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비행기, 기차, 자동차, 버스, 배.... 그리고 이런 동력을 쓰지 않고 오직 인간의 두 발을 이용해서 하는 여행도 있다. 도보 여행과 자전거 여행이 거기에 속한다. 코로나 이후로 여행을 도통 떠나지 못하다가 이번 연휴에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왔다. 자전거 국토종주. 코로나 이전에는 종종 자전거로 여행을 다녔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2년 넘도록 자전거 여행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인천 아라뱃길부터 시작하는 한강 종주, 남한강 종주, 북한강 종주, 동해안 종주 등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1박 2일 금강 완주를 목표로 떠났다.
출발은 5월 5일 어린이날 아침! 용산역에서 대전 신탄진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그것도 첫 차(5시 46분 출발)를 타야 해서 새벽 4시에 기상했다..... 휴일에 출근할 때보다 일찍 일어나다니 그것 참 미친짓이야.
자전거 여행 시 기차를 이용하면 접이식 자전거는 이렇게 맨 뒷좌석 뒤에 실을 수 있다.
신탄진역에 7시 30분쯤 도착, 역 근처에서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가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그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소주와 맥주 폭탄주를 마시는 손님들이 많았다는 점. 우리 테이블만 빼고 거의 모든 손님들이 그 아침부터 술을 마시던데, 아마도 밤새 일을 하고 아침에 술 한잔으로 피로를 푸는 노동자들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아침으로 갈치조림 2인분에 공기밥 3개를 먹었는데, 그 맛깔 난 갈치조림 사진을 올리려고 해도, 이 알라딘에서는 자꾸 세로 방향으로만 올라가서 사진 올리는 것은 포기.....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 첫째 목표 지점인 대청호수에 도착했다. 대청댐 인증센터에 가서 도장을 찍고 달려야 한다.
신탄진역에서 7km쯤 달리면 대청호수-
언제나 나를 이곳저곳 데려다 주는 나의 자전거~
대청댐에서 인증 도장을 찍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출발....!
1박 2일 동안 내가 가야 할 길-
5월의 눈부신 날씨.... 그러나 자전거 타기에는 약간 덥다. 땡볕이다. 이곳은 세종시 가기 전....
세종시(세종보인증센터)에 도착해서 그동안 종주 완주한 구간 인증을 하기로 했다. 자전거 국토종주 스탬프 찍는 곳은 대부분 무인센터인데, 간혹 이렇게 국토종주 인증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세종보인증센터에서 드디어! 그동안 완주한 곳 인증!
나 이런 사람임.......! 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 은메달(?) 받으니까 허벅지 통증이 싹 가시면서 뭔가 만면에 미소가 번지더라 ㅋㅋㅋㅋㅋ
세종시에서 이제 다음 목표인 공주시로 고고-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다 보면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움을 새로이 발견하게 된다.
캬- 이런 풍경을 내 두 발, 내 두 허벅지의 곳통과 함께 누리는....ㅋㅋㅋ
드디어 공주시 도착
공주 공산성 앞- 이 위에 올라가고 싶었으나, 가야 할 길도 아직 많고 어린이날이라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패스....
공산성과 무령왕님......ㅋ
공주에서 부여 구간은 백제의 문화유적지가 곳곳에 있어 볼거리가 풍성한데, 금강 완주를 목표로 한 나로서는 이 많은 유적지를 일단 패스해야 한다는 게 눈물이.......(다음에 자전거 없이 다시 가야지) 암튼 공주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쯤- 늦은 점심을 버섯불고기전골과 공기밥 2개, 물냉면 1개 시켜서 완전 싹싹 비웠다. 내 동생은 내가 국토종주하러 떠난다면 벌크업하러 가냐고 비웃는데(짜식.......죽는다), 좀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엄청 달리니까 엄청 먹어댄다. 전에 남한강 종주 때는 둘이서 삼겹살 2kg 먹었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는 길에 보이는 공주 한옥마을
땡볕이 조금 사라져서 이제 좀 탈만하다....(만 엉덩이와 허벅지의 곳통)
하아- 오후 5시를 지나니 슬슬 체력적 한계와 현타가 밀려온다(내가 이걸 왜 하지?ㅋㅋㅋㅋ) 일단 드러눕기-
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챙기고 다시 달려---- 드디어 부여, 백제 도착!
금강종주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주나 부여에서 1박을 한다. 부여에 예약해둔 숙박 업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쯤- 일단 깨끗하게 씻고 나니 그야말로 천국.... 그러나 저녁밥 먹으러 나갈 기운이 없어서 밥은 숙소에서 치맥을 하기로- 캬.... 시원한 맥주가 정말 마시고 싶었다.
이렇게 맛있는 치킨과 맥주도 정말 간만이다.... 둘이서 한마리 순삭- 맥주는 더 마실 수 있지만 내일도 달려야 하니 각각 2캔씩만-
오늘 내가 달린 거리- 이리저리 우회하거나 백제보 인증센터에서 숙소까지 오는 거리를 다 합하니 총 91킬로미터 달렸더라.
이틀째 아침은 인근 식당에서 사골황태해장국- 자전거 탈 때는 일단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둬야 한다. 내 몸이 동력이니까. ㅋㅋㅋㅋ
아름다운 백제(부여)의 모습
백제문화단지를 들어가지 못하고 완주를 위해 달려야 하는 게 조금 아쉽지만 부여에서 익산으로 내려가는 길도 참 아름답다.
이렇게 달리다 보면 세상에는 나와 자전거, 바람, 그리고 자연만 존재하는 순간이 온다.
금강하굿둑을 향해 달려갈수록 풍경도 더 아름다워진다. 이곳은 논산을 지날 즈음.
이번 여행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 논산에서 익산을 향해 갈 무렵.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무리를 지어 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남녀, 여여, 남남 둘씩 다니거나 혼자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그중에서도 여자 홀로 다니는 라이더들도 종종 만나는데, 진심 리스펙트합니다.
드디어 익산-
왠지 모르게 내 마음에 각인된 풍경 중 하나
익산성당포구인증센터에서 도장 꾹- 무인인증센터는 이렇게 생겼다.
익산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조금 넘었다. 너무 뜨겁기도 하고, 점심도 먹어야 해서, 근처 식당을 찾아가서 비빔국수와 비빔밥을 먹었다. 익산부터는 전라북도- 아무데나 들어가도 다 맛있다는 전라도. 비빔밥과 비빔국수도 정말 맛있었다.
자, 이제 라스트를 향해 갑니다!
갈대숲의 장관
웅포 곰개나루를 지날 무렵- 이 근처에서는 조금 여유가 생겨(볕이 뜨겁기도 해서) 카페에서 한 30분 쉬었다.
하구로 내려오니, 짭쪼름한 바다내음이 난다!
드디어 마지막...! 군산시!
군산으로 오니 확실히 드넓어진다.
그리고 드디어 금강종주 마지막 코스인 금강하굿둑 인증센터
도장은 이렇게 생겼다.
나 마지막 도장 찍는 순간 울컥했다. 끄하하하하하하. 나 너무 대단해. 멋져! 완주 인증스티커(저 위의 은메달)까지 받았으면 금상첨화인데, 금강하굿둑인증센터는 전에는 운영했다는데, 현재 무슨 사정이 있는지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아쉽지만 완주 인증은 다른 곳에서 하기로-
이때가 오후 5시 40분- 군산에서 용산으로 떠나는 7시 15분 새마을호를 예매해둔 상태라, 저녁 먹을 시간은 넉넉하다....! 우리는 근처 맛집이라는 간장게장 집을 검색해서 가기로 했는데..... 엄매나, 지도를 찾아서 아무리 찾아가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 흘러 6시 20분. 과연 1시간 안에 게장을 먹고 기차를 탈 수 있을까?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일단 택시를 불렀다. 택시에 자전거를 접어서 싣고 찜해둔 게장 집을 찾아가니, 아니 이곳은 자전거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곳! 자동차전용도로 가까이에 있었다. 자전거로 간다고 용쓰다 큰일날 뻔. 아무튼, 게장집 도착하니 어느덧 6시 30분- 게장을 30분만에 먹는다고? 말이 됨? 안 되겠다 싶어서 7시 15분 표는 취소하고, 군산에서 서울로 가는 막차(8시 20분)를 다시 예매했다.
그렇게 피날레... 아름다운 간장게장 피날레.
이 모든 과정은 이것을 먹기 위해 달린.....? 아니야 ㅋㅋㅋㅋ 절대 그렇지 않아.
간장게장 개꿀맛.. 공기밥 추가요. 둘이서 공기밥 3개 클리어... 게장 너는 진정한 밥도둑.
오늘은 이제 더이상 자전거를 타지 않을 것이므로 맥주와 소주(2병) 순삭-
기분 좋게 알딸딸한 상태로(알코올로 손목과 어깨와 허벅지 곳통을 달래며) 그렇게 군산역에서 용산으로 출발-
자전거 국토종주 금강 코스는 총길이 146km이다. 그런데 신탄진역에서 대청댐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구간 및, 중간에 헤매거나 숙소를 들어갔다 나오거나 우회하거나 하는 등등의 주행거리까지 합하니 이틀 동안 내가 자전거로 달린 거리는 163킬로미터- 나 정말 대단하다. 완주의 기쁨은 달려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힘든 걸 왜 하냐고 묻기도 한다. 자동차로 편하게 가서 구경하고, 먹고 마시고 놀지 뭔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땡볕을 힘겹게 자전거로 가고 있으면 현타가 오는 순간도 있다. 진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그런데 가다 가다 보면 결국 그 힘든 길도 끝이 있고, 힘든 와중에도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위로해준다. 자전거도로는 자동차 금지 구간이나 도보로 올 수 없는 곳도 있기 때문에 자동차나 도보 여행자가 발견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장소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면을 내 온몸으로 느끼니, 여행의 기쁨이 몸에 새겨지는 기분이랄까. 오르막이 있으면 분명 내리막이 있고, 시원한 바람이 반갑고 좋을 때도 있지만 그 바람이 원수처럼 미울 때도 있다. 그렇게 가고 가고 또 가다 보면 자전거 여행은 인생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래서 이 힘든 여행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다.
6월 첫 주에도 연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는 어디로? 동해안 남은 코스, 속초-고성 구간을 다녀올까....
일단 내일은 출근이야... 그만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