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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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마로 먼저 만난 <파친코>

책까지 읽을 생각은 못 했는데 원작 품절 사태라는 뉴스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책을 구하기가 어려워 파친코 1권은 도서관 5번째 예약 대기자로 걸어 놓고 겨우 읽었지만

파친코 2권은 최근 판권 계약 성사로 인플루엔셜에서 출간한 도서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선자의 부모님 대부터 차근하게 이어가는 서사와 폭풍처럼 고한수와 사랑에 빠지는 선자의 감정선

그러나 그가 유부남임에 절망하여 이삭과 함께 부부의 연을 맺고 오사카로 이주해 새 출발을 하는 과정들을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쳐 신나게 읽었던 파친코 1권

2권은 선자의 자식인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손자 솔로몬까지 일본에서 조선인 이민자로 살아가기 위한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억척스럽고 강단 있는 선자의 캐릭터에 푹 빠져 읽었던 1권에 비해 그녀의 자손들과 주변 인물 등장으로 다소 산만한 분위기였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보이는 이민 2,3세대들의 고충이 남에 일 같지 않아 끝까지 몰입감 있게 읽었습니다.

워낙에 이슈가 된 드라마였고 먼저 1,2권을 완독한 사람들이 많아 큰 줄거리를 알고서 읽기 시작한 것인데도 나도 모르게 '헉' 소리를 내며 얼음이 되었던 순간


" 한수에게 전화가 왔다.

선자가 사무실에서 나가고 몇 분후, 노아가 총으로 자살했다."

파친코 2권 p222


누구보다도 바르고 모범적으로 살려고 했던 노아가 출생의 비밀의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낯선 곳에서 철저하게 일본인으로 살아가며 가정까지 꾸려놓고 엄마(선자)가 왔다간 날 자살을 했다?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빠르게 다 읽었지만 그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가족들을 묘사한 내용 외에는 끝내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이 노아를 죽게 만들었을까?

남부러울 것 없이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고 화목하게 가정까지 꾸린 사람이 갑자기 삶을 놓아 버린 이유를 내 얕은 생각으로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자식을 키우는 같은 엄마 입장으로 선자가 받았을 충격이 공감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앞세워 보낸 선자의 삶이 참 박복하다는 생각에 잠시 책을 덮고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야 다시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시대이다 보니 재 주변에도 혼혈 혹은 이민 세대 자녀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그들과 친해지기 전에는 겉돌며 경계하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아 우리와 다른다는 것에 대한 우월한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나 싶어 색안경을 끼고 본 적도 있었는데


" 우리에게는 조국이 없어."

파친코2권 p237

이 문장 하나로 이제서야 그들이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면 믿으실까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조선인이라 일본인이 될 수 없고, 부모가 조선인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조선인이 될 수 없는

이민 자녀들의 고충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내가 뿌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타인들로 인해 부정 당하며 정체성을 잃었을 때의 막막함

바다 한가운데에서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육지를 찾아 떠도는 느낌과 같을까요?!

" 으스대며 자기만 옳다고 믿는 한국인들에게 그들의 모국어가 일본어인 이유를 설명하려고 애쓰느니 맛있는 숯불구이를 먹으러 온 일본인 관광객 행세나 하는 것을 훨씬 편안하게 여기게 됐다."

파친코 2권 p300


이민자 혹은 그들의 자녀가 겪었을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고충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삶의 회복력과 존엄성,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담아낸 한 가족의 대서사극

역사적 재앙에 맞선 개개인의 이야기

도서 뒷면에 실린 이 문구가 파친코 2권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정리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드라마 파친코가 시즌2가 제작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파친코 2권을 미리 읽었으니 원작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담아낼지 기대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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