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예술의 전당에 벼르고 벼르던 마크 로스코 전을 보러갔다. 비가 추적추척 와서 미술관 가기는 알맞은 날씨였다. 미술관에 가는 도중 드물게 기쁜 일이 생겨서 '아 내가 눈물을 쫄쫄 못 흘리는 얄팍한 사람이면 어떡하지..'같은 걱정을 했다. (결과 : 눈물 안 흘림)


전시는 로스토 작품의 일대기 순으로 전시 되었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나 황금기였고 그곳까지 흘러나왔던 클래식 음악의 정체가 궁금했다. 왠지 매우 유명한 것 같은데 나만 모르는 그런 곡.. 아닐까 한다.


작은 도판에서 봤던 떨떠름함(대부분 현대 미술에서 느끼는 것과 같이)을 실제 큰 그림과 마주하게 되면 정적이고 명상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유명한 작품은 역시 다르고 미묘한 색상의 차이와 아름다운 색조합에서 느껴지는 슬픈 감정도 정작 왜 그런지 몰라서 종교적인 느낌에 휩싸이게 되더라..


전시회장은 의자도 놓여있고 로스코 얼굴이 쪼그맣게 붙어있는 라텍스 방석도 놓여있어 관객에게 편안히 앉아서 감상에 잠기라고 한다. 특히 그가 평생의 숙원 사업으로 여겼던 로스트 채플은, 물론 그 날 기분이 방방 떠 있었긴 했지만, 검정과 회색만으로 이뤄진 그림 여러 점과 아름다운 성가에 둘러싸여 감상하고 있으려니 뭔지 모르게 무서운 느낌이 났다. 아마 이 날 슬픈 감정을 안고 간 사람이라면 오히려 위로를 느꼈을 수도 있겠다.   


사진을 찍을 수게 허락해 준 작품 두 개 중 하나.(카메라는 안 되고 오직 휴대폰으로만 촬영가능) 



휴대폰 카메라라서 색감을 잘 담지를 못했다. 실제로 보면 정말 불타오르는 강렬한 빨강색인 작품. 로스코가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이다. 옆에 에피소드를 적은 글을 보니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간직한 어머니인 --가 이 그림을 보고 오열하며 "그를 구해줘야 돼요!!" 소리쳤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통찰력까지는 없지만 그림을 보고 있으니 심장이 마구 뛰는 경험을 했다.


비극에 심취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로스코는 죽음을 검정색으로 표현했는데 평생 자기 연민에 시달리고 우울증으로 괴로워했던 로스코가 죽음을 생각하는 마지막에 그렸던 색이 강렬한 빨강색이라는 게 이상했다. 것도 무지 선동적인 빨강색이라니.



마지막 작품은 요렇게 따로 전시.


<마티스- 붉은 스튜디오>


로스코는 마티스를 무지 사랑했다고 하는데 이 그림이 전시되었을 때는 매일가서 이 그림을 보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생명력있는 빨강이 너무 아름다웠지만 나중에는 슬퍼서 볼 수 없었다고 하는데.. 색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그의 일화로 봐도 되려나.












전에 서평단 하면서 읽었던 [예술, 상처를 말하다]중의 로스코 에피소드를 한 번 더 읽었다. 국내에서 로스코 전시가 이번에 첫번째는 아니었었구나.. 그리고 힘겹게 살다간 예술가들이 너무 많아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갔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음에도 자존감이 낮아서 누군가의 칭찬을 계속 갈구했던 로스코의 최후는 스스로 동맥을 끊어서 피를 철철흘리는 것이었다. 아 그래서 마지막 작품에 저렇게 선명한 빨간색을 썼었나? 그리 생각하니 뭔가 좀 섬뜩하다.


미술관을 나오면 꼭 사고 싶게 만드는 전시 용품 중에 이번에는 라텍스 방석과 깔끔하게 알파벳으로 이름만 써진 에코백을 조금 사고 싶었는데 가까스로 참았다. 그리고 강신주가 쓴 [마크 로스코]도 떡하니 놓여져 있었는데 무게감과 아무래도 정적인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기분이 차분해지기에 지름신도 조용해서 잠시 뒤적이다 나왔다.


그리고 미술 전문 출판사 마로니에 북스에서 나온 마크 로스코 도판도 소장용으로 한 권쯤 있어도 좋을 듯하다.  


* 전시 내내 궁금했던 점 : 미술 복원 작업은 미켈란젤로 작품이 쉬울까 아님 로스코 작품이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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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에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는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고 해서 오후 6시 부터 티켓 가격을 반 값으로 해준다. 내가 간 날이 하필 그 날. 다행히 로스코 전은 한산할 때 천천히 보고 나오는데 갑자기 사람이 많아져서 봤더니 6시가 갓 넘어있었던 시각이었다.



한가람 미술관에 비해서 한산한 허영만 전.. 그치만 나도 문화가 있는 수요일의 헤택을 누리고 싶어서 티켓 구매.

일단 만화면 무조건 재미도 있을 거고.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 전시는 대체적으로 괜찮았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티켓 창구 앞에서 불친절한 아이스크림 집에서 잠시 달달한 것도 먹고.


사진은 거의 못 찍었는데 만화 일러스트와 대사 읽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역시 만화는 재밌어. 게다가 인쇄되기 전의 완전히 깨끗하지 않은 연필선과 수정본, 아이디어 노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 (느낀 점 : 천재는 악필이다. 그래도 캘리그라피처럼 느낌은 있더라.)


영화화 된 [타짜]나 [비트] 등의 비교도 재미있었고 이동기 작가가 그린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거의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전시, 원화를 한 컷씩만 프린트 한 것들은 당장 하나의 팝아트 작품이라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생]의 작가 윤태호가 허영만의 문하생이었다는 건 몰랐었는데.. 역시 좋은 사수를 만나는 건 참 중요한 듯.


편하고 재밌게 봤다. 그 많은 작품을 끊임없이 그려오는 허영만 선생님의 열정에 감동. 역시 창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 가장 충격이 었던 점 : 내가 그렇게 즐겨보았던 [날아라 슈퍼보드]가 허영만 작인줄 꿈에도 몰랐다. 이런 멍청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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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만원이 아니라 29달러(한화 약 3만원) 입니다.


기네스 펠트로는 미국에서 대표적인 비호감 연예인이라고 한다. 인기에 비례해서 안티팬도 있다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같은 것이라지만 대충 들어도 왜 대중이 외면하는지야 알 것 같긴한데... 이해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참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기네스 펠트로의 주요 비호감 죄목은 이거다. 1. 지나친 타국 찬양/ 2.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실력보다 고평가/ 3. 남성편력. 그것도 잘난 남자들과만!/ 4. 나만 잘났어~ 이 평민들아 / 5. 민간요법 퍼트려서 피로감 증가 등등이다. 


나머지는 다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5번에서는 찔끔한다. 나도 한 때.. 아니 지금도 조금 몸에 좋다는 건 다 따라하고 유기농 제품 인증에 좋다는 수퍼푸드를 사겠다고 해외직구 사이트를 들락거렸으니. 효리 언니를 열열히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기네스 펠트로가 우리나라 연예인이었어도 많이 좋아했을 것 같다.


기네스 펠트로가 얼마전에 또 한바탕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뉴욕시가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지급하는 푸드스탬프 (일주일에 29달러)로 생활하는 실험을 해서 블로그에 올려서다. 결과적으론 4일만에 실패했다. 


http://goop.com/my-29-food-stamp-challenge-and-the-recipes-brouhaha-that-ensued/


자신의 블로그에 재료와 3가지 요리 레시피를 올렸다. 24.40 달러가 들었다는 저기 신선한 재료를 보고 있자니 3만원 안되는 돈으로 신선한 아보카도와 라임, 계란 한 판, 비록 한 개 뿐이지만 고구마, 양파, 배추, 토마토, 마늘 등의 채소에 콩 두 종류와 도정 안 된 쌀까지 살 수 있는 그들의 장바구니와 우리의 장바구니를 비교하자 억울함이 밀려왔다. 처음 들었을 땐 우와, 저런 것을 사고 4일이나 3만원으로 버텼단 말이야? 하고 놀라기만 했다. 처음 직구의 세계에서 눈을 뜨고 나서 싼 맛에, 특이한 맛에 오히려 과소비를 했던 그 감정이 다시 튀어나오려고 했다. 


평소 건강식을 지향하는 그녀이기에 빠듯하지만 열심히 꾸린 모양이다. 블로그 글을 짧은 영어실력으로 대충 읽어보니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임금과 저소득층에 대한 통계까지 인용하며 모든 사람이 신선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음을 역설하면서 일주일에 29달러인 푸드 스탬프 제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기부를 요청하며 끝맺은 글 밑에는 이렇게 산 재료로 만든 3가지 레시피를 링크해 놨다.


채식 메뉴이긴 하지만 의외로 맛있어 보인다. 근데 블랙 빈 케이크가 정확히 뭐지? 대충 콩 갈아서 계란으로 부치는 건가.. 


아무튼 유명인사가 화제가 된다는 것은 대게는 칭찬보다 욕이 많은 법이다. 애초에 실패와 성공이 중요하지 않았던 이 도전은.. (사실 실패를 했다는 게 핵심) 욕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왜 파스타와 감자, 우유 등의 저가 식재료를 사지 않았다고 뭇매를 맞았다. 포기하자마자 10만원 짜리 저녁을 사먹었다는데서 진정성 논란에 휩싸인 것 같기도 하고.


뭐 사실 서민들에게나 한 끼에 10만원 짜리 식사가 비싸지 기네스 펠트로에게는 시급보다도 쌀지도 모르는데. 본인은 의식을 못했을 수도.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는지 좋은 평을 못 받았지만 아무튼 화제성은 충분한 것 같다. 남의 나라 푸드 스탬프 제도를 자세히 몰랐던 나도 알게 되었으니. 


아무리 저소득층이라고 해도 탄수화물에 치우친 파스타나 감자만 먹으라는 법은 없다. 물론 푸드 스템프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물어봐야 할 것이겠지만 특히 미국같이 비만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큰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식생활에 대한 교육도 필요할텐데... 


이게 꼭 남의 나라 이야기도 아닌게 계속 말이 많았던 무상급식 등등 저소득층 지원은 한참 모자라니까. 참 멋지게 말하고 싶은데 모르는 게 넘 많아서 건드리지를 못하겠다. 내 앞가림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게 좀 변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성한다...ㅠㅠ











앞으로도 별로 살 의사는 없지만 기네스 펠트로가 낸 책이다. 팬이라면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요즘 찍은 영화에서는 별 임팩트는 없는 것 같은데 [슬라이딩 도어즈]나 [위대한 유산]에서는 꽤 매력적이었다. [리플리]에서도 약간 깍쟁이같으면서도 따뜻한 여자 느낌으로 나름 순정적인 여자역도 잘했던 것 같고... [실비아]에서도 우울한 시인 역할을 잘 했던 것 같은데 왠지 액션 영화나 규모가 큰 재난 영화에서는 기네스 펠트로의 마른 몸이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봤어도 기억이 잘 안 난다.











내 꿈 중의 하나는 파워블로거다. 누가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가장 빠르게 대답한다. 유명세 덕에 홈페이지를 아주 깔끔하게 잘 꾸린 것도 부럽고 광고가 붙는 것도 부럽지만 가장 부러운 것은 테이블 세팅 실력과 사진 기술이다. 조금 과대평가 되있다고 해도 배우 생활이 몇 년인데.. 사진도 감각적으로 찍고 있고. 뭔가 킨포크 표지 느낌의 하얗고 깨끗한 감각적인 사진으로 당장 잡지에 실려도 손색이 없다. 파워블로거를 보면 사진 찍는 실력도 장난아니고 방문자수에 힘 입어서 화장품 실력이든 요리 실력이든 포토샵 실력이든 (+ 자금력이든) 뭐든 엄청나다. 이것도 빈익빈 부익부... 포스팅을 해도 방문자수가 없는 내 네이버 블로그를 생각하니 화가난다. 뭘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거니, 파워블로거.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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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잘하는 재능은 다른 사람을 고기 다지듯이 야들야들하게 만들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그렇다. 영화 [에스토마고]의 주인공 노나토는 처음부터 감옥에 갖힌다. 야생마같은 죄수들 사이에서 어수룩해 보이는 노나토의 눈동자는 떨린다. 외형에서부터 기가 눌린 그의 서열은 당연히 맨 아래. 그는 땅바닥에서 잠을 청한다. 바닥에서 생활하는 것은 죄수들의 발냄새와 땅에서 올라오는 냄새, 냉기로 괴롭다. 게다가 맛없고 멋없는, 벌레까지 들끓는 그네들식의 콩밥까지. 노나토의 죄수 생활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노나토는 밖에서의 생활을 떠올린다. 시골에서 무일푼으로 상경한 그는 무전취식으로 허름한 카페에 취직하게 된다. 카페라기 보단 휴게소같은 느낌이지만. 설거지에 숙식을 제공받은 그는 주인에 지시에 따라 튀김을 만들고 자신만의 치킨 고로케를 만든다. 그가 만든 치킨 고로케는 최고의 맛이다. 고약한 주인은 노나토가 시골에서 온 순진무구한 청년이란 걸 알고 보너스를 주겠다는 약속만 하고 무급으로 그를 부려먹기만 한다. 손님이 바글바글한 어느 날, 거리의 여자 이리아는 그 곳에 온다. 육감적이게 생긴 이 언니는 노나토가 만든 치킨 고로케를 거의 삼키다시피하며 게걸스럽게 먹는다. 따뜻하고 맛있는 것이 속으로 들어가자 한 껏 부드러워진 이리나는 노나토와 이야기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만큼만 요리를 했으면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텐데."


감옥 한 구석에서 비위상하는 음식을 먹던 죄수들의 불평에 노나토는 갑자기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 로즈마리와 후추만 치면 맛이 아주 훌륭해질거에요!" 노나토에게 관심도 없던 죄수들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의 이름을 묻는다. 노나토는 그들에게 로즈마리, 후추, 양파만 구해주면 자기가 맛있는 음식을 하겠다고 자신한다. 다음 날 재능을 한껏부려 맛있는 음식을 해준 노나토는 이제 그 방에서 '로즈마리'로 불리며 1층 침대를 차지하게 된다.


다시 사회에 있는 노나토. 갑자기 손님이 바글바글해진 노상카페에 기름지게 생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주인 지오바니가 방문한다. 노나토의 음식을 먹고 그를 한번에 스카웃 하는 지오바니는 약간 상술에 찌들었지만 마음씨 좋은 호방한 쉐프였다. 시장까지 데려가서 노나토에게 산교육을 시켜주었고 어수룩한 노나토는 요리 실력을 쌓아가게 된다. 실력이 쌓이는만큼 이리아에 대한 감정은 무르익지만 대체로 '내가 아니고 내 몸만 사랑하는' 남자들처럼 이리아는 '노나토가 아닌 노나토가 해주는' 음식만을 원한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경멸받는 만인의 연인인 이리아는 거리와 술집을 돌아다니며 여성을 팔아 생활하면서 노나토를 자신의 클럽에 끌고 간다. 어수룩한 줄 알았던 이 남자는 남자들 앞에서 섹시한 쇼를 선보이는(정말 라틴 언니들의 육감적인 모습이란... 여자임에도 입이 떡벌어진다) 이리아를 보자 술을 마구 들이키고 못된 주사를 부리며 난동을 부리다 어깨 아저씨들한테 흠씬 두들겨 맞는다. 


자신에게 순정을 바치는 노나토가 귀엽긴 하지만 이리아는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인 키스도 허용하지 않는다. 거의 음식만이 인생에 유일한 즐거움인 것같은 이리아는 노나토를 이용하며 거의 [봄날의 간다]의 이영애처럼 "라면이나 끓이게" 한다. 하긴 엄밀히 말하면 몸을 팔아 먹고 사는 여자에게 음식을 주는 남자나 돈을 주는 남자나 아주 다를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시골에서 올라온 남자 노나토는 자신의 음식을 탐스럽게 먹는 매력적인 이리아에게 푹 빠져서 프로포즈까지 한다. 먹던 게 얹힐 정도로 깜짝 놀란 이리아. 이리아는 점점 노나토를 피하고 거리에서 이리아를 찾아다니던 노나토는 우연히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에 불이 켜진 걸 발견하고 이상하게 생각해서 주방에 들어간다.


한편, 로즈마리 노나토는 대빵인 부쥬의 비호를 받으면서 요리를 시작하고 존재감을 알리며 슬슬 계급을 높혀간다. 험한 그들도 맛있는 요리 앞에서는 나약해지는 존재라 유들유들해진다. 다만 가끔 너무 아는 것이 없어 아무리 설명을 해도 곰팡이가 핀 별미 치즈 고르곤졸라를 못 받아들이거나 어려운 재료 이름을 대면 눈을 부라리는 습성이 있다. 계급이 높아지는 어수룩한 노나토가 마음에 안 들은 죄수들은 노나토를 이간질하고 개미요리를 하게 만든다. 맛있게 먹던 부쥬가 재료를 알자마자 무자비하게 노나토를 짓밟고 권위를 땅에 떨어뜨린다. 다시 속에서 복수의 악마가 자라는 노나토. 하지만 힘없는 그는 참을 뿐이다.


다시 장면은 주방으로 돌아온다. 홀에 불이 켜진 것이 이상한 레스토랑. 주방에서 슬쩍 본 관경은 그를 너무도 슬프게 한다. 바로 그의 스승이자 상사인 지오바니와 이리아가 훌륭한 식사를 하고 있는 것. 고르곤졸라 치즈와 토마토를 곁들인 샐러드를 먹는데 열중하던 그녀는 지오바니의 훌륭한 음식에 후한 점수를 주기로 했는지, 아니면 진짜로 마음을 주기로 했는지 격정적인 키스를 시작한다. 즐거운 분위기로 침실로 향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노나토는 상사의 환갑기념으로 아껴놓은 와인을 들이키며 난폭해진다. 분노가 쌓인 노나토는 끝내 자신에게 입술을 허락하지 않은 이리아의 다른 부분을 얻으려 한다. 그가 제일 잘 하는 방식으로.. 그는 이리아의 매력적인 살점 몇 그램을 말 그대로 요리한다. 

 

어찌되었건 능력있는 부쥬는 노나토가 요구하는 어떤 재료도 구해준다. 대충 편안한 생활을 하던 노나토는 어느 날 부쥬의 제안을 받는다. 엣세테라는 큰형님이 오게 되는데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으니 맛있는 요리를 해달라고. 아주 큰 돈을 써서라도 그에게는 대접할 가치가 있으니 하루에 교도소 부엌을 쓰게 해줄테니 무조건 요리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라고 말한다. 갑자기 온 기회에 최선을 다해서 요리하는 노나토. 하지만 보스의 이해심은 많이 딸리고 조수들은 요리를 덜 익히거나 너무 익히거나 해서 노나토의 목숨을 위협한다. 하지만 새끼 돼지 요리까지 선보이며 모두를 감동시키는 재능많은 노나토는 부쥬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먹인다. 그날밤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쥬는 들 것에 실려나가서 죽게된다. 노나토는 부쥬의 맨 위 3층 침대를 차지하고 안락한 윗공기를 마신다. 이제 별 무서울 게 없는 이 남자는 또 다른 야심을 품는다. 큰형님은 편안하게 독방에서 생활하신다고? 그거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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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노나토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해서 교도소 안과 밖에서 일하던 주방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교도소 안에서 요리를 시작하면서 중요한 재료인 마늘, 양파, 고르곤졸라 치즈, 술에 넣어 풍미를 좋게하는 앙고스투라 등을 설명하면서 사회 밖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로 장면이 바뀐다. 무진장 에로틱하고 음식과 살인, 피를 마구 보여주며 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이 영화는 온갖 색정적인 연출에도 밝은 분위기 때문인지 어수룩한 등장인물들 때문인지 거부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영화가 끝나고 생각나는 장면이 말만 들었던 카니발리즘을 구현한 씬도 아니었고 충격적인 스트립쇼를 펼친 장면이 아니었다. 몸 파는 여자 이리아가 음식을 꿀꺽꿀꺽 넘기며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만 떠오른다. 식탁 예절에 어긋나게 치킨 고로케를 먹으면서 내용물이 다 보이게 얘기를 하거나 한밤중에 몰래 나와서 벗은 몸으로 냉장고를 염탐하거나 관계를 가지면서도 정신없이 토마토 펜네를 먹는 장면. 옆에서 정신없이 애무하는 남자도 신경쓰지 않고 음식에만 집중하는 이리아의 음식에 대한 집념이 병적으로 느껴졌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취직한 노나토의 주방에 오자마자 올리브같은 걸 찾아서 한주먹씩 먹고 시장에서 시식으로 주는 포도에 정신이 팔린 이리아의 반짝이는 눈빛과 노나토를 정신 나가게 만든, 지오바니가 준 생 햄을 혓바닥으로 배웅하며 먹고 노나토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키스를 하는 장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혀가 살아 있는 생물같기도 하고... 하여간 무지 동물적인 씬이었다.


음식을 몸 안으로 사정없이 밀어넣듯이 음식을 탐하는 이리아의 모습에서 어떤 슬픈 감정이 마구 느껴졌다. 신기한 것은 이리아를 연기한 배우가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도 정말 섹시하고 건강해보였다는 점. 천박해 보이게 화장을 하고 옷을 입어도 배우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육감적인 사랑과 성매매 산업에 큰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보지 않기를 권한다. 또 피가 낭자한 충격적인 살인의 현장을 못 보시는 분들도 시청 자제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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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브라질 등에서 제작되어서 이들이 쓰는 말을 들어도 스페인어인지 포르투갈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인 estómago 는 스페인어로 1.위(胃)/ 2.  [구어] (불쾌감에 대한) 참음, 참고 견딤, 인내/  3. 도덕성 결여 의 뜻이있다. 포르투갈어도 대체로 비슷한 뜻인 것 같다. 영화 내용상으로 보면 다 해당이 된다. 사전을 찾아 보고 작명 센스의 훌륭함에 감동 받았으니 이들 언어권 사람들이 영화 제목을 보면 감탄사로 머리를 탁 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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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영화 : 라따뚜이. 


왜?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쥐돌이 레미는 재능없는 링귀니를 죄의식없이 마구 이용하며 자신의 꿈을 펼친다. 크게 다른 점은 어쨌든 아무도 피해본 사람이 없이 레미의 음식에 감동받은 사람이 많았다는 것. 게다가 한 청년의 일자리까지 보장했으니... 이것이야 말로 진정 착한 쥐가 아니겠느냐!


디즈니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점을 비난한다. 태어날 때부터 주인공이 정해져있는 결말이 싫다고. 이 점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이런 점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비상했던 사람이 거물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깐. (그렇다고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건 아니고)


하지만 나는 디즈니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건 바로 동화같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아름답고 재능있는 주인공들은 자신의 장점을 모두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데에만 사용하니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남을 배려하고 아름다운 심성을 가질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면 디즈니는 충분히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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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토의 엽기적인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예전에 읽었던 [엉덩이의 재발견]이란 책이 생각났다.


여러 에피소드 중 <카니발> 장면에서 이미 아는 사람은 아는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인인 이세이 사가와라는 사람이 젊은 시절 파리에서 네덜란드 여대생을 죽여서 엉덩이를 먹은 체험이 소개되었다. 이 소름끼치는 이야기는 이미 너무도 유명해서 isei sagawa라고만 치면 일본어든 영어든 위키페디아까지 소개되었다. 


심약한 사람은 시청 금지!!!! 음성만 듣고 있다가 잠깐 보고 진짜 놀랐다. 그리고 끔찍스러운 그림도. 저 여성의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https://www.youtube.com/watch?v=BosZxa1bYcE


찾아보니 인터뷰까지 있군. <Interview with Cannibal>이라는 제목이다. 보고 있자니 담담하게 고백하는 어조가 분노를 일으킨다. 어떻게 저런 계획적인 살인을... 잘난 아버지를 만나 로비로 구해진 케이스. 정말 열받는다. 발췌된 부분만 읽어도 책에서도 언급한 것 같지만 집안 분위기와 자신이 왜 성에 대해 뒤틀린 인식을 갖게 되었는지, 동성애 성향, 자신의 외적 콤플렉스 때문에 서양 여성을 동경하게 된 것 같다는 둥의 변명조의 고백을 한다. 


이 천벌받을 자식은 살인과 인육섭취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개 속에서>라는 책을 냈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번역되어 있지 않다. 원서도 알라딘에서는 안 파는 것 같고. 아마존 재팬에서 이 사람 작품을 치면 인육과 살인에 대한 책이 관련있는 책으로 나온다. 


[엉덩이의 재발견]이란 책이 엉덩이를 주제로 다뤄서 거의 모든 장이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 에피소드는 더 기억이 선명했다. 아무튼 저 인간의 살인에 대한 변명을 조금은 들어보자.


"살을 먹는다는 것은 사랑의 더욱 완성된 표현입니다.나는 그녀의 실존을 느끼고 싶었어요. 그녀의 맛을 보고 싶었단 말입니다. 피부 거죽의 안쪽, 그 고기 맛을 보고 싶어졌어요." p. 81


가끔 표현의 자유의 무한정에 회의를 느낄때가 있다. 바로 이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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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4-20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정말 탁월하네요. 제목이 탁월하면 확실히 공들인 티가 납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5-04-20 13:5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포스팅은 질보단 양으로 승부합니다ㅎㅎ
 

 사랑할 때 별로 러블리하지 않아서인지 나는 미국산 로맨틱 코미디가 좋다. 일단 별로 생각할 필요도 없고 보고 있는 동안 괜히,아무 생각없이 행복한 느낌이 드니깐. 우리나라 영화에서 이 장르는 나에겐 로맨틱보다는 코미디에 가깝고(너무 이해가 되니까) 유럽산 로맨틱 코미디는 뭔가 해괴한 느낌이 든다. 애愛만으로는 영화가 안 만들어지니 꼭 증憎이라는 요소를 넣어야 된다는 강박같은 게 보인다.    


개인이 만든 영화로 다른 나라 사람을 판단하는 건 완전 잘못된 거지만 암튼 로맨틱 코미디 세상에서는 미국 사람들이 세상에서 젤 쿨한 것 같다.    


모든 로맨틱 코미디의 룰은 같다. 주인공 두 명이 처음에는 앙숙처럼 귀엽게 치고 받다 어느 순간에 뽈링 인 러브~ 를 하면서 같이 맞이하는 해피엔딩. 마지막 장면에서는 키스를 하는 커플을 축으로 세우고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면 상투적이면서도 이제 볼 걸 다 보았군 후아, 같은 느낌이 든다. 


 중학교가 끝날 무렵에 엄마가 젊었을 때 사놨던 [빨간 머리 앤] 12권을 다 읽었던 적이 있다. 일본식 비문이 좀 많은 약간 예스러운 느낌이 나는 글이었지만 어쨌든 재밌게 읽었다. 그런 어마어마한 장편 소설은 다 읽는 사람이 잘 없는데 (아직 태백산맥도 못 읽었는데..!ㅠㅠ) 이유는 초반 1,2권이 지나면 재미가 급 없어지고 독자도 뒷심이 딸려지기 때문이다. 앤과 길버트가 어릴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는 무지 재미있지만 사실.. 결혼이라는 현실 생활에서는 아무리 앤의 멋진 활약에도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게 없어져서 그런지 재미가 급 하락한다. 12권 중 2권 정도는 작가의 단편 소설이나 에피소드였는데 그 중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단편 소설이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여자와 강아지를 키우는 남자의 러브 스토리였는데 고양이와 개 성격의 차이만큼 차이가 나는 두 주인공의 정체성도 꽤나 요란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여자(물론 전형적인 고양이 같은 성격)는 개를 키우는 남자(전형적인 개..멍멍이 같은 성격)를 완존 경멸하면서 무시하지만 어느새 자신의 개와 고양이가 어울려 노는 것과 같이 얽혀 버린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그들은 평생 앙칼진 성격과 유들유들한 성격이 합쳐져서 꽁냥꽁냥 산다는 이바구. 








[그린게이블즈 빨강머리앤] 완역된 10권 세트. 저 에피소드가 뭔지 기억이 안난다.ㅠㅠ 에피소드에 앤 이웃의 러블리한 이야기가 더 많다.


살다보니 더더욱 이해가 잘 안 되는 이야기지만(일단 자기 성격 그대로 동거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지면서 영화를 보면 재미가 없지. 


아무리 로맨틱 코메디라도 어떻게 똑같은 내용을 계속 보내겠어. 캐릭터라도 바꿔야지.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의 두 주인공은 나이가 좀 많다. 그 나이에(that age) 하는 연애는 대체로 아주 절박하거나 아름답게만 그려진다. 이 영화도 그랬다면 미국산 로맨틱 코메디를 찬양했던 게 좀 무안해졌을 것이다. 고양이같이 까다롭고 날 세우는 여자와 느글느글하면서도 뭔가 끌리는 개같은(!) 남자와의 전형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들은 다른 로맨틱 코메디의 주인공들보다 나이가 많은 만큼 더 아집과 똥고집이 강하다.  


30세 이전의 여자만 쫓는 난봉꾼 해리(잭 니콜슨)는 주말을 보내러 애인과 함께 애인 어머니 소유의 별장으로 간다.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마법의 파란약(*-_-*)까지 먹고 만만의 준비를 했지만 불행히도 완벽주의자인 성공한 극작가이자 애인의 어머니인 에리카(다이앤 키튼)와 여성학자인 애인의 이모를 대면하게 된다. 나이든 여자에 익숙하지 않은 해리와 딸의 엉덩이를 보고 쓱 미소짓는 자기와 동년배인 남자를 애인이라고 데려온 엄마의 입장에서 둘의 만남이 좋았을 리는 없다. 어른이라 애써 쿨한 척을 하다 서로간의 입장차를 확실히 보인 저녁식사 후에 사건이 일어난다. 엄마! 라는 딸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간 방에는 숨을 헐떡거리는 해리가 쓰러져 있다. 판단력이 빠른 에리카의 아리따운 대처(!)로 목숨을 구하게 된 해리. 하지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자기의 유흥 생활이 위협받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란다. 


모든 역사는 고립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법. 하필 퇴원하는 날 병원 입구 앞에서 뒤로 넘어간 해리는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에리카의 별장으로 요양을 하게 된다. 큰 별장에서 별 일 없이 지낼 수도 있겠지만 힙합 음악을 크게 들으며 담배를 뻑뻑 피우는 해리가 여름에도 터틀넥을 입는, 자기 자신도 달달볶는 에리카와 편안히 공생할 수 있을 리 없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들은 한 밤에 샤워를 하러 들어가는 에리카의 나신을 보고 큰 소동을 벌이면서 더 심각해진다. 


하지만 연적인 젊은 미남 의사 줄리안(키아누 리브스)이 에리카에게 홀딱 빠지는 걸 보면서 은근 슬쩍 질투를 느낀 해리는 자신이 에리카를 좋아하고 있음을 느끼고 에리카 또한 자신이 해리와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는 걸 깨닫는다. 밤 잠이 없는 그들은 한밤 중에 귀엽게 채팅을 하다가 파자마 파티를 하려고 주방에 내려왔는데 하필 딸이 나타나서 무드를 깨버린다. 


딸과 얽힌 막장 스토리라면 절대 이 장르가 될 수 없다. 다행히 딸은 거사를 치르기 전에 해리가 심장 발작이 일어나는 바람에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기 때문에 딸은 오히려 잘 해보라며 무진장 쿨하게 엄마를 응원한다. 이제 그들을 막을 장벽은 없다. 해리는 심장 발작 극복(실은 섹스를 가능하게 하려고) 하기 위해 계단 오르기 테스트를 열심히 하면서 그들은 훌륭하게 역사를 만든다. 


에리카가 터틀넥을 찢어 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에겐 베스트 씬. 피임대신 혈압을 걱정하는 이 커플의 결과는, 성공적. 감격에 겨워 같이 울고 급기야 잠 없는 이들이 오랜 시간 숙면까지 취한다.(바람둥이에겐 같이 숙면을 취하는 것이 엄청난 의미인갑다.) 이대로 죽어도 좋아 같은 분위기로 해피엔딩을 맞으면 참 좋겠지만 선수는 필드를 잊지 못하고 다시 바람둥이의 길로 접어든다. 치료가 끝난후 연락을 뚝 끊은 해리(욕이 한 바가지 나온다. 남자들도 말하는 전형적인 나쁜시끼!!)에 힘들어 하지만 잘 극복하고 있는 에리카. 하필 전 남편이 재혼하려는 여자와, 딸까지 만나 저녁을 먹고 있는 식당에서 해리가 젊은 여자와 둘이 오는 걸 목격하게 된 에리카는 완전히 정신이 나가고 만다. 눈물이 범벅이 되서 식당을 나간 에리카를 보고 해리가 쫓아 나가고 에리카는 모진 말을 하고 떠나버린다. 해리는 또 심장이 아파서 병원에 실려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심장 발작은 아닌 모양.


실연의 상처로 화가난 에리카는 펑펑 울면서 각본을 쓴다.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에리카의 극은 큰 성공을 거둔다. 제목은 '사랑할 만한 여자'  문제는 각본의 내용인데 이건 둘 사이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해리를 완전 우스꽝스럽게 발가벗겨 버린다. 사랑의 실패와 후회로 망신창이가 된 해리는 에리카를 찾아 나선다. 










부츠컷이 다시 마네킹에 입혀지고 잡지의 흐름을 보니 다시 70년대 패션이 돌아오는 것 같다. 잡지에서는 70년대 영화를 모티브로 화보를 찍기도 한다. 아무래도 스타일이 확실한 우디앨런의 상징인 안경과 다이앤 키튼의 포멀하지 않은 매니쉬 패션이 돋보였던 [애니홀]도 소재가 된다. [애니홀]에서 재능있고 귀엽지만 사람을 약간 돌게 하는 가수 지망생으로 나왔던 다이앤 키튼은 나이가 30년이 지난 21세기 초반에도 여전히 사랑스럽다.(다이앤 키튼은 대부같은 정극보다도 희극에서 더 매력적이다. 웃는 상이라서 그런가.) 엉엉 소리내서 울면서 각본을 쓰는 장면에서는 풋-하고 웃음이 나온다. 

 

굳이 따지자면 Something's gotta give 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이다. 영화 장르로 보면 엄청나게 잘된 번역인 것 같다. 다만 계속 뭐가 아깝다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영화에서 나온 정답이라면 해리는 젊고 싱싱한 여자와의 화려한 생활과 바람둥이 명성을, 에리카에게는 자존심이겠지만 젊은 여자 관객에게는 확실한 답이 있지. 그건 바로 키아누 리브스다!! 힘을 완전 빼고 꽃미소 퐁퐁 날리는 키아누 리브스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관전 포인트 중에 하나다. 


캐릭터가 중요한 극답게 디테일이 섬세하다. 혈압계나 시계를 볼 때 안경을 찾는 커플, 한 여름에도 터틀넥을 입던 에리카가 행복한 관계를 시작하고 브이넥을 입거나 꼭 까만 돌을 줍는 강박적인 성격, 샹송을 듣는 고상한 취향이나... 아무튼 캐릭터 표현이 아주 확실하고 세세하다.  


다이앤 키튼과 잭 니콜슨의 노출 연기도 정말 빵 터진다. 자기 관리의 신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쩜 이런 외설스런 소재를 코믹하게 소화할 수 있는지!


모든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듯이 교훈은 하나다. 상처받더라도 사랑하라, 많이 사랑하는 쪽이 승리한다, 같은 것들. 물론 즈그들은 해피엔딩이 보장되어 있으니까 자신있게 하는 말이겠지만은...! 그리고 여기서는 귀엽게 늙자! 같은 교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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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잡지의 인격이라는 어떤 칼럼을 봤다. 일본 사람이 쓴 글이라 우리나라와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점도 있었지만 잡지의 선호로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는 골지의 이야기였다. 혈액형론 만큼이나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잡지는 [코스모폴리탄], [그라치아], [싱글즈].. 가끔은 [마리 끌레르]도 좋다. 쉐프, 레스토랑 중심 말고 가정 요리 중심인 요리 잡지랑 또 가끔은 [페이퍼]도 읽는다.


[코스모폴리탄]이야 그들이 지향하는 3F(Fun, Fearless, Female) 표어에 끌리는 것도 있고 독자 투고란이나 섹스칼럼이 활발하다는 점도 좋았다. 뭣 보다 화끈한 어조가.. 부끄부끄.. 하지만 읽는 순간엔 뭐든지 가능할 것 같은 자신감을 준다. 


[그라치아]야 저가격에 한달에 두번 나오는 점도 기대가 되고 일단 무엇보다 가볍다. 그래서 더 알찬 느낌이 든다. 여러 잡지책을 사도 [그라치아] 리뷰를 자주 쓰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기사 사이에 틈이 적어서 좋은 기사를 덜 까먹어서다. 두 번 나오는 만큼 최근 이슈에도 더 빠르게 반응하는 것도 최대 장점. 운동, 다이어트에 관한 기사가 충실한 것도 맘에 든다. 나도 적지 않은 나이인데 왠지 연령대가 2-3살 나는 느낌은 있다. 뭐.. 곧 해결될 문제지만..ㅠㅠ


[싱글즈]는 옷보다 화장품 중심이라 뭔가 더 친근하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기야 하겠지만 오롯이 자기가 자기를 책임져야 하는 싱글을 위해 태어난 잡지라 그런지 제태크같은 실용적인 정보도 더 많은 것 같다. 광고 사이사이에 깨알 같은 정보를 잘 찾아서 스크랩을 해 둘 때가 많다. 가끔 여행 부록도 좋다. 제주도는 도움을 좀 받았다


[마리끌레르]는 예~전에 월드리포트가 멋있는게 정말 많았는데 요즘은 좀 약해진 느낌이다. 오지? 아무튼 여권이 낮은 나라의 결혼 문화를 소개하거나 정말 특이한 직업 여자 투우사 같은... 정말 읽으면서도 약간 독립영화 비스무리한 것을 본 것 같은 느낌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한 방이 아쉽다. 뭐 다시 멋있어지겠지.


다만 아쉬운 건... 우리나라 태생의 잡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잡지 창간이 결코 쉬운 게 아니란 건 알지만 아쉬비.. 그렇다고 쎄씨는 너무 아이돌 중심이라 읽기가 좀 그렇다. 중딩 때 자주 읽었는데. [신디 더 퍼키]가 사라진 건 몹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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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 고른 잡지는 [하퍼스 바자]. 왜 다른 잡지 얘기만 줄줄 언급했냐면... 고백하건대... 나는 속물이다. 좋다 좋다 하는 잡지 선택은 언제나 그 달의 '부록'에 무너지고 만다. 사실 얼마전에 독립 잡지를 하나 샀는데 부록도 없으니 왠지 속상한거다. 그래서 다시 패션지 구매자로 복귀. 이제는 그냥 속물이라고 인정하련다.


이번 달 부록은 대림 미술관 전시권 1매와 [하퍼스 바자 아트]. 디자인도 깔끔한 티켓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니 괜시리 뿌듯한 마음이 든다. 물론 이것 때문에 산 건 아니다. 지금 전시하고 있는 [린다 맥카트니]전의 입장료는 5,000원 정도를 형성하고 있으니 뭐 크게 이득 본 장사는 아니다. 이번 달 바자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하퍼스 바자 아트] 때문이다. 


나는 [하퍼스 바자] [보그] [W]를 동류로 묶는다. 좋게 표현하면 하이패션, 나쁘게 말하면 허세. 좋게 표현한 하이 패션도 나랑 상관은 없는데다 외래어를 남발하는 정체모를 글 때문에, 가볍지 않은 무거운 문체 때문에 피곤할 때가 있어서 거의 안 산다. 내가 수준 낮아서 이해 못하는 패션 화보도 그닥 관심이 없는데다 아무리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이른바 '패피'들의 이야기를 아무 설명도 없이 줄줄 쓰는 데도 거부감이 느껴진다. 이름도 관계도 잘 모르는 디자이너와 아트 디렉터와 편집장과 뮤즈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머리가 멍해진다. 히스토리를 좀 설명해 달라고!


또 말로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고 하면서 겨우 굶어 죽지 않게 먹는 깡깡마른 모델만 기용하는 이중성도 되게 얄미웠다. 


결국 하이패션과의 관계 개선은 이뤄지지 못하고 얼른 다른 칼럼으로 뜀박질 한다. 그런 날이 올런지는 모르겠지만 샤넬 백을 시원하게 살 수 있는 날이면 화해가 극적으로 이뤄질 지도.. 


그래도 가끔 이들 잡지를 살 때가 있다. 부록이 괜찮을 때다. 대체로 이들 잡지는 부록이 없고 특히 마케팅 같은 걸하는 화장품을 주는 일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몇 주년 기념으로 화집같은 거 줄 때는 꼭 산다. 이 때는 잡지가 부록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좋은 화집이 온다. 


아무튼 이번 달엔 부록을 보려고 잡지를 샀다. 그런데 은근 훌륭타. 여전히 어깨에 힘은 들어갔지만.


H&M, ZARA를 위시한 저가격에 디자인도 훌륭한 (가끔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레이션도 하는!) SPA 브랜드가 일반인에게도 퍼진 영향인지, 스트리트 패션이 주목을 받게 된건지 아님 얼마전 샤넬이 '코리아'에서도 국제적인 가격 정책으로 100만원 이상을 내린 까닭인지.. 럭셔리 브랜드도 매출 때문에 은근 콧대가 낮아져서 그런지 이들 잡지도 거품이 좀 빠진 느낌이 든다.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을 다루는 만큼 아직 어깨에 힘이 들어가긴 했지만.


이제 괜히 삐진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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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쉐프의 칼럼도 있고 <킨포크> 스타일의 탄생지인 포틀랜드에 대한 기사도 있었지만.. 젤 기억에 남는 건 '뮤즈'에 대한 기사. 럭셔리 패션 사업은 점점 이미지가 중요해지기도 하니 광고모델, 아니면 그들과 어울리는 셀러브리티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문고판 표지를 싸려고 잡지를 버리기 전에 항상 예쁜 광고 사진을 꼭 스크랩해두는 버릇 때문에 대충 '뮤즈'가 누군지는 알 것 같은데 국내 연예인이 아니라 친근감이 덜 들어서 그랬는지 큰 관심이 없었는데 한 때 지디가 샤넬쇼에 열심히 가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영향이 있겠다 싶다. 일본 유명모델 키코가 샤넬에서 디올로 '뮤즈'의 자리를 옮겼다고 해서 샤넬이 배신감에 치를 떤다는 기사를 보니 '뮤즈'를 너무 아름답게 생각했던 이십대 후반의 내가 넘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진짜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뮤즈'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홍보, 광고 모델 정도였구나. 그들도 비즈니스라는 걸 망각할 정도로 마케팅을 잘 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패션이 아무래도 예술과도 관계를 뗄 수 없다보니 정말 예쁜 사람들이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팍팍 주는 건 줄 알았다. 아님 영어가 짧았던 나를 비난해야하나?


기사는 홍보모델을 가장한 '뮤즈'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크게 보면 파트너십, 기업에서 그리 강조하는 충성 혹은 의리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은 당장의 이익을 보고 브랜드를 옮기면 최종적으로는 배신자같은 낙인이 찍히게 될 수 있고 브랜드도 '뮤즈'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것. 상황이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화장품 모델이 너무 한정적이고 몇명이 브랜드를 쉬지 않고 바꾸다 보니 이제는 가끔 헷갈릴 지경이지만.. 계열사가 같아서 그런지 휴지기가 없어도 별 타격은 없지만 말이다.


그냥 타고난 외모나 재능으로만 잘 사는 것 같은 그들이 사는 세상도 사는 법칙은 별 예외는 없어 보인다. 물론 보통 사람들과 생활 수준은 엄청나지만 말이다.


화보 촬영으로는 아나운서 백지연이 나왔다. 워낙 이목구비나 몸매가 시원시원해서 그런지 옷도 잘 어울린다. 인터뷰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하루에 글을 100쪽도 넘게 쓴다는 사실.. 반성해야겠다. 잘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노력도 엄청난 것 같다. 노력이 큰 사람은 질투도 못 하겠다. 저서가 벌써 10권이라고 하는데 부럽기 그지 없다.   

















근데 아직 한 권도 안 읽어 봤다. 기회가 있으면 몇 권은 읽어보리라.


그리고 유명 모델 코코 로샤의 [STUDY of POSE]라는 책이 나왔다고 하니 관심있는 모델지망생과 아티스트는 읽어보시라. 1000가지 포즈를 취했다고 하는데 조그만 이미지만 봐도 벌써 시원시원하다. 인터뷰를 보니 그 유명하고 유명한 '강남스타일'까지 연구했다고 하니... 이제 외국인 한테 '두유노 괭남 스타일?' 그만 하세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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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아트]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장 필립 델 옴므의 루이비통 <트래블 북>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멍청하게도 (그럴리  없는) 그냥 서점에서도 파는 건가하고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권 당 면세점에서 4만원 후반대에 팔고 있다고 한다. 와우. 잡지에는 뉴욕편만 나와있는데 멋지긴 멋지다. 뭐 아무튼 이 정도로 비싼 화집을 조금 맛 볼 수 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리노베이션에 성공한 프랑스 '피카소 박물관'에 대한 기사도 있다. 장장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엄청난 예산을 소비하고 비난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재건했다는데.. 파리에 또 갈 수 있으려나. 몰랐는데 한국 전쟁에 대한 그림도 있었네. 제목은 '한국에서의 암살(Massacre en Coree)'란다. 워낙 다작을 하셔서 그런지 몰랐다. 고야 그림과 구도가 비슷. 게로니카에서 보았던 특유의 슬픈 얼굴이 이 그림의 작가가 피카소란 걸 말해준다.


꽤 유명한 작가인 것 같은.. 양혜규 작가가 리움에서 전시를 한다는 소식도 있다. 코끼리를 소재로 하지는 않았는데 전시 제목이 <코끼리를 쏘다. 코끼리를 생각하다> 여서 그런지 영감을 받은 책을 두 권 소개했다.


로맹가리의 [하늘의 뿌리]와 조지 오웰의 [코끼리를 쏘다]. 







설치미술과 추상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여서 그런지 관객이나 전시하는 장소가 꽤 영향을 미친다. 전시회 장소마다 다른 전시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가가 바로 오르한 파묵. 제목은 [순수 박물관]. 갑자기 궁금하다. 





 




양혜균 작가의 전시는 리움에서 5.10까지 전시될 예정. 


또 예술의 전당에서 (2015.03.23(월) - 2015.06.28(일))의 일정으로 열리는 '마크 로스코' 전도 꼭 가봐야 겠다. 예전에 수업 들었을 때 꼭 보고 싶은 전시였는데 서울로 오다니. 로스코 채플까지 있을 정도로 명상적인 그림이라니.. 꼭.. 꼭.. 가야겠다. 한 때 큐레이터과 전공 수업을 열심히 쫓아다니며 공부하는 게 참 즐거웠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미술관에 통 안간다. 다시 내실을 충만하게 하는 문화 생활을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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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족 : 얼마 전 멋진 커리어를 쌓고 있는 친구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서울 패션 위크를 갔다 왔다. 그것도 VIP 티켓까지 받고. 푸쉬버튼 쇼를 관람 + 사진 찍는 거 도와주면서 끄트머리에서 감상을 했는데 디자이너나 브랜드, 모델에 대한 찬양이 괜히 심한 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분히 일반인의 생각이겠지만 가끔 웃긴 스타일도 있기도 했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니 옷감이나 패턴이나 꽤 멋있었다. 게다가 창작이라는 일과 비평을 감수하고 창작물을 남에게 선보이는 건 보통 큰 스트레스가 아닐 것이다. 


생각보다 해외에서도 많이 오고 잘 알지 못하지만 넘 멋진 직업 모델을 입만 벌리고 구경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중국에서도 팬이 와서 싸인을 받고 그러는 걸 보니깐 허세부린다고 비난했던 내가 얼굴이 조금 화끈했다. 타인의 노력을 비웃은 댓가 치고는 값이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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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7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7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돼지 2015-03-27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르한 파묵이 양혜규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순수박물관>을 썼다는 이야기는 조금 와전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알라딘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만, 양혜규의 저서 <절대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생성하는 맬랑콜리>에 대한 출판사 제공 책소개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나는 이 가장 오래되고 명망 높은 근현대 미술의 중심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내가 현재 기획하고 있는 이스탄불의 미술관(순수의 미술관)에 도움이 되는 어떤 종류의 기술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예를 들어 내가 베니스 한국관에서 보았던, 아니 경험했던 양혜규의 향 설치작품 같은 것이 그것이다.- 오르한파묵 (쥐트도이체 차이퉁 2009년 7월 6일)˝

양혜규의 블라인드 작품은 2009년작이고 파묵은 2008년도에 순수박물관을 출간했습니다. 파묵의 인터뷰에 의하면 파묵은 소설 <순수박물관>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이스탄불 시내에 실제로 <순수박물관>이라는 박물관을 세울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초면에 불쑥 죄송합니다. 제가 파묵에 조금 관심이 있어서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댓글을 남깁니다. ^^
소설 <순수박물관>은 재미있고 특이한 소설입니다.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듯 합니다. ^^ ~~

뽈쥐의 독서일기 2015-03-27 13:19   좋아요 0 | URL
우왕 지식인이 나타났다!!! 이렇게 정정도 정확하게 해주시고.. 인용까지.. 몸둘 바를 모르겠사와용ㅎㅎ

아 오르한 파묵이 이 전시에 영감을 받은 게 아니라 이미 저서를 쓰고 있는 과정에서 소재가 된 것이군요. 조금 환상이 깨지긴 하지만.. 이것이 진실이군요. 그래도 넘 고맙습니다. 오르한 파묵 책도 양혜규 전시도 보러가고 싶네요. 먼저 책부터 읽어야 겠지만요.ㅎㅎ

이런 정확한 지적은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붉은돼지 님, 자주 뵈어요^^

붉은돼지 2015-03-27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자주 뵙고 싶어요 ㅎㅎ
뭐, 당근 지식인은 아니구요...우연히 얼마전에 <순수박물관>을 읽은 1인일 뿐입니다. ㅎㅎㅎ
친구신청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