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선선(?)은 아니고 아직은 덥지만 곧 선선해질 것을 기대하면서 산책. (응?) 알음알음 한 권씩 산 것도 있고 왕창(?) 산 것도 있고. 어제 올리려고 했으나..... 일요일에 노트북 열기 넘나 귀찮은... 그런데 그걸 극복하고 노트북을 열어서 찍어 올린 다부장의 책상 사진 너무나 안 잊히네..........




아고타 크리스토프, <잘못 걸려온 전화>
<아무튼>의 개정판일 거라고 의심은 했지만 <아무튼>일 줄이야. <아무튼>은 지금 내 책꽂이 어디 뒤 칸에 숨어 있는 것 같아서 찾을 수가 없고, <아무튼>을 읽었던 나날로부터 어언 몇 년이 흘러서 그 사이 이 책은 거의 내게는 신간, 처음 만나는 책이나 마찬가지 같고..., 짧은 이야기들이라 이미 100자평도 남겼다. 10년 뒤에 개정판 또 사지 마라. ㅋㅋㅋㅋㅋ
    
잘못 걸려온 전화처럼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영원히 소통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들. 여기 실린 짧은 단편들을 읽노라면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이 세계와 인간이, 그리고 인간과 인생이 화해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믿었던 것은 아닐지. 그나저나 <아무튼>의 개정판이 아닐까 했더니 역시…. (2023년의 100자평)
 
서걱서걱 거칠고 투박한듯한 건조한 문체. 짧디 짧은 엽서 같은 이야기.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진솔하면서도 묵직하다. 아무튼, 삶은 그러니까 아픈 것이라고.... (2016년 구판의 100자평)




아모스 오즈 지음,  <블랙박스>
미리보기로 좀 읽다가 재미있어서 냉큼 구매하고 냉큼 다 읽음. 이미 리뷰도 남김. 이 책의 교훈: 사랑하다 헤어지고 난 뒤 다시 연락 금지. 서로 추해져!




이언 매큐언, <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작가인데(읽고 나면 항상 뭔가 기분이 찜찜) 가끔 읽고 싶은 작품이 생긴다. <암스테르담>은 재미있을 거 같아서 오랜만에 구매..... 근데... 구매하고 나서 보니 구판에 내가 별 셋으로 별점 매겼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00자평 안 남기니까 꼭 이런 일이 생기지. 어차피 기억도 안 나니까 다시 읽어보자. 10년 뒤에 개정판 또 사지 마라22222. ㅋㅋㅋㅋㅋ



    
오노레 드 발자크, <사촌 퐁스>
발자크의 방대한 전집 '인간극'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만년의 대표 걸작. 국내 초역으로,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이 작품을 평가했다고.... 그런데 발자크 많이 안 읽었는데 이 작품을 먼저 읽어도 괜찮겠지.




앤터니 비버, <베를린 함락 1945>
글항아리 걸작논픽션 시리즈를 좋아한다. 이 책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서는 사기를 미루고 있었는데(책 가격의 압박!), 아니, 리뷰대회 한다고 해서 그럼 지금 읽자하고 사버림..... 712쪽이네. 껄껄껄.... <제2의 성>도 읽어야 하는데.




피에르 부르디외‧ 로익 바캉,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 - 부르디외 사유의 지평>
한때 피에르 부르디외를 좋아해서 그의 저작을 열심히 읽던 때가 있었다(넘나 똑똑한 이 사람!). 그러다 안 읽고 있던 사이 이런 책이 나와버렸었네? 이런이런..... <언어와 상징권력>과 이 책 중 뭘 먼저 읽을까 하다가 이 책부터 읽기로. 이 책 다 읽으면 <언어와 상징권력>도 사야지.




미셸 푸코, <감옥의 대안- 미셸 푸코의 미공개 강연록>
푸코는 <감시와 처벌>이 출간된 다음 해인 1976년, 몬트리올대학교에서 ‘감옥의 대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이 강연의 녹취본을 편집한 것이 바로 이 책.



사라 채니, <나는 정상인가-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나는 스스로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다들 참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이른바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모두 비정상이라고 타자화하면서 단정하며 사는 것을 보고 너무나 신기해서 한번 정상성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샀다.




강남순, <젠더와 종교- 페미니즘을 통한 종교의 재구성>
종교(기독교)와 페미니즘, 젠더를 끊임없이 사유해 온 강남순의 저작. ‘젠더 렌즈’로 종교의 다양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면서 종교의 본질과 존재 이유를 파고든다고.




비비언 고닉, <상황과 이야기- 에세이와 회고록, 자전적 글쓰기에 관하여>
펀딩할 때 알림이 왔었던 거 같은데 굳이 펀딩까지 참여할 생각은 들지 않았고.... 책 나오면 사보자 싶었다. 에세이와 회고록, 비평 등에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이자 오랫동안 논픽션 강좌를 이끈 글쓰기 선생인 비비언 고닉이 말하는 쓰기와 읽기에 관한 책.




근데 우리 3호 이 책이 베개로 마음에 드는가 봐.... >_<




로버트 젠슨, <유류품 이야기- 재난 수습 전문가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기록>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남기고 가는 물건에 관심이 좀 있다. 물건이 때로는 그 사람이나 그의 삶을 말해준다고도 생각하고. 그런데 이 책은 심지어 재난 수습 전문가가 재난의 현장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의 기록이라니.....




김진영, <조용한 날들의 기록- 철학자 김진영의 마음 일기>
<아침의 피아노> <이별의 푸가> 등을 좋게 읽고 난 이 책도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책 가격의 압박과 전작들만큼 좋을지 약간 의심이 들어서 구매하지 않다가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그런데 중간쯤 읽다가 이미 아, 이건 사야겠다! 그리고 구매. 아주 오랜만에 연필로 밑줄 그으며 읽고 싶어진 책.


희망도서로 신청



데리언 니 그리파, <목구멍 속의 유령>
궁금하기는 한데, 약간 난해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단 희망도서로 신청. 아일랜드에서 시인으로 명성을 쌓아 가던 저자가 처음으로 발표한 산문으로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이 글은 시인이자 가정주부로 살아가던 작가 자신에 관한 에세이이자 200여 년 전에 단 한 편의 시를 남기고 사라진 여성 시인 아일린 더브에 관한 전기로, 이 두 줄기가 서로 얽히면서 기묘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고.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펄프헤드-익숙해 보이지만 결코 알지 못했던 미국, 그 반대편의 이야기>
이 책 소개 보고 빵터졌는데, 왜 웃긴지 그대로 옮겨보겠다. “미국 현대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리스트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린 《끈이론―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 테니스》가 출간되었을 때 알아보았어야 했다. 월리스의 작품에 서문을 쓰는 중책을 맡아 현란한 언어의 향연을 펼친 설리번의 내공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나한테 알림 메일 오니까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새 에세이가 나온 줄 알고 득달같이 달려왔다가 빵 터지고만 부분... 아직 낯선 이름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뉴욕 타임스 매거진>, <뉴요커>, <파리 리뷰>, <GQ>, <하퍼스 매거진> 같은 잡지에 재기 넘치면서도 깊이 있는 글을 발표해 이름을 얻었고,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그리고 이 매체들에 기고한 글들 가운데 선별한 열네 편의 이야기를 묶은 《펄프헤드》가 2011년 <뉴욕 타임스>, <타임>, <보스턴 글로브>, 아마존이 선정한 201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해서 읽어보려고 하는데.... 아직은 미덥지 못해서 일단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받아옴. 이거 읽고 맘에 들면 계속 사주마.






직딩 여러분 13일만 참아요. 긴 연휴가 우릴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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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9-11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젠더와 종교> 나도 있지롱~
베를린 함락 리뷰대회 712 페이지.. 저는 포기. ㅋㅋㅋㅋㅋ

이언 매큐언은 참 신기해요. 저도 여러권 읽긴 했는데, 그런데 좋아하는 작가를 물으면 이언 매큐언을 말하지는 않아요.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흠흠.

잠자냥 2023-09-11 10:32   좋아요 1 | URL
다락방도 있는 거 알고 있지롱~ ‘젠더‘가 들어간 책 사진 올린 거 봤습니다요.
<베를린 함락>은 참고문헌 같은 거 제외하면 600쪽쯤 되는 거 같은데, 사실 이 책 정가가 4만원이고, 3등상은 적립금 5만원 주더라고요? 그렇다면... 1등(40만원)이나 2등(20만원)하지 않는 이상 약간...... 권장할 만한 대회는 아닌 듯. ㅋㅋㅋㅋㅋ 이 책에 관심 있던 상태라면 이왕이면 지금 읽자 할 수는 있지만.....

저도 이언 매큐언은 여러 권 읽었고 기억에서 희미해져서 이렇게 또 사면도 내 머릿속 작가 목록에 올라가지는 않는 그런 신기한 사람... 조이스 캐롤 오츠랑 비슷한(???)

건수하 2023-09-11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를린 함락 이번 기회에 읽어봐? 하다가 댓글 읽고 가라앉혔습니다. 잠자냥님 1등 기원~

상황과 이야기는 얇아서 괜찮겠다- 하고 3호가 허락해준 듯 ㅋㅋ

잠자냥 2023-09-11 10:59   좋아요 0 | URL
아 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때문에 가라앉히다니 ㅋㅋㅋㅋㅋㅋㅋ 1등까지는 아니고 2등을 노려보겠습니다...

상황과 이야기 ㅋㅋㅋㅋㅋ 3호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11 11:35   좋아요 0 | URL
아 너무 두꺼워서요 ㅋㅋㅋ 요즘 독서력이 떨어져서... :)

미미 2023-09-1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필 모서리에 ?ㅋㅋㅋㅋ 3호 머리 살짝 옮겨주고싶어요!
저도 정상과 꽤 거리 있음ㅋㅋㅋ

잠자냥 2023-09-11 11:05   좋아요 1 | URL
제가 읽는 책에 얼굴 부비부비하면서 자기 냄새 묻히기가 저 녀석 취미에요.
책한테 잠자냥은 내꺼라고 호통치는 듯? ㅋㅋㅋㅋ
대다수 한국 사람들 보기에는 여기 서재 사람들 책을 뭐 그렇게 읽어대나 이상하다 싶을듯요...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9-11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를린 함락은 사서 읽기는 할텐데 잠자냥님이 대회 참석하신다고 하니 급기운이 떨어져서 저는 읽기만 해야겠어요! 제가 보기엔 잠자냥님 포함하여 1, 2, 3등 정도는 서재에서 아는 분들이 당선되실 것 같습니다!ㅎㅎㅎ <감옥의 대안>은 저도 궁금해지긴 해서(푸코 읽기하려면? 근데 이게 입문용인지는 뜯어봐야!) 희망도서로 신청해볼까 하네요.
저는 오늘 휴가라서 널널한데 13일 있다 또 휴일이라니 기분이 더 좋네요!^^*

잠자냥 2023-09-11 11:19   좋아요 1 | URL
아 왜요 ㅋㅋㅋㅋ 아 미쳐 ㅋㅋㅋ 화가 님은 역사 리뷰 잘 쓰시 잖아요. 저는 오히려 이런 책 리뷰는 못 씁니다요. 글항아리에서 걸작논픽셕 시리즈 출간 뒤 종종 리뷰대회 했는데 전 한 번도 1등한 적 없어요. (<피에 젖은 땅>, <봄의 제전>) 읽고 나셔서 한번 꼭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옥의 대안>은 지난번에 건수하님이 <감시와 처벌>보다는 쉽다고 하셨던가 그런 글을 본 기억이..
오늘 휴가 잘 보내세요!

건수하 2023-09-11 11:35   좋아요 3 | URL
제가 읽고서 쉽다고 한 건 아니고 <감옥의 대안> 이 푸코 책 중 가장 쉽다고 어디서 봤습니다 ^^;

잠자냥 2023-09-11 11:40   좋아요 3 | URL
제가 이렇게 휙~ 던져놓으면 ㅋㅋㅋㅋ 건수하가 정정하러 나타날 줄 알고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09-1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리뷰대회 1등 기원합니다^^
책 좋아하는 3호 고양이♡♡
근데 어떡하면 집사 2님이 요리를 다할까요?
우리집 인간 키우는 집사 2는 요리가 젬병이라 ㅠㅠ~~

잠자냥 2023-09-11 12:25   좋아요 3 | URL
ㅋㅋㅋ 요리는... 제가 안 하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는 해야 먹고살게 되므로. 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3-09-11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항상 맛집이지만
이번 올려주신 책들 완전 땡깁니다.

저도 이번 주 신청 도서에 사라 채니 원서 넣었어요.

사라 채니의 다른 저서들은 분류가 다양해서 이 분이 뭘 하는 분인지 궁금하더라고요 ㅎㅎ


근데, 일요일 노트북 열기 귀찮음을 극복하신 다락방님을 칭송하시는 잠자냥님의 찐우정에 저는 좋아서 웃고 갑니다 ㅎ

잠자냥 2023-09-11 15:47   좋아요 1 | URL
사라 채니 저서의 분류가 다양하군요? 다른 책들도 궁금하네요. ㅎㅎ
다락방 칭송이요? ㅋㅋㅋㅋㅋㅋㅋ 일요일에 노트북까지 열고 그런 책상 사진을 올린 인간에 대한 디스입니다. 디스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3-09-12 05: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흠. 어디선가 잠자냥 님이 허리가 안 좋아서 자주 걷는다, 이런 얘길 들은 거 같았거든요.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리하여 9월달에 특별하게 산책 코스를 정해놓은 줄 알고... ㅋㅋㅋㅋㅋ (진짜 그랬습니다)

잠자냥 2023-09-11 16:45   좋아요 3 | URL
산 책에서 일부러 산책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09-11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은 구판으로 읽었는데 내용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ㅎ
3호는 글쓰기 책을 좋아하는 걸까요? 아님 베개로 딱 좋은 사이즈?

잠자냥 2023-09-11 16:46   좋아요 3 | URL
녀석이 글쓰기에... 관심 있으면 제가 유튜브로 방영해서 떼돈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 베개로 좋은 사이즈인가 봅니다.

얄라알라 2023-09-12 16:01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의 댓글 읽다가, ㅋ크크 거리는 일이 요새 점점 잦아집니다^^ ㅋ

책읽는나무 2023-09-11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개정판을 일부러 산 게 아니고 모르고 산....ㅋㅋㅋ
자냥 님 리뷰나 잠자 뉴스 읽으면 바늘도 안 들어갈 것처럼 카리스마 있는데 리뷰 아닌 글을 읽으면 허당미 한 번씩 포착됩니다.ㅋㅋㅋ
근데 다락방 님이랑 잠자냥 님은 그런 모습이 왜 쫌 귀엽게 보이죠? 은오 님 댓글을 읽다 보니 사랑하는 눈으로 보기. 세뇌당했나 봅니다.ㅋㅋㅋ
그 와중에 3호 사랑스럽군요.
3호도 비비언 고닉을 사랑하는군요.♡
그리고 저 자냥 님 백자평 때문에 <조용한 날들의 기록> 샀어요. 아까 받았어요.^^

잠자냥 2023-09-11 17:23   좋아요 2 | URL
일부러 사긴요 ㅠㅠ 모르고 산 게 이번엔 두 권이나 ㅋㅋㅋㅋ 아이고야. 저 바늘로 찌르면 푹푹 들어갑니다. ㅋㅋㅋㅋ
우리 3호 너무 귀엽죠! >.< 보고싶다! 빨리 가야지 ㅋㅋㅋㅋ
<조용한 날들> 책나무 님이셨군요?! 저는 은오가 그새 또 산 줄. ㅋㅋㅋㅋ 이 책은 만복 자매 없을 때 조용히 읽으세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3-09-11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이 엄청나네요 ㅋ 잠자냥님에게 아직도 안산 책이 있다는것도 놀랍습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 책 산거 있는데(희곡) 아직도 못읽었네요 ㅜㅜ
요새 아고타 크리스토프 책이 많이 나오는거 같아요 ㅋ

잠자냥 2023-09-11 21:20   좋아요 1 | URL
나는 아직도 살 책이 많다…. ㅋㅋㅋㅋㅋ 아고타 크리스토프 희곡부터 천천히 읽어보세요~

바람돌이 2023-09-11 2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탑 장난 아니예요. ㅎㅎ
저 많은 책들 소개 중에 나는 이언 매큐언 읽고나면 항상 기분이 찜찜에 확 꽂힙니다.
저도요. 그래서 이언 매큐언 좋아할라고 막 읽었는데 계속 별로..... 특히 저 암스테르담은 더 찜찜.
이 동네에서 이언 매큐언 안 좋아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어서 그런가 갑자기 잠자냥님이 막 좋아집니다. ㅎㅎ

잠자냥 2023-09-11 22:2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싫어하는 게 통해서 좋아지는 사잌ㅋㅋㅋㅋㅋ 다락방 님도 딱히… 라고 하더군요. 암스테르담 이번에 읽으면 어떨지…. ㅎㅎㅎ

2023-09-12 0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12 0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9-12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에게서 헤어나올 수 없는 저.... 정상인가요?

잠자냥 2023-09-12 20:41   좋아요 1 | URL
다른 언니들한테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서 정상입니다.

은오 2023-09-1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3호가 잠자냥님 최애냥이예요?!

잠자냥 2023-09-12 20:42   좋아요 1 | URL
3호랑 6호요…. 근데 6호는 엄마바라기라 제가 없어도 그럭저럭 살 거 같은데 3호는 좀… ㅎㅎ

독서괭 2023-09-13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 엄청난 책탑! 못볼 뻔 했네요.
3호 가슴털 아유~~>ㅁ< 만져보고 싶어라..
개정판 (모르고) 또사기. 이래서 출판사에서 몇년마다 개정판을 내는 건가요? ㅋㅋ
그나저나 잠자냥님 럭키박스 책들 중에 읽은게 하나도 없어서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싶습니다. 언젠가 럭키박스 받을 때까지 기다려보고도 싶지만 ㅋㅋㅋ (동물성애자는 뒤로 미루고..)

잠자냥 2023-09-13 13:53   좋아요 1 | URL
울 집 와서 쓰다듬어 보고 가던가요... ㅋㅋㅋㅋ
개정판에 그런 깊은 뜻이?! (우리도 종종 내지만... 음?! ㅋㅋㅋㅋㅋ)
동물성애자부터 읽어보세요. 괭님 은오도 사랑하시는데.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13 13:58   좋아요 0 | URL
헐 은오님 봤어요!? 잠자냥님이 라면먹고가래!(아님)

잠자냥 2023-09-13 14:04   좋아요 0 | URL
엥 라면?! 어디 라면이 있죠?!

독서괭 2023-09-13 14:07   좋아요 0 | URL
라면 집에 있잖아요. 설마 없어요?ㅋㅋ
그런데 3호 쓰다듬게 해주나요? 저희 언니네 냥이들은 1호는 까칠하고 2호는 겁쟁이라 가도 만질 수가 없어요 ㅠㅠ

잠자냥 2023-09-13 14:16   좋아요 1 | URL
라면 이야기는 제가 하지 않아서... ㅋㅋㅋㅋ
3호는, 딩동!(심지어 건물 현관 초인종) 소리 나면 이미 사라져버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8월 30일)는 정희진 선생님의 북토크가 있었다. 희진쌤 북토크라고 하니 선생님의 책이 나왔나! 반가워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아니고 <여전히 미쳐 있는>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강의의 정식 이름은 <여전히 미쳐 있는×정희진 북토크>였다. 당연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8월초였나, 알라딘 이벤트 소개페이지에 강연과 관련한 내용이 떴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바로 신청했었다. 기본 참가비는 1만 원이었고, 현장에서 <여전히 미쳐 있는>과 굿즈(머그컵)를 받을 수 있는 옵션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까지 구매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여전히 미쳐 있는> 둘 다 북펀딩해서 책이 있으므로 참가비만 입금하고 8월 말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지는 않았고 아무튼 그렇게 8월 30일이 되었다.
 





7시 15분쯤 북토크가 열리는 장소인 합정역 디어라이프 북카페(북하우스 건물 지하1F)에 도착했다. 열혈 팬들이(어제 선생님은 광신도라 지칭하심ㅋㅋ) 앞자리를 이미 차지한 가운데 나는 애초부터 앞에 앉을 생각은 없어서 디어라이프 북카페를 좀 구경했다. 책나무 님은 내가 강연 간 것을 아시고는 나보고 ‘부지런하다’ 하셨는데 그건 아니고, 회사-집-회사-집-회사-집 무한반복 패턴에 퇴근하면 집에 가서 얼른 씻고 눕는 게 아침에 눈 뜨자 마자의 일대 소망인 나를!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 중 하나가 정희진 선생님이다. 언제나 나를 일깨우고 움직이게 하는 선생님. 그런데 생각해 보니 퇴근 후 가기 편한 위치에다가 집에서도 가까워서 별 부담 없이 신청했다. -_-;;  이 강연 신청할 때 장소를 보고는 아, 다락방은 오고 싶어도 못 오겠구나 했는데, 그렇다. 만일 이 강연이 저~쪽에서 했다면 내가 과연 갔을지;;;; 전에 리베카 솔닛이 내한 강연했을 때도 가고 싶었으나 결국 포기(건대에서 하다니)한 이유가 장소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나의 부지런함은 선택적으로 작동할 뿐.



강의 시작 전에는 좀 비었으나 곧 이 자리가 꽉 찼습니다.



강연 시작 전 선생님은 화장실을 다녀오시려고 저 안쪽에서 일어나셔서 뒤쪽까지 걸어오셨는데, 아아 머리가?! ㅋㅋㅋㅋ 선생님 죄송합니다. 사실 어제 멀리서 보고 중년 남성이 걸어오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 1월 <정희진의 공부> 강연 때는 삭발이셨는데 어느덧 머리카락이 많이 자라서 이제는 숏커트(희진쌤 팬들을 열심히 위해 묘사 중)인 선생님- 7시 30분이 조금 되기 전에 강의를 시작했는데, 선생님은 일단 먼저! 사진은 절대 찍지 말 것, 녹음하지 말 것을 강조하셨다. “여기 이렇게 참가비까지 내시고 오셨는데! 녹음해서 다른 분들에게까지 들려줄 필요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경험해 보니 녹음해서 그걸 다시 듣는 일은 절대 없더라고요!”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은 사진 촬영(및 몰래 녹음)을 극도로 싫어하신다. 아주 오래전부터 누차 강조하셨던 것인데, 지난 1월 강의 때 많은 분들이 선생님 사진을 찍고 있어서 좀 놀랐다..... 속으로 ‘아, 선생님이 싫어하실 텐데.....’했다는. 여러분, 앞으로 희진쌤 강의 가실 땐 절대 촬영은 금지입니다. 쌤은 필기도 “뭘 쓰세요. 그냥 들으세요.” 하시는 분이다. 맞아요. 필기하다가 중요한 이야기 놓친다니까요! 그래서 나는 필기를 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도 필기를 하지 않아서(이건 게을러서 ㅋㅋㅋㅋㅋ) 시험 볼 때는 닥쳐서 애들 거 빌려보고는 했다. 아무튼 어제도 필기는 하지 않았고 기억에 남은 인상적인 내용들만 정리해보겠다(때문에 단어 같은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성학 입문서/개론서로서의 <여전히 미쳐 있는>
선생님은 먼저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여전히 미쳐 있는> 두 책의 특징과 차이를 말씀하셨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19세기 여성의 글쓰기에 관한 영문학적 접근이라면 <여전히 미쳐 있는>은 1950년대 이후(전쟁 이후) 미국과 서구의 페미니즘의 역사를 현재까지 개론하고 있다고. 그러므로 이 책은 여성학 입문서나 개론서로서 아주 쉽고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텍스트라고 강조하셨는데 동의한다. 현재는 ‘여전히 미쳐’있는 상태가 아니라 ‘완전히 미치겠는(totally mad) 사회, 아니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영원히 미친(eternally mad) 상태가 아니겠냐고 말씀하신 점도 인상 깊다. 그러나 이 책은 어디까지나 미국/서구의 역사이므로 한국의 현실(현재)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열변을 토하셨는데 그 지점들이 어제는 굉장히 뜨겁게 날카롭게 그러나 절망적으로(난 한국에 희망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므로) 다가왔다.

한국은 젠더의 인식론적 지위가 매우 낮고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모든 문해력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라는(이때 문맹률은 의미가 없다) 지적, 한국 사회는 ‘젠더 갈등’이라는 말을 쓰는데, 젠더 갈등이라는 말은 틀렸다. 이 사회는 갈등까지 가지도 못한다. 성차별이지 젠더 갈등이 아니다. 이 사회는 성차별이 없다고 말하고, 미소지니가 무엇인지도 모르며, 김건희를 비판하면 여혐이고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김건희를 비판하느냐고 지적하는 나라이다. 맨스플레인이라는 말도 한국에는 맞지 않다, 한국 남자들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데, 맨스플레인 할 게 뭐가 있느냐는 말에는 빵 터지고 말았다. 아무튼 한국 사회 전반의 지적 수준의 하락과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대해 여러 차례 개탄하셨는데 이건 아래에서 더 덧붙이기로 하고.

다시 돌아와 <여전히 미쳐 있는> 책에서는 잠깐만 언급되거나 미처 다루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것들- 힐러리 로댐이 전형적인 공화당주의자였다가 민주당으로 돌아서게 된 사연도 흥미로웠고(토론 배틀 준비하다가 민주당에 빠져버림), 무엇보다 베티 프리단의 이야기는 좀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나는 <여성성의 신화>는 읽지 않았는데 <여전히 미쳐 있는>이나 <백래쉬>에서 그려지는 베티 프리단에 관한 묘사나 설명을 읽고는 아, 이 사람은 좀 별로네 <여성성의 신화>는 읽지 말아야겠다고 정리한 터였다. 그러던 참에 희진쌤이 그녀가 가정 폭력의 희생자-매 맞는 아내였다는 점을 언급하신 것이다, 그래서 항상 대중 앞에 나설 때면 늘 짙은 화장으로 멍을 가려야만 했던 것, 그 때문인지 나중에는 전향하듯이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던 것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관점에서 이 사람을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이야기도 그렇다(세 아들의 엄마,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다음 날 남편의 자살 등등). 그러니까 어떤 한 개인의 이면의 역사를 알면 더 궁금해지기도 하고 다른 관점에서 텍스트를 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여전히 미쳐 있는>의 아쉬운 점도 말씀하셨는데 일단 소소(?)한 지적이긴 하지만 생각해 볼거리. 안드레아 드워킨의 이야기가 좀 흥미로웠다. 나도 이 책을 읽을 때 안드레아 드워킨을 ‘앤드레아’라고 지칭하고 있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쌤은 이를 지적하면서 ‘안드레아’는 남자의 이름이다. 딸에게 굳이 남자의 이름을 지어주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딸의 입장(억압)에 관해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말씀(희진쌤의 이름도 그렇다고 하셨는데 한자로 ‘진’자가 주로 아들들 이름에 쓰는 ‘진’이라고)을 하셨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안드레아’를 ‘앤드레아’라고 지칭한 것은 좀 아쉽다는 말. 그리고 이 책에서는 후기 구조주의와 탈식민주의, 다나 해러웨이 등을 다루지 않아 아쉽다고도 하셨다(쌤은 요즘 확실히 다나 해러웨이에 꽂히신 것 같다). 그러면서 모든 책이 독자를 100%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쌤이 여러 차례 읽은 <한낮의 우울>만 하더라도 여성주의 시각은 부족하다(페미니즘과 우울증은 불가분의 관계인 것에 비해 너무 조금 다룸), 그 점이 아쉽다는 점도 언급하고 지나가셨다.

공부하지 않는, 책을 읽지 않는 한국
앞서 언급했듯이 어제 선생님은 지적으로 하락한 이 사회,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몹시 개탄하셨는데(책을 읽고 공부하는 사람을 오히려 비난하는 이상한 사회-“니가 왜 공부를 해?” “아직도 공부를 해?” 등등),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쌤의 이 분노에 여러 번 공감했다. 책을 읽지 않고, 공부하지 않고, 지식을 생산하고 보존하는 일에는 등한시하면서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매체에만 빠져 사는 한국인들은 소통 불가. 문해력은 점점 낮아져 결국 그런 지성의 하락이 현재의 정권을 탄생시킨 것이 아니냐.... 그리고 그 정부는 세종도서 예산 80억을 삭감해서 집행하지 않고 있다(진짜 이거 극공감 ㅠㅠ). 사람들이 우매할수록 집권 세력은 편하게 통치할 수 있으므로 그렇잖아도 공부와는 담 쌓고 사는 한국인을 더 우매하게 만들려는 이 정부의 큰 그림이 아닐까 나는 의심 중인데, 그러다가도 이 정도 큰 그림까지 그릴 수 있을 정부인가 싶어지기도 한다.

아무나 아니 모두가 글을 쓰는 시대인데 누구도 책을 읽지 않는다. 심지어 <여전히 미쳐 있는>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보다 덜 팔렸다고 해서 의아해하셨다는 쌤. 그래요 나도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어요. 하지만 출판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씀하셔서 빵 터졌다. 어제도 나는 자신이 투고한 원고에 왜 코멘트 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메일을 받았고, 그런 인간들한테 절레절레 질린 참이었는데 쌤의 이런 촌철살인 발언을 듣고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쌤은 결국 안목 있는 독자가 좋은 작가가 된다, 그러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읽지 않고 글을 쓰는 것까지야 뭐라 할 수 없지만 굳이 출판까지야..... 그러다 보니 한국 출판계에서는 좋은 책이 나오는 게 아니라 편집자들이 팔릴 책을 억지로 ‘기획’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것은 곧 집단 지성 하락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아닐지.

공부하지 않는 페미니스트
결국 이야기는 ‘공부하지 않는 한국 페미니스트’로 귀결되었다. 쌤이 이 말씀을 하실 때 나는 속으로 ‘아니 쌤, 저기 알라딘에 공부하는 페미니스트들 많은데요, 저는 아니지만….’하고 항변하기도 했으나. 대체로는 쌤의 지적에 동의한다. 개인의 능력을 최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개인의 능력이 곧 페미니즘의 엔진이 되어 페미니즘 대중화에 불을 당기기는 했으나 이론도 운동도 대중화되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페미니즘 관련 책은 많이 나오지만 왜 팔리지 않는가? 게다가 그렇게 출판되는 책들도 대부분은 개인의 경험담(사연팔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가운데 계속해서 나오는 책들도 페미니즘 고전들(<제2의성>, <다락방의 미친 여자>, <여전히 미쳐 있는> 등등)의 재번역/재발행에 그칠 뿐이다. 그러므로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로컬 여성학 책을 직접 쓸 수 있을 정도의 시각적 훈련(결국 책 읽기)을 해야 한다.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공부하지 않는다,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만 할뿐(정체성의 페미니즘)이라는 지적에는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이것은 바로 나?! 아닌가 싶었다. 페미니스트라면서 <제2의 성>을 읽지 않는 페미니스트 그건 바로 나였다. 여기 알라딘에서 페미니즘 책 읽기 모임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같이 하지 않은 이유는 책을 의무로 읽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바로 내가 페미니스트, 내 생활이 날마다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컸다. 대학생 시절 (이제는 거의 사라진) 총여학생회의 꿈나무이자 귀염둥이로 이쁨받으면서 선배들로부터 의식화교육(ㅋㅋㅋㅋㅋㅋㅋㅋ)을 받으며 수요집회니 기활이니 이런 활동을 하면서 쑥쑥 자라 선전부장으로 대자보를 쓰고 다녔던 나는 어느 순간 페미니즘은 더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내 생활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했으므로(가부장제적 요소를 최대한 벗어남-가족 중 아버지를 제거함, 결혼하지 않음, 출산하지 않음, 기타 등등) 앎과 삶이 이토록(?!) 일치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페미니스트 잠자냥(언젠가 공쟝쟝이 물어봤을 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렇게 대답했다.........-_-)! 그런데 이렇게 방종&자만하게 살던 나는 어제 쌤이 ‘공부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만 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씀하셨을 때 온몸을 바늘로 찔린 듯한 아픔과 함께 반성이 밀려왔다.

“그러니까 엄마 업데이트 좀 해”, 언젠가 읽은 조남주의 <우리가 쓴 것>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교사인 엄마가 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서 미묘하게 피해자인 여학생을 탓하는 발언을 하자 10대인 딸이 엄마를 타박하면서 했던 말로 기억한다. 나의 앎은 이십대 그 자락, 그때에서 멈춘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지금 내가 스스로 내게 해야 할 말이 아닐까. “그러니까 자냥, 업데이트 좀 해.”

쌤이 말하셨다. 우리들의 주관성은 사연이 된다고. 남자의 주관성은 그 자체로 권력이 되지만 우리의 주관성은 사연이 되고 말기에 더 공부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점 훈련(시각적 훈련/책 읽기/공부)을 평생 해야 한다고. “정치적 올바름은 불가능하다. 다만 더 타락하지 않도록 관점 훈련을 평생 해야 한다.”고. 정상성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사람은 여전히(Still) 미친 것도, 완전히(Totally) 미친 것도 아닌 영원히(Eternally) 미칠 수밖에 없는 이 세계에서 나의 언어가 권력이 되기 위해서, 아니 조금이라도 더 타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제2의성>을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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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9-01 13:01   좋아요 5 | URL
자냥님께 없는 건 은오님뿐, 단발님께 없는 건 정희진쌤 댓글뿐..!!ㅋㅋㅋ

잠자냥 2023-09-01 14:00   좋아요 3 | URL
아니 괭 이 사람아 은오는 안 갖고 싶다니까.

독서괭 2023-09-01 14:03   좋아요 5 | URL
전 그냥 없다고만 했는데여🙄

책읽는나무 2023-09-01 15:28   좋아요 4 | URL
괭 님...ㅋㅋㅋㅋ
촌철살인마!!!ㅋㅋ
그러네요.
두 분다 없는 것 그것 맞네요.^^

은오 2023-09-01 21:09   좋아요 3 | URL
이미 드렸습니다.

잠자냥 2023-09-01 21:14   좋아요 3 | URL
은오 / 반사~~~

미미 2023-09-01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쌤 댓글 음성지원도 되는군요ㅋㅋㅋㅋ 새벽에 남기셔서 그런지 더 청량한 느낌!

잠자냥 2023-09-01 09:22   좋아요 4 | URL
천하장사 소세지 여러 개 드시고 다신 듯한 박력!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9-01 10:22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오오, 정희진 선생님이 알라딘에도 댓글을 달아주시는군요? 흐흣. 잠자냥 님의 성실한 후기및 선생님의 댓글도 잘 읽었습니다. 아니 무엇보다 잠자냥 님, 기억 잘하신 것도 대단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정리도 잘하십니까? 소제목 딱딱 뽑아서 정리하시는 거 너무 저는 못하는 영역이라 저의 오늘 최고 부러움은 그 부분입니다. 소제목 뽑고 분류 정리하는 거요. 저는 책에서 소제목 읽어도 다 휘발되어 버리고 세세한 것들만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서 그것이 저의 가장 큰 문제, 빅 프라블럼 입니다.

저는 평일 일곱시반 합정, 무리입니다. 몇해전만 해도 기어코 무리를 해서라도 강연 따라다녔었는데(저 강연 들으러 창원도 감 ㅎㅎ) 이제는 못하겠네요. 열정이 사그라든건지 체력이 사그라든건지. 아무튼 그렇습니다. 몇해전 그 때 저 왜그렇게 열심히 다녔는가 몰라요. 여하튼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것은 좋습니다. 그리고 솔닛의 건대 강연 간 사람, 접니다. 제가 그 강연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거기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를 이해한다는 거였습니다. 아마 다녀오고 제가 후기도 썼던걸로 기억하는데요, 솔닛의 말과 동시에 사람들이 웃더군요. 저는 통역 들은 다음에 웃는데... 아 여기 오는 사람들 다 영어 되는 사람이었어? 라는 커다란 충격이 강타했고, 그 강연 끝나고 같이 들었던 친구랑 나와서 갈비를 구워 먹었던 생각이 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정희진 쌤 강연 듣고 친구들이랑 ‘간단하게 삼겹살‘ 햇던 기억도 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이 제2의 성 읽겠다 하시니, 공부하는 페미니스트라는 언급을 하시니,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더 읽어야겠다 생각하게 됩니다. 제2의성은 두 번 읽었는데도 지금은 내용이 별로 기억 안나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읽으면서 아니, 이미 보부아르는 다 알고 있었어!! 흥분했던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잠자냥 님의 독서도 글쓰기도 그리고 정리정돈도 응원합니다. 빠샤!!

잠자냥 2023-09-01 10:39   좋아요 4 | URL
아니 다부장 무슨 일이야. 왜케 바빠...ㅠㅠ
창원 다녀오신 거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전 그러지는 못할 거 같거든요.
건대 강연도 다락방님은 가셨을 거 같더라고요. 같은 서울에서 열리는 강연이라도 전 좀만 멀면 안 가버리는;; ㅋㅋㅋ 그런데 다부장님은 강연도 그와 관련한 먹을 것으로 기억하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열심히 공부합시다. 글도 쓰시고.... 어여 바쁜 날이 지나가길.
참 그리고 오늘도 점심 잘 드세요!

단발머리 2023-09-01 12:27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바쁘지 마시고요. 점심 맛난 거 드세요. 오늘의 당부입니다.

다락방 2023-09-01 10: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선생님이 기억력은 지식이 체화되어야 좋다 하시는 걸 보니 저는 지식이 현저히 부족한가 봅니다 ㅠㅠ 기억력이 너무 안좋아요. 책 읽은 것도 다 기억이 안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3-09-01 10:53   좋아요 5 | URL
왜 이래 다부장 이것저것 엮어쓰기 달인이.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9-01 15:47   좋아요 3 | URL
다락방 님 오늘 왤케??!!!!
ㅋㅋㅋ
없어 보입니다. 어깨 펴세요.
지시과 체험이 체화되어 글 잘 쓰시는 분이....^^
저녁도 맛난 거 드세요. 저도 오늘의 당부입니다.

2023-09-01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1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9-01 21: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 “젠더갈등” 들을 때마다 발작일으키는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 특히 한남 입에서 요즘 젠더갈등이 문제다.. 젠더갈등 없던 예전 평화로운 시절 ㅇㅈㄹ 할때마다 여자들이 김치녀 보슬아치 소리 들으면서도 묵묵히 3단도시락 싸던 시절 니네나 좋겠지 그렇게 일방적으로 내내 밟아놓고 요새 기껏해야 한남 소리 듣는게 뭐 그리 억울한지 양심없는 김치남들아 소리가 절로 나옴. 그리고 요즘 젠더관련 책 다시 읽는데 여성차별 여성폭력이라는 단어가 젠더갈등 젠더폭력으로 바뀌면서 성별위계가 비가시화되고 뭉뚱그러졌다는 지적도 생각나고요
2. 인간들아!! 책을 읽자!! 재밌는데.......쓰는 것보다 읽는 게 훨씬 재밌는데..... 쓰는거 머리아프지 않나 난 읽기만 하고싶다
3. 잠자냥님이 제2의성을 읽으신다 하시니 저도 갑자기 다시 집어들고 싶어서 같이 읽자고 하려다가 아니 어차피 잠자냥님은 혼자 읽으시잖아?! 근데 아무리 잠자냥님이어도 주말 이틀컷....되려나?! 잠자냥님이라면 가능인가요? ㅋㅋㅋㅋㅋ
4. 저도 공부하겠습니다.
5. 잠자냥님이랑❤️

잠자냥 2023-09-02 02:13   좋아요 1 | URL
아 이틀 만에 끝내보고 싶은 도전욕구 생기네…. 일단 오늘 술 그만 마시고 일찍 일어나야지…

케이 2023-09-06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댓글읽다 놀랐어요. 진짜 정희진 선생님? 정희진 선생님께서도 인정하신 잠자냥님 ㅋㅋㅋㅋㅋ
짧은 댓글에서도 촌철살인이 느껴집니다.
제가 예전에도 말씀드린 꼭 홍위병처럼 구는 자칭 페미니스트들이 제발 정희진 선생님 댓글 중 2번 읽고 정신 차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출판하지 말란 말에 빵터지고 갑니다. ㅋㅋㅋㅋㅋ
요즘은 서점 구경도 못가지만, 책 구경하다보면 절로 나오던 말 중 하나였죠. 이런 책도 출판이 되는구나...
정희진 선생님께서도 인정하신 잠자냥님 언제나 건강하세요!

잠자냥 2023-09-06 14:3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케이 님 정희진 선생님께서도 인정하신 잠자냥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요. ㅋㅋㅋ
2번의 경우 제가 그게 자격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쓴 건 아니고, 페미니즘적 생각 아래 그런 삶을 선택해서 살고 있다는 거였는데 아무튼 뭐 그런 내용을 선생님께서 하신 댓글에 구구절절 설명은 하지 않았어요. 페미니스트 자격이 어디 있겠습니까. ㅋㅋㅋ
정말 재밌죠? 선생님이 정확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어요. 네, 이런 책 제목도 있더라고요. 그래요. 저도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어요. 하지만 출판은 하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케이 님 요즘 날씨 갑자기 또 무더워졌어요.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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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사2랑 삼겸살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갑자기 집사2가 “넌 먹을 때 제일 행복해 보인다?”라기에 “응? 먹을 때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라고 대꾸하다가 생각해보니 “아닌데! 난 누워서 책 읽을 때가 제일 행복해! 근데 책 읽을 땐 집중하고 있으니까 즐거워 보이지는 않지” 하고 말했다. 진짜야. 진짜라니까. 어제도 그렇게 소주 마시고 집에 들어와 넌 쿨쿨 잘 때 난 책 읽는다. 그래서 또 책도 샀지. 큰 택배 상자로 안 받으려고 야금야금 ㅋㅋㅋㅋㅋㅋ


    
조르주 페렉, <나는 태어났다>
<어렴풋한 부티크> 읽고 나서 페렉의 다른 책 혹시 뭐 나온 거 있나 검색하던 중 발견. 아니 이 책 언제 나도 모르게 나왔어?! 내가 페렉의 알림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인가?! 이럴 수가. 생각해 보니 조르주 페렉으로 신간 알림 신청을 한 것이 아니라 페렉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로 알림 신청을 해서 놓쳤던 이 책. 이 책은 자전적 글쓰기라는 하나의 주제로 메모, 단편, 연설, 비평, 편지, 자화상, 신문 기사, 인터뷰, 서평, 라디오 방송 등 다양한 성격의 글을 모았다.




그레이엄 그린, <코미디언스>
다부장님 최근에 이 책 생겼죠? 저도 샀습니다. 이 책은 북펀딩해서 출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펀딩은 하지 않았고, 출간 때 보관함에 담아두기는 했는데 그레이엄 그린임에도 바로 사지 않았던 이유는....딱히 재미는 없어 보여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아이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그 당시 아이티 대통령인 프랑수아 뒤발리에의 독재 치하와 그 체제 아래 다 쓰러져 가는 호텔을 운영하는 영국인의 이야기라고. 그래도 그레이엄 그린이니까 한번은 읽어봐야지 하던 참에 집 근처 중고서점에 있어서 가져옴.




볼프강 카이저, <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워 보여서 구매. “독일의 문학비평가 볼프강 카이저가 저술한 가장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그로테스크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고. 과거의 그로테스크를 살펴봄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그로테스크한’ 현대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는 취지.




아서 C. 단토, 데메트리오 파파로니, <예술과 탈역사>
이 책의 부제는 ‘예술의 종말에 관한 단토와의 대화’. 예술의 종말을 고해 미술계와 철학계 모두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온 철학자, 아서 C. 단토. 이탈리아의 미술 비평가인 데메트리오 파파로니가 단토와 함께 동시대 예술에 관한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아니타 브래디, 토니 쉬라토 지음, <쉽게 읽는 주디스 버틀러>
다부장님 최근에 이 책 생겼죠? 저도 샀습니다. 주디스 버틀러를 읽다 보니 더 읽고 싶어졌는데, 그러다 보니 눈에 들어온 이 책. 대중문화, 미디어, 실생활의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과 개념을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고. 그런데 책 만듦새는 좀 안 멋있네......ㅋㅋㅋㅋㅋ




주디스 버틀러, <젠더 허물기>
<젠더 트러블>도 안 읽었으면서 젠더 허물기부터 읽기?! 버틀러가 퀴어, 여성, 유대인, 철학자로 스스로를 전면화하고 개인의 역사를 드러내며 써 내려간 저작으로 1999년에서 2004년 사이에 쓴 글을 모아 엮었다고.




프란츠 파농, <검은 피부, 하얀 가면>
모두가 아는 책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예전에 나오기는 했으나 번역 지적하는 소리가 많아서 일단 보관함에만 묵혀뒀는데 개정판이 나왔다고 하기에 믿어보고 샀다.




세라 망구소, <300개의 단상>
에세이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에세이를 샀습니다. 세라 망구소 에세이는 다 읽어보려고 보관함에 담아두기는 했는데, 이 책은 미리보기 하다가 오호라, 하면서 또 반해서 샀다. 줌파 라히리가 세라 망구소를 일컬어 “오늘날 영미 문단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작가”라고 극찬했다고.

그래서 밑줄 그은 구절이 많은데 그중 하나만 소개.



당신의 반려동물은 당신이 어떤 인간 반려자를 찾는지를 드러낸다. 또한 당신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 P37


아쉬우니까 하나 더 소개?



파리에 간다면, 당신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파리가 아니다. 파리에 간 당신 자신이다. 다른 어느 곳에서든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냥 집에 있는 편이 낫다. 집에서, 당신을 둘러싼 환경에 별다른 특징이 없는 그곳에서, 당신은 온전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단, 당신이 진정으로 보려고 한다면 말이다. – P102




고병권, <편집자의 세계>
책을 딱 펼치면 (미리보기에서 4페이지) 완전 크게 나오는 저자 사진에 당황했으나..........(저자 사진 보고는 읽지 말까 싶었음),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편집자들 이야기라서 읽어보기로 했다.





이제 주말이다. 누워서 책 읽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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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8-18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다부장 앞으로 보낸 편지 옅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로테스크 찜합니다. 주디스 버틀러 책에 자동으로 일국의 장관님 연상됩니다… 아이고.

잠자냥 2023-08-18 11:38   좋아요 1 | URL
버틀러랑 맞장뜬 나 자신에 도취된 그 뚜껑머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18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세라 망구소의 인용문이 어째 딱 자냥 님이 쓰신 듯 합니다?
출판계를 살리시는 독자님!!^^

잠자냥 2023-08-18 11:39   좋아요 1 | URL
반려동물 거기서 빵터짐요.ㅋㅋㅋ
파리 가봤자야, 집에 있어. 이 구절도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있나요? 하아. 개정판 사고 싶은데요?

2. 저 주디스 버틀러 별로 안좋아하는데도 나름 책 몇 권 있거든요? 젠더 허물기 사고 싶네요. 왜죠? 수집벽인가 ㅠㅠ

3. 오늘의 책탑은 뭔가 심오해보이네요. 오 …

4. 저의 책탑은 다음주 월요일을 기대해주세요! 앗, 월요일에 못 쓸 수도 있으니까 오늘 쓸까? 요건 생각 좀 …

잠자냥 2023-08-18 11:59   좋아요 1 | URL
1. 있을 거 같은데... 구판은 2014년에 나왔고요, 이 개정판은 작년에 나옴요...
2. ㅇㅇ
3. 심오는 무슨... 심사입니다. ㅋㅋㅋㅋㅋㅋ
4. 오늘 쓰면 책 사진 있음? 책 사진 없으면 무효.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8-18 13:09   좋아요 1 | URL
사진 없으면 무효 22222

다락방 2023-08-18 19:48   좋아요 1 | URL
하던대로 월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사진 못 찍은 자 올림 ㅋㅋㅋㅋㅋ

은오 2023-08-18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사2님 너무 부러우어어오오어ㅓㅓㅜ추엉어누ㅜ누
잠자냥님이랑 소주도먹고 삼겹살도먹고 잠자냥님 행복해하는것도보고 누워서책읽는것도보고 열받네................ 알라딘은 키워드차단기능좀.............
300개의 단상 제가 땡투했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3-08-18 13:14   좋아요 2 | URL
대신 제 짜증도 다 받고 견뎌야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300개의 단상 땡투 안 그래도 은오 너로구나! 했습니다. ㅋㅋ

독서괭 2023-08-18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세라 망구소의 말, ˝그냥 집에 있는 것이 낫다˝ ㅋㅋ 이거 얼마전 뉴요커에 실렸다는 ˝A Case Against Travel˝이라는 글과 일맥상통하네요. 물론 이 기사 원문을 제가 읽은 건 아니고요, 유료구독중인 오터레터에서 ˝여행에 대한 소수의견˝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해줘서 번역문을 읽었습니다. 페소아, 체스터턴 등의 말을 언급하면서 여행이 사람을 변하게 하지 않는다는 얘길 하는데, 재밌더라고요.
그나저나, 먹을 때 행복해보이는 잠자냥님? ㅋㅋ 간식 먹으며 책 볼 때가 제일 행복하지 않나요? ㅋㅋ 그런데, 잠자냥님은 체력이 좋으신가 봅니다. 집사2님 쿨쿨 자는데도, 술 마셨는데도, 책을 읽으시다니.. 역시 없는 건 은오님밖에 없는 잠자냥..

잠자냥 2023-08-18 13:16   좋아요 2 | URL
여행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여행지를 변하게 하기는 함 ㅋㅋㅋㅋㅋ
먹을 때라기보다는 일단 술을 마시면 행복해하는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근데 간식은 잘 안 먹어요. 다락방하고 비슷함. ㅋㅋㅋㅋ 술과 고기파? ㅋㅋㅋㅋㅋㅋ 특히 책 읽을 때 간식 먹으면 방해됨. 커피도 그냥 원샷으로 마셔버리고 누워서 읽습니다. 커피 마시면서 책 읽으려면 계속 일어났다 누웠다해야 해서 ㅋㅋㅋㅋ
전 술 마시고도 꼭 책 읽다 자기는 해요. 안 그러면 그날이 좀 허무함...
(은오는 안 갖고 싶은데.....)

은오 2023-08-18 13:18   좋아요 2 | URL
드릴테니 사양하지마시죠

잠자냥 2023-08-18 13:25   좋아요 2 | URL
극구 사양하옵니다.

단발머리 2023-08-19 13:49   좋아요 3 | URL
세상에.... 독서괭님! 간식 먹으며 책 볼 때 제일 행복한 사람 ㅋㅋㅋㅋㅋㅋㅋ 저두 그래요.
그러나 우리는 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책 읽으면서 간식 안 먹고 커피도 원샷으로 마시는 사람을.... 어떻게 이겨요.
잠자냥님이야말로 진정한 독서 장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은오님께 수령!

자목련 2023-08-18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금야금이 더 무섭다는 ㅋㅋ

잠자냥 2023-08-18 13: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놈의 쿠폰이 절 이렇게 만들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받는다하면서 오늘도 받음 ㅠㅠ)

레삭매냐 2023-08-18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uying books 를 walking 으로 착각했다는 -

잠자냥 2023-08-18 14:54   좋아요 1 | URL
ㅋㅋ 사실 제목에서 늘 그것을 노렸습니다요.

건수하 2023-08-18 15:04   좋아요 1 | URL
저의 카테고리 분류도 그렇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3-08-18 15:13   좋아요 1 | URL
우린 모두 산책자 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8-18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렉으로 유혹당하고 있습니다.
한권 두권 사고 있는데.. ㅎㅎ

잠자냥 2023-08-18 16:22   좋아요 1 | URL
한 권 두 권 사서 모으고 싶은 작가~ ㅎ

구단씨 2023-08-18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야금야금. ㅎㅎㅎ
책은 큰 박스로 받는 기쁨도 있지만, 야금야금 받는 즐거움이 커요!!!

잠자냥 2023-08-19 12:46   좋아요 0 | URL
ㅋㅋ 단 집에 아무도 없고 나만 있을 때 받아야 합니다! 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8-18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탑을 보니... 조르주 페렉 위에 냥님들 귀라도 쫑긋 나와야 할 것 같아요 ㅋㅋㅋ
당신의 반려동물을 보면...을 보니, 저희집 냥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ㅋㅋㅋ 제가 이런 인간 반려자를 원한다구요??? 에이.. 설마...

잠자냥 2023-08-19 12:4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 저는 고양이라는 존재로만 생각하고 끄덕끄덕했는데 구체적으로 우리집 냥이들 성격 대입해보니 ㅋㅋㅋㅋㅋㅋ 막내 빼고는 안 되겠는데요! ㅋㅋㅋㅋ 특히 똥테러 3호 어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8-1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미 읽은 책 한 권 나와서... 저는 무척 행복하고 평안합니다. 아... 덥지만 평안한 주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9 15:29   좋아요 0 | URL
젠더 허물기?! ㅎㅎㅎ 다시 엄청 더운 주말이네요. 평안한 주말 잘 보내세요~~

다락방 2023-08-21 09:00   좋아요 0 | URL
저는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찍어봅니다. 후훗.

단발머리 2023-08-28 09:53   좋아요 2 | URL
락방님 페이퍼 보다 이 댓글 생각남요 ㅋㅋㅋ
락방님 딩동댕 잠자냥님 땡 ㅋㅋㅋㅋㅋ
 
















“당신 말이야, 그렇게 벌써부터 술에 절어 살면 쉰도 못 채우고 주님 곁에 가게 된다고!” 불쌍하지만 불쌍하지는 않은 캐럴라인이 주디스 헌에게 말한다. 그러자 이미 소주 댓병은 깐 듯붉어진 코와 고꾸라진 혀로 주디스 헌이 대꾸한다. “이 할망구야, 그렇게 일흔이 넘도록 열심히 살아봤자 결국 당신이 가는 곳은 차디찬 무덤일 뿐이잖아! 거기가 천국이라고 생각해? 바로 지금 여기 주님 곁이 천국이야!” 그러고는 또 꿀꺽꿀꺽 술을 마시고 입술을 훔친다. 캐럴라인은 그 중년의 술주정뱅이가 못내 못마땅해 혀를 끌끌 찬다. 나의 크리스천 키네마사가 저렇게 정신적으로 타락한 인간을 구원해주어야 하거늘!

<불쌍한 캐럴라인>은 읽는 내내 외로운 열정을 지닌 주디스 헌을 떠올리게 된다. 주디스 헌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만약 갱생(?)이라도 한다면 그래서 오래 살게 된다면 이렇게 늙지 않을까 싶은 인물이 바로 캐럴라인이다. 그런데 그렇게 늙어도 그 앞에는 여전히 ‘불쌍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캐럴라인 주변의 모든 인물들이 그녀를 언급할 때 ‘불쌍한 캐럴라인!’ 하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들은 캐럴라인을 불쌍하다고, 아니 가엾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캐럴라인은 연민이 든다기보다는 뭐랄까 불쌍하기는 한데 그 불쌍함 끝에는 자기도 모르게 혀를 끌끌 차게 하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다. 예컨대, 주디스 헌을 생각할 때 사람들이 아. 그 여자 참 안됐지만 내가 딱히 엮이고는 싶지 않아....하는 그런 마음이랄까.

캐럴라인은 일흔두 살에 생을 마친다. <불쌍한 캐럴라인>은 캐럴라인의 장례식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노파의 장례식에 다녀온 친척들은 장례 현장을 묘사하면서 한 번 더 혀를 끌끌 찬다. “불쌍한 캐럴라인!” 그런데, 상속 이야기는 뭐야? 이 가난한 노친네가 어디서 그렇게 유산이 많이 생겼어? 궁금증이 인다. 주디스 헌과 달리 이 노파는 부자이긴 한가 싶은데 웬걸, 이윽고 독자는 알게 된다. 있지도 않은 돈으로 누구에게는 몇 천 파운드를, 또 누구에는 몇 천 파운드를 주겠다는 대단한 유언장을 남긴 것이다. 그 유언장 이야기를 듣고 한 조카는 코웃음을 친다. “대단한 기생충, 엄청난 멍청이, 기막히게 지루한 분, 크나큰 고통거리”였던 그 할망구가 그렇게 엄청난 재산을 남겼을 리가 없다고. 하지만 혹시 그게 진짜는 아닐까? 친척들은 모르지만, 이 노파가 크리스천 키네마사라는 회사를 차리고 그 영화사에 투자를 받기 위해 죽기 직전까지 분주하게 뛰어다녔는데, 실은 엄청난 부자가 아니었을까? 독자는 서서히 이 노파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간다.

크리스천 키네마사- 이름은 그럴듯하다. 명분도 있어 보이고 영화 산업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는 발명가도 이 회사 소속(?)이다. 이제 투자만 받으면 된다. 투자자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오호, 이 노파 수완이 좋구만! 싶은데 뭔가 좀 뜯어 먹을 게 있어 보이는 노인에게는 잔머리를 굴리는 사기꾼들이 들러붙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사기꾼들도 그 면면을 보면 불쌍한 캐럴라인 못지않게 불쌍하다. 일단 사기를 치려는 상대를 좀 잘못 고른 느낌이 든다. 애초부터 부자인 사람, 기꺼이 봉이 되어줄만한 사람을 잡았어야지 캐럴라인처럼 혼자 하숙집에 사는데 집세는 밀리고, 친척이 준 낡은 옷을 입고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일들을 하겠다고 여기저기 종종거리고 다니고, 아무도 실어주지 않는 글을 쓰고, 저녁밥으로 마가린 바른 빵을 먹는 노파를 선택하다니, 참으로 불쌍하지 아니한가.

그렇다. 캐럴라인도 주디스 헌도 둘 다 가난한 비혼 여성이다. 한 사람은 노파, 한 사람은 중년에 접어든 나이. 그리고 가난하기 때문에 멸시당한다. 만일 그들에게 돈이 있었다면 그 주변 사람들이 그녀들을 그토록 철저히 무시했을까? 둘 다 외모도 매력적이지 않다. 성격도....그다지 호감 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두 사람 다 주변사람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도 외로움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해소하려고 한다. 여기서 이들의 더 큰 문제와 고독이 발생한다. 주디스 헌은 자신의 결혼 상대자로 잘못된 사람을 선택하고 오, 캐럴라인! 일흔이 넘은 그녀조차도 여전히 로맨스에 불타오른다. 사실 난 이 두 사람이 그 나이에도 여전히 로맨스를 통해 삶을 바꿔보려고 한다는 점에서 꽤 답답했다. 열정을 불태우기 전에 돈을 벌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두 주인공이 살던 시절은 지금과 다르고 배움이 없고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 여성들이 직업을 선택하고 재산을 유지하고 지키면서 위엄 있게 살기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럼에도.........

이 두 사람과 상반된 인물이 <불쌍한 캐럴라인>에 등장하기는 한다. 캐럴라인의 먼 친척뻘인 젊은 여성 엘리너가 그렇다. 엘리너는 부모를 일찍 여의긴 했으나 상당한 유산을 받았다. 게다가 배움도 있고 자기 생각도 또렷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목표 의식도 있다. 작가인 위니프리드 홀트비의 분신이 바로 이 엘리너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자신이 지닌 특권을 알고 있고, 그 특권을 자기가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라 부모를 잘 만나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걸 괴롭게(부끄럽게) 여길 줄도 아는 사람이다. 그런 고민 때문에 가난한 친척인 캐럴라인을 만났을 때 크리스천 키네마사가 가망이 없어 보임에도 선뜻 거금을 투자해준 것이다. 그리고 캐럴라인은 엘리너의 이런 상황과 심리를 알고 그녀를 십분 활용한다. 투자금도 받아, 돈이 없을 때마다 빌리는 것이라면서 돈도 달라고 해.... 심지어.............

엘리너는 캐럴라인이나 주디스 헌에 비해 젊다. 이제 이십대이다. 그러나 캐럴라인, 주디스 헌처럼 곁에는 이제 그녀를 보호해주거나 돌봐줄 사람이 없다. 부모는 죽었고 하나뿐인 오빠는 미국 땅으로 건너가 그녀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돈이 없다면, 배움이 없다면 엘리너의 삶도 주디스 헌이나 캐럴라인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게다가 이 작품에서 묘사하기에 엘리너 또한 그다지 매력적인 외모는 아니다. 옷차림도 행색도 소년에 가깝다. 그런데도 그녀 주변의 남자들은 캐럴라인이나 주디스 헌과 달리 엘리너에게는 매력을 느낀다. 왜일까?  젊어서? 돈? 물론 젊음과 돈은 중요하다. 엘리너의 매력을 만드는 데 돈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엘리너는 돈만 가진 젊은 여성이 아니다. 엘리너는 자신에게 주어진 돈으로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 배움은 그녀를 똑똑하게 만들었고, 엘리너에게 반하는 남성들은 특이하게도(특이한 건 특이한 것이다. 아마도 작가가 여성이라 여성의 똑똑함에 반하는 남성 캐릭터를 창조했는지도...-_-) 그녀의 지성미에 반한다. 대화가 통한다고 좋아한다. 그리고 엘리너는 이 배움이 있기 때문에 미래를 계획할 수 있고, 앞으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들의 구애를 뿌리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감 넘치게 자기들을 거절하니까 남자들은 더 안달이 난다.

캐럴라인이나, 주디스 헌이나 비혼으로 나이 들어가는 여성에게는 무엇이 꼭 필요한지 일깨워준다. 자기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돈이 꼭 필요하다. 돈이 그리 많지 않다면 무언가 다른 일을 계획할 수 있고 꿈꿀 수도 있는 배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력과 배움, 이 두 개를 다 갖췄었다면 주디스 헌도 캐럴라인의 삶도 덜 외로웠을 테고, 덜 비참했을 것이다. 캐럴라인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하고자 했고 신념을 지켰다고는 하는데 글쎄... 주변에 손을 벌리고 신세를 지면서 지켜나가는 신념이란 내게는 빛이 좀 바래 보인다. 돈도, 배움도 있었던 엘리너가 주디스 헌이나 캐럴라인과는 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녀 또한 결국 로맨스에 안착하고 마는 것 같아 약간, 아니 아주 좀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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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7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7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8-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주디스헌과 비견될 만한 사람이 여기에!! 장례식에서 시작되다니.. 것도 혀를 끌끌.. 짠하네요.. 주디스헌은 부디 그보단 나은 노년을 살기를 빌게 됩니다ㅠ

잠자냥 2023-08-17 22:02   좋아요 2 | URL
술을 끊어야….

건수하 2023-08-17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디스 헌을 아직 안 읽어봤지만, 캐럴라인도 좀 안타깝지만…

있지도 않은 돈으로 유산을 나눠준다는 유언을 남기다니 (장난이 아니고 영화사가 잘 되었다는 가정이겠지만)

한 번 해보고 싶은 장난이네요 (….)

독서괭 2023-08-17 21:2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수하님 장난꾸러기!!

건수하 2023-08-17 21:27   좋아요 2 | URL
죽어서 욕 좀 먹으면 어떠냐며 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7 22:0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것이 캐 할머니의 큰그림이었던가!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8 0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의 지성미에 반한 남자와 연애한 적이 있답니다? 그런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긴 합니다. 물론 저는 지성미 와 육체미에 그가 이끌린 거라고 생각하지만 … (먼 산)

저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어떤 결핍을-그것은 외로움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죠- 로맨스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답답했어요. 타인으로부터 결핍을 채운다면 그건 온전히 채워질 수 없고, 그러다보니 아 이놈도 아니구나 돌아서도 다음에 또 다른 놈을 찾고 … 왜 주변에도 남자 없이 못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거야말로 온전히 채워주는 남자는 없다, 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결핍을 로맨스로 채우려하지 말고-못채움- 자신 안의 외로움과 고독을 들여다보고 그리고 잠자냥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먹고 살만한 돈을 벌고-반드시 많이 벌어야 하는건 아니고요- 그리고 배워야죠, 뭐가 됐든.

그나저나 제가 지금 남걱정 할 때가 아닙니다. 제가 비혼으로 늙어가고 있기 때문에 요즘에 걱정이 많아요. 자식이 있다고 돌보아주는 건 아니지만, 저는 혼자인데 지금보다 더 몸이 약해지고 병들면 어떡하나, 시설 좋은 요양원은 돈이 들겠지 … 이런 생각하면서, 어제는 비혼으로 늙어가는 다른 친구와 ‘우리 좀 더 나이들면 이웃해서 살자‘고 했어요. 가끔 들여다보면서 얘가 혼자 넘어져있지는 않은지, 그런데 연락도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서로 확인해주자고요.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절대 같이 살진 말자.˝

친구도 그건 절대 안된다고 하더군요. (너 나랑 살기 싫어? ㅋㅋ)
지난주에도 그리고 어제도 응급실에 실려가고 점점 몸을 가눌 수 없는 할머니를 보니 저게 언젠가의 내 모습일텐데, 나는 아무도 없는데 이걸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걱정이 많습니다. 휴 …

잠자냥 2023-08-18 09:5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그게 다락방 님은 똑똑한데 몸매도 받쳐줬기 때문에 ㅋㅋㅋㅋㅋ그 남자가 반한 거라니까요. 그냥 단지 똑똑함에만 반하는 남자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네가 똑똑해서 좋아” 그 뒤에는 (그런데 넌 예쁘지, 돈이 많지, 능력이 있어서 날 먹여살릴 거 같지, 섹스를 잘하지 등등) 기타 등등이 따라붙어 있거나 때로는 그게 더 큰 이유이지만 똑똑학고 착해서 좋아한다로 포장되기 쉽다고 생각해요(남혐스런 발언이지만 경험상 그러함 …) 무튼 그런 면에서 이 작품에서 엘레나를 좋아하게 되는 남자들은 좀 특이했어요. 일단 돈 많다는 사실도 몰랐고. 외모를 보고는 처음엔 다들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거든요.

비혼으로 늙어간다는 거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고민이기도 하고 걱정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다락방님 같은 딸이 없는 한 뭐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

다락방 2023-08-18 09:07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도 더 나이들면 이웃해서 사십시다. 가끔 잘 있나 문 두드려보고 그러고 살면 좀 괜찮지 않겠습니까. 어디서 이웃해 살까요? 룩셈부르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8 09:14   좋아요 1 | URL
그건 좀 더 늙으면 생각해봅시다. ㅋㅋㅋ

은오 2023-08-18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도 필요하고.. 다락방님 말씀대로 서로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심심할때 같이 놀 친구도 필요하겠고.. 결혼여부는 중요하지 않지만 가까운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에효 벌써부터 걱정하면 골아프니까 그냥 잠자냥님이나 좋아하자 ㅋㅋㅋㅋ

잠자냥 2023-08-18 13:30   좋아요 1 | URL
이보게 옥동자, 자네는 아직도 멀었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ㅋㅋㅋㅋㅋ

Falstaff 2023-10-05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럴라인 읽으면서, 어디서 본 캐릭터인데 누굴까... 누굴까... 하다가 번쩍 떠오른 인물이 주디스 헌이었습니다. 지금 독후감 쓰려고 창 열어봤더니 주디스 헌은 이미 잠자냥 님이 써먹으셨네요. ㅎㅎㅎ

잠자냥 2023-10-05 16:29   좋아요 1 | URL
또 써먹으세요. 어떻습니까!
 

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그들과 섞이기보다는 혼자 있거나 최소한의 사람만 만나면서 사는 것을 선호한다. 어릴 적부터 그랬는데 나이 들수록 이런 성향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사람의 어떤 특성을 좀 못 견뎌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무리를 짓고 그 무리의 힘을 믿어서 혼자 있을 때는 하지 않을 행동들을 하는 것. 이기심, 탐욕, 그게 무엇이든 권력을 지닌 자에게 아부하고 굴종하는 태도 등등.... 인간의 이런 단점들을 일일이 나열하다가는 이 글을 다 쓰지도 못하고 지칠 것 같으니 그만 두자. 물론 드물게 아름다운 인간들도 있다. 그러나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90명은 추하기 짝이 없고, 처음엔 가면을 쓰고 아름다운 척 잘 포장했던 사람도 결국에는 결정적일 때 추한 면모를 드러내고 말기 때문에 나는 인간과 섞이지 않는 편을 택하고 만다.

어릴 때도 또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유독 그런 추한 꼴이 눈에 잘 들어오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친구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조용히 구석에서 늘 책만 읽고 있으니 어른들은 애가 너무 내성적이라 큰일이라고, 몹시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나도 먹고살아야 하므로 가면을 쓰는 법을 찾았고, 사회적 가면을 쓰고는 지금까지 잘도 버티면서 이 한국이라는(이기심과 탐욕이 넘쳐나는 인간이 유독 많은)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넌 고매하느냐? 누군가 묻는다면 나 또한 이기적이고 탐욕...(적이지는 않은 것 같지만 아예 없지도 않다)도 있는 평범하고 비루한 인간일 뿐이다. 특히 대개의 인간이 그렇듯이 연애할 때 나는 세상 찌질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지금은 덜 하다고 생각).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그 비루한 면모를 서로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아니 굳이 드러내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고로 나는 그 어린 시절 자아가 조금씩 갖춰지기 시작하던 10대 때부터 주변의 아이들이 어떤 사람에게 꽂혀서 열광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또래의 친구를 좋아한다거나, 이성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니까 저 멀리 있는 사람들, 연예인이라거나 선생님 같은 존재에 열광하는 것, 그 감정을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어린 시절에 돌아다니던 앙케트 항목- 거기엔 늘 그런 질문이 있었다. 좋아하는 연예인,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누구누구는? 특히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애로 주변에 알려졌던 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시절부터 책을 추천해달라면서 어떤 작가를 좋아하느냐고 잘 묻고는 했다. 그럴 때 나는 한참 생각한다. 좋아하는 작가? 좋아한다고?! 사람을?!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건 아닌데..... 단지 그 사람이 쓴 작품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것일 뿐인데.....

내 친구 중에는 사람 자체에 빠지는 녀석이 있다. 이 친구는 그러니까 김연아와 손열음과 김혜리 기자와 대미언 라이스를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이들의 콘서트나 GV나 강연 등의 자리에는 빠짐없이 참석한다. 이 친구 때문에 김혜리 기자의 무슨... 뭐더라(기억이 안 난다)를 같이 가 본 적이 있는데 아, 이렇게도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것이구나 약간 객관적인 감상자가 되어 친구를 관찰하고 온 적이 있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친구의 그 열정과 에너지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떻게 사람 자체를 좋아할 수가 있지? 싶어진다. 김연아가 아이스링크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할 때, 손열음이 강렬하게 타건을 하면서 훌륭한 연주를 들려줄 때, 대미언 라이스의 몇몇 음악에 감동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이 만들어낸 ‘예술’을 사랑할 뿐이지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

하물며 작가란... 작가의 글이란. 작가를 좋아한다는 것이란. 내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알면 알수록 싫어지는 인간이 많은 집단이 ‘작가’라고 생각해서 더 그런 것 같다. 한국 작가의 글을 잘 읽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같은 땅에 살다보니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그들의 치부까지도)을 너무 잘 알게 되고, 그런 유쾌하지 않은 인간이 쓴 글을(글은 또 얼마나 포장하기 쉬운가) 굳이 읽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작가’들은 젊을 때와 달리 늙을수록 추한 면모를 잘 드러낸다(애초에 인간이란 존재가 그런지도). 나이 들면서 망가지는 작가들을 여럿 보게 되는데 최근엔 강준만이 나의 그 리스트에 올랐다(그는 왜 살아있는 권력에는 입을 꾹 다물고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는가? 마봉춘을 비판하려면 조선일보부터 비판하라. 아직도 민주당만 까고 있는가? 국힘부터 까라.) 그도 이제 그만 읽을 때로구나!

나 스스로 문화사대주의자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고는 하지만 멀리 떨어진 나라의, 그래서 그의 사생활이나 망가지는 순간에 대해 세세히 잘 알지 못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편이 차라리 속편하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전기나 사생활을 파헤친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몇 해 전 나쓰메 소세키의 아내 나쓰메 교코가 쓴 <나쓰메 소세키, 추억>이 출간되었을 때도 아 또, 뭘 이런 책까지 내고 있나 싶어졌다.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나쓰메 소세키가 지인이나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들, 또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그가 좋은 남편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친구인 마사오카 시키나 아내에게 쓴 편지를 보면 여성혐오적인 발언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100년 전의, 동양의 작은 나라의 그저 그런 조그만 남자일 뿐이다. 그렇다고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싫어하게 되지는 않는다. 소세키라는 인간 자체를 크게 좋아한 적이 없으므로 실망하게 되지도 않는다. 그저 동료나 제자들에게는 좋은 벗이자 스승이었지만 그도 한 인간으로서는 이런 한계가 있었구나 생각할 뿐.

그런데 내 기준에는 글로 자신의 본질을 잘 포장하는 작가들이 있다. 머리가 너무 영리해서 자기의 본 모습을 잘 숨기기도 하고 포장도 잘한다고나 할까. 그런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아서 잘 읽지 않게 된다. 장강명과 유시민이 나에겐 그런 작가이다. 영리해서 영리한 글을 쓰지만 머리로 쓴 글들이라 딱히 와 닿지 않는 그런 글- 특히 장강명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잘 알고, 그걸 작품으로 만드는 데 탁월하다. 그래서 그는 그런 의식을 지닌 작가로 보일 수 있지만(독자들이 착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종종 그의 글에서 숨기지 못한 본질을 보게 된다. 이른바 스카이를 나오고 주류 언론사에서 오랜 세월 기자로 지내면서 갖춰진 프레임이 자기도 모르게 작동할 때가 있다. 유시민도 마찬가지이다. 불의에 맞서 싸우던 젊은 그에게도 한때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그 아름다움은 포장된 아름다움이어서 본질이 자기도 모르게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이 있다.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는 말. 이 말이 나는 그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그가 쓴 글은 포장을 잘한 가짜로 보인다.

세상에는 해일이 밀려와도 조개를 줍는 사람들이 있다. 드물지만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작가라면 해일이 밀려와도 조개를 주울 줄 알아야 하는, 조개를 주워야만 하는 사람의 심정을 알아야만 한다고, 아니 그 조개를 주울 수밖에 없는 심정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 글이 곧 삶인 사람, 말과 글, 삶이 일치하는 작가가 아니라면 쉽사리 인간으로서 좋아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작가는 드물다. 그렇지 않은가? 인간은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에, 나약하기 때문에 글과 달리 삶은 비루해지기 쉽다. 그런 점에서 하워드 진은 글과 말과 삶이 일치한 드문 사람이었다. 진은 태생부터가 가진 자 편에 서기 어려웠다. 그의 부모는 유럽에서 이주한 유대인 노동자였고, 진 그 자신도 어릴 때부터 노동을 해야만 했다. 어렵사리 구한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읽으면서 문학에 빠져들었고, 자신의 경험들-평화집회에서 맞은 곤봉 세례, 전쟁에 징집당해 목격한 참혹함, 노동자조합을 설립해 일하면서 몸소 겪은 자본주의의 폐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끊임없이 노동하면서 대학에 진학하고 그러고도 늘 공부와 일을 병행해야만 하는 삶. 여러 대학을 전전하면서 강의하다가 흑인 여자 대학인 스펠만대학의 전임교수가 된 일, 흑인 차별 중심지였던 애틀랜타에서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수업을 하고, 시위와 집회에 참여하면서 결국 스펠만대학에서 해직당하는 삶.... 그 이후로도 그는 죽는 날까지 미국 정부 및 지배계급에 거침없는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말과 글로만 내뱉는 게 아니라 실제 삶에서 늘 가난한 사람, 흑인(유색인), 노동자, 노숙자, 여성, 억압받는 자 등 약자 편에서 행동했다. 그런 인생을 살아간 이가 쓴 글을 읽노라면 절로 마음이 뜨거워진다.


“물론 여러분이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걸 압니다.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을 해서 자식도 낳아야겠지요. 부자가 되어 우리 사회가 성공이라 규정하는 ‘성공’을 거두기도 할 겁니다. 재산을 모으고 사회적 지위와 권위도 쌓아갈 겁니다. 하지만 ‘좋은 삶(Good Life)’은 그런 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무슨 일은 하던, 교사가 되던, 사회 운동가가 되던, 사업가, 변호사, 시인, 과학자 등 무엇이 되던, 여러분의 자식, 아니 모든 아이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여러분의 삶을 조금이라도 투자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세대는 전쟁 종식을 강력히 요구하고, 여러분의 세대는 역사에서 아직 이뤄내지 못한 일을 해내고,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구분 짓는 국경을 지워버리길 바랍니다.(...) 나는 여러분이 사회에서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그 성공에 안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부당한 규칙에까지 순종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안에 감춰진 용기를 마음껏 끌어내서 행동하길 바랍니다. 흑백을 넘어서 우리가 귀감으로 삼을 사람은 많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콜린 파월, 클라렌스 토마스 같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귀감으로 삼지는 마십시오. 그들은 권력자와 부자의 하수인이 됐을 뿐입니다. W.E.B 듀보이스, 마틴 루서 킹, 맬컴 엑스, 매리언 라이트 에델먼, 제임스 볼드윈, 조세핀 베이커 그리고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지배집단에 도전한 훌륭한 백인을 귀감으로 삼으십시오.” (‘실망을 이겨내고’라는 하워드 진의 스펠먼대학 졸업 축사- 2005년 진은 스펠먼대학으로 돌아가 명예학위를 받았고 졸업식 축사를 했다)



삶과 글이 일치했으면 좋겠다. 글 쓰는 사람 중엔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 많다. 그런 자의식으로 무장하고서 글에서는 꼬장꼬장하게 옳지 못한 현실을 비판하면서 실제 삶에서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다. 나는 그런 사람과 그런 사람이 쓴 글을, 좋아할 수가 없다. 아무리 글에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쓴 소리를 늘어놓아도 실제 자기 삶이 그렇지 못하다면 그 글은 ‘죽은 글’이나 마찬가지이다. 세상에 읽을 글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죽은 글을 읽으면서 시간을 낭비하는가! 쓰레기 언론에서 주는 상으로 등단하고 그래서 그들과 계속 엮이면서, 그들만의 문학권력을 만들고 서로 뒤를 봐주는 문인들의 글도 읽고 싶지 않다. 그런 작가들이 소설에서 아무리 현실이 어떻고 말한다 한들 그게 진심으로 다가올 리가 없다.




물론 모든 작가가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내가 그나마 인간적으로 덜 싫어하는 작가들은 대개 이렇게 살아보려고 애는 써보지만 종종 실패하기도 하는 또는 크게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런 관점을 갖고 살아가려고 늘 애쓰는 작가들이다(최근에는 최윤필과 김승섭의 글을 꾸준히 읽는 편이다. 이들이 늙어도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계속 읽을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하인리히 뵐이나 카렐 차페크도 좋아하는 편이다. 수잔 손택도 여기에 좀 가까운 유형이기는 한데, 그이의 삶은 모순이 참 많은 것 같고(일기를 괜히 읽었나 -_-? 멀리서 그냥 볼걸), 지성이나 날카로운 감각,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점, 미친 듯이 무언가 읽고 보고 쓰고 하는 에너지 등등은 본받고 싶지만 말이 많고(일기에서 본인도 인정. 얼마나 말이 많았는지 매년 일기마다 ‘말을 적게 하자’는 결심을 적었을까!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단추 달기(입에 단추 채우기)’. 게다가 씻는 것도 무척이나 싫어했다. 씻기를 결심하는 부분도 일기에 자주 그려진다. 이를 테면 이렇다. ‘매일 목욕하고 열흘에 한 번씩 머리 감기’ 헐 열흘에 한 번씩이라니!!!!) 나르시시스트적인 면모, 끊임없는 애정 갈구 등의 점에서 친구나 연애 상대로서는 피곤할 스타일 같아서 피하고 싶은 사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요 언니. 또 이런 기준에서 나쓰메 소세키보다는 오에 겐자부로를 한 인간으로서 더 좋아하지만 작품으로는 아직 나쓰메 소세키의 것이 더 좋다. 이것도 참 모순이네... -_-

그러나 모든 작가가 이렇게 삶과 글이 일치할 수는 없으므로, 이런 높은 기준만으로 작가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상처투성이 글을 남겼는데 그 상처가 자기 내부 깊숙이에서 우러나와 진실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작가의 글들, 그런 작가도 덜 싫어하는 편이다(좋아한다고 굳이 말하지 않는 고집). 예컨대 트루먼 카포티, 테네시 윌리엄스, 유진 오닐 같은 이들- 이 세 사람은 가족 내에서의 결핍이나 상처, 성정체성 문제(유진 오닐 제외)로 평생 고통받았고 그걸 결국 글로 승화한 인물들이다. 그렇게 피로 쓴 글들이라 그런지 울림이 크다. 그 글이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지 아닌지를 의심하지 않게 된다. 세 작가 모두 마초적이지 않다(마초의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 마초마초한 글을 쓰는 작가들이 이들을 보면 아마 질질 짠다고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헤밍웨이가 총을 들고 나타나 카포티에게 징징거리지 말라고 협박하는 모습이 상상된다. 그런데 나는 총을 들고 사냥에 나서는 헤밍웨이보다는 총에 맞아 죽어가는 짐승을 보며 울어버릴 것 같은 카포티의 그 나약한 점이 좋다.

그런데 뭘 이렇게 길게 쓰고 앉았지? 삶과 글이 일치한 훌륭한 인간이었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진실에 가까운 훌륭한 예술 작품을 남긴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만인 것을.



<미국 민중사>를 쓸 무렵의 하워드 진



어떤 것을 아는 방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피상적인 앎과 마음 깊이 진정으로 느끼는 본질적인 앎이 그것입니다. 설령 자신이 인종차별의 희생자가 아니더라도 그에 대한 본질적인 앎에 이를 수가 있습니다. 만약 인종차별의 희생자라면 본질적인 앎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백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해도, 유색인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할지라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바로 문학이 그 같은 일을 합니다. 사람들은 리처드 라이트가 쓴 <깜둥이 소년>이나 랠프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을 읽고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 p.47~48)


질문하라. 이 사람이 뭔가 내게서 좋은 점을 끌어내는가? 아니면, 이 사람은 아름답고 선하고, 귀한가? (수잔 손택,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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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8-11 21:52   좋아요 2 | URL
네, 책나무님!
장강명 작가의 작품 읽어볼께요.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고민하는 모습이면 저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인간 유시민도 좋아하고
작가 유시민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미미 2023-08-11 1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읽으면서 그의 실천하는 삶에 가슴 떨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워드 진의 책을 여러 권
사두었어요. 수전 손택 일기에 그런 것까지 있을 줄이야... 어제 유시민이 KBS에 대해 쓴 칼럼 읽고 좋았는데 ㅋㅋㅋㅋ
잠자냥님 말씀처럼 큰 기대 안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잠자냥 2023-08-11 22:48   좋아요 2 | URL
<달리는 기차> 진짜 가슴 뜨거워지는 책이죠. 오랜만에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손택의 일기는 진짜 일기입니다. 아들인 데이비드 리프거 편집하기는 했는데 아들이 읽으면서도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솔직. ㅎㅎ

다다 2023-08-11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잠자냥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인격을 온전히 판단할 수 있을까, 전 좀 회의적입니다. 사람은 처지와 위치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지기도 하고, 글과 삶이 일치하기란 어려우며, 개인 인격과 사회적 인격이 다르기도 한 동물이라고 봅니다. 그 차이가 아주 큰 경우나 무슨 범죄가 아니라면 그 모순과 어긋남이야말로 삶 그 자체라고 보는 편입니다. 난 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지?를 너무 깊이 골똘하게 파고들면 분열증이 찾아오며 ‘아빌리파이‘를 먹어야 될 수도 있습니다. 무슨 하자있는 삶이라기보다 그냥 자연스런 삶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지요.

20대 초반 영향을 많이 받은 ‘강준만 키드‘로 마흔 중반인 현재까지 계속 강준만 책 읽기를 해 온 입장에서 보면, 강준만 선생님이 저랑은 정치적 입장도 다르고 가끔 너무 한 글도 쓴다고 생각하지만 합리적 계몽주의자이자 독립적 언론 연구자로서의 위치와 직업적 윤리를 위해 거의 수도자적 생활을 자처하며 생산해 내는 괴랄같은 다작과 (심지어!)고른 품질(?)에 대해선 여전히 경외감을 느낍니다. 훗날 강준만의 책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사료가 되지 않을까 여깁니다. 문재인 정부를 경유하면서 발간된 강준만 선생님 저작과 mbc 관련 책에 대해선 잠자냥님과 판단이 조금 다릅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죄가 없으니, 듣는 사람이 경계로 삼으면 된다는 자세로 선생님 책을 계속 볼까 합니다.

유시민 선생님 또한 출판하신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 제 입장에선 무엇보다 잘 읽히고 재밌었어요. 지식소매상 혹은 큐레이터로서 여러가지 장점과 필력이 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것일테구요. 그런데, 정치인 유시민을 말하자면....할 말이 많지만 오랜 속담으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유시민을 좋아하지 않는데 필요한 건 ‘기억력‘ 뿐이다˝. 그런데 누구도 미워하진 않습니다. 삶을 노여워하는 대신 맛있는 떡이나 먹자는 주의라서요.

잠자냥 2023-08-11 22:56   좋아요 3 | URL
네 저도 그들의 인격을 판단한 것은 아니고요, 작가라면 최소한 너무 변질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준만에 대해서는 저 또한 20대 때부터 무수히 많은 책을 읽어왔고요, 그런 만큼 그의 요즘 행보가 좀 실망스럽기는 합니다. 유시민에 대해선 강준만 만큼의 기대도 애정도 없었기에 더 신랄한 감정이 드는 것 같고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저의 개인적 느낌, 감상일 뿐이니 다다 님은 계속 그대로 본인의 관점과 생각대로 판단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다만 저는 말을 하는 사람이 죄가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특히 그 말에 권위가 실리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요?

다다 2023-08-11 23:13   좋아요 1 | URL
네, 그렇구 말구요. 말에 권위가 실리는 사람이면 더 조심해야지요. ^^ 변명을 하자면, 전 비판적으로 계속 읽고 싶다는 ‘태도‘를 표현한 말이었는데...에구구...

잠자냥 2023-08-11 23:29   좋아요 2 | URL
강준만에 대한 이 비난은 섭섭함의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진보를 자처하는 학자들은 진보에게만(민주당이 진보라고 저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국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 더 비판적이고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가. 윤석열 정부나 작금의 국힘당, 지금까지의 조선일보에 대해 더 할말이 많을 텐데 말입니다…..

바람돌이 2023-08-11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하워드 진 선생님의 글을 만나니 또 가슴이 먹먹.
오늘 잠자냥님 이 글 너무 좋네요. 작가에 대한 평가야 어차피 개개인의 영역이고 우리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사실은 거의 일치합니다만.... ㅎㅎ) 그럼에도 인간의 훌륭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돼요.
하워드 진 같은 분은 드물죠. 역사는 그런 분을 위인이라고 부릅니다. ㅎㅎ

잠자냥 2023-08-11 23:00   좋아요 2 | URL
저도 이 글 쓰면서 인용한 하워드 진의 말을 다시 읽으니 울컥하면서 ㅎㅎ 제 요즘 삶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인간의 훌륭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은오 2023-08-11 2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진짜 인간혐오자라는게 이런 글 읽을때마다 와닿음.... 저는 첨엔 잠자냥님이 인간 싫어! 하실때 그냥 좀 싫어하시는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볼수록 찐이닼ㅋㅋㅋㅋㅋㅋ 어릴때 또래 아이들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셨다니 되게 성숙하셨군요.. 적어도 중고딩때까지 전 아무생각 없었던 것 같은데.. 친구분 보고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걸 신기하게 여기셨던것도 좀 신기하고.. 아무튼 전 이런 잠자냥님도 좋고 ㅋㅋㅋㅋㅋㅋ 이제 인간좋아 잠자냥님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인간싫어 잠자냥님이라서 제가 더 좋아하는걸지도 모르겠네요 결론은 좋아합니다 ㅋㅋㅋ
목표: 인간 싫어하는 잠자냥님이 좋아하는 인간 되기

잠자냥 2023-08-11 23:40   좋아요 2 | URL
제가 욕심 많은 인간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더라고요… 남 괴롭히는 것도 좀 싫어하고 무리 지으면 그 힘 믿고 까부는 것도 싫어하는데 아이들의 세계란 많이 그렇습니다…. 미성숙하니 여과 장치도 없어서 더 적나라했던 것 같고… 내 친구는 지금도 신기해요. 웨스 앤더슨에 꽂혀서 이젠 거의 모든 굿즈를 쓸어담고 있음(요즘 주는 웨스 앤더슨 문진도 이미 한 달 전에 예약 주문) ㅋㅋㅋㅋㅋ

호시우행 2023-08-1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는 삶이죠.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신 적은 있나요? 그래야 진정한 이땅 이 나라와 다른 나라가 비교될 수 잇답니다.

2023-08-12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8-15 0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글쓰기와 삶이 꼭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서 잠자냥님의 생각이 바뀌어 글을 더 쓰시면 좋겠네요) 아무래도 글과 삶, 혹은 글과 글에서 다른 성향이 느껴진다면 그 작가는 좀 멀리하게 되더군요. 유시민도 그 발언 이후 좀 멀리하게 되었고 (그런데 유시민은 자기 삶만이 아니라 그냥 모든 걸 다 잘 포장하는, 말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장강명은 소설에서는 고발하는데 주요 일간지 칼럼을 보면 같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일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리고 김훈은 글은 좋은데 영 보수 꼴통스럽고... 강준만도 그런 느낌. 그 시대엔 그 말들이 괜찮았지만 이제 아니라는 느낌.

그러다보니 요즘은 여성 작가들의 책만 주로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을 스스로 느낄 때까지 이 편향을 즐기려고요.

잠자냥 2023-08-15 06:18   좋아요 1 | URL
꼭 글쓰기와 삶을 일치시킬 자신이 없어서는 아니고…. 제가 자기검열이 좀 심해서 아 난 소설은 안 되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장강명은 소설과 칼럼에서 느낀 지점이 수하 님하고 똑같은 것 같아요..

암튼 오늘 아침에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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