감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까. 이 사실을 알게 된 케이트는 비상한(?) 머리를 굴려 꾀를 짜내고 덴셔에게 말한다. 그녀, 밀리를 유혹하라고, 밀리의 마음을 차지해버리라고 그래서 그녀와 결혼하라고. 어차피 그녀는 곧 죽을 것이므로, 그러고 나면 그 재산은 온통 너의 차지가 될 것이고, 그러면 너는 그 막대한 재산을 갖고 나를 찾아와, 나와 다시 결혼하면 된다고. 우리 사이에 그깟 몇 년 참지 못하느냐고…. &lt;비둘기의 날개&gt;는 이런 막장 아닌 듯한 막장스토리로 흘러간다.<br>&nbsp;&nbsp;사랑하는 사람이 잘못된 일을 하더라도 이미 그것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면 폭로하기보다 차라리 도와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사랑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비굴함의 주된 면모일지도 모른다. 일단 그녀 쪽에서 아무리 우회적일지라도 오로지 이득을 보려는 어떤 계획을 세웠다면 당연히 그 무엇보다 충성심이 요구되니까 말이다. (&lt;비둘기의 날개&gt;, 2권, p.93)&nbsp;<br>비둘기 한 마리 두고 모두가 잇속을 차리는구나<br>저게 가능할까? 케이트가 덴셔에게 하는 제안을 보며 생각해본다. 애정이 식은 것도 아니고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과 단지 지금 결혼할 처지가 못 되므로 조금 지나서 얼마쯤 조건을 갖춘 다음에 결혼하자고, 그런데 그 조건을 갖추기 위해 나 대신 다른 사람, 부자인 사람과 결혼했다가 다시 오라는 제안- 그게 과연 가능할까? 내가 케이트라면 나는 저런 제안을 하지 못한다. 내가 덴셔라고 해도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그렇지 않은가? 요즘이야 뭐 스와핑이니 뭐니 부부끼리 섹파도 바꾸고 그걸 관람까지 하는 일도 종종 있다지만… 글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사는 꼴을 지켜보라고?! 만일, 밀리가 죽지 않는다면?(애매모호의 달인 헨리 제임스는 이 책에서 밀리의 병명을 끝끝내 정확히 밝히지 않는다. 백도인지 황도인지 천도인지 신비인지 말하지 않고 그저 여름 털복숭이에서 끝나고 마는 얄미운 제임스여......). 밀리와 덴셔 둘 사이에 애라도 생긴다면? 그 막대한 부를 이용해서 병을 고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정말 죽 쒀서 남 주는 일 아닌가?<br><br>덴셔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내가 홀딱 반한 사람이 바로 여기 있는데,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척 연기하라고? 심지어 결혼생활을 하라고? 저 사람, 밀리라는 여자가 나에게 아무리 호감이 있을지라도 내 마음에 불을 켜지 못하는 대상이라면, 내 욕망에 불을 지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랑의 연기는 얼마나 고통이며 지옥이겠는가. 게다가 덴셔는 그렇게까지 파렴치한은 아니라서 눈 딱 감고 밀리에게 호감이 있는 척, 사랑하는 척하기가 어려운 부류의 인간이다. 그 여자와 말이 조금 통했고 그 여자가 좋은 사람이며 아픈 사람이라 연민이 들기는 하지만 단지 그것뿐. 사랑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종종 자신의 욕망에 눈이 멀어 엉뚱하고도 엄청나고도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결국 케이트의 제안을 덥석 물어버리는 덴셔….&nbsp;&nbsp;<br><br>보라! 헨리 제임스 최초의 화끈&amp;모호 에로틱 아닌 애매모호틱 섹스신!&nbsp;<br>덴셔가 그런 아스트랄한 제안을 확 물어버리는 것은 오직. 그녀, 케이트와 결혼하기 위해서이다. 덴셔는 잘생기고 똑똑하고 파렴치한은 아니지만 우유부단해서 케이트가 하라는 대로 하는 좀 나약한 인물이다. 그래서 주변의 여자들-케이트, 밀리, 모드 이모, 밀리의 샤프롱 수전 셰퍼드에게조차 내내 휘둘린다. 케이트의 저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제안도 조금 고민 끝에 덥석 물어버리는데, 그러면서 그가 내 거는 조건이 있다. 끝없이 케이트에게 조르는 것이다. 뭘? 에이, 다 알면서..... 케이트여, 제발 단 둘 있을 수 있는 곳으로 와요! 내 거처로 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여기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저놈이 그냥 자기 집에 와서 놀자는 것인가? 방에 들어가서 둘만 알콩달콩 놀자는 것인가?<br><br>덴셔는 주로 이렇게 말한다.<br>“우리가 결혼하고 나면 당신이 찬장 열쇠를 차지하고서 나한테 한 덩이씩 배급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br>“여기서 만날 수도 없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바깥에서 할 만큼은 다 해본 마당에, 이틀 동안 생각해보니 지난 화요일처럼 어쩌다 생기는 기회라도 난파선에서 나온 널빤지같이 없는 것보다 나아 보이던데. 하지만 그 친구들이 이 집에 그렇게까지 의무감이 있다면 그럼 더 이상 할 말은 없는 거네요. 그러면 끔찍한 지연이라는 우리의 관에 고맙게도 못 하나가 더 박히는 거군요.”&nbsp;<br>“그러니까 여하간 이렇게 계속해나갈 수 없다는 걸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lt;비둘기의 날개&gt; 2권, pp.24~25)&nbsp;<br>뭔 소리래? 현대의 잠자냥어로 번역해보겠다.<br><br>“바깥에서 돌아다니면서 야금야금 손 잡고 뽀뽀만 하는 것도 지쳤다. 이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숫총각으로 관짝에 들어갈 판이다. 제발 자자!!!!!!! 다른 여자 유혹하라고 이렇게 어려운 걸 시키면서 섹스도 안 해주다니! 섹스 안 해주면 나 안 해!”&nbsp;<br><br>아무튼 덴셔, 이놈아 복숭아가 먹고 싶다면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똑바로 말을 해야지! 딱복 물복 황도 천도 백도 신비 운운도 아니고 시방 여름의 털복숭이 찾을 때인가? 저기 가서 한 수 좀 배우로 오거라! 이름은 없지만 욕망은 많은 주드처럼 이렇게 말해야지! “같이 자자! 섹스하자!”는 아니고.... “내가 자기를 사랑한 만큼 자기는 날 결코 사랑하지 않았소. 결코! 자기의 가슴은 열정적인 가슴이 못 되오. 자기의 가슴은 불꽃 속에서 타지 않소! 자기는 대체로 요정이거나 정령의 일종이지, 여자가 아니오.” (번역: 나랑 섹스하고 싶지 않으면 넌 여자 아님. 요정 아니면 정령임). “수, 난 자기를 사랑하오. 그러나 자기에게 오랫동안 시중을 들었는데 보상은 너무 초라해요.” ㅋㅋㅋㅋㅋㅋㅋ (번역: 난 너무 기다렸다. 기다린 보상으로 너를, 너의 몸을 달라!)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해야 할 것 아니여?! 답답하구먼. (feat. 위 인용은 토머스 하디, &lt;이름 없는 주드&gt;에서 가져옴)<br><br>혈기왕성한 이십 대의 두 남녀, 게다가 서로 사랑해 마지않는 이 커플은 시대가 시대인지라 단둘이 있기조차 참으로 어렵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연인이 아닌 척 숨기고 눈짓으로만 사랑을 주고받는 것도 부족한데, 눈에 쌍심지를 켜고 감시하는 모드 이모의 눈을 피해 한 30분 정도 둘만 좀 있으려고 치면 케이트는 밀리를 꾀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덴셔에게 늘 그 이야기뿐… 뽀뽀라도 좀 해주지, 그 예쁜 입술로 허구한 날 계략만 짜기 바쁘다. 그러니 이 애정....... 또는 성욕이 끓어오르는 남자 덴셔는 케이트를 안고 싶고 만지고 싶어서 안달복달. 그래서 조른다. 당신 말 들을게요, 그러니까 내가 사는 집에 오라니까요! 그걸 안 주면(응? 뭘?) 도저히 이 남자가 자기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아 주기로 결심한 케이트는 마침내..........&nbsp;<br><br>재치나 성격의 측면이라면 개의치 않겠지만 그녀가 자신보다 웅숭깊은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들이 떳떳하고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독립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에 그녀를 두고 싶었다. 그 결과 그는 곧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주겠어요?” 그 말투에 담긴 진실함에 그녀의 얼굴이 약간 파리해졌다. (2권, p.27)<br>거의 화를 내듯 그녀를 와락 붙들고는 “나를 사랑하긴 하는 거예요? 정말 그래요? 정말?” (2권, p.27)&nbsp;<br>여기서 다시 잠자냥어로 번역기 돌아간다....<br>“웅숭깊은 것” = 섹스 (참나, 헨리 제임스, 이 양반 섹스를 웅숭깊은 것이라곸ㅋㅋㅋㅋㅋㅋ)<br>“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 = 같이 알몸이 되자.<br>“나를 사랑하긴 하는 거예요?” = “섹스도 안 해주면서 나 사랑해 진짜?”<br><br><br>그러다 그래서 결국 갑자기 모닥불.... 갑자기 불멍.....<br><br>위 지문에서 섹스를 암시하는 단어를 찾아보시오.<br><br>위 지문을 읽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유추해보시오......<br><br>했네. 했어. 아니 근데 나는 이 부분 한참 생각했다니까. 한 거야? 했니 니네? 한 거겠지..? 아닌가? 설마? 음… 마치 동시대의 이디스 워튼의 소설 &lt;여름&gt;에서 ‘채리티’와 ‘하니’가 만나면 키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채리티가 덜컥 임신해서 깜짝 놀란 그 기분…. 암중모색하는 기분이다.&nbsp;<br><br>그러나 이 섹스신(엥?)이 내가 알기로는 여태껏 내가 읽은 헨리 제임스 작품((feat, &lt;나사의 회전&gt;, &lt;데이지 밀러&gt;, &lt;워싱턴 스퀘어&gt;, &lt;보스턴 사람들&gt;) 중 거의 유일무이하게 육체적 접촉을 묘사한 획기적인 장면이 아닌가! 이 얼마나 화끈한 작품인가! 그러나 너무 애매모호 암중모색이라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고난도의 섹스신.... 헨리 제임스 이 나쁜 사람.... 그의 이&nbsp; 안갯속의 펜 끝은 여러 차례 그 신공을 발휘한다. 우리는 작품이 끝나도 알지 못한다. 밀리의 질병도, 케이트 아버지의 그 악덕도, 밀리의 편지도, 마크 경은 도대체 왜 그랬는지도, 그래서 케이트와 덴셔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어떤 선택을 했을지도.&nbsp;<br><br>그러나 생각해보면 인생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그저 좀 안다고 생각하고 착각하고 믿고 살아가는 것일 뿐, 인생도 사람도 사랑도 실체를, 전모를 다 알 수는 없는 법. 나는 책장을 덮고도 끝끝내 밀리의 그 마음이 궁금하다. 그녀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자신의 날갯짓이 불러올 파장을 다 내다본 선견지명의 달인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순수 그 자체라서 세상사람 모두가 다 자기 같을 것이라고 굳게 믿은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nbsp;<br><br>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br><br><br><br>아 몰랑, 머리 복잡한 사람은 문제의 책 100자평과 함께 잠시 웃으시라.<br> <br><br><br><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4/35/cover150/893204519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743501</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씨네키드의 반세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272244</link><pubDate>Tue, 12 May 2026 15: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272244</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82137852&TPaperId=1727224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69/44/coveroff/k48213785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570714&TPaperId=1727224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68/6/coveroff/8961570714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7358245&TPaperId=1727224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212/12/coveroff/896735824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710&TPaperId=1727224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39/99/coveroff/k982138710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

노년이 되면 서울을 벗어나 한적한 곳의 마당 있는 집에서 고양이들 뛰놀게 하면서 사는 게 어떻겠느냐고 집사2가 말한 적이 있다. 어차피 나는 책만 있으면 괜찮은 거 아니냐고. 그렇기도 하지만, 그런 삶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런데, 나는 조금 망설였다. “그럼 영화 보러 가기가 너무 어려워지는 거 아니야?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그런 데선 잘 안 할 텐데.....” 그 생각을 미처 못 했다는 듯 집사2가 아하, 맞다 그렇지, 그렇다 한다. 직장만 아니면 서울의 이 번잡함을 벗어나고 싶다가도 끝내 망설이는 것은 영화관을 비롯한 문화/예술 시설에서 서울을 떠나기 어렵다는 바로 그 점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도 죽을 때까지 이 도시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nbsp;<br><br>누군가는 서울이 아닌 곳에도 영화관은 존재하고 또 누군가는 OTT 서비스가 이토록 발달한 때, 굳이 영화관 때문에 서울을 떠나지 못한다는 소리는 억지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으리라. 그래,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돌아보건대 서울에‘만’ 있는 영화관들이 있었고, 있으며 그곳에서 나는 대부분의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영화들을 만났다. 그 영화관들이 책과 함께 나를 키운 8할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수전 손택의 &lt;영화에 관하여&gt;는 이렇게 영화에 관한 사랑을, 기억을, 추억을, 뜨거움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를 사랑했던 순간들을 돌아보게 하고, 극장을 찾게 하고, 늦은 밤 불 꺼진 거실에서 TV를 켜고 영화로 몰입하게 한다. 그때의 영화는 오래된, 옛날 영화가 어울릴 것이다.<br><br>처음 영화관을 찾은 것은 미취학 아동 때이다. 엄마 손에 이끌려 찾아간 동네의 허름한 동시상영관이다. 극장 안에는 내 또래의 아이들만 가득했다. 조그맣고 조악한 화면에서는 &lt;로보트 태권브이&gt; &lt;마징가&gt; 또는 &lt;스페이스 간담 브이&gt; 같은 주로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상영 중이었고 그 이후는 아마도 그 시절의 영웅 심형래가 나오는 우뢰매 시리즈였을 것이다. 엄마가 내 손을 이끌고 이곳에 나를 넣어두고 당신은 그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던 것은 내가 이런&nbsp; 류의 영화들을 좋아했기도 했지만(언니는 좋아하지 않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는 동안 당신 자신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낼 수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아무튼 이 어린 날에도 불이 꺼지고 화면에서 색다른 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을 참 좋아했다.<br><br><br>그러니까 이런 장면들.......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br><br>나 스스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고, 극장에 가게 된 것은 열네 살 때이다. 시험이 끝난 때라 친구 둘과 학교 근처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이 녀석들이 둘 다 그날 펑크를 낸 것이다. 이럴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른 날로 약속을 바꾸거나 자기도 가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나는 갔다. 혼자서. 그리고 나는 그때 진심으로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구나 느꼈다. 그날의 영화는 &lt;시네마 천국&gt;. 지금도 내 인생 영화 중 하나로 꼽는다. 하필이면 영화를 좋아하는 꼬마 토토의 이야기. 청년이 된 토토가 엘레나와 쏟아지는 빗속에서 키스하는 장면, 어른이 된 토토, 영화감독이 된 토토가 주세페 할아버지가 남긴, 검열 때문에 잘린 키스 장면만 모은 필름을 스크린 위로 재생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열네 살의 나를 울리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도, 지금도 여전히 나를 울린다.&nbsp;<br><br><br><br><br>이 친구들과는 그해 여름 다른 영화를 보기 위해 본격적으로 도심 진출. 한 녀석이 꼭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lt;비 오는 날의 수채화&gt;였다. 이때도 나는 한국 로맨스물을 좋아하지 않아서(아, 미쳐ㅋㅋㅋ 취향 확고한 중딩 어린이 중2병 어린이 자냥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투덜댔는데 친구 두 녀석이 둘 다 너무 원하기도 하고(얘들은 로맨스빠...순이), 집 근처가 아닌 도심의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서 따라나섰다. 지금은 사라진 국도극장인가 그랬는데, 이 극장의 분위기는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들하고 다들 좀 놀랐다. “여기 왜 근데 아저씨들이 이렇게 많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들이 왜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보러 옴?”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도 좀 이상해! 구멍이 막 뚫려 있어! (현대의 불법카메라용 구멍과 크기가 다르다).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lt;추적60분&gt;인가 이런 방송을 보면서 알았다. 당시 충무로나 종로의 몇몇 극장은 게이들의 성지였다는 것을(ex 허리우드 극장의 기형도)...... 그리고 그 구멍은............&nbsp; 지금 생각해보면 좀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들이 게이였다는 것이. 아니었다면 이 아저씨들이 중학생 소녀들을..... 한데 그 시절 나는 소년스럽게 생겨서 아저씨들이 좀 뚫어져라 쳐다본 것도 같다. 소년이 아니어서 천만다행.<br><br>이때 친했던 녀석 중 한 친구는 같은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어 그 이후로도 종로의 서울극장 등으로 몇 번 영화를 보려고 함께 갔다. 한데 이 녀석이 고르는 영화는 하나 같이 로맨스물(&lt;타이타닉&gt;, &lt;보디가드&gt; 등)이어서 좀 힘들었다. &lt;타이타닉&gt; 보고 나와서 친구는 막 우는데 도대체 왜 우는지..... 사실 나도 좀 울기는 했다. 우는 지점이 달라서 그렇지. 내가 이 영화에서 운 지점은 배가 침몰하는데도, 자신들이 익사할 것을 알면서도 한 치의 동요 없이 음악을 연주하던 그 연주자들을 지켜볼 때였다. 지금도 이 장면은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껴안고 우는 장면이 아니라.... 하하하.<br><br>엄마가 어린 나를 극장에 넣어줬다면 아빠는 십 대의 나를 비디오의 세계로 이끌어줬다. 아버지와는 연락하지 않은 지 수십 년이지만 내가 그래도 아빠에게 고마워하는 부분은 영화의 세계를 확장해 준 점이다. 큰 상처를 주고 떠난 사람이라 좋은 아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이 사람에게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음주 못함, 폭력적이지 않음이었다. 단지 한량처럼 놀고먹으면서 엄마 외의 여자를 너무 좋아했을 뿐이었다는 것. 그 한량스러움에 영화가 한몫했다. 아빠의 취향은 &lt;대부&gt;나 &lt;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gt; 같은 느와르였는데 덕분에 나는 이 장르를 십 대 시절에 섭렵했다. 아빠가 빌려오고 반납은 내 담당이었는데 그런 중 대부분의 작품은 “너도 봐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아빠 기준에 외설스러운 작품은 안 되지만 폭력이 난무하는 갱스터 영화는 괜찮았나 보다. 하긴 내가 100% 장담하는데 울 아빠가 집에서 음란비디오 같은 거 봤을 인간은 절대 못 된다. 딱히 볼 욕구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나가서 직접 하면 되니까(엥?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그 시절 &lt;대부&gt; 시리즈 &lt;스카페이스&gt; &lt;언터처블&gt; &lt;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gt; 등등 느와르 장르의 불멸의 고전들은 거의 다 본 것 같다. &lt;스카페이스&gt; 때문에 브라이언 드 팔마의 광팬이 되었는데, 드 팔마가 또 B급 영화의 A급 영화감독 아니겠는가! 드 팔마 때문에 나는 B급 감성 영화도 무척 좋아한다.<br><br>십 대의 나를 충격에 빠트린 영화는 &lt;퐁네프의 연인들&gt;이다. 이 영화에 관한 기억도 참 재미나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을 텐데 중간고사가 끝난 후였나?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갔다. 어떤 선생님이 이 영화를 골랐을까? 시험이 끝난 후이므로 아이들은 다들 졸려서 비몽사몽, 그런&nbsp; 데다가 하필이면 프랑스영화였으니 오죽했으랴. 그때 우리 반 아이들은 스크린을 보며 소리를 질러댔다. 남주가 저렇게 못생겨도 되는 것이냐! 드러워도 너무 드러운 거지다! 대체 뭔 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이 흐를수록 자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나는 이날 이 영화와, 레오 까락스와, 프랑스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프랑스영화에 대한 열렬한 애정은 이날 생기지 않았을까? 당시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제2외국어로 불어를 가르쳤는데 불어선생님이 이 영화를 고른 것일까?&nbsp;<br>고등학생 때 데이트하듯이 보게 된 영화는 &lt;써머스비&gt;이다. 프랑스영화 &lt;마틴 기어의 귀환&gt;을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영화인데 ‘리처드 기어’와 ‘조디 포스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프랑스영화에서는 ‘제라르 드파르디유’가 주인공이었는데 이 조합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데이트라고 하니 남학생과 봤는가 싶을 텐데 그건 아니고 ㅋㅋㅋㅋ(엥?) 그 시절 나를 참 많이 좋아해주던 한 선배와 같이 본 영화이다. 중고등학생 때 나는 좀 인기가 많은 아이였다. 보이시했던 외모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꼭 그것만은 아닌 거 같고. 아무튼 책상 위에 선물이 많았던, 편지도 여기저기서 받았던 인기 많은 아이였다. 이 선배도 나를 참 좋아해 준 사람 중 하나였다....&nbsp;<br><br>야간 자율 학습이 9시에 끝나고 다들 집에 가기 바쁜데 내가 탈 버스는 늘 늦게 오곤 했다. 한참 기다리고 있으려니 길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나처럼 버스를 타지 않고 계속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선배는 내가 몇 번 버스를 타고 가는지 알고 싶어서 늘 내가 먼저 타기를 지켜봤다는데 늘 너무 늦게까지 안 오더라는 것. 사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등하굣길이나 월요일 전교생 운동장 조회 시간 등등에서 이 선배의 시선을 눈치채고 저 사람도 나한테 반했네, 반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만방자함을 떨었는데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도 오는 버스는 타지 않고 늘 나만 쳐다보고 있어서 저 사람 중병이네 중병이야, 했던 기억이 난다. 선배는 결국 나와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하고(엥? ㅋㅋㅋㅋㅋ) 편지와 선물을 싸들고 내려왔고(그 시절 우리 학교는 1학년은 2층, 2학년은 3층, 3학년은 4층을 사용했다. 내가 2학년 때라 3층의 우리 반 교실로 4층에서 내려오심), 그 이후 가까워졌다. 그렇게 처음 같이 보러 간 영화가 서울극장에서 개봉한 &lt;써머스비&gt;였다. 전쟁이 끝난 후 한 농부(‘리처드 기어’)가 귀향한다. 이 남자는 원래의 그 남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남편인척 내내 연기하는데 아내(‘조디 포스터’)는 그가 사실 남편이 아닌 줄 알면서도 결국 사랑에 빠지고 만다는 내용이다. 그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선배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br><br>그 시절에 나를 좋아했던, 내게 열광했던 아이들 중 얼마나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가졌을까 싶다. 그 많은 애정을 받으면서도(5월호 '정희진의 공부'에서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네, 겸허해지겠습니다........) 다 지나가는 일이라고, 한때라고 생각했다. 사춘기 시절에 흔한 그런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선배는 좀 달랐다. 그때도 그랬고 그 이후에는 더더욱. 나는 타인의 애정에 익숙한, 오만방자한 시절을 보내고 있던 터라 선배가 졸업한 이후로는 거의 잊어버렸는데 선배는 그렇지 않았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대학에 입학한 이후로도 자기 나름대로 연락을 취해 왔다. 그러니까 아주 고전적 방법-자기네 학보를 편지와 함께 우리 학교 과 사무실로 보내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내가 입학한 대학교는 어떻게 알았는지! 그렇게 해서 연락이 다시 닿기는 했는데 대학교에 간 이후로 나는 연애 중이라 이 선배한테는 대충 연락하고 잊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그때마다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 온 이 사람.&nbsp;<br>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건 이십 대 중반, 대학로의 어느 카페에서였다. 선배는 관련 학과를 나와서 승무원을 준비 중이었다(키가 크고 예뻤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반대한다고 고민 털어놓고는(하여간...-_-) 그 남자를 안 만날까 한다 뭐 이런 말을 하던 중에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던 금반지를 빼서 나를 줬다(순금이었다!!!!!). 다시 만나고 싶다고, 어릴 때 그 마음이 그냥 그런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그 반지를 받지 않았다. 그때 나는 이미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선배, 여기저기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나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꼭.<br><br>그렇게 스무 살, 대학생 때부터는 영화에 미친 나날을 보냈다. 역시 지금은 사라진 극장인데 종로의 코아아트홀에서는 대학생 모니터 요원을 선발해 운영했었다. 매주 토요일 아침, 코아아트홀에서 상영할 신작 영화를 먼저 감상하고 모니터링 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때 만난 영화들이 대박이었다. 홍상수도 왕가위도 테오 앙겔로풀로스도, 타르코프스키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도, 타란티노도 다 이곳에서 만났다. 심지어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영화 &lt;안토니아스 라인&gt;도 이때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할 때 보았는데 이 영화는 페미니즘 공부한 이후에 다시 보니 진짜 페미니즘 영화의 정수이더라. 여러분? 페미니즘 공부하는 여러분? 이 영화를 보십시오. 웬만한 페미니즘 책 여러 권보다 페니미즘에 관해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br><br>코아아트홀-시네코아로 이어지는 대학생 모니터요원은 사실 1, 2학년만 받아줬는데 나는 4학년 때까지 계속했다. 이 시절은 내 인생의 영화 황금기였다. 학교에서는 과내의 소모임으로 영화동아리가 있었는데 여기서도 활동했다. 주로 술 마시고 영화 이야기하고 영화 공부하고, 구하기 어려운 영화들을 어찌어찌 구해서 강의실 하나 빌려놓고 영화 보고 또 술 마시고…. 국문학과 내에서도 문학보다는 영화에 미친 애들이 모인 동아리였다고나 할까. 영화에 미친 자들 중에는 여자 선배들보다는 남자 선배들이 더 많았는데 (제길...-_-), 그들에게 지기 싫어서 더 미친 듯이 영화를 본 것 같다. 특히 후배 중에 한 녀석, 영화를 비롯해 록 음악 등 대중문화 전반에 특출난 놈이 있었는데 이 녀석한테는 더더욱 지기 싫어서 더 열심히 본 기억이 난다. 얘는 특히 공포영화 마니아였는데 내가 취약한 부분이 바로 이 장르란 말이지? 그래서 공포영화마저도 마구 섭렵하려고 애를 썼다(그래서 &lt;이블데드&gt;를 보게 된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녀석은 나중에 보니 그 특출난 재능을 살려 모 방송국의 대중문화 관련 프로그램에서 작가로 활약 중이더라.<br>&nbsp;<br>코아아트홀과 함께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던 영화관의 계보는 스폰지하우스, 동숭시네마텍(하이퍼텍나다), 씨네코드 선재, 필름포럼, 아트하우스 모모, 서울아트시네마로 이어진다. ‘동숭시네마텍(하이퍼텍나다), 씨네코드 선재’는 프랑스영화를 정기적으로 상영했는데 이때가 나의 프랑스영화를 향한 열렬한 애정이 꽃을 피운 시기였다. 트뤼포의 그 많은 영화들….<br><br><br>헐... 조금만 더 보면 한국 영화 넘어설 판....<br><br>TV가 등장해 영화관이 텅 비게 되기 전에는 사람들이 매주 영화관에 가서 멋지게 걷는 법, 담배 피우는 법, 키스하는 법, 싸우는 법, 슬퍼하는 법을 배웠다(또는 배우려고 했다). 영화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방법에 대한 힌트도 주었다. 이를테면 비가 오지 않을 때도 레인코트를 입으면 멋져 보인다든가. 물론 영화를 보고 받아들인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더 큰 경험의 일부일 뿐이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얼굴과 삶에 빠져 자신을 잃는 경험. 무엇보다 강렬한 경험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것에 완전히 푹 빠지는 것,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이었다. 관객은 영화가 자신을 납치해주길 바랐다. (-수전 손택, &lt;영화에 관하여&gt;. p.13)<br><br>손택의 말처럼 나 또한 영화관에서 멋지게 걷는 법, 담배 피우는 법, 키스하는 법, 싸우는 법, 슬퍼하는 법을 배웠을까? 다른 건 모르겠지만 영화는 “자신의 것이 아닌 얼굴과 삶에 빠져 자신을 잃는 경험” 때문에 “무엇보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것에 완전히 푹 빠지는 것”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어도 누군가를 매료시키기도 한다. 내가 만나왔던 사람들은 적어도 영화를 보는 나, 보고 싶은 영화는 꼭 가서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고 지지해줬다. &lt;쥴 앤 짐&gt; 때문에 사귀게 된 ‘동숭이’와 달리, 프랑스영화라면 죽을 만큼 괴로워해서(&lt;아멜리에&gt; 보고 나와서 싸움. 으아! 그래서 내가 이 영화는 아직까지도 싫어한다) 자기하고는 프랑스영화 보러 갈 생각, 하지도 말라던 사람도 있었는데(‘과메기’), 이 사람의 취향은 &lt;해리포터&gt; 시리즈와 &lt;반지의 제왕&gt; 시리즈라서 내게 이런 영화의 지평을 열어준 존재로도 기억한다. 그리고 사실은 그 덕분에 혼자서 오롯이 예술영화를 보러 다닐 수 있어서 더 좋았다.<br><br>X는 영화 취향은 잘 맞았다. 그래서 아트시네마나 씨네큐브, 미로스페이스, 심지어 한국영상자료원(영자원)을 찾아다니면서 알모도바르, 고다르, 브레송, 브뉘엘 등등의 영화를 함께 많이 본 기억. 그러고 보니 연애 초기에 이 사람이 당시로서는 구하기 어려운 알모도바르의 영화들을 구해서 CD로 구워주기도 했었구나. 그런데 너무 웃픈 게 이 인간 하고는 사랑 관련 영화를 같이 보면 늘 싸웠다는 것. 나를 만나기 전까진 누군가를 사귄 적이 없었던 사람이라 화려한 과거...(응?)의 내 연애가 너무 심기가 거슬려서 하........ 언제나 질투와 집착과 그렇게 촉발되는 싸움. 허진호 감독의 &lt;행복&gt;을 보고 온 날 대판 싸운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이날의 싸움은 자살소동으로까지 번져서.... 하......... 너무 힘들었다. X야, 지금은 누굴 만나든 그러지 않길 바라. 너도 이제 과거의 연인들이 있잖아. 그치?&nbsp;<br><br>집사2와 가까워진 계기는 테니스는 당연하고 책도 한몫했지만 영화도 빼놓을 수는 없다. 집사2와 처음 같이 본 영화는 의외로(응?) 최동훈 감독의 &lt;도둑들&gt;이다. 이건 내가 고른 것도 아니고 집사2가 고른 것도 아니다. 당시 테니스장에서 같이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 영화 보러 가자고 말을 붙였는데 나는 당연히 보러 갈 생각이 없음에도 그냥 뭐 보실 건데요? 물었더니 요즘 &lt;도둑들&gt;이 재밌다나. 아.... 이 사람하고 이 영화를 보느니 집에 잔다... 싶은데 이 사람이 갑자기 00씨(집사2)도 보러 가기로 했어요! 한다. 이 말에 솔깃! 홀라당 넘어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급 태도 변화 “그럼 저도 갈게요!” 그래서 극장에 갔는데 영화를 보는 사람은 셋이잖아요? 저는 집사2 옆자리에 앉고 싶어서 머리를 굴려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 안쪽에 저 사람, 가운데 집사2 그리고 나. 이렇게 앉는 데 성공! 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는 그럭저럭 재밌었다.<br><br>영화를 본 후 셋이서 낮부터 치맥을 하는데 이 사람이 갑자기 극 중 김혜수를 언급하며 ‘헤프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근데 이 표현이 너무 거슬리는 나. 참지 못하고는 그만 “그게 헤픈 건가요? 헤프다는 게 뭐예요? 똑같은 행동을 남자가 하면 괜찮고 여자가 하면 헤픈가요?” 따지듯 물었다. 이 사람은 급당황해서 말을 얼버렸고 얼마 후 먼저 일어났다....(내가 바라던 바 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알고 보니 집사2도 바라던 바였다고 엥?ㅋㅋㅋㅋ) 집사2도 이 사람이 가고 난 후 사실은 저도 그 헤프다는 발언 좀 싫었다고, 근데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좋았다고 ㅋㅋ 집사2는 이때 내가 좀 평범한 사람들하고는 다른 사람인 거 같다고 느꼈다는데....(얘는 내가 책 선물해 줬을 때도 그러더니...) 아무튼 이날 집사2하고 새벽까지 술 마셨다.<br><br>집사2와는 씨네큐브, 아트시네마, 아트하우스 모모, 한국영상자료원 등에서 주로 영화를 본다. 언제였나, 혹여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인간적으로 씨네큐브, 아트시네마, 한국영상자료원에는 새로 만나는 사람 데려가지 말자..... 라고 서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아니 씨네큐브는 좀 어렵지 않냐? 했더니 그건 그렇네... 음 그럼 아트시네마, 한국영상자료원까진 좀 데려가지 말자, 콜! 한 적이 있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본 구절 때문에 빵 터진 적이 있다. &lt;GV빌런 고태경&gt;이라는 책의 한 구절로, 시네필끼리 연애하다 헤어지면, 한국영상자료원이나 아트시네마 같은 예술영화관에서 마주치게 된다는 내용이다. 근데 진짜 내가 이거 경험했다는 거 아닙니까? X랑 헤어지고 얼마 안 된 때였다. 영상자료원에서 집사2와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헐 내 눈에 들어온 X, 물론 당연히 나는 못 본 척. 집사2도 보지 못했기를 바랐는데... 그날 술 마시던 중에 집사2가 묻더라. “아까, 거기 00씨 있었지?”(집사2와 X는 테니스장에서 만난 적이 있어서 서로 얼굴을 안다), “아.... 어....” “00씨도 우릴 봤을까?” “눈 나빠서 못 봤을 거야.” 또 마주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집사2의 바람은 이루어져서 그 이후 다시 마주친 적은 없다.<br>시네필리아란 단순한 영화 사랑이 아니라 찬란한 과거의 작품을 보고 또 보려는 광대한 욕망을 바탕으로 형성된, 영화에 특정한 취향을 지닌 애정이다. (…) 시네필리아가 죽는다면 영화는 죽는다··· 아무리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더라도, 심지어 좋은 영화가 계속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영화가 되살아나려면 새로운 종류의 영화 사랑이 태어나야만 한다. (p.22)&nbsp;<br>집사2가 나를 만난 이후로 놀라며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영화를 정말 많이 봤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나보다 더 많이 본 사람은 내 주변에선 니가 처음이야!” “응, 그건 내가 너보다 7년 더 살아서 그래. 7년 더 살면 나만큼 보게 되지 않을까?” “글쎄... 그동안 너는 또 그만큼 더 보겠지!” “아.......” 하긴 요즘에도 내가 더 보긴 한다. 바쁜 집사2 두고 혼자 극장에 가기도 하고, 퇴근 후 같이 보려다가 집사2가 자긴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간다고 하면 그럼 나 혼자 보고 갈게! 하고 보고, 집에서도 집사2가 피곤하다고 먼저 자러 들어가면 또 혼자 본다. 내 왓챠의 기록을 보면 내가 지금까지 영화를 본 시간만 3천300시간이라고 한다. 집사2는 궁금해한다 그렇게 책을 많이 보는데 영화는 또 언제 그렇게 많이 봤느냐고. 나는 말한다. “학생 때 공부 안 하면 돼.”&nbsp;<br><br>그런데 나를 깨갱, 겸허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수전 손택. 그는 틀림없이 나보다 더 많은 책들을 읽었을 텐데, 나보다 더 많은 영화를 봤다, 봤을 것이다. 심지어 벨라 타르의 &lt;사탄탱고&gt; 그 7시간짜리 영화를 무려 열여섯 번을 본 사람이며 오즈 야스지로의 &lt;동경 이야기&gt;는 평생 서른 번을 봤다고 자랑한다. 손택은 말한다. “&lt;동경 이야기&gt;에는 볼 때마다 가슴이 칼에 찔린 듯한 느낌이 드는 놀라운 순간이” 있노라고. 손택은 본 영화 또 보기를 즐겨한다. 그런데 나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도 본 영화를 또 보는 경우도 드물다. &lt;동경 이야기&gt;를 서른 번이나 봤다고? 그럴 만한 영화인가? 갸웃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오즈 야스지로는 일본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명감독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서양인들이 오즈에 열광하는 걸 보면서 일종의 오리엔탈리즘도 있지 않나 싶어진다. 오즈의 영화는 내가 보기엔 &lt;동경 이야기&gt;를 비롯해서 참 보수적이다. 이 보수적인 세계를 손택은 서른 번이나 봤다고?! 차라리 손택이 또 칭송한 나루세 미키오 쪽이 나는 더 좋다-이 책에서 나루세 미키오의 &lt;부운&gt;을 언급해서 참 좋았다. 이 명작을 다들 몰라요. 손택이 말한 나루세의 &lt;흐르다&gt;, &lt;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gt; 등등은 지금 보기에도 급진적인 면이 있다. 그에 비하면 오즈는 좀 갑갑하다.<br>저는 지금도 거의 날마다 영화를 보러 가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러면서 일도 많이 합니다. 제 나이쯤 되는 사람이 일주일에 다섯 번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건 젊고 혈기 넘칠 때 하는 일 아니냐고요. 하지만 어떤 열정은 영원히 계속됩니다. 저는 영화에서 엄청난 즐거움을 얻습니다. 특히 여러 영화를 반복하여 보는 데서 기쁨을 느낍니다. (p.420)<br>나는 내가 시네필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시네필이라는 말을 들으면 도리어 간지러운 사람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책과 함께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손택처럼 일주일에 다섯 번 영화를 보러 가지는 못하지만(손택은 분명히 직장인이 아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열정은 영원히 계속”된다는 그 말에는 지극히 공감한다. 그리고 내가 영원히 지속하는 열정의 대상으로 책과 영화가 내내 거기에 속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그 공간들-씨네큐브, 아트시네마, 영상자료원 같은 지금도 여전히 특별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그 공간들이 이토록 OTT 서비스가 다양하게 넘쳐나고 이토록 수많은 숏츠 영상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오늘도 굳건히 버텨주기를 씨네키드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고 또 바라본다.&nbsp;<br><br>“아무리 미세한 것이라도, 난 ‘모든 걸’ 바꿔 놓을 사람이나 예술 작품과 조우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던 수전 손택. 손택은 평생 그것을 찾아다닌 문화예술계의 굶주린 사냥꾼이었다. 그는 말한다. “질문하라. 이 사람이 뭔가 내게서 좋은 점을 끌어내는가? 아니면, 이 사람은 아름답고 선하고, 귀한가?”(수전 손택, &lt;다시 태어나다&gt;) 여기 ‘이 사람’이라는 단어 대신 나는 이런 것들을 대입해 본다. “질문하라. 이 책이 뭔가 내게서 좋은 점을 끌어내는가? 아니면, 이 책은 아름답고 선하고, 귀한가?” “질문하라. 이 영화가 뭔가 내게서 좋은 점을 끌어내는가? 아니면, 이 영화는 아름답고 선하고, 귀한가?”<br><br><br><br><br>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39/99/cover150/k98213871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399925</link></image></item><item><author>잠자냥</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선택과 책임 - [야생 종려나무 -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title><link>https://blog.aladin.co.kr/socker/17260423</link><pubDate>Wed, 06 May 2026 12: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socker/1726042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950&TPaperId=1726042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0/8/coveroff/893746495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950&TPaperId=1726042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야생 종려나무 - 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a><br/>윌리엄 포크너 지음, 권지은 옮김 / 민음사 / 2026년 04월<br/></td></tr></table><br/>

몇 해 전인가 빔 벤더스의 영화 &lt;퍼펙트 데이즈&gt;를 감명 깊게 보았다. 이 영화에는 꽤 인상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도쿄 시부야의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가 그 주인공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카세트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일터로 향해 누구도 감시하거나 보는 눈이 없어도 온 정성을 다해 공공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점심에는 간소하게 식사하면서 공원의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필름 카메라에 담는 그. 일을 마친 후에는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 잔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헌책방에서 산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혼자 사는 집안은 깔끔하기 짝이 없다. 그만의 루틴으로 꽉 채워진 충실한 삶…. 이런 그가 즐겨 읽는 책 중 하나가 포크너의 &lt;야생 종려나무&gt;이다. 히라야마의 과거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지만 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취미(음악, 책, 분재, 필름 카메라), 문득 찾아온 여동생의 눈물 섞인 한숨과 대사 등으로 보아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살아갈 만한 이력을 지닌 사람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포크너의 &lt;야생 종려나무&gt;를 읽어보면 그의 삶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믿을 만한 번역본이 없어서 일단 궁금증 해소를 나중으로 미뤘다.<br><br>그렇게 몇 년이 흐른 후, 2026년 5월에 ‘히랴아마’가 왜 포크너의 &lt;야생 종려나무&gt;를 읽었을지, 읽으면서 어떤 부분에 공감하면서 읽었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빔 벤더스가 괜히 포크너의 작품을 소품으로 집어넣은 게 아닐 것이라는 확신까지 든다. &lt;퍼펙트 데이즈&gt;가 아니었더라도 포크너의 &lt;야생 종려나무&gt;를 읽었겠지만 &lt;퍼펙트 데이즈&gt;를 통해 이 작품을 알게 되었으므로 더 풍부하게 이해하게 된 느낌. 정-반-합 모든 게 딱딱 들어맞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나도 어떤 면에서는 &lt;퍼펙트 데이즈&gt;의 ‘히라야먀’, 그리고 &lt;야생 종려나무&gt;의 ‘해리 윌본’ 또 그리고 &lt;노인&gt;의 '키 큰 죄수'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 비록 패배하더라도 그렇게 살려고 애는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nbsp;<br><br>이쯤에서 아니, &lt;노인&gt;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은 사람도 있으리라. 《야생 종려나무-예루살렘이여, 만약 내가 그대를 잊는다면》은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처음에는 이 사실을 모르고 읽기 시작했기에 아아아니, 포크너 이 양반 역시나 또 어렵네, 어려워! 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lt;야생 종려나무&gt;와 &lt;노인&gt;이라는 장이 번갈아 가면서 전개된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이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라는 게 읽는 이의 골머리를 썩이게 한다. 분명히 뭔가 연결고리가 있으니까 이렇게 장을 배치했을 텐데 어떤 이유로 한 작품으로 묶은 것일까? 나 따위가 포크너의 그 깊은 심중을 다 헤아릴 수는 없으니 일단 읽어보자 싶어서 읽어나가기 시작......<br><br>&lt;야생 종려나무&gt;는 사랑 이야기이다. 그것도 불륜. 바닷가 한 오두막에 결혼한 지 이십 년이 지난 의사 부부가 살고 있다. 이 의사는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으로 바닷가의 별장과 그 옆 건물을 사들여 별장에는 자신과 아내가 살고 옆 건물은 세를 주고서 무료하지만 소박하고 한가로이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이 옆 건물에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난다. 남자와 여자, 커플이다. 이 새로운 세입자가 집세만 제때 잘 낸다면 아무런 상관없다는 아내와 달리 이 커플의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기묘한 분위기에 의사는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의사는 이 젊은 커플이 뭔가 말 못할 비밀이 있을 거라고, 그게 뭘까 호기심을 떨치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커플을 이 건물에 세들 수 있도록 도와준 부동산 중개업자가 나타나 말하기를, 그들은 부부가 아니라고,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가 아니라는 게 아닌가. 지금이야 그게 별 문제도 아니지만 이 작품의 배경은 1930년대 미국의 남부이다. 보수적인 그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부부처럼 다니는 것은 금기이자 사회적으로 범죄나 마찬가지였던 시절. 그러니 이 커플의 등장에 부동산 중개업자는 물론 의사 부부도 신경이 곤두서기는 마찬가지. 의사에게는 이 남루한 행색의 남녀, 온 세상을 등진 듯 포기해버린 듯한 태도 등이 내내 눈에 들어온다.&nbsp;<br><br>의사는 생각한다. “돈을 주고 의사 또는 변호사의 기술과 지식을 사면서도 진실의 일부분을 숨기고 싶어 하는”(p.20) 무언가가 저들에게는 있노라고, 부디 저들이 다른 세입자들처럼 “이상한 걸 여기로 가져오지 않았”(p.27)기를 “비밀을 드러내서 나를 괴롭게 만들지” 않기만을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야망도 큰 욕심도 없이 하루하루 편하게 살아가는 게 목표인 의사는&nbsp; 말썽에 휩쓸리고 싶지 않은 욕구가 무엇보다 큰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 바람은 곧 부서지고 만다. 그것도 아주 처절하게. 어느 늦은 밤, 커플 중 남자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의사를 찾아온다. “그녀가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남자가 말한다. “진료비는 얼마 정도...” 우려했던 문제가 터진 것이다. 의사는 그들이 세 든 집으로 향하면서 생각한다. 어디에 피를 흘린다는 것일까? 대체 왜 피를 흘리는 것일까? 독자 또한 의사와 마찬가지로 생각하게 된다. 어디에 피를 흘리는 것일까? 왜 피를 흘리는 것일까? &lt;야생 종려나무&gt;는 그렇게 시작한다.<br><br>그다음 난데없이 펼쳐지는 &lt;노인&gt;- 이 장에서는 갑자기 죄수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키 큰 죄수’라는,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어느 죄수이다. 그는 철없던 십 대 시절 기차 강도 행각을 벌이다 붙잡혀 십오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감옥 근처, 미시시피강 유역에 큰 홍수가 일어나 죄수들은 제방 작업 및 물에 휩쓸린 시민들을 구출하는 작업에 투입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건 하나의 기회이지 않은가. 홍수가 나서 물이 범람하고 있고 비록 간수들이 따라나서기는 했지만 혼란스러운 틈을 타 달아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러나 어쨌든 ‘키 큰 죄수’는 간수가 지시한 대로 물에 휩쓸려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시민을 구하기 위해 보트에 올라 노를 저어 나아간다. 그런데.....<br><br>&lt;야생 종려나무&gt;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녀가 피를 흘리고 있다”며 의사에게 도움을 구하러 온 청년 ‘해리 월본’과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 ‘샬럿’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이 청년 ‘해리’는 의대를 졸업한, 인턴이라는 사실이 곧 드러난다, 아직 정식 의사는 아니지만 의학을 공부했으므로,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를 진찰할 정도의 실력은 있는 이 남자는 왜 다른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일까? 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의대를 진학하기까지의 해리의 삶도 저 ‘의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부유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 어찌어찌 의대를 진학했으나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은커녕 고학생으로 겨우 학교를 마칠 정도의 돈만 있는 상태. 해리는 자신의 이런 처지를 스스로 ‘돈을 거부했고’ ‘따라서 사랑마저도 거부’한 삶이라고 자조한다. 그렇게 강의실과 기숙사의 방을 오가는 삶을 살던 그에게 어느 날 룸메이트가 함께 파티에 가자며 조른다. 비사교적인 성격의 해리는 당연히 거절하지만, 그날이 하필이면 그의 생일. 오늘이 해리의 생일이라는 걸 알게 된 룸메이트는 더 조르기 시작하고, 마지못해 따라나선 해리는 그 파티에서 그녀 샬럿을 만난다. 유부녀인 샬럿을.&nbsp;<br>그녀를 만날 수 있는 파티에 간접적으로 초대받는 운명 또는 행운 역시 더 이상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행운이 아닌 불운이기도 했다. 만약 여러 파티에 초대받았다면, 그는 햇살과 마찬가지로 사랑이라는 것이 세상의 모든 시간과 모든 들끓는 숨결 중에 딱 한 장소에서 한 순간에 한 사람을 향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쳤을 것이다). (p.56)<br>그 파티에서 샬럿을 만난 것은 해리의 생에서 행운일까 불행일까? 해리가 만약 은둔자처럼 고독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다양한 여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더라면 그날 그때 샬럿을 선택했을까?&nbsp;그 이후로 이어진 그들의 인생행로를 보면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이라고 말할 것이다. 어느 순간에는 해리 자신조차 불행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여자를 만날 기회가 조금 더 있었더라면 굳이 유부녀인 그녀와 사랑에 빠지기를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취업해서 어떤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저 바닷가에서 낡은 오두막일지언정 자기 집을 갖고 그럭저럭 평범하게 살아가지 않았을까? 해리라면 저 바닷가의 의사처럼 그런 삶에도 분명 만족하고 살아갔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모두 가정에 지나지 않는다. 샬럿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연인들은 죽어도 사랑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지독하리만치 사랑을 믿는 이 여자를. 해리와 샬럿은 그래서 사랑만을 믿으며 도피행각을 벌이다가 여기 이 바닷가까지 오기에 이른 것이다.&nbsp;&nbsp;<br><br>살아가면서 비록 실수를 저질렀지만 최선을 다해 행동했던 모든 남자와 여자 그리고 미래에도 살아가면서 실수할 테지만 최선을 다해 행동할 모든 남자와 여자를 위해 부탁하는 거예요. 어쩌면 당신을 위한 부탁일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당신의 인생 역시 고통일 테니까. (p.271)<br><br>결국 인간은 아무리 최선의 판단을 따른다 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고,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 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거야. 그리고 내 생각에 돼지는 여전히 돼지일 뿐이야. 겉모습이 어떻든 말이지. (p.309)<br>지독하게 가난한 연인, 불륜이기에 도망자처럼 숨어 다닐 수밖에 없는 연인, 죄를 지은 남자, 달아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하필이면 구조해 준 여자가 임신 중이라 지독하게 운 없는 자신에게 욕을 퍼부으면서도 “자비 없는 태양 아래에서 움직임 없이 매료된 통나무배들이 원형 경기장처럼 그를 둘러싼 가운데 외롭고 번쩍이는 진흙탕 위에서 사투를 벌이”(p.318)는 ‘키 큰 죄수’.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분명 있었다. 선택의 순간이 여러 차례 주어졌었다. 해리는 애초부터 샬럿을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심지어 중간에 여자를 버릴 수도 있었다. 죄수는 또 어떤가? 임신 중인 여자를 외면해 버리고 노를 그 여자를 위해 젓지 않을 수도 있었다. 홍수의 심연 속으로 죽은 척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미련하기 짝이 없어서 보통 사람들 눈에는 바보 천치 같아 보인다. 저 ‘히라야마’가 선택한 삶 또한 그렇지 않은가. 남들이 보기에 번듯하게 살 수도 있는데 화장실 청소부라니! 그러나 그들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진다. 비록 그 선택으로 인해 패배하고 지독한 고통을 겪을지라도. “비통함과 무(無)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비통함을 선택하겠어.”(p.391) 해리 윌본의 이 마지막 말은 그래서 뜨겁게 가슴을 울린다.&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0/8/cover150/893746495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700890</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