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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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통. 이 단어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평소였으면 그냥 지나쳤을 제목의 책이지만 '정지통'이란 단어가 이상하게 계속 눈에 밟혔다. 아마 지금 내가 앓고 있는 것이 정지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오도가도 못하고 그저 멀뚱하니 서 있는 기분, 남들은 전부 걷거나 혹은 뛰고 있는 길을 찾지 못하고 서있는 기분. 한참 달리던 와중에 멈춘 사람도 힘들겠지만 시작도 못하고 서있는 사람도 힘들 때가 있다. 특히 어떤 길을 가야할 지 모를 때라면. 왠지 이 책을 읽으면 무언가 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으려면 조금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첫걸음을 디딜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인생의 산소는 크고 작은 도전에서 나온다. 도전하면 스스로 삶의 산소를 만들 수 있다. 삶의 산소가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호흡을 할 수 있다. 자기 걸음으로 갈 수 있고 진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그게 애써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p. 7)


나는 도전을 많이 두려워하는 편이었다. 도전을 하기 전에 우선 내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꼭 실패할 때를 생각해서 도전을 포기하고는 했다. 그러다보니 도전은 점점 멀리하게 되고,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주저앉게 되는 상황에서 저 문장들이 마음에 콕 와서 박혔다. 도전을 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고, 숨을 쉴 수 없으면 살 수가 없다. 도전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프롤로그 세 페이지를 읽었지만 이 책 읽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이런 책을 읽으면서 잔뜩 후회만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왜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살지 못했을까, 왜 이 책에서 권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가, 지금 시작하면 너무 늦지 않았는가 하고. 하지만 이 책은 "어제까지는 잘못 살았더라도 오늘부터는 제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일은 달라질 수 있고 또 달라진다." (p.31) 란 문장을 통해 그래 오늘부터, 지금 당장부터 제대로 살자는 생각을 심어주었고, 지금부터라도 이 책을 읽고 느낀 그대로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살아보자 하는 희망이 생겼다. 인터넷에서 본 문장 중에 '당신이 내일부터 해야지하고 결심했던 그 내일이 바로 오늘입니다'라는 뉘앙스의 영어 문장을 봤는데(해석이 맞는 건진 모르겠다OTL. 정확히 무슨 문장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이제는 더 이상 늦었다고 포기하거나 오늘은 이미 많이 지났으니 내일부터 하자 하지말고 지금 당장, 오늘부터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가는 900킬로미터의 순례길을 단순히 그냥 걸으며 이 곳의 음식은 어떻고, 기후는 어떻고, 풍경은 어떻고 하는 책이었어도 재미는 있었을 거다. 그리고 저런 길을 걷다니 부럽다고 생각만 하고 책을 덮었을 테지. 하지만 이 책은 물론 순례길에 대한 얘기도 있지만, 그 길을 걸으면 지나간 동네, 만난 사람들을 통해 좋은 것들을 배우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남은 삶을 그렇게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더불어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그냥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사소한 것에서 알게된 사소하지 않은 것들을 마음에 와 닿는 글로 적은 책. 이 책은 곁에 두고두고 힘들 때마다 읽고 싶어진다. 어느 페이지를 펴도 내가 좋아해서 밑줄 그은 문장들로 가득 차 있고, 읽으면서 힘이 나고 가슴이 따듯해진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야 오래 덜 힘들게 걸을 수 있는 산티아고 가는 길처럼, 인생에서도 시기, 질투, 미움, 후회같은 것은 버리고 꿈, 도전, 화해, 모험같은 것을 챙겨서 걸어가야한다는 것을 보여준 이 책, 정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고 지는 것이 따로 없다. 끝까지 하면 모두 이기는 거다. (p. 289)"라는 내가 밑줄 그은 마지막 문장처럼, 끝까지 걷는 걸 목표로 작은 것부터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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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미인 - 얼굴 관리하듯 뇌 관리하여 치매 없이 아름답게 살자
나덕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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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중에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있다. 가끔 보다보면 진짜 저래? 싶게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지는데 솔직히 나도 치매라고 하면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치매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부정적인 치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려준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 제일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손상된 뇌 MRI와 정상인의 뇌 MRI의 비교였다. 지금껏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뇌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렇게 와닿는게 없었는데 음주나 흡연으로 손상된 MRI 사진을 직접 보게되니 정말 충격적이었다. 뇌의 손상, 즉 뇌세포의 손상이라는 게 그렇게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뇌관리라는 것이 진짜 중요다고 느꼈다. 당장 지금까지 관리 안 한 나의 뇌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니 예쁘지는 않을 것 같아서 걱정^_T 요즘따라 깜박깜박 거리는 게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해줘!라고 외치는 뇌의 sos 신호일까 싶어 이 책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뇌미인이 되기 위해서 실천해야 할 것은 6가지 '진인사대천명'이다.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린다는 원래 의미와도 잘 어울리는 진인사대천명은 바로


땀나게 운동하고

정사정없이 담배 끊고

회 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고

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라


이다. 다른 건 한 번씩은 다 들어본 말인데,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라? 치매에 걸리면 평소 긍정적이던 사람들도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사고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평소에 부정적인 사고를 하던 사람은 어떻겠는가, 더 심해지겠지? 그러면 나는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히는 '미운 치매'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평소에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데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으로만 끝나지 않아야 할텐데.


의학책인데도 불구하고, 자세하고 쉬운 설명들과 적절한 사례들을 통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치매와 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서 좋았다. 심지어는 의지를 담당하는 뇌부분이 있고, 그 부분이 손상되면 사람이 무기력해진다는 것, 하지만 작은 목표를 세워 꾸준히 실천하면 단련시켜서 강한 의지,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았다. 특히 매일 운동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 오늘 하루만 쉴까? 란 생각이 들었을 때, 쉬는 경우와 쉬지 않고 운동하는 경우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에 대한 부분을 읽고 많이 반성했다. 그래서 내가 운동을 꾸준히 못하는구나ㅠㅠ...


솔직히 나는 뇌 관리를 젊을 때부터 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바꿨다. 뇌미인들이 얼마나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사는 지 알게 되니 나도 지금부터 뇌미인이 되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단순히 내가 치매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리고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의 간병인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고, 환자 뿐만이 아니라 간병인에게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하는 지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주변에서 치매 환자를 본 적이 있어서 전반적으로 너무 와닿았던 책이었다.


이제 내가 읽었으니, 가족에게 권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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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잔혹사
이충섭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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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17년차 포스코 면접관'의 내공이 돋보이는 책. 이론만 줄줄히 늘어놓는 책이 아니라 저자가 실전에서 본 구직자들과 여러 사원들의 이야기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그야말로 실전도서!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책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읽기 어려워하는 편인데 굉장히 쉽고 재밌게 읽혀서 읽으면서도 스스로 놀랐다. 그리고 대부분의 책들이 스펙을 강조하는 많은 자기소개서나 구직자들의 예를 들어 읽을 수록 지쳤던 것에 비해 이 책은 '100전 100패는 없다' 라는 제목의 프롤로그부터 뭔가 힘을 주는 책이었다.


1장 면접, 그 오해와 진실에서 제일 마음에 와 닿았던 파트는 '본선만 통과하면 그만' 이었다. 면접을 보다보면 다른 구직자와 경쟁적으로 제가! 제가! 할 때가 있는데 면접은 다른 구직자와의 경쟁이 아니다. 면접관과의 언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신뢰 게임이다. 라는 문장이 너무 와닿았다. 다른 구직자들을 이기려는 생각을 가지지 말고, 내 최선을 다해 무리하지말고 능력껏 하는 것. 너무 무리해서 전부 망치는 것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방법이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인턴 경험이 해가 될 때' 에서는 예전에 들었던 말이 오버랩 되면서,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에서 일을 하다왔다는 경험 하나 때문에, 거기서는 이러는데~ 여기서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다 아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건 좋아보이지 않으니까 조심해야한다는 말이었는데 새삼 이렇게 책으로 읽으니 다시 그때가 생각나면서 아, 정말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장 면접의 시작, 자기소개서 쓰기가 정말 많이 도움이 됐는데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잘못된 자기소개서를 써왔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잘못된 자기소개서의 예시에서 내가 썼던 말들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앞으로는 자기소개서 쓰기 전에 이 파트를 다시 읽고 쓰기로 마음 먹었다. 이 부분을 읽은 것만으로도 자기소개서 쓰는 것에 자신감이 조금 붙어서 신기했다. 지금까지 자기소개서는 쓰기 너무 어렵고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처럼 썼었는데 앞으로는 조금 즐기면서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3, 4, 5장은 본격적으로 면접의 기술에 대해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면접관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프레젠테이션 기술부터, 무조건 길게 대답하는 것보다는 짧고, 명확하고, 쉽게 얘기하는 것이 좋다는 것과 대답에 대한 반응 속도부터 말투의 속도까지 빠르기와 관련된 얘기 등 실제로 도움이 될 것 같은 방법들로 가득 차 있다. 굳이 면접에서 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말 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은 방법들.

그리고 실제 면접관들의 생각과 의견들이 잘 들어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식의 방법은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가 미리 시뮬레이션이 되는 것 같았다. 물론 면접관들도 사람이니만큼 반응이 전부 똑같을리는 없지만 그래도 아무 예측 없이 가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가는 게 좋지않은가!

보통 면접 뿐만이 아니라 집단 토의, 낸시랭의 사례를 통해서 본 압박면접 얘기도 좋았지만, 면접관이 호의적으로 대해줬다고 기대를 가지지 말라는 내용도 좋았다. 면접관이 친절하게 코멘트를 해주는 것은 구직자의 역량부족이 안타까워 보여서 그렇다는 말이 굉장히 와닿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질문을 많이하고, 본인에게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 하지 말라는 말이 나왔는데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었던터라 더 잘 들어왔다. 세 명이 함께 면접을 보는 자리였는데, 나말고 다른 두 사람에게만 질문이 쏟아져서 굉장히 민망하고 뻘쭘하게 앉아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셋 중에는 나만 붙었던 경험이 있어서 오오, 하면서 읽었다. 역시, 저자의 내공이! 라며 혼자 감탄ㅋㅋ.


이렇게 내용도 꽉 차있는데 부록으로 자기소개서 팁까지 나와 있다. 정말, 좋아도 너무 좋은 책 아닌가? 


파트가 끝나고 간간히 나오는 TIP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게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면접에 관한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당당히 추천해 줄 수 있는, 추천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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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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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하는 표지가 유쾌한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 그가 말하는 독자와 소설,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



1. 소설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소설은 두 번째 삶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번째 파트는 제목처럼 소설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얘기한다. 소설 속 풍경에 빠져들고, 주인공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안의 이야기들을 진짜로 받아들일 때를.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의식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독자를 '소박한 사람'으로 텍스트의 인위성과 현실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소설을 쓸 때 사용되는 방법과 소설을 읽을 때 우리 머릿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특별하게 관심을 두는 독자를 '성찰적인 사람'으로 구분한다. 이것은 꼭 독자만이 아니라 소설가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라고 파묵은 말한다.

나는 소박한 독자일까, 성찰적인 독자일까?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도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지! 하는 생각도 했고.

파묵은 또한 이 파트에서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중요한 것들을 몇 가지 열거하는데 그 부분을 특히 꼼꼼히 읽게 됐다.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행하는 일들이라니! 그리고 다음번에 책을 읽을 때에는 조금 의식해서 이 부분들은 신경써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파묵 씨, 당신은 이런 것들을 정말로 경험했나요?


소설을 읽을 때 '어떻게 작가는 이런 생각을 했을까. 혹시 직접 겪은 일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두 번째 파트는 바로 그런 생각이 드는 독자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소설과 소설가>가 더욱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작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적당히 섞어서 얘기하기 때문인데 오르한 파묵은 이번 파트에서 자신의 책 <순수 박물관>의 주인공 케말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리고 소설은 완전한 허구도, 완전한 실재도 아니기 때문에 힘이 있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지금까지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 상상 속의 이야기로 배워왔었기 때문에 왠지 머리를 망치로 맞은 느낌이랄까. 물론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소설들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소설=허구란 공식 아래 책을 읽어왔었기 때문에 유심히 읽게 된 파트였다.



3. 소설의 캐릭터, 플롯, 시간

4. 단어, 그림, 사물

5. 박물관과 소설

6. 중심부


이 네 파트는 소설 읽기를 즐거워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전부가 그렇지만 특히 이 부분들은 작가 본인은 물론 여러 작가들과 명작들의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하기 때문에 이 작가는 이렇게 작품을 썼구나, 이 작품은 이렇게 쓰여졌구나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오르한 파묵이 <내 이름은 빨강>에 대해서 얘기할 때, 읽은 작품이 그 소설 밖에 없어서인지 더 반가웠고:D 아직 읽어보지 못한 소설들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필독도서목록은 늘어만가고...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어떻게 씌여졌을까, 작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쓸까, 이 캐릭터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등등 소설 창작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많이 해소가 된 것 같다. 오르한 파묵이 말한 "어쩌면 지금 나는 직업상의 비밀을 너무 많이 털어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협회에서 제명당할지도 모르겠군요!"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것 처럼 들릴 정도:D 개인적으로는 다 얘기해줘서 고마워요!란 심정.


책을 좀 더 잘 읽고 싶은 사람, 글을 좀 더 잘 쓰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이번 주말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을 생각이다. 한 번만 읽기엔 너무 아쉬워서. 이번에 읽을 때는 옆에 작은 노트 하나를 펼쳐놓고 공부하듯이 읽어봐야지. 정말 공부하고 싶게 만들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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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김봉석의 하드보일드 소설 탐험 1
김봉석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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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현실에서 눈을 돌리려 읽은 책에서 현실보다 더 지독한 이야기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책들은 말한다. 세상은 따뜻하거나 아름답기만한 곳은 아니고,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지거나 도망칠 수 밖에 없다고.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우리가 어떻게 봐야하고, 받아들여야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싸우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스스로의 선택이다. 아무 것도 하지않는 선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것을 선택하든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부터 엔터테인먼트 소설까지. 이 책에서는 38권의 하드보일드 소설을 5개의 파트로 구분해서 얘기한다. 짧지만 강렬한 어느 얘기든지 한번 쯤은 꼭 읽어보고 싶어지는 글로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봐야하는가, 세상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거기서 무엇을 배우고, 느껴야하는가부터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적절한 책들과 장면을 통해 보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 세상은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인다.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혹은 정신적인 만족을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을 이용하고,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해하는가를 보다보면 난 여기에서 나가겠어!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악인들을 조각조각내는 주인공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혹은 남들에게는 악인으로 보이는 주인공들이 사실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얘기한다. 이 책에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소설이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이라는 것이 전반적으로 사건보다는 사람에 중점을 두는 책의 내용을 잘 보여주는 것도 같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은 악인이거나, 그런 악인을 처단하는 사람이거나 어쩌다 트러블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이다. 어느 소설도 그들 중 하나의 편을 들지 않는다. 악인은 왜 그가 이렇게 되었는가,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대해 냉정하게 설명하고 악인을 처단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영웅이라고 묘사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그 일을 해야했기때문에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은 그 사건을 통해서 비정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그 세상에서 살아나가는 법을 배운다.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이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읽히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소설들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살아남았는가, 아닌가. 어째서 이 사람은 살아남고, 저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나하는 주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악인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적어도 <타운>의 더그는.

클레어를 만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범죄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길 원하지만 그것이 그에게는 비극이 된다. 그리고 저자는 그런 더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종종 착각한다. 나를 이끄는 것은 저 바깥의 무엇이라고. 그래서 기다리고, 갈망한다. 누군가 나를, 무엇인가가 나를 구원해줄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내가 나를 구원하겠다는 선택을 했을 때, 그 후에야 누군가가, 무엇인가가 비로소 다가오는 것이다. (p.192)"


그렇다. 구원받기를 원한다면 우선 스스로를 붙잡아 끌어내야한다. 누군가가 와서 손을 내밀어주길 기다리는 것보다는 손을 잡아줄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빠르듯이. 이 책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구원하겠다는 생각을 심어줬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믿을 건 나 자신 밖에 없다는 건 꽤나 슬프고 우울한 일이지만 남을 믿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스스로를 믿고 일어서는 게 더 빠를테니까.



+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시다 이라의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도. 전자는 한 번 읽어볼까 하다가 취향이 아닌 것 같아서 포기했던 소설인데 읽어보기 시작하니까 역시나 재밌다. 후자는 저자가 생각하는 것을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서 다시 읽는 건데... 이것도 역시나 재밌다. 책에 직접 등장한 책들은 38권이지만 시리즈물이 있다는 것, 그리고 제목만 등장한 다른 책들도 나온다는 걸 감안하면 읽을 책이 상당히 많아지지만 시간을 들여서 다 읽어볼 생각. 그리고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으면 더 재밌겠지싶다! 다행인 건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는 얼마 전에 다 봤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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