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죽어가는 자의 고독

죽어가는 자의 고독 - 개정판 ㅣ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5
노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김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한 인간의 종말, 죽음의 사회학적 고찰. 문명화한 세계일수록 죽음을 삶으로부터 배제, 은폐, 회피하거나 환상으로 대치한다. 그러나 이런 죽음에 대한 억압적 태도가 결국 산 자나 죽어가는 자 모두를 고독하게 만든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 이 책의 모든 구절을 필사해보고 싶다.

[100자평] 황금의 고삐

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인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6월

부부란 뭘까. 이러고도 살아야 하나? 읽는 내내 현타가. ‘사랑이라는 심각하고도 통속적인’ 문제를 빼어나게 그리는 사강조차도 부부 사이는 좀 맥빠지게 그린다. 본인이 이처럼 얽매인 관계를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사강은 역시 여남 여럿이 티키타카해줘야 제맛. 베토벤7중주 묘사만큼은 탁월하다.

[100자평] 숄

숄 ㅣ 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숄>은 정말 강렬하다. 이 짧은 단편에 홀로코스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어지는 이야기인 <로사>는 트라우마 생존자로 연구 대상이 되어버린 여인. 삶을 도둑당했으나 잊어야 한다고 강요받는 그녀의 삶이 생생히 그려진다. 작가 자신의 경험담인가 착각할 정도. 오직, 더 많은 작품을 읽고 싶다!

[100자평] 죄와 속죄의 저편

죄와 속죄의 저편
장 아메리 지음, 안미현 옮김 / 필로소픽 / 2022년 12월

분노로 들끓는 칼날의 글. 스스로 유대인이라 생각지 않았음에도 유대인으로 규정당해 겪어야만 했던 그 고통, 파국, 공포, 훼손된 존엄을 지켜보노라면 누가 이들에게 용서와 화해, 속죄를 말할 수 있을지 아연해진다. 한편으론 현대판 트레블링카 가자에서 유대인이 자행하고 있는 학살극 앞에 참담.

[100자평] 나는 태어났다

나는 태어났다
조르주 페렉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21년 12월

잊지 않기 위해, 망각과 싸우고자 그 모든 장소와 사건들을 강박적으로 기록했던 페렉. 삶의 근간과 뿌리가 흔들렸던, 그로 인한 상처가 깊었을 수밖에 없었던 그가 자기를 보호하는 방법은 결국 글쓰기가 아니었나 싶어져서 애잔하다. 페렉의 삶과 그의 작품 탄생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텍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