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스펙트럼크리스마스30종할인]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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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엄마가 볼 때 같이 보는 일일드라마 연속극. 언제봐도 예상가능한 스토리에 예상가능한 캐릭터.  

설정에 불만사항이 몹시 많지만, 특히 불만스러운 것은 2인, 1인 가구가 4인 가구의 수를 넘는 이 시대에 일일연속극은 쉬지 않고 3세대 가정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왜 일일 연속극은 저렇게 대가족만 나올까?"라고 물었더니 엄마 왈, "그래야 작가도 질질 끌면서 쓸 게 있지!"  

그게 뭐냐고 항변하니까 드라마 보는 맛이 떨어진다며 들어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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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영화는 언제나 소란스럽다. 딱 봐도 왠지 신경증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그. 그의 영화는 대사가 넘치다 못해 화면 밖을 점령한다. 수다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영화는 지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소란스러움이 좋다. 대부분의 캐릭터는 이기적이고 남들이 듣든 말든 자기 얘기를 쉼없이 떠들어 댄다. 그게 매력이다. 

게다가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는 뮤지컬 영화다. 신나기까지 한다. 골디혼(케이트 허드슨의 엄마... 확실히 더 미인상이긴 하다)의 비교적 젊은 모습을 볼 수 있고, 나탈리 포트먼의 어린 모습과 줄리아 로버츠의 전성기 모습도 볼 수 있다.(다른 로맨틱 코미디에서가 더 멋있긴 하지만.) 드류 베리모어 살빼기 전의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고. 

뉴욕 상류층 가정의 이야기라 뉴욕, 베니스, 파리 등의 멋진 도시도 잔뜩 나온다. 괜히 부자에 반감이 있는 사람에게도 비추. 

사람들이 복짝복짝 나와서 자기 얘기만 실컷 떠든 다음, 노래를 부르면서 즐겁게 웃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영화는 어쩐지 일일 연속극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디 앨런의 코미디 영화 대부분이 그렇기도 하고.. 쥐어짜고 할 준비를 할 필요는 없지만 어쩐지 여운은 크게 남는다. 그리고 교훈도 있다. 큰 교훈은 아니고 대부분은 매력적인 여자는 위험하다든지... 조강지처 버리면 벌 받는다든지.... 

 

수다를 좋아하는 사람,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 뉴욕을 사랑하는 사람... 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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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북 클럽
로빈 스위코드 감독, 메기 그레이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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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오스틴 책을 한 권, 한 줄도 안 읽어도 된다. 별로 지장도 없을 뿐더러 영화는 따뜻하고 재미있다. 고상한 북클럽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말이다. 

역시 오스틴 독자는 여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니(정확한 통계는 없음), 북클럽의 회원들도 한 명만 빼고 다 여자다. 그 남자는 모임의 활기와 새로운 시선을 느끼기 위해 곁다리로 껴준 거다. 그도 북클럽에 들어오기 전에는 오스틴의 책을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다. 

영화는 오스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오스틴의 입, 아니 손을 빌려 그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발칙하고 귀여울 수가! 

 

북클럽이 만들어진 계기는 이렇다. 얼마전 동반자인 개를 잃은 조셀린을 위로하기 위해 북클럽을 만들려고 했는데, 마침 다른 여자하고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우울한 상태인 친구 실비아, 그녀의 레즈비언 딸 알레그라, 어쩌다 만난 그릭(테스토스테론이 약간 필요하므로), 이들을 모으는 화려한 결혼 경력의 자유로운 버넷, 버넷이 데려온 프루디. 

이 여섯 명은 오스틴의 소설일 6권인 것을 감안한, 나름 잘 짜여진 6명인 것이다. 

이들은 소설을 한 권씩 맡아서 읽어나가고... 북클럽을 진행하는 동안, 그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때론 거부하고, 상처받아 울고, 관계를 회복해 나간다.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이것이다. 어떤 작품이든 독자의 상황과 시기에 따라 다 다르게 받아들여진다고.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 같지만.. 우리는 푸르디가 하는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오만과 편견]의 그 잘난 엘리자베스라도 다소 주책맞고 교양없는 그녀의 어머니를 결국 닮아 갈 것이라는 실로 무시무시한 얘기.   

푸르디는 자신의 커리어도 잘 다지고 있고 정돈된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과 딸을 방치하는 엄마를 둔 이유로 내면은 몹시 불안하다. 교양있는 자신에 비해 야만적인 남편이 불만스럽고, 귀여운 제자의 유혹에도 흔들리는 상태다. 그러니 푸르디가 하는 말은... 너무나 진심어린 감상이다. 

   

북클럽의 여인들은 자유롭고, 현명하고, 즐겁다. 오스틴이 낳은 그녀들이 그랬던 것 처럼.

 

덧> 4부작의 영드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원제: Lost In Austen)는 분명, -가끔 매우 기발한 것도 있었지만- 신성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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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빠트리스 르꽁트 감독, 장 로슈포르 출연 / 키노필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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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이 영화가 제목의 승리라고도 한다. 원제를 직역하면 '미용사의 남편'. 그렇게 나왔을 때는 망했는데, 다시 이름을 바꿔서 나왔더니 흥행했다고 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분명 호기심이 동하는 타이틀이긴 하다.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기에? 하면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까. 그런데 나는 [미용사의 남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영화 업계야 흥행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니까 좋은 영화가 흥행이 되서 다행인 일이다. 

남자 꼬맹이는 유난히 뽀얀 살결에 살집있는, 빨간 머리의 동네 미용사 아주머니를 사모한다.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도는 무언가(?)가 동네 남자들 뿐만 아니라 꼬마의 심장도 콩닥이게 했고, 꼬마는 머리를 자르는 내내 긴장해 있었다. 머리를 자른 후, 샴푸를 해줄 때 나던 미용사의 체취란... 결국 미용사는 (아마도 애정문제로)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고 만다. 

꼬맹이는 자라서 여전히 미용사를 사랑하는 남자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뜬금없이 미용사에게 결혼하자고 다짜고짜 얘기한다. (머리를 다 자르고 나서도 아니고 자르기 시작할 때.. 어색하기 그지없다.) 고아로 자라서 뛰어난 미용기술과 친절함,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던 미용사는 마침내 승낙한다. 

이제 그는 아내가 하는 미용실에 계속 붙어 잡지를 읽고, 우는 아이에게 요상한 음악을 들려주며 그에맞는 요상한 춤을 추며 달래주기도 한다. 그들은 그렇게 행복하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아름다운 부부는 어느 날은 미용실에 진열되어 있는 향수를 술에 타 마셔보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술에 취하고, 향기에 취하고, 서로에게 취하는 것이다.(의외로 맛은 괜찮다고 해서 시도해 보고 싶긴 했다.)  

장마가 너무나 심한 어느 날, 손님이 없는 미용실에는 두 부부만 있다. 어쩐지 아내의 표정은 왠지모를 불안감에 흔들린다. 아내는 창문에 기대 내리는 비만 보고 있다가 갑자기 뛰쳐나간다. 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강으로 풍덩, 몸을 던지고 만다. 고아로 자라 사랑받지 못한 그녀는 갑자기 맛 본, 행복함이 계속 유지되지 못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결국 그가 사랑에 빠졌던 미용사들은 모두 죽음으로써 그에게 큰 상처를 준다. 그녀들은 그에게 그렇게 잠깐 동안의 달콤하고 진한 향기를 뿜었다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본 후에는 어떤 상실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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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할인행사
워너브라더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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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겠다. 탐 크루즈 승!  

물론 이 영화 안에서만 말이다. 브레드 피트 추종자들은 엄청 반발하겠지만 아무튼 내게는 그랬다. 요즘은 나보다 비싼 신발을 신는 아이들의 아빠로 여겨지는, 왕년에 어마어마했던 아저씨 둘이 나오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이미 성공이다. 그것도 전성기 때! 

이들을 실제로 보면 오금이 저려할 게 분명한 너따위가 매긴 순위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혹시 기분이 나쁜 사람들을 위해 이유를 설명해야겠다. 크게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그냥 탐 크루즈가 연기한 캐릭터에 더 공감이 갔고, 더 매력적이었고, 그게 또 엄청 잘 어울렸다. 탐 크루즈는 정의로운 역보다 악역에서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뭔가 더 섹시하다고 해야할까. 

뱀파이어니 드라큘라니 하는 차가운 이미지의 괴물(?)에 관심이 없어서 원작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영화가 속도도 빠르고 시나리오도 탄탄한 걸 보니 원작 소설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배우들도 하나같이 연기를 잘한다. 특히, 어린 시절의 커스틴 던스트도 표독스러운 표정을 잘 지어 신선한 충격이었다. 

잘생긴 외모에, 부자에, 좋은 인품을 가졌다면 영원히 사는 게 행복할까. 그것도 평생 젊은 모습으로. 대신 다른 생물의 피를 먹어야 한다고 해도.  

불행하다고 말해야 정답이겠지만 실은 그렇게 확답을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아니, 남들보다 멋있고 능력도 좋으면 살기도 얼마나 편하겠어. 게다가 날 열받게 하는 인간들의 피를 쪽쪽 빨아먹고 응징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탐 크루즈의 캐릭터에 공감이 더 갔다. 어차피 영생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그걸 즐기고 죄책감을 없애는 게 현명하긴 하다고 본다.  

영화는 그저 재밌다. 전성기 때의 둘은 또 얼마나 멋진지. 뱀파이어류 영화가 그렇듯이 딱히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안구정화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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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델마와 루이스
리들리 스콧 감독, 수잔 서랜든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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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 로미오와 줄리엣. 서울 쥐와 시골 쥐... 와 같은 제목이 참 좋다. 군더더기도 없고. 등장인물만 알려주고 내용은 알려주지 않아 기대도 없고, 대부분 실망도 없다. 

그리고 델마와 루이스도 정말 좋은 영화다. 오랜만에 눈물이 날 뻔 했다. 

(스포일러 있으니 아직 안 본 분은 읽지마세요.) 

 

델마와 루이스는 놀랍게도 둘 다 여자이고, 끈끈한 연대와 동지애로 가득 차 있다. 청춘과 젊음이 시들었다고 여겨지는 나이와 이제 현실과 타협한지도 오래되어 이미 일상이 되어 버린 그들은 여행을 떠난다. 그저 기분 전환을 하려고. 잠깐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보려고. 

현실은 이들에게 잠깐의 기쁨도 용인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가정주부로서 적당히 무시받으며 자유가 없는 삶은 살던 델마는 눈 감고 저질른 여행에 들떠서 자기도 모르게 유혹한다고 오해를 사고, 불미스런 일을 당할 뻔 했다. 루이스가 그를 쏘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당했을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쫓기는 신세가 된다. 생활력 강하고 이성적인 루이스는 대책없는 델마를 이끌고 미국 땅을 도망치려 한다. 문제는 사고뭉치 델마. 델마는 이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그저 엄청 잘생겼지만 불량한 청년을 유혹한다.(그는 브레드 피드다! 요즘은 안젤리나 졸리와 세트로(?) 브란젤리나라고 불리지는 잘생기고 가정적인 중년아저씨가 됐지만, 어쨌든 그는 명실공히 세상에서 최고로 섹시한 남자였다.)  

잘생긴 남자는 인물값을 하듯이, 그들이 애써 마련한 돈을 훔쳐 달아나버렸다. 언제나 살 길을 찾는 루이스도 결국 주저앉아 운다. 그러나 델마가 루이스를 일으킨다. 무기력해진 루이스를 차에 두고 델마는 정중하게(?) 강도짓을 하여 돈을 마련한다. (여기가 영화에서 두번째로 멋있는 장면) 

그들은 죄목이 더 추가되면서 추격당한다. 넓은 미국땅을 달리고 또 달린다. 이국적인 풍경과 그들의 지친 표정이 이 영화의 백미이기도 하다.   

경찰의 추격을 요리조리 피하던 그들은 최후의 순간에 이런 선택을 한다. 우리.. 잡히지 말자. 밟아, 계속!!! 그리고 그들을 실은 차는 그랜드 캐니언의 벼랑 끝으로 달린다. 

멋있고 군더더기 없는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이런 영화가 잘 없는데. 어떤 사람들은 페미니즘 영화라고도 말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멋있는 영화라고만 말하고 싶다.    

 

덧> 수잔 서랜든은 항상 느끼는거지만..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얼굴이 예쁘고 느낌이 좋다, 이런 걸 떠나서 정말 좋은 배우라고 느껴진다.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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