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9
그라치아 델레다 지음, 이현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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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마님이 하인 돌쇠에게 눈독을 들인다. 일 잘하는 우직한 돌쇠를 보니 딴 생각이 자꾸 든다. 저 녀석을 키워서 냉큼 잡아먹어야겠다! 마님은 돌쇠에게만 쌀밥을 그득그득 담아주신다. 돌쇠는 영문을 모르는지 아는지 달콤한 쌀밥 맛에 조금씩 조금씩 넘어간다......... 그라치아 델레다 <악의 길>의 어떤 부분은 돌쇠에게 쌀밥을 퍼주는 마님, 기운 넘치는 돌쇠를 훔쳐보며 왠지 타는 듯한 갈증에 목말라하는 마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마님이 아니라 ‘아씨’에 가깝고, 돌쇠가 젊고 미남인 데다 야성미까지 넘친다는 것이랄까. 아,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점은 애초에 돌쇠가 먼저 아씨에게 눈독을 들인다. 아씨는 자기도 모르게 돌쇠의 매력에 조금씩 넘어가고…….

돌쇠에 속하는 인물은 ‘피에트로 베누’- 소설은 이 피에트로가 마을 선술집에서 술집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누구나 칭찬하는 잘생긴 외모와 숨길 수 없는 야망, 거침없는 태도 등 그는 한마디로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다. 이 작품의 배경은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한 마을이다. 가진 것이라곤 지나치게 잘생긴 외모와 타고난 육체적 매력뿐인 이 이탈리아 남자 피에트로는, 마을에서는 왕이라고 불리는 가장 부유한 노이나 집안에 일자리를 얻어 볼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이다. 잠깐 선술집에 들러 이 집안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던 중 그는 그 집안에 딸, 정숙함의 거울이라는 ‘마리아 노이나’가 있음을 알게 된다. 피에트로는 거칠게 비웃는다. 아무리 정숙함의 거울이라고 해도 그 나이에 사랑하는 남자는 있겠지! 술집 주인은 딱하다는 듯이 답한다. 천만에 그 콧대 높은 아가씨가 아무하고나 결혼할까!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 피에트로는 노이나 집안의 하인으로 일자리를 얻는 데 성공한다. 그러면서 흘끔 쳐다본 그 여자, 정숙함의 거울이라는 그 콧대 높은 아가씨, 주인집 딸은 듣던 대로 아름답다. 사실 피에트로는 잘생긴 외모 덕에 여자들을 꼬시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이 노이나 집안과 가까운 이들 중 피에트로에게 반한 여자가 있었으니, ‘사비나’라는 젊은 처자로 이 아가씬 노이나 집안과 친척 관계이지만 집안이 가난해 신분상으로는 피에트로, 그러니까 돌쇠와 비슷한 처지라고 할 수 있다. 마리아와 사비나는 비슷한 또래에 사촌이라 가깝게 지내지만 마리아는 늘 사비나의 처지- 가난함을 동정하고 안쓰럽게 생각한다.

피에트로는 일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사비나를 사랑한다. 사비나는 청순한 외모에 순박하다. 자신과 신분상의 차이도 크지 않아 언제든 원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사비나 또한 속내를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아씨 마리아는 마리아대로 집안일-주로 포도농장 일-을 돕다가 피에트로와 몇 번 부딪히면서 그가 꽤 잘생겼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녀에게 구애를 해오는 시시한 남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돌쇠는 잘생겼다. 게다가 저 육체 좀 보라지... 이글이글 작열하는 태양 아래 포도밭에서 일하는 피에트로의 땀방울을 훔쳐보노라면 자기도 모르게 와인이 땡기는 것 같다. 그러나 아씨가 어찌 감히 하인을 좋아할 수 있는가! 콧대 높고 허영심 많은 아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인 그를 경멸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이상하다 사비나의 웃음이, 피에트로를 보며 웃는 사비나의 웃음에 왠지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그리고 마리아는, 피에트로를 향한 마음을 털어놓으며 웃는 사촌 사비나의 행복해하는 모습에, 그 가난하고 보잘것없고 소박한 친척을 처음으로 질투한다. 그 잘생긴 돌쇠 때문에. 그런데 공교롭게도 돌쇠의 마음에도 미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잡힐 듯 말 듯 사비나는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고, 그러는 사이에 누군가가 “피에트로 베누. 마리아는 사비나를 질투해”라고 농담처럼 내뱉는데(어디나 뚜쟁이들은 있다), 이 한마디 때문에 돌쇠의 가슴에는 뜨거운 불길이 확 타오른다. 아씨, 손에 넣을 수 없는 아씨를 향한 거침없는 불길이…. 게다가 아씨는 청순하기만 한 사비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데다 도도하고 무엇보다 관능적이다! 자기를 무시하고 경멸하는 눈빛조차 돌쇠를 사로잡는다. 저 여자를 꼭 갖고 말겠어! 그는 이제 아무도, 다른 여자는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마리아, 아씨, 그녀만이 목표가 된다. 부자가 되면 그녀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그녀와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맞아요. 그래요. 당신이에요! 왜 웃는 거죠? 내가 가난한 하인이라서? 그렇다고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아니, 다른 남자들보다 당신을 더 사랑할 수 있어요, 마리아. 다른 남자들은 당신을 다른 목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결혼하기 위해, 당신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난 만질 수 없는 뭔가를 바라보듯 당신을 바라보고 있어요.” (111쪽)


아씨 또한 자꾸만 자꾸만 속절없이 무너진다. 저 징글징글하게 잘생긴 놈, 저 야성미 넘치는 놈, 그런데 저놈이 거침없이 구애를 해온다. 이걸 어쩌지..... 아아아........ 저놈, 저 잘생긴 놈이 말까지 잘해! 저렇게 뜨겁고 달콤한 말에 마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무너진다. 아니, 한번 마음을 열어보기로 한다. 어쩌면 욕망이 속삭이는 대로, 저 잘생긴 놈을 나도 한번 가져보지 못할 게 뭐야!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편이 더 맞을 것이다. 탐욕스럽게 돌쇠를 맛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도한 아씨인 내가 이런 저급한 하인 따위와 놀아나다니 문득문득 자기와 돌쇠를 향한 경멸감이 치솟는다. 나는 이런 놈과 맺어질 수 없어, 부모님이 알면, 마을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비웃을까! 내적 갈등에 시달리다 차곡차곡 다른 남자와 결혼할 준비를 한다. 그런 그녀 앞에 모든 걸 다 가진.......(그러나 얼굴은 못생긴) ‘프란체스코 로사나’가 나타나 구애를 한다. 그는 오래전부터 마리아를 사랑했을 뿐만 아니라 착하고 다정다감하고 부유한 시의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못생겼다. 마리아는 프란체스코를 만나면서도 잘생긴 그놈, 돌쇠를 머리에서 지우지 못한다. 그놈은 어쩌자고 그렇게 잘생긴 것인가. 어쩌자고 그렇게 뜨겁고 야성적인가........ 아아........

부자가 되어 마리아와 결혼할 날만을 꿈꾸던 돌쇠에게 이 소식은 청천벽력이다. 그는 이를 빠드득 간다. 어차피 혼자였던 세상, 잃을 게 없다. 자기의 ‘마음속에 다시 들어와 쌓인 사랑의 감정들은 아무도 따고 싶어 하지 않는 썩은 과일처럼 느껴’(42쪽)진다. 크하 표현 봐라! 돌쇠는 꿈을 꾼다. 그러면 그는 꿈속에서 분노해서 총을 집어 들어 신랑을 쏘곤 한다. 마리아는 마리아 대로 머리를 굴린다.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큰일 날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마리아는 돌쇠를 쫓아버릴 궁리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한다. 그가 복수할 수도 있다고, 주인집을 중상모략하고 그들을 괴롭히고 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포도나무를 베어내고 소를 죽이고 곡식에 불을 지를지도 모른다고. 모욕당한 남자는 폭풍과 불길보다 무섭다고, 남자들은 얼마나 경솔하고 불같은지!(117쪽) 진저리를 친다. 아씨와 돌쇠 그리고 사비나, 프란체스코 이 네 남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마리아와 피에트로, 피에트로와 사비나, 사비나와 마리아, 마리아와 프란체스코…. 한때 다정했던 마음들, 너그러운 마음과 사랑의 감정들은 각자의 이기적인 욕망이 폭발하면서 저마다의 격렬한 증오로 돌변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런 순간에도 잔인한 열정에 사로잡혀 몸을 떨며 고통스러워한다. 아아아, 잘생긴 돌쇠야, 아아아, 아름다운 아씨여..... ‘사랑을 나누던 행복한 시기’에 그들을 ‘유순하게 만들었던 선한 본능은 봄이 끝나가며 나비의 날개가 떨어지듯 모두 떨어져’ 나간다. ‘죽은 나비 뒤에는 지저분하고 파괴적인 애벌레만 남을 뿐’(189쪽)이다. <악의 길>은 사랑 때문에 선해질 수 있는 마음이 바로 그 사랑, 또는 자기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사람을 악으로 이끌어 갈 수도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니까 아씨의 쌀밥이 마침내는 돌덩이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음을.



“약혼자가 약혼하기 전과 같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않아 잘 들어. 남자는 무기와 같아서 장전되지 않으면 무해하고 장전되면 위험하지………. 약혼자는 장전된 무기야. 건드리면 안 돼………”  (<악의 길>,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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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24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어… 궁금하네요….

잠자냥 2023-03-24 14:26   좋아요 2 | URL
생각보다 재미났어서 이틀만에 후딱 읽었습니다.
사실 하루만에도 읽을 수 있었는데, 내일을 생각해! 자야 해 자야 해 하면서 끊어 읽었다는.

다락방 2023-03-24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제타입이네요. 야성미에 육체 노동이 곁들여진.... 그런데 여자는 신분도 높고 고결하다.... 이것은 잘만 킹인가! ㅋㅋㅋ
저 이 책 사야겠어요. 누구도 날 막을 수 없어!!

잠자냥 2023-03-24 14:37   좋아요 1 | URL
아주 그냥 흥미진진 쫄깃합니다. 다락방님은 순삭으로 읽어치우실 듯...
그리고 이런 이야기 어찌 보면 좀 흔하잖아요? 그런데 작가가 여성이라서 좀 다르게 쓴 부분도 있었던 거 같아요.

잠자냥 2023-03-24 17:23   좋아요 2 | URL
참 이미 올라온 다른 리뷰 읽지 마세요! 결정적 스포일러 마구 발설하신 분들이 좀 있더라고요.

다락방 2023-03-24 17:33   좋아요 2 | URL
오오 엄청난 팁이네요. 감사합니다!!

책먼지 2023-03-24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 네 남녀의 운명 어떻게 되나요??? 으으.. 여기서 끊으시다니!!! 이러면 책을 살 수밖에 없잖아요!! 이 글 읽다보니 <알쓸인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했던 말 떠올라요. 어릴 때부터 나만 바라보고 나를 챙겨주는 다정한 소꿉친구, 돈 많고 잘 생겼지만 어두운 과거가 있어서 어딘지 차가운 실장님. 이렇게 상반된 두 남주가 드라마나 소설 소재로 등장하는 게 여성이 인생에서 반려자를 선택해야할 때 그게 현실이면 너무 리스크가 크니까 허구를 통해 미리 선택을 학습하는 거라는 그런 취지의 분석이었는데.. 못생겼지만 모든 걸 다 가진 그놈인가 잘생겼지만 신분이 낮은 저놈인가.. 하아.. 어렵네요, 어려워요

잠자냥 2023-03-24 17:2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제가 쓴 건 아주 일부분이오니 직접 확인하세요. 이 작품은 이탈리아 지방 한 마을의 이글이글 황량한 분위기하고도 아주 어울리게 절묘하게 쓰고 있어서 읽는 맛이 더 좋았거든요. 이미 올라온 다른 리뷰 스포일러 많더라고요. 그건 주의!!

공쟝쟝 2023-03-24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실제로 읽어도 이렇게 저렴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비싼척 잠자냥 ㅋㅋㅋ 독후감이 너무 저렴해요 ㅋㅋㅋ 제타입임 ㅋㅋㅋㅋㅋ
제가 아씨면 둘다 안먹습니다 ㅋㅋㅋ 비리거나 느끼하거나 ㅋㅋㅋ

잠자냥 2023-03-24 17:04   좋아요 3 | URL
아니 기본 내용은 좀 통속 저렴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잘 썼음. 괜히 노벨상 작가가 아니지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3-24 17:24   좋아요 2 | URL
쟝 아씨, 돌쇠가 아씨 쌀밥은 안 먹는답니다, 페미 아씨 쌀밥 독약 들어 있을 거 같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24 17:41   좋아요 1 | URL
나 향단이라서 밥을 잘해.. 가마솥에 누룽지 박박 긁어서 숭늉도 잘 만들어서 주저 앉힌 돌 쇠가 …. 근데 몸 좋은 돌쇠는 … 아직…

잠자냥 2023-03-24 17:47   좋아요 0 | URL
아 쟝 아씨는 ㅅㅅ 안 하시고 연구만 하신다고 돌쇠가 그거도 저어된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24 17:49   좋아요 1 | URL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구나. 김을 참치회에 싸먹도록 하여라. 소주는 조금만 붓도록 ㅋㅋㅋㅋ
(연어 잘못 먹으면 비리고 느끼한테 참지 혼자 먹긴 좀 그렇고 고민되네 저녁 메뉴 ㅋㅋㅋ)

moonnight 2023-03-24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앜!! 잠자냥님ㅠㅠ;;;; 궁금해요 궁금해ㅠㅠ;;;; 그런 선택이 필요없는 재미없는 인생이라 다행이구먼요@_@;;;;;;

잠자냥 2023-03-24 17:04   좋아요 2 | URL
꼭 읽어보세요! 넘나 재밌어요!

독서괭 2023-03-24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악의 길>이라는 제목 보고는 구매를 망설이던 독자가 잠자냥의 리뷰 제목 보고 구매를 결정합니다 ㅋㅋㅋ 주말 뉴스레터에 꼭 들어가야 합니다 ㅋㅋㅋ 줄거리는 많이 본 듯한 흐름인데 자냥님 리뷰가 아주 찰지네요. 아씨의 쌀밥이 돌덩이가 ㅋㅋㅋㅋ
다락방님 바로 주문해서 하루만에 홀딱 읽으실듯요 ㅋ

잠자냥 2023-03-24 18:0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때로는 저렴한 리뷰가 구매욕을 당깁니다!

책읽는나무 2023-03-24 2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분위기를 이런 버전으로?ㅋㅋㅋ
근데 마지막 문장!
약혼자는 장전된 무기야. 건드리면 안 돼!
왜 갑자기 컬리의 초인종 소리가 울리는 것 같죠?ㅋㅋㅋㅋ 유부남도 건드리면 안 됑띵똥띵똥!!!
책은 이미 보관함에 퐁당했지요!

잠자냥 2023-03-25 01:31   좋아요 2 | URL
컬리의 초인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그래서 요즘 어쩐지 컬리 안 시키고 싶더라니…. 다락방 님 오늘은 방해받지 말아야 할 텐데…..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3-25 1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너무 읽고 싶어요, 이 책 ㅋㅋㅋㅋㅋㅋㅋ 읽고 나서 리뷰는 안 쓸거에요. 페이퍼도, 100자평도 안 쓸거에요.
몰래 혼자만 읽을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잠자냥님 같은 대인배가 아니거든요. 이런 재미있는 책은 무조건 혼자 봐야 제 맛.

잠자냥 2023-03-25 21:09   좋아요 2 | URL
꼭 혼자 읽으시고 말하지 마세요! 특히 가족분들한테! ㅋㅋㅋㅋㅋㅋㅋ

은성 2023-07-26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리뷰 필력이 엄청 나네요ㅋㅋㅋ 책 소개글보다 리뷰 보고서 책이 더 사고 싶어졌습니다

잠자냥 2023-08-02 14: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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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이었다. 내가 처음 전철을 혼자 탄 그때는.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였다.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놀다가 문득, “너 나 잡는 척 해봐”하고는 학교 정문 쪽으로 냅다 달렸다. 내가 그대로 정문을 나가버리자 뒤쫓던 친구는 놀라 당황해서 소리쳤다. “야, 너 선생님한테 혼나!”-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길로 지하철역으로 가 전철에 몸을 실었다.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세 정거장… 도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갈수록 내 심장도 더 빠르게 뛰었다. 내 생애 최초의 탈선이자 비행은 그렇게 서울의 도심으로 향하는 전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뉴욕의 비비언 고닉도 열네 살에 처음 지하철을 탔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쭉 이 도시에 살고 있는 나처럼 그녀 또한 늘 뉴욕에서 살았으면서도 마치 큰 도시에 가보는 게 소원인 소도시의 주민처럼 꽤 긴 시간 동안 뉴욕을 그리워한다. 고닉에게 그녀가 자란 브롱크스는 시골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살던 그 동네도 그랬다. 사춘기에 접어든 고닉이 그 무렵부터 세상엔 중심이라는 것이 있고, 자신은 그로부터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걸 깨달았듯이, 그 중심지는 지하철 한 번 타면 갈 수 있는 맨해튼 시내라는 것도 알았듯이 나도 그즈음에 그랬던 것 같다.

고닉은 열네 살 그때 단 한 번의 출발로 맨해튼에 도착했을까? 나는 그렇지는 못했다. 어느 순간 덜컥 겁이 났고 학교가 끝나기 전에는 가방을 챙기러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전철이 시내 중심지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되돌아왔다. 서울의 행정구역상 중심이라면 중구 또는 종로라고 해야 할까? 그곳에 마침내 나 홀로 또는 친구와 함께 발을 디딘 것은 열여섯, 열일곱 그 무렵이다. 호암아트홀에서 보던 전시를 비롯해 그 중심지에 가면 엄청나게 많은 서점과 책이 있었고 수많은 영화관과 동네에선 보기 어려운 다양한 영화가 있었다. “나는 그 도시를 수시로 드나들면서도 늘 안락함과 안도감, 단조로움과 게으름을 맛볼 수 있는 집에 수시로 들락거리며 언젠가 만날 절호의 기회를 호시탐탐”(15쪽) 노렸다. 고닉과 나는 뉴욕과 서울,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무척이나 다른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또 흡사한 그 대도시에서 그렇게 자란다. <짝 없는 여자와 도시>는 이렇게 여기 너머 어딘가에 더 중심이라고 부르는 곳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호기심을 싹 틔웠던 열네 살의 추억을 일깨운다.

서울, 이 도시는 나의 이력이다. 태어난 곳, 학교와 직장을 따라 옮겨 다니고 집을 여기저기로 이사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또 누군가와 함께 있었느냐에 따라 이 도시의 기억도, 동네, 동네에 얽힌 기억도 달라진다. 그러나 서울은 늘 나와 함께였다. 이 빌딩숲, 이 많은 인파, 이 혼잡함과 화려함이, 소란스러움이 문득문득 피곤해 잠시 떠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지만 산이나 바다, 강, 호수, 자연이 우거진 곳에 가서도 나는 어느 순간 도시의 편안함을 찾는다. 낯선 나라에 가서도 이 도시에서 익숙해진 장소들- 예컨대 스타벅스 같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균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에 이르러야 비로소 안도감을 느낀다. 고닉이 한때 연애했던 극작가, 알코올의존증 전력이 있고, 도시를 떠나는 데 공포증이 있었다는 그 남자처럼 나 또한 도시를 떠나는 것에 일종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와의 연애사를 언급한 고닉 또한 그의 도시를 향한 집착을 누구보다 이해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 도시에는 우정이 있다. 고닉의 레너드처럼 나에게도 ‘어떤 상황에서든  영원히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느끼는’(8쪽) 염세를 주고받으며 자주 만나기보다는 가끔 만나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다 헤어지고 그 대화의 내용도 대부분은 ‘상실, 실패, 패배를 그가 드러내든 내가 드러내든 꼭 한 명은 그러고’(8쪽) 있는 그런 몇몇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나의 우정은 고닉과 레너드의 그것처럼 서로에게 활기를 불어넣기보다는 다른 하나가 활기가 있어야만 같이 있을 수 있는 관계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개 ‘함께할 자리를 미리 마련’해 두기보다는 ‘일정 중에 빈자릴 찾는다’(43쪽). 이런 느슨한 관계가 문제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고 고닉은 말한다. 그것은 모두 기질 문제라고. 그리고 이 기질적으로 맞는 우리, 나와 내 친구들은 이 도시에서 느슨한 우정으로 얽혀서 저마다의 시간을, 하루를 보낸다.

이 우정은 서울, 이 도시에서 시작되었다. 나처럼 애초부터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도 있지만 서울이 아닌 곳에서 태어나 성인이 되어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그러다 보니 우정을 나누게 된 친구도 있다. 그리하여 이 도시는 또 다른 우정의 가능성도 늘 열어둔다.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그 우정, 그 느슨한 관계들 속에서는 벌써 몇 번쯤인가는 서로 같은 장소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같은 강연을 들으면서 스치듯 지나쳤을 인연도 있으리라. 때로는 도시가 주는 익명의 안온함 속에 숨어서 오늘은 그저 수줍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지만 언제나 다른 날에는 문득 그 앞에 서서 “안녕!”하며 알은체를 하게 될 수도 있으리라. ‘각자의 인생이라는 영토를 힘겹게 횡단하다 국경이 맞닿는 곳에서 이따금 만나 서로에게 정찰기록을 건네는 고독한 두 여행자’(59쪽)들처럼 말이다. 뉴욕이든 서울이든 도시는 그런 느슨하고 유연한 관계를 가능케 한다.

물론 사랑도 있다. 우연히 만난 사이와 헐겁지만 다정한 우정을 나눌 수도 있고, 또 우연히 만난 누군가와 그 무엇에 비할 바 없는 뜨거운 애정을 나눌 수도 있는 곳, 도시. 걷는다, 본다, 느낀다, 생각한다, 쓴다, 만난다, 이야기한다. 웃는다, 사랑한다. 헤어진다, 걷는다. 산다…. 도시에는 비록 외로울지언정 자유가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자유, 혼자 거리를 거닐 수 있는 자유, 그러다가 문득 우연히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자유. 곁에 누군가가 없어도, 그러니까 짝이 없는 여자가 혼자 이 거리 저 거리 거닐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곳은 이런 대도시뿐이 아닐까. 그리고 그 고독과 자유에서는 시선이 탄생한다. 고닉은 바로 그 지점에서 뉴욕 곳곳을 발견하고 그 도시와 사랑에 빠진다.

번잡한 도시는 인간관계에 단절을 불러일으킨다고, 그래서 현대인은 고독하고 외롭다고 말하지만 바로 그 외로움과 고독 속에 엄청난 자유가 있음을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가 안다. 때문에 비록 ‘외로움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만 불가해하게도 우리는 그 외로움을 포기하길 망설인다.’(105쪽) 기꺼이…. 고닉의 친구 레너드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외로움을 쓸모 있는 고독으로 바꿔내지 않는 이상  그녀는 영영 엄마의 딸일 거라고-레너드의 이 말에는 무심한 척하면서도 친구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담겨 있다. 엄마를 향한 ‘사나운 애착’의 시기를 지나  뉴욕 거리 곳곳을 거닐고 거기에서 만난 다양한 이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고 그 안에서 느슨하게 거리를 두고 혼자 있는 법, 외로움 속에 자기 존재를 발견한 비비언 고닉, 자신과의 대화를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던 그녀는 결국 이런 빛나는 글들로 전 세계의 독자를 만나고 있는 게 아닐까. 누구나 말을 건넬 수 있지만 또 누구나 금방 무심히 돌아설 수 있는 도시. 느슨한 관계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자유라는 기질을 갖춘 도시- 전 세계의 도시들은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 빚어낸 무수히 많은 목소리가 층층이 쌓아 깃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풍성한 에너지가 오늘을 살아가게 한다. 나도 그리고 또 도시의 삶을 사랑하는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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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09 16: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읽는데 리뷰 분위기가 너무 좋네요. 마지막 단락에서는 영화처럼 눈 앞에 군중속에서 고독함을 느끼는 누군가가 보이는 것도 같아요. 수많은 사람들속에서 고독한 한 사람, 그러나 그게 싫지 않은... 그건 접니다..

잠자냥 2023-03-09 16:32   좋아요 1 | URL
저기 사실 다부장님 이야기도 있어요. 눈치챘는가? ㅋㅋㅋㅋ 근데 글에 다부장, 다락방 언급하니까 갑자기 코미디가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09 16:38   좋아요 3 | URL
‘우연히 만난 누군가와 그 무엇에 비할 바 없는 뜨거운 애정을 나눌 수도 있는 ‘

여기 제얘기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3-09 16:39   좋아요 4 | URL
아니 너 은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09 16:4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이름만 언급해도 코미디가 되는건 큰일이네요. 원래대로 지적이고 냉철한 카리스마 다락방으로 돌아와야겠어요. 말리지마세요. 흥!!

거리의화가 2023-03-09 16: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금보다 나이가 들고 이제 더는 이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시골 내려가는 건 어때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저는 단호하게 ˝NO˝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도시 속의 개인은 지극히 외로운 존재이지만 그럼으로서 자유롭기도 하단 이야기에서 공감이 가네요~^^

잠자냥 2023-03-09 16:48   좋아요 3 | URL
네 저도 지치고 스트레스 극강으로 받았을 땐 애인하고 저어기 다른 지역 가서 사는 건 어떨가 생각해보는데요, 예를 들면 제주도 같은......... 근데 결국 아아, 우린 안 될 거 같다로 결론내립니다.ㅎㅎㅎ 그러기엔 도시를 너무 사랑함;;

책먼지 2023-03-09 1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닉 에세이 세 권 중에 이번 책이 가장 잘 안 읽히는데.. 고닉 읽어주는 자냥님 글은 너무 잘 읽히네요!! 대도시만의 그 역학 때문에 굳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을 때도 여기를 못 떠나는 것 같아요ㅠㅠ

잠자냥 2023-03-09 16:59   좋아요 4 | URL
이번 에세이가 흐름없이 뚝뚝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왔다 갔다 해서 그런 거 같아요!
고닉 읽어주는 자냥 올림. 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3-09 17:1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조만간 다락방님 댁에도 고급스런 별칭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이대론 안 된다!!!

잠자냥 2023-03-09 17:20   좋아요 3 | URL
그건 무리다…..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09 1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오늘 받았는데 이미 읽은 듯한 이 느낌…

저는 제 얘기는 별로 안 쓰고 싶은데 그러면서 이 책들 리뷰를 쓰긴 어렵겠어요
(슬슬 포기하는 마음)

잠자냥 2023-03-09 23:06   좋아요 2 | URL
그래서 책 다 읽기 전에는 리뷰 읽기 금지!

단발머리 2023-03-09 18: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의 번잡함과 자유로움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 글을 좋아합니다^^

건수하 2023-03-09 22:06   좋아요 1 | URL
저도 찌찌뽕!

잠자냥 2023-03-09 23:07   좋아요 1 | URL
네, 그런 사람은 이 책 좋아할 거예요.

책읽는나무 2023-03-09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차도녀들이 공감할만한 리뷰네요ㅋㅋㅋ
시골에서 나고 자란 책나무는 대도시도, 시골도 어디든 다 외로운 곳이란 생각이 들어 어디서 살래? 물어본다면 실로 난감합니다.
저는 그저 조용한 곳에서 잠 자고, 멍 때리다가, 가끔 심심하면 도시에 가서 먹고, 보고, 놀고만 오고 싶은 놀도녀(놀기만 하는 도시 여자!)가 되고 싶네요.
근데도 자냥님 리뷰를 읽으면 왠지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은 맘이 들기도 합니다.
짝이 없는 여자가 혼자 거니는 건 아무래도 도시에서만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시골에서 혼자 걸으면 동네 사람들 다 쳐다보면서 저 처자 왜 자꾸 돌아다닌대? 할테니까요ㅋㅋㅋ
시골엔 익명이 없어요ㅜㅜ
그리고 대도시엔 똠양꿍이 있으니까~^^

잠자냥 2023-03-09 23:08   좋아요 2 | URL
ㅎㅎ 네 말씀하신 것처럼 시골(?) 같은 데서는 아마 여자 혼자 있으면 온갖 관심과 구설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ㅎㅎㅎㅎㅎ 혼자 있어도 괜찮은 도시, 라는 건 참 편리하다 싶어요.

자목련 2023-03-10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나운 애착 끝내고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우선은 좋아요!!!

잠자냥 2023-03-10 09:39   좋아요 0 | URL
사나운 애착에서의 어머니 여기서도 등장하십니다. ㅎㅎ 재미나게 읽으세요.

독서괭 2023-03-10 09: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쉽게 만남을 허락치 않는 차갑고 고독한 도시여자!! 하지만 집에는 고양이 6마리로 고독과 자유를 느낄 새가 없는데… ㅋㅋㅋ
도시에서 느끼는 자유 공감합니다. 아예 시골은 안 될 것 같고 저는 중소도시 정도는 좋더라구요.

잠자냥 2023-03-10 09:4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 집에서는 고독할 틈이 없기는 해요. 오늘 아침도 문 열고 나가니 6호가 그릉그릉 ㅋㅋㅋ

그레이스 2023-03-10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쓰기 전이라 그냥 잠자냥님 쓰셨구나 하고 지나갑니다.
좋아요만!

잠자냥 2023-03-10 10:18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제가 리뷰 쓰려는 책의 다른 분 리뷰는 글을 다 쓰기 전에는 읽지 않습니다. 현명하신 판단!

공쟝쟝 2023-03-10 16: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앙콤한 프랑스고양이!!! 뉴요커인척 하지만 빠리지앵인거 나 다알아요~~~
내가 이런다고 이 책을 살 것 같으냐!!!!!!!!!!!!!!!!!!!!!!!!!!!!!!!!!!!!!!!!!!!!!!!!!!!!!!!!!!!!!!!!!!!!!!!!!!!!!!!!!!!!!!!!!!!!!!!!!!!!!!!!!
!!!!!!!!!!!!!!!!!!!!!!!!!!!!!!!!!!!!!!!!!!!!!!!!!!!!!!!!!!!!!!!!!!!!!!!!!!!!!!!!!!!!!!!!!!!!!!!!!!!!!!!!!!!!!!!!!!!!!!!!!!!!!!!!!!!!!!!!!!!!!!!!!!!!!!!!!!!!!!!!!!!!!
외로움. 고독. 걷기. 짝 없음. 여자. 이거 다 내 이야기라서~~~ 비비언 고닉 읽으면 동일시 너무 심해버려서~~~~
당분간은 안삽니다 안사요 흥흥흥흥흥

근데 이 문장 너무 좋아요.
때문에 비록 ‘외로움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만 불가해하게도 우리는 그 외로움을 포기하길 망설인다.’(105쪽) 기꺼이….
내가 비비언 고닉 변태인거 알아봤는 데, 이 문장에서 변태 공명함. ㅋㅋㅋㅋ 외로움을 포기할 수 없음. 고통스러운뎈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3-10 19:47   좋아요 1 | URL
나 파리지앵은커녕 ㅋㅋㅋㅋㅋㅋ ㅇㅇ지앵(울 동네이름) ㅋㅋㅋㅋㅋㅋ 고닉쟝아 사서 봐봐 ㅋㅋㅋㅋ

공쟝쟝 2023-03-11 10:36   좋아요 0 | URL
하아 앙대…. 어제 위기였음 …

자목련 2023-03-14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결같이 좋은 리뷰!!
열네 살의 탈선, 열 여섯, 일곱에 호암아트홀이라니요. 저는 감히 상상도 못한 일상입니다.
자냥 님의 서울과 고닉의 뉴욕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자쟝 님 곁에 집사 2 님이 계신 건 빼고요.
서울에서 사는 분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잠자냥 2023-03-14 10:35   좋아요 0 | URL
전철이라는 교통수단이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제 10대인 제 조카들도 그래서 그렇게 잘 돌아다니는 거 같고... ㅎㅎ
그나저나! 정말 자목련 님 말씀처럼 집사2만 없었으면 ㅋㅋㅋㅋㅋㅋㅋ 고닉의 저 에세이에 더 빙의했을 텐데 조금 아쉽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흰옷을 입은 여인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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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방 안 내 침대 위에 누워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지만 그럼에도 나는 거의 매일 같이 외출을 한다.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일주일간 집 안에서 격리할 때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좋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끔은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좀 걷고 싶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이 집 안에서만 지낼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리 타인과의 접촉을 꺼려하는 인간이라 할지라도 결국에는 어느 순간 밖으로 나오고 싶을 때가, 다른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에밀리 디킨슨은 그런 면에서 지존이라고나 해야 할까. 55년의 생, 아주 짧지도 그렇다고 또 아주 길지도 않은 그 생애 동안 그녀는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거의 집 밖을, 아니 어떤 특정한 시기에는 아예 자기 방 밖을 나가지 않았다. 밀리센트라는 이름의, 에밀리에겐 조카뻘이 되는 한 소녀의 눈에 은둔자 에밀리는 이렇게 묘사된다. “어린 소녀의 기억 속 에밀리는 집 밖으로 전혀 외출하지 않는, 붉은 머리에 흰옷을 입은 신비로운 여인이다. 때때로 이층 자신의 방, 반쯤 열린 덧문 사이로 버들과 주리를 줄에 매달아 내려뜨리곤 하던 여인. 이웃집 아이에게 주려고 화덕에서 갓 꺼낸, 따뜻한 생강 빵이 담긴 광주리다.”(<흰옷을 입은 여인>, 12쪽) 무엇이 그토록 그녀, 에밀리 디킨슨을 방 밖으로, 집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러나 그녀는 그다지 외롭지 않아 보인다. 늘 자기 영혼을 마주하고 시(詩)를 써내려가기 때문이다. 비록 그 시가 자신의 서랍 안에서 고이 잠들게 될지라도 그녀는 쓰고 또 쓴다.

에밀리 디킨슨, 그 영혼의 기록을 내가 처음 접했던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쩐지 시가 아름답다는 것은 알아서 ‘세계의 명시(名詩) 100선’ 같은 두꺼운 시집에서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처음 접했다. 그 시는 너무나도 유명한, “내가 만약 한 애타는 마음을 멈출 수 있다면/ 나는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니리....”라는 구절의 ‘내가 만약 If I can’이라는 시였다. 어린 마음에 보기에 아름답기는 하지만 너무 소녀 감성이라 유치하단 생각과 함께 딱히 좋아하지는 않던 시였다. 그러나 그 시에 그토록 많은 의미가 있을 줄, 그 어린 날의 내가 어찌 알았으랴. 하긴 지금도 에밀리 디킨스의 시 구절구절 담긴 그 생각의 파편들을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그럼에도 ‘내가 만약 한 생명의 아픔을 덜고/한 괴로움을 달래주고/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를/다시 둥지에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라는 시구에서 어렴풋이나마 그녀의 고독했던 삶을, 창공을 날아가기엔 너무나도 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 다시 둥지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던 그 울새 한 마리가 그녀 자신의 영혼이었음을, 에밀리와 마찬가지로 유폐된 생활, 고독자의 생활, 은둔자의 생활을 기꺼이 찾아나선 보뱅의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고 어렴풋이 짐작해본다.

<흰옷을 입은 여인>에서는 두 은둔자이자, 두 아름다운 시인을 만날 수 있다. ‘흰옷을 입은’ 에밀리 디킨슨 그녀와 이 에밀리를 흠모하여 기꺼이 그녀의 일생을 좇아 기록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독특한 한 편의 시이자 전기이자 에세이를 쓴 크리스티앙 보뱅 그가 바로 주인공이다. 어떤 문장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따오기도 했지만 그 문장을 전하는 보뱅의 또 다른 문장과 한데 어우러져 저 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조차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날아갈 힘을 얻어 둥지로 무사히 돌아오게 할 정도이다.

보뱅은 에밀리의 어떤 점에 사로잡혔을까. 물론 그녀의 시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가 탄생하게 된 그녀의 삶의 방식, 어느 순간에는 은둔을 자처한 그 맑고 깨끗한, 상처받기 쉬운 영혼에 사로잡혔던 것은 아닐까. 보뱅의 글을 통해 발견한 에밀리의 영혼은 애초부터 상처받기 쉬웠다. 그녀의 부모- 그들은 서로 너무도 다른 사람이라, 아버지의 세상은 돈과 명예, 소음, 계산으로 이루어진 세계였고, 사랑하는 존재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일찌감치 마음에 심각한 결함이 생긴 어머니는 ‘죽음들로 얼룩진 태양 아래’ 딸, 에밀리를 낳는다. 출산을 앞둔 에밀리의 어머니는 방 벽지를 갈면서 방에 생기를 부여하고자 애쓰지만 그것만으론 갓 태어난 딸에게 활짝 열린 삶을 부여하지 못한다. 보뱅은 이 순간 에밀리의 탄생을 이렇게 말한다. “망령들이 에밀리의 요람 위로 몸을 숙이고, 자신들의 말을 받아 적게 될 아이를 바라본다. 부재와 존재 사이에 가로놓인 벽, 그 방심의 벽을 통과하는 빛나는 감수성이 이미 아이에게서 전해져 온다.”(39쪽)  

숫자와 명예로 이루어진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구축하기 위해 바쁜 아버지와 마음이 병들어 침묵하는 어머니 그 사이에서 소녀는 ‘주변 사람들이 저마다 야심을 드러내며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할 때 그 무엇도 되지 않고 이름 없이 죽겠다는 당당한 꿈을 꾼다. 겸손이 그녀의 오만이며, 소멸이 그녀의 승리이다.’(33쪽)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의 목록을 남몰래 적어나간다. 시, 태양, 여름, 천국…. 그것들이 전부이다. 그러나 에밀리에게는 “첫 번째 단어로 족하다. 시인은 태양보다 더 순전한 태양을 낳으며, 그들의 여름은 영원히 기울지 않고, 천국은 그들에 의해 그려질 때만 아름다우니까.”(56쪽)

있으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어머니의 부재. 그리고 또한 마찬가지의 의미로 있으나 없는 것과 같은 아버지라는 존재. 그러한 “결핍은 세상의 벽에 뚫린 구멍”이며 에밀리에게 “글쓰기는 그에 대한 응답이다.”(104쪽) 그중에서도 “시는 글쓰기의 한 양식이기 이전에 그녀의 삶에 방향을 제시”(60쪽) 한다. 그러는 중에도 몇몇 사랑이, 그 뜨거운 열정이 에밀리의 가슴속에 찾아왔다가 덧없이 사라져가고 그 응답받지 못하는, 또는 어느 순간 어긋나 소멸하고 마는 마음은 또 다른 시를 낳는다. 그럼에도 에밀리의 머리엔 “살아생전 천재의 면류관이 씌워지지 않는다. 그녀의 글들은 모두 그녀의 가시 면류관과 함께 머리맡 탁자 서랍 깊숙이 묻혀”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에밀리가 만일 사랑했던 대상 그 누구에게라도 그녀 마음의 크기만큼의 응답을 받았더라면 그토록 고독하게 자신을 유폐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뱅이 기록한 그녀의 생을 좇다보면 결국 에밀리 그녀는 ‘천진하지 못한 삶’에 대한 탐욕스러운 취향을 접어두고 그녀 시의 제목들처럼 고독은 감히 그 깊이를 잴 수 없을지언정(The Loneliness One Dare Not Sound), 그녀 스스로 자기 영혼이 머물 곳을 선택하여(The Soul Selects Her Own Society) 하얗고 안전한 방 안에(Safe in Their Alabaster Chambers) 머물기를 선택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그 고독의, 은둔의 기쁨을 아는 보뱅이었기에 에밀리에게 기꺼이 이 아름다운 헌사의 글을 남겼으리라. 고독의 기쁨, 거기서 나오는 ‘명상의 빛나는 모티브’를 발견할 줄 아는 이 두 시인들, 그들은 분명, 천국을, “불안을 달래 줄 무언가가 우리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장소”(84쪽)인 그 천국을 발견한 사람들이리라. 그리고 하느님은 이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 그래서 늘 이 세상살이에 패하기 마련인 그들을, “그런 그들을 총애해서, 침으로 얼룩진 그 얼굴을”(134~135쪽) 기꺼이 닦아 주실 것이다. 에밀리 디킨슨과 보뱅의 글을 읽고 공명할 또 다른 고독한 당신의 얼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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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3-02-27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키 콜린스 책인 줄 알았는데 궁금해졌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리뷰라뇨.
읽고 싶어지네요.

잠자냥 2023-02-27 10:06   좋아요 1 | URL
네 공교롭게도 윌키 콜린스 작품과 제목이 똑같네요. ㅎㅎ
그러나 아마도 그 느낌은 많이 다르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보뱅의 본 작품은 더 아름다우니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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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일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9
기 드 모파상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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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소풍을 간 적이 있다. 거창한 소풍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치원 근처 동네에 있던 ‘밤나무골’이라는 이름의, 그 시절 흔하디흔한 밤나무가 많던 숲으로 그냥 하루 야외 학습을 간 것이다. 그래도 소풍은 소풍이었다. 어린 마음에 소풍이라는 말은 늘 설레지 않은가. 소풍이니까 집에서는 당연히 김밥을 싸 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소풍날,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신이 나 도시락을 열었다. 당연히 다들 김밥이 담긴 도시락이었다. 아마 나도 들떠서 도시락을 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 도시락엔 그냥 맨밥과 총각무김치가 담겨 있을 뿐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당황스러웠다. 이게 뭐지? 하는 심정. 어쩐지 창피하기도 했다. 가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 같아 싫었다. 엄마가 미웠던 것 같기도 하다. 우습게도 그때 그 장면을 찍은 사진 한 장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유치원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남기고 싶었으리라. 사진 속에서도 내 도시락은 총각무와 밥뿐이다. 그 사진 속에서 난 다른 아이의 도시락을 힐끗 쳐다보고 있다.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저 총각무만 덜렁 들어 있던 도시락. 그 도시락 같다고… 인생이….

엄마는 무슨 무대뽀로 그런 도시락을 싸준 거야? 아니, 대여섯 살밖에 안 된 애가 소풍을 가는데 그렇게 성의 없는 도시락을 싸준 건 진짜 심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대부분 선명하지 않은 나인데도 이날의 기억만큼은 너무나 강렬했는지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날은 엄마에게 따지듯 묻기도 했다. 나는 아이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라 그런 엄마의 심정을 헤아릴 수도 없고 대충 고양이 여섯을 돌보는 심정으로 유추해보아도 그날의 엄마처럼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막내가 고양이 유치원에서 소풍을 가, 잔뜩 들떴어! 집사가 도시락에 맛난 캔하고 츄르하고 과자(아니 6호가 좋아하는 보족세트)를  잔뜩 넣어줬으리라 기대했는데 도시락을 열었더니 건사료만 덜렁 들어있다고 생각해 보라. 하, 나는 그때 6호 표정이 그려져서 도저히 못 그럴 거 같다.

“엄마가 그땐 사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 너네 아빠하고 사이도 안 좋고 정신이 없어서 그랬지…. 얼마나 정신이 없었냐면 내가 너 소풍 따라간 날 쓰레빠를 신고 갔더라.”


엄마는 총각무 도시락을 싸준 소풍날과 다른 소풍날을 같은 날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건 다른 날인데, 여튼 그랬다. 엄마와 내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보면 우리 엄마는 분명히 쓰레빠를 신고 있다. 소풍날 총각무나 쓰레빠나 그게 그거다. 엄마는 미안하고 머쓱해하면서도 미안하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하긴 나한테 미안할 게 뭐가 있는가 어쩌면 엄마는 자기 인생한테 미안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런 남자를 왜 만났느냐고.....엄마 인생 최대 실수다.”
“그럼 너네가 없었잖아....”
“아유, 됐어.



“아아, 내겐 운이 없었어. 뭐 하나 되는 일이 없었어. 운명이 일생 동안 악착같이 괴롭혔지.”
그러나 로잘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마님, 그런 말씀 마시라고요. 마님은 결혼을 잘못하셨어요. 그뿐이죠. 구혼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혼인하는 게 아닌데요.” 모파상, <여자의 일생>, 302쪽


“그런 말씀 마세요. 마님, 그런 말씀 마시라고요. 마님은 결혼을 잘못하셨어요. 그뿐이죠.”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여자의 일생>- 오래전 엄마의 책꽂이에 꽂혀있던 전집, 새로쓰기로 된 그 전집 중에서 보았던 제목의 책이다. 엄마는 소싯적 그 책을 읽었을까? 읽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주인공 잔느의 인생에 얼마나 자기 자신을 대입하면서 읽었을까? 잔느도, 나의 엄마도 운이 없었던 게 아니다. 운명이 일생 동안 악착같이 괴롭혔던 것도 아니다. 단지 그저 아주 신중했어야 할 순간, 결혼하는 그 순간 잘못된 남자를 선택한 그 잘못 때문에 인생이, 소풍날의 김밥 도시락 대신 총각무 도시락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시절 엄마의 책꽂이에서 이 책을 꺼내 읽었던가? <여자의 일생>이라는 제목, 상투적인 내용이 딱히 와 닿지는 않아서 조금 읽다가 내려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문득 읽고 싶어진 이 책- 어떤 인생(Une Vie) 그대로 번역했어도 좋았겠으나 ‘여자의 일생’이라 옮긴 그 제목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 듯하다. 잔느, 그 꿈 많던 소녀의 망가져가는 일생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담담히 그려지기 때문이다.

잔느의 인생도 처음부터 총각무 도시락 같지는 않았다. 부유한 집안에서 외동딸로 태어났고 부모님의 사랑을 담뿍 받았으며 잘생긴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꿈도 꾸었고 바로 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기도 한다. 하, 그러나 그 결혼은 서로 잘 알지도 못한 채 이루어진 결합이었으니, 설레던 소풍날, 도시락 뚜껑 열었더니 총각무만 덜렁 들어있던 바로 그 순간이 이윽고 잔느를 덮친다. 사랑하는 사이에 이뤄지는 결합이니 당연히 좋아야하는데 이게 무슨 곳통이란 말인가. 짐승같이 덤벼드는 저 남자! 그놈에게 몸을 내주고 밀려드는 것은 환멸, 환멸뿐이다. 그런데도 제 욕심만 채우고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잠든 저 동물 같은 남자가 내 남편이라니! 싫다는데도 그놈은 계속 육욕만 채우려 덤빈다. 하, 엄빠에게로 나 돌아갈래! 계속 그렇게 산다면 인생이 얼마나 엿 같으랴. 그래도 다행이랄까 간혹 좋은 순간도 찾아온다. 맛없는 총각무 도시락 낼름 먹어치우고 보물찾기 놀이를 하던 그 순간처럼 잔느에게도 생의 희열과 기쁨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그러니까 거듭된 섹스 끝에 마침내 찾아온 오르가슴의 기쁨 뭐 이런 것이랄까. 그런데 잔느는 몰랐을 것이다. 잔느여, 그건 다른 놈에게서도 아니 다른 놈한테서 더 잘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그런 종류의 하찮은 기쁨이란다.

잔느, 그녀에게 얄팍한 오르가슴과 함께 얄팍한 사랑의 기쁨을 선사했던 그놈 쥘리앵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언제 내가 너의 육체를 탐했냐는 듯이 흥미가 짜게 식어 아내로부터 멀어져간다. 당연히 그럴 것이, 그에겐 이미 다른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 그런 놈은 지 버릇 남 주는 일 없듯이 잔느와의 결혼 생활 내내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판다. 어디 그뿐이랴, 인색하기 비할 데 없는 구두쇠라 내 돈은 내 돈 아내 돈도 내 돈, 처가 돈도 내 돈-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이런 남편을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잔느에게는 어느덧 남편을 생각할 때면 환멸과 경멸이라는 감정만이 자리하고, 남편에게 가야 할 애정은 하나뿐인 자식, 아들 폴에게로 향한다. 그런데 또 이 여자 잔느는 어리석었으니 이 주체할 길 없는 애정 또는 집착은 아들 폴을 그릇된 길로 이끌고 이 아들은 지 애비와 마찬가지로 잔느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잔느는 환멸과 고통, 비애만 남은 삶 속에서도 내일은 좀 다르리라, 내일은 아들이 좀 달라지리라 기대하면서 삶을 향한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닙니다.” 잔느의 마지막 말에서 어차피 죽음으로 향하는 인생, 그럼에도 내일은 조금 다르리라는 희망을, 소풍날의 김밥 도시락을 꿈꾸던 어린 아이의 심정으로 기대하며 살아가는 이 어리석은 인간들, 그들 모두의 비루한 삶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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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08 1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뭔가 엄청난 스트레스의 기운이 감도네요. 저도 가끔 엄마에게 그러게 왜 아빠랑 결혼했어! 하는데, 그러면 엄마가 잠자냥님 어머님처럼 ˝그래서 너네가 있잖아˝ 라고 하십니다. 그게 위안이 정말 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하여간 어제도 엄마에게 그랬습니다. 왜 아빠랑 결혼했어..

아무튼 저는 안하는 걸로..

잠자냥 2023-02-08 14:42   좋아요 2 | URL
저도 결혼은 안 하는 걸로....

다락방 2023-02-08 14:59   좋아요 3 | URL
알라딘에서 우리 알콩달콩 지냅시다! ㅎㅎ

망고 2023-02-08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소풍일화로 갑자기 제 유치원 소풍기억이 떠올랐어요 저는 당시 엄마가 워킹맘이셔서 소풍이란걸 깜박 잊으시고 빵을 사주셔서ㅋㅋㅋㅋ도시락으로 빵들고 갔는데요ㅋㅋㅋ큐ㅠ막판에 해피엔딩이긴 했지만 그 남들 김밥 도시락 먹을때 빵봉지 뜯던 순간을 잊지못해요ㅋㅋㅋ🤣😂

잠자냥 2023-02-08 15:25   좋아요 1 | URL
어린 마음에도 그런 기억은 참 잊히지 않지요? ㅎㅎ
망고 님도 지금은 웃지만 그땐 심정이 참 복잡했을 거 같아요. ㅎㅎㅎ

건수하 2023-02-08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아빠랑 결혼했어‘ 는 딸들의 단골 멘트인가봅니다.. ㅠㅠ

여자의 일생 읽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요... @_@
진주 목걸이만 읽었나;;;

잠자냥 2023-02-08 15:28   좋아요 2 | URL
제 주변에도 저마다 다양한 문제를 지닌 아버지들이 있고, 딸들은 대게 자기 아버지 좋게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ㅎㅎㅎㅎ
<여자의 일생>도 많은 사람들이 읽은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책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저도 읽었는지 읽은 것으로 착각한 것인지 아리까리해서 이번에 그냥 읽었습니다. 모파상의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이 재미는 있어서 금방 읽어요.

페넬로페 2023-02-08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엄마 돌봐주시는 요양보호사님이 매일 엄마에게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 노래 틀어줘요~~ㅠㅠ
그냥 제목만 들어도 짜증나네요^^
근데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잠자냥 2023-02-09 07:23   좋아요 1 | URL
오, 이미자의 노래 제목 중 그런 게 있군요. 가사가 궁금해서 검색해 보겠습니다….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2-09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 일생!
남자 하나로 여자의 일생이 좌지우지 된다는 건 참 마리오네트 인형 같은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이 책 아직 안 읽었어요.ㅋㅋㅋ

잠자냥 2023-02-09 07:22   좋아요 1 | URL
이 책 읽으면 복장터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ㅎㅎ

은오 2023-02-09 0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빠가 나 졸업식때 혼자만 꽃다발 안사온거 생각나네 그걸로 두고두고 갈구다가 요즘 잊고살았는데 이 글 읽으니까 또 생각난다 오늘 전화해서 또 화내야지

잠자냥 2023-02-09 09:56   좋아요 0 | URL
아니 그깟 꽃다발~ 잊으시게.

잠자냥 2024-04-09 13:21   좋아요 1 | URL
˝화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운데......

은오 2024-04-11 10:54   좋아요 1 | URL
변태.......

잠자냥 2024-04-11 11:11   좋아요 1 | URL
그 변태 좋아하는 더 변태.....

은오 2024-04-11 11:36   좋아요 1 | URL
🙆‍♀️🙆‍♀️🙆‍♀️

coolcat329 2023-02-09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총각무보고 상처받은 어린 잠자냥님의 모습이 그려져 ‘어머니 넘 하셨다...‘했다가 어머니의 사연을 듣고 ‘아...그러실 수 있지. 얼마나 힘드셨으면...‘하고 생각했네요.

저 이 책 책 안 읽던 시절 읽었던 유일한 고전인데 너무 어려서 아무 느낌이 없었던 거 같아요.
이젠 여자의 일생이 뭔지 좀 아니 다시 읽으면 속 터질듯요.

잠자냥 2023-02-09 09:5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총각무 이야기 하면 엄마도 민망해 합니다! ㅋㅋㅋㅋ 내가 용서한다! ㅋㅋㅋㅋ
쿨캣 님이 여자의 일생이 뭔지 좀 안다고 하시니까 왠지 빵! 터집니다. 웃프네요. ㅎㅎ

2023-02-11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2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꿀벌 키우는 사람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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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랑글라드 지방에서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청년 일루와방 로슈페르는 지역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취향을 지니고 있다. 지역 사람들이 라벤더 재배로 향유를 생산하는 데 비해 그는 유독 대방어 키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그가 반해버린 색채 대방어의 그 찬란한 은빛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삶의 색이 방어의 색이라 생각했다. 그에게 삶이란 신기한 은빛 대방어였다. 어느 날 은빛 비늘의 대방어 한 마리가 그의 손에 살포시 앉았다 헤엄쳐갔는데 손바닥에 남은 비늘이 은가루처럼 보이며 생명선을 가르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는 은을 꿈꾸었고 방어 키우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데다 어느 날 죽은 대방어의 은빛 비늘이 안타까워 비늘을 쓰다듬다 우연히 맛보게 된 그 살점의 맛에 넋을 잃어버린 일루와방은 방어에서 부(富)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품게 된다. 그렇다, 이 아름다운 은빛 방어, 그것의 연분홍과 붉은기가 도는 살점은 더욱 황홀하구나! 그러니 방어를 키워서 부자가 되리라! 일루와방은 양식을 통해 방어를 키울 꿈에 부풀지만 그것은 어느 날 양식장의 화재로 인해 처절하게도 좌절되고 만다.

이렇게 그의 꿈은 무너지는가 싶은데, 어느 날 서재에서 우연히 대방어 회가 한참 인기인 한국과 관련한 책을 읽은 그는 그곳으로 떠나 진정한 자신이 찾고자하는 ‘인생의 은’을 찾으러 여행을 나선다. 고향에는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는데도 일루와방 곁에서 늘 깔짝대는 처녀 폴린이 있다. 일루와방은 폴린에게 작별을 고한다.

“은을 찾으러 가.”
“은은 여기에도 있어.”
“네 앞에도 은은 있는데 네가 못 볼 뿐이야.”

일루와방은 폴린의 손에 편지를 쥐어주며 말한다. “네게 편지를 썼어. 내 딴엔 사랑의 편지야. 언약의 편지이기도 해. 괜찮다면 내가 떠난 후에 읽어봤으면 해.” 시크하게, 그러나 폴린의 마음을 뒤흔드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일루와방- 배를 타고 수에즈 운하를 지나 지중해와 홍해를 건너는 힘겨운 여행을 이어가던 중 그는, 배에서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를 알게 된다. 그의 이름은 ‘유코 아키타’- 한국인인가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일본인이다. 그래도 동양인이니 잔뜩 기대를 품고 일루와방은 유코에게 대방어 회의 장인을 아느냐 묻는다. 유코는 일본 벳푸의 간바치 장인은 안다면서 그의 횟집을 소개해준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나간 사연을 털어놓는다.

시인을 꿈꾸었고 유독 일곱이라는 숫자를 숭배해 1년 중 겨울에만 일흔일곱 편의 하이쿠를 쓴다는 유코에게는 한때 오로지 백색의 아름다움만을 담으려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궁정시인은 “시에 채색하는 법”을 배우라며 충고했고, 유코는 채색법을 배우기 위해 이리저리 헤메다 하필이면 프랑스의 외줄타기 곡예사 여인 네에주(Neige 불어로 ‘눈’)를 만나 마침내 색채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들 곁에서는 검은 바이올린을 아주 소중한 듯이 움켜쥐고 독주를 음미하며 장기에 몰두한 한 노인이 유코와 일루와방의 이야기를 엿듣다가 한마디 툭 던진다. “인생에서 단 한 번 행복한 것보다 비참한 것은 없네.” 노인은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과 똑같은 목소리의 검은 바이올린을 만들다 그 여인을 잃고만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였다.

이들과 헤어져 고생 끝에 마침내 당도한 한국의 제주도, 고향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혹한에 난방비가 폭등했다며 가는 곳마다 가스난방을 끊어 거의 얼어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일루와방의 눈앞에 정방폭포와 함께 은빛 여인이 나타난다. 은빛 여인은 다 죽어가던 일루와방에게 갑자기 꿀처럼 달콤하고 기름진 방어 기름을 그의 입술에 떨어뜨려 일단 온기를 되살려준다. 그러고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이 엄동설한에 가스난방도 하지 않은 방에서 스스로 훌러덩 옷을 벗고 생면부지의 프랑스 남자에게 자신의 온몸을 아무런 조건 없이 내준다. 방어 여인과의 육덕진 하룻밤 만리장성을 거하게 쌓아올린 일루와방은 자신이 마침대 그토록 찾아 헤맨 은빛 방어가 바로 이 여인이었음을, 이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긴 여행 끝에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일루와방은 여전히 자신을 반겨주는 폴린과 재회하고, 문득 그토록 멀리 떠돌며 찾던 은빛은 늘 자기 곁에 있었음을, 파랑새 아니 은빛 방어는 폴린이었음을 깨닫고 만족스럽게 인생을 살아간다. 물론 그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은 대방어 여인이 알려준 삶의진실- 방어는 겨울이 제철로, 무게가 5kg 이상인 대방어가 특히 인기가 있으며 회로 먹다가 조금 느끼하면 묵은지나 와사비를 곁들이라는 충고를 마음에 깊이 새기며 다시 방어 양식에 도전한다.......



폴린은 와사비병을 손에 쥐었다. 뚜껑을 열고 쌉싸름한 액체에 적신 후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맛보았다.
“이 방어를 수확한 것이, 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같아.”
그녀는 다시 한번 방어를 와사비에 담갔다. 그리고 천천히 기뻐하며 방어를 입술로 가져갔다. 그녀가 부드럽게 덧붙였다.
“삶의 은.”




-막상스 페르민의 색채 3부작 <꿀벌 키우는 사람>, <눈>, <검은 바이올린>의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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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31 14: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쌍욕할 뻔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남의 집이므로 꾹 참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1-31 14:59   좋아요 2 | URL
쌍욕을 허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1-31 15:00   좋아요 2 | URL
아 진짜 꿀벌 피부 가진 여자가 잠자주고 ㅋㅋㅋㅋ 돌아가면 다른 여자가 내가 바로 니 꿀벌이야! 기다리고 있고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1-31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앍 진짜 이런 내용이야?? 하며 읽다가 빵 터졌네요 제주도 ㅋㅋㅋㅋ
잠자냥님 굳이 공력을 들여 패러디로 깔 정도로 화나셨나 봄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1-31 15:34   좋아요 4 | URL
아니 화까지 난 건 아니고 ㅋㅋㅋㅋㅋㅋ
방어가 먹고 싶어서 한번 ㅋㅋㅋ 방어 키우는 사람으로 써봤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작품에서 주인공은 금빛에 도취되어 꿀벌 키우다가 아프리카로 떠납니다. 거기서 꿀빛 피부를 지닌 꿀벌 여인이 나타나서 잠 자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1-31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새로운 형식의 리뷰네요?!!ㅋㅋㅋㅋㅋ 삼부작을 물회처럼 잘 버무린? (지금 물회가 땡기는 자)
잠자냥님의 분노한 천재성이 달콤 쌉싸름😆👍

잠자냥 2023-01-31 16: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물회도 먹고 싶네요;;
2월 가기 전에 일단 방어부터 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1-31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1-31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잠자냥님 창작글이군요 ㅋ 저도 방어가 먹고 싶네요!~!

역시 희곡작가 출신이셔서 뭔가 글이 남다릅니다~!!

잠자냥 2023-01-31 21:40   좋아요 2 | URL
대방어는 2월 가기 전에 드셔야 합니다!

페넬로페 2023-01-31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ㅍㅎㅎ
어, 제주도!
정말로? 하다가~~
마지막에 그만~~
잠자냥님, 소설가로 데뷔할 날이 얼마남지 않은 듯 합니다~~
제주까지는 못가도 속초 물회가 땡기네요^^

잠자냥 2023-01-31 21:4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속으셨다!
아, 속초 물회도 먹고 싶습니다!!!

공쟝쟝 2023-01-31 2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진짜 중간에 난방비까짘ㅋㅋㅋㅋㅋㅋㅋ 풍자와 해학의 진수다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천잰가요? 일루와방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막상스 페르민 무덤에서 이불킥하는 소리 지금 나만 들려…?ㅋㅋㅋㅋㅋㅋㅋㅋ 바야흐로 대방어 철… 하악ㅋㅋㅋㅋ 그립도다… (응? 모가?..)

잠자냥 2023-01-31 20:56   좋아요 3 | URL
왜 대방어 철에 뭐했어? 방어 먹고 뭐했을까나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31 21:02   좋아요 1 | URL
웅? 모 안했어용!! ㅋㅋㅋㅋㅋ 방어먹고는 좀 비리지 ㅋㅋㅋㅋ

잠자냥 2023-01-31 21:3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시도는 했네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31 22:37   좋아요 2 | URL
가부장제 속 여성은 모두 한때 누군가의 방어 여인이었다…🐟… 후속편 장어여인 갑시다… 페미니즘 적으로 재해석해서 ㅋㅋㅋㅋ

은오 2023-01-31 2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이 방어 먹어주실 변자냥님을 구합니다

잠자냥 2023-01-31 23:16   좋아요 3 | URL
일루와방을 보내드릴게 ㅋㅋㅋㅋㅋ

은오 2023-01-31 23:35   좋아요 2 | URL
필요없어요!! 제가 원하는건 편집자로 일하고있는 까칠한 변태고영이 김모연상녀......

잠자냥 2024-04-09 13:20   좋아요 1 | URL
방어도 먹어줘야 하나??? 근데 너 방어 안 좋아하잖아??

은오 2024-04-11 10:56   좋아요 1 | URL
해산물중에 그나마 회랑 초밥은 잘먹는편. ㅋㅋㅋㅋ
방어도 리스트에 올리겠읍니다~!!
근데 잠자냥님이랑 먹으면 뭐든 맛있을거같은데....똥을 먹어도 카레 먹는 거 같을 듯

잠자냥 2024-04-11 11:19   좋아요 1 | URL
회랑 초밥 그래도 먹을 줄은 아는구나?
다행이다 ㅋㅋㅋㅋ 난 좋아해..
(근데 초밥이야기하니까 9개월남 생각나서 놀리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눔아 근데 똥카레는 아니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은오 2024-04-11 11: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님이 좋아하면 365일 회만 먹을 수도 있읍니다. 똥카레도....
ㅋㅋㅋㅋㅋㅋㅋㅋ쓰면서 잠자냥님이 그얘기 할 거 같았읍니다. 벌써 3년전입니다~!! 놀려도 타격X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1-31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철에는 방어회죠!^^
올겨울에는 두 번!
가락시장에 가면 대방어를 돼지방어라고 하네요^^

잠자냥 2023-01-31 23:16   좋아요 2 | URL
돼지방어! ㅋㅋㅋㅋ 적절합니다!

유부만두 2023-02-01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독후감도 가능하군요. 저 한참 읽을 때 까진 방어랑 한국 이야기 진짜인줄;;;;

잠자냥 2023-02-01 08: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건수하 2023-02-01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웬 방어? 하며 그냥 넘어갔는데요 이런 이야기인줄 ㅋㅋㅋㅋㅋ

가스비 폭등에 정방폭포 아하핳핳

근데.. 그토록 찾아헤맨 은빛 방어가 이 여인인 줄 깨달았는데 왜 돌아가는거죠...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것인가?!

방어회 먹고 싶네요... 잠자냥님이랑 방어회 데이트 하고싶다... ㅎㅎㅎ


잠자냥 2023-02-01 09:51   좋아요 1 | URL
ㅋㅋㅋ 하룻밤 잔 그 방어여인 찾아서 헤매는데, 결국 실패하거든요. (원작에서는 꿀벌여인 ㅋㅋㅋㅋ)
그래서 돌아가서 집에 있던 다른 꿀벌 여인에게 안착-ㅋㅋㅋㅋㅋ
저기 위에 은오 님하고 방어회 데이트 추천합니다.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2-01 10:01   좋아요 1 | URL
아, 그런거군요 ㅎㅎㅎ

은오님은 원하는 대상이 아주 분명하신 듯 합니다 :) 전 실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