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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교육 2030” & “2022 개정 교육과정” 미래 교육 나침반 - “3년 같은 1년, 학생의 성장으로 증명한다.”
지미정 지음 / 앤써북 / 2023년 9월
평점 :
'교사'라는 직업은 누군가를 가르치는것과 더불어, 본인도 꾸준히 배움을 갈구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까지 실천하는 멋진 선생님들이 많다. 이 책의 저자인 지미정 선생님은 구글 공인 혁신가로 인증받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유튜브를 개설하여 <공개수업>이라는 채널을 운영하신다. 책 출판 영상에 지 선생님의 제자가 남긴 댓글도 볼 수 있었다. 만났던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하여 상호작용하고 배움과 가르침을 실천하셨다는 증거일 것이다.
'미래 교육'이란 무엇인가. 많은 강사들과 출판서적들이 저마다 미래 교육을 정의하지만, 지 선생님은 그 실마리를 'OECD교육 2030프로젝트'에서 찾았다고 밝힌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도 담긴 내용인 '학생 행위주체성 및 변혁적 역량 강조'가 그 문구인데, 이렇게 막연하게 느껴지는 문구를 선생님께서는 책임감, 성장마인드, 자기주도성, 목적의식 등 세부 요소에 집중하여 비전과 목표를 세워볼 것을 추천한다. 미래 교육에 대한 교사 개개인의 자기다운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 교육이라는 파랑새를 찾는 길의 시작이라고 독려한다. 미래 교육은 태블릿 PC같은 전자 기기를 통해 에듀테크를 현란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갖춘 교사가 AI를 활용하여 진행하는 수업이라고 떠올리기 쉬운데, 공책에 아날로그로 적더라도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실천하는 교사로부터 시작된다는, 가장 중요한 교육 주체인 교사의 변화를 요청한다.
에듀테크의 장단점도 소개하고, 흔히 수업의 시작이라고 대학생때부터 배워왔던 '동기유발'에 대한 새로운 정의, 낯선 즐거움과 낯선 깊이를 주제로 쓰신 시도 인상깊었다. 학생 행위주체성뿐 아니라 교실의 CEO인 교사의 행위주체성과 교사 교육과정도 중요한데, 2장에서는 교사의 역량의 중요성을 나눠서 설명한다. 2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잘 모르는 걸 가르칠 수 있을까?'인데, <엔트리 코딩 프로젝트>의 선택지들과 결국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잘 모르는 코딩으로 공개수업을 한 일화가 나온다. 5주간 진행된 프로젝트 결과 학생들은 코딩 전문가가 되었고, 교사는 여전히 코딩이 어렵다고 한다. 학생 행위주체성이 바람직하게 실현된 결과일 것이다.
3장에서는 교사의 상상력이 교육을 바꾼다 라는 주제로, 여러 프로젝트들을 소개하는데, 3장에서는 가족 지키기, 공생 프로젝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내가 가족에게 기생하고 있는지, 공생하고 있는지 성찰해보는 것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가족의 일원으로 공생하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단계별로 배우고 꾸준히 실천한 결과 학부모들로부터 대호평을 받은 프로젝트이다. 어리다면 어리고, 성숙하다면 성숙할 수 있는 나이의 초등 고학년 학생들이 가족 내에서의 관계에 대해 재정립하고 한 사람으로서 자기 몫을 해내는 방법을 익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바른 언어 사용과 관련한 분홍말 프로젝트도 인상적이었다.
4장에서는 민주시민교육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을 소개한다. 가상의 나라를 선포하면서 활동을 시작한 학생들이 스스로 요청해서 만들게 된 '처벌법'부터, 회복적 판정단, 청문회, 그리고 2학기가 되어 조직을 개편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평가하고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것, 벌점법의 폐지를 두고 토의하며 갈등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 그과정에서 기록을 남기거나 의견을 교류할 때 사용한 에듀테크까지. 5장에서는 이러한 에듀테크들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는 지면을 할애한다. 지 선생님은 구글 전문가답게 스프레드시트와 설문을 정말 잘 활용하신 것 같다. 나도 분명 알고 있는 기능들인데, 이걸 이렇게도 양식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구나, 하는 기능들이 정말 많이 담겨있었다. 학생이 작성한 주장하는 글에 생성형 AI를 통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놀이동산 모둠을 짤 때 친한 학생들끼리, 또는 번호순으로 무작위로 짜는 것이 아닌 여러 설문 결과를 통해 모둠을 편성한 것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었다. 뒤에 학생이 다녀와서 쓴 후기도 재미있었다.
이 책의 백미는 6장인데, 학생 성장 보고서라는 이름의 페이지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작성한 글들이 실려있었다.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호의적인 글을 쓸 수 있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성장 기록을 이렇게 자기 언어로 길게 내실있게 모두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선생님께 혼났던 일을 쓰면서 앞으로 선생님께 혼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아쉬워하는 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또다른 스승이라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남기는 글에는 왠만한 성인보다 성숙한 내면을 가진 아이들의 글이 담겨있었다.
긴 책을 다 읽고 맨 뒤를 덮었을 때, 한 학기를 보내며 학생들이 '선생님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면?'이라는 설문에 대답한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그 어떤 전문가의 추천사보다 훨씬 와닿고, 부러운 응답들이 실려있었다. 매 프로젝트가 우수 수업 사례, 연구 수업 사례 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는 이 책을 통해 지 선생님은 이렇게 본인의 미래 교육 방향을 잡고 실천하고 계신다. 감히 따라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책의 초반에 이미 선생님께서는 자신만의 미래 교육을 찾고 실천하라고 하셨으니 참고하여 내가 생각하는 미래 교육의 방향부터 찾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