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오 상담소
소복이 지음 / 새만화책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 지정 공식 마스다 미리 마니아인 나.(현재 76번째 마니아다) 수짱 시리즈를 무지 좋아하긴 하지만 마니아라 뽑히니 뭔가 얼굴이 화끈하다. 


왜 마스다 미리와 비교를 하느냐..? 독자 별점 난에 '마스다 미리보다 훨 좋다'라는 평을 보고 읽고자 결심했으므로. 하지만 마스다 미리와 비교를 하는 것에는 좀 무리가 있다. 일단 마스다 미리는 다작을 한 작가라 작품마다 편차가 있고 아무래도 처녀작만큼 작가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뭐 다음 작품이 나와도 비교할 마음은 없다. 소복이는 소복이고 마스다 미리는 마스다 미리지. 하지만 그들이 같이 엮이는 이유는 아마 '여자 만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스다 미리가 하얀 종이에 HB로 살살 그린 그림이라면 소복이의 그림은 갱지에 B는 되는 연필로 종이가 패일만큼 꽉꽉 눌러 그린 그림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대놓고 상담소를 주제로 한 [이백오 상담소]는 어쩐지 정제되지 않은, 대사가 옆에서 들리는 느낌이다. 날 두고 가지마.. 라면서 울부짖는 고미숙의 대사는 귀여우면서도 어쩐지 가엽다. 표지 뒷페이지에 있는 자존심 때문에 미안하다고 말을 못하는 아저씨 컷 때문에 (명대사: "미..미... 미친놈아 니가 잘못했자나!") 유명한 이 작품은... 영화 소개 프로가 그렇듯 여기서 제일 재미있는 씬이다.



<점 풍선.. 진짜 ㅋㅋㅋ 웃으면서도 눈물이 난다.>



그치만 다른 에피소드도 만만치 않게 재밌고 눈물이 날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의 민낯을 섬세히 보여주기 때문에 헉, 하는 순간도 있다. 상담소를 운영하는 '나'는 고시원에 205호에 상담소를 열었다. 원래는 그림을 그리지만 일이 끊기면 생활이 막막해지니 어쩌다 보니 상담소까지 운영하게 된 것이다.


상담료는 2만 5천원. 선불이다. 왜냐하면 너무나 감정이 격해진 상담자들에게 돈을 청구하기가 힘들어서. 나는 보통의 상담 능력을 갖춘 사람은 아니지만 (끝에는 부적같은 그림까지 그려준다!) 솔직하게 이미 상담자가 듣고 싶은 말을 뱉어주어 월세 정도는 낼 수 있는 수익을 내는 편이다. 나에겐 항상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친구 고미숙이 놀러와서 짜장면과 고량주를 먹고 옆집에는 찌질해 보이는 두 청년이 살고 있다.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은 당연히 보통 사람. 보통 고민.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작지 않은 고민을 안고 온다.


이별 상담,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오는 사람, 소개팅 중독에 걸린 완벽한 남자, 술 마시면 개가 되는 사람, 친구한테 사과하고 싶은 사람, 전 주인이 걱정되는 고양이, 외계인... 그리고 징징거리는 고미숙이다. '나'는 더이상 감정교류를 하지 않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답게, 혹은 다섯 번의 연애에서 늘 갑작스럽게 차이는 여자답게 강제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많아서 그런지 상담을 능숙하게 잘해준다.


<상담소의 주체는 상담자보다는 '나'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나'와 고미숙은 영혼이 자유로운 그에게 빠져서 이야기에 활기를 부여한다.>


늘 외로운 '나'와 고미숙은 자주 같이 짜장면을 먹고 나쁜 남자(혹은 비전없는 남자)에게 쉽게 빠진다. 하필 잡아 둘 수 없는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그들. 연적이 되고 격한 싸움까지 하고 만다. '나'는 너무 힘들어 섬으로 떠난다. 섬에서도 먹을거리 등의 작은 선물을 받으며 상담을 이어가는데.. 그곳엔 우연히 다시 사랑하고 싶은 그가 오고.. 또 떠난다..


친구들의 격려에 다시 이백오 상담소로 복귀한 '나'. 사람들은 계속 살아가고 계속 이야기를 만든다.



<장수 모텔에서 시작되는 사랑도 있다.. 이거 홍상수 영화니..?>




적당히 어둡게(?) 산 사람이라면 깨알같은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다. 게다가 찡-한 대사까지. "당신은 어릴 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군요.." 같은 요지의 상담보다도 "당신에게 필요한 건 술친구" 같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비전문적일지라도 속이 시원한 상담소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래서 점집이 흥한 것일 수도.


희안하게 삐뚤삐뚤한 느낌이 드는 그림과 찌질한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정말 상담소같은 느낌. 게다가 아주 무겁지도 않아서 아무 페이지나 후루룩 봐도 빵터진다.


읽고 난 다음의 부작용이라면 짜장면과 쐬주, 고량주가 몹시 땡긴다는 것. 읽고 나면 느끼한 짜장면을 한 가득 입에 물었다가 고량주로 입을 개운하게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전국 중국집 주인들은 이 작품을 홍보 자료로! 


<베스트 대사로 임명이오!>




*감상 포인트 하나 더. 정말 깜찍한 에피소드가 숨겨져 있으니 앞 뒤 띠지도 꼭 펼쳐보길 바란다. 왠지 선물 하나를 받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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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뉘앙스 사전 - Kodansha's Effective Japanese Usage Dictionary
마사요시 히로세 외 지음, 오현숙 엮음 / 넥서스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아니,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건 정말 엄청시리 힘든 일이다. 이미 등록금으로 쏟아 부은 게 얼마냐 싶다가도 좋은 책이 있으면 살 수밖에 없는 이 콤플렉스같은 현실. 특히 뉘앙스를 알아차리기란 외국인에게 힘든 일이다. 모르는 사람은 잠시 초급 일본어만 배우고선 엥? 일본어는 쉽자너? 라고 속터지는 소리를 할 때도 있어 속이 상한다. (뭐.. 진짜 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쩝)


입소문으로 칭찬하는 뉘앙스 관련으로 국내에 출판 된 도서는 2권. 하지만 모두 절판되었다.


중고책 시장에서 절판이 되면 무조건 정가보다 가격이 올라가게 되지만 사실 고운 시선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리 절판되어도 중고책인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도 그런 거 상관없이 알라딘 추천대로 가격을 붙이기 때문이다. 돈 버는 재주같은 게 원체 없는 인간이라 그런지 왠지 얄미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니 너무 비난하지 마시길..


정가 25,000원 가량을 형성하고 있는 요 책. 어쩔 수 없이 중고를 샀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이미 사라진 책을 읽는다는 것."


아주 감동적인, 알라디너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 문구는 훌륭한 문제집 앞에서도 통한다.(왜 당연히 문제집은 문학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는건가!)


최저가가 39,000원인 중고책을 보니 장바구니에 넣었다 담았다.. 고민을 많이 했다. 습관성 외국어 학습자인 나는 이미 일본어 단어집이 여러 권이나 있는데! 하지만 요 뉘앙스 책은 꼭 필요하지 않나? 그리고 정가보다 비싼 중고책을 보자니 부아가 치밀기도..


하지만 혜성같이 나타난 15,000원의 요 책. 게다가 등급도 '중'이야!!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고민할 것도 없이 얼른 장바구니에 담고 오전에 결제를 뙇! 오호, 당일 상품을 준비하는 이 신속함이란. 두구두구두구두구..  기대감으로 심장이 쿵쾅쿵쾅.


야근하고 가서 집에 온 책 꾸러미를 보니 피곤이 사르르 풀렸다. 됐어, 이제 나도 승승장구 할 수 있어!


신성한 마음으로 뾱뾱이 봉투 위를 자르고 조심조심 꺼내든 책, 질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행복도 몇 초 가지 않았으니....ㅠㅠㅠㅠ


책이 더럽지는 않지만 형광펜이 죽죽- 그어져 있었다. 하지만 습관성 외국어 학습자가 그렇듯 에이, (당신도)앞부분만 그렇겠지, 음하하하! 라고 승자의 기쁨으로 후루룩- 넘겼는데...............


헉.. 끝까지 공부한 흔적이...ㅠㅠ 심지어 공부한 날짜도 적혀있었다. 어떻게 이게 '중'일수가 있냐!!  


실망감에 풀썩- 주저앉았다. 항의를 해야할까 책을 물릴까 잠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책갈피처럼 껴 있는 얇디 얇은 서울대 중앙 도서관 자리 배치증이 중력을 거부하며 핑글핑글 떨어졌다. 꼭 서울대생이 공부했다는 근거는 아니지만 갑자기 '중' 등급이 이해가 되었다. 아... 이런 사람에게는 이 정도가 '중' 일수도 있겠구나. 게다가 절판된 책은 아무 욕심없이 저가에 판 것을 보면 양심이 없는 사람은 아닐 터!


중고책은 아무래도 새 책이 아닌 까닭에 등급 메기는 것이 무척이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갑자기 그 날 밤, 나도 이 책을 다씹어 삼키며 소화시켜 버리리라! 하며 공부 열의에 불타 올랐지만... 역시나....... 우쒸... 


한 번 쭉- 훑고 필요한 부분을 더 중점적으로 공부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필요한 부분만 책 뒤쪽 색인에서 찾아서 얌생이 공부만 겨우겨우 이어가고 있다.


흑. 진짜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는데. 습관성 외국어 공부자에게 얼마나 더 절박한 사연이 필요한 건지.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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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5-1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습관적 외국어 학습자로서 무척 공감되는 글입니다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5-05-18 11:30   좋아요 0 | URL
엄청난 실력가이신 비비아롬나비모리 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위로가 되어요..ㅎㅎ
 


지난 수요일, 예술의 전당에 벼르고 벼르던 마크 로스코 전을 보러갔다. 비가 추적추척 와서 미술관 가기는 알맞은 날씨였다. 미술관에 가는 도중 드물게 기쁜 일이 생겨서 '아 내가 눈물을 쫄쫄 못 흘리는 얄팍한 사람이면 어떡하지..'같은 걱정을 했다. (결과 : 눈물 안 흘림)


전시는 로스토 작품의 일대기 순으로 전시 되었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나 황금기였고 그곳까지 흘러나왔던 클래식 음악의 정체가 궁금했다. 왠지 매우 유명한 것 같은데 나만 모르는 그런 곡.. 아닐까 한다.


작은 도판에서 봤던 떨떠름함(대부분 현대 미술에서 느끼는 것과 같이)을 실제 큰 그림과 마주하게 되면 정적이고 명상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유명한 작품은 역시 다르고 미묘한 색상의 차이와 아름다운 색조합에서 느껴지는 슬픈 감정도 정작 왜 그런지 몰라서 종교적인 느낌에 휩싸이게 되더라..


전시회장은 의자도 놓여있고 로스코 얼굴이 쪼그맣게 붙어있는 라텍스 방석도 놓여있어 관객에게 편안히 앉아서 감상에 잠기라고 한다. 특히 그가 평생의 숙원 사업으로 여겼던 로스트 채플은, 물론 그 날 기분이 방방 떠 있었긴 했지만, 검정과 회색만으로 이뤄진 그림 여러 점과 아름다운 성가에 둘러싸여 감상하고 있으려니 뭔지 모르게 무서운 느낌이 났다. 아마 이 날 슬픈 감정을 안고 간 사람이라면 오히려 위로를 느꼈을 수도 있겠다.   


사진을 찍을 수게 허락해 준 작품 두 개 중 하나.(카메라는 안 되고 오직 휴대폰으로만 촬영가능) 



휴대폰 카메라라서 색감을 잘 담지를 못했다. 실제로 보면 정말 불타오르는 강렬한 빨강색인 작품. 로스코가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이다. 옆에 에피소드를 적은 글을 보니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간직한 어머니인 --가 이 그림을 보고 오열하며 "그를 구해줘야 돼요!!" 소리쳤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통찰력까지는 없지만 그림을 보고 있으니 심장이 마구 뛰는 경험을 했다.


비극에 심취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로스코는 죽음을 검정색으로 표현했는데 평생 자기 연민에 시달리고 우울증으로 괴로워했던 로스코가 죽음을 생각하는 마지막에 그렸던 색이 강렬한 빨강색이라는 게 이상했다. 것도 무지 선동적인 빨강색이라니.



마지막 작품은 요렇게 따로 전시.


<마티스- 붉은 스튜디오>


로스코는 마티스를 무지 사랑했다고 하는데 이 그림이 전시되었을 때는 매일가서 이 그림을 보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생명력있는 빨강이 너무 아름다웠지만 나중에는 슬퍼서 볼 수 없었다고 하는데.. 색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그의 일화로 봐도 되려나.












전에 서평단 하면서 읽었던 [예술, 상처를 말하다]중의 로스코 에피소드를 한 번 더 읽었다. 국내에서 로스코 전시가 이번에 첫번째는 아니었었구나.. 그리고 힘겹게 살다간 예술가들이 너무 많아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갔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음에도 자존감이 낮아서 누군가의 칭찬을 계속 갈구했던 로스코의 최후는 스스로 동맥을 끊어서 피를 철철흘리는 것이었다. 아 그래서 마지막 작품에 저렇게 선명한 빨간색을 썼었나? 그리 생각하니 뭔가 좀 섬뜩하다.


미술관을 나오면 꼭 사고 싶게 만드는 전시 용품 중에 이번에는 라텍스 방석과 깔끔하게 알파벳으로 이름만 써진 에코백을 조금 사고 싶었는데 가까스로 참았다. 그리고 강신주가 쓴 [마크 로스코]도 떡하니 놓여져 있었는데 무게감과 아무래도 정적인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기분이 차분해지기에 지름신도 조용해서 잠시 뒤적이다 나왔다.


그리고 미술 전문 출판사 마로니에 북스에서 나온 마크 로스코 도판도 소장용으로 한 권쯤 있어도 좋을 듯하다.  


* 전시 내내 궁금했던 점 : 미술 복원 작업은 미켈란젤로 작품이 쉬울까 아님 로스코 작품이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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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에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는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고 해서 오후 6시 부터 티켓 가격을 반 값으로 해준다. 내가 간 날이 하필 그 날. 다행히 로스코 전은 한산할 때 천천히 보고 나오는데 갑자기 사람이 많아져서 봤더니 6시가 갓 넘어있었던 시각이었다.



한가람 미술관에 비해서 한산한 허영만 전.. 그치만 나도 문화가 있는 수요일의 헤택을 누리고 싶어서 티켓 구매.

일단 만화면 무조건 재미도 있을 거고.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 전시는 대체적으로 괜찮았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티켓 창구 앞에서 불친절한 아이스크림 집에서 잠시 달달한 것도 먹고.


사진은 거의 못 찍었는데 만화 일러스트와 대사 읽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역시 만화는 재밌어. 게다가 인쇄되기 전의 완전히 깨끗하지 않은 연필선과 수정본, 아이디어 노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 (느낀 점 : 천재는 악필이다. 그래도 캘리그라피처럼 느낌은 있더라.)


영화화 된 [타짜]나 [비트] 등의 비교도 재미있었고 이동기 작가가 그린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거의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전시, 원화를 한 컷씩만 프린트 한 것들은 당장 하나의 팝아트 작품이라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생]의 작가 윤태호가 허영만의 문하생이었다는 건 몰랐었는데.. 역시 좋은 사수를 만나는 건 참 중요한 듯.


편하고 재밌게 봤다. 그 많은 작품을 끊임없이 그려오는 허영만 선생님의 열정에 감동. 역시 창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 가장 충격이 었던 점 : 내가 그렇게 즐겨보았던 [날아라 슈퍼보드]가 허영만 작인줄 꿈에도 몰랐다. 이런 멍청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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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만원이 아니라 29달러(한화 약 3만원) 입니다.


기네스 펠트로는 미국에서 대표적인 비호감 연예인이라고 한다. 인기에 비례해서 안티팬도 있다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같은 것이라지만 대충 들어도 왜 대중이 외면하는지야 알 것 같긴한데... 이해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참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기네스 펠트로의 주요 비호감 죄목은 이거다. 1. 지나친 타국 찬양/ 2.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실력보다 고평가/ 3. 남성편력. 그것도 잘난 남자들과만!/ 4. 나만 잘났어~ 이 평민들아 / 5. 민간요법 퍼트려서 피로감 증가 등등이다. 


나머지는 다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5번에서는 찔끔한다. 나도 한 때.. 아니 지금도 조금 몸에 좋다는 건 다 따라하고 유기농 제품 인증에 좋다는 수퍼푸드를 사겠다고 해외직구 사이트를 들락거렸으니. 효리 언니를 열열히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기네스 펠트로가 우리나라 연예인이었어도 많이 좋아했을 것 같다.


기네스 펠트로가 얼마전에 또 한바탕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뉴욕시가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지급하는 푸드스탬프 (일주일에 29달러)로 생활하는 실험을 해서 블로그에 올려서다. 결과적으론 4일만에 실패했다. 


http://goop.com/my-29-food-stamp-challenge-and-the-recipes-brouhaha-that-ensued/


자신의 블로그에 재료와 3가지 요리 레시피를 올렸다. 24.40 달러가 들었다는 저기 신선한 재료를 보고 있자니 3만원 안되는 돈으로 신선한 아보카도와 라임, 계란 한 판, 비록 한 개 뿐이지만 고구마, 양파, 배추, 토마토, 마늘 등의 채소에 콩 두 종류와 도정 안 된 쌀까지 살 수 있는 그들의 장바구니와 우리의 장바구니를 비교하자 억울함이 밀려왔다. 처음 들었을 땐 우와, 저런 것을 사고 4일이나 3만원으로 버텼단 말이야? 하고 놀라기만 했다. 처음 직구의 세계에서 눈을 뜨고 나서 싼 맛에, 특이한 맛에 오히려 과소비를 했던 그 감정이 다시 튀어나오려고 했다. 


평소 건강식을 지향하는 그녀이기에 빠듯하지만 열심히 꾸린 모양이다. 블로그 글을 짧은 영어실력으로 대충 읽어보니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임금과 저소득층에 대한 통계까지 인용하며 모든 사람이 신선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음을 역설하면서 일주일에 29달러인 푸드 스탬프 제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기부를 요청하며 끝맺은 글 밑에는 이렇게 산 재료로 만든 3가지 레시피를 링크해 놨다.


채식 메뉴이긴 하지만 의외로 맛있어 보인다. 근데 블랙 빈 케이크가 정확히 뭐지? 대충 콩 갈아서 계란으로 부치는 건가.. 


아무튼 유명인사가 화제가 된다는 것은 대게는 칭찬보다 욕이 많은 법이다. 애초에 실패와 성공이 중요하지 않았던 이 도전은.. (사실 실패를 했다는 게 핵심) 욕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왜 파스타와 감자, 우유 등의 저가 식재료를 사지 않았다고 뭇매를 맞았다. 포기하자마자 10만원 짜리 저녁을 사먹었다는데서 진정성 논란에 휩싸인 것 같기도 하고.


뭐 사실 서민들에게나 한 끼에 10만원 짜리 식사가 비싸지 기네스 펠트로에게는 시급보다도 쌀지도 모르는데. 본인은 의식을 못했을 수도.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는지 좋은 평을 못 받았지만 아무튼 화제성은 충분한 것 같다. 남의 나라 푸드 스탬프 제도를 자세히 몰랐던 나도 알게 되었으니. 


아무리 저소득층이라고 해도 탄수화물에 치우친 파스타나 감자만 먹으라는 법은 없다. 물론 푸드 스템프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물어봐야 할 것이겠지만 특히 미국같이 비만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큰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식생활에 대한 교육도 필요할텐데... 


이게 꼭 남의 나라 이야기도 아닌게 계속 말이 많았던 무상급식 등등 저소득층 지원은 한참 모자라니까. 참 멋지게 말하고 싶은데 모르는 게 넘 많아서 건드리지를 못하겠다. 내 앞가림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게 좀 변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성한다...ㅠㅠ











앞으로도 별로 살 의사는 없지만 기네스 펠트로가 낸 책이다. 팬이라면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요즘 찍은 영화에서는 별 임팩트는 없는 것 같은데 [슬라이딩 도어즈]나 [위대한 유산]에서는 꽤 매력적이었다. [리플리]에서도 약간 깍쟁이같으면서도 따뜻한 여자 느낌으로 나름 순정적인 여자역도 잘했던 것 같고... [실비아]에서도 우울한 시인 역할을 잘 했던 것 같은데 왠지 액션 영화나 규모가 큰 재난 영화에서는 기네스 펠트로의 마른 몸이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봤어도 기억이 잘 안 난다.











내 꿈 중의 하나는 파워블로거다. 누가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가장 빠르게 대답한다. 유명세 덕에 홈페이지를 아주 깔끔하게 잘 꾸린 것도 부럽고 광고가 붙는 것도 부럽지만 가장 부러운 것은 테이블 세팅 실력과 사진 기술이다. 조금 과대평가 되있다고 해도 배우 생활이 몇 년인데.. 사진도 감각적으로 찍고 있고. 뭔가 킨포크 표지 느낌의 하얗고 깨끗한 감각적인 사진으로 당장 잡지에 실려도 손색이 없다. 파워블로거를 보면 사진 찍는 실력도 장난아니고 방문자수에 힘 입어서 화장품 실력이든 요리 실력이든 포토샵 실력이든 (+ 자금력이든) 뭐든 엄청나다. 이것도 빈익빈 부익부... 포스팅을 해도 방문자수가 없는 내 네이버 블로그를 생각하니 화가난다. 뭘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거니, 파워블로거.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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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잘하는 재능은 다른 사람을 고기 다지듯이 야들야들하게 만들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그렇다. 영화 [에스토마고]의 주인공 노나토는 처음부터 감옥에 갖힌다. 야생마같은 죄수들 사이에서 어수룩해 보이는 노나토의 눈동자는 떨린다. 외형에서부터 기가 눌린 그의 서열은 당연히 맨 아래. 그는 땅바닥에서 잠을 청한다. 바닥에서 생활하는 것은 죄수들의 발냄새와 땅에서 올라오는 냄새, 냉기로 괴롭다. 게다가 맛없고 멋없는, 벌레까지 들끓는 그네들식의 콩밥까지. 노나토의 죄수 생활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노나토는 밖에서의 생활을 떠올린다. 시골에서 무일푼으로 상경한 그는 무전취식으로 허름한 카페에 취직하게 된다. 카페라기 보단 휴게소같은 느낌이지만. 설거지에 숙식을 제공받은 그는 주인에 지시에 따라 튀김을 만들고 자신만의 치킨 고로케를 만든다. 그가 만든 치킨 고로케는 최고의 맛이다. 고약한 주인은 노나토가 시골에서 온 순진무구한 청년이란 걸 알고 보너스를 주겠다는 약속만 하고 무급으로 그를 부려먹기만 한다. 손님이 바글바글한 어느 날, 거리의 여자 이리아는 그 곳에 온다. 육감적이게 생긴 이 언니는 노나토가 만든 치킨 고로케를 거의 삼키다시피하며 게걸스럽게 먹는다. 따뜻하고 맛있는 것이 속으로 들어가자 한 껏 부드러워진 이리나는 노나토와 이야기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만큼만 요리를 했으면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텐데."


감옥 한 구석에서 비위상하는 음식을 먹던 죄수들의 불평에 노나토는 갑자기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 로즈마리와 후추만 치면 맛이 아주 훌륭해질거에요!" 노나토에게 관심도 없던 죄수들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의 이름을 묻는다. 노나토는 그들에게 로즈마리, 후추, 양파만 구해주면 자기가 맛있는 음식을 하겠다고 자신한다. 다음 날 재능을 한껏부려 맛있는 음식을 해준 노나토는 이제 그 방에서 '로즈마리'로 불리며 1층 침대를 차지하게 된다.


다시 사회에 있는 노나토. 갑자기 손님이 바글바글해진 노상카페에 기름지게 생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주인 지오바니가 방문한다. 노나토의 음식을 먹고 그를 한번에 스카웃 하는 지오바니는 약간 상술에 찌들었지만 마음씨 좋은 호방한 쉐프였다. 시장까지 데려가서 노나토에게 산교육을 시켜주었고 어수룩한 노나토는 요리 실력을 쌓아가게 된다. 실력이 쌓이는만큼 이리아에 대한 감정은 무르익지만 대체로 '내가 아니고 내 몸만 사랑하는' 남자들처럼 이리아는 '노나토가 아닌 노나토가 해주는' 음식만을 원한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경멸받는 만인의 연인인 이리아는 거리와 술집을 돌아다니며 여성을 팔아 생활하면서 노나토를 자신의 클럽에 끌고 간다. 어수룩한 줄 알았던 이 남자는 남자들 앞에서 섹시한 쇼를 선보이는(정말 라틴 언니들의 육감적인 모습이란... 여자임에도 입이 떡벌어진다) 이리아를 보자 술을 마구 들이키고 못된 주사를 부리며 난동을 부리다 어깨 아저씨들한테 흠씬 두들겨 맞는다. 


자신에게 순정을 바치는 노나토가 귀엽긴 하지만 이리아는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인 키스도 허용하지 않는다. 거의 음식만이 인생에 유일한 즐거움인 것같은 이리아는 노나토를 이용하며 거의 [봄날의 간다]의 이영애처럼 "라면이나 끓이게" 한다. 하긴 엄밀히 말하면 몸을 팔아 먹고 사는 여자에게 음식을 주는 남자나 돈을 주는 남자나 아주 다를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시골에서 올라온 남자 노나토는 자신의 음식을 탐스럽게 먹는 매력적인 이리아에게 푹 빠져서 프로포즈까지 한다. 먹던 게 얹힐 정도로 깜짝 놀란 이리아. 이리아는 점점 노나토를 피하고 거리에서 이리아를 찾아다니던 노나토는 우연히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에 불이 켜진 걸 발견하고 이상하게 생각해서 주방에 들어간다.


한편, 로즈마리 노나토는 대빵인 부쥬의 비호를 받으면서 요리를 시작하고 존재감을 알리며 슬슬 계급을 높혀간다. 험한 그들도 맛있는 요리 앞에서는 나약해지는 존재라 유들유들해진다. 다만 가끔 너무 아는 것이 없어 아무리 설명을 해도 곰팡이가 핀 별미 치즈 고르곤졸라를 못 받아들이거나 어려운 재료 이름을 대면 눈을 부라리는 습성이 있다. 계급이 높아지는 어수룩한 노나토가 마음에 안 들은 죄수들은 노나토를 이간질하고 개미요리를 하게 만든다. 맛있게 먹던 부쥬가 재료를 알자마자 무자비하게 노나토를 짓밟고 권위를 땅에 떨어뜨린다. 다시 속에서 복수의 악마가 자라는 노나토. 하지만 힘없는 그는 참을 뿐이다.


다시 장면은 주방으로 돌아온다. 홀에 불이 켜진 것이 이상한 레스토랑. 주방에서 슬쩍 본 관경은 그를 너무도 슬프게 한다. 바로 그의 스승이자 상사인 지오바니와 이리아가 훌륭한 식사를 하고 있는 것. 고르곤졸라 치즈와 토마토를 곁들인 샐러드를 먹는데 열중하던 그녀는 지오바니의 훌륭한 음식에 후한 점수를 주기로 했는지, 아니면 진짜로 마음을 주기로 했는지 격정적인 키스를 시작한다. 즐거운 분위기로 침실로 향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노나토는 상사의 환갑기념으로 아껴놓은 와인을 들이키며 난폭해진다. 분노가 쌓인 노나토는 끝내 자신에게 입술을 허락하지 않은 이리아의 다른 부분을 얻으려 한다. 그가 제일 잘 하는 방식으로.. 그는 이리아의 매력적인 살점 몇 그램을 말 그대로 요리한다. 

 

어찌되었건 능력있는 부쥬는 노나토가 요구하는 어떤 재료도 구해준다. 대충 편안한 생활을 하던 노나토는 어느 날 부쥬의 제안을 받는다. 엣세테라는 큰형님이 오게 되는데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으니 맛있는 요리를 해달라고. 아주 큰 돈을 써서라도 그에게는 대접할 가치가 있으니 하루에 교도소 부엌을 쓰게 해줄테니 무조건 요리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라고 말한다. 갑자기 온 기회에 최선을 다해서 요리하는 노나토. 하지만 보스의 이해심은 많이 딸리고 조수들은 요리를 덜 익히거나 너무 익히거나 해서 노나토의 목숨을 위협한다. 하지만 새끼 돼지 요리까지 선보이며 모두를 감동시키는 재능많은 노나토는 부쥬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먹인다. 그날밤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쥬는 들 것에 실려나가서 죽게된다. 노나토는 부쥬의 맨 위 3층 침대를 차지하고 안락한 윗공기를 마신다. 이제 별 무서울 게 없는 이 남자는 또 다른 야심을 품는다. 큰형님은 편안하게 독방에서 생활하신다고? 그거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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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노나토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해서 교도소 안과 밖에서 일하던 주방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교도소 안에서 요리를 시작하면서 중요한 재료인 마늘, 양파, 고르곤졸라 치즈, 술에 넣어 풍미를 좋게하는 앙고스투라 등을 설명하면서 사회 밖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로 장면이 바뀐다. 무진장 에로틱하고 음식과 살인, 피를 마구 보여주며 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이 영화는 온갖 색정적인 연출에도 밝은 분위기 때문인지 어수룩한 등장인물들 때문인지 거부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영화가 끝나고 생각나는 장면이 말만 들었던 카니발리즘을 구현한 씬도 아니었고 충격적인 스트립쇼를 펼친 장면이 아니었다. 몸 파는 여자 이리아가 음식을 꿀꺽꿀꺽 넘기며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만 떠오른다. 식탁 예절에 어긋나게 치킨 고로케를 먹으면서 내용물이 다 보이게 얘기를 하거나 한밤중에 몰래 나와서 벗은 몸으로 냉장고를 염탐하거나 관계를 가지면서도 정신없이 토마토 펜네를 먹는 장면. 옆에서 정신없이 애무하는 남자도 신경쓰지 않고 음식에만 집중하는 이리아의 음식에 대한 집념이 병적으로 느껴졌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취직한 노나토의 주방에 오자마자 올리브같은 걸 찾아서 한주먹씩 먹고 시장에서 시식으로 주는 포도에 정신이 팔린 이리아의 반짝이는 눈빛과 노나토를 정신 나가게 만든, 지오바니가 준 생 햄을 혓바닥으로 배웅하며 먹고 노나토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키스를 하는 장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혀가 살아 있는 생물같기도 하고... 하여간 무지 동물적인 씬이었다.


음식을 몸 안으로 사정없이 밀어넣듯이 음식을 탐하는 이리아의 모습에서 어떤 슬픈 감정이 마구 느껴졌다. 신기한 것은 이리아를 연기한 배우가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도 정말 섹시하고 건강해보였다는 점. 천박해 보이게 화장을 하고 옷을 입어도 배우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육감적인 사랑과 성매매 산업에 큰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보지 않기를 권한다. 또 피가 낭자한 충격적인 살인의 현장을 못 보시는 분들도 시청 자제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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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브라질 등에서 제작되어서 이들이 쓰는 말을 들어도 스페인어인지 포르투갈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인 estómago 는 스페인어로 1.위(胃)/ 2.  [구어] (불쾌감에 대한) 참음, 참고 견딤, 인내/  3. 도덕성 결여 의 뜻이있다. 포르투갈어도 대체로 비슷한 뜻인 것 같다. 영화 내용상으로 보면 다 해당이 된다. 사전을 찾아 보고 작명 센스의 훌륭함에 감동 받았으니 이들 언어권 사람들이 영화 제목을 보면 감탄사로 머리를 탁 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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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영화 : 라따뚜이. 


왜?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쥐돌이 레미는 재능없는 링귀니를 죄의식없이 마구 이용하며 자신의 꿈을 펼친다. 크게 다른 점은 어쨌든 아무도 피해본 사람이 없이 레미의 음식에 감동받은 사람이 많았다는 것. 게다가 한 청년의 일자리까지 보장했으니... 이것이야 말로 진정 착한 쥐가 아니겠느냐!


디즈니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점을 비난한다. 태어날 때부터 주인공이 정해져있는 결말이 싫다고. 이 점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이런 점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비상했던 사람이 거물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깐. (그렇다고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건 아니고)


하지만 나는 디즈니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건 바로 동화같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아름답고 재능있는 주인공들은 자신의 장점을 모두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데에만 사용하니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남을 배려하고 아름다운 심성을 가질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면 디즈니는 충분히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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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토의 엽기적인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예전에 읽었던 [엉덩이의 재발견]이란 책이 생각났다.


여러 에피소드 중 <카니발> 장면에서 이미 아는 사람은 아는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인인 이세이 사가와라는 사람이 젊은 시절 파리에서 네덜란드 여대생을 죽여서 엉덩이를 먹은 체험이 소개되었다. 이 소름끼치는 이야기는 이미 너무도 유명해서 isei sagawa라고만 치면 일본어든 영어든 위키페디아까지 소개되었다. 


심약한 사람은 시청 금지!!!! 음성만 듣고 있다가 잠깐 보고 진짜 놀랐다. 그리고 끔찍스러운 그림도. 저 여성의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https://www.youtube.com/watch?v=BosZxa1bYcE


찾아보니 인터뷰까지 있군. <Interview with Cannibal>이라는 제목이다. 보고 있자니 담담하게 고백하는 어조가 분노를 일으킨다. 어떻게 저런 계획적인 살인을... 잘난 아버지를 만나 로비로 구해진 케이스. 정말 열받는다. 발췌된 부분만 읽어도 책에서도 언급한 것 같지만 집안 분위기와 자신이 왜 성에 대해 뒤틀린 인식을 갖게 되었는지, 동성애 성향, 자신의 외적 콤플렉스 때문에 서양 여성을 동경하게 된 것 같다는 둥의 변명조의 고백을 한다. 


이 천벌받을 자식은 살인과 인육섭취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개 속에서>라는 책을 냈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번역되어 있지 않다. 원서도 알라딘에서는 안 파는 것 같고. 아마존 재팬에서 이 사람 작품을 치면 인육과 살인에 대한 책이 관련있는 책으로 나온다. 


[엉덩이의 재발견]이란 책이 엉덩이를 주제로 다뤄서 거의 모든 장이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 에피소드는 더 기억이 선명했다. 아무튼 저 인간의 살인에 대한 변명을 조금은 들어보자.


"살을 먹는다는 것은 사랑의 더욱 완성된 표현입니다.나는 그녀의 실존을 느끼고 싶었어요. 그녀의 맛을 보고 싶었단 말입니다. 피부 거죽의 안쪽, 그 고기 맛을 보고 싶어졌어요." p. 81


가끔 표현의 자유의 무한정에 회의를 느낄때가 있다. 바로 이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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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4-20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정말 탁월하네요. 제목이 탁월하면 확실히 공들인 티가 납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5-04-20 13:5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포스팅은 질보단 양으로 승부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