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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북 클럽
로빈 스위코드 감독, 메기 그레이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우선,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오스틴 책을 한 권, 한 줄도 안 읽어도 된다. 별로 지장도 없을 뿐더러 영화는 따뜻하고 재미있다. 고상한 북클럽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말이다.
역시 오스틴 독자는 여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니(정확한 통계는 없음), 북클럽의 회원들도 한 명만 빼고 다 여자다. 그 남자는 모임의 활기와 새로운 시선을 느끼기 위해 곁다리로 껴준 거다. 그도 북클럽에 들어오기 전에는 오스틴의 책을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다.
영화는 오스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오스틴의 입, 아니 손을 빌려 그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발칙하고 귀여울 수가!
북클럽이 만들어진 계기는 이렇다. 얼마전 동반자인 개를 잃은 조셀린을 위로하기 위해 북클럽을 만들려고 했는데, 마침 다른 여자하고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우울한 상태인 친구 실비아, 그녀의 레즈비언 딸 알레그라, 어쩌다 만난 그릭(테스토스테론이 약간 필요하므로), 이들을 모으는 화려한 결혼 경력의 자유로운 버넷, 버넷이 데려온 프루디.
이 여섯 명은 오스틴의 소설일 6권인 것을 감안한, 나름 잘 짜여진 6명인 것이다.
이들은 소설을 한 권씩 맡아서 읽어나가고... 북클럽을 진행하는 동안, 그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때론 거부하고, 상처받아 울고, 관계를 회복해 나간다.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이것이다. 어떤 작품이든 독자의 상황과 시기에 따라 다 다르게 받아들여진다고.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 같지만.. 우리는 푸르디가 하는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오만과 편견]의 그 잘난 엘리자베스라도 다소 주책맞고 교양없는 그녀의 어머니를 결국 닮아 갈 것이라는 실로 무시무시한 얘기.
푸르디는 자신의 커리어도 잘 다지고 있고 정돈된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과 딸을 방치하는 엄마를 둔 이유로 내면은 몹시 불안하다. 교양있는 자신에 비해 야만적인 남편이 불만스럽고, 귀여운 제자의 유혹에도 흔들리는 상태다. 그러니 푸르디가 하는 말은... 너무나 진심어린 감상이다.
북클럽의 여인들은 자유롭고, 현명하고, 즐겁다. 오스틴이 낳은 그녀들이 그랬던 것 처럼.
덧> 4부작의 영드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원제: Lost In Austen)는 분명, -가끔 매우 기발한 것도 있었지만- 신성모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