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다. 아니, 고쳐 말하면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은 죽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수년간 수많은 뉴스가 폭포처럼 넘친다. 그 뉴스 중에는 정말 듣고 싶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은 잔인하고 악독하고 추악스러운 일들도 많다. 그런 일이 자행되고 있다고 우리에게 기어이 알리려고 하는 매체들을 이길 수는 없다. 산 속에서 들어가 살지 않는 한 말이다.

  어제는 백명도 넘는 여자들을 성폭행 한 발바리가 잡혔다. 백명도 넘는 여자라, 발바리는 미친 개이며 변태 중에 변태라 할 수있다. 물론, 여자의 입장에서 그런 놈은 죽어도 마땅하다. 아니 백명도 넘는 남자에게 성폭행 당하게 하고 싶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형 집행일을 기다리는 한 남자와 사는 것 자체가 매일 사형 당하는 기분이라는 한 여자.

  강간, 살인으로 잡혀들어와 사형을 선고 받은 한 남자와 유부남이였던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하고 치유 될 수 없는 상처를 갖게 된 한 여자

  두 사람이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니 도대체 성립되지 않는 이야기다.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겠는가. 나를 강간하고도 버젓이 자기 가정 속에서 승승장구 날개 단 듯 살아가는 사촌을 경멸하다 못해 자신을 놓아 버릴 정도로 끔찍히 외로워 자살 시도를 세번이나 했건만. 심지어 사형 집행일을 기다리는 인간은 어린 소녀를 강간하고 칼로 몇번이나 찔러 죽였다는데. 그런 사람을 어떻게 마음을 보듬는단 말인가.

  말이 될 수 없다. 성립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말이 되지 않는 일도 말이 되곤하고, 성립 되지 않는 일도 성립 되곤 한다.

  사형수가 남기고 간 블루노트를 읽게 될 때쯤 이미 그녀는 그를 마음으로 보듬고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었으니.

  사실 사람들은 어두운 곳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음지를 알게 되면 내가 음지가 될까봐 피하는 것이고, 어두운 곳에서 오래 서 있다보면 내가 더 어두워 질까봐 도망가게 되는 것이다.

  사형수가 독방에 갇히면 두손을 뒤로 묶고 입만 대고 개처럼 밥을 먹는 다는 것도 몰랐고, 똥 오줌을 바지에 싼 채로 몇 날 며칠을 견뎌야 하는 것도 몰랐다. 인간적인 삶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지 비인간적인 사람이 비인간적으로 사는 것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이미 내 생각밖 속에 있는 사람들, 존재하지만 존재하든지 말든지 상관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보듬어주고 회개하게 하는 것, 그런 무의미한 일들을 왜 하냐고 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옳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사람이 태어난 것은 이유가 있듯이, 그들이 그렇게 되는데 이유가 있었을 텐데도 우린 그 이유 따위는 관심이 없고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매일 매일 죽도록 맞는 건만 보고 자란 아이가 길을 가는 아이가 참 행복해 보인다고 찔러 죽였다는데 아이가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죽였다는 것만 이슈화되고 떠드는 게 우리다. 그런 우리에게는 아무 잘못 없다는 듯 뻔뻔하게 잘도 조잘대는 게 바로 우리이다.

  과정없는 결과는 없다면서,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는게 당연하다면서도 누군가 무엇을 잘못했을 때 잘못만 가지고 따지는 게 우리이다. 이렇게 모순된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씩씩하고 즐거운 우리이다.

  공지영이 말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것은 무엇일까? 과연 우리들에게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를 용서하게 된 그녀는 정녕 행복하기만 할 수 있었을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비교우위이다. 내가 만드는 비교적 우위에 있는 행복감. 그는 돈이 많고 괜찮은 지위일 것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믿는 것이 상대방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도 모른채 그렇게 믿는 것.

  정녕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존재하는 것일까? 얼토당토 않는 일이 자행되어지는 이 세상에서 행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일보문학상 최연소 수상자'라는 문구가 대단하다는 듯 강조되어 있었고 의심반, 호기심반 미리보기를 클릭해 짧게 읽은 소설에선 이상야릇한 문체의 냄새를 풍기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구입하고 나서 제일 먼저 읽게 되었는데 단편 하나하나 마다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그녀는 일상을 꽤 현실적이면서도 섬세히 담아내고 있었고 가끔은 소설속 에피소드가 내가 겪었던 일처럼 아주 친근했다. 낯선 듯 친근한.

그게 바로 그녀의 소설들이 입고있는 옷이었던 것 같다. 복잡한 스토리도 아니다. 등장인물이 여럿 등장에 등장인물의 성격을 파악하느라 골머리를 썩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인공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그때 나는,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우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달려라, 아비>

-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 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영원한 화자>
 
- 이것은 당신과 아무 상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수만가지 일들이 우리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사랑의 인사>

 
유명한 철학자나 학자들이 하는 명언처럼 그녀는 일상적이면서 잠시 눈을 떼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한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도 염두해두지 않는 것들에 대해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 그것들은 우리 삶속에 당연히 포진해 있으니 알고 있으라는 듯이.

이것은 소설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이다. 그 일상을 우리는 끊임없이 상상해야 한다. 그녀의 소설들의 특징 중 또 하나는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보는 것이 아닌 그 상황속에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일들을 상상하는 것이다. 어쩌면 김애란 그녀는 끊임없이 상상하며 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밥을 먹으면서 밥과 반찬이 식탁에 올라오기 까지 만난 사람들을 상상하고 물건을 사면서 그 물건이 만난 것들을 상상하고 스쳐가는 사람들에 대해 상상하고 그 상상력들이 결국 소설로 나타난게 아닐까 하는 생각.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나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또 하나, 아버지.
단편들 속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녀가 그리는 아버지는 포근하고 따뜻하고 듬직한 아버지가 아니다. 자식을 버리고 무능력한 아버지. 그녀의 소설들에 들어앉은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상처를 준다. 가정에서 가장으로 당당하게 듬직하고 현명한 아버지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거역한다. 그녀가 알고있는 아버지는 이것뿐이라는 것처럼 처자식을 버리고 자식을 어딘가에 버리고 도망가고 무능력하게 자식집에 며칠 얹혀있다가 떠나는 그런 아버지를 그린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들이 어쩐지 더 불쌍하고 안되고 짠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괜히 아버지가 그럴수밖에 없었다고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느껴질만큼. 그녀가 그리는 아버지는 반아버지적이면서도 그 행동조차 용서되는 아버지의 색깔을 담고 있었다.

그녀의 소설들은 일상적이면서도 낯설고 신중하면서도 사려깊은 이야기인 듯 싶다. 소설속에서 내가 했던 행동들의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한다. 참 재미난 글 읽기였다. 어쩌면 유치한 신파적이며 구질구질한 사랑이야기 보다는 신선한 일상이야기가 더 낫다 싶다. 통속적인 스토리에 신물이 난 사람에게 추천한다.

김애란의 소설들을.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7-17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애란이란 작가의 이름은 이 글을 통해서 처음 접해봅니다. 꼴통님의 좋은 글을 보게 되니 왠지 궁금해 지는 군요. 서점에가서 꼭 한번 찾아 읽어봐야 겠습니다.^^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솔직 담백하게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나는 솔직할지언정 그 모습을 받아들이는 타인은 전혀 솔직한 존재가 아닐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솔직함에 도가 넘치는 자들에게 손가락 질 하고 비난을 마구마구 퍼부어대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곤, 자기 자신의 비솔직함에 안솔직함에 흐뭇함을 느끼곤 한다. 그런 것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한 솔직함을 갖게 되기란,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서점에서 방황하며 돈키호테를 살 것인가, 포우의 단편집을 싹다그리 묶어놓은 우울과 몽상을 살 것인가에 관해 고민하며 먹고 싶은 사탕을 절제력없이 주머니에 집어넣는 아이처럼 책을 팔안에 쑤셔넣고 있는 나를 불쌍해 하며 쓰윽 둘러보던 중, 이상한 책 제목을 발견했다.

'뷰티풀 몬스터'

탁정언 선생님은 말씀하셨지. 컨셉이 없는 제목과 컨셉이 없는 글과 컨셉이 없는 제품과 컨셉이 없는 장사와 컨셉이 없는 광고는 끔찍할 뿐이라고... 말도 못할 정도로

이 눈에 확 들어오는 컨셉이 있는 제목에 신기함을 느끼며 무심코 폈을 때, 마침 대중들 사이에서 극과 극의 평을 듣고 있는 낸시 랭을 만나 인터뷰한 글이 있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나한테 호감 있는 사람들만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구요. 시간은 부족하고 인생은 흘러가고 있잖아요. 자기한테 피해를 안 줬는데도 나를 욕하는 건 그들이 다 못나서 그런거예요. 게다가 내 앞에서 욕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뒤에서 욕하는 사람들은 다 'Fuck you!" 라구요"

아이러니 하게도 이 구절을 읽고 너무 감동하여 이 책을 그 많은 책들 사이에 덥썩 끼워버리고 말았다.

솔직함으로,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

그것은 대책없이 자유분방하고 대책없이 말도 안돼 보일지는 모르나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다. 그것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은, 참 잘난 재주를 가졌음에 분명하다. 김경은 그런 재주가 뛰어난 여인네가 아닌가 싶다.

대책없이 솔직함이 뚝뚝 묻어나는 그의 글발에 반하고, 잡학다식함에 반하고 문학과 패션과 철학을 넘나들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함에 반했다. 마음의 경건한 평화를 주는 어여쁜 글도 필요하지만, 나의 사고와 나의 생각을 톡톡 두드려주면서 나의 고집스러움을 밀어낼 만한 글도 필요하다. 그것도 과격하게 말이다.

자기가 좋으면 남들이 싫어도 좋은 것.
남들이 좋아해도 자기가 별로면 절대 좋아하지 않는 것.
그러면서 그렇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와인 테스팅을 천천히 하고 있는 웨이터에게 "제발 그런 짓 좀 하지마. 그냥 놓고 가라고"를 외치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
신문3사가 밀어줬던 이회창이 대선에서 낙방한 것은 하얀 머리를 염색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녀만의 솔직한 생각에 난 실소를 터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수많은 관습과 관념,
지키지 않아도 상관 없는 것들에 대한 것들에 시종일관 이야기 하면서도 패션에서 만큼은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어필하는 그녀.
하지만 그녀만의 원칙일 뿐, 명품을 치장하는 멍청한 짓과 유행을 좇는 어리석은 짓은 참아달라는 그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원하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야 말로 매력적인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직도 완벽하게 솔직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나를 볼 때 김경의 글들을 한번씩 들춰보며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 여자와 남자의 99% 차이를 만드는 1%의 비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임옥희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도대체 똑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딸은 얌전하고 애교 덩어리인데 아들은 왜 이리 개구쟁이 인거야?"

"넌 왜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지. 화가 나면 입을 다무니?"

"피곤해. 제발 날 좀 그냥 놔두면 안돼? 섹스는 나중에 해도 되잖아!"

"그가 날 떠났어. 죽고 싶어. 세상이 너무 불행해 보여"

"난 너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해. 넌 초록색  티셔츠에 남색 면바지를 입고 있었고... 어쩌고 저쩌고"

이런 말들, 이 말 속에 숨겨진 행동들의 답은 뇌에 있다. 호르몬이 다른 남과 여, 뇌에 넘치는 호르몬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11퍼센트나 많은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 감정적이고 사소한 것들을 기억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남자는 여자의 비해 성적 충동에 할애된 공간이 여자의 비해 2.5배나 크고, 이로 인해 남자는 성적 충동을 여자보다 자주 느낀다.

여자는 남자와 다르게 언어를 순발력 있게 구사하거나 우정을 깊고 진지하게 유지하거나, 갈등 분쟁을 조정하고 화해를 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상대방의 얼굴 표정, 목소리만으로도 심리 상태를 짐작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20년 동안 여자 환자들을 치료해 오면서 나타난 결과들을 토대로 쓰여진 책임으로 그 사실성과 객관성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왜 여자의 심리는 시시 때때로 변하고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반응하는 지 이 책을 읽다보면 여자인 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여자들은 아이 때부터 적당한 타협의 모습을 나타낸다. 그것은 에스트로겐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태어나 24개월간의 유아사춘기에서 여자아이는 대화와 타엽을 통해 사회적 유대를 맺으려는 본성을 강화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춘기의 여아들은 옥시톡신의 분비가 촉진되어 소녀의 뇌를 더욱 여자의 뇌로 만드는 과정을 겪게 된다. 소녀들은 공동체 관계에서 생물학적 위안을 찾는다. 여자 아이들이 화장실을 같이 가는 이유는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 쾌락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랑의 빠질 시기의 여자의 뇌는 '짝짓기 경계태세'로 돌입하며 자신에게 걸맞는 남자를 물색하게 된다. 남자와의 접촉에 뇌의 신경은 곤두서게 되고 누군가를 발견하게 되면 호르몬도 솟구치기 시작한다. 작가는 사랑은 남녀의 우발적인 '화학작용'이 아니라고 한다. 여자의 뇌는 재생산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는 서로 다른 신경회로를 갖고 있어서 여자의 뇌는 사랑에 빠졌을 때 직감과, 주의력, 기억력의 회로가 활발해지는 반면, 남자의 뇌는 시각적 처리에 관련된 회로가 높은 활동을 보인고 한다. 이로 인해 남자가 여자보다 더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여자의 뇌는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옥시토신의 활동을 방해하고 섹스에 대한 욕망을 닫아버린다. 반면, 남자는 스트레스가 심하면 신경회로가 활성화 되어 성적인 욕구가 강해진다고 한다.  부부관계에서도 나타나듯이 아이를 키우는 것과 직장을 병행하는 여자들이 스트레스가 강해지면 몸도 피로해져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반면, 남자들은 스트레스를 섹스로 풀려해 서로 다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나타나는 결과 일 것이다.

여자의 뇌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또 다른 오르가즘을 느낀다. 양육의 신경회로는 보상-기쁨의 화학물질인 도파민의 분출로 야기되는 쾌감에 의해 강화되며 그로인해 에스트로겐과 옥시토신이 상승한다. 이로 인해 여자는 아이를 키우는 고통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기쁨과 흥분도 동시에 맛보게 된다.

여자의 뇌는 완경기가 되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고 또 다른 삶을 시작하고파 한다. 이로 인해 완경기가 되어 이혼을 하는 부부들이 늘어난다. 자신을 다시 찾고 싶은 여자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에서는 남편도 자식도 자신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라며, 배우자와의 적절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여자는 이혼을 단행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한다.

이 책은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여자들의 행동과 그에 따른 이유들을 설명한다. 나도 잘 알지 못했던, 여자이지만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던 비밀들을 엿볼 수 있다.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내 아이와 내 엄마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남자들이 읽는 다면, 자신 뿐만 아니라 배우자,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아이까지도 잘 이해하고 그에 따른 대처 방법도 알게 될 것이다.

여자는 복잡다단한 동물이라고 말한다. 변덕도 심하고 알 수 없는 행동도 많이 한다고.. 여자의 관점에선 남자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본능에 관해서 완전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성이 다른 사람들인 것이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면 누군가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나 자신 조차도 말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이해를 도와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 누군가를 이해하는데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여자의 뇌에서가 아니라 여자에 관해서가 알고 싶다면, 여자 뿐만 아니라 남자에 관해서도 알고 싶다면 도움이 되는 유익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이 사는데 중요한 게 무엇이더냐. 사랑이더냐. 돈이더냐. 사람이더냐.

사람과 기생은 다른 게 아니다. 같은 사람일 뿐. 기생이라고 손가락질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사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 뿐.

부용각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사연에 대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삶 그 뿐이었기에 그의 인생이 박복하다 하여도 삶이고, 다난하다 하여도 삶이기에 그 삶 자체를 인정하며 살아간다.

부용각의 뿌리이자 기둥인 타박네. 시대를 따라 물러나면서도 상처 많은 삶을 싸안고 살아가는 오마담. 오마담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박기사. 부용각을 이어갈 마지막 기생이 될 미스민. 어눌한 사기꾼 김사장. 타박네의 맛을 이어갈 김천댁.

그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삶은 참 위트있고도 서글프다. 서로를 감싸안는 마음이, 행동이 서툴러 곱지 않은 말이 먼저 나가면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허구헌날 욕을 해대는 타박네를 미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부용각 사람들은 그 타박들이 자신들에게 향하는 관심과 애정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타박네가 시시때때로 해대는 욕도 들을만 하고, 줄창 해대는 잔소리도 버틸만한 것이다. 그것은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 부용각의 사람들은 그 사랑의 증거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부용각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악역을 맡는 걸 마다하지 않는 타박네에게도 숨겨진 사연이 있다. 죽이는 홍어맛을 낸 이유로 하룻밤의 동침과 그로 인해 생긴 아들. 아들을 보내야만 했던 어쩔 수 없는 사연. 한없이 그리운 아들을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부용각을 지키려 몸부림 치는 이유도 자신의 핏줄 때문이다. 어미가 할 수 있는 사랑이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자랄 수 있게 하는 것. 하지만 자신의 핏줄을 볼 수 없었던 세월의 고통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으리라. 그녀의 마음 속에 깊은 사랑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알콜에 중독되어 목소리 마저 갈라져 버리고 만 소리기생 오마담. 남자들에게 속아 돈을 빼앗기고 있는 것 다 털리고도 그녀는 싫지 않다. 그녀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하면서 남자를 믿지 않는다 한다. 그러니 배반해도 자신의 모든 걸 내줄 수가 있다고 한다. 자신은 남자들에게 철새도래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한다.
어쩌면 그녀는, 그렇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니 사랑인척 하는 남자들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기생에게 위로받으려 하는 남자들을 따뜻하게 품어 세상으로 내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부용각의 마지막 기생이 될지도 모르는 춤기생 미스민. 불우한 집안에서 꿈을 키우던 그녀는 돌연 춤기생이 되기로 마음 먹는다.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 오마담을 만나고 그녀의 삶을 알고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은 마지막 남은 제대로 된 기생이 되리라 생각한다. 화초머리를 올리고 당당히 기생이 된 그녀의 마음에도 찬바람은 분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뭉쳐졌지만 부용각 사람들보다 친밀하지 못했던 가족들. 애정이란 것에 의문을 던질 때, 부용각 사람들은 제2의 가족이 되고 그녀는 안식처를 찾는다.

한여자를 두고 각기 다른 사랑을 했던 김사장과 박기사. 능소화에 눈이 멀어 눌러앉게 된 박기사. 그녀는 오마담에 순정을 바치며 기나긴 세월 부용각의 궂은 일,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침마다 오마담 방 앞에 넌지시 놓고 간 꿀물은 사랑의 흔적이 되어 마루에 깊숙하게 박힌다. 차마 입을 열지도 다가가지도 못했지만, 그는 그녀를 눈이 멀도록 사랑한다. 그에 비해 김사장은 오마담의 등을 쳐먹기 위해 기회만 기다리는 기둥서방. 이 어설픈 기둥서방은 자신이 다 갖고 도망갈 수 있을 때 오마담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도 사랑을 원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랑. 결국 그들은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고 싶은 사람들이다. 기생이라 다른 게 아니다. 망나니라 불린다고 다른 게 아니다. 다 똑같은 사람. 기생들이 하루코를 부러워 하는 것은 그녀가 돈을 많이 번 전직 기생이기 때문이 아니다. 한사람의  사랑을 받고 사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 사랑을 찾았기 때문에 그녀가 부러울 것이다.

어떤 날, 친구들 손에 이끌려 억지로 발을 들인 남자가 쥐고 있던 검정 비닐 봉지에서 보라색 자잘한 꽃을 피운 화분이 나왔을 때.
그 남자가 아내가 좋아하는 꽃이라서 샀다는 말을 했을 때. 화분을 고르고 앉아 있었을 남자를 상상하며 모두들 탄성을 지르고, 한동안 말을 잃고 눈시울이 붉어졌던 것은 그 남자의 아내가 받는 사랑 때문이었으리라. 남들이 고작 그런 사랑이라고 말하는 자잘한 사랑이 절실했기 때문이리라.

욕망을 내비치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아닌척 자신의 일에 여념이 없고 또 그런가보다 무관심하다. 하지만, 저마다 마음속에 품은 욕망은 사랑 그것이었다. 나는 사랑받고 싶지 않을소냐. 내가 택한 삶이든 삶이 아니든, 나 또한 사랑받고 싶은 그냥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