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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은 영감을 준다. 거짓말을 하는 법을 모르니까. 걔들은 자연의 힘이다. 텔레비전은 5분만 봐도 메스껍다. 하지만 고양이는 몇 시간 동안이나 바라볼 수 있다. 은총과 영광밖에 보이지 않는다. 본연 그대로의 훌륭한 생명. -찰스 부코스키, <고양이에 대하여>


물감 님과 겨울호랑이 님의 고양이 페이퍼에 이어 써봅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알라딘 분들은 내 고양이 자랑! 한 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나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사람이다. 스노우캣 홈페이지는 재미나게 들락거리면서 보면서도 고양이 사진은 무서워서 잘 보지 못했던 사람. 반려동물은 늘 집에 있었는데(모두 개였다), 고양이는 키워본 적 없고 지금은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그 눈빛이 무서워서(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 영향도 있음... -_-) 내가 이렇게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첫째 (20136월 입양 /생일 20135월 추정)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어언 8년 전 첫째 냥이 때부터였다. 20136월에 입양한 첫째는 올해 벌써 여덟 살 꽃중년(장년?)이다. 이 녀석은 내 동생이 한 초등학교 앞 굴 같은 틈새에서 발견했는데, 일주일 가까이 지켜봐도 어미도 보이지 않고 초딩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애정을 동시에 받고 있는 걸 보다 못해 구조했다. 임보하면서 입양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그 꽃미모에도 불구하고 입양할 사람이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고민 끝에 내가 덜컥 집으로 데리고 왔다.... 아니 고민은 아니고 애인이 고양이 한 번 키워보고 싶다는 말을 흘렸는데 그걸 듣고 걍 데리고 옴.....; 그렇게 집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보시다시피 스트리트 출신답지(?) 않은 꽃미모+꽃자태로 사람들을 현혹시킴. 내 친구들 모두가 이 녀석 보면 침을 질질 흘린다. 너무 예쁘다고. 길냥이 맞냐고 다들 물을 정도. 아마도 집을 나왔거나 유기된 품종묘(아메숏)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게 아닐까 추측 중. 도도하고 클래식 음악과 혼자 있는 걸 즐긴다. 애정 표현도 조금 무뚝뚝한 편이어서 한번 쓱 핥아주고 간다. 그런데 요즘 중년에 들어서더니 식탐이 많아지셔서 미모가 많이 상하셨다.

 



알라딘에서 환영받을 만한 사진으로 골라봤습니다... 책과 고양이의 조합! 



내 고양이지만 이쁘긴 이쁘네.... ㅋ



2013년 입양했을 당시....꺄.......... 넘나 이쁘당



점점 자라 청소년냥이 시절 첫째.



그리고 지금 이분은 이렇게 중장년의 길로..... 후덕하신 외모를 자랑하며....




본냥이 모델인줄 아시는 분.... 모델 ㅋㅋㅋ




둘째(201310월 입양/ 생일 201310월 추정)

둘째는 정말 운명이었다. 애인하고 201310월 중순 무렵 산책을 나섰다가 길가에서 녀석을 발견했다. 멀리서 보고는 왠 쥐새끼인가 싶었다. 녀석은 한 할머니를 따라가면서 소리소리 지르며 울고 있었고, 할머니는 애처롭지만 당신 하나 챙기기도 버거우신지 이 녀석을 선뜻 못 데려가고 발만 동동 구르면서 "아이고 누가 얘 좀 데려가요." 하시더라. 녀석 상태가 너무 안 좋아보여서 그냥 안고 왔다. 몸에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진동. 병원에 데리고 가보니 범백(파보바이러스) 판정을 받았다. 이 바이러스는 아깽이들에겐 치명적이어서 거의 죽는다고 봐야 하는데 녀석이 그런 상태였던 것이다. 파보 바이러스 때문에 어미한테 버려진 것이 아닐까 싶다. 길에서 구조해온 걸 안 수의사가 뭐라 치료를 권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심지어 살아난다는 가망도 별로 없어서) 애인이 치료해달라고 선뜻 말했고(난 그때 회사가 망한 상태로 백수가 된 처지라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의사도 기뻐서 치료에 돌입. 3일을 입원해서 바이러스와 싸운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녀석 살아난 날, 우리도 엄청 기뻤지만 그 병원도 거의 축제분위기였다. 그 이후 엄청난 식탐을 보이면서 무럭무럭 자라나 이제는 첫째랑 기 싸움 벌일 정도로 커버렸다. 착하고 다정한 순둥이.

 

건강하던 녀석에게 올해 2월에 한 번 더 시련이 닥쳐왔다. 장염과 췌장염이 동시에 오면서 3일 입원했다. 치료가 잘 되었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집으로 데려왔는데 이게 웬일, 애가 숨을 잘 못 쉬는 게 아닌가, 놀라서 다시 병원으로 데리고 가니 폐에 물이 찼다고 한다. 각종 검사를 해보니 HCM(고양이 심장병)이란다. 청천벽력이었다. 다시 입원.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산소방까지 들어갔다. 오늘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그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정말 펑펑 울었다. 녀석 때문에 회사 끝나고 병원 들렀다가 집에 오던 그 일주일 내내 매일 울었다. 그때 가장 무서웠던 건 녀석이 우리 옆이 아닌 병원에서 죽을까봐. , 아무튼 또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퇴원했는데, 심장병약 처방까지 받았지만 이 약은 한 번 먹으면 죽을 때까지 계속 먹어야 해서 선뜻 먹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과잉처치를 한 게 아닐까, 심장 크기가 그래서 일시적으로 커진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길 없었다. 그래서 일주일간 약을 먹이지 않고,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심장크기가 조금 줄어든 게 아닌가? (하지만 계속 병원에서는 과잉처치로 그랬을 수 있단 말은 절대 하지 않음). 그 이후 한 달 뒤에 또 심장초음파 받았을 때는 심장 크기가 더 줄어서 거의 정상치였다. 9월에 정기 검진 받으러 병원에 가야하는데, 이번에는 다른 병원 데리고 가 볼 생각이다. 아무튼 이 녀석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고양이다. ㅠㅠ

 



처음 데리고 왔을 땐 요만했습니다... 



항상 나의 독서를 방해하던 녀석. 저 책은 하루키 에세이, 문학동네에서 나온 그 작은 책으로 기억.




그런데 이젠 책상이 작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째의 매력 포인트. 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책 보다가 조는 나 따라하는 거냥?




카리스마 터지는 사진 한 장 소개합니다.


 

또또 책 읽다가 조는 나 따라한다.... ㅋㅋㅋㅋ



이분 근데 와인을 넘나 좋아하심.... 와인 따는 소리만 들리면 자다가도 나오심. 와인과 더불어 치즈, 빵 좋아하셔서 아무래도 전생에 루이14세 아니었냐고 물었다......... 아니란다. ㅋㅋㅋㅋ 암튼 녀석 땜에 와인을 못 마신다. 




알라딘 모델해도 되겠쥬? ㅋㅋㅋㅋㅋㅋ





그토록 쓰기 싫다는 모자를 한번 씌워봤습니다.... 저 뒤에 커튼 난리난 거 보소...




너는 내 고양이야~ 내 고양이야~~ 아니 곰돌인가?




셋째 (20156월 입양/ 생일 20156월 추정)

그렇게 첫째랑 둘째 고양이로 내 인생의 고양이는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2년 뒤 이 녀석이 들어온 것이다. 우리 집 건너편 빌라 옥상에서 며칠 내내 울고 있던 걸 발견해서 구조했다. 어미가 있을지 몰라 계속 지켜봤는데 없더라. 음식을 가져다 줄 때 살펴보니 눈곱도 많고 똥꼬 그루밍이 전혀 안된 상태(어미가 돌보는 녀석들은 똥꼬가 깨끗하다)라 버림받은 녀석이구나 싶었다. 사실 나는 이 녀석 구조&키우는 건 반대했다. 어떤 생명을 돌보는 건 두 마리로 족하다고. 그런데 비가 억수로 내리던 그날 새벽 애인이 달려나가서 구조해왔다. 그때부터 장마가 시작되는데 얘가 도저히 눈에 밟힌 모양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임시보호하면서 입양할 사람을 찾아보자고 했는데....입양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영 못미더웠고, 그러는 사이 내가 그만 녀석한테 정들어서 우리집 막차를 타게 된 녀석이다. 그리고 그 사이 둘째가 녀석을 엄청 사랑하게 되어서 둘을 떼어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막내는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놀이보다 사람이 만져주는 걸 더 좋아해서 계속 쓰담쓰담 해주면 그릉대면서 침을 뚝뚝 흘린다.

 



처음 데리고 왔을 때. 크기. ㅋㅋㅋ 저 작은 틈에 들어갈 정도



저렇게 쪼끄만 녀석이 어느덧.....




형아들 스크래쳐 탐방... 냄새 킁킁



이렇게 큽니다.



아고 예쁘다.



횽아들에 비해 어려보이죠?



꽃보는 척.... 아니고 꽃 망가뜨리려고 ㅋㅋㅋㅋ



주특기는 높은 곳에 올라가기....



녀석이 저 자릴 엄청 좋아해서 이사 온 후 한동안 저 상자를 버리지 못했다.





데헷-



나 이뽀???? 아니.....-_-;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련하다.



이 녀석의 주특기는 저렇게 다리 뻗기-




첫째하고 셋째가 이렇게 크기 차이가 날 때도 있었고



둘째하고 이렇게 차이 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들 뚱냥돼냥... ㅋㅋㅋ




둘째랑 셋째는 이렇게 사이가 좋습니다




대체 왜 같이 들어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1냥...




겨울이면 이분들을 위해 코다츠를 만들어드려야 함...




가끔은 제가 상자에 들어가서 놀아주기도 합니다.... 지금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나... ㅋㅋㅋ




뭐라고 거기 집사가 들어가 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뭐하는 걸까요? ㅋㅋㅋ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마른 오징어에 초집중 중.... 두 녀석이 오징어 귀신이라, 집에서 맥주 마실 때 오징어 안주를 먹을 수가 없다.... 




어느날 퇴근 했을 때............ -_-;;; 누군지 범인 유추가능하지만.... 참는다.




여행이라도 가려고 하면 귀신 같이 알고 막아선다....



여행 가려고 하니까 또 막아선 분들... 녀석들 만난 이후로 3박 4일 이상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가장 멀리 떠난 곳이 베트남... ㅠㅠ. 이럴 때도 누군가 돌봐줄 사람을 찜해놓고 가야 한다. 




보기 드물게 셋이 모인 사진.... 왜 모였을까요? 그것은 바로 전기장판을 켰거등!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진 중 하나.... 허나, 보기와 달리 사실은... 서로 저 알라딘 상자 들어가겠다고 싸우다가 대치하는 중이라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희들 때문에 멀리 여행 못가지만.... 내 고양이들, 세상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웃게 만드는 녀석들. 어느덧 여덟 살, 일곱 살(10월이면 곧 여덟), 여섯 살이다. 더 늙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계속 이대로만 있으면 좋겠다. 이 녀석들이 내 곁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폭풍 눈물 난다...;

 

, 세 녀석 모두 수컷입니다요. 예쁜 애들, 수컷으로만 골라왔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저 녀석들이 저를 간택한 거랍니다. 그리고 길냥이들은 보통 근친교배를 하지 않으려고 어미가 새끼를 낳으면 수컷 녀석부터 내친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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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08-31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주인과 많이 닮아 있던데...이렇게 고상하고 예쁜 고양이들이라면?? 흠....^^
책장속에 늠름한 첫째 사진은 압도적입니다.
애인분도 인성이 훌륭하신가 보다~~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걸 보니~~생각했습니다.
원래 동물을 좀 무서워하는 편이라 생각도 못했다가 최근 키우고 싶단 생각으로 바뀌어 가고 있던차...알라디너님들 이런 사진 보면 키우시느라 고단한 점도 있으시겠지만,이쁘고 사랑스런 모습들이 먼저 눈에 띄어 절로 눈이 가늘어 지면서 맘이 동하네요^^

잠자냥 2021-08-31 09:24   좋아요 2 | URL
저희 고양이들이 낯선 사람을 많이 싫어하는데(고양이들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사람 좋아하는 애들은 또 좋아하더라고요), 그건 틀림없이 집사들 닮은 것 같긴 해요.
제 애인은 저보다는 인성이 확실히 훌륭합니다. 전 까칠하기도 하고 욱하기도 잘하고 짜증도 많은데 그런 면이 없거든요. 엄밀히 말하면 둘째랑 셋째는 그 사람이 살린 거나 마찬가지고요. 근데 둘째는 그것도 모르고 절 더 좋아한다는 게 함정. ㅎㅎㅎㅎ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 분명 고단한 점이 있습니다(특히 장기간 여행 포기 ㅋㅋㅋㅋ).하지만 이쁘고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삶의 엄청난 위로가 된다는 점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분들이 다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공쟝쟝 2021-08-31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또 보러왔어요. 둘째의 발 뒤꿈치가 잊혀지지 않아서요....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31 21:35   좋아요 2 | URL
저장을 허하노라.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8-31 23:34   좋아요 2 | URL
ㅠㅡㅠ 아아 감사합니다… 종종 그의 숨막히는 뒤태를 보여쥬옵소서…!

유부만두 2021-09-06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믓찐 글은 언제 쓰신거죠? !!!

잠자냥 2021-09-07 07: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한때 우리집 고양이 자랑! 페이퍼가 잠시 돌았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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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빌라에는 모두 여덟 가구가 산다. 집마다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주로 혼자 살거나 많아야 둘이 산다. 둘이 함께 산다고 해도 결혼한 커플이 사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이 빌라에는 아기 울음소리라든가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신축 건물인 이 빌라에는 내가 두 번째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그때 계약서상에 우리집 때문에 추가된 문구가 하나 있다. 반려 동물은 고양이‘만’ 된다는 조항이었다.

애초에 이 건물 주인은 임대, 그것도 전세로만 세입자를 구했고 신축 건물이다 보니 조심해서 사용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다 보니 반려 동물은 당연히 꺼려지는 대상이었다. 이 집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도 그 때문에 매우 고민을 했고, 어쩔 수 없이 사정을 설명했더니, 집주인은 고양이'만' 된다는 조항을 넣었다. 고양이가 개처럼 짖지 않는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을 한 것 같았다. 실제로 이사 온 뒤 한동안은 새 건물이다 보니 직접 사람이 살면서 생기는 소소한 건물 내 문제들을 해결하러 관리인이 우리집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고양이가 대체 어디 있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녀석들이 워낙 낯선 사람을 가리는 터라 알아서 숨어버린 것이다.

아무튼 이 조항 때문에 우리집 다음으로 이사 온 나머지 가구는 이 계약서를 받아들고서는 반려 동물은 고양이만 된다는 문구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했을 수도 있고, 흥미롭게 여겨서 질문을 던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어느 집에선가 고양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리라. 뭐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옆집은 이사 오고 나서 한동안 바뀐 환경에 적응을 못한 첫째 냥이가 새벽마다 울어대는 바람에 그 조항을 보지 못했어도 자연스레 아, 새로 이사 온 집에 고양이가 있구나 알아차렸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살다 보니 이웃끼리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고 서로 조심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오가는 사이에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 대충 알게 된 사실인데 이 건물에는 30~40대 혼자 사는 여자들이 많으며, 남자는 딱 한 가구이다.

우리집은 가장 높은층이기 때문에 올라오다 보면 집 앞마다 놓인 택배 상자를 종종 보게 된다. 보통은 쿠팡에서 오는 2리터짜리 생수가 가장 빈번하게 배달되어 온다. 302호는 온라인으로 옷을 자주 주문하는데, 직접 받아보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지 반품하느라 다음 날 문 앞에 다시 나와 있는 일이 잦다. 내가 가장 궁금한 상자는 알라딘이나 예스24 택배 상자이다. 이런 상자를 다른 층에서 발견하기란 매우 드물다. 우리 집은 뭐..... 알라딘 당일 배송 아저씨가 이제 내 얼굴을 알 정도이다. 심지어 이 아저씨는 예스24, 인터파크 도서 배송까지 같이 하시는데 내가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에서 책을 살 때마다 계속 오셔서 한 달에 대여섯 번 본 적도 있다. -_-;;;

그에 비해 다른 층에서는 책과 관련한 택배 상자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어느 날! 301호 집 앞에 놓인 예스24 상자를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아니, 책을! 무슨 책을? 무슨 책을 샀을까? 몹시 궁금해서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하하하하 박스 바깥에 붙은 스티커를 보고야 말았다. 그랬는데 특별한 게 아니라서 좀 실망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오는데, 도서 택배 상자보다도 내 마음을 뛰게 한 택배 상자를 보고야 말았다. 순간 동공지진. 그것은! 'Pet' 어쩌고 적힌 상자였다. 강아지나라 고양이천국 뭐 이런 택배 상자였다. 201호였다. 그 상자를 보는 순간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강아지일까? 고양이일까? 그런데 결정적으로 그 택배 상자 위에는 포장이 따로 되어 있지만 집사의 예리한 눈에는 당연히 ‘그것’으로 유추 가능한 물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하하하하! 나는 그걸 발견하고는 왠지 모르게 뛸 듯이 기뻤다.


그것은 바로.....




바로 이렇게 생긴 고양이 스크래쳐-




201호 사람이 고양이를 키우게 됐구나! ‘고양이만 가능하다’는 계약 조항을 보고 드디어 집사의 세계로 들어온 것이로구나!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 길냥이를 데려온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기냥일까? 아그그 귀엽겠다. 암컷일까 수컷일까? 어떻게 생겼을까? 아주 조용한 걸 보니 아기냥이가 틀림없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집 고양이한테 “야, 여기 아래층에 애기 고양이 있어. 알아? 소리 들려?” 하기도 했다. 고양이가 생긴 뒤로 201호 사람은 늘 집에 불을 켜두고 외출을 하는 것 같다. 집에 불이 켜져 있는데도 집 앞에 택배 상자가 그대로 놓여 있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혹시 새끼 강아지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어느 날 완전히 해소되었다. 201호 사람이 이제 본격적으로 고양이 쇼핑몰을 알았는지, ‘OOOOOO’이라고 쓰인 택배 상자를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 추리(?)가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을 보고 씩 웃었다. 그리고 이 빌라에 우리 말고도 누군가가 고양이를 키운다는 사실이, 여덟 가구 가운데 두 가구는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 가구라는 점에 왠지 흐뭇해졌다.

OOOOOO 은?!




고양이대통령! ㅋㅋㅋㅋ 빼박 증거-



그리고 며칠 전, 집에 올라오는데, 드디어 마침내! 냐옹~  우는 201호 녀석의 울음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그 사이 자랐는지 이제는 제법 운다. 그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는 알지 못한다. 길에서 고생하던 녀석인데 201호 사람이 냥줍해서 키우는 것이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낚시터에서 박수홍을 만나 길냥이 신분에서 전국민(?) 사랑을 받고 있는 다홍이처럼, 또는 히끄처럼 복터지는 냥이가 되면 좋겠다. “얘들아, 우리 집 아래에 고양이 있어. 궁금하지? 나도 궁금해.” 201호 고양이를 생각하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서 비실비실 웃고 만다.


그나저나 요즘 알라딘에서 고양이 관련 책 사면 고양이 스크래쳐 박스 준다...; 작년에도 받았는데 또 주네.... 또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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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8-11 1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들 중에도 집사가 많은데(세마리와 함께 사는 집사도 있어요) 다들 알라딘 저 박스 받으려고 책 사고 그러더라고요. 저도 이 소식을 친구들과 공유해야겠어요. 하하하하하.

잠자냥 2021-08-11 10:48   좋아요 3 | URL
어머 세 마리! 저도 세 마리! ㅋㅋㅋ 저 박스 작년에 눈 돌아가서 받았는데, 아직 남았나봐요. 올해 또 주는 걸 보니. ㅎㅎㅎ

다락방 2021-08-11 10:54   좋아요 3 | URL
새로 만든 거 아닐까요? 설마 남아있을 리가…

잠자냥 2021-08-11 11:01   좋아요 2 | URL
작년이랑 너무 똑같아서 ㅋㅋㅋㅋㅋㅋ 2021 에디션인지 제가 받아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8-11 11:05   좋아요 2 | URL
사실 저는 고양이 박스에 관심이 없어서 작년하고 디자인이 똑같은지 어떤지 모르겠거든요. ㅋㅋ 그러니까 잠자냥 님이 꼭 확인해주세요.
저는 오늘 굿즈로 세단기, 부채, 에코백 받았습니다.

그럼 이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11 11:09   좋아요 1 | URL
근데 그 굿즈 좋죠? 아니 에르노 메모지+노트+볼펜 세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마음에 들어서 책에 대한 애정도까지 증가??;;; ㅋㅋ

다락방 2021-08-11 11:24   좋아요 1 | URL
저 그 굿즈 가질까 어쩔까 엄청 고민하다가 포장도 안뜯고 조카 줬어요. 조카가 너무 좋아해서... 후회는 없습니다............................................................................................................................................................................................................

잠자냥 2021-08-11 11:40   좋아요 1 | URL
저도 포장도 안 뜯고 다른 사람 줬어요. ㅋㅋㅋㅋㅋㅋ 받은 사람이 엄청 좋아함. 저도 후회는 없습니다-------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11 1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집 책택배박스 안을 궁금해하는 그 마음 공감합니다 ㅋㅋㅋ 스크래쳐박스를 준다고요?? 냥집사인 울 언니에게 빨리 책을 선물해야겠군요~

잠자냥 2021-08-11 11:0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책 박스는 정말 궁금해요. ㅋㅋㅋㅋㅋ 요즘은 우리 빌라에 책 박스 오는 집 늘었다능 ㅋㅋ
저 스크래쳐박스 고냥들이 좋아해요. 울집 냥들은 작년에 서로 들어가려고 싸웠다능 ㅋㅋㅋ

coolcat329 2021-08-11 11: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일상 얘기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
저는 식물외엔 키우는 걸 싫어하는데, 지난 주말 넷플릭스에서 가족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을 보고 가족 모두 얼마나 꺄악~거렸는지 모릅니다. 고양이 밥이 너무 귀여운 거에요~~
게다가 저희 아이 친구가 또 브리티시 숏헤어를 들여서 매일같이 사진을 보내오는 통에 저희도 덩달아 자지러지네요.

잠자냥 2021-08-11 11:41   좋아요 3 | URL
아유 ‘밥‘ 너무 귀엽죠. 제가 지금은 이렇게 고양이에 환장해도 십여 년 전만 해도 고양이 무서워하던 사람이라니까요. ㅋㅋㅋㅋㅋ 사람 앞일은 모릅니다. ㅋㅋ

2021-08-11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11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이버 2021-08-11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 깜냥이 너무 심쿵이에요

잠자냥 2021-08-11 12:06   좋아요 2 | URL
제 고양인 아니지만 그렇죠? ㅎㅎ

syo 2021-08-11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 귀여워... 박스 사면 야옹이도 주나요.... 😍

잠자냥 2021-08-11 14:12   좋아요 1 | URL
냥이를 주우면 박스를 사게 됩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08-11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검은 고양이 네로?
저는 애들이 애완동물 키우자고 할때마다 이제까지 너희들 키우느라 힘들었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해요 ㅋ

잠자냥 2021-08-11 14:12   좋아요 3 | URL
ㅎㅎ 그러게요, 다른 생명체를 돌본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에요~

레삭매냐 2021-08-11 14: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래 전, 일산에 살던 대학
동창 친구가 댕댕이 때문에 이웃
과 전쟁을 치르면서 썼던 명문
이 떠올랐습니다.

타인의 책 박스에 가지는 호기심,
책쟁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
을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21-08-11 14:14   좋아요 4 | URL
ㅎㅎㅎ 저만 타인의 책 박스에 호기심을 느끼는 게 아니라니 위안이 됩니다. ㅎ

mini74 2021-08-11 1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박스외 고양이 ㅎㅎ 우리집은 개님이 살고 계셔서 택배박스엔 관심이 없는데, 강아지간식박스는 칼같이 알아요. 막 두 발로 서서 춤을 춘답니다 얼쑤얼쑤하면서 ㅎㅎㅎ 검은 고양이 무지 매력적입니다 ㅎㅎ

잠자냥 2021-08-11 18:00   좋아요 3 | URL
오! 저희집 냥이들도 택배 박스 오면 칼같이 자기들 건 알아요. 자기들 상자 오면 춤추는 거 같음 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8-12 00: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 잠자냥님 고양이 세 마리 집사님이셨군용! 어쩐지 이름에서 풍기는 냥이의 향기라니~
저도 며칠 반려냥이를 들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역시 저는 저 하나도 챙기기 버거운 인물이란 걸 깨닫고 말았습니다! 잠자냥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잠자냥 2021-08-12 00:35   좋아요 3 | URL
ㅎㅎㅎ 울집 냥이들이 하도 자고 또 자서 잠자냥?! ㅋㅋㅋㅋ 그랬다는 설이 있습니다(그레고르 잠자 냥이기도 하고요). 언젠가 고양이의 신묘한 매력에 툐툐 님도 빠지시길 기원합니다~ 이왕이면 길 아가들로 ㅎㅎ

붕붕툐툐 2021-08-12 09:07   좋아요 2 | URL
그레고르 잠자냥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오하당~ㅎㅎㅎㅎ
길아가들로~ 명심하겠슴다!

잠자냥 2021-08-12 09:25   좋아요 1 | URL
어느날 길에서 길아가들이 툐툐 님을 딱~ (도저히 피할 수 없이) 간택하는 날이 올 거예요. 그렇다면 운명입니다.
저도 둘째, 셋째 냥이를 그렇게 만났거든요. 첫째 냥이는 누군가가 구조해서 임시보호 중인던 녀석 데리고 왔고요.

독서괭 2021-08-12 10:33   좋아요 2 | URL
그레고르 잠자냥이 였어요?? ㅋㅋㅋㅋ 당연히 쿨쿨자는 잠자냥인 줄 알았는데 ㅋㅋㅋ 세마리 키우시다니 대단해요. 저도 예전에 엄마잃은 아가길냥이 데려다 키운 적 있어요. 지금 언니네 있는 냥이들도 첫째는 임보중이었던 아가, 둘째는 아가길냥이 였어요^^

잠자냥 2021-08-12 10:43   좋아요 1 | URL
괭 님, 괭이 넘나 귀엽죠?ㅎㅎㅎ 전 그렇게 잠이 많은 타입은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울집 애들은 24시간 중 22시간 자는 거 같지만...ㅋㅋ

물감 2021-08-12 07: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마리의 집사에요ㅎㅎ
냥이는 털만 빼면 완벽한 동물...ㅎㅎ

붕붕툐툐 2021-08-12 09:08   좋아요 1 | URL
엄훠~ 물감님도 집사님? 게다가 완벽한 동물?👀👀

잠자냥 2021-08-12 09:26   좋아요 3 | URL
어! 물감 님도 집사! 귀연 녀석들 언제 한 번 보여주세요~ ㅎㅎ
그리고 물감 님도 이 알라딘 냥이 스크래쳐 박스를 사시고 책을 받으세요~(응?) ㅋㅋㅋㅋ

물감 님 말씀처럼 고양이는 털만 빼면 완벽한 동물입니다. 그 귀여움, 그 아름다움, 그 새침함! 그 맹뭉미!ㅋㅋㅋㅋㅋ

물감 2021-08-12 09:30   좋아요 2 | URL
ㅋㅋㅋ저희집 애들은 아름다움과 새침함하고는 좀 다릅니다. 멍청 맛, 바보 맛으로 무장되어있어요ㅋㅋㅋㅋ

잠자냥 2021-08-12 09:3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물감 님 이미 자기 자식 자랑에 빠졌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멍청한 맛, 바보 맛 저도 그거 엄청 좋아해요. 저희 집 막내가 백치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12 10:36   좋아요 3 | URL
오오 물감님도 냥집사셨다니.. 털만 빼면 완벽한 동물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ㅎㅎ

공쟝쟝 2021-08-20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걸 준다구요??????? 맙소사…!! 몰랐어… 너무 귀엽구… (뒤에서 부터 봐온터라 이미 냥 세마리 실물영접하였나이다) 잠자냥님!! 이리터 생수가 풀라스틱이 맘에 걸리시면 (혹 일인 가구시라면) 브리타 정수기를 추천드리옵니다. 3리터들이로요 ^^ 제법 물맛 좋습니다!

잠자냥 2021-08-20 16:39   좋아요 1 | URL
박스 아직도 줘요. 구매구매 ㅋㅋㅋㅋ 냥들이 엄청 좋아합니다요.
참, 브리타 정수기 예전에 썼었어요. 이젠 냥들 땜에 걍 lg 정수기 렌탈 서비스 이용해서 쓰고 있어요.
3개월마다 청소해주러 오시고.... 생수 플라스틱 양심에 안 찔리고 암튼 좋아요. ㅎㅎ

공쟝쟝 2021-08-20 18:01   좋아요 1 | URL
삼마리 냥과 함께 하려면 정수기도 좋은 선택이십니다!! 담달엔 저 박스 받아야겠어요 🔥🔥🔥 고양이 책 뭐사지???
 

후끈한 날에 나도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ㅋㅋㅋㅋㅋㅋ
책꽂이 저 안쪽에서 꺼내느라 이미 덥다,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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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8-05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잠자냥 2021-08-05 14:16   좋아요 1 | URL
하트가 여섯 개나ㅋㅋㅋ

수이 2021-08-05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진짜 오랜만이네요 ㅋㅋ

잠자냥 2021-08-05 14:15   좋아요 1 | URL
사놓고 잊은 책 폴스타프 님이 일깨워주셨어요. ㅋㅋㅋㅋ

Falstaff 2021-08-05 1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럼 리뷰는 잠자냥님이 쓰시는 걸로.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05 14:14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 먼저 하시지요. 찬물도 위아래가 있으닠ㅋㅋㅋ

단발머리 2021-08-05 14:20   좋아요 2 | URL
미루지 마시고요ㅋㅋㅋㅋㅋㅋ 좋은 일인데 두 분 다 쓰시는 걸로 하죠!!

coolcat329 2021-08-05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넘 덥자나요.ㅋㅋ
폰치토의 영향인가요??ㅋㅋㅋㅋ

잠자냥 2021-08-05 14:53   좋아요 2 | URL
아니오 폴스타프가 불판 깔았대요~~~

coolcat329 2021-08-05 16:10   좋아요 1 | URL
왜 이 더운 여름 불판을 ㅋㅋㅋ
진짜 후끈거려용! 🔥

stella.K 2021-08-05 1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거 참.. 이제는 이 책 정도는 읽어줘야 댓화에 낄 수 있겠군요. 팔스타프님이든잠자냥님이든 빨리 리뷰를 읽어볼 수 있는 영광을 달라!ㅎㅎ

잠자냥 2021-08-05 14:53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폴스타프 님이 쓰는 거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05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1-08-05 14:53   좋아요 1 | URL
이 사람들이 ㅋㅋㅋㅋㅋ

수이 2021-08-05 15:12   좋아요 1 | URL
저도 덩달아 기다리겠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1-08-05 17:56   좋아요 0 | URL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

mini74 2021-08-05 15: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왜들 더운 여름에 이러시는지요. 폴스타프님이 봉인을 푸신건가요 ㅎㅎㅎ

잠자냥 2021-08-05 16:10   좋아요 3 | URL
그러게 말이에요! ㅋㅋ

페넬로페 2021-08-05 15: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가서 살짝 빌려야할까요?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는 말에 더 읽고 싶어질 것 같아요^^

잠자냥 2021-08-05 16:1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갑자기 전국 도서관에 이 책 불티나는 거 아닙니까? ㅋㅋ

새파랑 2021-08-05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까지 이렇게 하시는거 보면 필독서인듯...흥미가 자연적으로 생기네요 ㅋ 이따 서점에 가야 하나 🙄

잠자냥 2021-08-05 16:47   좋아요 3 | URL
안타깝게도 이 책, 현재는 절판입니다요! 날도 더운데 헛걸음 하시지 마세요!

붕붕툐툐 2021-08-05 1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19금만 깔리면 이렇게 폭발적 반응이.. 참... 그게 뭐라고~(한쪽에선 검색하며)

잠자냥 2021-08-05 21:55   좋아요 2 | URL
그러게나 말이에요! 알라딘 서재 이럴 줄 몰랐다능

Falstaff 2021-08-05 2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몰라, 몰라.
일단 독후감 썼고, 13일의 금요일에 개봉 예정이니 이리 광고해도 되겠습니다.

˝개봉 박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05 21:55   좋아요 1 | URL
금요일! 내일?! 했더니 13일이군요. 쳇 ㅋ
 

회사에 나 혼자서만 마라톤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분이 있다. 이분은 말 그대로 마라톤을 하신다. 몇 해 전 어느 가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이번 주말 춘천국제마라톤에 참가한다고, 마음속으로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씀하시고는 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나는 그분이 이제까지와는 달리 보였다. 그러고 보니 지방질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바싹 마른 몸에 꼬장꼬장한 걸음걸이 등이 정말 마라토너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 지도 벌써 n년 가까이 되어 가니, 그게 n년 전인 것 같다. 그때 이후로 해마다 가을쯤이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번 주말에 춘천국제마라톤에 참여한다고 말씀하시며 응원을 부탁하는 게 그분의 연례행사처럼 되었다(물론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지 못하셨다). 그분에게는 일종의 의식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는 겉으로는 단 한 번도 표현한 적은 없지만 속으로는 진심으로 응원을 보냈다. 저 나이에도 해마다 마라톤을 참가할 수 있다는 정신,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아침마다 일정 거리를 달리고 회사에 오신다는 그 자기 관리가 말할 수 없이 존경스러웠다.

 

얼마 전에 이분이 다른 분과 말씀 나누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여권 사진을 찍고 오셨다는데, 다른 분이 이 난리통에 어디 가시려고요?” 질문 하니, “여권 갱신해두려고요.” 하신다. 나는 본의 아니게 대화를 엿듣다가 이분이 올해 70세가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분이 여권 갱신했다가 어디 가려고요?” 하니, 로마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꼭 한번은 참가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히셨다. 예전에 듣기론 마라톤 할아버지는 베를린 마라톤 대회는 다녀오신 적이 있단다. 그러니 이번에는 로마 마라톤에 꼭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문득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다. 심심한 맛 때문에 좋아하는 만화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만화에는 우연히, 아주 뒤늦은 나이에 BL 만화에 빠지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아니, 이 할머니가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할머니의 나이는 무려 75. 그런데 이 할머니가 BL 만화 덕후인 여고생과 알게 되면서 둘 사이에 서서히 우정이 싹튼다. 이 여고생은 할머니가 좋아하는 만화를 추천하고 빌려주기도 하는데, 알고 보니 할머니가 푹 빠진 작품의 작가는 연재를 너무나도 띄엄띄엄 해서 다음 만화는 1년 후에나 나올지 확신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할머니에겐 이 1년 후라는 시간이 굉장히 길게만 느껴진다. 이듬해에도 자신이 살아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다가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늙어간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완간되지 않은 만화를 기다릴 때도 이듬해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을지 어떨지 확신할 수 없는 것…….

 

71세에 언젠가 로마에서 달릴 날을 꿈꾸며 여권을 갱신하는 할아버지와 75세에 완간되지 않은 만화를 이듬해에도 읽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할머니. 인생은 길기도 하고 참 짧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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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1 1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생에 있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게 느껴지네요~중요한건 마음인듯~!!

잠자냥 2021-07-21 12:24   좋아요 4 | URL
네, 저는 이 나이에도 마라톤 절대 불가인데 말입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1-07-21 1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목표가 있기 때문에 마라톤 할아버지는 인생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서 코시국이 끝나서 할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간절히요.

잠자냥 2023-09-04 09:51   좋아요 3 | URL
그렇겠지요. 나이든 분들에게는 1년 1년이 정말 소중할 텐데, 이 코로나는 언제나 끝이 날까요. :(
마라톤 할아버지가 로마 간다고 말하는 거 속히 보고 싶습니다! ㅎㅎㅎ

얄라알라 2021-07-21 1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께서 소개해주신 분, 비장미까지 전해주십니다. 그 결연한 의지, 하나의 촛점에 많은 걸 쏟아붓는 의지, 대단하십니다.

잠자냥 2021-07-21 14:21   좋아요 2 | URL
네, 말씀하신 것처럼 왠지 비장미까지 느껴집니다. ㅎㅎ

독서괭 2021-07-21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꿈꾸는 70대. 멋져요. 사실 젊은 사람도 1년 후를 알 수 없는 것이지만 70쯤 되면 그 느낌이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저도 그 나이에도 꿈꾸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건강한 몸도 유지하고..

잠자냥 2021-07-21 14:21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이, 알라딘 서재 사람들은 그때에도 읽을 책을 사 모으면서 아, 이걸 내가 죽기 전에는 다 읽고 가야할 텐데 그럴까요? ㅎㅎㅎ

독서괭 2021-07-21 14:35   좋아요 2 | URL
아니요. 저는 아닌데요(딴청)
하지만 제가 70이 되어도 이 알라딘마을이 건재하고, 잠자냥님 페이퍼 읽으며 개미지옥 운운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자냥 2021-07-21 14:38   좋아요 3 | URL
알라딘아 보고 있냐! 싸이월드처럼 갑자기 이 서재 닫아 버리면 혼날 줄 알아라! ㅋㅋㅋㅋㅋ

mini74 2021-07-21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 꼭 그 분 로마에서 콜로세움 지나며 멋지게 마라톤 하길! 막 응원하게 되네요. 공통의 관심사는 많은 걸 뛰어넘어 공감대를 형성하네요. ㅎㅎㅎbl에 빠진 할머니라니. 일본의 상상력이란 !! ㅎㅎ잔잔하니 무지 재미있을거 같아 책 구경 중입니다 ㅎㅎ

잠자냥 2021-07-21 16:12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러게요, 이 소망의 힘을 끌어모아 그분에게로~
<툇마루에서....> 이 만화 잔잔하니 괜찮습니다.

바람돌이 2021-07-21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분이네요. 나이와 상관없이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게 있고,그걸 위해 가만히 노력하는 삶은 아름답지 않을까요? 우리는 책으로 그렇게 해보아요. ^^

잠자냥 2021-07-21 17:47   좋아요 0 | URL
ㅎㅎ 달리기는 자신 없지만 책으로는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공쟝쟝 2021-07-22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아.. 이대로 달리기를 계속 하면 나도 70대에 로마 달리기를 해볼 수 있는 걸까…? 하는 꿈을 꾸게 하는 글이었어요 뿅😌 쫌만 더 눠잇다 달리러 나가야디

잠자냥 2021-07-22 22:07   좋아요 0 | URL
60대로 낮춥시다!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8-13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툇마루 책 검색하다가 (영화로 나왔다고 해서요) 잠자냥님의 ‘내가 어쩌다 놓쳤는지 기억 안나는 귀한‘ 페이퍼를 읽었어요. 이 마라톤 할아버지는 요즘 어떠신지? 궁금해 집니다. 전 자냥님의 자전거 이야기만 읽어도 감탄하는 사람이고요.

잠자냥 2023-08-13 13:42   좋아요 0 | URL
마라톤 할아버지는 일단 회사는 은퇴하셨고요. 얼마전에 회사에 오실 일이 있어서 잠깐 얼굴 뵀는데, 코로나 해제로 다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고 기뻐하셨습니다. 여전히 하루 5킬로미터씩 뛰신다고 합니다. :)

영화로 나왔군요. 힐링물일 거 같아요. ㅎㅎ

다락방 2023-09-0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좀전에 두 권인줄 알고 땡투 누르고 왔는데 다섯권 입니까? 시무룩..

잠자냥 2023-09-04 09: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5권 완간이 어디에요. ㅋㅋㅋㅋ 전 만화 너무 길게 연재하면 못 보는 사람..ㅋㅋㅋㅋㅋ
(중고 노려보삼...)ㅋㅋ

다락방 2023-09-04 10:06   좋아요 1 | URL
저도 ㅋㅋ 밥 해먹은 여자였나 그거 2권 완간 아닌거 알고 충격받아 안사 읽는 사람 ㅋㅋㅋㅋㅋ
 

서재를 돌아보다가 몰리 님의 글 중 ‘나중에 죽으면 물려줄 사람도 없는데 이것들은 다 무자비하게 헌책방으로 가겠지’라는 구절을 보고 몇 자(?) 끼적여본다. 나 또한 나날이 쌓여가는 책을 보면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하기 때문이다. 어제 우연히 1년 전에 찍은 내 책상 사진하고 지금 책상 위를 비교해 보니 1년 전 책상 위에는 책이 별로 없는 게 아닌가! 지금은 책꽂이에 더는 꽂을 공간이 없어 바닥에 쌓아두더니 책상도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을 벗어나자는 결심이 무색할 정도이다. 그나마 책상을 책으로 다 뒤덮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을 것 같은데, 그것은 내 고양이 2번님께서 책상 위를 당신의 침대로 애용하시기 때문에 그분이 몸을 뉘일 공간은 마련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비혼이고 앞으로도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자식은 더더군다나 이 세상에 남길 생각이 없지만,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따금 ‘물려줄 것’을 생각해보곤 한다. 엄마는 몇 년 전에 “그래도 이 세상에 왔으면 뭐라도 남기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가 보통의 삶을, 아이를 낳는 인생을 살기를 바라시는 간절한 편지를(실제로 처음으로 이메일을 보내심;) 보내기도 하셨는데 이제는 포기하신 것 같다. 내가 세상에 남기고 갈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책이 가장 많을 것 같다. 책 쟁여두는 사람들 가운데는 다른 것들- 예컨대 음반이나 문구류에도 강한 집착을 보이는 이들이 많을 텐데, 나 또한 음반도 만만치 않게 많다. 그래도 분야를 한정해서 내가 모으는 장르는 주로 록과 클래식인데, 그나마 음반은 책보다 애정이 덜한지 다행스럽게도 몇 년 사이 CD는 구매량이 크게 줄기는 했다.

독립한 지 십 년이 훌쩍 넘었는데, 처음 집을 나올 때 책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커다란 책꽂이로 하나쯤? 원룸에서 시작했기에 책을 많이 갖고 나온다는 게 부담스러웠고, 내 집이 아닌 이상 몇 년에 한 번씩 이사 다닐 때마다 책을 옮길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십 년이 넘는 동안 책은 켜켜이 쌓여가서 지금은 책에 둘러싸여 사는 수준이 되었다. 이사 갈 때마다 짐꾼들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고, 선생님인가요? 박사님인가요? 직업에 대한 추측의 소리도 많이 들었다. 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알라딘 개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누워 있노라면 나의 이 책 탐욕에 고개를 절레절레 하면서 저 많은 책들은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싶어진다.

책을 나만큼 읽지는 않지만 책은 좋아하는 내 애인은 나보다 어린데, 그래서 나는 내가 먼저 죽으면 내 책 다 가져, 라고 유언(?) 아닌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랬더니 애인은 그럼 음반은? 묻기에 음반도 가지라고 했다. 죽고 나면 저세상에 싸갖고 갈 일도 없고 죽어서 책을 읽고 음반을 들을 일도 없을 터이니 갖고 싶다는 사람에게 남기고 가면 후련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애인하고 가끔 심하게 말다툼하고 헤어져버릴까 보다 생각하게 되는 날은 머릿속으로 책이랑 음반은 내가 다 가져가야지, 선물로 준 책이랑 음반도 뭔가 탐나는데 그냥 가져갈까? 막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애인아, 미안하다........그런데 그런 생각 드는 건 어쩔 수 없;;;), 나의 이 책 집착은 참으로 심각한 것 같다.

아무튼 책과 음반은 애인에게 주기로 했는데, 애인은 그럼 장난감은? 하고 묻는다. 자못 심각한 표정이다. 책과 음반과 달리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수집병은 책이나 음반에서만 그친 게 아니라 한때 미친 듯이 장난감, 그러니까 어른들의 장난감이라 할 수 있는 베어브릭, 큐브릭, 레고 미니 피규어 수집에 열을 올린 적이 있어서 그것들도 꽤 많다. 게다가 이런 상품은 한정품이 많아서 세월이 지나면 가격이 오르는데....... 아무튼 그렇다. 그런데 아주 오래 전, 우리집 조카 1호가 꼬꼬마 시절, “이모, 이모 죽으면 저 장난감 어떻게 할 거야?” 너무나 진지하게 물은 적이 있어서 빵 터진 적이 있다. 그때 조카 나이 다섯 살 즈음이라, 녀석이 뭔 가치도 모르고 그저 장난감이 좋아 보여서 저렇게 묻나 보다 하고 “너 줄까?” 물었더니 선뜻 “응!”한다. 그 후로 녀석은 잊을 만하면 “나중에 저 장난감은 내 거”라고 도장을 찍곤 했다. 그래도 커서는 그 약속을 잊을 줄 알았는데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에도 “장난감은 잘 있지?”하고 물어서 진심 놀란 적이 있다. 이 녀석 정말인가 봐? 어머나.....그래서 나는 어떤 분란도 일으키지 않고자 내가 할머니가 되면 장난감은 영화 <토이 스토리>의 한 장면처럼 야드 세일하기로 결심했는데, 그때 내 야드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 죽기 전 야드 세일의 그날을 위해 야드를 마련해야 한다!


어느 수집광의 집요한 자기 관찰기인 <아무 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에서는 수집을 일컬어 “소유하는 능력을 끊임없이 재확인하는 행위”이고 “타자성을 통제하는 훈련”이자 “궁극적으로는 일종의 기념비적 건물로서 사후의 생존을 보장하는 일”이라고 했다. 또 “이런 이유로 우리는 흔히 한 컬렉션에서 그 컬렉션의 수집가를 읽어낼 수 있고, 그다음으로는, 비록 대상물 자체에서 읽어낼 수는 없더라도, 대상물을 획득하고 유지하고 전시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수집가를 읽어낼 수 있다. 수집은 삶을 써나가는 행위”(90~91쪽)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문학 책과 록과 클래식 음반으로 가득한, 거기에 온갖 피규어들이 들어선 내 방은 내 역사이자 나 자신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 많은 물건들을 지켜보노라면 가끔은 한숨이 나오면서 이제 그만 미니멀리스트로 거듭 태어나서 차라리 경험수집가로 살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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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7-13 15: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책상 사진을 기대했건만 흠🤨🤨🤨 죽기 전 야드 세일을 위한 야드 마련 꿈. 이루려면 개미지옥을 탈출하셔야 ㅋㅋ

잠자냥 2021-07-13 15:3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다부장님은 40평대 아파트! 저는 야드 마련! ㅋㅋㅋ 저희 둘이 사라지면 그 꿈을 찾아 떠난 줄 아십시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3 15:54   좋아요 5 | URL
너무 아름다운 우리의 꿈..💕

잠자냥 2021-07-13 16:14   좋아요 2 | URL
행복한책읽기 님/ 1년 전 책상 사진은 있는데 현재 지금 사진이 읎습니다요..

공쟝쟝 2021-07-14 18:4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도 책상 사진을 기대했단 말이지요?
저는 집에 책이 352권 밖에 없어요 (어플로 꼬박꼬박 체크하면서 사들임.)
뭐라고? 잠시만..? 352권?... 올해 초에 300권 미만이었던 것 같은데...ㅜ_ㅜ
이럴수가..... 근데 진짜 책 어떡하죠? 어떻게 해야지 안 살 수 있는 거죠?
(참고로 저는 다부장님 아파트 옆 단지 )

잠자냥 2021-07-14 21:51   좋아요 1 | URL
공쟝쟝! 우아 352권밖에 없다니! 진정한 승자! 젤 먼저 아파트 마련하는 거 아닙니까!

공쟝쟝 2021-07-14 22:10   좋아요 1 | URL
자냥님.. 짧은 시간 동안 원치않는 이사 몇번 다니다가 책땜에 허리 휘었거든요 ㅋㅋㅋ 다 처분하고 300권만 갖고 있자 했는데 ㅋㅋㅋ 어느새 80권 증식 ㅋㅋㅋ (전자책까지 하면.. 답없다 ㅋㅋ)

blanca 2021-07-13 15: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 너무 이해돼요. 저는...애들이 책을 싫어합니다. 둘째는 너무 꼬마라 아직 두고 볼 일이지만요. 이 책을 기꺼이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오늘도 책장을 보며 처분할 책이 없나 고민해 보렵니다. 그런데 어쩌죠? 이걸 정리하는 게 아니라 근사한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아직도 불타고 있네요....흑, 멀었나 봐요.

잠자냥 2021-07-13 15:55   좋아요 2 | URL
ㅋㅋㅋ 공감 가는 분들 많을 거 같아요. 저도 사실 근사한 서재부터 일단 갖고...;;; 싶습니다. ㅋ
그래도 요즘은 읽자마자 빨리 알라딘에 되팔고 있기는 해요. 공간이 부족하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3 15: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와, 나는 그래도 책만 사들인다 하고는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한 때 카세트테입을 엄청 모았었거든용. 미친듯이 샀었어요. 그 뒤로는 시디로 바꾸긴 했었지만 나중에는 테이프 플레이어가 사라지더라고요. 결국 몇 박스나 되는 테입을 다 내다버렸습니다. 분리수거하는데에 뒀더니 누가 슝 들고갔어요. 하하하하하. 지금은 시디 몇 장만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모으는 게 없어요, 저는. 아 정말이지 너무나 검소한 사람인겁니다, 저는!!!
저는 미니멀라이프를 살고 있어요!!!!


저도 책을 쌓아두다 보니 나중에 이것들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제 경우엔 누구에게 준다는 생각은 잘 안하게 되고요-사실 딱히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언젠가 저 책들 다 가지고 까페 차리고 싶다..는 생각만 여러번 했네요. 다 가지고 베트남 가서 한국책으로 북까페 열자... 라는 생각만 계속... 하고 있습니다.....


잠자냥 2021-07-13 16:0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책만 사들이시는 거 정말 축복입니다! 축하해요! ㅋㅋㅋㅋㅋㅋ
오 그런데 베트남 가서 한국 책으로 북카페 완전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mini74 2021-07-13 15: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아이가 책을 좋아해서 이미 아이걸로 ㅎㅎ 가끔 나이대가 맞지 않는 책들도 사는 편인데 그런 류는 깨끗이 보고 지역아동센터에 일년에 한 번씩 보냅니다. 야드세일이라 ㅎㅎ 베어브릭! 부럽습니다 ㅎㅎ 레고 미니 피규어~ 이마트 돌면서 이 안에 뭐가 있을까 두근거리며 사던 때가 생각나네요.

잠자냥 2021-07-13 16:04   좋아요 2 | URL
지역아동센터 그것도 좋은 방법 같습니다. ㅎㅎ
베어브릭! 그런데 책도 그렇지만 이 브릭 녀석들도 햇볕이 가장 큰 적이에요. 누리끼리 해져서 슬픕니다... ㅠㅠ
아, 이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미피 들고 손 떨고 계시던 분들 중 미니님도 있었군요! 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7-13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야드의 세일의 추억이란...

오만가지 쓰레기 더미 속에서
무언가 자신만의 보석 같은
걸 캐내는 즐거움이라고나 할
까요.

책 정리하면서 불요불급한 책들
발라내긴 했는데 막상 떠나 보내
려니 그것 참...

제가 아는 동생의 할아부지가 모
대학교 교수님이셨는데, 돌아가
신 다음에 학교에 모두 기증했다
고 하시더라구요. 멋졌어요.

잠자냥 2021-07-13 16:35   좋아요 1 | URL
쓰레기더미는 아니지만 중고책방을 뒤지는 재미도 보석을 발견하는 흥분 때문에 끊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쵸? 책 사냥꾼님! ㅋㅋ

직업이 교수라면 학교에 모두 기증, 이 방법도 좋겠군요!

레삭매냐 2021-07-13 16:40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중고책방은 정말,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그런 유혹입니다.

집 근처에 그런 유서 깊은 중고
책방이 없어서 멀리 나가야
한 번 가볼 수가 있지요...

당장 뛰가고 싶습니다.

새파랑 2021-07-13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치킨 한마리 가격 보다 책이 싸서 너무 다행인거 같아요. 하루에 치킨을 한마리씩 참으면 책이 한권~!! 잠자냥님의 완전판 책탑 사진이 궁금하네요. 책 박사님은 맞으신거 같아요~!! 책 좋아하시는분들은 미니멀리스트는 힘들거 같더라구요^^

잠자냥 2021-07-13 18:24   좋아요 2 | URL
책탑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ㅋㅋㅋ 맞아요, 책환자에게 미니멀리스트는 넘나 험난한 길!

페넬로페 2021-07-13 18: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물려줄 사람이 딱 한사람 있는데 방금 물어봤더니 물려받지 않겠다고 하네요. 그럼 아무도 제 책을 원하지 않으니 밑줄 팍팍 그으며 깨끗하지 않게 보고야 말겠어요^^

잠자냥 2021-07-13 18:25   좋아요 2 | URL
하하하하하 거절!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7-13 1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책만 많이 사시는 게 아니었군요! 전 책 외의 물건은 거의 관심이 없어서.. 아참 알라딘굿즈는 좀 모았었는데 이건 책 관련으로 포함되는 걸로^^ㅋㅋ 잠자냥님 미니멀리즘은 이생에서는 포기하시죠. ㅎㅎ

잠자냥 2021-07-13 22:22   좋아요 0 | URL
휴 그러게 말이에요, 제 친구들도 그렇게 말합니다…;

coolcat329 2021-07-13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잠자냥님은 이런 분이셨군요~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는 원래 물건 쟁여놓는걸 싫어하는데 몇년전부터 책을 사는 병에 걸려 얼마전 책장도 샀습니다.
잠자냥님은 알라딘 개미가 아니라 요괴인간이죠. 폴스타프님과 함께...
저도 책만 사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네요...휴

잠자냥 2021-07-13 22:25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러게요! 어릴 때부터 뭔가 늘 모았던 거 같습니다. 동그란 딱지, 엽서, 프라모델, 우표, 테이프, 비디오테이프, 음반, 책, 피규어….; =__= 이 요괴 인간이 모으지 못하는 것은 돈이로군요! ㅋㅋㅋㅋㅋ

테레사 2021-07-14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이 너무너무 좋아져버린 1인. 그 인생관이 너무너무 부럽기도 한 1인^^

잠자냥 2021-07-14 14: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 인생관이 부러움을 사는 날도 있군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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