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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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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가 안에서 존재한다. 하지만, 국가에 대해 진지하고 밀도있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과연 국가는 나에게 어떤 존재이며, 나는 국가에게 어떤 존재인 것인가? 국가에 속한 나는, 어떤 국가의 모습을 바라고 있는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받아든 나는, 여러 가지 고민과 함께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국가의 모습, 그것은 무엇이고,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국가는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태어나기 시작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문화와 정치, 제도, 환경 등 국가 안의 많은 요인들은 삶의 요소가 되어 여기 저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국가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모여 지금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나의 국가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국가인가? 이상적이며, 행복한 삶을 이끌어주는 국가인가? 라고 말이다. 자신있게 말한다. 아니다. 물론, 점점 발전하고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자신있게 행복론을 말할 수 있는 국가는 아니다. 다수보다는 특정한 소수를, 모두 보다는 특권을 가진 이들을 생각하는 게 국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국가란 무엇인가>에서는 근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합벅적 폭력, 공공재 공급자, 계급지배의 도구부터, 누가 다스려야하는 지에 대한 논의, 국가를 향한 애국심, 정치와 도덕적 이상까지. 철학자의 생각과 이론을 빌려 하나씩 짚어가는 기본적인 흐름은 사실 유시민이라는 정치인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분명, 훌륭한 국가를 고민하며 정리했을 법한 생각들. 퍼즐처럼 맞춰 나가는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들. 그가 만들고 싶은 국가의 상은 이 책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현 정부, 아니 현 국가의 모습에 대한 비판도 말이다. 

 국가주의 국가론은 국가의 목적을 오직 하나로 규정한다.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그리고 외부 침략의 위협에서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다른 모든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으며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다. 이런 이론이 현실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한 감정인 공포감, 무질서와 범죄 또는 외부의 침략에 대한 본능적 공포감을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 37p 

 국가주의 국가론을 따르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사회 질서 유지와 국가 안전 보장이다. 다른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해도 결정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가난한 아이들과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 장애인과 중증질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쁠 것은 없지만 국가가 꼭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 42p 

사실, 현 정부, 현 국가의 모습이다. 질서를 잡겠다고,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많은 폭력을 자행했고 많은 사람의 입을 막았으며, 귀까지 닫길 요구했다. 국가주의 국가론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이나, 자신들의 부패와 무능력함을 감추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것이 문제다. 그들이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보호받아야 할 국민을 외면하고 있지만, 그럴듯한 포장으로 우매한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밀에게 중요한 것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었다. 개인은 공동체의 부속물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이다. 개인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인생을 살 권리를 지니고 있다. 설혹 그것이 그 사회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마땅치 않게 여기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가 부당하게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다른사람의 자유를 구속하거나 제약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철학적 기둥이라고 생각한다. - 66p 

국가주의 국가론과 맞설 수 있는 자유주의 국가론. 그리고 목적론적 국가론의 결합이 이상 국가로 한발짝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사회"가 되는 국가. 유시민의 바람처럼, 나도 이런 국가를 원한다. 국가는 나를 억압해서도 안 되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나 아닌 타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국가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주체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 어떤 삶도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되는 것이 국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이상일 뿐. 그 곳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지도자는 '짐이 곧 국가다'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잠깐의 자격을 얻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의 리더가 되면, 그 본분을 잃고 날뛰는 지도자들이 생긴다. 지식과 지혜로 다스려야할 국가를, 권력과 힘으로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한다. 많은 독재자들이 무너졌고, 폭군을 자처한 왕들은 언젠가는 국민에 의해 권력의 자리에서 끌려 내려왔다. 민주주의 제도가 보급되기 전부터 이미 역사는 많은 것을 보여줬다. 국가는 국민을 존중해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민주주의가 최선의 인물을 지도자로 뽑아 최대의 선을 행하게 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경우, 민주주의는 자칫 '다시 실망하기 위해서 매번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비극적 이벤트'로 전락할지 모른다. 뽑아놓은 지도자가 알고 보니 최선의 인물이 아니었다거나, 선하기는 하지만 능력과 추진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실망하게 되고, 그래서 대중이 선거 자체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잃게 되면,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교묘한 위선으로 잘 무장한 최악의 인물이 달콤하지만 실현할 수 없는 약속을 내세워 권력을 장악하는 중우정치로 타락할 수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결점 때문에 민주주의를 좋아하지 않았다. - 108p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지도자를 뽑지만, 지도자들은 번번히 우리를 실망시킨다. 유시민이 말한 '비극적 이벤트'는 계속 되고 있다. 이상적인, 누구나 행복해지는 국가를 만드는 데에는 분명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과정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우리, 원하는 국가를 만들어 나가는데, 이정도의 시행착오는 필수라고 여겨두자. 미리, 나의 권리를 포기하여 언젠가는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희망을 꺾지 말자.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국가는 일정의 자유에 제약을 가해야하고, 더 공정해지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유를 제제해야 한다. 국가는 '방만한 자유'를 그냥 두고 보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가가 이익과 불이익의 손익 계산을 따지기 시작하면, 국민의 삶은 불행해지기 시작한다. 그 계산 속에는 국가라는 큰 테두리의 신념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이 먼저 개입되기 때문이다.  

훌륭한 삶을 가능하게 하려면 훌륭한 국가가 있어야 한다. 완성된 인간은 가장 훌륭한 동물이지만, 법과 정의에서 이탈하면 인간은 가장 사악한 동물이 된다. 무장한 불의는 가장 다루기 어렵다. 인간은 지혜와 탁월함을 위해 쓰도록 무기들을 갖고 테어나지만, 이런 무기들이 너무나 쉽게 정반대의 목적에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덕이 없으면 인간은 색욕과 식욕을 밝히는 가장 야만적인 동물이 된다. 국가는 정의를 세움으로써 미덕을 북돋워야 한다. - 203p  

국가는 나를 지켜주는 테두리이다. 나를 있게 하는 힘이고, 어디서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때로 강해지려고 발버둥을 치고, 힘을 갖기 위해 나쁜 짓도 저지른다. 개인은 '애국심'이라는 감정을 내세워 국가를 위해 희생하려 하기도 하며, 나의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더 강한 힘을 갖기를 바라기도 한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것을 쫓아다는 것은 아닐까? 국민 한 사람 소홀히 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주는 국가, 그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국민의 누군가가 국가의 부당한 대우때문에 불행을 겪고 있다면, 세계에서 슈퍼 파워를 가진 강력한 국가라도 이상적인 국가는 아닐 것이다.  

이런 국가를 만들기 위해, 국민, 정치인, 지도자가 합세하여 뜻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난다는 것은 이상적인 일이지만, 그 목적이 이익과 부합되었을 때는 잡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더 나은 국가를 만들겠다고, 더 좋은 국가를 만들겠다고 많은 사람이 기를 쓰고 매달린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지 않고, 국가만 생각해서 누군가가 희생해도 좋다는 발상은 거기서 거기라고 본다. 인간의 행복과 존중을 미뤄두고, 더 좋은 국가를 만들겠다는 말은 어불성설.  

자, 이 책을 읽고, 국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숨쉬며 살고 있는, 이 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나에게 국가란 어떤 의미이며, 어떤 것인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잊고 있었던 것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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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통신 

마리 여사의 글은 언제나 유쾌하고, 유익하다. 그녀의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이 집약된 책들은 항상 즐거움을 주는 게 사실. 러시아 통역가로도 활약했던 그녀는, 책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겨두곤 했는데, <러시아 통신>은 본격적으로 러시아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다. 관심 밖의 나라가 된 지 오래지만, 그 문화는 어떤지 궁금하다. 마리 여사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풀어낸 러시아 통신이라면 더 구미가 당긴다. 

 

 

 

 마을 회사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 씨 만큼 바쁜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행동하고, 실천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언제나 순한 얼굴로 웃으며, 희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가 여기 저기 뿌려놓은 씨앗은 열매를 맺고 사람들에게 퍼져나간다. 아름다운 에너지를 전파하며 '마을이 희망이다'라고 말한 그가, 이번엔 '마을 회사'라는 책을 펴냈다. 마을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만들어, 공동체 생활을 해나가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 속에는 그의 말처럼 정말 희망이 있다.  

 

 

 

 

 문화는 정치다 

문화가 권력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얼마나 신나고 아름다울까? 프랑스를 잘 아는 여자, 여자로서의 매력을 마구 마구 발산하는 여자, 뚜렷한 신념과 주관으로 살아가는 여자, 목수정 씨가 번역한 책이라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프랑스는 풍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문화가 어떻게 정치로 발전될 수 있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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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 버트런드 러셀의 실천적 삶, 시대의 기록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박병철 해설 / 비아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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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그를 제대로 알기에 다소 아쉬운 듯한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에는 그의 실천적 행동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진정한 지식인은 말 뿐만 아니라, 말한대로 행동을 보여준다는 것. 대단한 행동가이며 열정적인 실천가였던 그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정치, 심리, 종교, 교육. 성과 결혼, 윤리. 다양한 논제를 말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것. 인류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활동.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뼈가 숨겨져 있고, 그의 재치를 이해하려면 짧은 글도 생각해 보아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정신병원을 가더라도 권력욕 때문에 세계를 왜곡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자기가 잉글랜드 은행 총재라는 사람도 있고, 왕이라는 사람도 있고, 신이라는 사람도 있다. 이와 유사한 망상이 학식 있는 사람의 모호한 언어로 표현되면 철학교수가 출현하고, 감수성 풍부한 사람의 감동적인 언어로 표현되면 독재자가 출현한다.      - 권력 : 새로운 사회 분석  

인생에 맞서기 위해서 어떤 신념이나 신앙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겁이 많은 사람이다. 이런 태도는 다른 영역에서는 경멸받지만 종교의 영역에서는 훌륭한 태도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영역이라고 해도 비겁한 태도를 칭찬하고 싶지 않다.  - 버트런드 러셀이 자신의 마음을 말하다 

설득과 강합은 전혀 무관하다는 말은 옳지 않다. 설득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가운데 대다수는 사실상 강압의 일종이다. 누구나 수긍하는 설득 방식 역시 강압인 경우가 많다.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지구는 둥글다"고 말한다.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네가 어른이 되면 그 증거를 검토해서 너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증거를 검토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기 전까지 우리의 주장은 아이들의 정신을 봉쇄하기 때문에 '평평한 지구 협회'가 제아무리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쳐도 아이들의 정신은 동요하지 않는다. "코를 후비면 안 돼" "완두콩을 먹을 때 나이프를 쓰면 안 돼" 따위 우리가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도덕적 훈계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완두콩을 먹을 때 나이프를 써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받은 설득의 최면 효과 때문에 나는 그 이유를 따져보는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 권력 : 새로운 사회 분석 

 그의 이런 짧지만 강력한 글들을 읽고 있다 보면, 세상에 보편적 생각이라고 정립된 잣대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얼토당토 않은 생각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일반적인', '보편적'으로 정립된 생각들과 점점 악화되는 '권력', '욕망', '교육'에 관한 이야기들. 모든 현상과 생각들은, 한 번쯤 생각하고 해체해보고, 재정립하는 훈련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한 것도 러셀의 글들을 읽읽으면서이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하나의 관점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며,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실천과 행동의 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종교라는 민간한 쟁점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 권력에 대한 조롱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깊은 사고에서 일어난 발언이었다. 그의 많은 '말', '말', '말'을 읽으면서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과연 그를 알고 있는 사람 이외에 다른 이가 이 책을 접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였다. 물론 그의 행적이나 식견과 통찰은 유익한 것이나, 그를 알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 않나 싶다. 여섯개의 주제로 나뉘었으나 조각조각난 글들은 집중력을 떨어트렸고, 그의 행적의 사전 지식이 없다면 누군가가 퍼붓는 독설 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자의 여는 말, 닫는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는 있었지만, 그를 이해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인도주의' 그것을 중심에 두고, 실천적 행동가로 활동했던 러셀. 그의 불타오르는 열정은 누구도 막아낼 수 없었고, 신념에 굴복하지 않았다. 평화와 인권을 위해 뛰었고, 사상가, 철학자, 수학자, 교육 혁신가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하나로 귀결 되었고, 그의 생각이 많은 이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행동을 보여주는 말, 말을 보여주는 행동. 그래서 그가 아름다운 것이리라. 책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 접고, 그가 이루어내고 싸워낸 것들에 대한 의미를 천천히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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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감옥에서 - 어느 재일조선인의 초상
서경식 지음, 권혁태 옮김 / 돌베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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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그를 알게 되면서 마음이 아픈 순간들이 있었다. 하나의 멍에를 가슴 깊숙하게 묻고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울진데, 그는 그 고통을 하나 하나 차근차근 말한다. 그것은, 대변이다. 그만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 항변해주는 것, 그가 아름다운 이유이다. 

디아스포라 라는 운명을 짊어진 그에게는 풀어내야 할 것들이 많다. 끊임없이 글을 쓰고, 토론에 참여하고, 비판을 서슴지 않는 것도 누군가가 해야할 일이기에, 그것이 자신이 해야할 역할임을 알기에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평론집 <언어의 감옥에서>는 조금도 무겁고, 진지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고뇌의 원근법>에서 만났던 부드러움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과 조국에게 실랄한 비판을 했던 글들이 모여 있다.  

'디아스포라'의 입장에서 써온 글이기에 이전의 책들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것도 있지만, 처음 서경식이라는 사람을 접하는 독자라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와 만나게 될 것이다.  

국어 내셔널리즘이 지배적인 국가에서, 태어나면서부터 모어와 모국어가 같은 사람들은 언어 다수자다. 언어 다수자는 자신의 언어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그들의 언어는 그대로 자신이 속하는 나라의 국어다. 오직 그것만이 표준이고 다른 표준적 언어는 없다. 재일조선인은 자신에게 비모어인 조선어를 아무리 잘해도 끝내 마음이 편해질 수가 없다. 표준은 언제나 자신의 밖에 있기 때문이다. - 41p 

그가 뛰어넘을 수 없는 경계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다수자 사이에서 살면서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언제나 다수가 될 수 없는, 그렇기에 아주 사소한 문제도 무시된다. 그것은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르기에 언제나 참담하다. 디아스포라로 살았던 파울 첼란, 프레모 레비, 아메리 모두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 자신에게 고통을 준 나라의 언어로 산다는 것, 자신의 고통을 그 나라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생각한 고통 이상이었다.

이 책의 평론들에서 줄곧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책임이다. 침략 전쟁을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려는 일본,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우리나라의 책임 회피, 디아스포라들의 고통에 대해 관심갖지 않는 국가의 책임 회피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가가 잘못한 것은 국민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그 자리에 없었다고 해서, 그 잘못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없는 게 국민이다. 국가의 명령이었다고 해도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국민에게 있으며, 잘못되었던 것을 바로잡고 사과해야 하는 것도 국민 하나 하나의 몫이다.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라 국가의 잘못이었다고 말한다면, 국가에 속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미 국가나 국민이나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하다. 지식인들 조차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괴변이나, 얼토당토 않은 딴 소리를 늘어놓아 그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과거에 식민지 지배를 받은 지역 사람들이 요구하는 사죄와 보상은 오랫동안 묵살되어 왔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제국주의 지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뜻한다. 식민지 지배 책임의 부정이라는 방어선은 소위 선진국이 국제적으로 연계해서 깔아놓은 공동의 방어선이다. 거꾸로 말하면 일본에 조선 식민지 지배 청산을 요구하는 것은 제국주의 지배와 식민지 지배 청산을 요구하는 전 세계쩍 조류에 부합하는 보편적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 326p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조차 관심이 없는 '위안부' 문제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죄, 그리고 합당한 보상. 하지만, 가해자들은 한 몫 잡으려 한다는 괴변으로 그들에게 더 상처를 주고 있다. 위안부로 고통 받은 세월을 보냈음에도 일본에 정착해 재일조선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소수자. 그들은 국민과 국가라는 커다랗고 어마어마한 괴물에 대항할 수 없다. 철저하게 봉쇄하고 비난하고 막아서는 가해자들. 겉으로는 화해했다는 듯, 합의되었다는 듯 이야기하지만, 결국 고통은 소수자들의 몫이다.  

소수자 쪽이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판단에 의해 "이해를 받으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수자(가해자, 차별자) 쪽이 소수자에게 그런 노력을 요구하는 것에는 나의 전 존재를 걸고 반대한다. 이는 차별구조가 온전되고 있는 이유를 피차별자 쪽의 노력 부족으로 전가하는 데 편리한 레토릭이기 때문이다. - 312p 

아직도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다. 언제 풀릴지 알지 못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역사도 사람도 외면하는 그들과의 싸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싸움은 아직도 계속 된다. 이 책의 평론 중에 80년대에 쓰여진 글들도 있다. 21세기에 묶여서 나왔다는 것은, 그때 한 이야기들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속 논의되어야 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와 국민의 경계, 국가의 책임과 국민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한, 소수자의 고통과 다수자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들이 소수자들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지 생각해본다. 이것은 비단 디아스포라들만을 국한에서 생각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모어와 모국어 사이에서, 재일조선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어디에 서야하는지 혼란스러운 위치에서 다수자들의 무언의 강요는 그에게 담론을 이끌어낼 힘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라는 개념을 어떻게 내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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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그는 정치가이기 전에 작가다. 나는 정치를 하는 그보다 작가인 그가 더 좋지만, 그의 책 속엔 정치가 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부터 시작된 그의 책은 무엇이든 읽어 나가는데 어렵지도 않았고, 재미있었다. '청춘의 독서'나 '후불제 민주주의' 또한 그랬다. 이제, 그는 국가에 대해서 말하고 싶을 때인가 보다. 참을 만큼 참기도 했겠지. 하지만, 난 그를 작가로서 더 좋아한다. 군더더기 없고, 솔직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그의 이야기는 허접스레기 같은 어떤 책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는 그의 책에 자신만의 성찰과 사유를 담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그의 책에는 또 어떤 사유와 성찰이 담겨져 있을까? 

 

  

  

 

 길 위의 인문학. 

한다하면 한다 하는 사람들이 모여 인문학을 논하는 것 같다. 그것도 길 위의 인문학.  
정민, 한승원, 함성호, 구효서 등등등 그들이 말하고 싶은 인문학은 무엇일까? 역사와 문화 그 사이의 경계를 아우르는 인문학.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이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면서 많이 읽힐 인문학이면 좋겠다. 세상은 인문학에 대해 말한다. 그러므로 인문학에 대해 시시껄렁하고, 식상한 이야기는 싫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조금은 궁금하다. 어떤 이야기를 쏟아낼 것인지. 

 

 

 

인문학의 싹 

싹이 있어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하지 않았던가? 여럿이 모여 인문의 고전을 탐구해 본다고 하니, 어렵기는 하겠으나 흥미로운 작업이 아닌가 싶다. 어디에서 시작되었나늘 알아야, 왜 그런 것인지, 어떻게 그런 것인지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인문학의 시작, 역사의 교실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 책 안에서 얻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지식들이 무척 탐스러워 보인다. 

 

  

 

 

세상을 바꾼 자본 

자본은 무척 탐나면서도, 무섭고, 잔인하면서도, 가혹하며, 부러우면서도, 냉혈한 같다. 인간이 만들어낸 자본은 이미 인간을 노예로 만들었으며, 자본 앞에서 우리는 무릎을 꿇기 일쑤다. 자본, 그것은 무엇인가? 세상을 뒤흔들고, 한 사람을 짓밟기도 하며, 국가를 비굴하게 만들기도 한다.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하고, 절대권력을 소유할 수 있게도 한다. 이렇게 제멋대로인 자본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언제 눈덩이처럼 커져 사람들의 목을 졸라댔을까? 새삼 자본이 궁금하다. 그 힘과 그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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