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옷을 입은 아이들 보름달문고 36
김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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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주말에 읽은 책. 세 명의 소녀. 그들이 입은 거울 옷. 그들이 깨어버려야 할 옷. 서른이 넘은 나 역시도 외적 자아와 내적 자아가 동일 할 수가 없지만, 아이들은 특히나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외적 자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외적 자아는 내적 자아를 숨겨주는 방패막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 나를 억압하고 왜곡 시키는 창으로도 작용한다. 그래서 벗을 수도, 입을 수도 없는 애매한 옷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타인에 의해서 규정되고 환경에 의해서 형성된 자아를 벗어 던지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고, 편안한 자아로 거듭나는 것. 그것이 청소년기의 큰 과업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책속에 나오는 세 명의 소녀들은 각기 그렇게 조금씩 삐꺽 거리는 가정 환경이 빚어낸 거울 옷을 입고 있다. 한 명은 애써 어른스러운 척을 하고, 또다른 사람은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는 척 하려고 하고, 또다른 소녀는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 그리고 타인에 의해 굳어져 버린 자아 때문에 그 자아에 맞지 않는 행동은 필사적으로 숨기려 하고, 외적 자아와 너무나 다른 내적 자아는 속으로 움츠러들 수 밖에 없기에 자아는 불안하고 뒤틀리게 된다.

그리고 뒤틀린 숨겨진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 의해서 표면적으로 보여질 때 내가 나의 뒤틀린 모습을 싫어하듯이 타인을 비난하게 되고 공격하게 된다. 실제로 공격하는 대상은 따라서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자신 역시 상처 입는 것을..

교실 안에서 일어난 지갑 분실 사건으로 이 세 명의 소녀들은 서로 뒤얽히고 상처 입고. 마침내 자기 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진정한 자아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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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es』의 작가 Louis Sachar가 챕터북을 썼네요. 우연히 도서관 한켠에서 발견한 시리즈인데 챕터북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은 시리즈라고 할 만큼 유쾌하게 읽었어요. 사실 챕터물들은 몇 안되는 패턴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두세권 읽다보면 패턴이 뻔히 보여서 성인으로서 재미로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이 든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시리즈물은 한 권을 끝낸 후 어서 빨리 다음 책이 읽고 싶어질 만큼 각 권마다 고유한 이야기와 재미와 살짝 반전도 있는 그런 시리즈입니다.

주인공 마빈 레드포스트. 성이름과 같이 마빈의 집 울타리의 포스트는 빨갛게 칠해져 있습니다. 마빈이 겪는 다양한 상황이나, 고민들은 누구나가 경험해봄직한 일들로 마빈은 대표적인 표준 초딩입니다. 8권 중에서 2권을 가장 먼저 읽었는데요. 처음 읽어서 그랬을까요? 8권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기억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요 2권은 자세히 적어 볼게요. 코를 팠다는(pick one's nose) 헛소문이 돌고 맙니다. 마빈은 이 때문에 충격에 휩싸이게 되지요. 나름 대통령이 될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인데, 초딩 때 코를 팠다는 루머가 돌았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면 얼마나 부끄러울까요. 그 사실 때문에 대통령이 못되면 어쩌지하는 오버스러운 깜찍한 걱정, 사실이 아닌데 그런 헛소문이 온 학급에 퍼질 걸 생각하면 얼마나 또 부끄러운가요. 이에 마빈은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고 나섭니다. '소문 들었어? 나 아니거든?'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모르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을 루머를 결국 자기 입으로 퍼뜨린 셈이지요. 친하던 친구들은 함께 다니면 그들도 코를 팠다고 오해를 받을 까봐 마빈을 멀리하기 시작하고,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며 자신을 흉보는 아이들 때문에 정상이던 마빈은 점차 정신적으로 힘들어합니다. 총체적 난국을 만난 셈이지요. 한편 소문이 돌던 시기는 타임캡슐 안에 넣을 서베이 과제를 해야 하던 시기인데요. 사회적인 자존감이 완전히 떨어진 마빈은 과제를 해내지 못합니다.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거든요. 자신은 (사실이 아닌데) 코를 파는 떨어지는 아이로 찍혀 있으니까요. 성적표에 I가 찍히고 가족들은 가족 회의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돌파할 묘안을 생각해 내게 됩니다. 전학을 가는 것은 문제 회피일 뿐일텐데. '코파는 게 왜 나빠?'하는 4살짜리 동생의 질문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른 마빈. 그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이 짧은 챕터북에는 아이들의 심리와 생활에 대한 통찰을 많이 엿볼 수 있습니다. 오해 받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하고, 모두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고 믿는 자아중심성, 루머가 돌면 모두가 수군거리면서 왕따 시키는 분위기, 왕따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는 아이의 심리까지. 메인 주제 외에도 아이들에 대한 섬세한 통찰이 곳곳에 나타나기도 하지요. 또한 어른이 보기에 사소한 문제들을 유년기 아이들은 매우 커다란 인생을 좌우할 문제로 받아 들이는데요. 어른들은 몰라!했을 법한 이야기를 아이의 입장에서 찬찬히 소개하고 있어서 아이들은 글을 읽으면서 아무리 나를 낙심 시키는 커다란 문제라 하더라도 창의적으로 정면 돌파할 때 문제는 해결 될 수 있고, 이전과 같이. 이전보다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는 용기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부모들과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짧지만 강한 책입니다. 다음은 짤막한 각권 소개에요.~


  • 1권(Kidnapped at Birth?)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는 고민. 왜 나는 부모와 안닮았지? 혹시 주워 온 것 아닐까?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들.
  • 2권(Why Pick on Me?)에서는 코를 팠다는 헛소문이 돈다. 놀림 받는 마빈 레드포스트. 친구들마저 멀어져 가고, 선생님까지 의심하는 상황. 이 총체적 난국을 어찌 돌파할까? 따돌림과 오해를 둘러싼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 3권(Is He a Girl?)에 서는 팔꿈치에 키스를 하면 성이 바뀐다는 허무맹랑한 얘기를 듣는데. 아뿔싸.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며 키스를 해버리고 말았다. 밤새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잠들지 못하는 마빈. 학교에서도 남자이나 속사람은 여자라고 믿고 있는 마빈. 서로를 좋아하면서 싫어하는 척 괴롭히는 그들의 모습과 마빈의 고뇌를 통해 아이들이 생각하는 남자다움, 여자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책.
  • 4권(Alone in His Teacher's House)에 서는 마빈에게 일주일간 늙은 개를 맡기시고 일주일간 자리를 비운 선생님. 선생님도 인간이었음에 놀라는 마빈에게 더 크게 놀랄 사건이 일어난다. 늙은 개에게.. 나와 상관 없이 벌어진 안좋은 상황. 여기에 나의 책임이 있는가? 선생님을 다시 만나기 까지 고뇌하는 마빈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아이의 모습과 그런 아이의 마음을 보듬는 선생님의 모습에 감동이.
  • 5권(Class President)에서는 대통령이 학교를 방문했다! 각자가 대통령에게 물을 질문을 하나씩 묻는 시간. 아이들이 대통령에 대해서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엿볼 수 있고 건전한 시민이란 어떠한 사람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
  • 6권(A Flying Birthday Cake?)에 서는 정상적이지 않은 특이한 전학생의 등장. 모든 아이들은 이 아이를 멀리하지만 마빈은 이 아이와 친해지게 된다. 정상과 다름.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이상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달라서 놀림 받는 아이들이 미국에도 많은가 보다. 다르다는 것은 새로울 여지가 있다는 것~
  • 7권(Super Fast, Out of Control!)에 서는 Suicide Hill에서 토요일에 자건거를 타고 내려오기로 한 마빈. 하기 싫은데 엉겹결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 버린다. 시간은 가고 부모는 그래도 된다고 허락을 한 상황. 문제의 날짜.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몰려 오리라고 생각한 언덕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고 엄마만이 나와 계신다. 그리고 마빈에게 약속이란 무엇인가. 노를 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한 메시지를 주신다.
  • 8권(A Magic Crystal?)에 서는 어쩌다 놀러가게 된 케시의 집. 그녀는 매직 크리스탈을 보여주면서 이 돌에다 대고 빈 소원은 뭐든지 이루어진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소원들은 이루어지는데. 소원은 정말 이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소원의 실현은 만들어 가는 것일까? 케시를 향한 마빈의 속마음이 밝혀지며 시리즈는 쫑.


너무 사랑스러운 시리즈! 챕터북은 재미없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을 만큼 책 한권한권이 재미있고, 쉽습니다!아이들에게도, 나이들어 리딩 시작하는 성인에게도 강추할 만한 그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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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의 섬 뒹굴며 읽는 책 5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송영인 옮김 / 다산기획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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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을요. 아벨과 꼭 같지는 않지만 살짝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는 저의 처지와 겹쳐지면서 감정 이입이 좀 많이 되었네요.

의도하지 않았던 어려움.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기다림 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 제가 어떤 측면으로는 그런 상황에 처해 있어요. 사실 이런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모두가 살아가면서 수 차례 느낄 법한 상황일 거에요.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아벨의 상황을 해석하자면. 아벨을 사랑하는 신에 의해서 잠시 유배를 당한 것으로도 볼 수 있겠지요. 성경의 여러 인물들. 고기 뱃속에서 사흘을 보내고 정신 차린 요나나, 로뎀 나무 아래서 차라리 죽기를 원했던 엘리야나, 형들의 질투를 받아서 감옥에서 수년 간을 보낸 요셉이나. 모두 어려운 시간을, 더 큰 인물로 쓰이기 위하여 기약 없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때가 되고,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돌이켜 보면 그 어려움에 상상할 수 없던 큰 뜻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외로움의 바닥, 고통의 바닥, 극한의 순간에 얻어지는 깨달음과 기쁨. 그 극한의 상황이 즐겁지는 않지만. 그 어려움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면. 아니 어짜피 주어진 어려움이라면 그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얻어 내고, 미래를 꿈꾸는 것과 동시에 현재를 멋지게 살아가야하지 않을까요?

진짜 도둑을 통해서는 ‘잘못(죄?)'을 둘러싼 여러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배신감, 죄책감, 실망감, 용서라는 감정의 바닥을 느꼈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사랑과 외로움, 그리고 위기에 대처하는 자체, 삶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책인데 흔치 않게 부부간의 사랑과 그리움을 전면적으로 다루었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윌리엄 스타이그는 천재인 것 같습니다. 이 책 속에서 어린이들은 무인도 탈출기와 홀로 살아남기에 열광하고, 어른들은 한층 더 아래 깔린 인간 본성에 대해서 열광하겠지요. 참 읽어낼 수 있는 메시지가 다층적인. 진짜 멋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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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 조각 1
린다 수 박 지음, 이상희 옮김, 김세현 그림 / 서울문화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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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책을 안읽는 학생이 눈물 흘리며 여러번을 읽은 책이라고 하여, 당장에 책꽂이에서 뽑아 빌려왔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못 읽고 있던 책.

원서로 읽으려고 했는데. 책장을 열고는 단숨에 읽어 버렸다. 한국적인 소재를 가지고 뉴베리상 탄 첫 작품(유일한?)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책. 작가는 재미교포 2세 린다 수 박이라는 분.

다리 밑에서 두루미 아저씨와 함께 사는 고아 소년 목이(木耳). 외롭지만 지혜가 가득한 두루미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경험은 그가 살아가는데 버팀목이 되어준다. 목이는 도공 민영감의 작업을 훔쳐보게 되고 남몰래 도공을 꿈꾸게 되고, 작업대를 실수로 건드리는 바람에 깨뜨린 도자기로 인하여 공방에서 잡일을 시작하게 된다. 수많은 깨짐과 수많은 도전. '문을 닫아 버린 바람이, 다른 문을 열어 주기도 하는 거야'하는 두루미 아저씨의 말씀처럼, 깨짐은 좌절을 가져옴과 동시에 또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시작을 가져다 준다. 그 깨짐에서 주저 앉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게 깨지고 또 깨진 후에라야 빛나는 모습을 드러내는 도자기와 같이. 목이도 숱하게 힘들고 험난한 시기를 거쳐서 꿈 꿀 수 없었던 것들을 하나씩 실현해 가게 된다.

두루미 아저씨와 목이의 대화가 참 좋았다. 통찰을 주는 적절한 비유와 따뜻하게 전하는 그 방식. 그들의 대화 속에서 나 또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결말과 문제 해결 방식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예상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예상대로 적절한 고비와 고마운 해피앤딩으로 끌어준 작가가 고마웠다.

감정을 전혀 비추지 않고 딱딱하게만 구시는 민영감님의 터프함. 민영감 부인의 내조와 따뜻한 마음씨 등은 외국인이 보는 전형적인 한국형 남자, 한국형 여자의 상인가. 하는 생각도 살짝. 하지만 상당히 많은 공부를 하신 것 같다. 한국적인 정서, 12세기 도공들의 생활상, 고려청자에 대한 공부 등등.

번역도 아주 매끄럽게 잘 하신 것 같다. 이 책을 원서로 읽었으면 한국적인 느낌이 번역서(한글)만큼 났을까? 신경숙 작가님의 『엄마를 부탁해』가 영문판으로 나왔다고 하던데. 요 책 영문판으로 읽어볼까? 아니면 원서(한글)로 읽을까. ㅎㅎ 한글 책을 번역된 외서로 읽는 기분이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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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달콤한 □□ 보름달문고 26
이민혜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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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신선했던 작품. 냉정과 열정사이의 Red와 Blue가 떠오르기도 하고. 지혜에게 공감이 많이 간 것을 보면 나 역시도 정상적인 정서 반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부인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급작스러운 캐릭터들의 변화가 살짝 낯설었지만. 감정이라는 것은 원래가 점진적으로 변해가지 않고 점핑하게 마련이니깐. 이야기자체 보다는. 캐릭터들과 이야기 전개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조연이지만 부모들의 캐릭터도 진부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부모상들을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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