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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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F소설은 대부분 과학적 지식이나 초자연적 가설 등에 바탕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상당부분 지적인 측면을 강조하게 되어 이야기로서의 재미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간을 초월하는 이런 류의 소설에서는 철학적 윤리적 문제까지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간혹 작가가 이 덫에 걸려서 허우적 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지적인 면은 애써 무시하면서 이야기로서 소설의 재미에 집중하고 있다. 시간을 넘나듬에 따르는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도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가볍게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상상력은 돋보이고, 이야기는 감수성을 자극한다. SF소설로는 참으로 보기드문 경우다. 그런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함께 실린 나머지 두 편의 소설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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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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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20대들에 대한 책들 사이에서 그들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내는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책이어서 관심을 갖게 만든다. 단순하지만은 않은 20대의 고민과 모색들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들을 수 있을 겉이라는 기대를 갖게 시작하지만 그 기대는 곧 사라진다. 대학강사로 20대들과 많은 교류를 해왔던 글쓴이는 20대들을 관찰대상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그것도 눈높이가 그들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은근히 교화하고자 하는 의지도 감추지 못한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기대와 달리 글쓴이의 분석과 주장만이 넘쳐난다. 나름대로 다각도로 분석을 했다고는 하지만 앞에서 했던 얘기와 비슷한 얘기들을 조금씩 다르게 반복하면서 책은 이어지더니 끝에 가서는 주류 이데올리기에 대한 비판말고는 남는 것도 없다. 기존 사회과학자들의 단점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책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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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 - 국제 관계의 변동으로 읽는 동아시아의 역사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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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명이 함께 책을 쓴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처야 한다. 서로간의 관점을 맞춰야 하고, 글쓰는 방식도 어느 정도 통일시켜야 하고, 분량까지 조절해야 한다. 그 책이 역사책일 경우는 하나의 흐름 속에 이런 과정을 맞춰가는 것이 더 어려운데,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서로 다른 언어의 차이까지 극복하면서 하나의 책을 만들어냈다. 공동집필로 만든 역사책으로는 모기 드물게 잘 짜여진 책이다. 노력이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일국 중심의 역사를 넘어서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로 나아가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이런 장점은 1권까지이고, 2권에서는 장점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결국 기획의도와 달리 서양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응하는 3국의 정치사로서만 의미를 갖게되는 절름발이 책이 되고 말았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서양 제국주의 세력이 중심에 서고 3국이 부수적 위치에 서서 대응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위로부터의 역사관을 넘어서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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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김현철 옮김 / 새물결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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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프랑스의 한 남성이 누에알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나라 일본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짧은 소설로 얘기하고 있다. 극도로 절제된 문장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적절한 반복과 완급조절이 실내악 연주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줘서 상당히 인상적이다.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살며시 이야기에 파묻히게 된다. 짧은 소설이지만 이야기가 짧은 것도 아니어서 매력을 느끼게 하지만, 오리엘탈리즘을 강하게 풍기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남성의 성적 환상만을 남긴 채 끝나버린다. 19세기 중반은 제국주의 침략이 본격화되던 시기인데, 이 시대에 풍미했던 오리엔탈리즘을 끄집어내는 것은 은근히 제국주의적 향수를 느끼고 싶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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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터키사 -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터키 처음 읽는 세계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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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유럽에 걸쳐서 다민족 다문화 제국을 건설했던 터키의 역사를 교과서처럼 아주 쉽게 정리했다.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한 나라인데, 낯선만큼 세계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동아시아에 갇혀 있는 민족주의적 역사나 유럽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세계사의 시각을 넘어서기에는 충분한 흥미로운 역사이기는 하지만, 제국의 건설과 팽창과 축소로 이어지는 땅따먹기 과정에 집중한 또 다른 제국주의적 역사라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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