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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의 섬 ㅣ 뒹굴며 읽는 책 5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송영인 옮김 / 다산기획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을요. 아벨과 꼭 같지는 않지만 살짝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는 저의 처지와 겹쳐지면서 감정 이입이 좀 많이 되었네요.
의도하지 않았던 어려움.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기다림 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 제가 어떤 측면으로는 그런 상황에 처해 있어요. 사실 이런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모두가 살아가면서 수 차례 느낄 법한 상황일 거에요.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아벨의 상황을 해석하자면. 아벨을 사랑하는 신에 의해서 잠시 유배를 당한 것으로도 볼 수 있겠지요. 성경의 여러 인물들. 고기 뱃속에서 사흘을 보내고 정신 차린 요나나, 로뎀 나무 아래서 차라리 죽기를 원했던 엘리야나, 형들의 질투를 받아서 감옥에서 수년 간을 보낸 요셉이나. 모두 어려운 시간을, 더 큰 인물로 쓰이기 위하여 기약 없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때가 되고,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돌이켜 보면 그 어려움에 상상할 수 없던 큰 뜻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외로움의 바닥, 고통의 바닥, 극한의 순간에 얻어지는 깨달음과 기쁨. 그 극한의 상황이 즐겁지는 않지만. 그 어려움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면. 아니 어짜피 주어진 어려움이라면 그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얻어 내고, 미래를 꿈꾸는 것과 동시에 현재를 멋지게 살아가야하지 않을까요?
진짜 도둑을 통해서는 ‘잘못(죄?)'을 둘러싼 여러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배신감, 죄책감, 실망감, 용서라는 감정의 바닥을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사랑과 외로움, 그리고 위기에 대처하는 자체, 삶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책인데 흔치 않게 부부간의 사랑과 그리움을 전면적으로 다루었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윌리엄 스타이그는 천재인 것 같습니다. 이 책 속에서 어린이들은 무인도 탈출기와 홀로 살아남기에 열광하고, 어른들은 한층 더 아래 깔린 인간 본성에 대해서 열광하겠지요. 참 읽어낼 수 있는 메시지가 다층적인. 진짜 멋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