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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 절망을 이기는 철학 - 제자백가
이주희 지음, EBS MEDIA / Mid(엠아이디) / 2017년 7월
평점 :
혼란스러운 세상일수록 인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고 합니다. 경험에 비춰봤을때 맞는 말 같아요. 지난해 혼란을 경험하고 우리는 치열하게 나와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비로소 한단계 더 성장했다고 믿습니다.
우울 할수록 인간 개인은 자신이 왜 이 삶을 살아가는지를 자문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토록 우울하고 절망적인 삶을 나는 왜 살아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이 모든 철학적 질문의 근본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매일 전쟁을 합니다. 과거를 돌이켜 역사를 보면 매일 같이 전쟁을 하고 전쟁의 결과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승자가 패자를 착취하는 것이 당연시 되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난세에서 제자백가(諸子百家)로 불리는 수많은 사상가들이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이 만들어낸 생각의 폭발은 조금이나마 더 잘 살기 위한, 조금이나마 더 행복하기 위한 고민이라는 점에서 당시 시대의 절망과 우울감, 혼란스러움과 좌절을 모두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번 ebs에서 제자백가에 대한 방송을 했을때 무척이나 감명 깊게 봤었는데 이번에 이 내용으로 책이 출판되어 정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http://www.ebs.co.kr/broadseries/vodseries/show/123832
그때의 감동이 책으로 얼마나 전해질지 굼금하기도 했구요.
역사 전문 pd로서 다양한 역사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이주희 PD께서 쓰신 책이라고하니 믿음이 가고 기대가 됩니다.
책의 내용은 크게 4가지 사상으로 설명합니다.
01 유가, 인간을 믿을 수 없을 때
02 묵가, 정의 없는 세상에 분노할 때
03 도가, 불안을 견딜 수 없을 때
04 법가, 간교한 기득권에 맞설 때
학창시절 시험을 준비하며 외웠던 사상과 철학들.
들어 익숙하긴하지만 어려운 제자백가의 사상들이네요. 작가는 서문에서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사상가들도 절망감에 시달렸다고 말합니다. 더구나 이 시대의 절망감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숙명적인 절망감” 따위의 표현은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로 처절한 것이었고, 옳다고 여겼던 기존의 모든 가치는 파괴되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사라졌으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문자 그대로의 현실이 되었다고했습니다. 맹자(孟子)의 표현을 빌리자면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는” 절망적인 시대였고 고염무(顧炎武)의 표현을 따르자면 망국 (亡國)의 시대가 아니라 망천하(亡天下)의 시대였다. 하지만 절망적이었기에 그 시대의 사상가들은 오히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던것입니다. 좋은 삶 이란 무엇인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정의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생각한 것이죠. 그 결과가 바로 제자백가(諸子百家)라 불린 그 시대의 다양한 사상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다채롭고 풍부한 ‘생각의 폭발’은 아마도 춘추전국시대가 야기한 절망이 있기에 가능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단지 절망감만으로 이런 사색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겠죠. 그저 절망감뿐이라면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는 것에서 끝났겠죠. 공자와 묵자, 장자와 한비자 같은 이들이 이 절망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절망적인 춘추전국시대의 현실에서 눈 돌리지 않을 수 있는 용기 역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것입니다. 이 절망감과 용기의 결합이야말로 제자백가 사상의 진정한 원천이였다는 작가의 생각에 저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마냥 어렵다고 느낀 주제가 현실과 만나 나를 감동시키는 과정이 경의롭습니다.
더 자주 가까이 하고 펼쳐 볼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