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는 영재로 태어난다
송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리면 마치 자식을 영재로 만들지못해 안달이 난 엄마로 찍힐까봐 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읽어놓고 안 읽은 척 내숭떨기도 좀 그래서 리뷰를 올린다. 이 책에 대한 리뷰가 궁금하신 분들도 많을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분께서 이 책이 조기교육에 안달인 엄마들을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게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책 안에는 보통 부모들을 조급하게 만들 조기교육에 관한 내용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유근이는 학교 들어갈 나이가 다되도록 한글을 못 읽을 정도로 조기교육과는 무관하게 컸기때문이다.  이거 너무 안 가르친 거 아냐하고 뒤늦게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하자 놀라운 학습 능력을 보였다는데, 이걸 갖고 조기교육이라고 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모두가 예상하고 있듯이 유근이는 정말 영재 아니, 천재였던 것이다^^;;;;

유근이 아빠는 유근이가 타고난 영재라기보다는 99%의 노력으로 지금같은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유근이처럼 14시간을 내리 공부할 수 있는 9살짜리는 세상에 흔치않다. 하루 14시간씩 공부한 유근이의 노력은 높이 사지만, 그런 노력을 할수 있는 능력조차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근이 아빠 입장에서는 아이가 하나뿐이고 그 아이가 이 정도의 성과를 이루어냈으니,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도 가능한 일이리라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를 둘 이상 낳아본 부모님들은 실감하시리라.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그릇을 타고난다. 그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그러므로, 유근이식 교육 방법을 적용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 책은 큰 도움이 안된다. 유근이 아빠가 유근이를 공교육에 맞기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유근이식 선택과 집중이라는 방법을 택한것도... 모두 유근이 아빠이기에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었으므로.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전혀 읽을 가치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양한 자녀교육 책들을 두루두루 읽어보면서 본인에게 맞는 교육관을 찾아가고 계신 부모님들이라면 한번 일독할만한 책이다. 유근이 아빠가 유근이를 기르면서 나름의 흔들리지 않는 뚜렷한 교육관을 갖게 되었고 (유근이같은 아이를 둔 부모라면 어찌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랴), 그러한 흔적이 책 속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분명 일반 부모들보다 좀더 깊이 고민을 한 부분들이 있었고 (이를테면 우리 아이에게 일반 교육시스템이 맞는가 하는 문제) 그러한 문제들은 나같은 일반 부모들에게도 많은 고민의 여지를 안겨준다.

그러나, 그냥 자녀교육 책을 한두권만 선택해서 읽으실 분들이라면 읽지 않는 편이 낫겠다. 괜히 헷갈리기만 한다. 부모가 책을 읽어줄 게 아니라 아이가 책을 읽게 하라는 등 (한글을 깨우치기 전 얘기다) 구체적인 노하우들도 나와있기는 하지만, 그것때문에 유근이가 영재가 되었다고는 (흐흐 설마...) 할 수 없을 것이다. 좀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의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그 교육관을 엿본다는 정도의 의미에서만 읽어볼만 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르헨 2005-10-0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돌을 맞은 아들녀석을 어찌 키워야할지...
요즘 <현명한 부모들이...대화법>이라는 책을 조금씩 읽는 중인데
갈수록 어려워지겠죠? 이런 저런 책을 보면서 우리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노력도 필요한데 가끔은 그냥 내버려 두고 싶기도 해요.^^
 
공룡 유치원 1 : 처음 유치원에 가는 날 공룡 유치원 1
스티브 메쩌 글, 한스 웰헬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평소에 아이들 그림책을 고르던 기준으로만 본다면, 이 책은 결코 내 관심을 못 끌었을 그림책이다. 일단은 비쥬얼이 읔... 만화같은 그림 스타일은 도대체 뭐며, 저 유치한 제목 글씨체는 또 뭐란 말인가. 하지만, 이것저것 가릴 것없이 다급한 상황에서 (그렇다, 나름대로는 다급했다 ^^;;;) 이 <공룡유치원>시리즈 몇권을 구입했고, 지금은 정말 이 시리즈에 만족한다.

얼마 전에 울아들이 새로운 유치원에 편입을 했다. 전에 다니던 유치원에서 나름대로 잘 적응했던 터라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별로 걱정을 안했고, 열흘 이상을 군소리없이 잘 다니길래 별 문제가 없나보다 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자긴 죽어도 유치원을 안 다니겠단다. 겨우 겨우 유치원에 데려다놓고 아이가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아이가 교실 속 상황에 도무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아들놈을 적응시킬 방법들에 대해 상의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여간 마음이 무거운게 아니었다. 검색창에 무작정 '유치원'이라는 단어를 쳐넣고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이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책표지만 보면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시리즈의 소제목들을 보니 엉터리 그림책은 아니겠다 싶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흔히 겪을만한 어려움들을 조목조목 제대로 짚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 내용을 확인 안 해본 상태에서 시리즈 전체를 구입할 모험은 하기 싫어서 몇권만 우선 구입을 했는데... 아들과 함께 읽어본 후에 정말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애 표정을 보니 일단은 아이의 다친 맘을 어루만져 준게 분명했다. 책 속의 내용들이 아들아이가 막연히 갖고 있던 불안감이나 불쾌한 감정들을 구체적으로 짚어주었는지 얼굴이 금새 밝아지며 자꾸 다시 읽어달라고 졸랐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사실 자기의 감정조차 스스로 잘 모를 나이다.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상처입는 건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공룡 유치원>시리즈는 유치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내 감정을 알고, 다른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는지를 자상하고 실제적으로 알려준다. 다양한 아이들의 유형을 대표하는 공룡 캐릭터들이 반복해서 출연하기때문에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아주 쉽게 꾸며져있다. 설렁설렁 쓰여진 책이 아니라, 아동학자들이 아이들의 발달심리 등을 고려해서 정성들여 만든 책인 듯 싶다.

이 시리즈 정말 마음에 든다. 시리즈 가운데 몇권만 구입했는데, 나머지도 다 구입 생각이다. 유치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둔 부모님께 정말 강추하고 싶은 시리즈. '울 아이들 유치원 잘 다니고 있는데...' 라고 안심하고 계신 부모님들이라도 한번 다시 생각해보시길. 이 시리즈의  다양한 상황들 가운데에는 우리 아이에게 해당하는 상황도 분명 한두개는 있을테니.

( 참, 비쥬얼이 맘에 안든다고 누누히 떠들었지만, 의외로 계속해서 보다보면 정감이 가는 귀여운 그림체다. 동글동글한 공룡들도 볼수록 정이 드는 순박한 맛이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emuko 2005-09-2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저희 아들도 결국 놀이방 적응 못하고 그만뒀거든요. 준연이도 요새 많이 힘든가봐요. 어린 애들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상황은 아는 게 맞나봐요. 조목조목 설명하질 못하니 그냥 저러나보다 했었는데.... 저도 이 책 한번 봐야겠군요^^
 
안보여요 안보여 꼬마야 꼬마야 5
카트야 캄 그림 / 마루벌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울 아들 준연이는 혼자 있는 순간이 한 순간도 없다. 곁에 항상 2명(혹은 두마리? ^^)의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드래곤, 그리고 아기바람. 밖에 나갈 때나 집에서 놀때나 그 녀석들은 항상 함께한다. 그런데, 두 녀석 다 엄마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준연이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준연이는 보이지 않는 친구들과도 얼마든지 얘기하고 놀 수 있는, 행복한 다섯살이다.

준연이의 유치원 도서관에서 발견한 이 기발한 책 <안 보여요 안보여>도 눈에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한 책이다. 가장 갑갑한 방식으로 설명을 하자면, 이 책은 '크로마키 기법을 이용한 책'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붙잡고 '봐, 빨간색 배경 위에 빨간 옷을 입고 있으면 배경에 묻혀 옷이 안보이지? 이게 바로 크로마키 기법이야'하고 설명하고 말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책이다.

이 책은 눈에 보이던 것들이 한순간 사라져버리는 아주 신기한 순간들을 선사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들놈은 까르르르 뒤집어진다. 갑자기 수녀님의 옷이 뿅 사라지고, 자전거를 타고 가던 흑인 아저씨가 한순간에 허공에서 페달을 밟는다. 보이던 것들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 활개를 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옷과 몸통이 사라진 그 공간은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상상의 공간으로 변한다.

그놈의 '크로마키 기법'을 들먹이며 빈 공간을 다시 채울 필요가 있을까?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도 얼마든지 잘 노는데. 토막난 손이며 토막난 발만으로도 아이들은 실컷 놀 수 있다.  보이던 것이 사라졌으니, 이전엔 잘 보이지 않던 것들로 눈을 돌리는 건 또 어떨까? 근엄한 수녀복이 사라지면 수녀님의 재미난 표정이 새삼스레 보이고, 흑인 아저씨의 피부색을 잊고나면 아저씨의 동그란 눈이며 입술이 눈에 쏙 들어온다.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는 얘기만 들으면 마음이 약해지는 귀얇은 나, 이 책이 독일에서 상을 탄 그림책이란 걸 알고선 한마디 보탠다.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이 그림책 어쩐지 맘에 들더라고.'  하지만, 상을 탔는지 어쩐지 알 리없는 준연이가 이 책을 더 반긴다. 아이들의 눈은 분명 어른들보다 훨씬 잘 볼 수 있다.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냐 2005-09-1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애들 눈이 훨 낫죠.
 
우리 엄마 웅진 세계그림책 16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전 성곡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존 버닝햄/앤서니 브라운 전에 다녀왔다. 그리고, 뒤늦게 앤서니 브라운에게 반해버렸다. 앤서니 브라운 책이 널리 사랑받는 건 알았지만, 아직 울아들이 보기엔 조금 어려운 것 같아 (첫째가 다섯살이다) 큰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전시회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숨결과 손길이 느껴지는 원화들을 보며 앤서니 브라운의 전작주의자 ^^가 되겠다는 새로운 결심마저 했다. '아들놈들이 싫다해도 상관없다! 난 내가 보기 위해서라도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은 모조리 살거야!!!'

전시회에 다녀오자마자 일단 주문한 책이 바로 <우리 엄마>와 <고릴라>다. <고릴라>는 뒤이은 수많은 고릴라 시리즈들의 첫 책으로 적당할 것 같아 주문한거고, <우리 엄마>는 정말 내가 사고싶어 주문한 책이다. 전시회에서 본 <우리 엄마>의 원화들은 그 꽃무늬들만큼 화사하고 따뜻하게 엄마들을 향한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애 둘을 낳고도 아직도 '나, 정말 엄마 맞아?' 를 수없이 되묻는 철없는 엄마지만, 스스로에게 '넌 엄마가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고 칭찬해주고 싶어 이 책을 샀다.

그렇다. 엄마는 대단하다. 이 책에서 그려진 것처럼 엄마는 요리사며, 재주꾼이며, 발레리나며, 연주자이며, 영화배우며, 고양이며, 코뿔소, 그리고 안락의자다. 모든 것이 될 수있는 엄마. 아니,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 모든 것이 되려하는 엄마. 그리고 또 수많은 것이 될 수 없었던 엄마. (정말 울엄마가 그랬다. 무엇이든 될 수 있던 사람이 그저 엄마가 되었다.) 엄마는 정말 믿을 수없을만치 대단한 존재다. 

아들놈에게 읽어주며 혼자서 가슴 벅차하는데, 눈치코치없는 이녀석, 자꾸 그림책 속의 엄마가 누구네 엄마냐고 엉뚱한 질문만 해댔다. 제목은 '우리 엄마'인데 다른 엄마가 나와서 자꾸 변신을 하니 궁금했던 모양이다. -_- 정녕 울아들은 엄마의 이 벅찬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인가...하려는데 대망의 마지막 장이 펼쳐졌다. 엄마와 아이가 꼭 껴안고있는 모습. 아들놈은 그 그림을 보자 갑자기 내 품속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면서 외치는 말 ' 엄마, 사랑해요!'

세상의 모든 평범한 여자들이 감히 '대단한 엄마'가 되려하는 건 어쩌면 바로 이런 순간들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밝은 웃음, 예쁜 손짓, 따스한 포옹, 엄마를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많은 것을 포기했을런지는 몰라도 엄마들은 이런 순간 충분히 보상받는 것이다. 어떤 엄마는, 앤서니 브라운처럼 엄마 마음을 알아주어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그리는 아들을 두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골라주려고 열심히 인터넷서점의 리뷰들을 체크하는 엄마들^^, 그 외에도 주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수많은 엄마들에게 선물하고픈 책이다. 당신들은 충분히 이런 아름다운 칭찬을 받을만한 존재들이다. 엄마는 정말 대,대,대,대단한 존재니까!!!! (나같이 한심한 인간도 엄마라는 이유로 슬쩍 묻어서 격상되어질만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5-08-28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이런..그런 위대한 것도 몰라주고 찬밥 신세인 울집은 뭘까요??
울아들 엊그제 엄마가 요새 너무나 너무나 맘에 안든답니다ㅡ.ㅡ;;
이상하게도 아이들 안좋아해도 제가 전작으로 구입하게 되는 작가들이 있죠??
(한국 오셨나봐요^^)

Laika 2005-08-2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연이와 엄마가 꼬옥 껴안고있는 모습이 그림처럼 상상되네요....
네, 세상의 엄마들은 모두 대단하십니다. ^^
 
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신의진 박사의 책은 이미 2권인가 읽은 적이 있고, 매번 큰 도움을 얻곤 했다. 특히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를 읽은 덕분에 그 수많은 (정말 이름도 요상한) 온갖 조기교육 프로그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건만.... 신의진 박사의 신간이 또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은근히 삐딱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벌써 또 책을 냈다고? 너무 자주 책을 내는거 아냐?'

한번 베스트셀러를 쓴 저자가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여러권 내다 보면 (그것도 짧은 시간에 여러권) 갈수록 책 내용이 부실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신박사의 신간 소식을 듣고 혼자 심술을 낸 것도 바로 그런 염려때문이었다. 하지만 <현명한...대화법>을 읽으면서 그런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덮는 순간엔 오히려 '신의진 박사는 세상의 부모들에게 정말 하고싶은 말이 많은가보다...' 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사실, 책 속의 대화법들은 최근 들어 내가 가장 궁금해하던 내용들이다.  자녀교육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울 시누이가 얼마전 'Reflective Listening' 이라는 생소한 개념에 대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전문용어라 도대체 뭔소리냐 싶지만,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자녀의 심정을 이해해주는 대화법'을 말한다.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아이가 '심심해~' 라고 말할때 '왜 심심해?' '심심하면 나가서 놀지?'하는 식으로 판단을 내리는게 아니라, '너 심심하구나' 하고 그 심정을 이해하는 대답을 하라는 것이다.

'심심해' 그러는데 '심심하구나' 라고 대답하라니! 처음에는 이게 무슨 바보들의 선문답인가 싶었다. 하지만 시누이가 울 아들놈에게 이 대화법을 적용하는 걸보고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인가에 잔뜩 삐쳐있던 아들놈이 시누이가 한두마디 댓구를 하자 금새 구세주를 만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비로소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듯이. 시누이는 내게 Reflective Listening에 관한 꽤 두툼한 영어원서도 한권 선물해주었는데, 구체적인 내용들을 알고싶은 마음 굴뚝같았어도 선뜻 책장을 못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책이 그 '이해해주는 대화법'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다루고 있다. (덕분에 두툼한 원서를 서둘러 읽지 않아도 된다! 만세!) 읽다보면 '우리 부모님도 나하고 이렇게 대화해주셨다면 서/로/가/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릴적 우리가 부모에게 기대했던 건 끝없는 훈계가 아닌 '네 마음을 이해한다'는 단 한마디였는데.... 

사실 '이해해주는 대화법' 의 개념 자체는 자녀교육 전문가들 사이엔 널리 알려진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의사이기에 앞서 자식기르는 부모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가 자녀들과 직접 겪은 상황들을 중심으로 실제적인 대화법들을 알려주고 있어, 쉽게 공감도 가고 깨닫게 되는 부분도 많다. (신의진 박사야말로 독자들과의 대화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저자라는 생각이....)

책은 단숨에 읽어버렸지만, 이 책은 두고두고 책장에서 꺼내 읽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단순히 대화법만이 아니라  자녀를 대하는 기본태도에 변화가 선행되야하므로 앞으로도 오랜 수련^^ 이 필요할 것이다. 부모의 길이란 어차피 도를 닦는 과정, 이 정도로 듬직한 비법서를 옆에 두고 있다면 그 오랜 수련기간이 마냥 갑갑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6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eylontea 2005-08-28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빨리 읽고 싶어지네요.. 저도 신의진님의 책이 나오자 마자 샀는데, 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나면 제일 먼저 봐야겠어요.

아영엄마 2005-09-0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스밀라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Smila 2005-09-06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지금 굉장히 민망해하고 있습니다^^;;;;; 너무 허접한 리뷰라서....

책읽는나무 2005-09-10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신의진 박사가 쓴 신간책이라구요?
음.....님의 리뷰를 읽고나니 읽고 싶어지네요...^^
아이가 커가면서 말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때 사실 퉁명스럽게 대답하거나 윽박지르기 일쑨데....아이의 마음을 직접 이해해주는 대화법이라니??
벌써부터 흥분이 되는군요!..^^

참...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DJ뽀스 2005-09-17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자식도 아닌 다 큰 남동생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무지 고민중이라..이런 류의 책을 갈망하고 있답니다. ㅠ.ㅠ 동생이 술마시고 어렵게 "나 정말 힘들어"그러면 나약한 모습 보이는 게 너무 속상해서 "왜? 뭐가? 힘든데??"라고 빈정댄 적이 많은데 "그래 너 많이 힘들구나"이렇게 말해 주고 싶네요. 꼭 읽어볼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