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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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프라하를 마음의 고향으로 두고 있는 사람의 인생은 어떨까. 아니면 파리를. 아니면 뉴욕을. 


파리나 뉴욕은 워낙 화려한 동네라 동경이 일기는 하면서도 왠지 아픈 역사가 있는 프라하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에게는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을지 더더욱 궁금해진다.


서울을 동경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원체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의 배경이 프라하인 경우가 많아서 체코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어떤 애잔한 마음이 있다.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요네하라 마리를 알게 된 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큰 기쁨이다. 생소한 러시아(와 동부 유럽) 문화, 발랄한 문체, 해박한 지식, 유머 감각까지 빠지는 게 없다. 뭘 읽어도 재미를 보장하니 한 권 한 권 아껴서 읽고 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프라하에서 소비에트 학교를 다니면서 만난 세 친구를 (엄청나게 노력해서) 재회한 후의 기록이다. 리차를 만났을 때는 따스함을, 아냐를 만났을 때는 왠지 모를 분노를, 야스나를 만났을 때는 눈물이 나왔다. 근현대 동유럽의 격동기 속에 휘말린 개인의 인생은 다양하다. 특히 아냐와 야스나의 부모와 그들의 인생은 너무나도 달라서 화가 났다.


아직 전쟁중인 나라에 살아서 그런지 공산주의라는 게 막연히 무섭기도 하고 사실 뭔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런 논쟁 자체가 낡고 낡은 느낌이라는 것도 있고. 잘 모르니 할 말은 없지만 러시아나 중국, 동유럽은 아직도 나한테는 왠지 사납거나 팍팍한 사람이 사는 나라다. 기후탓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러시아에 대한 생각이 많이 중화된 것이 요네하라 마리의 글을 읽은 게 크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는 예술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을 시기 질투하지 않고 오히려 축하하고 기뻐한다는 것. 외모를 가지고 놀리지 않는다는 것. 생각보다 아주 친근하다는 것. 하긴 술 좋아하는 사람들 치고 사람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


러시아에 대한 재밌는 얘기는 [미식견문록]이나 [팬티 인문학]에서도 잔뜩 확인할 수가 있다.


3장으로 나눠진 책은 각자 색깔이 있다. 그리스 출신의 리차는 그리스의 하늘색인 파랑. 깍쟁이에 거짓말쟁이 아냐에게는 빨간색. 베오그라드 출신으로 하얀 도시에 자부심이 있는 똑부러지는 야스나.


이 중 가장 가볍고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일화는 리차 정도다. 리차는 발랑까져서 남자를 볼 때는 이를 보라고 당당히 충고하는 귀여운 소녀였는데 오빠가 결혼을 잘못해서 집을 풍비박산을 내도, 자폐증 아이를 낳았어도 꿋꿋이 삶을 개척하는 강한 여자로 살고 있어 코가 뜨끈해졌다. 남편도 이가 아주 튼튼하고 바르다.


책 서두에서 러시아 속담에 '거저 받은 말, 이빨은 보지 마라' 라는 게 있다는데 남의 선조에 지혜에 감탄을 했다. 현대에도 유효해서.. 삐뚤삐뚤한 내 건강 상태에 속이 상하기도 했다. (요즘도 가지런한 이가 부와 건강의 상징이지..) 역시 유목민족의 지혜는 동물보는데서 참 뛰어나다. 


세 일화의 구성은 학창 시절에 기억했던 세 친구의 모습과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서 재회하는 장면이 있는데 남자를 줄 세워놓고 고르는 배우가 되고 싶었던 리차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 처럼 야나와 야스나도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 나름 반전도 있어서 줄거리는 여기서 끝. 학창 시절 이야기는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필터가 있어서 더 아름답고 재미있다.


마지막 야스나의 이야기는 너무 슬퍼서 구글로 확인해보기도 했다. 정말 전쟁이란 건 쉽게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싸워준 이들에게는 항상 감사해야 한다고 새삼스레 생각했다.


페이스 북으로 진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불현듯 떠서 뜻하지 않게 괴로움을 받기도 하는 이 시대에 1995년, 전쟁이 일어나는 곳 바로 옆에서 친구를 수소문해서 만나는 이야기는 예전에 유명인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을 재회하게 해주던 [TV는 사랑의 싣고] 보다도 더 애절한 느낌이 들었다. 


요네하라 마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뭔가 질투같은 감정이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질투날만한 조건을 다 갖고 있었기 때문에. 1. 소신대로 사는 뭔가 자랑할 만한 가족, 2.내가 예전부터 동경하던 이국(특히 코 높은 애들 사는데) 문화 안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것, 3. 다른 나라 말 완전 잘 하는 것. 


그런데 학창시절에 생각보다 아주 힘든 일을 많이 겪은 것 같아 질투했던 걸 반성했다. 같은 공산주의라도 정책이 다르면 배척하고 더 미워하기도 하고, 그게 아이들한테도 영향이 가는 것이.. 그런 극심한 고독을 자기 의지와는 다르게 느껴야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 안쓰러웠다. 


일본도 우리와 교육정책이 비슷해서 오지선다, ox를 고르는 시험 때문에 고생을 해서 한국 교육을 당연히 안 좋아하는데 적어도 저런 고통을 안 느껴봤던 나름 안정적인 학교 생활을 했던 것은 다행인 것 같다.



원제는 책에서 두번째 챕터인 <거짓말쟁이 아냐의 새빨간 진실>이지만 한국판은 [프라하의 소녀시대]가 되었다. 작가의 의도가 있겠지만 세 명다 평등한 느낌이 들어 '소녀시대'가 더 좋다. 프라하는 구매력을 상승하게 하기도 했고. 



그냥 밀란 쿤데라 얘기가 있어서 밑줄긋기. (단언컨대 이것말고 진짜 재밌는 부분이 많다.)


"친해진 체코의 극작가 D씨는 "저렇게 진보를 거부하는 숙명론은 소름이 돋을 만큼 불쾌해"하로 토로했다. 덧붙여 "그래서 도프토예프스키도 싫어"라고도 말했다. 동방정교를 문화적 근본으로 삼은 러시아에게 국토를 유린당해 이 감정은 더 증폭된 것이리라. D씨뿐 아니라, 밀란 쿤데라를 비롯한 중부 유럽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창작 자세에는 이러한 감정이 곳곳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겨우 잠이 들었다." p. 222


중부 유럽(동유럽.. 동유럽 사람들은 '중부 유럽'이란 말을 쓰는 걸 좋아한다고.) 작가들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참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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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체르 소나타 러시아 고전산책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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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아실... 톨스토이의 책에 별 3개를 주는데 고민이 있었다. 그래도 톨스토이인데! 내가 작은 그릇, 작은 이해력으로 별표를 인색하게 줬다고 비난해도 좋다. 별 두개는 읽는 동안 짜증이 일렁일렁 했던 것과 [안나 카레리나] 에서 보았던 대가가 맞나? 하는 의심으로 별 두개를 뺐다. 오히려 배신감 때문에 더 인색해 졌달까. 니가 결혼 생활을 안 해봐서 그렇지~ 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톨스토이가 분명 대가이긴 하지만 작품이 전기 중기 후기로 나뉘면서 후기 작을 대체로 추천하지 않는 걸 알 수 있는데 이유를 들어보면 '도덕기' (라고 쓰고 '꼰대기'라고 읽는다) 로 접어들면서 작품에 교훈이 들어가면서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동감한다. 읽는 동안에 짜증이 일렁일렁 한다. 


미국 유명 코미디언 크리스 락이 쇼에서 말한 멘슨 만델라의 사례를 봐도 결혼 생활은 몹시 고역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결혼 생활이라는 걸 경험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가장 이해가 될 것 같았던 사례라 기억한다. 


결혼은 진짜 빡쎈거야. 결혼이 얼마나 빡쎈 거냐면, 넬슨 만델라도 이혼했어. 넬슨 만델라는 27년을 남아공 감옥에 갇혀 있었어. 그는 27년 간 매일같이 당하는 고문과 매질도 참아냈고 40도가 넘는 남아공 사막에서의 강제노동도 견뎌냈어. 그 지옥같은 27년 간을 참아내고 감옥에서 나와서 부인하고 겨우 6개월 지내고 이혼했다고. - 크리스 락


만델라보다 위대한 사람은 많이 없지만 만델라보다 결혼 생활을 더 오래오래 버티는 사람은 많다. 존경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읽게 된 건 예전에 바르셀로나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라고는 해도 나이가 열살 이상은 차이가 날 듯)와 가끔 페이스북 채팅을 하다가 "요새 뭐 읽어?"라는 질문에 톨스토이 책, 이라는 힌트를 주자 바로 "크로이체르 소나타?" 라고 물었다. 오잉 그건 뭐지? 


해서, 찾아본 이 책과 베토벤의 음악. 이 음악 연주 하는 것을 보고 질투에 사로잡혀 살인했다는 이야기라... 도대체 얼마나 매혹적이고 음란한 곡이기에? 라는 생각을 하며 들었다. 역시 아름답군.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화음을 그저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고 음악이 얽히고 사람이 얽히고... 같은 음탕한 생각을 하다니! (두근두근!)


이런 기대(?)로 읽었던 소설. 남들이 비추하면 이유가 있는 거다. 서술하는 사람이 광인인 탓도 있지만 기대했던 에로틱한 분위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내 기대는 배신으로 바뀌고 비지엠은 베토벤의 [운명]. 완전 이런 띠로리~~ 로리로리로리~


물론 대가인 톨스토이 작품인데 썩어도 준치는 준치라고 어떻게 후질 수가 있단 말이냐.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이런 권태를 알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도, 어느 미친 인간의 광기 어린 묘사를 따라 책장을 헐떡헐떡 넘기며 숨 쉬기 힘듬을 느끼게 하는 것도 대가니까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 톨스토이 입문서로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괜히 기분만 버리면 [안나 카레리나]까지 읽기 싫게 만들 수 있으니까. [안나 카레리나]를 읽는데 중간에 다른 책을 무지 찝적거리면서 1년이나 걸렸다. 근데도 뿌듯했다. 아니면 동명의 영화라도 보시길.. 역시 남들이 추천하는 책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


배경은 어느 기차 안. 나는 기차 안의 사람들과 결혼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된다. 변호사, 귀부인 여자, 고지식한 노인 그리고 어떤 신사. 토론은 어느새 논쟁이 되고 열을 올리는 신사는 결혼에 대해 심하게 냉소적이게 얘기하다가 자신은 부인을 죽였노라 고백한다. 그 후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차 안. 모두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한다. 신사는 눈치를 채고 자리에서 물러가고 사건을 일단락 된다. 신사의 이름은 포즈느이셰프. 계속 여행이 지속되는 동안, 신사는 결국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여주겠노라 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부자였고 꽤 방탕하게 생활했다. 하지만 여자를 '아는' 보통의 방탕한 청년들과 달리 자신은 결혼을 한다면 결혼 생활에 헌신하려 결심했었다 한다.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고 여자는 가난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결혼했다. 그리고 많은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 때문에 끊임없이 불안해 하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아내와는 이미 증오가 가득찬 상태. 애정과 증오의 온탕과 냉탕을 반복하면서 그들은 동물처럼 싸우기만 한다. 의견차이일 때도 있고 그냥 말을 시작해도 반박만 하려고 하는 전형적인 권태로운 부부사이. 아이들이 있든 없든 동물처럼 싸우기만 하는데 아내는 어느날 인가 부터 피아노를 연주한다. 가끔 바이올린과 합주를 하기도 한다. 유달리 피부가 하얗고 손이 부드러운 상대 남자. 그닥 눈여겨 보고 있지 않다가 서로 죽이겠다고 싸우며 약을 먹는 등의 쇼(?)까지 벌이는 동안 애증이 극에 달해 있던 이들 부부 사이에 그가 바이올린 합주를 하러 오고...


갑자기 돌아온 포즈느이셰프는 아직도 걸려 있는 남자의 코트를 보게 된다. 침착하게 구두를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그의 주머니에는 칼이 들어있다. 두 남녀가 있는 방은 별 이상할 게 없지만 그는 남자를 향해 칼을 겨누고 그를 제지하는 부인과 실갱이를 하다 결국 부인의 옆구리를 찌른다. 괴로워하던 아내는 죽으면서 '당신 뜻대로 됐지? 그래도 양육권은 다 우리 언니가 가져갈꺼야.' 같은 말을 한다. 그때까지도 미워하는 감정이 남은 포즈느이셰프. 그날 밤 아내가 싸늘한 주검이 되자 그제서야 자기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깨닫고 오열한다.


이토록 결혼이 못할 짓인지 아님 미친짓 인지. 결혼제도가 이제 몇 년이냐... 아주 아주 오래 지속되는 동안에도 풀리지 않는 숙제인가봐, 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젤 친한 친구가 "나 결혼할지도 몰라" 라고 발표하자마자 사진 촬영 일정을 떡 하니 발표하고 엄마가 심각하게 나 돈 모아둔 거 있으니.. 혹시 돈 모잘라서 결혼 못한다는 말 말고 일단 엄마한테 말하라고 심각하게 선언한 오늘............ 몹시 심란하다. 이십대 후반의 새해는 이렇게 시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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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전쟁 -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학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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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심리, 생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즐겨보곤 했다. 제목만큼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책. 사려고 벼르고 벼르다 반값행사할 때 주저없이 장바구니로 쏙 넣었다. 이제 그런 호시절이 다시 오려나...? 


공공장소에서 읽기는 몹시 민망하다. 시도해 본 적도 없지만 야심한 시간에 혼자 읽기를 권한다. 먼저, 책의 구성은 생식(!)이 되는 사례를 먼저 보여주고 그 다음에 바로 어떤 정자가 어떤 승리를 거뒀는지 설명한다. 물론 책을 유명하게 만든 건 저자의 독특하고 파격적인 설명 때문이지만... 그치만.. 그치만... 나는 앞에 사례 때문에 더 재미있게 읽었다.


핫핑크로 씌여진 제목 때문에 잘 안보이지만 책의 부제는 이렇다.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크아.


어릴 때 별별 상식 사전을 읽어대던 언니가 나한테 또 엄청 뻐기며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야 너, 사람을 생물적으로만 보면 어떤 필요가 있는 줄 알아?" 당근 대답을 못 했다. 도대체 생물이 뭘 뜻하는 말인지! (그냥 맹- 그 자체였음) 입도 뻥끗 못하는 나를 아래로 보며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애 낳는거야.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보면 그거 밖에 가치가 없어. 동물하고 똑같은 거지."


애, 낳, 가치, 동물.... 나름 충격을 받았는지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사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약간 동물처럼 사는 것도  이제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 이라는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난 그저 감정에 솔직하다는 뜻으로 쓴다.)


아무튼 책은 부제를 배반하지 않고 온갖 난잡한 사연이 나온다. 보기 좋은 커플이 아름답게 결혼해서 오순도순 살며 애기를 낳는 이야기는 단순히 생물학적 여자의 선택에선 너무나 지루하고 유전자적으로 아쉬운 경우다. 연애할 때도 바람난 상대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결혼 생활에서야. 


다행(?)인 것은 책 사례에서 외도한 여자의 대부분이 가정으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배우자가 양육을 할 때 더 좋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여성의 외도 혹은 스와핑, 매춘부, 젊고 멋진 대학생을 고용할 수 있는 부잣집 사모님(아니면 유리창 청소부..) 과 같은 경우가 예로 들어진다.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 정자를 전쟁시킬 여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례에서는 부정의 관계로 인해 아이들이 더 많이 태어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건 아마 자궁과 질 점액이 그런 관계에서 얻은 유전자가 더 좋다고 판단했던 거겠지.


정자도 정자끼리 전쟁을 하지만 사실 자궁이랑도 전쟁을 해야한다. 일반 가정에서도 아이를 첫째 아이가 걸을 수 있을 정도의 텀을 두고 낳거나 가장이 직업이 불안정할 때 임신이 잘 안 되는 것 처럼 출산 전략에 맞게 임신하는 경우를 볼 수가 있다. 이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책은 외도와 불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겪는 자위행위나 몽정 같은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거의 400쪽에 걸친 방대한 양에도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은 흡사 '야설'과 같은 자세한 묘사다. 성적으로 흥분을 하면 어디어디서 땀이 분비되고 어디에서 어떤 반응이 오고... 하는 것을 참 자세히도 써놨다. 필력이 짱이다. 로빈 베이커 아저씨는 생물학자가 아니었음 로맨스 소설 작가로 이름을 날렸을 것 같다.


이것은 야설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픽션이 아니다. 약간 흥분되는 작은 로맨스 소설을 읽고 생물학적인 지식도 쌓을 수 있다. 사랑과 전쟁은 대척점에 서 있는 것 같지만 본질은 같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러고 보니 [사랑과 전쟁]은 참 잘 지은 제목인 것 같다. 시즌 3... 나올꺼죠?




* 가끔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그래도 넌 태어날 때는 1등이었잖아."는 틀린 명제다. 엉엉. 그 중에서 나를 뽑아준 엄마 자궁의 선택에 감사하자. 엄마에게 효도해야할 이유가 또 늘었네.


* 괜히 나도 하는 한줄평 : 인문서계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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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 아웃케이스 없음
소피아 코폴라 감독, 제이슨 슈왈츠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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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공주병은 있었는데 막상 실제하는 공주, 왕비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책 한 줄 안 읽었던 나에게 처음 마리 앙투와네트를 접했던 것은 그 유명한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였다. 머리가 원체 맹했던 나는... 사실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누가 만화가 쉽다고 했지?!


그래도 기억에 남는 건 당연히 남자보다 멋있는 오스칼과 그 옆에서 간드러지게 웃어대는 일라이자 머리를 한 철없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왜 공주라고 생각했을까?) 베르사이유나 마리 앙뚜와네트 같은 희안한 이국의 언어에 매료되어 조금 열심히 봤지만 워낙 어두운 내용에다 왕가라는 것 자체에 이해가 없어서 내용 자체를 크게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딱히 마리 앙투와네트라는 여자를 미워하지 않았다. 한편으론 슬픈 이야기다. 왜 이렇게 이해력이 떨어졌는지.. 엄마가 걱정했던 이유를 알만도 하군.


커스틴 던스트가 딱히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영화에서는 꽤 매력적이다. 몸매도 훌륭하고. 마리 앙투와네트가 실제로 주걱턱이 심하긴 했지만 꽤 미인이었다고 하던데 그걸 재현할 수 있는 헐리웃, 아니 서양 배우가 있을까. 워낙 다들 반듯반듯 예쁜데.


별 기대를 안 하고 본 영화를 홀리 듯 보았다. 여자라면 홀릴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 꽃이든 과일이든 썩기 전에 가장 향기롭고 달콤하듯이 시민혁명이 일어나기 전 프랑스 귀족의 사치는 엄청 났다. 비용을 대는 쪽이 죽을 맛이지 쓰는 입장에서야 신이 나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서 주인공이 명품을 접하고 아름답게 변화하는 모습에 희열을 느끼거나 미드 [섹스 앤더 시티] 에서 캐리가 옷방을 뒤지며 옷을 찾는 장면에 한번도 두근거림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라면 별로 일 수도 있겠지만.


뮤지컬, 영화, 소설로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 여인에게는 생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 오스트리아 출신의 공주가 대국 프랑스의 왕비가 되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뻣뻣한 프랑스 귀족들은 지위상으로 아랫 것(?)들이지만 상대적으로 촌뜨기 외국 여자애를 은근히 무시하고 깔보며 대한다.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호박씨를 까면서 텃세를 부리고 심지어 시할아버지의 첩까지 어린 마리의 복종을 요구한다. 아침마다 아래 사람들에게 속살까지 보여야 하고 편이 없이 발가벗겨진 것 같은 궁중생활은 화려한 드레스와 요란한 음식과는 달리 몹시 힘겹다.


우유부단한 남편인 루이 16세는 가장 중요한 생산(?)적인 활동에는 관심이 없고 사냥에만 정신이 팔려서 젊은 여자 마리를 힘들게 한다. 후손을 잇지 못하면 왕비의 자리도 위태해지므로 마리의 어머니는 걱정이 된다. 본인이 제일 힘들테지만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는 끊임없이 닥달의 편지를 보내고 루이의 여동생이 먼저 후손을 낳는 등 마리의 궁중생활은 험난하기만 하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자신에게 도통 관심이 없는 남편에게 지친 마리는 다른 방면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한다. 요즘 (있는) 여자들이 카드를 팍팍 긁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요건이 갖춰진 궁전에서 원없이 온갖 치장을 하는 철없는 왕비. 초콜릿과 빵, 스위트 와인까지 마시면서 생각없이 그저 해피해피한 쇼핑 친구들과 감각적인 게이(?) 디자이너까지 갖췄는데 어떻게 이런 생활을 포기할 수 있을까. 만나면 즐거운 친구들과 생활하던 마리는 온갖 쾌락을 좇는다. 겜블링, 멋진 파트너와 파티에서 썸타기 등등. 


역시 너무 조급해하고 매달리는 것 보다 다른 것에 힘을 쏟는 게 시공을 막론하고 연애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마음 놓고 즐거운 궁중생활을 즐기던 마리에게 다행히 딸이 생기고 또 아들이 생긴다. 딸이 생긴 마리에겐 이제 사치 대신 정원을 가까이 하며 심신의 안정을 찾는다. 사치 후의 정원에 심취하는 건 많은 연예인들이 그렇듯이 물질로 채울 수 없는 내면을 채워 주는 것을 찾아 도달한 최종점 같은 것이다. 정원에서 양과 닭을 키우고.. 화려한 옷 대신에 가볍고 부드러운 흰 면 드레스를 입고 딸과 함께 뛰어다니는 그림을 보고 있자니 너무도 유명한 그녀의 말년이 생각나 슬프기도 했다.


좀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남편으로나 왕으로서나 별로였던 루이 16세는 성난 군중을 가족과 함께 맨 몸으로 맞이하기로 결심하고 마지막 식사를 한다. 


마리 앙투와네트의 인생은 유명해서 영화 줄거리를 요약할 필요는 없지만 한 인물을 그리는 데는 그리는 사람의 시선은 중요하다. 영화는 소녀에서 여자로, 공주에서 왕비로 변하는 동안을 여자의 시선, 아니면 마리 앙투와네트의 시선에서 그린다. 어린 자신에게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자신을 욕하는 여자을 보는 마리. 문화 차이와 직급이 높아져서 개인적인 행동 하나 하나에 해석하는 이국의 사람들. 자신을 여자로 대하지 않는 어린 남편. 그 때문에 임신이 안 되자 닥달하는 어머니와 고소하다는 듯 보는 사람들.. 더구나 양국에 문제가 생기면 어디서 자신을 보호해주고 자신은 어디 편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럽고 복잡한 정체성의 혼란까지. 힘든 생활에 지쳐 쾌락에 심취하게 되는 보통 여자로서의 마리 앙투와네트를 그렸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그녀가 실제로는 말하지 않았던 말로 군중을 화나게 했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안이한 대응은 더 큰 비극을 불러왔다. (강하게 변호했다면 운명이 달라졌을까?)


벌써 2년 전 처음 갔던 유럽 여행에는 파리가 끼어 있었다. 당연히 베르사이유 궁을 방문했던 나는 이것이 진짜 1700년대 후반의 궁이라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 2000년대에 사는 나는 그 방 중 하나보다도 무지막지하게 심플하게 살고 있는데! 역시 시대를 잘 타고나는 것보다 탯줄인가.. 같은 생각도 잠시 했다.  


이렇게 사치가 심하니 시민 혁명이 일어난 게 수긍이 참 많이 갔다. 하지만 여자라 그런지 인간지사 새옹지마라도 한 번은 화려하게 살아 볼 만은 하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다. 평생 아무 드라마도 없이 죽는 평범남녀도 많은데.


흔히 프렌치 시크라는 검정, 하양, 무채색의 스프라이트 대신 영화에서는 마카롱 같은 파스텔 컬러와 밝은 민트색과 핑크, 새하얀 실크같은 그저 소녀스럽고 행복하기만 한 밝은 색으로 화려한 그녀의 생을 그려낸다. 잔잔한 꽃 무늬, 여기저기 번쩍이는 금장식, 레이스, 깃털, 프릴, 힐, 뮬,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마카롱, 초콜렛, 떨어질 듯한 샹들리에, 여백없는 화려한 벽지.....  만으로도 눈요기는 충분하다. 


가끔 마리 앙투와네트와 친구들이 치장을 하는 장면만 돌려 볼 때도 있다. 감독이 유명한 스타일리스트라는데 스타의 리얼리티쇼를 보는 것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먹방을 보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해야할까.


프랑스 역사를 보면 참 통쾌한 순간이 있다. 바로 시민혁명. 그건 알다시피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그로인한 부작용도 있긴 했지만. 루이 16세는 능력없는 왕 같지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기 때문에 오히려 깔끔하고 멋있게 포장 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마리 앙뚜아네트도. 가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모로코와 네덜란드의 왕실의 막장 스토리를 보고 있으면 전혀 상관없는 나도 부아가 치미는데.. 차라리 그들이 운명에 저항하지 않고 꼿꼿이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야 말로 그들은 멋있게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리 앙투와네트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여자로서 그녀의 일생이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내가 당시에 버는 족족 세금으로 쪽쪽 빨리고 있던 시민이었다면 얘기가 많이 달라졌겠지?(지금의 신분(!)으로선 이게 더 현실적이다.)


내 일생을 적으면 소설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인이 많다. 하지만 진짜 자기 일생을 기록으로 남겼을 때 소설이 되는 여인은 드물다. 고귀한 출생, 아름다운 외모, 애정없는 결혼, 타지에서 외로이 시작된 결혼 생활, 성공적인 임신과 출산, 물질적인 풍요로움, 달관, 일생의 사랑, 천한 것(?)들의 역습, 꼿꼿하게 왕녀의 품위를 지키고 먹은 왕실에서의 마지막 식사, 단두대에서 마감하는 삶까지. 이것이 고작 38년을 살다간 여인의 삶이 계속 회자되는 이유가 아닐까.      



사족 : 그나저나... 옛날에는 무조건 얼굴과 가슴으로 쇼부를 봐야했던가. 다리가 예쁜 여자들은 참 억울하기는 했겠다...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얼굴이 너무 중요하니까 몸매만 좋은 숙녀는 사냥같은 걸 할때 사고(바람,, 낙마 등의)를 빌미로 치마를 훌렁 넘겨서 자기의 예쁜 다리와 엉덩이라인을 보여주기도 했다는... 일화도 있다. 참 남자 유혹하는 건 진짜 힘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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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2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5-01-02 19:35   좋아요 0 | URL
원작 소설이 따로 있었군요. 알라디너가 이렇게 정보력이 느려서야..ㅠㅠ
아마 요 영화는 여성 취향인 것 같아요. 옷, 구두 쇼핑을 좋아하신다면 눈이 막 호강하는 영화에요.ㅎㅎ

역시.. 아직도 다리보다는 얼굴하고 가슴인가요..? 씁쓸해라..ㅎㅎ

야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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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난 자막이 있는 걸로 봤다. 심심하던 차에 IP 티비가 제공하는 공짜 영화를 감상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적당히 훈훈하고 재밌어서 기분 전환용으로 딱이다. 정말 쉬운 단어의 번역이 더 어렵다고 하는 걸 실감한다. 영어 제목을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 머리를 굴려보는데 적절한 답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바보 오빠 or 남동생.. 형제라고 하면 무슨 종교같기도 하고.. 차라리 이 부라더의 이름으로 '바보 네드' ??  스스로도 너무 후진 답안이라 민망하다.


네드가 진짜 바보는 아니고 우리 말로 하면 좀 얼뜬 사람 정도 된다. 농장을 갖고 있는 여자친구와 개 '월리 넬슨'과 행복한 동거를 하다가 경찰한테 대마초를 팔고 철창 신세를 지게 된다. 형량을 지고 나오자 여자친구는 네드와 비슷하 새 남자친구를 들이고 그를 쫓아낸다. 개도 주지 않은 채.


네드는 하루 아침에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 엄마네 집으로 향한다. 네드에게는 위아래로 여자 형제 3명이 있다. 큰 누나 리즈는 결혼생활에 지쳐 생기없는 아줌마가 되어가고 둘째 누나 미란다는 직장에서 승승장구할 야심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기자 생활을 한다. 막내 동생 나탈리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양성애자로 순간의 감정을 조절 못 해 사건 사고를 일으킨다.


네드는 마약 갱생 프로그램(?) 같은 걸로 때때로 정부에 보고를 하며 자매님들의 집을 전전하게 된다. 큰 누나 리즈는 남편의 눈치가 보여 처음부터 반기질 않았지만 어린 조카는 자기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삼촌 덕에 신이 난다.  예술 대신에 유도, 아이처럼 놀고 싶은 조카와 삼촌은 신이나서 작은 사고를 친다. 매형의 일도 도우며 사람 구실을 해가나 싶던 네드는 매형의 불륜 현장을 적나라하게 목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리즈의 가정을 깨게 된다.


사고를 쳤으니 둘째 누나에게로 간다. 냉혈한 둘째 누나는 하필 그때 운이 좋게도 전남친X끼한테 섹스비디오를 유출당한 재벌여성을 취재할 기회가 생긴다. 운전기사 노릇만 해주던 네드는 따뜻한 마음씨로 재별녀의 말을 들어주고 훈훈한 기운을 불러일으켜  둘째 누나 미란다에게 인터뷰 기회를 제공한다. 출세지향의 미란다는 당연히 인간적인 매너 따윈 지킬 생각이 없고 스쿠프를 따기 위해 열심히 사생활을 까발리려 혈안이 된다. 당연히 기대처럼 되지 않지만 미란다에게는 사람 좋은 네드가 있다. 네드의 편안함에 재벌녀는 마음을 열고 사생활을 술술 말하고 미란다는 스쿠프를 한쿱 크게 올린다. 


하지만 못된 미란다는 여전히 외롭다. 이 야망찬 여성에게 남자들은 다 별볼일이 없다. 그래도 하나 있는 편안한 친구만이 미란다를 받아주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에는 확신이 없는 상태다. 네드는 그 사이를 끼어들어 서로를 이어주려고 한다. 하지만 계속 불편해지는 그들... 네드는 또 사고를 치고 막내 동생네 집으로 향한다.


나탈리는 막내의 전형으로 사랑스럽고 대책없이 사랑이 넘친다. (나도 막내라서 잘 아는데) 대부분의 막내들과 같이 책임감 보다는 유희와 쾌락에 더 심취해 있기도 하다. 암수 구별없이(!) 사랑하는 나탈리는 능력있는 레즈비언 애인이 떡하니 버티고 있지만 술이 떡이 되어 예술가 친구(남자)와 정신없는 하룻밤을 보내고 임신을 덜컥 해버리고 만다.


당연히 오빠 네드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상황을 어찌 수습할지 고민하는 나탈리.(어찌나 미국스러운지) 네드는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를 구하라는 교과서적인 조언을 하고 막내 동생을 납득 시키는데 용기 없는 나탈리는 말을 계속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네드는 나탈리의 능력좋은 변호사 여친과 함께 개 윌리를 찾으러(훔치러)간다. 당연히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던 네드는 나탈리의 임신 사실을 그 사이 훌훌 불어버리고 개 도둑질도 실패하고 만다.


여자 형제 3명은 모여서 네드를 씹는다. "우리 인생에 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잖아!! 문제는 날마다 사고 치는 그 놈이야!!" 라고 정신승리를 하는 여성 3명은 급기야 서로를 씹고.... 원래 자기들 인생의 문제를 직시한다.


가벼운 코메디 장르의 영화라 그런지 비교적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혼한 누나 리즈는 생기를 찾고 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유도를 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엄마로 거듭나고 미란다는...기억이 잘 안 난다(ㅠㅠ). 막내는 애인에게 용서를 받고 애를 낳아 키우기로 결정하고. 무엇보다 착한 네드는 전여친의 현남친(!)의 도움으로 개 윌리를 찾아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 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남 탓 하며 '정신 승리' 하는 습관이 있는 나한테는 그저 재밌게 보고 웃어 넘기기엔 좀 무거운 영화였다. 밝은 내용에 웃다가 얼굴이 확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어수룩하고 착해보이는 약자에게 비난을 마구 가하면서 내 문제를 날려버리는 요 나쁜 자매들은 미운 내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따뜻한 내용만큼 영상도 잔잔하게 예쁘고 음악도 듣기 편하다. 원망도 책망도 안할테니 내 옆에도 내 얘기 잘 들어주는 편안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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