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책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지적인 분위기를 내고 싶어 인문학 책을 주문. 예전에는 이 돈이면 두 권은 더 왔겠지만... 뭐 다이어리가 왔으니... 씁쓸한 속을 달래본다.

회사에서 쓸 거라 데일리 다이어리를 주문. 정말 크고 단단하다. 만족스럽다. 버건디를 원했지만 벌써 품절이!!! 것도 어제!!

[7층]에서 감격받아 오사 게렌발의 책을 또 구입. 의리 의리!!

또 남들은 다 읽었지만 나는 안 읽은 유시민의 책도 구입.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해 보기위해.

멋진 손서키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뉴스룸의 책과 그가 추천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도 샀다.

똑똑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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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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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splain 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책. 영향력은 어마어마 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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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0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이 책은 알라딘 서재에서도 자주 모였던 것 같아요.
뽈쥐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5-12-02 21:59   좋아요 1 | URL
서니님 고맙습니다~^^ 가르치려는 남자가 세상에는 정말 많은가봐요. 정확히는 선긋는 남자들? 책 많이 읽고 더 똑똑해져야 겠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입맛이 딱히 까다로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식당 김치는 잘 안 먹게 된다. 이유는 맛이 없어서. 한국 사람이지만 사실 김치를 별로 안 좋아한다. 어렸을 적에도 김치 입문이 늦은 편이기도 했고 울 할머니, 울 엄마식의 젓갈을 사용한 약간 비릿(?)한 김치만 선호하는 지라 식당 김치에는 젓가락을 거의 안 댄다.


뭐 김치를 잘 안 먹어도 간이 센 식당 밥을 싹싹 비워서 대충 사랑을 받는 인생이니 그리 해가 될 것은 없지만 김장할 때 엄마를 딱히 돕는 것도 아니면서 나중에라도 김치는 만들어 먹자는 주의이기도 하다. (당최 왜??) 당장 담궈볼 것도 아니면서 괜히 관심을 가지고 산 이번 호.


가끔 요리 잡지를 사보곤 하지만 발음도 어려운 음식들의 향연에 그저 눈요기만 할 뿐 응용을 하고 싶은 마음 따윈 들지 않았다. 이번 호는 한식도 있고, 전 세계 쌀도 소개해 줘서 한식 밥상에 익숙한 가정에서는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요리가 꽤 되었다. 이번 호는 필요한 레시피 자를 필요 없이 그대로 보관해 놓으면 될 듯. 아주 맘에 든다.


하필, 오늘, 엄마가 즐겨보는 [생방송 아침] 프로에 '명정 스트레스보다 더 큰 김장 증후군...' 어쩌고 하는 꼭지가 나왔다. 얼마나 스트레스면 명절 증후군 보다 더하대..? 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엄마의 얼굴 너머엔 목소리를 변조한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높이며 호소하는 아주머니들의 외침이 머리를 울리게 할 정도였다. 프로그램 특성상 억지로 시댁에 김장을 하러 가야하는 며느리들의 사연이 주를 이뤘지만 그걸 본 엄마와 언니는 신나게 지방방송을 시작했다.


엄마 : 근데 의외로 친정 엄마가 김치 만들어 주는 것도 스트레스라는 사람이 많대? 버리는 것도 힘들고...

저번에 김치 명인이 나와서도 그러더라. 며느리들이 김치 주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뭐든 물자가 넘쳐나면 귀한 줄을 모르는거지.

나 : 나는 안 그래. 근데 김치만 만들어줘 딱 김치만. 다른 반찬은 말고. 김치는 엄마 걸로 먹을래.

엄마 : (어이 없다는 듯 피식-)

언니 : 김장? 요즘에도 저런 거 있어? 요즘은 거의 다 사먹지 않아?

나 : 나 어제 잡지책 봤는데 무슨 명장 김치? 이런 거 진짜 비싸더라. 근데 한 번 사먹어 보고 싶기는 하드라.

엄마 : 당연히 비싸지. 그게 얼마나 힘든데.

나 : 힘들지~ 근데 안 만들어 본 사람이 보면 그냥 배추랑 고추가루 값만 드는 거잖여.

엄마: 푸하하. 암튼 나는 저런 시댁 스트레스 없었으니 행복한 편인가?

나 : 아 그러셔? (진짜로 하는 말인감?)

언니 : 김치 팔면 돈 진짜 많이 번다든데...


바쁜 아침 시간임에도 김치에 대한 토론은 가능했다. 언제부턴가 한류 음식으로 김치를 미친 듯이 밀고 있듯이, 그걸 찬성하든 안하든 김치는 우리의 생활과 떼어서 말하기는 힘든 음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사이트에서도 여성 혐오의 표현으로 '김치녀'를 들고 있듯이 사회 문화적인 음식으로도 볼 수 있겠다.


특히 코가 오똑 솟은 외국인한테는 꼭 '두유 노우 김취?'라고 물으며(제발..ㅠㅠ) 김치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외국인에게 미움의 눈빛을 보내는 것에 별로 거리낌이 없는 것도 김치가 단순한 반찬이라는 인식에서 온 것은 아닐 것이여라~.


결론 : 우리 엄마 김치 맛있다.



하지만 언젠가 가정요리의 달인인 되고 싶은 로망이 있는 나에게, 스스로 김치에 대한 책을 일단 스크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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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 한 칼럼으로 소개된 최낙언씨의 다소 학술적인(?) 책들. 유독 MSG에 대한 불신이 많은 우리나라에 조금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도 있으려나. 울 어마니의 집밥도 절대 식품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니.. 천연 MSG고 뭐고 이런 거 아직도 안 통한다.


가장 공감되는 말은 이 것. "낯설어서 의심을 갖는 것이다. 익숙해서 무뎌지면 괜찮은 것이 된다." (라는 골지의 이야기)

그냥 믿기 싫은 말은 "(손 맛 이런 거는 없다.) 사람이 맛있는 맛을 느끼는 정도는 수치로 판가름된다!"


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저자는... 솔직히 살짝 얄밉다. 뭘 해도 슴슴한 간으로 맛을 내는 나이지만 언젠간 미친 손맛을 갖게 될 거란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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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 논란으로 또 화제의 중심에 섰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아저씨의 책도 소개한다.

천일염하면 '염전 노예'만 떠올린 사람이라면 이제는 천일염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의심해봐야 한다.

천일염의 취득 방식이야 지하철 광고판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밑에 깔린 것이 비니루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걸 문제 제기한 사람은 황교익 아저씨. [수요 미식회] 나올 때는.. 사실 거기 패널들이 모두 비호감이었지만,(평가'질'에 대한 거부반응. 특히 요리에 어쩌고 저쩌고.. 그냥 그냥 짜증이 솟구쳤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에 [씨네21]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고 거침없고 자신있는, 무엇보다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에 호감을 가졌고 이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도 반갑다.


동물 실험이다 뭐다 기업윤리를 따지는 시대에 천일염이라고 피해갈쏘냐. 앵간하면 안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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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11-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잼있네요 ㅋㅋㅋ 미친손맛을 노리신다니.. 저랑 같은 목표군요 -_- 조금 다른 의미일지도 모르겠지만~ 위로 받고 갑니닷~

뽈쥐의 독서일기 2015-11-20 10:44   좋아요 1 | URL
인디언밥님도 요리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요리를 하는 대신 요리 프로로만 만족하는 시청자라서 그런지.. 월요일 [냉장고를 부탁해]부터 시작해서 매일 78번 올리브 티비에 채널 고청하는 시청자로만 살고 있어요.ㅎㅎ
개인적으로 신동엽이랑 성시경이 하는 [오늘 뭐 먹지?]가 젤 재미있네요. 미친 손맛을 가질 날이 언젠간 오겠지요~~?^^
 
7층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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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된 영상이긴 한데 국내에서도 조금 화제가 되었던 TED 영상이 있다. 제목은 "왜 가정 폭력 피해자는 떠나지 않을까."


http://www.ted.com/talks/leslie_morgan_steiner_why_domestic_violence_victims_don_t_leave/transcript?language=ko#t-26180


요기로 가면 한국어 자막은 물론 영상도 볼 수 있다.


도서전에 참가했다가 에코백을 받을 요량으로 구매했던 구매했던 책. 작가 오사 게레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20대 졸업작인 이 작품을 구입하기로 바로 결정했다. 일단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것에 끌렸고 뭔가 거친 그림체가 하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래픽 노블은 그림도 문체라도 봐도 좋기에 그림에 대해서는 더욱 관대해지는 것 같다.


다른 작품을 봐도 일러스트에서 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가는 아니라고는 생각되지만 오히려 그림이 너무 예쁘면 등장 인물에만 너무 이입을 해서 '이 예쁜 여자한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니, 평면적인 그림이 작가의 문제의식이나 주제가 더 잘 전달되는 느낌이다. 


제목인 [7층]은 주인공인 그녀(=작가)가 아주 잠깐, 남자 친구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때, 뛰어내리려고 생각했던 아파트 층수이다. 잘못된 남자를 만났을 때 얼마나 자기 파괴적이고 슬픈 일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사는 예술학교를 오게 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서 생활하게 되었다. 가족과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 엄마에 대한 애증 등등의 감정으로 불안정하면서도 설레는 대학 생활의 첫 단추는 재미있었다. '블랫 오사'로 통했던 온통 검정 옷과 고딕 악세서리, 스모키 패션도 여기서는 그리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게다가 정말 멋진 남자 닐과 사귀게 되었으니. 닐은 정말 멋진 남자였다. 누구든 그의 외모와 말투를 좋아했다. 그런 남자한테 사랑받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가끔 "누구 누구는 너무 창녀같지 않냐?"와 같이 친구들의 험담을 하거나 "키스할 때 눈을 감지마! 딴 남자 생각을 하면서 하는 건줄 알 수 없자나!"같은 정도가 심한 말을 하긴 했지만.


'그것만 빼면' 정말 그는 완벽한 남자였다. 꼭 듣고 싶은 말만 해주고 사랑받는 느낌도 듬뿍 주었는데.. 


하지만 이런 싸인은 틀리지 않는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것처럼. 그는 본색을 드러낸다. 일관성 없이 분노하고 여자를 친구들이나 학교 생활로 부터 서서히 고립시킨다. 또 주위 험담을 하며 "저런 염색이니 화장하는 애들은 너무 창녀같지 않냐?" 라는 말을 쓴다. 여자는 이제 스스로 남자가 싫어할 행동을 피하게 된다. 오사는 검정색 옷을 버리고, 머리를 염색하지 않게 되었고, 진한 눈화장을 지웠고, 주르르 달린 귀고리를 뺐다. 이제 오사는 학교를 가서도 그만을 바라봐야 되게 설계된 사람처럼 그만 바라본다. 그래야 후환이 없으니까. 남들은 베스트 커플이라고 부러워한다. 오사는 이 생활이 힘들지만 남들에게는 말을 못한다.


여기까지도,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이 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끔찍한 일은 우리 사회에서도 세계곳곳에서도, 계층과 상관없이 자주 나타나지만 폭력이 점점 심해져 살인이 될 때까지도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창피하기도 하고 세상에서 고립된 무력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도 가해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또 어떻게 해야할 줄 몰라서. 


위의 TED의 영상에 나오는 여성도 아주 구체적인 대책으로 "주변에 알리라"고 하였지만, 이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물론 당사자가 용기를 내는 것이 어려운 1차적인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미국이라 그런지 몰라도 공권력이 강한 나라는 여성을 생각보다 강력하게 잘 케어해주었고, (물론 [적과의 동침]같은 영화처럼 끝까지, 집요하게 찾아서 전부인, 전여친을 죽이는 놈도 있기야 하지만) 강연자는 새로운 남편을 만나 아이 셋을 낳고, 혼다 차를 몰고, 검정 리트리버를 키우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나라 커뮤니티에서는 이 부분에서 많은 불신이 있었던 것 같다. '저건 미국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나라 경찰이 저렇게까지 보호를 해줄까?' 와 같은 자조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슬프게도 무진장 동감을 하고 말았다.


책 [7층]의 배경은 스웨덴. 북유럽이다. 복지가 좋고 여권이 높은 나라에도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은 있는 모양.(그렇기야 하겠지. 뭐 거기가 천국이겠나.) 고딕스타일을 유지하던 겉으로만 강한 여성은 이제 본격적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 그의 7층 아파트에서. 그는 계속 여자를 스스로 자기 스타일에 변화시키라고 강요한다. 전에 있던 물건과 일기장을 버리게 한다. 그리고 잠자리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누구 누구는 정말 창녀야. 벌써 2명하고 잤대. 10명하고 잔 여자는 창녀 아니냐?" 결국 아무리 피하려고 했던 '창녀'라는 것을 자신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사는 끔찍한 자기 환멸에 쌓이고 그날 밤 뜬 눈으로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관계를 다 지워버리려고 노력한다.


계속해서 '고문'을 하는 남자. 그들이 같이 사는 방은 작업실이 되기도 하니까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어두운 면을 분리하려고 운전을 할 줄 아는 오사를 데리고 차 안으로 끌고가 달리는 차에서 여자를 마구 때리고 윽박지른다.(운전을 잘 못하는 내가 보기에 너무나도 위험하고 끔찍한 상황이었다.) 이제 차 안은 '고문실'이 되고 오사는 너무 힘들어진다. 그리고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남자. 운전하는 오사의 손을 이로 물어뜯어 살점이 나간 것이다. 오사는 드디어 이제 "헤어지자"고 말을 한다. 그리고 '고문실'이었던 차가 이제는 구세주로 바뀌어 아빠가 사는 집으로 차를 몰고 들어온다.


아빠는 침착하게 오사를 데려다 준다. 오사를 다시 맞이한 닐은 다시 돌아올 줄 알았다며 그녀를 꼭 껴앉지만 그녀는 끝내 헤어지자는 말을 똑똑히 한다. 열받은 그가 나가버리고 오사는 주로 자신의 물건만 부서져 있는 걸 깨닫는다. (오사의 아버지가 바로 남자친구를 응징하러 오질 않는다는 게 은근 문화 충격. "닐이 없어서 다행이야. 있었으면 그 자식을 죽일 뻔했거든" 정도의 대사를 하는 침착한 아버지라니. 물론 아버지가 딸을 믿고 있고 사랑하는 것이 느껴지긴 했지만.. 뭔가 컬쳐 쇼크 같은 부분은 있었다.)


또 오사는 어느 교수에게도 전화에서 상황을 알린다. 교수는 침착하게 기숙사 같은 것은 자기가 알아봐줄테니 일단 "무조건 병원에 가라"라고 한다. 오사는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는다. 또 경찰에게 신고도 한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또박또박 그와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한다. 모두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고 격려해준다. 오사는 다시 염색을 하고, 검정 옷을 입고, 고딕 패션으로 치장한다. 또 재판을 받는다. 다행이도 전에 받아 놓은 진단서 덕에 재판에 이긴다.


그런데 오사가 바로 '블랙 오사'로 돌아오기 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다시 조립하는 과정은 이미 한 차례 무너졌던 자존감 때문에 쉽게 망가지기도 했고 이미 세뇌된 생각으로 스스로 '창녀'같지 않은지 검열하기도 했다. 그녀는 힘겹게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또 그렇게 생각한다. 또 언젠가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지.


[7층]은 작가의 졸업 작품이고,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힘이있다.   


잘못된 애정 관계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파괴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또 회복하는 방법도. 결국 자신이 알을 깨고 나오는 용기와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적극적으로 외부에 도움을 청하라는 것.


오사가 밖에 말을 했을 때, 당장 "병원에 가라"든지 같이 경찰서를 가주는 등의 성숙한 대처가 없었더라면... 그녀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앞에 영상을 본 국내 커뮤니티의 반응처럼 우리 나라도 이런 성숙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요즘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 등의 보도가 이뤄지고 와글와글 한 것 보면 우리도 점점 이런 대처가 성숙하게 이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말을 하는 사람에게 "왜 그를 떠나지 않아?" 라고 말하기 보다는 "일단 병원에 가자. 그리고 같이 경찰서에 가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그가 다른 친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할 땐 등골이 오싹할 때도 종종 있었다.
도가 지나칠 때도 많았지만 어쨌든 그는 나를 사랑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의 과도한 질투는 어디까지나 나에 대한 깊은 사랑의 증거였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등지고 살았다. 미래는 우리만의 것이었다!(p.18)

얼마가 지나자 나는 더 이상 오사가 아니게 되었다. "블랙 오사"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그 편이 훨씬 나았다.나 또한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틀에 짜인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끊임없이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닐과 함께.(p.29)

난 그야말로 난파선과도 같았다. 내 자존심은 산산이 부서졌다. 나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재건의 고된 작업이 시작되었다...
(자신감, 소신, 희망, 기쁨, 취미, 선택)
나는 다시 주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가 망가뜨렸거나 내가 없애버린 CD와 책들을 다시 사 모았다. 내 머리 색깔도 되찾기로 했다. 화장도 다시하고.
하지만 이 모든 게 쉽지만은 않았다. 나는 단단히 세뇌되어 있었던 것이다.
`무슨 짓이야... 빨간 립스틱을 바르다니 창녀같잖아.`
나 자신에 대한 재건의 노력은 종종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는 또 다시 산산조각이 나고...
친구들도 자주 만났다. 하지만 어딜 가든 이 거대한 짐 덩이가 나를 따라 다녔다.
내 안에 남아 있는 온갖 잡다한 것들이 다시금 나를 파괴시키곤 했다. (p.7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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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0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작가의 책을 알라딘 서재에서도 가끔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자전적이야기는 아무래도 실제가 갖는 힘이 있는 듯 해요,

뽈쥐님, 쌀쌀한 월요일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5-11-02 22:31   좋아요 1 | URL
진실함은 언제나 힘이 있지요. 읽으면서도 아픈 느낌이 있었어요. 무섭기도 했구요. 서니님이 가끔 보시는 걸 보니 요즘 주목받는 작가인가 보네요.
언제가 되야 월요병이 나을까요~ 서니님도 저녁시간 편안하게 보내시길...^^
 
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커포티 선집 4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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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미션 스쿨이었다. 수요일 아침예배는 부족한 잠시간으로, 어중간하게 있던 주 5일제 시행으로 놀토가 아닌 토요일에 있는 학급 예배 시간에서는 눈 알이나 굴리며 집에 갈 궁리를 했던 시간으로 썼던 나에게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제법 기독교인어를 이해하게 되었다.


종교 시간까지 있어 심지어 교회를 다니는 애들도 잠을 자게 했지만 나는 의외로 깨서 대답을 곧 잘하곤 했다. 특히 구약성경의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를 듣는 것 만큼 환상적이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 모르는 중동을 배경으로 한 얘기라 재미는 더 있었다. 기독교는 역시 예수가 짱(!)인지라 신약성경의 이야기를 더 강조하지만 글쎄.. 나처럼 이야기를 좋아하는 애들은 '오병이어더라...'같은 예수님의 행적보다는 누가 누구를 낳고.. 누가 누구를 바치려고 했고.. 누가 누구랑 싸우고.. 등등 잔인하고 불합리한 인간사를 좋아하는 터라 구약 이야기에만 쫑긋 귀를 기울였다.


꼭 구약이 아니더라도 살로메같은 매혹적인 이야기도 많은 작품에서 자주 회자되곤 하지만, 역시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도 워낙 자주 있는 일이기에, 살인자도 질투에 눈이 멀어 형제까지 죽인 인물이라 그런 극심한 감정 탓에, 쉽게 이야기의 소재가 되곤 한다. 요즘은 공감능력없는 사이코패스 같은 악당이 더 인기가 있는 모양이긴 하더라만.


황순원도 그렇고 아리시마 다케오도 그렇고, 기독교나 서양문화를 접했던 지식인들이 같이 '카인의 후예'와 같은 제목을 쓴 글을 쓴 것도, 성경의 그 짧은 에피소드에서 워낙 큰 인상을 받았음은 분명하다. 나도 '카인의 후예'나 '차가운 피', '나쁜 피' 같은 제목을 좋아하는 걸 보면 악한들을 미워하면서도 관심있게 보는 걸 보면 무의식 속에서 뭔가 통하는 면이 있긴 한가보다.


카포티의 작품은 [티파니에서 아침을] 다음으로 이 소설이 두 번째다. 영화를 보고 읽은 터라 소설의 할리 골라이틀리가 비주얼적으로는 오드리 햅번이 딱인데 이야기가 뭉텅뭉텅 심하게 잘려나간 영화 자체는 참 아쉬웠다. 무조건 원작을 읽어야 한다!! 영화사의 길이 남을 작품이라고도 일컫어지는데.. 솔직히 말하면.. 볼 건 정말 햅번밖에 없다! 그녀가 부르는 문리버까지만.


청년의 하루키가 칭찬했던 카포티의 문체는 세련되면서도 희안하게 절절하다고 해야할지, 작품 전반에 풍기는 쓸쓸한 느낌은 그 소설이 카포티를 뜨는 작가로 만들지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런 신뢰로 읽은 [인콜드 블러드]. 차가운 피, 라고도 번역할 수 있으려나. 시공사가 낸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번역도 잘 되었고 두꺼운 책치고 가볍기도 하다. 하드커버같은 듯 같지 않은 같은 듯한 너어어~


연혁에 보면 이 작품으로 인해 카포티는 스타작가가 되고, 이 작품의 성공을 축하하는 파티에 삐까뻔쩍한 호텔에서 가면 무도회를 열어 60대의 '문화적 사건'으로 까지 묘사된다. 그 이유를 읽어보면 역시 납득할 만하다. 그러나 나는 역시 [티파니에서-]가 더 좋다. 물론 작가가 6년 동안 취재한 노력을 무시하는 것도 이 작품을 비하하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티파니에서-]를 쓸 실력이었으면 이 정도는 거뜬히 썼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어느 부유하고 봉사 정신을 가진 존경받는 일가족 4명이 어떤 괴한 2명에게 이유없이 살해당한 사건"과 그 뒷이야기.


살인자와 피해자가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치정이나 원한으로 더럽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통 인간의 악한 본성이나 법 제도에 대한 이야기로 끝맺음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치정으로 얼룩진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건너 뛰시길. 


살아 생전에도 인기가 많고 기행을 일삼기도 했던 작가 카포티는 [인콜드 블러드]를 놓고 "그 안에 쓰여진 단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할 것이었다."고 했지만 성숙한 독자라면 이 말은 믿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내고 싶어서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취재 과정에서 녹음기나 노트도 없이 임해서 나중에 사건을 구성해서 쓴 것 자체에 모순도 있는데다, 논픽션, 다큐멘터리도 '편집'이 이뤄지는 과정이니 어느 정도의 왜곡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아마 그렇게 인기가 많았던 만큼 적이 많았던 카포티는 이런 점에 꼬투리가 많이 잡히기도 한 모양이다. 어찌되었건.. [인콜드 블러드]는 뛰어난 역작이다.


이런 끔찍한 사건을 서술하는 장장 500쪽이 넘는 이 두꺼운 책을 그래도 3-4일만에 책장에 빨려 들어가듯이 후루룩 읽었다. 그것도 들쭉날쭉한 퇴근시간 후에.


캔자스 주의 어느 가족이, 어느 날 밤에 갑자기 피살이 된다. 모두 손발이 묶이고 머리엔 총알을 맞은 체. 어느 누구도 이 가족이 이런 식의 비극을 맞으리란 걸 상상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그랬다. 농장으로 어느 정도 부를 쌓고 지역 사회에 봉사하던 꽤 사랑받던 가족이었던 것이다. 막내 딸의 어린 남자친구와 살해된 가족과 사이가 조금 틀어졌던 사람들은 모두 용의선상에 올랐고 그들은 곧 아니라고 밝혀졌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큰 불신이 생겼다. 이제 빗장을 잠궈놓기 시작했고 마을 카페에서는 그 말만 입에 올리고, 조속히 범인을 잡지 못해 피골이 상접하기까지한 마을 보안관을 책망해댄다. 사건을 맡은 보안관들도 죽을 지경이다. 그들은 사랑하는 이를 잃었고 이제 불신에 사는 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잡고 싶은 간절함은 누구보다 큰 데 발자국만 남긴 이런 완전 범죄라니.


그 시각, 범인 두 명은 기분만 나빴던, 고작 50달러만 얻었을 뿐인 그 살인 사건에서 벗어나서 멕시코로 향하고 있었다. 반쯤은 인디언의 피를 받은 페리의 염원이었던 멕시코로. 나머지 한 사람인 딕은 말빨이 좋아 위조 부도 수표를 신나게 써재낀다. 위조 부도 수표로 돈을 많이 마련하고 멕시코로 갔지만 충동조절 능력이 없는 그들은 돈을 쉽게 탕진하고 다시 저급의 호텔에 묶으면서 일자리를 구하려고도 한다. 하지만 '백인 남성'인 딕은 그렇게 적은 돈을 받고 일을 못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다시 그들의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가버린 그들은 많이 부딪히지만 마음 속으로는 서로 떨어지는 것이 훨씬 위험한 일인 걸 알고 있어 으르렁거리면서도 함께 주 경계를 넘어다닌다. 그들은 또 히치하이킹을 해서 범행을 계획하기도 하지만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훔쳐탄 차로 히치하이킹을 해줘던 가난한 소년과 우습게도 배가 고파 팔 수 있는 콜라병을 열심히 줍기도 한다.


범인을 쫓던 보안관들은 여러 주의 경관들과 공조 수사도 했지만 전혀 실마리를 잡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 뉴스를 듣고 있던 어느 죄수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는 범인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보니 범행을 하게 해준 것이었다! 죄수는 딕의 감방 동료였고 그의 계획을 열 번도 넘게 들었다. 하지만 모든 범인들이 허세를 떠는 것이 감방이다 보니 정말 범행을 저지를지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현상금도 탐이나긴 했지만 그는 죽은 가족의 가장인 클러터씨가 자신이 일꾼으로 일할 때 얼마나 잘 해줬는지는 떠올렸고 용기를 냈다. 결국 죽은 가족들은 그들의 생전의 선의 때문에 어느 정도 구해지게 된 것이었다. 


수사에 급물살을 탄 보안관들은 그제야 딕과 페리의 가족을 들러 그들에 대한 꼼꼼한 조사를 시작했다.그 사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딕의 부모는 가난했어도 사랑으로 키운 생각보다 선량한 부부였고 페리의 남은 가족 2명 중 한 명인 누나는 질색했다.자기는 페리가 무섭다며.. 술독에 빠져 죽은 엄마, 사랑하는 여자의 정조를 의심하다 같이 죽어버린 오빠, 술에 취해 고층 호텔에서 뛰어내린 언니... 등등 이제 거의 자신만이 생존자인 자기의 가족에게서 벗어나고픈 점잖은 부인은 "걔는 뭐든 할 수 있을거라" 말한다.


여러 주를 오가며 대담해진 그들은 생각보다 어이없게 잡힌다. 자신들이 멕시코에서 부친 소포를 찾으로 우체국을 들렀을 때 경찰이 조용히 따라 붙은 것이다. 유일한 증거물인 부츠가 들었던 100달러 보험까지 들어놓은 소포를 찾기 위해. 딕은 이제 페리를 조용히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페리도 소포 때문에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들이 페리의 아버지가 계획성없이 세운 거의 망해가는 모텔에 도착하고 그 앞에서 잡히게 된다.


여기까지가 3분의 2의 내용. 나머지 3분의 1은 그들이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고 감방에 갖히고 사형을 받고, 계속 항의를 하면서 죽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그들은 잡히자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왜 그 자식을 죽이지 않았지? 처음에 태연했던 페리도 "너 검둥이를 죽인 적이 있다면서?"라고 전에 딕의 마음에 들려고 지어냈던 말까지 실토한 걸 알자,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딕의 소아성애 성향도 불어버린다. 페리는 자기가 죽인 가족이 신사적이고 멋진 사람이라는 걸 느꼈었지만 그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사람들(클러터 가족)은 절대 내게 해를 입히지 않았지. 다른 사람들하고는 달라. 내 인생을 가져간 다른 사람들과는. 아마도 클러터 씨는 그 대가를 치른 것뿐일꺼야."


나중에 카포티가 페리를 보며 자신과 매우 닮아서 끌림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보니 유달리 페리에게 연민이 생기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필립 시모어 호프만 주연의 [커포티]에서 한 장면이 "페리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같은 집에서 자란 것 같았어.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앞문으로, 그는 뒷문으로 나간 것 같았지." 라고 했다는데 페리는 주변에 있어도 매력적인 캐릭터라기 보다는 감수성이 풍부하면서도 살짝 돌은, 약간 섬뜩한 느낌을 주는 사람일 것 같이 그려진다. 


페리는 교육을 덜 받은 것에 비해 똑똑했고 그걸 죄수들과 있을 때 잘난 척을 하며 어느 정도 보상을 받지만 사형수가 되어서 옆에 책도 많이 읽고 교육을 실컷 받은 몸집이 거대한 생물학도 앤드루스가 들어왔을 때 자존심이 폭발한다. 공감 능력이 없는 앤드루스는 악의 없이 그의 말을 바로 잡아 주었지만 페리는 단식까지 감행하며 성질을 죽이지 못한다. 앤드루스야 말로 요즘 범죄 미드에 나오는 싸이코패스인데, 페라리를 몰고 실크 셔츠를 입고 여자를 픽업하는 쿨한 남자가 되고 싶었던 책 벌레 청년은 가족들에게 총을 쏘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재산을 좀 만져보고 싶어 했지만 결국 신부님에게 실토하고만 희안한 케이스였다. 이 청년은 갇혀서도 책을 열심히 읽고 죽기 전에도 마구마구 먹었던 자신의 목숨을 잃는 것에도 큰 의식이 없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이 청년은 고모의 도움으로 자신이 죽인 가족의 곁에 묻히게 되기도 한다.

    

페리와 딕은 항소와 상소로 몇 년 동안의 유보기간이 있기야 했지만 그들은 결국 교수형에 처해진다. 클러터 가족을 사랑했고 그들을 누구보다 잡기 원했던 듀이 경관은, 그러나, 그들의 목이 졸리는 순간에 속이 시원해지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느낀다. 



미국하면 '총기사고'를 생각할 정도로 생각보다 빈번한 일같은 이 사건에 카포티도 관심이 생겼다. 사건의 일상성 때문에. 카포티는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6년 동안 취재를 했다. 소설은 생동감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킨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페리에서 보이는 카포티의 민낯에 더 관심이 생기는 걸 보니 괜히 사교계를 주도하던 스타 작가는 아닌 모양이다. 정말 세상이 좋아져 유투브에서 생전 카포티의 인터뷰를 듣고 있는데, 흡사 60대의 잭 니콜슨처럼 보이는 이 노년의 작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위화감이 느껴진다. 글에서 읽은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뭔가 작위적이라고 해야할까..


또한, 확실히 문화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은 사형수의 가족에게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불쌍히 여긴다는 점. 자식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 만큼 끔찍한 일이긴 하지만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범죄자의 부모라면 무조건 비난을 받거나 숨어지내는 것과 같은 생활을 해야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뭔가 희안하게 느껴지긴 했다. 


언제나 선량한 사람들의 피해 소식을 들으면 그들이 이제 갖지 못한 시간을 생각하게 되서 마음이 참 아프다. [인콜드 블러드]는 범죄자 둘, 혹은 4,5명의 이야기도 허투루 하지 않지만 클러터씨 가족 중 특히 아이 두 명의 삶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특히 이건 논픽션 작품이라 더 슬프기도 하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은 페리에게도 동정은 가지만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기에 차가운 피를 가진 그들이 자꾸 항소를 하려고, 탈옥을 하려고, 관심을 받으려고 할 때는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막상 카포티도 (이야기가 완성 될 것 같지 않은 조금 이기적인 이유로) 페리가 사형이 안 될 것 같으니 불안해하기도 했다고 하던데, 나도 사형제도는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이들이 원하는 대로 될까봐 두려워 하며 읽었다. 결말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로드 무비를 보듯이 대사와 묘사는 생생하고 톡톡튄다. 그리고 여전히 쿨-하다. 카포티는 카포티다.




 

부인은 페리를 두려워 한다고 말했고, 실제로도 그랬지만, 부인이 두려워하는 것이 단지 페리인 것인지 아니면 페리와 얽혀 있는 팔자, 플로렌스 벅스킨과 텍스 존 스미스 사이에서 태어난 네 명의 아이들에게 정해진 운명의 거대한 행로인지 의문이었다. (중략)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 자기만이 유일한 생존자였다. 무인을 괴롭힌 건, 언젠가 자기에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미치거나 불치병에 걸리거나 화재가 나서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인 집, 남편, 아이들을 다 잃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p 280)

직업이 뭐든 간에 그는 돈과 권력의 영광을 아는 남자 같았다. 메릴린 먼로를 닮은 금발 여자가 그에게 선탠오일을 발라주고 있었고, 그는 반지를 낀 손으로 나른하게 얼음이 든 오렌지주스 잔을 집었다. 이 남자가 가진 그 모든 것을 딕은 결코 갖지 못할 것이었다. 왜 저 개새끼는 모든 걸 가졌는데, 딕은 빈털털이여야 하나? 왜 저 "잘난 척하는 개자식"만 운이 좋은가?(p.307)

하지만 세상의 누구보다도 그 순간 페리가 함께 있고 깊은 사람은 딕이었다. 적어도 두 사람은 같은 종족이고, 카인의 피를 이어받은 형제였으며, 딕과 떨어져서는 페리는 "세상에 자기 혼자뿐인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마치 온몸에 부스럼이 난 사람처럼.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치광이나 가까이 할 만한 사람인 것처럼."(p.396)

"이 전구를 꺼내서 깬 다음 손목을 긋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래야 돼. 네가 아직 여기 있는 동안에. 나한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 동안."(p,442)

듀이는 언제나 히콕을 경멸했다. 단지 "텅 비어 있고 가치 없는 내면을 드러낸, 풋내기 사기꾼"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살인작 스미스라고 해도, 듀이는 그에게는 다른 감정을 갖고 있었다. 스미스는 추방당한 동물, 상처 입고 돌아다니는 짐승의 오라를 가지고 있어 형사는 그를 무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p.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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