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 씨의 일요일 그레고 씨의 드로잉 노트 1
요셉 요한슨.조성민 지음 / 위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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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이웃은 아시겠지만 나는 요즘 그림 일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소모임에서 하는 거라 공식적으로는 끝났지만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멀티플레이가 안 되는 두뇌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한가지에 꽂히면 계속 그것만 해야되어 요즘은 그 재밌는 추리소설도 잠시 쉬고 있는 실정이다. 하여, 예전부터 모아온 그림 관련 책을 뒤적거리는 재미에 빠져있다.

누누히 대니 그레고리를 좋아한다고 밝혔지만 이 조성민도 완전 짱!
전공자(아마도?) 특유의 연필선과 내공이 있다. 유럽식 건물과 주방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역시 또 다시 유럽, 유우럽을 가야한다는 충동질을 들게 한다. 예쁜 피사체를 나도 이렇게 담아 보고 싶다는 느낌과 그냥 잘생긴 오빠들을 다시 보고 싶은 소녀의 마음이 요동친다..ㅋㅋ

언어 공부를 하려면 바로 책부터 구비해야하고 새 공책을 사야하는 습관성 작심삼일 언어학습자로서 유럽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싶은 마음이 크다. 유투브만 틀어도 외국어를 꽁으로 가르쳐주는 이런 오픈 소스 시대에 하드웨어를 구비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네이버에만 쳐도 유럽의 고성이 나오고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버젓이 잘 나오는데도 괜히 직접 가고 싶다. (실상은 가서 사진 찍기 바쁠거면서...아니면 소매치기 피하느라 피해의식 만땅의 여행자가 될수도 있지...)

하지만 역시 책의 미덕은 내용이 잘 드러나는 파격적인 구도와 불독 요나스의 씹덕 포인트, 그리고 유우머다. 유머러스한 그림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진정 고수!

저자의 다음책이 나오면 바로 살거다.

결론은.... 유럽을, 유럽을 가고 싶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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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2-06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습관성 작심삼일자, 저도요.
뽈쥐님 그림일기 그리는데는 시간 많이 걸리지만 나중에 모이면 꽤 좋은 기록 될 수도 있을거예요. 자주 보러 올게요. 좋은밤되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7-02-07 09:21   좋아요 1 | URL
서니님께서 응원을 해주셔서 신나는 마음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즐거워요. 서니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작가의 개인사로 작품을 판단하는 것에 반대하는 편이긴 하지만 모르면 몰라도 알고 나서는 영향을 안 받기는 힘든 일이다. 특히 작가의 인생이 특별히 기구하거나 괴벽이 있는 경우에는 머리에 한 번 박히면 읽는 동안 거기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의외로 작품이 밝거나 엽기적이라면 모르겠는데 대체로 이런 작가들의 작품은 묘하게 쓴 사람의 인생처럼 음울하거나 슬프게 담담한 경우가 많다.


의외로 많이 회자되는 작가라 오프라인 중고샵에 들른 김에 사온 한 권. 얇아서 운동하고 돌아오는 30분 걸리는 길에 가뿐이 들고 오기에 부담이 없었다. 엣된 얼굴에 담배를 들고 있어서 그런가(나는 왜 이딴 편견을 갖고 있는가) 한없이 자유로운 느낌이 나는 표지사진은 구글에 작가 이름을 치면 흔히 떠돌아 다니는 대표 사진인 듯 했다. 담배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듯. 


요즘 미드에서 담배를 줄줄이 펴대면 완전 루져 취급을 하는 분위기던데 환갑인 우리 엄마가 고등학교 때 왔던 미국인 원어민 교사가 맞담배를 폈다는 얘기를 골백번 하는 걸 보면 예전에는 담배를 오히려 권하기도 했다는 사회 분위기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참 여자가 담배피는 것을 못 참는 이 나라 문화를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담배피는 여자를 왠지 자유로운 성향일 것 같다고 생각하는 나도 참 편견쟁이인가 보다.


번역은 생전에 영문번역과 에세이로도 유명했던 장영희 교수가 해서 그런지 거슬리는 문장 하나 없이 깔끔하다. 원문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역자 장영희도 꽤 오랜기간 암 때문에 고생하다가 결국 암으로 작고한 교수로 알려진 사람이라 더욱 절절한 번역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뒤에 딸린 작가 연보에 매컬러스는 어릴 때는 피아노 신동으로 주목받았다가 류머티즘이 생기고 뇌졸중으로 서른살부터 휠체어 생활을 시작해서 결국 뇌졸중 때문에 죽었다고 하는 평생 죽음이 곁에 따라다리는 (쉽게 단정하기 미안하지만)암울한 인생을 보냈다고 한다. 잔인한 사랑의 속성과 정신적인 고립을 하는 외로운 인생을 자주 그린 작가답게 슬픈 개인사를 '인간 승리'로 극복한 삶을 살지는 못했고 작가에 입문한 사건도 지하철에서 아버지가 마련해 준 음대 등록금을 잃어버려서 였다고 한다. 게다가 흔히 볼 수 있는 불완전한 두 사람이 만난 결혼 생활은 질투, 알코올 중독, 외도, 우울증, 자살기도로 얼룩지기도 했다. 나는 '인간 승리' 스토리에 딱히 공감을 못 하는 터라 힘든 상황에 엄청난 에너지를 내면서 극복하는 사람이 대단한 거지 절망에 빠진 삶을 사는 사람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느낌이 들어 글에서 힘이 느껴진다.


제목부터 슬픈 [슬픈 카페의 노래]는 슬픈 이야기다. 사랑이 떠나가고 가슴에 멍이 드는 이야기. 근데 하필 그게 일생일대의 사랑이라 다음부터는 밥도 잘 못 먹는 이야기. 90년대 노래를 자주 듣는데 실컷 잘 따라 부르다가 가끔 너무 절절한 가사에 '뭐 이리 청승맞지?'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요즘의 신나는 노래와 비교하면 로미오와 줄리엣, 모든 세상을 저주하는 중2병 환자들 아닌지 의심스러운 가사도 있다. 유행가는 현학적인 것보다 청승맞은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도 가끔은 청승모드 뚝뚝인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지겨울 때가 있다. 타인의 슬픔을 쉽게 생각하는 일은 나쁘지만 '내 사랑은 정말 최고였는데...'같은 류의 착각은 들어주기가 괴롭다. [슬픈 카페의 노래]의 내용이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전에 살던 아파트에 좀 선하게(?) 미친 언니가 한 명 있었는데 엄마가 반상회에서 들은 소문을 듣고 보니 그 언니가 측은하게 여겨졌다. 살집이 좀 있어도 뚜렷한 이목구비에서 꾸미면 예쁘장한 얼굴이란 것도 느꼈는데 사실은 이대까지 나온 여자에 직업도 좋은 편이었는데 첫사랑에 크게 데이고 나서 정신을 확 놔버렸다고 한다.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한 얘기도 아니었을테니 소문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얘기를 듣고 보니 예쁘장한 외형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사랑해야 그 사람을 잃으면 미치기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사실 지금도 헤어지면 정신을 잃을 정도의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이해가 안 된다.


[슬픈 카페의 노래]의 '미스' 어밀리어는 약간 사시에 기골이 장대한 잘생긴 여자다. 여장부다운 외모와 같이 물건을 잘 만드는 재주도 있었고 사업수완도 좋았다. 꽤 재산을 축적한 그녀였지만 손해보는 걸 참을 수 없어하는 성격에 걸핏하면 소송을 거는 게 취미였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을 마을 사람 대부분은 호감으로 여기지 않았고 그 스스로 사람 다루는 걸 어려워 했지만 몇 선량한 사람들은 그녀의 불우한 가정사를 알고 이해해주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자신을 '꼬마'라고 불러주던 아버지도 그리 오래 살지 못했던 거였다. 어느 날 라이먼이라는 꼽추가 미스 어밀리어의 가게에 흘러들어 왔고 모두들 미스 어밀리어가 그를 흠씬 두들겨 패서 쫓겨내리라 예상했지만 그는 바로 다음 날 카페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꼽추는 보기에 나이를 가늠할 수도 없었고 호감가는 외모도 아닌데다 별로 공손하거나 교양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아이처럼 즉각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는 재주라나. 


작은 마을에 생긴 카페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주기 충분했고 하나의 문화 시설처럼 되었다. 꼽추는 허풍이 심하고 사람을 사정없이 캐고다니면서 싸움을 붙여놓기도 했지만 그가 등장하면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스 어밀리어는 여전히 딱딱하고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었어도 카페같은 것을 운영하게 된 걸 보면 그는 보통 사람 이상이었다. 꼽추는 마을에서 미스 어밀리어를 그냥 '어밀리어'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미스 어밀리어는 그녀가 결혼했던 열흘간의 일만 아니면 그에게 모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렇게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면 좋았는데 불행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미스 어밀리어의 전 남편이 마을을 찾아온 것이다. 그를 반기지 않는 것은 그녀 뿐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그랬다. 심지어 그의 동생과 그를 사랑으로 키워준 부인까지. 마빈 메이시는 악명높은 범죄자였고 미스 어밀리어에게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 지독히도 나쁜 놈이었다. 그에게도 불우한 어린 시절이 있었다. 불행히도 그런 환경이 그의 인생에 나쁘게 발현된 경우였다. 그는 큰 키에 근육질 몸매, 잘생긴 외모로 참한 여자들의 인생을 망쳐 놓기도 했고 범법 행위도 서슴지 않고 저질렸다. 하지만 그는 이해할 수 없게도 미스 어밀리어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후 2년 동안 스스로 착실한 인생을 살면서 변화했다. 그는 돈을 모으고 행실도 바르게 했다. 그리고 미스 어밀리어에게 청혼해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미스 어밀리어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했고 절망해서 술을 마셨다. 그럴 때마다 미스 어밀리어는 그를 때렸다. 마빈 메이시는 마지막 자신의 사랑의 징표로 그의 재산을 모두 그녀의 앞으로 돌려놨는데 그게 결국은 그가 한 푼도 없이 마을을 쫓겨나게 되는 치명적인 실수가 된다. 그는 마을을 떠나서 더 범죄를 진화시키게 되어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까지 한다.


그는 돌아오면서 마을에 불운을 몰고 왔다. 꼽추는 잘생긴 그에게 반해서 하루종일 쫓아다녔고 그는 꼽추를 벌레 보듯이 멸시했다. 매사에 정확한 미스 어밀리어는 잠을 못 자면서 판단력이 흐려졌고 꼽추를 쫓아내지도 않고 세 사람이 같이 생활하기도 했다. 결전의 날을 기다리면서. 결국 둘은 싸움에 붙는데 아무리해도 결판이 나지 않는 싸움은 결국 미스 어밀리어가 사랑하는 꼽추의 행동으로 인해 완전히 지게 된다. 싸움에 져서 미스 어밀리어가 뻗어 있는 사이에 두 사람은 미스 어밀리어의 재산을 털어가고 미스 어밀리어가 만들어 놓은 음식에 독을 타고, 욕을 써놓고 마을을 떠나버린다.


그 후, 미스 어밀리어는 생기를 잃었고 카페는 쇠락한다. 그녀는 꼽추를 기다리지만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한 번이라도 같이 살아보고 난 후에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은 지독한 고문이다.(p. 115)








중고샵에서 책을 사다보니 가끔은 전 주인의 흔적을 만날 때가 있다. 정말 지저분하면 문제가 되는데 아래 인용문이 알폰소 꾸에또의 [고래 여인의 속삭임]에서 첫 장에 인용됐다고 하는 정보가 있었다. 


미스 어밀리어는 머리가 제멋대로 자라도록 내버려두었고 머리털은 희끗희끗해져갔다. 그녀의 얼굴은 수척해졌으며 단단했던 온몸의 근육들은 쪼그라들어 노처녀가 히스테리를 부릴 때처럼 날이 갈수록 여위어갔다. 그리고 회색 눈동자는 나날이 조금더 심하게 가운데로 모여서 마치 슬픔과 고독의 눈및을 나누기 위해 서로를 간절해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p.131-132)  


갑자기 소설[밑줄 긋는 남자]가 떠올리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호사를 누려도 되겠지 싶었는데 슬프게도 여자 글씨였다. 뭐 손이 고운 남자였을 수도 있겠지만.


이참에 [고래 여인의 속삭임]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사람이 한 번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간 자리는 유난히 황량한 법이다. 그런데 상대방을 잃고나서 자신을 방치할 정도로의 아픈 사랑은 진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광석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고 노래했지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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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9-1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쩐지 제목이 들어본 것 같아요.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6-09-17 19:16   좋아요 1 | URL
우울할 때는 읽으면 기분이 이상합니다.. 붸붸 꼬인 세 인물의 마성의 매력이 뭔지 도무지 이해가 잘 안가서요.ㅎㅎ 이번 추석에는 너무 많이 먹네요. 서니님도 남은 추석 연휴 잘 보내셔요~*^^*
 
かわいい、たのしい、おいしい、くまのプ-さんBOOK 【ボストンバッグ付き】 (バラエティ) (大型本)
寶島社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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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커밍아웃(?)한 일이 있듯 나는 잡지를 살 때 항상 부록을 먼저 본다고 했다. 아니 부록을 위해 잡지를 사는 것이지!

아직 `이립`(공자가 말했다나... 요즘 언니가 맹비난할 때마다 쓰는 단어)이 되기 전이지만 원체 어깨가 안 좋은 관계로 천가방을 무지 좋아한다. 홀로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믿음이 강해서(걍 특이하면 사는 취향) 국내에 없는 유니크한 걸 찾아보자는 마음에 오랜만에 뒤적였던 일본 잡지.

야후니 아마존이니 두리번거리며 무민과 고민끝에 선택한 내 출퇴근용 `쿠마노 푸상`백! (아니 얘들은 `곰돌이 푸`도 푸상이라고 하냐며 웃던 울언니..)

때도 잘탈 것 같고 안에 비닐이 바스락거리긴 하지만 가벼움과 귀여운 프린터는 진짜 맘에 든다. 이번 2016년 알라딘 큰 다이어리가 너끈이 들어가는 크기긴 하지만 너무 많이 들고 다니면 손잡이가 튿어질 듯하다. 나는 출근은 버스, 퇴근은 따릉이로 하기 때문에 정말 딱이다. 완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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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책은 두번째. 아직 가장 인기 있는 소설 [고백]을 못 읽어봤다. 도서전할 때 일하다가 교보문고의 파격세일에 져서 구매한 [백설공주 살인사건]을 아주 재밌게 읽어서 구매.

알라딘에서 미안한 말이지만 교보문고에서 앨리스 카드를 주는 바람에 금액 맞추느라 산 책인데 아주 재밌다. (알라딘도 구매금액 제한을 좀 낮춰줬으면... 뻑하면 5만원이래...)이래서 인기작가인가보다. 꼭 [고백]도 읽어봐야지.

개인적 취향으로는 [백설공주 살인사건]이 훨 재밌다. 미인은 죽어서도 팔리는 이 만연한 이치에 공감이 되어서 그런가. 살인사건보다도 더 끔찍한 언론과 세간의 관음증과 미인을 소비하는 방식을 보고 있노라면 억울해서 죽지도 못할 지경이다. 왜 내가 괜히 목에 핏대를 세우는지는 모르겠지만서두...

인기 작가에다가 뻑하면 번역이 되는 일본 추리 소설인데 이상하게 번역이 안 된 이유는 아마 등장인물의 이름 때문이 아닐까한다. 확실히 한자를 모르면 재미가 반감될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처럼 한자, 한자 번역할 시간도 많이 주지도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한국식으로 이름을 번안하면 정말 잘 하지못하면 독자에게 욕이나 얻어먹기 딱 좋을 상황이다. 아니면 그냥 단순히 계약상 문제가 있거나!

두 책 다 등장인물들의 진술로 이뤄져있어 읽기도 쉬운 편이다. 철저히 자신의 입장에서 말하지만 다음 진술하는 인물이 그걸 뒤집거나 진실을 알려주는데 모두 자신의 비밀과 욕망이 있는 점이 재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

[N을 위하여]는 고층맨션에 사는 그림같은 부부 노구치 부부(노구치 타카히로, 노구치 나오코)의 살인사건 현장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용의자 4명 중 한 명이 잡혀가는 걸로 마무리되지만 사건의 이면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6명의 인생이 얽혀 있으니. 공교롭게도 모두의 이름에는 'N' 이 다 들어간다. 어떤 'N'이 어떤 'N'을 위하여 무슨 짓을 했는지 추리하면서 읽으면서 재미를 찾고 있었는데 중간쯤 읽으면 이런 건 다 포기하게 된다.

용의자 3명의 N(스기시타 노조미, 니시자키 마사토, 안도 노조미) 은 들장미장이라는 곧 무너질 것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알게 되고, 무슨 꿍꿍이를 꾸미며 용의자 1명(나루세 신지)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아직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 자세한 건 쓸 수 없으니 책으로 확인 하시길 바란다.

끝이 약간 용두사미격으로 흐지부지 되는 느낌이긴 하지만 읽다보며 이게 추리소설인지 그냥 소설인지 분간이 안 된다. 사실상 주인공인 두명의 N, 스기시타 노조미와 예쁜 얼굴을 한 불행한 남자 니시자키 마사토의 파란만장한 가정사를 읽고 있으면 속상해서 부아가 난다. 사랑을 받았으면 뭔가를 해줘야 하는 (그래야한다고 생각하는) 둘의 발버둥이 애처로워서 슬펐다.

이래서 미나토 가나에가 사회파 소설가로 분류되는 건가? 어린 아이를 학대하지 말라는 한 줄을 이렇게 슬프고 재밌게 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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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유다이 언틸유아마인 시리즈
사만다 헤이즈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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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때 좋아하던 프로그램 [실제상황]을 요즘은 잘 안 본다. 같이 보자고 권유했던 언니가 독립해서 나가서이기도 하지만 에피소드에서 점점 '떡밥'을 전혀 던지지 않는 근본 없는 전개에 싫증이 났다고나 할까. 수 목요일 늦은 시각에 하는 프로라 피곤한 와중에도 내기를 걸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어째 날이 갈수록 도무지 예상이 가야 말이지. 히치콕이 "관객에게 갑자기 폭탄이 터지게 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한 것도 같은데… 하지만 이 작가가 히치콕이 창안한 맥거핀 기법을 잘 다룬다는 소문이 난 사람이라 더는 무슨 말을 못하겠다.


하루에 2~3개의 에피소드를 방영해야 하는, 가만히 있어도 만족할만한 시청률이 나오는 재연프로그램에 완벽한 플롯을 갖춘 내용을 크게 기대하는 것도 우습긴 하다. 하지만 에피소드 초반에 시원하게 범인을 고르는데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가 회를 거듭할수록 승률이 떨어진다면 김이 빠진다.


뭐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실제상황]은 소재도 현실에서 뽑아온 이야기라 퀴즈프로처럼 보지 않으면 꽤 볼만한 방송이다. 보험사기나 결혼사기, 꽃뱀이나 제비, 장기 팔이, 도시 괴담 등등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흥미롭기도 하면서 소름이 쫙 끼치는 사례가 많다. 알.고.보.니. 갸갸 나쁜X 이었다는 배신의 역사는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가지고 있으니까. 수많은 에피소드에 변하지 않는 기본 줄기는 처음부터 나쁜 얼굴을 하는 악인은 없다는 것.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때도 있지만 허술한 구성으로도 충분히 무서움을 주는 이유는 다들 이런 경험 하나쯤 갖고 있어서일 것이다.


[실제상황]을 언급하는 이유는 [비포유다이]에서 아주 잘 만든 실제상황의 에피소드의 향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사만다 헤이즈 [언틸유아마인]을 이미 읽어서 맥거핀 기법인지 뭔지에 면역이 되어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전작도 범인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고 재밌게 읽었다. 주위 사람들한테 추천해보니 바로 범인은 누구누구지! 라고 말을 해서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이번 작 [비포유다이]가 더 재밌었다. 아카데미형 작가보다 생활밀착형 작가가 좋은 이유는 바로 있을 법한 사건을 쉽고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보통 ‘사회파’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누가 살인마인지 밝혀낼 생각 없이 작가가 그리는 사회에 즐비한 문제점을 음미하며 읽으니까 훌륭한 한 편의 사회학 보고서를 본 것도 같다. 자폐증, 왕따, 교육열로 자식을 괴롭히는 부모, 탈선하는 아이들의 문제는 어느 사회라도 있는 공감할 수 있는 문제에다 흉흉하게 연쇄 자살 사건이라니!


흥미로운 줄거리로 눈길을 잡아 놓고 막상 다른 이야기로 변죽 울리는 게 살짝 얄밉긴 하지만 여러 명의 시점에서 사건을 보거나 발설할 수 없는 자신의 부끄러운 비밀을 아주 조금씩 풀어내서 독자를 잡아두는 것은 작가의 특기이다.


집단 따돌림 방식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전과 함께 더 악랄해지고 불륜의 형태도 점점 이상하게 변하는 세태도 잘 드러난다.


거의 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이 술술 넘어가는 것도 지루할 틈에 많은 등장인물의 목소리로 말하면서 열심히 단서를 찾게 하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스릴러, 추리물의 특성상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면서 읽는 경우가 많은데 책을 가벼운 종이로 만든 게 마음에 든다. 책을 가볍게 만드는 추세로 가면 좋겠다고 늘 바란다.


다만, 로레인 경위가 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으로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딱히 이 형사부부의 매력을 나는 잘 모르겠다. 정의감에 찬 유능한 형사부부는 그저 열심히 일하고 사회의 정의를 위해 힘쓰는데 흡사 CSI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달라진 시대 분위기와 다양한 인종, 계층을 의식해서 요원들이 어색한 대사를 뱉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령 매춘부 살해 사건조사 중에 “난 이런 섹스 산업에 반대해.” 라고 말하면서도 바로 뒤에 “물론 그녀들이 하드코어한 직업에 종사한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대사를 재빨리 덧붙인다.


CSI의 형사들보다 미국 드라마 [멘탈리스트]의 형사와 패트릭이 더 매력적인 이유는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며 살며 범죄자라도 도덕적 우위에 서서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그들이 훨씬 인간적이고 푸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상처는 작업에 더 방해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사회파 작가이다 보니 앞으로도 또 로레인 형사 부부를 등장시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렇다면 부디 좀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시켜주길... 


*참고로 [실제상황]의 관전 포인트는 범죄자를 연행해갈 때 언제나 흥분하는 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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