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냐 추녀냐 - 문화 마찰의 최전선인 통역 현장 이야기 지식여행자 3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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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명 '마리여사'라고 불리며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저자입니다. 외국어를 전공하여, 파릇파릇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신입생 때 통번역가의 꿈을 꾸어본 저로서는 안 살 이유가 없는 책이었습니다. 어학실력 뿐만 아니라 임기응변에도 강해야하는 통역가 출신인 작가의 글은, 글마저도 빠르고 경쾌한 느낌이 들어서 읽으면서도 신이 납니다.   

 

2. 아무리 마음이 예뻐야 여자라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얼굴 예쁜 여자는 대접받는 현실. 그래서 번역문마저 '아름답지만 부정한 미녀 혹은 못생겼지만 정숙한 추녀'에 비유되곤 하니, 이쯤되면 슬슬 열이 오르긴 하네요. 마리여사도 지적했듯이. 그래서 저도 바꿔보렵니다. 뚝배기남이냐 허우대남이냐!! 

남자는 상대적으로 여자보다는 외모의 중요성이 떨어지므로.. 느낌이 확실히 와닿지는 않는군요. 으, 분하다...!  

 

3. 저자가 일본인이므로 일본어를 알면 더 재밌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러시아어를 아는 분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겠어요. 러시아어라고  하면 "쓰벌노무스키" 같은 저질 유머를 날리곤하는 저도 러시아어를 몰랐지만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책을 읽기 위해 다른 언어를 배울 필요는 없다는 별 도움 안 되는 사족을 붙여봅니다.  

 

4. 업계(?)에 계시는 분들의 주옥같은 말이 많아 즐겁습니다. 그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이 문장을 읽고 머리를 탁 쳤습니다. 일을 하지는 않았어도 수업시간에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요.  

   
  다른 사람의 통역을 듣고 '이 사람, 왜 이렇게 못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히 그 통역사 수준은 당신과 같을 거예요. '아아, 이 정도 통역이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느낌을 가졌다면 그 사람은 당신보다 훨씬 잘하는 겁니다. pp117, 118  
   

 

 

잠깐 웃펐(웃기고+ 슬프다)습니다. 흙흙

 

5.  그래서 결론.  

저는 역시 허우대멀쩡한 뚝배기남이 좋아요!  

문제는 허우대멀쩡한 뚝배기남들이 정숙한 미녀를 좋아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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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1-09-24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벌노무스키..ㅋㅋㅋ 웃다가 멋진 문구에 감동받았습니다. 비단 통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어요. 웃펐다는 표현도 참신, 신기하구요~^^

저 역시 허우대멀쩡한 뚝배기남이 좋아요!!!!
문제는... 허우대멀쩡한 뚝배기남들에게는 짝이 있다는 거죠..ㅋ
근데 더 큰 문제는 저한테도 애인이 있다는 거죠...하하;;

뽈쥐의 독서일기 2011-09-26 00:12   좋아요 0 | URL
엄훠! 저두 댓글 즐겁게 읽다가 마지막 말에...ㅠㅠ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데 염장지르지 마셔요~~~!!ㅎㅎㅎ
썰렁하고 외로운 서재에 즐거운 댓글을 남겨주시는 꼬마요정님 애인은 분명 허우대멀쩡한 뚝배기남일 거예요.
그럼 꼬마요정님은 '정숙한 미녀'이시려나?ㅎㅎ

실은 웃프다는 말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이랍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요^^
정말 참신하죠? 요즘 유행어 어플도 있던데 이 표현 쓰면 바로 젊은언니(?)로 등극하실 수 있답니다~
 
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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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제목만 보고 살까 말까 하다가 산 책이었는데 가족들의 모든 책이 뒤섞인 내 서재에서 조용히 있어야할 운명에 있었던 책이었다. 그러다 가격이 50%가 다운되자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며 다시 집어들었던 책이기도 했다.

내가 읽은 것 중, 가장 재미있고 잘 써진 에세이이며, 그리고 로맨스 소설보다도 더 로맨틱한 책이다. 

결혼을 하고 서재를 합치고 아이들이 책을 놀이도구로 삼고 블럭 쌓듯이 놀며, 가족들끼리 낭독 대회같은 것을 하는... 어쩌면 어릴 때 내가 그토록 꿈꿔왔던 가족의 이미지였다. 그러므로 책을 읽으면서 너무 행복했고 웃음을 터뜨렸고 질투심에 부들부들 떨기도 했다. 

나는 어릴 때 책을 무척 안 읽는 아이였다. 우선 집에 재밌는 책이 별로 없었다. 순전히 위인전과 그게 아니면 역사 만화, 백과사전 아니면 아예 어른용으로 된 세계문학전집 등이 우리집 서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신 동화책과 알쏭달쏭 상식같은 가벼운 과학책(대부분 언니가 졸라서 산 것), 어린이용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이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에 새로 생긴 큰 서점에 세모녀가 나란히 가서 책을 하나씩 골라오곤 했는데, 거기서 내가 고른 재미있는 이야기 책만이 내가 여러번 읽고 선호했던 책이었다. 얼마나 여러번 읽었는지 그 때 읽었던 창작 동화집과 <트리캡의 샘물>은 언제나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정말 훌륭한 동화는 50세에 읽어도 재밌다는 말은 진실이다! 

스토리에 목마른 내가 나와 맞지 않은 책들로만 가득찬 우리집 서재에서 지루함을 느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나는 위인전을 별로 안 좋아했고 지금도 싫어하는 수준으로 안 좋아한다. 그 많은 위인전들 중에 읽었던 인물은 에디슨, 헬렌 켈러, 강감찬 뿐이었다. 에디슨은 스펀지에서 주기적으로 나쁜 인물로 나와서 날 실망시키고, 헬렌 켈러는 사회주의자였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사회주의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무척 의외로 느껴졌을 뿐이다.)을 알았고, 강감찬은 탄생에 얽힌 지명인 낙성대와 키가 작고 못생겼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 그가 공을 세웠던 전투는 기억에 별로 남지 않는다. 

엄마는 어릴 때 가끔 위인전을 잠에 들기전인 언니와 나에게 읽어주었고, 나는 도서 선정에 짜증을 느꼈지만 그냥 엄마가 옆에 있는게 좋아서 참고 들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내 아이에게는 위인전 따위는 읽어주지 않으리! 

그런 점에서 이들의 결혼생활은 무척이나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이야기 책으로 가득찬 서재에 꽂힌 책들을 '육체적으로' 느끼고, 그것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배운다니. 특히, 처음의 서재를 결혼시키는 장면에서 부부가 토론하는 모습은 무척 부러웠다. 영문학에 대한 지식은 많이 없지만 겹치는 책에 대해 이마에 핏대를 세우면서 싸울 수 있는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그 밖에도 재미있는 꼭지를 만나볼 수 있다.  책을 사랑하는 방식에 따라 '육체적 연인'과 '궁정식 연인'으로 분류하는 법에 대해서는 본인의 방식을 체크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어디까지를 표절이라고 말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이 에세이 집이 어떤 할리퀸 로맨스보다도 더 로맨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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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개청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지음 / 이순(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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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선 책 곳곳에 있는 강아지 그림이 무척이나 귀엽다. 이런 일러스트가 없었다면 책의 재미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작은 그림들이라지만 어떻게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은 이렇게 작게 적을 수 있지?? 나라도 이름을 적어줘야겠다. 이세실. 넘넘 귀여운 삽화를 그린 삽화가!  

예전에,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는데, 아무튼 나도 공황같은 걸 느꼈다. 가슴이 뻥 뚫어진 것 같은 느낌을. 그래서 읽은 책이 <너, 외롭구나?>였는데, 더 기분이 나빠졌다. 지는 얼마나 잘랐다구! 사람에 따라 반응은 달라서 찬반논쟁도 참 많은 책이었다. 오히려 따끔하게 혼이 나서 정신을 차렸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같이, 반감이 생긴 사람도 꽤 있었다. (다 틀린 말은 아니었는데, 논조가 좀 거칠었어야지..쯧)

그 책의 시각은 '인생의 방향의 개인(의 노력)이 결정한다' 였는데, 매우 미시적인 시각으로서 사실 그 저자 자체도 나로서는 크게 존경할 만한 업적이 없었다고나 할까. "너네 어린 놈들은 근성이 부족해! 눈물 젖은 빵은 먹어봐야 인생을 알 수 있지!? 내가 다 너넬 사랑해서 하는 말이야" 하는 70년대스러운 사고를 가진, 매우 꼰대같은 책이었다. (아, 내 책 값 내놔ㅠㅠㅠㅠㅠㅠㅠㅠ애들한테 욕 실컷하고 돈 벌으니 좋수?) 

아, 왜 그 책에다 리뷰를 안 달고 여기서 난리냐.. 하면, 그 당시는 짜증이 나서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었다. 

<위풍당당 개청춘>은 그런 점에서 바람직하고 유쾌한 책이었다. 역시 상큼한 언니들은 다르다니깐.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언론사를 지망하여 공부를 했지만 낙방하고, 끝내 공사에서 일하게 된, 이대 나온 여자인데... 언론사를 준비해서 그런지 글을 웃기게 잘 쓴다. 허세도 별로 없고. 

공사에서 일할 정도면 안정적인데 '꿈을 갈아먹고 있다'는 말을 배부른 소리로 듣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즘 싸이월드 댓글이 다 그런 식이다. 가령 '나 방금 출근했는데 퇴근하고 싶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배부른 소리한다, 네 상사에게 다 찔러버리겠다, 짤려 봐야 알지..'등등. 그리고 뷰티, 패션 기사에는 '돈지랄, 돈 있으면 다 돼.. " 같은 힘빠지는 말도 많이 한다. 

아무리 직업이 안정적이고 보수가 좋더라도 크게 원하지 않는 일을, 단지 생계를 위해서만 하고 있는 사람은 행복할까? 난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 말이 투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 일이란 거는 진짜 모르는 일이니까, 나도 본능에 맞지 않는 선택을 할 지도 모르고. (그니까 나는 이런 데 배알 꼬이는 '찌질이'는 아닌 것이다. 휴.)

지루한 일의 반복, 그러니까 내 능력이 조금도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면서 하는 일은 참으로 김빠지는 일이다. 푸코나 들뢰즈를 읽어도 직장에서는 작성하는 문서의 폰트의 크기 같은 것에만 고민하고, 문서의 형식에 맞게 필요한 말만 하는 것은, 자괴감이 느껴지는, 힘든 일이다. 

매우 마음에 드는 꼭지의 제목.<이십대, 까도 우리가 깐다>. 그러니까, 까도 우리가 깐다구!! 

커피빈이나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싸구려 커피를 마시는 상황. 이건 싸구려 커피밖에 없던 시절이 태어나 싸구려 커피를 마시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좌절감이다. p.166    

어른들 세대랑 우리 세대는 엄연히 다르다. 그러니 까도 우리가, 우리 식으로 까야지. 어른들은 선동(이것 또한 그들의 방식)하지 말지어다. 

또, 약간, 아니다 꽤 많이 공감되는 말. 이 불필요한 소비. 그 클릭질 때문에 나는 약 다섯 시간 더 근명히 노동해야 한다. 이럴 땐 내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다. p.178 

거참, 난 이십오 년 동안 이 기업에 입사할 준비도 안 하고 뭐 하고 살았단 말인가! p.22 

요즘은 입사는 아니더라도 기업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만든 프로그램에 원서를 넣어보게 되는데(사실 이것도 시류에 따라서..), 그 때마다 나는 저 생각을 한다. 갑자기 인생이 허무해지면서, 나는 정말 뭐 하고 살았는지 머리를 주먹으로 콩콩 칠 뿐이다. 

같은 80년대 생이라서 그런지 공감되는 게 많았다. 비록 신분(?)은 다르지만. 진정한 언니의 위로 같다고나 할까. 개콘의<분장실의 강선생님>처럼 "우린 땐 생각도 못했어, 이것듀라~" 라고 하는 여왕벌 스타일이 아니라, 진짜 언니.  

나도 한 때는 꿈나무로 자라서 이 나라를 책임질 줄 알았는데... 학교에선 꼭 이런다. "이 나라를 짊어질 어쩌구..." 지금은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 흑흑. 차라리 이런 환상이나 안 심어줬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공사에 취직한 주제에 왠 푸념이냐~ 라고 말할 것 같은 사람들은, 패스! 할 것을 권한다. 그러나 요즘 단순히 심심하거나, 자신이 한 때 꿈나무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존재 자체로 까이고(?) 있는 80년대 생에게는 일독을 권합니다!

 

P.S. 아, 재인언니, 조선일보 주말 매거진에 글 좀 써주면 안 될까. 조선일보에서 유일하게 읽는 게 주말 매거진인데, (그뤠요, 우리 아직 조선일보 봅네다.. 뭐 어차피 돈은 엄마가 내는 거니까.)신정구랑 어떤 기자랑 쓴 <무리한 농담> 이후엔 읽을 게 없어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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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 - 세쌍둥이와 함께 보낸 설피밭 17년
이하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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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가정 시간에 다운시프트족, 그러니까 귀농하는 사람들을 여러 가정의 한 형태로 열심히 외웠는데, 요즘 그런 사람들의 소식이 소록소록 들린다. 귀농해서 행복해요~ 라는 그들의 말. 

전원 생활은 정말 좋을 것 같다. 때에 따라 꽃 피는 것도 구경하고, 더울 땐 개울에서 몸도 씻고, 추울 땐 밖에 따뜻한 차를 마시며 눈 내리는 걸 보고.... 부업으로 펜션을 하면서 지나가는 자에게는 자애로운 미소와 휴식을 제공하고. 이런 것이 바로 로맨틱한 삶이 아닐런지! 

그러나 그런 자연인의 삶은 녹록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도시인의 삶보다 치열한 것이다. 나는 그걸 잘 안다. 아직도 울 할머니는 시골에서 사시기 때문.(이것두 전원 생활로 넣어주려나?) 

방학 때마다, 그리고 이번 설에 때때로 내려가긴 하는데...  훈훈한 고향길이 아니라 교통부터 시작해서 거리, 그 곳에서 잠시 머무는 데에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정말 그날 하루는 차 안에서 꼬박 보내야 하고, 줄이고 줄인 짐도 정말 짐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겨울에는 시골집에 불어오는 우풍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여름에는 모기랑 씨름해야 하고. 회색으로 뒤덮인 산모기에 물리면 정말 괴롭다. 으으~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가지만.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와 하루종일 추위에 떨다가 언 얼굴(얼굴이 진짜 빨갛게 얼 수도 있다!)을 보면 너무나 속상하다. 내 고운 피부 돌리도~!

항상 할머니 댁에서 올라올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확실히 도시인이다. 가끔씩 도너츠도 먹고 싶고, 커피도 한 잔씩 마시고 싶고, 햄버거도 먹고 싶고... 이런, 쓰다 보니 다 먹는 얘기 뿐이네... 아무튼 나는 도시에서 살 수밖에 없는 도시 동물인 것이다. 살 수밖에 없는. 

어릴 때도 시골에 자주 내려갔지만, 난 이상하게 <서울 쥐, 시골 쥐>라는 동화를 보면 그렇게 동감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도시에선 맛있는 치즈랑 토마토랑 뭐 여러가지를 먹을 수 있잖아. 티비도 볼 수 있고... 어떻게 맨날 고구마를 먹고 살아?' 라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클수록 울 할머니를 비롯한 자연주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존경심같은 것이 생겼다. 난 정말 시금치니 배추니, 쑥이니 이런 것들이 어디서 나오고 어떻게 채취하는 지도 모르고 산다. 이번 설에 할머니를 따라 밭에 시금치를 뽑으러 갔을 때, 할머니는 내가 시금치를 뽑는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차셨다. "그런 것도 몰라서 무신 대학생이고... " 

그러면서 생각했다. 도시인은  집을 지을 줄도, 옷을 만들 줄도, 쌀을 키울 줄도 모른다. 하여 도시인은 무능력하다.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지금은 곰배령에서 세쌍둥이와 산으로 들로 날아다니는 저자는 사회 신입생이던 해, 우연히 갔던 여행에서 산골 생활을 결심했다. 놀랍게도 '이대 나온 여자'이다. 글이 구수하다고 해야하나? 암튼 그래서 저자 소개를 보니, 저자는 이대 국문과를 나온 여자였다. 호, 내 주변의 이대를 나온, 이대를 다니고 있는 여자들과는 크게 다른 이미지에 왠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산골 생활에 반해서 오긴 했지만 계속 도시에서 자라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었던 그녀는 고군분투를 하다가 차차 산골 생활에 익숙해졌다. 집도 짓고, 아니 그녀가 밥을 먹인 남자들이 집을 짓고, 채소도 심고, 양봉도 하고, 세 아이도 키우고... 그렇게 그녀는 참으로 정신없이 살았다. 산골 일이라는 게 다 사람 손으로 해야 하는 것이니 그녀는 정말 쉴 새 없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것이다.  

산골 생활 얘기만 나온다면 나는 숨이 막혀서 책을 덮어버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계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춤, 도예, 수묵화도 배우러 다니고 다도 사범으로도 숲을 해설할 수 있는 자격증까지 갖춘 그녀가 참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민박도 꼭 해보고 싶다. 

자연과 더불어 자아 실현도 하다.  

참 로맨틱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난.... 안 될꺼야. 영원히 도시 동물로 남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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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영 2010-03-0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요즘 비디오 가게에 가면 무척 신이납니다.
본 게 거의 없는 덕분에 볼 게 무지하게 많거든요.
옛날에 만화가게에 가서는 갑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거의 본 만화책들 덕분에 볼 게 거의 없었거든요.
신간이 나왔나 찾아보다가 그냥 나오기도 하고
신간이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고는 또 그냥 나오곤 했지요.
해 보지 않은 일이 많다는 건, 새로 해 볼 수 있는 일이 수두룩하다는 것
물론 선택은 내 몫, 칼자루를 내가 쥔 셈이니 무척 신날 것 같아요.^^

책을 처음 내 보고, 누군가가 쓴 리뷰를 읽으며 내가 쓴 이야기들을 다시 돌아보는 것은 제가 이 세상에서 처음 해 보는 작업입니다.
이년 전 효형 출판사로부터 책 제안을 받았을 땐 꿈만 같았어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아 파주의 출판단지에 있는 효형출판사를 직접 찾아가 보았답니다.
준비작업으로 제가 쓴 글들을 인쇄한 묶음이 테이블에 놓여있는 걸 보면서 다소 실감을 했었지요.

마음은 바빴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았어요,
더구나 어머니께서 갑자기 세상을 뜨시고 나니
ㅠㅠ
mbc스페셜 '곰배령 사람들' 촬영을 하면서
우울의 늪에서 어찌어찌 기어올라왔지만
지난 한 해는 전화와 찾아오시는 손님들로 인해 풀꽃세상이 바글바글 ^^
손님을 맞으며 밥하고 청소하고 설겆이하며 전화를 받으며
약용식물관리사, 약선요리 수업받으며 시험보며(자랑거리; 주관식 수석합격)
곰배령 꽃비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은 것에 저는 제게 후한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러니까
길어진 제 이야기의 요점은
곰배령꽃비를 제가 이렇게 지지고 볶으며 썼다는 걸 시사^^하노라?
혹은 처음하는 작업이라 이리 '지랄' 도 불사하노라?
또는 뽈쥐님은 산골에서 안 사는 것이지 못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을가?
등등 ...
우야둥둥 뽈쥐님,
곰배령꽃비 읽어 주셔서 ,리뷰 써 주셔서 감사하고요
언제 곰배령 세쌍둥이네 풀꽃세상에 오신다면
제게 '도시동물로 남기로 한 그 뽈쥐'임을 신호해주셔요.
도시에서와 비슷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조금은 로맨틱할 수 있도록 도울께요.
모기랑 뱀이랑 햇볕들로부터 안전하도록^^

덧)
세쌍둥이네 풀꽃세상 홈피(www.jindong.net) 풀꽃사는 이야기 방으로
뽈쥐님의 리뷰'그래도 나는 ....아마 안 될꺼야 ' 퍼갑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0-03-08 17:33   좋아요 0 | URL
조용하던 서재에 무슨 댓글인가 해서 봤는데.. 저자의 댓글이!!!!
저도 서재 운영을 (겨우) 햇수로 4년에 접어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저도 꿈만 같아요. 음하하하.
(친구한테도 막 자랑했답니다~!)

전 책을 아주 안 읽는 편은 아니지만, 책 쓰는 사람의 고충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흠.. 도중에 어머니까지 돌아가셨으면 정말 힘드셨겠어요.ㅠㅜ

홈페이지가서 둘러보니 제 글이 올라간 걸 보면 약간 부끄부끄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네요~ 방도 구경해보고.. 정말 자연에서 생활할 수 있겠군요. 한 번 놀러갔다가 저도 전원생활을 시작하는 건 아닌지..ㅎㅎ

아무튼 따뜻한 댓글 고맙습니다^^





풀꽃 2010-03-09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진동2리)는 인구가 점점 늘어서 지금 한 70가구가 되는데요
제가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 를 딱 한 권^^ 풀었거든요.
마을회의에 가서 이장님께만 딱 한 권~
상주하는 주민도 계시고 도시랑 들랑날랑하시는 주민도 계시므로
일관성있게 풀지도 못할 뿐더러
안 그래도 심심한 이 겨울,아무도 안 받으면 아무 문제도 없을 거라 여기기로 하며
마을에서 거기다 책 돌리고 나면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가 궁금해서 제가 잠이나 제대로 자겠나요^^
그 무엇보다도 70권이면 금액도 만만치 않고요^^
그래서 생각 무쟈게 많은 저는 눈 딱 감고 이장님께 대표로 한 권을 드리고 입을 씻었는데요
그저께 우리 동네에 사시는 진희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셔서
"세쌍둥이 엄마, 책 한 권 가지고 내려와, 내가 살께!" 하시는 거예요.
우리 동네에 그동안 강매는 두 권 했는데
자발적으로 주문해 주시는 분은 처음이었답니다.
미끌미끌한 백색의 포장도로를 잽싸게 달려내려가 배달완료!
진이 아버지 말씀인즉슨
'우리 동네 사람이 책을 냈는데 우리 진희(진동분교 3학년)가 그걸 읽어야 한다' 는 것
하여 아버지인 주창현님께서 사 주신다는 것 ....
돌아오는 길에 행복했어요 .
진동리에 살면서 제게도 드디어 제 농사가 생겼다는 것
배추농사, 고추농사, 곰취농사, 당귀농사 ,옥수수농사 지으시는 분들틈에
책농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으니
저도 주문이 들어오면 재빨리 배달을 해 드려야 마땅하지요.^^

긴 이야기의 요점인 즉슨
책도 우리 동네에선 일종의 농사인만큼 찾아주시는, 읽어주시는 손님들께
더구나 독후감을 써 주시는 손님들께
농자처럼 저자역시
배달은 물론 답글은 당연하고 마땅하다는 생각^^
참고로 민박비수기를 맞아 댓글성업중인^^ 저자 올림
추신)홈피방문 땡큐~
뽈쥐님의 전원생활 입문 축하^^






 
<마망, 너무 사양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마망 너무 사양해 -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꼬마 파리지앵의 마법 같은 한마디
이화열이 쓰고 현비와 함께 그리다 / 궁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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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위 쪽에는 부제같이 달려 있는 문장.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꼬마 파리지앵의 마법 같은 한마디. 파리지앵, 파리지앵, 파리지앵!!! 

파리라는 도시가 뭐길래 이리 난리란 말인가, 도대체 무슨 콤플렉스로 파리지앵을 이렇게 칭송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경계(?)하였다. 사실 나도 당장 파리에 갈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모든 일을 박차고 가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긴 하다. 그렇지만 패션 잡지에서 파리지앵, 파리지앵하면서 온갖 허세를 부리게 되는 바람에 이상하게 반감이 생기고 말았다.(이건 콤플렉스인가?) 

잡지에서 묘사되는 그들은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그럼 파리는 지상 천국이란 말인가? 나는 어차피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 사는 모습도 거의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묘사에 반감이 들었다. (가끔 외국 나갔다 온 사람들 중에 모든 사소한 것에도 우리나라는 이래서 안돼~ 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체로 거기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잡지에서 묘사되는 파리지앵이었다.(그러니까 책도 낼 수 있는 거겠지만) 삶을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인생을 적당히 즐기며 사는. 그리고 참 씩씩하다. 타인의 행복을 감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글에서 느껴졌다. 글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잠시 느꼈던 반감과는 다르게 책은 참 사랑스럽다. 머리를 탁치게 깨달은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이들과의 대화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가장 공감갔던 것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대한 딸의 생각이었다. 그녀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라는 말을 했던 것인데, 나도 어릴 때 그 동화를 읽고 비슷하게 생각했다. '이게 왜 <아낌없이 주는 나무>야? <남김없이 뺏는 사람>이지!!'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는 안도가 들었다. 진짜 사람은 나무에게 너무 나쁜 짓을 한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연륜이 녹아서 인지(이런 에세이류에는 저자의 생년월일을 써주는 게 좋지 않을까. 난 항상 머리를 탁 치게 하는 글을 보면 도대체 몇 살이 돼야 이런걸 깨달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말이 나오는 글도 있었다.

예를 들면, 요리할 줄 아는 여자에 대한 얘기. "못생긴 여자랑은 살아도 요리 못하는 여자랑은 못 산다." 글을 읽기 전에는 이런 말에 반감이 있었다. 남자들은 왜 이렇게 밥에 집착하는 것인가! 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요리에 나도 행복감을 느끼지만 말이다. 저자에 의하면, 요리를 잘 하는 여자를 '센스 있는 여자'인 동시에 '사랑을 줄 수 있는 여자'이다. 한 마디로 어느 부분에 심한 결핍이 있는 사람은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은 인생의 미묘한 맛을 느낄 수 없고, 식탐도 없고, 생각에도 유연성이 없을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  그러고 보니 음식을 지나치게 가리는 사람들의 성품이 생각났다. 그리고 머리를 탁 쳤다. 아아 그렇구나..... 난 아직 이런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 거지..?

 

미술을 전공한 저자의 일러스트 또한 책을 보는 재미이다. 그림이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이다.

또, 프랑스 문화를 아는 재미도 있다. 영화<베티 블루>를 보면서 달걀과 유제품을 파는 사람이 하얀 가운을 입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그런가보다. 어릴 때 이를 뽑으면 지붕 위로 던지는 것 처럼(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인지,난 한 번도 이런 것을 한 적이 없다.), 그쪽에서는 머리 맡에 두면 쥐가 이를 가져가고 돈을 준다든지.....(돈은 결국 엄마 주머니에서 나온다.)

 

 

생각1. 어쩌다 잠깐 본 <미녀들의 수다>에서, 독일에서 온 누구누구가 거기선 "애교부리는 여자들을 (관자놀이 옆에다 검지 손가락으로 뱅뱅 돌리며) 이거처럼 생각해요" 라고 얘기하는 걸 보고 좀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과하게 애교를 부리는 여자를 말하는 거겠지만 애교 있는 사람을 싫어하는 곳이 있나? 하고 머리를 좀 갸우뚱 했다.  

유머러스한 푸줏간 아저씨, 싹싹한 아랍인 가게에 손님이 몰리는 것은 애교는(유머도 개방성으로 따져서 애교라고 본다면) 어디에서나 통하는 인간 관계의 기술이 아닐까? 나 역시도 무뚝뚝한 사람보다는 나긋나긋한 사람이 좋으니. 

생각2. 정말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구나. 파리의 워킹맘들도-아무리 복지가 좋다지만- 우리나라 엄마들만큼 번뇌하며 사는 구나. 

생각3. 그래도 확실히 문화 차이는 있구나. 가본 적이 없어서 직접 느낀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안정, 제테크에 목숨을 거는 것 처럼, 파리지앵들은 왠지 바캉스와 인생을 필사적으로 즐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어찌 보면 강박이 아닐까. 인생을 즐겨야해, 즐겨야해, 즐겨야해.... 그래도 제테크보다는 훨~씬 세련됐긴 하다.

 

여기서 의문. 파리에 사는 사람은 파리지앵, 뉴욕에 사는 사람은 뉴요커, 도쿄에 사는 사람은 도쿄 피플. 그럼 서울에 사는 사람은? 그냥 서울사람, 인가?? 서울에 사는 사람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뭐라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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