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스럽지만 예전 같으면 반값행사를 기다리며 샀을만한 책이다. 두껍긴하지만 2만원이라는 가격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비싼 가격은 두께 때문일까 아니면 저작권 때문일까? 두께가 두꺼우면 지갑여는데도 후해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책가격 책정을 정말 이렇게 하실라우? 도서정가제 시행 후 확실히 불필요한 책 지출은 줄었다. 오프라인 알라딘 중고서점에 갈 때마나 한두권씩 사는 게 전부가 되고 도서관 이용률이 높아졌다. 굳이 순기능을 따지자면 확실히 고민을 해보고 산다는 것. 물론 처음에는 알라딘 굿즈의 유혹에 몇 번이나 무너졌지만 막상 받아보면 부질없다는 걸 깨닫는 중.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의 한 에피소드에서 책을 '육체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궁정식 연인'으로 대하는가 하는 꼭지가 있었는데, 나는 아마 '육체파'(!!)에 가까울 것이다. 나도 연필로 밑줄긋기를 무지 좋아하고 모퉁이를 접는 것도 망설이지 않지만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온 책과 중고책은 글쎄.... 일단 중고책은 집에 오면 향균 스프레이 샤워를 마치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침대에 올리지 않는 게 내 원칙이다.


 너무 인기많은 재미 위주의 (웬지 이런 책들을 구매하기가 망설여지는) 책은 도서관에서도 너덜너덜함을 자랑하한다. 뭐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하겠지. 여기에는 선뜻 돈쓰기가 싫다는 생각. 그래서 나는 망설였다. 이 책, 내 방에 가져와서 읽어도 되는 거야? 


그러자 옆에 있던 언니는 조언했다. 야, 비닐장갑 끼고 읽어.


알고보니 자신은 그런 방법으로 인기 있는 책을 꽤 읽었다나 뭐라나.  


요즘은 책 소독기도 설치하고 희망도서 피드백도 훌륭하지만 그래도 공공도서관은 아무에게나 열린 공간이니 책의 순결성(?!)을 의심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가끔 누군가가 코딱지를 묻혀 놔서 기함하기도 하고 출처가 의심스러운 털이 꽂혀 있을 때도 있으니까. 


하여, 도서관에서는 신간 도서 위주로 본다. 책 상태가 깨끗하고 재밌을 것 같으면 바로 대출해서 오는 편이다. 그렇다고 침대에는 올리지 않지만! 핑크빛 위용을 뽐내는 [작가의 책]을 집은 이유는 아마 알라딘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서 친근한 면도 있었을 거고 책이 깨끗해서였을 수도 있다.


책은 두껍지만 인터뷰 집이라 편하게 읽힌다. 우리에게 유명한 작가도 있고 아닌 작가도 많다. 인터뷰를 보고 호감이 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실제로야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아주 겸손하다. 그리고 본인 작품의 성향에서 연상할 수 없는 의외의 책을 추천해주기도 해서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참고할 만한 책이다.


역시 창작 일이라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라고 느낀다. 결과물이 어떻든 결과물이라고 매듭짓는 일 자체로 참 대단한 일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창작자들을 존경하고 싶다.


특히, 오디오북을 언급하는 작가도 많았는데 우리나라도 오디오북이 나오면 좋겠다. 뭐 매출이나 제작비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잘 안 만들어지는 것이겠지만서도.


작가별로 정리하진 못하고 그냥 나중에 보고 싶어 마구잡이로 포스팅해본다. 기준은 부끄럽지만 그냥 책 제목만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 많은 것 같다.


*재밌는 점은 만나보고 싶은 작가에 셰익스피어를 꼽는 작가가 많았다는 것. 또 우상이었던 인물은 [작은 아씨들]의 조 마치나 [그린게이블즈의 앤]의 앤같은... 걸 크러쉬(?)를 보여주는 주인공을 꼽는 점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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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인상에 남았던 대답>



올리버 색스는 매력적인 사례의 이력들을 엮어서 글을 아주 유려하게 쓰지만, 그가 자신의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는 살짝 무대감독의 허세 같은 게 배어 있어요. "이봐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잠시 멈추고 이것 좀 보라고요!"하는 논조가 깔려 있다는 거죠. 그런 관음증적인 정서 없이도 의료행위의 엄격함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죠.(p.302) <앤드루 솔로몬, 과대평가 된 책이 있냐는 질문에>


마크 트웨인이요. 그런데 일흔 살의 그가 아니라 마흔 살의 그를 만나 보고 싶어요. 아주 심술궂은 늙이어였거든요. 마크 트웨인한테 뭘 물어볼지는 잘 모르겠지만, 투자에 관한 조언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요. 어렸을 때 그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답장은 절대 안 왔죠.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p.455)<존 그리셤, 저자에게 편지를 써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다음은 의대와 레지던트 과정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덕목들이지요. 자기통제, 인내, 끈기, 기꺼이 잠을 포기하는 것, 가학-피학 성향에 대한 애호, 믿음과 자신감의 위기를 견뎌내는 능력, 피로의 삶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 확실히 도움이 되는 카페인 중독, 끝이 온다는 한결같은 낙관주의.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도 똑같죠. (p.528)<할레드 호세이니, 의사의 경험이 작가로 일하는 데 끼친 영향은?이란 질문에>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뛰어난 책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고 나서 식품산업에 정말 화가 났었지요. 그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어떤 책을 읽고서 깊은 인상과 감동을 받은 사람이 분개하는 일 외에는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갖 좋은 주장을 그저 간직하기만 한 채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무척 당황스럽고 정말 걱정이 됩니다. 진실성 없이 건성으로 읽고 마는 독자의 손에 들어간 책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증거 같아서 말이에요. (p.266)<알랭 드 보통, 최근에 당신을 화나게 만든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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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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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늘 날이 완전 봄 날씨라 보라매 공원에서 책이나 읽을까하고 어제 구입한 사강의 [마음의 파수꾼] 과 텀블러에 따뜻한 차를 타서 편안한 복장으로 햇빛 맞을 준비를 하고 갔다.


주인공이 젊은 남자와 극적으로 조우하고 집에 데려가 먹여주고 재워주며 약간 꼬인 듯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 놈이 나에게 왔다. 약간 힘 없지만 호소력 짙은 냐-였다.

그리고 벌렁 드러누워 몸을 이리저리 굴리며 갖은 애교를 부리길래 용기를 내서 만져봤다. 나는 고양이한테 언제나 왠지모를 미움을 받는 사람이라 발톱을 세울까 무서웠다.

그런데 이런 세상에 이런 일이!! 봄날의 기적인지 이 녀석은 내 무릎까지 앉아 잠시 꾹꾹이도 해주고 식빵도 구우면서 구릉구릉 소리까지 내며 나는 참새를 눈으로 쫓고 있었다. 가끔 흥분도 하면서. 이 작은 맹수의 마음 속 요동까지 내 허벅지에서 전해지는 경험을 처음한 나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릴 뻔.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신기해서 개를 산책 시키던 아저씨가 얌전한 갈색 푸들과 나를 구경하기도 하고 전화하던 아저씨도 전화를 끊고 운명이라며 데리고 가라고 응원까지 마구 해줬다.

신난 나는 고양이 키우는 친구에게 사진도 보내고 이런 저런 조언을 받고 같이 흥분한 친구에게 더블 데이트(?)까지 제안했다. (친구왈, 우리 애는 고자지만... 너무 기대된다!!)

결심끝에 얘를 데리고 오려고 안았더니 갑자기 저항을 마구 하고 에코백에도 안 들어오려고 하고 내가 돌아가는 척을 해도 쌩까고...ㅠ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친구의 조언을 듣고 급한대로 생수랑 소세지를 사서 먹였다.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계속 달라고 발광 수준으로 난리를 치고 할퀴고 하는데도 어찌나 짠한지... 그래.. 이제 내가 배불리 먹여줄께....ㅠㅠ

하지만 결론: 꽃뱀냥이로 밝혀짐.

지금도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한테 부렸던 애교는 뭐 였니...?ㅠㅠ 너가 할퀸 발톱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꼭 다시 만나자.ㅠㅠ

* 사강의 감각적인 문체는 언제나 설렌다. 정말 고양이 같은 소설가. 으힝 별 게 다 운명같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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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0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사람과 많이 어울리니까 사진 각도를 잘 아네요. ^^

뽈쥐의 독서일기 2016-03-04 21:10   좋아요 0 | URL
나한테만 이렇게 해주면 참 좋았을텐데... 얘는 사람한테 애교부려서 깨끗하고 맛난 거 잘 얻어먹고 다닐 거 같더라구요..ㅎㅎ

서니데이 2016-03-0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뽈쥐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오늘도 퀴즈 준비합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6-03-07 18:07   좋아요 0 | URL
네 기대하겠습니다! 오늘은 정답을!!ㅎㅎ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 내 인생 꼬이게 만드는 그 사람 대처법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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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나는 왜 그 사람한테 휘둘리지?


외모부터 동그랗게 생겨서 성격이 순하다는 오해(?)를 이십년이 훌쩍 넘게 받고 살다보니 어릴 때 순둥했던 성격이 이제는 말 그대로 '개'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남들한테 아예 안 휘둘리는 것도 아니고. 문제는 아직 화내는 법을 익히지 못하다보니 한 번에 폭발하듯 화를 내서 상대를 놀래키고 나는 나대로 마음 정리가 끝난 상태니 이미 감정의 골은 무한히 깊어진 상태.


물론 모든 사람들과 이런 관계를 맺는 건 아니다. 관계를 풀어가는 법이 서툰 나도 문제는 문제지만 공격적이지 않은 내 마음에 똬리튼 늑대를 깨우는 사람들도 문제라면 문제다. 나도 미성숙한 인간이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굳이 타인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감정 조종자'가 실은 더 나쁜놈이었던 것이다. 괴로워하며 원인을 자꾸 나에게서 찾으려고 했던 걸 반성한다. 


책은 사람을 이용하는 심리 조종자를 미성숙한 인간을 가끔은 의도적으로 '악마'로 묘사하면서 가해자에게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철저히 피해자의 편에 서서 말을 해줘서 위로가 된다. 항상 그렇듯 실천이 가장 중요한 거지만.


나의 기를 다 빨아먹는 연인이나 배우자, 일에 사사건건 괴롭히는 직장 상사,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 이들 때문에 항상 괴롭고 무기력, 심각하게는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괴롭다면 당신은 이미 '감정 조종자'의 희생양인 것이다. 


그들의 특징은 너무나 미성숙한 못된 인격인 것이다. (미성숙하다고 해서 다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몸만 큰 어린 아이로 스스로 경제적이든 정신적이든 생존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옆에 사람을 이용해서 정신적인 기와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내 감정에 관심이 없는 사람,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은 얼굴을 마다 않는 사람이라 헷갈리긴 해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그가 나를 괴롭게 한다는 것! 그 때문에 내가 비이성적인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내 에너지를 고갈하고 갉아먹어서 일상에 지장이 온다면 이미 나는 조종당하고 있다. 그는 불행하게도 직장에서 꼴보기 싫은 또라이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도 해당된다. 


"자신의 감정은 자기가 제일 먼저 안다. 심리 조종자를 대할 때는 마음 한구석이 본능적으로 불안하든가 불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그는 싹싹하고 단점이 없다. 우리는 그를 경계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내면의 경고를 무시하고 넘어가곤 한다.

 심리 조종자를 겪어 본 사람들은 훗날 이런 이야기를 한다. 분명히 그가 긍정적으로 보였는데도 머리속에서 '이 사람은 아냐!'라는 경교가 울려 퍼졌다고." (p.113)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이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다만 더 잘 걸리는 유형이 있을 뿐. 너무나 인간관계에 낙관적이거나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지옥에서도 환상을 찾아내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잘 걸리고 빠져나가지 못한다. 


나도 한 때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고 싶어(사실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고 싶어) "아무리 저 사람이 그래도.. 그래도.. 나는!!" 이란 생각을 가지고 온갖 도리를 다 했었는데 내려놓고 보니 내 심신이 편해졌다. 그걸 깨달은 후로 나는 좀 까칠한 인간이 되었지만 오히려 내 소중한 사람한테 더 잘해주게 되었다. 특히, 내 의지대로 맺고 끊음이 가능한 사교 관계에서 도리에 집착하기 보단 내 감정에 솔직하는 게 맞다는 걸 깨달았다.


이들 감정 조종자에게 벗어날 해결방법은 하나다. 그들과 떨어지면 된다. 떨어지면 만사가 해결된다. 나를 욺켜쥐는 집에서 나오고 배우자와는 이혼을 하고 회사에서는 사표를 쓰면 된다. 하지만 이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대체로 쉽게 놓아주려 하질 않고 오히려 복수하려고 한다. 떠나려는 연인을 살해하는 것도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래도, 그래도 인생은 긴 까닭에 그들의 지옥, 정신의 식민지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선 자기가 휘둘리는 상황인 것, 그들과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들에게 사과나 반성 따위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한다고 해도 그건 당신을 다시 붙잡아 두려는 것일 뿐이니. 자신에게 부여한 너무나 정의로운 역할에서 벗어나고 그들이 약속했던 달콤한 말도 지워야 한다. 죄책감과 죄의식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하고 더 공고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


특히 인생에 기본적인 선택에 대해선 결코 내 뜻을 양보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해야 한다. 

(1. 결혼을 하거나 살림을 차리는 문제/ 2. 가까운 사람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끊는 문제/ 3. 사직 혹은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일을 계속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4. 큰돈을 지출하거나 투자하는 문제/ 5. 임신과 인공 유산의 문제) (p.219) 


가장 좋은 것은 그들에게 벗어나서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으면 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벗어나는 것에 힘을 들이지만 나중되면 몹시 억울할지니. 흑흑


결국 스스로 가해자에게 벗어나서 다시 걸려들지 않을만큼의 인내력과 중심을 기르라는 보통의 심리학 서적과 본질적으로 다르진 않지만 일상속에서 나를 잡아삼키는 심리 조종자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반복되는 얘기가 좀 있지만 끝 챕터까지 열심히 읽으면 꽤 구체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다. 내 말에 비꼬는 사람에게 "그건 네 얘기지" 라거나 "부부는 한 몸이야. 잘되면 같이 잘되고 망가지면 같이 망가지는 거야. 한쪽에만 책임이 있을 수는 없어" (p. 253) 등의 아주 구체적인 대사까지 적어주고 있으니 필요하면 달달 외우면 될 것 같다.


"그래도.. 사람이 그렇게 나쁠 리 없지." 같은 생각은 별로다. 나쁘지 않으면 나를 그렇게 괴롭힐 일은 없으니까. 내가 휘둘리는 피해자라면 꼭 거기서 빠져나와서 피해복구를 해야한다. 죄책감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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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22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뽈쥐님 , 오늘 대보름입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6-02-22 22:25   좋아요 0 | URL
아 오늘 대보름이네요. 부럼은 드셨나요?
날이 좀 풀렸네요. 서니님도 좋은 밤 되세요~*^^*

서니데이 2016-02-25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뽈쥐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미식 쇼쇼쇼 - 가식의 식탁에서 허영을 먹는 음식문화 파헤치기
스티븐 풀 지음, 정서진 옮김 / 따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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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먹는 대로 되는 건 아니다. You Aren't what You Eat'


책을 보니 '먹는 대로 된다. You Are What You Eat' 의 책과 동명의 프로그램을 패러디 한 것으로 보인다. (질리언 매키스 저)


쿡방과 먹방을 찬양하는 나로선 매우 뒤를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뭐 최현석 쉐프를 나의 '구루'같은 걸로 삼은 건 아니지만 짬뽕을 하나 사도 이연복 쉐프 얼굴이 붙어 있는 것을 별 고민도 없이 카트에 척척 넣어버린다. 자신을 위해 요리 하나 할 줄 모른다는 남자에게 정이 확 떨어져 버린 일도 있고. 그냥 눈만 점점 높아진다고 하기엔 내 머리속에서 '요리'라는 것 자체가 어느 순간 인생에서 뭔가 중요한, 굉장한 개념이 되어버렸다.  


내가 꽤 좋아하는 영화 [줄리&줄리아]를 보면서 나도 우리나라에서 어떤 요리 멘토이자 삶의 멘토를 누구로 삼아야하나를 심히 고민한 일도 있었다. 요리를 하는 행위 자체로 인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할까. 특히 예상치도 못한 재료로 환상의 맛을 낸다고 하니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으랴고.


스스로 대단히 강단있고 줏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다. 다 이런 것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런 거라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워진다. 갑자기 어느 날 부턴지 렌틸콩과 커민 가루를 주문하고 아보카도 같은 것을 사서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과카몰리를 집에서 하게 되었고 파스타 면 삶는 냄비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바보상자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특히 식재료를 잘 아는 사람이 참 멋있어 보여서 음식 미시사같은 책도 틈틈이 찾아보았다. 토마토가 한 때는 얼마나 에로틱한 채소였는지 아스텍 문명에서 최면과 주술로 먹었다는 코코아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당시 어떤 맛이었는지 상상을 펼쳐보기도 하고 어딜가야 먹을 수 있는지 찾으면서 보낸 시간은 꽤 된다.


고든 램지의 [키친 나이트메어] 에서 얼굴 주름을 한껏 잡으며 F***를 연발하는 고든 램지의 카리스마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월급을 꽤 많이 받는 것 같은 대학 동기 Y가 페이스북에 이태원과 강남 등지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포스팅한 것을 몇 번이고 염탐하기도 한다. 참고로 이 친구는 모델처럼 깡 말랐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어떤 음식, 요리를 모르면 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요리책을 하나하나 사다가 결국 엄청 두꺼운 하드커버 요리책까지 구입한 상태다. 원래 살 때 즈음에만 해도 그 요리책을 한 장 한 장 펼치며 거품기를 들고 밀가루 범벅이 된 꼴로 오븐과 식탁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나를 상상했으나 결국, 요리책은 비싼 커피 컵 받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실 나 정도의 사람은 '푸디스트'라고 부르기는 매우 미미한 수준인 걸 안다. 한 때 유기농 재료와 이국적인 재료를 좀 찾았다고 해서, 가정 요리의 달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다고 해서 '음식 미치광이'처럼 비춰지기는 싫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조금씩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먹는 것에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는지. 예.. 저도 알아요. 저 좀 병적인 거!


종교는 없지만 7가지 죄악 중에 탐욕, 탐식이 들어간다. 음식을 섹스에 비유하는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로마 도덕주의자들이 섹스에 대한 혐오감과 과식에 대한 혐오감을 하나로 취급해 "매음굴과 기름투성이 요릿집은 당신의 열망을 자극한다."(p.101)했다는데 나도 가끔은 먹는 것에 집착하는 게 스스로 좋지 않게 생각될 때가 있다.


물론 책은 나같은 사람을 비난하기 보단 스스로 '신'의 경지에 오른 것 같이 구는 일부 셰프들과 똥폼 잡는 푸드 블로거, 외식 사업과 방송의 실체를 발가벗기는 데 있겠지만 왠지 뜨끔하긴 했다. 정신차려야지.


밑줄긋기 해본다. 몇 가지 뜨끔한다면 깨달아야 한다. '먹는 대로 되는 건 아니다. You Aren't what You Eat' 라고.


그들은 건강식품 환자가 "먹는 행위에서 정체성과 영성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했다. 꼭 푸디스트처럼 말이다. "건강식품 강박증 환자는 음식을 생각하며 보내느 시간이 상당이 많다." 이 역시 푸디스트와 마찬가지다. 강박 증세를 보이는 이들의 먹는 행위는 "다른 사람의 생활 방식, 식습관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끼도록 한다." 푸디스트의 먹는 행위 또한 마찬가지다. (p.31)

이제부터는 `스프링 램`에 관한 어휘 문제. 스프링 램이 봄에 먹는 어린 양고기를 뜻했던 적이있다. 도세트 혼이라는 오래된 영국 품종인 암양은 가을에 새끼를 낳았고, 그 새끼는 겨울 동안 충분히 자라서 부활절 무렵에 딱 먹기 좋게 컷다. 하지만 대다수 품종의 양은 봄에 새끼를 낳아 겨울에 먹어야 했다. 혼란스럽게도 이제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스프링 램을 먹길 원해서 업계에서 말하는 스프링 램은 "풀밭에서 자라다가 한해의 특정 계절이 아니라 적당한 무게가 되었을 때 도살되는" 양에 불과하다.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하면 `스프링 램`이라는 명칭은 결코 믿을 수 없다. 지구상 어딘가에서 적어도 4월쯤에 초원을 즐겁게 뛰어다니던 양의 고기가 접시 위에 놓여 있다는 기분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려는 이름일 뿐이다. (p.74)

이렇게 메뉴에서 요리 이름은 미각적인 즐거움, 입에 닿는 흥미로운 느낌, 자연과의 교감, 윤리적 책임, 요리에 응용된 과학, 편안한 분위기에서 기꺼이 제물로 마쳐진 고기, 혐오스럽지 않은 이름의 생선을 약속하며 심지어 야유까지 담아낸다. 이런 모든 전략을 펼칠 때 메뉴는 매우 입에 발린 방식으로 손님이 식별력이라는 미묘한 안목을 갖춘 듯 느끼게 한다. 메뉴는 문학적 산물로 실제로 영향력이 있다. (p.81)

푸디즘의 또 다른 면은 이국적인 것에 대한 선호이다. 이국풍 음식에 대한 찬미는 주류의 가스트로포르노가 아니라 일종의 고금 페티시 성애물이라 하겠다. <펫덕 요리책>에 나오는 요리법의 매력이라 할 만한 것은, 누가 봐도 혐오스러운 조합(달걀과 베이컨 아이스크림, 올리브와 가죽 퓌레)으로 이루어진 참신함이 전부이다. (p.99)

유기농 식품에 대한 몰두는 쾌락적 폭식을 겨냥한 비난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현대 푸디스트의 가장 야심찬 방식을 보여 주는 사례일 뿐이다. 먹을 것에 대한 푸디스트의 병적인 집착이 단순한 방종이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하는 방식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올바른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윤리적인 행위라는 것. 따라서 식사 준비를 위해 장을 보는 것은 한 개인의 도덕적 우월함을 행사하는 것이다.(p.173)

음식은 상상 속으로의 여행이 아닐지라도 위로를, 특히 경제적으로 궁핍한 시기에 위로를 준다. 다른 모든 상황이 예측할 수 없이 돌아갈 때, 음식은 기댈 만한 위안물이다. 리처드 고드윈 기자는 삼십대 친구 중 상당수가 아파트를 살 경제적 여유가 없고, 아이를 가지는 시기도 미루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대신 그들은 페이스북에 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올린다. 그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관대하게 보자면, 음식을 통해 다른 곳에서 부족한 위로를 받으려는 게 아닐까." (p.192)

현대의 푸디즘은 희귀한 이분법으로 나뉘어 있다. 엄청난 노력이거나 최소한의 노력. 그 중간이랄 것은 없다.(p.201)

이는 음식 문화의 격이 떨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노동 문화의 질적 하락을 보여 주는 것이다. 영국과 다른 유럽에서 많은 사람이 매일 저녁 집에 돌아와서 요리를 하고 싶어도 요리할 시간은 물론 정신적 에너지도 내지 못한다. 인스턴트식품을 먹으면서 혐오스럽고 무지하다는 소리까지 들으니 이러한 존재론적 상처에 모욕까지 끼얹는 셈이다. (p.203)

`딜리아의 클래식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재미 삼아 요리해 보는 기회를 가지려고 추가로 돈을 내야 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 특히, 지적 노동이 증가하는 일반적인 근무 환경에서 무형의 생산물을 다루며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더욱 그런 기회를 원할 것이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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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2016-02-1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쿡방, 먹방의 인기몰이에 `음식관음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고 하죠.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고 음미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기쁨을 주는 행위임에는 분명합니다. 저도 자칭 미식가입네 하고 다녔지만 요즘은 너도나도 먹는 것에 집착을 하다보니 맛집 찾는 것도 피곤하고 그냥 가볍에 평가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그냥밥`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싶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행위가 도리어 -맛있는 것을 먹지 않으면 안될것같은- 압박을 주기 때문이랄까요.
어찌되었든 굳이 맛있는 것을 먹고자 하는 열망에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요^^
과도하게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무엇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뽈쥐의 독서일기 2016-02-16 01:21   좋아요 1 | URL
그쵸~ 저도 음식을 진짜 좋아하긴 하는데 가끔은 쿡방이니 먹방이니 좀 과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먹방같은 건 영국 잡지에서 `korean food porn`으로 소개된 적도 있다고 해요. 저도 희안한 곤충 먹는 방송은 찾아본 적도 있어서 뜨끔합니다요.ㅎㅎㅎ
어느 순간 궁극의 한끼를 찾아먹는 것도 조금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트레스도 받고.. 음식이 단순히 먹은 행위만은 아니라서 그런지 여러모로 의미 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책벌레님 말씀에 힘 입어 이제 죄책감 없이 맛난 음식을 호로록~ 하겠습니다.ㅎㅎ

cyrus 2016-02-15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 연휴에 TV 채널을 돌리는데 쿡방 프로그램만 나오길래 아예 TV를 꺼버렸습니다.  쿡방 프로그램만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가 어렵습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6-02-15 17:45   좋아요 0 | URL
그죠 명절에 기름에 목욕한 전에 질리는데다 또 남은 전탕(?)해먹어야 되나 싶은데 쿡방에서는 막 럭셔리 음식에 남은 전으로 막 햄버거 만들어먹으라 그러고...ㅎㅎ
요즘 쉐프들도 연예기획사에 속해 있는 경우도 꽤 있어서 그런지 예능감 넘치는 분 아니면 불편하게 방송하는 게 느껴져서 짠하기도 하더라구요. ㅠㅠ

cyrus 2016-02-15 17:46   좋아요 1 | URL
남은 설 음식... 오늘 점심은 떡국이었습니다. ㅋㅋㅋ

서니데이 2016-02-15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뽈쥐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6-02-15 20:31   좋아요 1 | URL
네 고맙습니다. 서니님도 따뜻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인사이드 아웃 - 한국어 더빙 수록
로니 델 칼멘 외 감독, 리처드 카인드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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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페이스북에 디즈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를 보고 이런 평을 했다. "무심코 보다가 울었다."


워낙 평도 좋았고 해서 그저 [겨울왕국]정도의 뜨끈하는 눈물이려나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콧등이 시큰해지더니 나중에는 코 안이 간지러웠다. 눈물보다도 빨리 흘러내리는 콧물. 이놈의 비염. 수술을 해도 도무지 낫질 않는다. 

어떤 감정이 느껴질 때 뇌 속에서 어떤 식으로 조절하는지를 감정콘트롤 본부에서 깜찍한 다섯 캐릭터가 활약 하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시스템이 무지 미래적이라 약간 갸우뚱 하긴 했지만...  

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오게 된 11살 라일리의 머리속에는 다섯 가지 감정이 산다.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 다섯은 나름대로 제 역할을 든든히 한다.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는 소녀의 감정은 다행스럽게도 주로 기쁨이다. 기쁨이는 넘치는 에너지만큼 기쁨이는 주도권을 잡고 나머지 넷을 지휘한다. 자신과 상극인 슬픔이에게는 유독 박하다. 

기억은 구슬로 이뤄져 있고 그 중에서는 행복한 주요 기억 다섯개가 제일 중요하다. 이것은 물론 기쁨의 색깔인 주황색으로 반짝인다. 가족, 우정, 정직 등의 행복의 섬이 라일리의 머리속에 둥둥 떠서 소녀를 받쳐준다. 외동딸로 사랑을 듬뿍 받은 소녀가 낯선 샌프란시스코로 오는 게 기쁠리는 없다.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이삿짐 차는 안 오고 상황은 꼬이기만 한다. 자연스럽게 슬픈 감정으로 가려하는 라일리.

하지만 소녀의 감정 콘트롤 본부에서는 활발하고 주장이 강한 기쁨이가 이를 가만히 지켜보지를 못한다. 슬픔이가 구슬에 손대는 것을 저지하려다 몸싸움이 일어나고 둘은 기억 저장소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이래서 감독이 중요하다는 거겠지. 남은 까칠이, 소심이, 버럭이 셋은 자신들의 성격만큼 오래 감정 콘트롤을 해본 경험이 없다. 셋은 계획없이 엎치락 뒤치락 하고 기쁨이와 슬픔이는 주요 기억을 가지고 본부로 돌아오려고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삐뚤어진 라일리는 계속 사고를 치고 좋았던 '기억의 섬'을 하나씩 하나씩 무너뜨리고 만다.

기억의 섬이 하나씩 사라지면서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인 본부로 가는 기차의 정차역이 하나씩 없어진다. 더 우울해지는 슬픔이와 어느 순간에도 긍정적인 기쁨이는 둘이서 온갖 구상을 다 하고 기억의 장소를 여기저기 떠돌아 다닌다. 그 중에서 기억 저장소에서 만난 빔보. 기쁨이는 누구보다도 빔보를 기억하고 있다. 빔보를 코끼리와 여러가지 동물을 합친 어린 라일리의 상상속 친구. 라일리는 빔보와 함께 하늘을 나는 바퀴달린 마차를 타고 신나게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녔다. 

빔보는 멍청하지만 언제나 즐겁고 라일리를 위해주며 아름다운 상상력, 혹은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몸집 거대한 친구다. 그것이 책임감 강하지만 자기 중심적인(대박 오만한) 기쁨이가 빔보와 함께 기억의 무덤에 빠졌을 때, 그리고 빔보의 희생에 코등이 뜨끈해져 눈물을 줄줄 흘렸던 이유다. 우쒸 방심했어. 근데 더 슬픈 건 내 빔보가 기억이 안 나는 것. 난 코끼리보다는 여우같은 걸 더 좋아했으니 분명 그런 모양일텐데 도무지 기억이 안나는 거다. 덕분에 평소에도 활약하고 있는 버럭이만 더 활활 타오른 상태. 어쩌면 좋니.
 
(스포일러 있을 수 있음.)

기억의 무덤에서 빔보가 희생하는 장면은 베스트이지만 그 전에도 기쁨이가 슬픔이 덕분에 자기가 마음껏 활약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중요 포인트. 사람은 조증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 때로는 슬픔에 기대서 위로와 힘을 받기도 한다. 다행히 착한 기쁨이는 그것을 깨닫고 빔보의 희생을 발판 삼아 본부로 돌아가는데.... (이건 스포일런가.. 근데 디즈니는 항상 해피엔딩이니까.)  

라일리는 결국 라일리의 밝음, 아니 평점심으로 부모를 (불행으로 부터) 구하고 역시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사춘기' 버튼이라는 복선을 남겨둔 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을 사춘기를 어찌어찌 넘어가듯이 라일리도 잘 넘어갈 것이다. 기쁨이의 활약을 무시한 채. 그리고 디즈니의 여느 주인공처럼 좋은 어른이 될 것이다.
  
무심코 울어 버린 디즈니 영화. 물론... 내 인생의 디즈니 영화는 언제까지나 [인어공주]다. 안드레센은 너무 가혹하단 말이야! 아무리 원작의 비유가 딱 떨어질지라도. 언제나 [인어공주]의 사운드 트렉을 듣고 자란 나는 행복한 꿈을 꾸며 수영따윈 전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긴 했지만 언제나 아이큐 한자리의 물고기를 좋아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나의 빔보는 누구였을까. 더럽게 정리도, 버리지도 못하는 성격을 가진 나지만 빔보를 쉽게 버렸던 나를 스스로 쉽게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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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도 감정 세포들이 머리속에서 싸우는 내용이다. 수요일마다 아주 재밌게 보고 있다. 주인공 유미는 삼십대 직장 여성이라 복잡한 세포가 아주 많다. 재밌으니까 추천! (근데 동화처럼 '아름다운' 내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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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에 라일리에게 한 눈에 반하는 꼬마 남자아이가 나오는 특별 영상도 있다. 완전 재밌다. 남과 여의 차이라고 봐도 되려나.
꼭 미드 [모던 패밀리]의 필을 보는 것 같은 라일리의 아빠.

https://www.youtube.com/watch?v=xeafFsiaUeU

근데 아직도 3D에는 당최 적응이...ㅠㅠㅠ 얘네 무슨 인종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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