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 - 생존을 위한 통찰과 해법
기디언 래치먼 지음, 안세민 옮김 / 아카이브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미국의 금융 위기가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촘촘히 그물망처럼 얽힌 경제적 이익이 도를 지나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의존도가 심해졌다고 할까? 물론 미국은 거대한 자본을 가진 국가이며, 신자유주의를 마음껏 받아들이고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익에만 눈이 멀어 마구자비 경영을 해온 그들의 탓도 클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여러 나라의 역사를 차례대로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점에 종착하게 된다. 미국.   

미국이 금융 위기로 허우적 거렸던 지난 2008년 이후로, 세계는 불안의 시대로 돌입했다는 것. 미국이 주춤하고 흔들리며 위기는 시작되었고, 그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것도 미국이 될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는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대공황이 일어난 지 80년이 지났다. 강하고 성공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미국의 모습이 안정과 번영을 약속하는 세계를 위한 최선의 희망이다. - 374p 

결국, 이 한 마디를 하고 싶어서, 그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인지. 허무함.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켜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도 미국이고, 심각한 기후 변화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도 미국이다. 나라간의 긴장 상태를 부추기는 것도 미국인데, 무분별한 운영으로 경제 위기를 불러온 것도 미국임을 아는데. 결국 세계를 위한 최선의 희망이 미국이 될 것이라는 논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미국 군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힘을 발휘하는 유일한 세력으로 남아 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경제 위기의 여파로 대외적으로 관련되는 데 훨씬 더 신중해지더라도 이러한 진공 상태로 들어올, 통합적으로 움직이는 세력은 없을 것이다. - 322p 

이것은 자랑스러움일까? 불안의 시대를 불러온 것은, 누구였던가? 하지만, 뻔뻔하게 이 사실을 '유일한 세력'이라는 말로 미화하고 있다. 이것은 꼭 위협처럼 느껴진다. 나를 따르지 않으면, 나의 힘으로 너희들을 찍어 누르리라. 미국이 이기지 않으면, 결국 세계는 지고 있다는 이상한 논리로 가득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설득당하고, 세뇌당하는 듯한 느낌만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친아트 이야기 - 주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키친아트 사람들의 위대한 경영 드라마
정혁준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l좋은 회사란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연봉을 많이 준다고 다 좋은 회사일까?  일은 어렵지 않고, 시간도 넉넉하게 쓸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일까? 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되는 회사가 좋은 회사일까? 세상에 회사는 많지만, 좋은 회사로 인정받는 회사는 드물다. 사람들은 좋은 회사를 원하지만, 생각보다 좋은 회사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월급이 따박따박 통장에 꽂히고, 안정적이라면 좋은 회사의 조건에 드는 걸까? 얼마되지 않은 직장생활 속에서 느낀 것이라면, 막내부터 사장까지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할 수 있으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 것일까? 

회사는 이익을 내는 집단이다. 이익이 없다는 회사의 존재 가치는 무의미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키친 아트 또한 그랬다. 키친 아트의 시작이었던 경동산업은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장시간의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렸기에 행복하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에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도, 직원들은 열심히 일했다. 회사에 몸을 바쳤고, 시간을 바쳤다. 하지만, 사람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고,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없었던 임원들 덕에 회사는 결국 옛 영광을 뒤로 한 채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잘나가던 기업이 문을 닫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힘들었지만, 열심히 일하던 직원들의 삶의 터전을 잃는 다는 것이며, 그를 믿고 사는 가족의 경제가 위태로워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원은 회사를 불신하고, 회사는 직원을 눌러 내리며 경동산업은 다시 도약할 힘도 잃은 채 폭삭 무너져 내렸다. '키친 아트'라는 브랜드는 충분한 가치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넘어간 실정. 변화를 대비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움직이던 회사의 말로였다. 

하지만, 그 말로가 아주 멋진 회사를 만들어냈으니,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기쁜 일이다. 피땀 흘려 키친아트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똘똘 뭉쳐 좋은 회사를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꿈꾸었던 회사를 직접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만큼 즐겁고 의미있는 일이 있을까? 열정을 불태워 일하면서도 행복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비용을 최소화 하고 가치 경영에 집중하는 회사. 소통으로 나아갈 길을 정하는 회사.  공동 소유, 공동 책임, 공동 분배를 이루어낸 회사. 이런 회사가 있다는 게 고마울 지경이다.  

<키친아트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가 회사를 운영한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게 된다. 과연 이들처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들처럼 회사를 끌어나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는 협력업체가 있다는 게, 좋은 회사를 만들어 가는데 올인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물론, 그들 또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들이 세운 대표가 돈 맛을 알고, 돌변했을 때 키친아트 사람들은 좌절감을 맛봤지만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미, 힘든 시간을 거쳐왔던 그들이 주저하지 않았던 것은 키친아트를 더 아름답게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주주와 소통하기 위해 등산을 가는 회사, 협력업체 사람들이 오히려 큰 소리치며 웃을 수 있는 회사, 당장 눈 앞의 이익보다는 먼 미래를 보닌 회사, 신뢰와 믿음이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는 회사. 키친아트는 그런 회사다.  

나는 키친아트 직원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뭉클함이 느껴졌다. 그들의 노력이 피부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소망한다. 이런 회사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연봉도 중요하지만, 안정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회사라면, 팀워크로 똘똘 뭉쳐진 회사라면 밤을 새워 일을 해도 보람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를 지켜가는 힘, 회사를 경영하는 좋은 바로미터를 보여준 <키친아트 이야기>.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회사를 경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대충대충, 되는대로, 사람을 쥐어짜서 운영하는 회사를 사람들에겐 더더욱.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갖으라고 강요하기 보다, 어떻게 해야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 지를 알 수 있는 책이니 말이다. 

 

 

P.S 키친아트 이야기 외에 숨어 있는 '비하人드 스토리'와 Insight & Focus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정보는 양념과 같다. 키친아트 이야기에서 벗어나,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새로운 정보와 이야기는 개인의 삶을 운영하는 방법에도 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법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든다. 법은 법을 모르는 사람을 위협한다. 법은 죄를 지은 이들을 향해 칼을 겨누기도 하고, 치닫는 분노를 살포시 누르기도 한다. 그리고, 법은 우리를 착각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그가 직접 겪었다는 내용을 토대로 쓴 <확신의 함정>. 우린 죄 앞에서, 법 앞에서 어떤 함정에 빠지는 것일까? 절대 진리를 행하는 이는 어디에도 없기에, 언제나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누구나 틀릴 수 있지만, 맹신하게 되는 것 하나도 법.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궁금하다. 

 

 

 

 

 

 수유너머 공간에서 고전 스터디를 벌였나 보다. 그리고, 그것을 묵었나보다. 사람들은 고전을 멀리하기 시작했지만, 그곳에서는 고전을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 고전 안에서 통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유익해 보이는 고전 수유너머 공간에서 걸판지게 벌인 고전 스터디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이상은 아직도, 의문이 가득한 사람이다. 파헤쳐졌지만, 더 파헤쳐질 게 남아있는 사람처럼. 이상의 글들은 읽으면 읽을 수록 이상하고, 재미있다. 그런 이상과 함께한 사람들은 또 누가 있을까? 재주 많은 이상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 사이에 있었던 사람들. 알게 모르게 이상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국가 안에서 존재한다. 하지만, 국가에 대해 진지하고 밀도있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과연 국가는 나에게 어떤 존재이며, 나는 국가에게 어떤 존재인 것인가? 국가에 속한 나는, 어떤 국가의 모습을 바라고 있는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받아든 나는, 여러 가지 고민과 함께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국가의 모습, 그것은 무엇이고,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국가는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태어나기 시작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문화와 정치, 제도, 환경 등 국가 안의 많은 요인들은 삶의 요소가 되어 여기 저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국가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모여 지금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나의 국가는, 내가 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국가인가? 이상적이며, 행복한 삶을 이끌어주는 국가인가? 라고 말이다. 자신있게 말한다. 아니다. 물론, 점점 발전하고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자신있게 행복론을 말할 수 있는 국가는 아니다. 다수보다는 특정한 소수를, 모두 보다는 특권을 가진 이들을 생각하는 게 국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국가란 무엇인가>에서는 근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합벅적 폭력, 공공재 공급자, 계급지배의 도구부터, 누가 다스려야하는 지에 대한 논의, 국가를 향한 애국심, 정치와 도덕적 이상까지. 철학자의 생각과 이론을 빌려 하나씩 짚어가는 기본적인 흐름은 사실 유시민이라는 정치인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분명, 훌륭한 국가를 고민하며 정리했을 법한 생각들. 퍼즐처럼 맞춰 나가는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들. 그가 만들고 싶은 국가의 상은 이 책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현 정부, 아니 현 국가의 모습에 대한 비판도 말이다. 

 국가주의 국가론은 국가의 목적을 오직 하나로 규정한다. 사회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 그리고 외부 침략의 위협에서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다른 모든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으며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다. 이런 이론이 현실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한 감정인 공포감, 무질서와 범죄 또는 외부의 침략에 대한 본능적 공포감을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 37p 

 국가주의 국가론을 따르는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사회 질서 유지와 국가 안전 보장이다. 다른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해도 결정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가난한 아이들과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 장애인과 중증질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복지지출을 확대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쁠 것은 없지만 국가가 꼭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 42p 

사실, 현 정부, 현 국가의 모습이다. 질서를 잡겠다고,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많은 폭력을 자행했고 많은 사람의 입을 막았으며, 귀까지 닫길 요구했다. 국가주의 국가론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이나, 자신들의 부패와 무능력함을 감추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것이 문제다. 그들이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보호받아야 할 국민을 외면하고 있지만, 그럴듯한 포장으로 우매한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밀에게 중요한 것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었다. 개인은 공동체의 부속물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이다. 개인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인생을 살 권리를 지니고 있다. 설혹 그것이 그 사회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마땅치 않게 여기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가 부당하게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다른사람의 자유를 구속하거나 제약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철학적 기둥이라고 생각한다. - 66p 

국가주의 국가론과 맞설 수 있는 자유주의 국가론. 그리고 목적론적 국가론의 결합이 이상 국가로 한발짝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사회"가 되는 국가. 유시민의 바람처럼, 나도 이런 국가를 원한다. 국가는 나를 억압해서도 안 되고, 무시해서도 안 된다. 나 아닌 타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국가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주체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 어떤 삶도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되는 것이 국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이상일 뿐. 그 곳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지도자는 '짐이 곧 국가다'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잠깐의 자격을 얻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의 리더가 되면, 그 본분을 잃고 날뛰는 지도자들이 생긴다. 지식과 지혜로 다스려야할 국가를, 권력과 힘으로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한다. 많은 독재자들이 무너졌고, 폭군을 자처한 왕들은 언젠가는 국민에 의해 권력의 자리에서 끌려 내려왔다. 민주주의 제도가 보급되기 전부터 이미 역사는 많은 것을 보여줬다. 국가는 국민을 존중해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민주주의가 최선의 인물을 지도자로 뽑아 최대의 선을 행하게 하는 것이라고 오해할 경우, 민주주의는 자칫 '다시 실망하기 위해서 매번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비극적 이벤트'로 전락할지 모른다. 뽑아놓은 지도자가 알고 보니 최선의 인물이 아니었다거나, 선하기는 하지만 능력과 추진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실망하게 되고, 그래서 대중이 선거 자체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잃게 되면,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교묘한 위선으로 잘 무장한 최악의 인물이 달콤하지만 실현할 수 없는 약속을 내세워 권력을 장악하는 중우정치로 타락할 수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결점 때문에 민주주의를 좋아하지 않았다. - 108p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지도자를 뽑지만, 지도자들은 번번히 우리를 실망시킨다. 유시민이 말한 '비극적 이벤트'는 계속 되고 있다. 이상적인, 누구나 행복해지는 국가를 만드는 데에는 분명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과정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우리, 원하는 국가를 만들어 나가는데, 이정도의 시행착오는 필수라고 여겨두자. 미리, 나의 권리를 포기하여 언젠가는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희망을 꺾지 말자.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국가는 일정의 자유에 제약을 가해야하고, 더 공정해지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유를 제제해야 한다. 국가는 '방만한 자유'를 그냥 두고 보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가가 이익과 불이익의 손익 계산을 따지기 시작하면, 국민의 삶은 불행해지기 시작한다. 그 계산 속에는 국가라는 큰 테두리의 신념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이 먼저 개입되기 때문이다.  

훌륭한 삶을 가능하게 하려면 훌륭한 국가가 있어야 한다. 완성된 인간은 가장 훌륭한 동물이지만, 법과 정의에서 이탈하면 인간은 가장 사악한 동물이 된다. 무장한 불의는 가장 다루기 어렵다. 인간은 지혜와 탁월함을 위해 쓰도록 무기들을 갖고 테어나지만, 이런 무기들이 너무나 쉽게 정반대의 목적에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덕이 없으면 인간은 색욕과 식욕을 밝히는 가장 야만적인 동물이 된다. 국가는 정의를 세움으로써 미덕을 북돋워야 한다. - 203p  

국가는 나를 지켜주는 테두리이다. 나를 있게 하는 힘이고, 어디서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때로 강해지려고 발버둥을 치고, 힘을 갖기 위해 나쁜 짓도 저지른다. 개인은 '애국심'이라는 감정을 내세워 국가를 위해 희생하려 하기도 하며, 나의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더 강한 힘을 갖기를 바라기도 한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것을 쫓아다는 것은 아닐까? 국민 한 사람 소홀히 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주는 국가, 그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국민의 누군가가 국가의 부당한 대우때문에 불행을 겪고 있다면, 세계에서 슈퍼 파워를 가진 강력한 국가라도 이상적인 국가는 아닐 것이다.  

이런 국가를 만들기 위해, 국민, 정치인, 지도자가 합세하여 뜻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난다는 것은 이상적인 일이지만, 그 목적이 이익과 부합되었을 때는 잡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더 나은 국가를 만들겠다고, 더 좋은 국가를 만들겠다고 많은 사람이 기를 쓰고 매달린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지 않고, 국가만 생각해서 누군가가 희생해도 좋다는 발상은 거기서 거기라고 본다. 인간의 행복과 존중을 미뤄두고, 더 좋은 국가를 만들겠다는 말은 어불성설.  

자, 이 책을 읽고, 국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숨쉬며 살고 있는, 이 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나에게 국가란 어떤 의미이며, 어떤 것인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잊고 있었던 것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러시아 통신 

마리 여사의 글은 언제나 유쾌하고, 유익하다. 그녀의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이 집약된 책들은 항상 즐거움을 주는 게 사실. 러시아 통역가로도 활약했던 그녀는, 책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겨두곤 했는데, <러시아 통신>은 본격적으로 러시아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다. 관심 밖의 나라가 된 지 오래지만, 그 문화는 어떤지 궁금하다. 마리 여사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풀어낸 러시아 통신이라면 더 구미가 당긴다. 

 

 

 

 마을 회사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 씨 만큼 바쁜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행동하고, 실천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언제나 순한 얼굴로 웃으며, 희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가 여기 저기 뿌려놓은 씨앗은 열매를 맺고 사람들에게 퍼져나간다. 아름다운 에너지를 전파하며 '마을이 희망이다'라고 말한 그가, 이번엔 '마을 회사'라는 책을 펴냈다. 마을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만들어, 공동체 생활을 해나가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 속에는 그의 말처럼 정말 희망이 있다.  

 

 

 

 

 문화는 정치다 

문화가 권력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얼마나 신나고 아름다울까? 프랑스를 잘 아는 여자, 여자로서의 매력을 마구 마구 발산하는 여자, 뚜렷한 신념과 주관으로 살아가는 여자, 목수정 씨가 번역한 책이라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프랑스는 풍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문화가 어떻게 정치로 발전될 수 있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