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 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 팩트체크 1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상파 채널에 종합평성채널까지 세상은 뉴스로 넘친다. 대체로 현대 사회는 과잉이 문제다. 정보가 마구 쏟아지는 와중에 막상 쓸만한 내용은 별로 없다. 대부분이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 일 뿐!


그럼에도 빛나는 뉴스가 있다. 바로 뉴스룸!


뭐 손석희의 진행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도 응원하게 된다. 화제의 인물과 인터뷰하는 것도 늘 화제이고, 클래식도 있고 의식있는 브리핑까지 뉴스 보는 재미를 준다. 


JTBC에서 뉴스룸을 진행하기 전에 미드[뉴스룸]을 흥미있게 봤는데, 드라마 뉴스룸 아찌는 비호감이면서도 직업의식 하나는 철저해서 미워할 수가 없다.(사실 그냥 똑똑한 남자를 좋아해서) 손석희 앵커도 철저한 직업정신으로 좋은 언론인으로 인기가 엄청 많은데 미드를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그리고 손석희 앵커는 부디 딴 데 가지말고 뉴스실에만 남아주시길!! 


종편의 몇몇 채널에서 정말 '선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저돌적인 앵커가 소리를 꽥꽥 질러서 불쾌한 경우가 있는데, 일단 뉴스룸은 저음으로 천천히 말해서 좋다. 이건 보도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질이 아닐까. (사실 종편 뉴스.. 가끔 자극적이어서 너무 궁금해서 자꾸 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뉴스룸의 가치는 다른 뉴스들이 같은 내용,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을 때 빛이 난다. 모름지기 언론이라면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것도 채널을 가진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은근 어려운 것이 바로 '확인'이다. 보통 일에서도 겨우(!) 확인을 안 해서 일어나는 사고가 꽤 많은데 하물며 '사실'만을 다룬다는 뉴스에서야 사실 확인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하지만 대부분 언론같지도 않은 언론은 사실 확인도 없이 방송을 보내기도 하고 알아도 왜곡해서, 아니면 알고도 그냥 걸러 버린다!


'뉴스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보를 거르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정도껏이지 잘못된 기사나 아무 의미 없는 기사를 다 읽어 보고 하나하나 걸러내는 것도 일이다. 그래서 그냥 믿을만한 뉴스를 보는 것이 편하다. 멋진 사람들 인터뷰도 좋지만 그래도 뉴스는 뉴스. 팩트 체크를 아주 재밌게 보고 있고 그래서 의리로 책까지 구매해보았다.


가장 인상에 남는 기사로는 시사인에서 나온 '진격의 오카네' 기사 좋았던 것 같다. 잘 몰랐던 사실을 짚어주면서 부들부들 떨게 했던 기사였는데 기자는 다름 아니 주진우 기자. 사실 예전에 잡혀가고 그랬을 때만 해도 기사를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기사를 보니 왜 주진우 주진우 하는지 알 것 같더라는.. 기사 읽고나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ㅠㅠ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4242 


참고할 작품은 : 한드[쩐의 전쟁],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일드[사채꾼 우시지마]


다시 본 책으로 돌아와서, [팩트체크]는 우리나라에 친근한 뉴스를 다룬다. 메르스, 세월호, 싱글세, 보육원 학대, '땅콩 회항' 등등 브리핑처럼 짧은 꼭지로 근 400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특히 세월호 관련으로 미국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조사위를 꾸리고 진실한 사과를 한 점을 비교하며 보여주자 오히려 분통이 터지기도 했다. 남의 나라 이야긴데도 감동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 사고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정치, 경제 주요 법안에 일침을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시민의 의식을 유도하는 이슈를 던지는 점이 좋다. 특히 '외동 아이는 사교성이 떨어지는가?'와 같이 통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할 문제나,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같이 너도나도 갑질하는 사회에 대한 고발이나(이것은 진정 정치만은 탓할 수 없는 일이다.), '질소 과자'나 '항공기 안전' 등의 소비자로서 당연히 요구해야할 권리 등에 대한 이슈는 다 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일이다.


특히 '외동 아이'의 사교성은 케바케가 아닌가 생각하긴 하지만 외동아이가 잘 없었던 나와 같은 세대(ㅠㅠ)만 해도 외동아이가 조금 이기심을 부리면 "너는 형제가 없어서 배려심을 모르는 거야~" 같은 말을 줄곧 듣기는 했다. 형제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배려심을 배울 수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딱히 외동이라고 그런 경향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끼인 둘째(middle child)의 울분이 심하면 더 심하지.. 요즘 주위를 보면 외동 아이가 엄청시리 많은데 이제는 대안 형제(?)같은 형태도 나오지 않을까? 아무튼 '이상적인 가족'은 4인 이라는 인식을 주입하는 것은 그만!!


하지만 나도 외동딸인 울 엄마가 주변 형제 싸움 이야기에 "욕심이 뭐 그리 많을꼬 양보 좀 하지~" 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엄마가 형제가 없어서 몰라서 그래! 뭐 양보가 그렇게 쉬운 건줄 알아? 형제간의 알력이 어쩌고.. 언니가 어릴 때는 어쩌고.. 언니도 양보 안했어.. 어쩌고!! "라고 엄마의 좋은 마음을 착한 척이라 치부하는 나도 반성 좀 해야겠다.  

 

뉴스가 중요한 이유는 그게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 심심풀이로 연예기사를 보고 있으면 '연예인 걱정은 뭐다? (정답: 쓸모없다)' '니들이 건물주 걱정하고 있네...' 등등의 산통을 깨는 댓글 때문에 웃음이 피식- 나오곤 하지만 사실 그렇다. 연예인 기사는 적당히만 보고 본인, 시민한테 중요한 기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년도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책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지적인 분위기를 내고 싶어 인문학 책을 주문. 예전에는 이 돈이면 두 권은 더 왔겠지만... 뭐 다이어리가 왔으니... 씁쓸한 속을 달래본다.

회사에서 쓸 거라 데일리 다이어리를 주문. 정말 크고 단단하다. 만족스럽다. 버건디를 원했지만 벌써 품절이!!! 것도 어제!!

[7층]에서 감격받아 오사 게렌발의 책을 또 구입. 의리 의리!!

또 남들은 다 읽었지만 나는 안 읽은 유시민의 책도 구입.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해 보기위해.

멋진 손서키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뉴스룸의 책과 그가 추천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도 샀다.

똑똑해지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ansplain 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책. 영향력은 어마어마 했던 듯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5-12-0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이 책은 알라딘 서재에서도 자주 모였던 것 같아요.
뽈쥐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5-12-02 21:59   좋아요 1 | URL
서니님 고맙습니다~^^ 가르치려는 남자가 세상에는 정말 많은가봐요. 정확히는 선긋는 남자들? 책 많이 읽고 더 똑똑해져야 겠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입맛이 딱히 까다로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식당 김치는 잘 안 먹게 된다. 이유는 맛이 없어서. 한국 사람이지만 사실 김치를 별로 안 좋아한다. 어렸을 적에도 김치 입문이 늦은 편이기도 했고 울 할머니, 울 엄마식의 젓갈을 사용한 약간 비릿(?)한 김치만 선호하는 지라 식당 김치에는 젓가락을 거의 안 댄다.


뭐 김치를 잘 안 먹어도 간이 센 식당 밥을 싹싹 비워서 대충 사랑을 받는 인생이니 그리 해가 될 것은 없지만 김장할 때 엄마를 딱히 돕는 것도 아니면서 나중에라도 김치는 만들어 먹자는 주의이기도 하다. (당최 왜??) 당장 담궈볼 것도 아니면서 괜히 관심을 가지고 산 이번 호.


가끔 요리 잡지를 사보곤 하지만 발음도 어려운 음식들의 향연에 그저 눈요기만 할 뿐 응용을 하고 싶은 마음 따윈 들지 않았다. 이번 호는 한식도 있고, 전 세계 쌀도 소개해 줘서 한식 밥상에 익숙한 가정에서는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요리가 꽤 되었다. 이번 호는 필요한 레시피 자를 필요 없이 그대로 보관해 놓으면 될 듯. 아주 맘에 든다.


하필, 오늘, 엄마가 즐겨보는 [생방송 아침] 프로에 '명정 스트레스보다 더 큰 김장 증후군...' 어쩌고 하는 꼭지가 나왔다. 얼마나 스트레스면 명절 증후군 보다 더하대..? 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엄마의 얼굴 너머엔 목소리를 변조한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높이며 호소하는 아주머니들의 외침이 머리를 울리게 할 정도였다. 프로그램 특성상 억지로 시댁에 김장을 하러 가야하는 며느리들의 사연이 주를 이뤘지만 그걸 본 엄마와 언니는 신나게 지방방송을 시작했다.


엄마 : 근데 의외로 친정 엄마가 김치 만들어 주는 것도 스트레스라는 사람이 많대? 버리는 것도 힘들고...

저번에 김치 명인이 나와서도 그러더라. 며느리들이 김치 주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뭐든 물자가 넘쳐나면 귀한 줄을 모르는거지.

나 : 나는 안 그래. 근데 김치만 만들어줘 딱 김치만. 다른 반찬은 말고. 김치는 엄마 걸로 먹을래.

엄마 : (어이 없다는 듯 피식-)

언니 : 김장? 요즘에도 저런 거 있어? 요즘은 거의 다 사먹지 않아?

나 : 나 어제 잡지책 봤는데 무슨 명장 김치? 이런 거 진짜 비싸더라. 근데 한 번 사먹어 보고 싶기는 하드라.

엄마 : 당연히 비싸지. 그게 얼마나 힘든데.

나 : 힘들지~ 근데 안 만들어 본 사람이 보면 그냥 배추랑 고추가루 값만 드는 거잖여.

엄마: 푸하하. 암튼 나는 저런 시댁 스트레스 없었으니 행복한 편인가?

나 : 아 그러셔? (진짜로 하는 말인감?)

언니 : 김치 팔면 돈 진짜 많이 번다든데...


바쁜 아침 시간임에도 김치에 대한 토론은 가능했다. 언제부턴가 한류 음식으로 김치를 미친 듯이 밀고 있듯이, 그걸 찬성하든 안하든 김치는 우리의 생활과 떼어서 말하기는 힘든 음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사이트에서도 여성 혐오의 표현으로 '김치녀'를 들고 있듯이 사회 문화적인 음식으로도 볼 수 있겠다.


특히 코가 오똑 솟은 외국인한테는 꼭 '두유 노우 김취?'라고 물으며(제발..ㅠㅠ) 김치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외국인에게 미움의 눈빛을 보내는 것에 별로 거리낌이 없는 것도 김치가 단순한 반찬이라는 인식에서 온 것은 아닐 것이여라~.


결론 : 우리 엄마 김치 맛있다.



하지만 언젠가 가정요리의 달인인 되고 싶은 로망이 있는 나에게, 스스로 김치에 대한 책을 일단 스크랩해본다.
























---------------------------------------------------------------------------------

이번호에 한 칼럼으로 소개된 최낙언씨의 다소 학술적인(?) 책들. 유독 MSG에 대한 불신이 많은 우리나라에 조금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도 있으려나. 울 어마니의 집밥도 절대 식품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니.. 천연 MSG고 뭐고 이런 거 아직도 안 통한다.


가장 공감되는 말은 이 것. "낯설어서 의심을 갖는 것이다. 익숙해서 무뎌지면 괜찮은 것이 된다." (라는 골지의 이야기)

그냥 믿기 싫은 말은 "(손 맛 이런 거는 없다.) 사람이 맛있는 맛을 느끼는 정도는 수치로 판가름된다!"


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저자는... 솔직히 살짝 얄밉다. 뭘 해도 슴슴한 간으로 맛을 내는 나이지만 언젠간 미친 손맛을 갖게 될 거란 말이여!









-----------------------------------------------------------------------------------

천일염 논란으로 또 화제의 중심에 섰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아저씨의 책도 소개한다.

천일염하면 '염전 노예'만 떠올린 사람이라면 이제는 천일염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의심해봐야 한다.

천일염의 취득 방식이야 지하철 광고판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밑에 깔린 것이 비니루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걸 문제 제기한 사람은 황교익 아저씨. [수요 미식회] 나올 때는.. 사실 거기 패널들이 모두 비호감이었지만,(평가'질'에 대한 거부반응. 특히 요리에 어쩌고 저쩌고.. 그냥 그냥 짜증이 솟구쳤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에 [씨네21]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고 거침없고 자신있는, 무엇보다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에 호감을 가졌고 이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도 반갑다.


동물 실험이다 뭐다 기업윤리를 따지는 시대에 천일염이라고 피해갈쏘냐. 앵간하면 안 먹어야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디언밥 2015-11-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잼있네요 ㅋㅋㅋ 미친손맛을 노리신다니.. 저랑 같은 목표군요 -_- 조금 다른 의미일지도 모르겠지만~ 위로 받고 갑니닷~

뽈쥐의 독서일기 2015-11-20 10:44   좋아요 1 | URL
인디언밥님도 요리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요리를 하는 대신 요리 프로로만 만족하는 시청자라서 그런지.. 월요일 [냉장고를 부탁해]부터 시작해서 매일 78번 올리브 티비에 채널 고청하는 시청자로만 살고 있어요.ㅎㅎ
개인적으로 신동엽이랑 성시경이 하는 [오늘 뭐 먹지?]가 젤 재미있네요. 미친 손맛을 가질 날이 언젠간 오겠지요~~?^^
 
7층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 된 영상이긴 한데 국내에서도 조금 화제가 되었던 TED 영상이 있다. 제목은 "왜 가정 폭력 피해자는 떠나지 않을까."


http://www.ted.com/talks/leslie_morgan_steiner_why_domestic_violence_victims_don_t_leave/transcript?language=ko#t-26180


요기로 가면 한국어 자막은 물론 영상도 볼 수 있다.


도서전에 참가했다가 에코백을 받을 요량으로 구매했던 구매했던 책. 작가 오사 게레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20대 졸업작인 이 작품을 구입하기로 바로 결정했다. 일단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것에 끌렸고 뭔가 거친 그림체가 하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래픽 노블은 그림도 문체라도 봐도 좋기에 그림에 대해서는 더욱 관대해지는 것 같다.


다른 작품을 봐도 일러스트에서 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가는 아니라고는 생각되지만 오히려 그림이 너무 예쁘면 등장 인물에만 너무 이입을 해서 '이 예쁜 여자한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니, 평면적인 그림이 작가의 문제의식이나 주제가 더 잘 전달되는 느낌이다. 


제목인 [7층]은 주인공인 그녀(=작가)가 아주 잠깐, 남자 친구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때, 뛰어내리려고 생각했던 아파트 층수이다. 잘못된 남자를 만났을 때 얼마나 자기 파괴적이고 슬픈 일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사는 예술학교를 오게 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서 생활하게 되었다. 가족과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 엄마에 대한 애증 등등의 감정으로 불안정하면서도 설레는 대학 생활의 첫 단추는 재미있었다. '블랫 오사'로 통했던 온통 검정 옷과 고딕 악세서리, 스모키 패션도 여기서는 그리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게다가 정말 멋진 남자 닐과 사귀게 되었으니. 닐은 정말 멋진 남자였다. 누구든 그의 외모와 말투를 좋아했다. 그런 남자한테 사랑받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가끔 "누구 누구는 너무 창녀같지 않냐?"와 같이 친구들의 험담을 하거나 "키스할 때 눈을 감지마! 딴 남자 생각을 하면서 하는 건줄 알 수 없자나!"같은 정도가 심한 말을 하긴 했지만.


'그것만 빼면' 정말 그는 완벽한 남자였다. 꼭 듣고 싶은 말만 해주고 사랑받는 느낌도 듬뿍 주었는데.. 


하지만 이런 싸인은 틀리지 않는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것처럼. 그는 본색을 드러낸다. 일관성 없이 분노하고 여자를 친구들이나 학교 생활로 부터 서서히 고립시킨다. 또 주위 험담을 하며 "저런 염색이니 화장하는 애들은 너무 창녀같지 않냐?" 라는 말을 쓴다. 여자는 이제 스스로 남자가 싫어할 행동을 피하게 된다. 오사는 검정색 옷을 버리고, 머리를 염색하지 않게 되었고, 진한 눈화장을 지웠고, 주르르 달린 귀고리를 뺐다. 이제 오사는 학교를 가서도 그만을 바라봐야 되게 설계된 사람처럼 그만 바라본다. 그래야 후환이 없으니까. 남들은 베스트 커플이라고 부러워한다. 오사는 이 생활이 힘들지만 남들에게는 말을 못한다.


여기까지도,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이 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끔찍한 일은 우리 사회에서도 세계곳곳에서도, 계층과 상관없이 자주 나타나지만 폭력이 점점 심해져 살인이 될 때까지도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창피하기도 하고 세상에서 고립된 무력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도 가해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또 어떻게 해야할 줄 몰라서. 


위의 TED의 영상에 나오는 여성도 아주 구체적인 대책으로 "주변에 알리라"고 하였지만, 이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물론 당사자가 용기를 내는 것이 어려운 1차적인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미국이라 그런지 몰라도 공권력이 강한 나라는 여성을 생각보다 강력하게 잘 케어해주었고, (물론 [적과의 동침]같은 영화처럼 끝까지, 집요하게 찾아서 전부인, 전여친을 죽이는 놈도 있기야 하지만) 강연자는 새로운 남편을 만나 아이 셋을 낳고, 혼다 차를 몰고, 검정 리트리버를 키우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나라 커뮤니티에서는 이 부분에서 많은 불신이 있었던 것 같다. '저건 미국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나라 경찰이 저렇게까지 보호를 해줄까?' 와 같은 자조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슬프게도 무진장 동감을 하고 말았다.


책 [7층]의 배경은 스웨덴. 북유럽이다. 복지가 좋고 여권이 높은 나라에도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은 있는 모양.(그렇기야 하겠지. 뭐 거기가 천국이겠나.) 고딕스타일을 유지하던 겉으로만 강한 여성은 이제 본격적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 그의 7층 아파트에서. 그는 계속 여자를 스스로 자기 스타일에 변화시키라고 강요한다. 전에 있던 물건과 일기장을 버리게 한다. 그리고 잠자리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누구 누구는 정말 창녀야. 벌써 2명하고 잤대. 10명하고 잔 여자는 창녀 아니냐?" 결국 아무리 피하려고 했던 '창녀'라는 것을 자신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사는 끔찍한 자기 환멸에 쌓이고 그날 밤 뜬 눈으로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관계를 다 지워버리려고 노력한다.


계속해서 '고문'을 하는 남자. 그들이 같이 사는 방은 작업실이 되기도 하니까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어두운 면을 분리하려고 운전을 할 줄 아는 오사를 데리고 차 안으로 끌고가 달리는 차에서 여자를 마구 때리고 윽박지른다.(운전을 잘 못하는 내가 보기에 너무나도 위험하고 끔찍한 상황이었다.) 이제 차 안은 '고문실'이 되고 오사는 너무 힘들어진다. 그리고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남자. 운전하는 오사의 손을 이로 물어뜯어 살점이 나간 것이다. 오사는 드디어 이제 "헤어지자"고 말을 한다. 그리고 '고문실'이었던 차가 이제는 구세주로 바뀌어 아빠가 사는 집으로 차를 몰고 들어온다.


아빠는 침착하게 오사를 데려다 준다. 오사를 다시 맞이한 닐은 다시 돌아올 줄 알았다며 그녀를 꼭 껴앉지만 그녀는 끝내 헤어지자는 말을 똑똑히 한다. 열받은 그가 나가버리고 오사는 주로 자신의 물건만 부서져 있는 걸 깨닫는다. (오사의 아버지가 바로 남자친구를 응징하러 오질 않는다는 게 은근 문화 충격. "닐이 없어서 다행이야. 있었으면 그 자식을 죽일 뻔했거든" 정도의 대사를 하는 침착한 아버지라니. 물론 아버지가 딸을 믿고 있고 사랑하는 것이 느껴지긴 했지만.. 뭔가 컬쳐 쇼크 같은 부분은 있었다.)


또 오사는 어느 교수에게도 전화에서 상황을 알린다. 교수는 침착하게 기숙사 같은 것은 자기가 알아봐줄테니 일단 "무조건 병원에 가라"라고 한다. 오사는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는다. 또 경찰에게 신고도 한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또박또박 그와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한다. 모두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격려해준다. 오사는 다시 염색을 하고, 검정 옷을 입고, 고딕 패션으로 치장한다. 또 재판을 받는다. 다행이도 전에 받아 놓은 진단서 덕에 재판에 이긴다.


그런데 오사가 바로 '블랙 오사'로 돌아오기 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다시 조립하는 과정은 이미 한 차례 무너졌던 자존감 때문에 쉽게 망가지기도 했고 이미 세뇌된 생각으로 스스로 '창녀'같지 않은지 검열하기도 했다. 그녀는 힘겹게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또 그렇게 생각한다. 또 언젠가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지.


[7층]은 작가의 졸업 작품이고,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힘이있다.   


잘못된 애정 관계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파괴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 회복하는 방법도. 결국 자신이 알을 깨고 나오는 용기와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적극적으로 외부에 도움을 청하라는 것.


오사가 밖에 말을 했을 때, 당장 "병원에 가라"든지 같이 경찰서를 가주는 등의 성숙한 대처가 없었더라면... 그녀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앞에 영상을 본 국내 커뮤니티의 반응처럼 우리 나라도 이런 성숙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요즘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 등의 보도가 이뤄지고 와글와글 한 것 보면 우리도 점점 이런 대처가 성숙하게 이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말을 하는 사람에게 "왜 그를 떠나지 않아?" 라고 말하기 보다는 "일단 병원에 가자. 그리고 같이 경찰서에 가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그가 다른 친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할 땐 등골이 오싹할 때도 종종 있었다.
도가 지나칠 때도 많았지만 어쨌든 그는 나를 사랑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의 과도한 질투는 어디까지나 나에 대한 깊은 사랑의 증거였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등지고 살았다. 미래는 우리만의 것이었다!(p.18)

얼마가 지나자 나는 더 이상 오사가 아니게 되었다. "블랙 오사"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그 편이 훨씬 나았다.나 또한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틀에 짜인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끊임없이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닐과 함께.(p.29)

난 그야말로 난파선과도 같았다. 내 자존심은 산산이 부서졌다. 나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재건의 고된 작업이 시작되었다...
(자신감, 소신, 희망, 기쁨, 취미, 선택)
나는 다시 주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가 망가뜨렸거나 내가 없애버린 CD와 책들을 다시 사 모았다. 내 머리 색깔도 되찾기로 했다. 화장도 다시하고.
하지만 이 모든 게 쉽지만은 않았다. 나는 단단히 세뇌되어 있었던 것이다.
`무슨 짓이야... 빨간 립스틱을 바르다니 창녀같잖아.`
나 자신에 대한 재건의 노력은 종종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는 또 다시 산산조각이 나고...
친구들도 자주 만났다. 하지만 어딜 가든 이 거대한 짐 덩이가 나를 따라 다녔다.
내 안에 남아 있는 온갖 잡다한 것들이 다시금 나를 파괴시키곤 했다. (p.73-7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5-11-0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작가의 책을 알라딘 서재에서도 가끔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자전적이야기는 아무래도 실제가 갖는 힘이 있는 듯 해요,

뽈쥐님, 쌀쌀한 월요일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5-11-02 22:31   좋아요 1 | URL
진실함은 언제나 힘이 있지요. 읽으면서도 아픈 느낌이 있었어요. 무섭기도 했구요. 서니님이 가끔 보시는 걸 보니 요즘 주목받는 작가인가 보네요.
언제가 되야 월요병이 나을까요~ 서니님도 저녁시간 편안하게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