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미인 - 얼굴 관리하듯 뇌 관리하여 치매 없이 아름답게 살자
나덕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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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중에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있다. 가끔 보다보면 진짜 저래? 싶게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지는데 솔직히 나도 치매라고 하면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치매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부정적인 치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려준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 제일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손상된 뇌 MRI와 정상인의 뇌 MRI의 비교였다. 지금껏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뇌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렇게 와닿는게 없었는데 음주나 흡연으로 손상된 MRI 사진을 직접 보게되니 정말 충격적이었다. 뇌의 손상, 즉 뇌세포의 손상이라는 게 그렇게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뇌관리라는 것이 진짜 중요다고 느꼈다. 당장 지금까지 관리 안 한 나의 뇌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니 예쁘지는 않을 것 같아서 걱정^_T 요즘따라 깜박깜박 거리는 게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해줘!라고 외치는 뇌의 sos 신호일까 싶어 이 책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뇌미인이 되기 위해서 실천해야 할 것은 6가지 '진인사대천명'이다.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린다는 원래 의미와도 잘 어울리는 진인사대천명은 바로


땀나게 운동하고

정사정없이 담배 끊고

회 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고

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라


이다. 다른 건 한 번씩은 다 들어본 말인데,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라? 치매에 걸리면 평소 긍정적이던 사람들도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사고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평소에 부정적인 사고를 하던 사람은 어떻겠는가, 더 심해지겠지? 그러면 나는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히는 '미운 치매'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평소에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데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으로만 끝나지 않아야 할텐데.


의학책인데도 불구하고, 자세하고 쉬운 설명들과 적절한 사례들을 통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치매와 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서 좋았다. 심지어는 의지를 담당하는 뇌부분이 있고, 그 부분이 손상되면 사람이 무기력해진다는 것, 하지만 작은 목표를 세워 꾸준히 실천하면 단련시켜서 강한 의지,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았다. 특히 매일 운동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 오늘 하루만 쉴까? 란 생각이 들었을 때, 쉬는 경우와 쉬지 않고 운동하는 경우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에 대한 부분을 읽고 많이 반성했다. 그래서 내가 운동을 꾸준히 못하는구나ㅠㅠ...


솔직히 나는 뇌 관리를 젊을 때부터 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바꿨다. 뇌미인들이 얼마나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사는 지 알게 되니 나도 지금부터 뇌미인이 되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단순히 내가 치매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리고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의 간병인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고, 환자 뿐만이 아니라 간병인에게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하는 지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주변에서 치매 환자를 본 적이 있어서 전반적으로 너무 와닿았던 책이었다.


이제 내가 읽었으니, 가족에게 권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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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잔혹사
이충섭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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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17년차 포스코 면접관'의 내공이 돋보이는 책. 이론만 줄줄히 늘어놓는 책이 아니라 저자가 실전에서 본 구직자들과 여러 사원들의 이야기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그야말로 실전도서!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책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읽기 어려워하는 편인데 굉장히 쉽고 재밌게 읽혀서 읽으면서도 스스로 놀랐다. 그리고 대부분의 책들이 스펙을 강조하는 많은 자기소개서나 구직자들의 예를 들어 읽을 수록 지쳤던 것에 비해 이 책은 '100전 100패는 없다' 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부터 뭔가 힘을 주는 책이었다.


1장 면접, 그 오해와 진실에서 제일 마음에 와 닿았던 파트는 '본선만 통과하면 그만' 이었다. 면접을 보다보면 다른 구직자와 경쟁적으로 제가! 제가! 할 때가 있는데 면접은 다른 구직자와의 경쟁이 아니다. 면접관과의 언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신뢰 게임이다. 라는 문장이 너무 와닿았다. 다른 구직자들을 이기려는 생각을 가지지 말고, 내 최선을 다해 무리하지말고 능력껏 하는 것. 너무 무리해서 전부 망치는 것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방법이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인턴 경험이 해가 될 때' 에서는 예전에 들었던 말이 오버랩 되면서,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에서 일을 하다왔다는 경험 하나 때문에, 거기서는 이러는데~ 여기서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다 아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건 좋아보이지 않으니까 조심해야한다는 말이었는데 새삼 이렇게 책으로 읽으니 다시 그때가 생각나면서 아, 정말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장 면접의 시작, 자기소개서 쓰기가 정말 많이 도움이 됐는데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잘못된 자기소개서를 써왔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잘못된 자기소개서의 예시에서 내가 썼던 말들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앞으로는 자기소개서 쓰기 전에 이 파트를 다시 읽고 쓰기로 마음 먹었다. 이 부분을 읽은 것만으로도 자기소개서 쓰는 것에 자신감이 조금 붙어서 신기했다. 지금까지 자기소개서는 쓰기 너무 어렵고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처럼 썼었는데 앞으로는 조금 즐기면서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3, 4, 5장은 본격적으로 면접의 기술에 대해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면접관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프레젠테이션 기술부터, 무조건 길게 대답하는 것보다는 짧고, 명확하고, 쉽게 얘기하는 것이 좋다는 것과 대답에 대한 반응 속도부터 말투의 속도까지 빠르기와 관련된 얘기 등 실제로 도움이 될 것 같은 방법들로 가득 차 있다. 굳이 면접에서 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말 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은 방법들.

그리고 실제 면접관들의 생각과 의견들이 잘 들어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식의 방법은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가 미리 시뮬레이션이 되는 것 같았다. 물론 면접관들도 사람이니만큼 반응이 전부 똑같을리는 없지만 그래도 아무 예측 없이 가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가는 게 좋지않은가!

보통 면접 뿐만이 아니라 집단 토의, 낸시랭의 사례를 통해서 본 압박면접 얘기도 좋았지만, 면접관이 호의적으로 대해줬다고 기대를 가지지 말라는 내용도 좋았다. 면접관이 친절하게 코멘트를 해주는 것은 구직자의 역량부족이 안타까워 보여서 그렇다는 말이 굉장히 와닿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질문을 많이하고, 본인에게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 하지 말라는 말이 나왔는데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었던터라 더 잘 들어왔다. 세 명이 함께 면접을 보는 자리였는데, 나말고 다른 두 사람에게만 질문이 쏟아져서 굉장히 민망하고 뻘쭘하게 앉아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셋 중에는 나만 붙었던 경험이 있어서 오오, 하면서 읽었다. 역시, 저자의 내공이! 라며 혼자 감탄ㅋㅋ.


이렇게 내용도 꽉 차있는데 부록으로 자기소개서 팁까지 나와 있다. 정말, 좋아도 너무 좋은 책 아닌가? 


파트가 끝나고 간간히 나오는 TIP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게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면접에 관한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당당히 추천해 줄 수 있는, 추천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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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밴던 어밴던 시리즈
멕 캐봇 지음, 이주혜 옮김 / 에르디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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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작가 멕 캐봇이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죽음을 경험한 소녀, 피어스이다. 그녀의 아빠는 석유와 가스, 군수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 회사의 CEO이고, 엄마는 유명한 조류학자이다.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백설공주를 닮은 피어스는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다가 수영장에 빠져 죽게 된다. 피어스가 경험한 사후세계 장면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존과 문지기(라고 해야하나)들이 태블릿 PC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아이패드 같은 걸! 그러면 존은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역시 아무리 현대화 되어있어도 그건 좀 그런가. 그래요, 하데스라면 역시 말이지!


(아마) 천국으로 가는 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던 피어스는 존을 알아보고 그에게 말을 건다. 어렸을 적에 죽은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죽은 새를 살려준 남자가 바로 존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존은 처음에는 피어스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곧 알아보고 피어스에게 첫 눈에 반한(것 같)다. 그러니까 그곳에 있기 싫다는 피어스를 데리고 순간이동을 하겠지. 그리고 존의 의상 취향은 일관된 것이라는 게 책 중간중간 보여서 솔직히 웃긴 장면이 아닌데 웃게 되었다. 존은 대체 언제적 사람일까. 그렇게 오래된 시대의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서 책 전체를 통틀어서 제일 마음에 드는 소품이 등장한다. 존이 피어스의 목에 걸어준 다이아몬드 목걸이. 악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해주는, 악을 감지하는 색이 있는 다이아몬드. 피어스는 존의 얼굴에 뜨거운 찻잔을 집어던지고 지하세계에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목걸이로 인해 난처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목걸이를 풀지 않는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존이 그 목걸이를 버리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스미스씨의 도움으로 다시 찾은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어느 정도 존에게 마음이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피어스가 다시 살아난 이후에 겪은 일들 때문에 부모님은 이혼하고, 피어스는 엄마와 함께 엄마의 고향섬인 우에소스 섬으로 오게 된다. 존을 다시 만나고, 스미스씨에게 존에 대한 얘기를 듣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섬의 전통에 대해 알게 되는 얘기가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인데 시리즈물의 처음이라 그런지 초반부터 빠르게 진행되던 사건은 이것 저것 이야기만 잔뜩 벌려놓은 채 끝나버린다. 피어스는 분노의 신들에게 위협을 당하는 상황이고, 존은 그런 피어스를 지하세계에서 보호해주려고 하지만 피어스는 도망칠 방법을 찾는 그 상태 그대로. 시리즈물이란 걸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조금 멍 때릴 정도로 아무 것도 마무리가 안되어 끝난 상태. 이건 작가의 '궁금하지? 그러니까 다음 권도 읽으라고!' 전술인가 싶다. 대체 2편에서는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3편에서는 어떻게 마무리 될 지 궁금해. 그래도 피어스가 존의 마음도 확인했으니, 그냥 둘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인데... 존이 살아돌아오지 않는 한 그건 불가능하려나...^_T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은 피어스가 분노의 신의 정체를 깨닫는 장면이었다. 존이 피어스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했던 대사 "때로는 가장 친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사악한 존재로 돌변하기도 하는데 우린 의심조차 할 수 없지. 알고 났을 땐 이미 너무 늦어 버리기 일쑤야." 가 생각나면서 조금 오싹했다. 그리고 이 일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준비되어왔는지, 분노의 신들에 집착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왜 그들이 존 헤이든을 무너뜨리는 것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궁금해졌다. 2편에서는 이유가 나올까? 어찌됐든 2편은 좀 속 시원하게 뭐든지 밝혀지고 정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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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를 위한 밤 데이브 거니 시리즈 2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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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의 데이브 거니가 돌아왔다! 존 버든의 데뷔작인 그 책을 읽고, '아 데이브 거니 시리즈가 나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진짜 나왔어요? 거기다가 아직 시리즈가 한 편 더 남았어요? 는 으허허어어엉 신난다ㅠㅠ...

 

전작의 범인이 피해자에게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로 겁을 주었다면 이번 소설의 범인은 '너희들은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로 겁을 준다.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스콧 애슈턴의 멕시코인 정원사, 헥터 플로레스. 그에 대해 사람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우연히 애슈턴의 집에서 일하게 되었으며 애슈턴이 그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교육 시켜주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의 약혼녀인 질리언 페리를 못 마땅해했고, 결국 결혼식 날 그녀를 살해했고, 사건 이후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점.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없고,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직접 본 사람도 없다. 그와 관련된 모든 증언들은 단지 소문일 뿐이다.

 

단지 정원사가 고용주의 약혼녀를 살해한 사건인 줄 알았던 사건이 헥터 플로레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가면서 점점 커진다. 애슈턴이 교장으로 읽는 메이플셰이드 사립학교의 졸업생들 중에 헥터와 직접 얘기한 학생들이 실종되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그녀들이 실종하기 전에 모델로 일했던 회사가 잔혹한 마피아인 스카드 패밀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까지 밝혀지면서 거니는 잃어버린 퍼즐의 크기가 너무 큰 것에 당황스러워한다. 하지만 그냥 포기하면 데이브 거니가 아니지!

 

전작에도 그렇지만 거니가 주변 사람들을 평가하는 장면은 그의 빠른 두뇌회전과 논리적인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다. 자기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옷차림, 행동, 말투, 눈빛 등으로 사람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춰 대응하는 점. 그리고 그 것이 대부분 잘 맞는다는 점이 데이브 거니의 매력 중 하나다. 그리고 그런 거니를 꿰뚫어보는 와이프 매들린의 존재도 너무 좋다. 물론 화해의 분위기가 1년 만에 새로운 살인사건으로 다시 폴랑폴랑 없어진 게 아쉽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 둘은 꼭 영원히 행복할 것 같으니까. 매들린도 거니에게 무조건 자기가 원하는 걸 강조하는 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여러모로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그런지 유독 세보이는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 느낌이다. 그래서 초반의 밸 페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본격적으로 사건이 진행되면서는 별로 등장도 없고, 약간 힘 없이 사그라진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도 마지막의 '고마워요'는 진심이겠지. 딸을 잃은 엄마, 자신 때문에 망가진 딸을 어쩌지 못하고 돈으로 치료해보려고 했던 엄마, 자기 딸은 서슴없이 미쳤다고 한 엄마, 하지만 딸을 죽인 살인범을 진심으로 잡길 원한 엄마. 그 엄마의 말이니까.

 

이상한 일이지만 이 책을 읽을 때 유독 촉이 돋아서 초반에 범인을 알아채고, 트릭까지 하나 눈치 채 버렸는데도 엄청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범인과 트릭만 알았다 뿐이지 목적이나 실행 방법 같은 건 몰랐었으니까. 600페이지가 넘는 책 내내 긴장감이 완전하시다! 그런 와중에도 깨알같이 웃을 수 있는 장면들도 있어서 너무 좋았고.

 

어쨌든 문제는 잘 해결 되었고! 데이브 거니도 무사히 완치될 것 같고! 시리즈가 한 편 더 있고! 읽는 내내 즐거웠고! 아, 데이브 거니 시리즈도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면 진짜 핥을텐데... ^_T

 

개인적으로 원제인 Shut Your Eyes Tight가 너무 좋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번역하면 원제의 맛이 잘 안 살아서 그랬나? 싶었지만 그래도 너무 아쉬웠는데 후반부에 거니의 추리를 읽다가 이 대사를 마주하면 진짜 소름이 오싹 돋는다. 진짜 그만큼 아쉽다. 그래도 표지에 절대 작게 쓰여있지는 않아서 나름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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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LAST 세트 - 전3권
강형규 지음, 창작집단A.P 기획 / 애니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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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0억이 오고가는 서울역 지하경제 시스템을 둘러싼 남자들의 이야기. 어둡고, 강렬하고, 빠르다!


1등과 성공, 그리고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던 펀드 매니저 장태호는 동료이자 여자친구의 오빠인 박팀장까지 끌어들여 시작한 작전이 실패하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조폭인 정사장을 두려워한 박팀장은 작전 실패를 알자마자 자살하고, 태호의 가족들은 실종된 태호를 찾지도 않고 해외로 이민을 가버린다. 태호는 정사장의 위협 속에서 겨우 살아남아 떠돌다 서울역에 노숙자로 정착하게 된다.

아르마니 양복을 입은 태호는 '멋쟁이 형님'으로 불리며, 매니저를 자처하고 태호에게 지하경제 시스템에 대해 알려준 해진과 서열 2위이자 태호를 훈련시킨 류, 그리고 노숙자 동료들의 응원을 받으며 빠르게 서열을 치고 올라간다.

그리고, 이 지하경제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자 태호의 최종 목표, 무적의 사나이라 불리우는 곽흥삼의 눈에 띄게 되어 그가 주도하는 작전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런 어둡고, 암울한 만화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처음 읽을 때는 늘어져서 굉장히 심드렁하게 보기 시작했다. 근데 조금 읽다보니까 저절로 자세를 바로 잡고 읽게 될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3권을 빨리 읽어치우고, 읽고, 또 읽고! 이런 만화를 본 적이 너무 오랜만이라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속에 숨을 돌리게 해주는 깨알같은 개그컷도 좋았고, 별 활약은 없어보이지만 주목하게 되는 캐릭터들도 그랬다. 서열의 속하는 등장인물들은 오로지 태호에게 지기 위해(...), 그리고 서울역 지하경제 시스템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쳐도 잠깐이지만 잊지못할 존재감들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정말 서울역에 이런 지하경제 시스템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장기와 호적이 거래되고, 상납이 일상적인 서울역. 생각하니까 진짜 무섭던데 더 무서운 건 나는 모르는 일이겠지만 어딘가에는 이런 시스템이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그만큼 현실감 있는 스토리의 만화. 영화화 된다는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만화만큼 잘 빠진 영화로 나와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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