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구판절판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내가 이야기하는 나눔은 내 안에서의 나눔일 뿐, 나를 내놓는 나눔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내 기준에 부합하는 정의이지, 나를 낮추는 정의는 아닌 것이다.

나는 아무 사전 정보도 없이 수술을 맡은 환자가 나병환자였음에도, 이 환자가 전염성이 있는지 없는지, 왜 이런 환자를 아무 말도 안 하고 데려왔는지 한마디 질문도 없이 조용히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던 마취과 의사의 태도에서 비로소 나의 경박성을 깨달았다. 그는 묵언으로써 내게 삶을 가르쳐준 것이다.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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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1-10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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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꺼내 주세요
유혜전 글 그림 / 한림출판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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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림책이라서 이런 그림책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울 아들아이 유치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무심코 읽어주었는데 어찌나 좋아하는지, 정말 지칠 때까지 읽어주었다. 울아들이 너무 열광해버린 책이라 결국 리뷰까지 올린다.

배경은 아주 평범한 일상 속의 어느 가족. 어지르기 잘하는 엄마와 청소 잘 하는 아빠가 등장한다. ( -_- 우리집하고 너무도 똑같은 상황. 우리집도 청소기돌리는 건 아빠 전담인데... 울아들도 익숙한 풍경이라 좋아하는가보다.) 지저분한 집안꼴을 보다못한 아빠가 청소기를 돌리는데, 그만 엄마가 청소기에 빨려들어가 버린다!!!

요즘 울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들은 주로 곤경에 처한 사람을 누군가 구출해주는 내용들이다. 그 밑바닥에는 다른 사람이 곤경에 처하면 은근히 고소해하다가 -_-;;;; 구해내는 순간에는 엄청난 희열을 느끼는, 나름대로 복잡 미묘한 심리가 깔려있다. 5살 이후로 '힘에 대한 동경'이 나날이 커가면서 이렇게 구세주가 등장하는 그림책들을 무척 좋아한다.

이 그림책의 구세주는 '청소기 병원 아저씨' 다. 수리공 아저씨들을 제일 존경하는 울아들, 아저씨가 공구상자를 열고 뚝딱  엄마를 구해내자 열광, 또 열광이다. 따지고 보면 이 그림책은 울아들이 좋아할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셈이다.

내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 그림책은 상당히 맘에 든다. 외국사람들만 등장하는 번역 그림책들이 점점 물리던 차라, 마치 이웃집 사람들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보니 마음이 편하다. 요즘엔 한국적인 그림책들도 많지만 대부분 토속적인 색채가 강해서 그런지 울 아들은 별로 친숙하게 느끼지 않는다. '이거 옛날 얘기지?' '여기 시골이지?' 하면서 자기하고는 좀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듯 반응한다. 하지만, 이 그림책의 등장인물들은 정말 현실적인,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다. 진짜 일상이 담겨진 느낌이다.

그 일상성 때문에 울 아들애가 더 재미있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일어난 모험은 환타지 속에서의 모험보다 더 흥미진진 한건지도 모르겠다. 환타지 세계에서는 모험은 '당연'한 거니까. 지금 당장 우리집에서도 일어날 것 같은 모험을 담고 있는 이 책, 은근히 정이 간다.

(참, 끝으로 한마디 더. 이 그림책, 대출해서 읽다가 결국 사줬다. 아들놈이 집에다 사놓으라고 하도 난리를 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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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 현대과학의 양면성, 그 뜨거운 10가지 이슈 살림 블로그 시리즈 4
이은희 지음, 류기정 그림 / 살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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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과학을 버렸다기보다는, 이미 오래전 내가 과학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탓에 ^^;;;;  하지만 나처럼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들도 때때로 쉽고도 괜찮은 과학책을 향한 목마름을 느낀다. 신문지상에 등장하는 수많은 과학관련 뉴스들.... 인류의 앞날을 바꿀지도 모를, 그토록 중요하다는 과학적 발전에 관한 기사들을 읽을 때마다, 나는 절망하며 외친다. "이게....이게....도대체 무슨 소리야? 제발 누가 좀 쉽게 설명해줘!!! 난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단 말야!"

저자 하리하라는 나같은 사람들 -과학에 관한한 일자무식인 독자들-의 수준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리하라의 생물학카페>를 읽었을 때도, <과학블로그>를 읽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 느낌을 갖게 된다. 일반적인 과학 저술가들이라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과학책을 집어들 생각이라면 최소한의 기초지식은 익히고 오란 말야! 뭐, 이런 식의 자존심) 이렇게 쉽게 쓰고 싶진 않을텐데....그러나, 저자는 정말 쉽게 풀고 또 풀어가며 자상하게 설명해준다. 나같은 일자무식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과학기자들이 쉽게 써놓은 해설기사를 읽고도 고개를 갸우뚱하던 내가... 하리하라의 글을 읽고 나니 뭔가 좀 알것 같은 기분이 든다. 줄기세포에 관해서도, 유전자 조작에 대해서도, 항생제 논쟁에 대해서도...

친절하디 친절한 설명 덕분에 이해는 참 잘했는데....그러나, 어째 읽고 난 뒷맛이 영 밍밍하다. 톡 쏘는 맛도 덜하고 고소한 맛도 덜하다. <과학의 양면성>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웠길래, 내심 맛깔나는 저자만의 독특한 문제의식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과학의 양면성에 대한 지적이 참신하게 와닿기보다는 어쩐지 일반적인 '모범답안' 같다는 느낌. 과학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쉽게 풀어쓰길 기대하지만, 문제의식 부분에서는 좀더 깊은 시각을 기대했다면... 일자무식 주제에 너무 염치없는 요구인걸까? ^^;;;;

책을 읽으면서, 문득 '논술 대비용으로 괜찮은 책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입시 논술 수준에서는 딱 이 정도의 문제의식이면 충분할테니. 아니나 다를까 읽고난 후 체크해보니, 청소년 도서로 분류 되어있다. 혹시 논술대비용에 맞춰 난이도를 조정한건 아닐까하는 억측마저... 흠, 어쩐지 서운한 느낌이 든다. 이전 책 <하리하라의 생물학 까페>에서는 좀더 감칠 맛이 느껴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저자 하리하라 역시 이 책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진 않을까? 충분히 하고 싶은 말을 못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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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없는 사람을 그리는 아이들
후지와라 토모미 지음, 김소연 옮김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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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닥치는대로 자녀교육책들을 읽고 있다. 우리집에 쌓여있는 자녀교육 관련 서적들을 남들이 본다면, 내가 자녀교육에 목숨이라도 건 여자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몰아쳐서 자녀교육서를 읽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자녀교육서 한두권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기 위함이다.

자녀교육서들을 읽기 훨씬 이전, 아니 아이들을 낳기 훨씬 이전에도, 내 나름의 자녀교육관 같은 건 분명 있었다. 일부러 정리한 적은 없지만 그저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지나치게 물질적으로 풍요하거나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 아이들에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아이들은 실컷 놀면서 커야한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스스로 자라게 되어있다.' '공부는 스스로 해야 배운 것들이 자기 것이 된다.' 등등....  이런 생각들은 자녀교육서 따위를 읽지 않아도 너무나 당연한 거였다. 나와 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직접 깨달은 사실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부모의 세계로 들어서보니... 이 곳엔 전혀 새로운 가치 체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 곳의 지배적인 가치는 "..할수록 ...하다" 라는 가치였다. 엄마가 많이 안아줄/수/록/ 아이가 정서적으로 발달한다. 말을 많이 걸어줄/수/록/ 언어가 발달한다. 일찍 가르칠/수/록/ 두뇌가 발달한다. 비싼 돈을 들여 과외를 할/수/록/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 할수록, 할수록, 할수록.....

이쯤되면 부모가 아이가 자라는 걸 도와주는 게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만드는' 수준이다. 다그치기만 하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식이다. 그 수많은 풍문들은 부모를 몰아치고 아이들을 몰아친다. 부모도 죽어나고 아이들도 죽어난다. 수많은 엄마들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나쁜 엄마라고 몰아세운다...... 그러나, 정말일까? 부모의 노력과 비례해서 아이가 훌륭하게 자라는 걸까?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부모없이 훌륭히 자란 수많은 인물들은 외계인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팔 없는 사람을 그리는 아이들>은 전문가가 쓴 책이 아니다. 일본의 유명 유아교육원에서 발견한 '팔없는 사람들'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은 작가가 동료 편집인과 함께 그 원인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적어놓은 책일뿐이다. 전문가적인 견해라고 할수도 없고, 어떤 확실한 결론을 얻어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전문가들의 책보다 더 중요한 핵심을 짚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과잉육아의 문화에 익숙한 부모들에게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그런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은 요즘 거의 맹신적으로 떠받들여지고 있는 '스킨쉽 육아법'에 심각한 반론를 제기하고 있다. 접촉하고 안아주고 속삭여줄수록 아이가 잘 자란다는 믿음과 거기에서 파생된 육아법들이 결국은 아이들을 망칠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나치게 육아에 전념하는 '압박육아'나, 집이나 교육기관을 전전하는 '밀실육아' 가 최소한의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비정상아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요즘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책은 일본에서도 2005년에 출판된 최근 책이다.) 이쯤되면 육아가 학대의 수준으로 넘어가게 된다.

특히 엄마가 전업주부일수록, 육아시간이 길어질수록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주장은 충격적이다. 나역시 오랜 직장생활을 접고 출산과 함께 전업주부가 된 터이므로. (나, 한때 잘 나갔었다. 흑흑 T.T ... 나 역시 스킨쉽 육아문화의 영향으로 일을 접었다.) 하지만, 이건 전업주부 엄마와 맞벌이 엄마가 네가 옳네 내가 옳네 편가름할 성질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과잉육아의 문화는 이미 각 가정의 선택의 문제를 떠나 사회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밀실에서 밀실로, 또다른 밀실로.... 엄마건 할머니건 그 누군가가 24시간 아이들의 매니저이자 감시자 노릇을 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아이들 세계의 해체가 시스템화 되어가는 것이다. (물론 성급하게 일반화시키면 안되겠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대도시 문화에서는 이것이 현실이라고 본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진다. '많은 부모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정성을 들이면 들일수록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는 것은 아니란 사실.'

책장을 덮으면서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서글픔. 어쩌다 이렇게 비이성적인 문화 속에서 아이를 키우게 되었을까. 어쩌다 아동기를 박탈하는 문화 속에서 내 자녀들이 자라게 되었을까. 그 서글픔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하나.....(그렇지, 책 한권을 읽었으니 주먹 불끈 쥐며 뭔가를 또 결심해야겠지^^)  내가 할 일은 아이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해줄까 안달복달하는 것이 아니라..... 과잉육아, 과잉교육의 광풍 속에서 아이들의 아동기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란 생각. 그러나, 요즘같은 세상에선 아이들의 아동기를 복원해주는 것이 수학영재, 영어영재 만들기보다 더 어려운 과제인지도 모르겠다.

난 아이에게 왜 이것밖에 못해줄까 피눈물을 흘리는 수많은 엄마 아빠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우리들의 자식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 열정, 시간투자, 경제적 희생..... 분명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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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평으로도 충분했는데
    from 뒤죽박죽 뒹굴뒹굴 2010-01-11 16:46 
    스밀라님의 서평을 보고 책은 안 봐도 되겠다, 생각했다. 주제가 충격적인데, 그 추적과정이 굉장히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이 아니라면 책을 모두 읽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도, 계속 누군가에게 이 책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읽어보자고 샀다.   나는 너무 게으른 엄마라서, 어떤 방식의 육아에 대한 조언이 들어오더라도, 내 편한 방식만 수용한다. '아이의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는 언명이나, '아이는 엄마하기 나름이다'라는 식의 언명은 다 들은
 
 
반딧불,, 2005-10-3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아라는 부분은 어떻게 정답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 서글픕니다.
무조건적으로 결과로만 보여진다는 것이...한번의 실패가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바로 남은 인생의 모든 것과 연결된다는 것이요.

비올라 2005-11-0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공감가는 생각이십니다. 요즘 저의 문제를 제대로 짚은 부분이기도 하구요.저의 문제기기도함니다만, 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다른 엄마들의 행동이기도하구요. 요즘 한참 숨이 턱에차게 힘들어하고있던 중이거든요. 글 일부분, 제홈피에 가져가도 되겠지요? 육아의 압박이 밀려올때마다 한번씩 들여다보게요. 수다떠는 맘으로라도~
 
팔 없는 사람을 그리는 아이들
후지와라 토모미 지음, 김소연 옮김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5년 9월
품절


과거의 아이들에게 일상이란 지극히 단순한 것이었다. 학교와 집을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은 축구 클럽, 발레 교실, 보습학원 등 각각 개별적 관계가 존재하고, 놀 때는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들은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낡은 관계를 버리고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운 관계의 장으로 들어간다. 변신에 실패하면 회귀의 앞길이 막혀 질식하고 만다.

전에 없이 행동 위주이고 조숙한 요즘 아이들은 겉모습과는 달리 내면에 피로감이 누적되어 있다. 그 원인은 다중적인 인간관계를 매일 반복해야 하는 현대의 비 아동적, 비 청소년적인 환경에 있다.-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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